그의 차가 사라진 뒤 두 사람은 호텔로 돌아갈 준비를 하는데 이경혜가 호텔에서 나왔다.“아주머니.”예준하가 그녀를 불렀다.이경혜는 고개를 끄덕이는 것으로 대꾸한 뒤 성소현에게 말했다.“소현아, 엄마랑 같이 야시장 갔다 오자. 엄마 야시장 안 간지 너무 오래됐어.”성소현은 예준하를 바라보았고 예준하는 눈치 빠르게 말했다.“아주머니, 소현 씨, 전 볼일이 있어서 먼저 가볼게요.”성소현은 미안한 듯한 어조로 말했다.“준하 씨, 우리 엄마가 무슨 말을 하든 신경 쓰지 마.”예준하는 안심하라는 듯 그녀에게 눈빛을 보냈다.그는 아주 너그러웠고 장모가 아무리 난처하게 해도 마음에 두지 않았다.이경혜는 자신의 차로 걸어갔고 성소현은 어쩔 수 없이 엄마를 따라갔다.두 모녀는 같은 차에 앉았고 성소현의 차는 호텔 주차장에 남겨졌다.차에 앉은 뒤 이경혜는 성소현의 이마를 쿡 찌르며 말했다.“엄마가 몇 번이나 말했지. 예준하 씨랑 거리를 두라고. 예준하 씨는 아주 교활한 여우야. 그에게 당해도 넌 눈치채지 못할 거야. 그 남자가 널 팔아치우려고 하면 넌 아마 그를 위해 돈까지 셀 거야. 너랑 그 남자는 어울리지 않아. 감정이 깊어지기 전에 얼른 정리해.”성소현은 불쾌한 얼굴로 말했다.“엄마, 저 지금까지 좋아한 남자는 딱 두 명이에요. 하지만 엄마는 한 번도 절 응원해 준 적이 없어요. 예전에 전태윤 씨를 좋아할 때는 전태윤 씨랑 저랑 안 어울린다고 했죠. 전시 집안이랑 우리 성씨 집안은 원수 사이라서 안 된다고, 제가 전태윤 씨를 짝사랑하는 건 스스로 고생을 찾아서 하는 거라고요.”“전태윤 씨가 예정이랑 결혼해서 전 마음을 접었어요. 그리고 어렵게 예준하 씨랑 잘 지내게 되었어요. 예준하 씨랑 있으면 전 마음이 가벼워요. 예준하 씨가 교활하든 교활하지 않든 저한테만 진심이면 돼요. 엄마가 계속 반대하면 예준하 씨 고백을 받아들여서 예준하 씨 여자 친구가 될 거예요. 공개적으로 연애할 거라고요!”성소현은 정말로 억울했다.그녀는 자신의 안목이 높다고
“제가 예준하 씨랑 결혼해서 예씨 집안에서 괴롭힘 받으면 엄마랑 오빠는 제 편 들어주지 않을 거예요?”성소현이 되물었다.“그리고 제가 어디 가서 괴롭힘 받을 사람이에요? 제가 다른 사람을 괴롭혔으면 괴롭혔죠.”이경혜는 말문이 턱 막혔다.“관성에서는 네가 제멋대로 할 수 있었겠지. 네가 뭘 하고 다니든 감히 널 어쩔 수 있는 사람은 없어. 그건 네 뒤에 거대한 성씨 그룹이 있고, 네 오빠가 너 대신 뒷일을 처리해 줄 수 있기 때문이야. 네가 예준하 씨랑 결혼해서 A시에서 산다면, 친정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 시집간다면 누가 널 아껴주고, 누가 너의 버팀목이 되겠니?”성소현은 지지 않으려 했다.“예준하 씨 직장은 관성에 있고 이곳에서 장기간 살았죠. 예준하 씨랑 결혼한다고 해도 계속 관성에서 살 거예요. A시로 돌아간다고 해도 그저 설이나 명절 때 한번 돌아가서 어른들 뵙겠죠. 그런데 무슨 문제가 생기겠어요? 그리고 예씨 집안이 어떤 집안인지 엄마도 잘 알잖아요. 예씨 집안 어르신들은 아주 사리에 밝은 분들이세요. 절대 며느리를 괴롭힐 일은 없다고요.”이경혜가 말했다.“예씨 집안에 시집간 여자 중에 만만한 사람이 어딨니? 다들 집안이 엄청나잖아.”큰며느리는 만성 남씨 가문 아가씨고 둘째 며느리는 여씨 가문 아가씨며 넷째 며느리는 아마도 신의의 제자일 것이다. 만만한 사람이라고는 없었다.“전 뭐 뒷배가 없나요? 제가 멀리 시집가면 성씨 집안이 제 뒷배가 되어주지 않을 건가요? 제가 친정으로 돌아간다면 성씨 집안이 절 받아주지 않나요?”이경혜는 딸의 말에 반박할 수가 없었지만 동시에 무척 화가 났다.“만약 예씨 집안 같은 가정에 시집 가는 것조차도 마음이 놓이지 않는다면 차라리 결혼하지 않고 평생 엄마랑 살게요. 앞으로 제가 서른쯤 되어도 결혼하지 않는다고 잔소리하지 말아요.”“... 너도 참, 엄마 마음을 왜 알아주지 않니? 엄마가 이렇게 많이 말하는 건 네가 멀리 시집가는 게 싫기 때문이야. 엄마한테 딸은 너 하나뿐인데 네가 멀리 시집간다면
그러나 가끔, 부모님이 그녀에게 좋을 거로 생각하는 것이 그녀가 원하는 것이 아닐 때가 있다.이경혜가 아무 말도 하지 않자 성소현은 어쩔 수 없이 차에서 내렸다.그녀가 차에서 내리자마자 이경혜는 기사에게 다시 운전하라고 명령했다.기사는 당황스러웠는지 고개를 돌려 이경혜를 보며 말했다.“사모님, 아가씨는...”“걔한테도 발 있어요. 알아서 돌아가겠죠.”이경혜는 덤덤히 말했다.“계속 차에 앉아있게 했다가는 우리 둘 크게 싸울지도 몰라요.”딸을 차에서 내리게 하면 서로 냉정해질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그녀는 딸이 집으로 돌아오지 못할지도 모른다는 걱정은 전혀 하지 않았다.기사는 어쩔 수 없이 다시 운전했다.성소현은 길가에 서서 엄마의 차가 멀어지며 이내 차들 속에 섞이는 걸 바라보았다.“우리 엄마 정말 날 버렸네.”성소현은 울지도 웃지도 못했다. 조금 억울하기도 했다.그녀는 호텔로 돌아가 자신의 차를 찾기는 귀찮아서 택시를 잡은 뒤 차에 타서 하예정의 집 주소를 말했다. 그녀는 하예정을 찾아가서 한바탕 하소연할 생각이었다.우연하게도 성소현이 그곳에 도착하기 전, 장연준도 전태윤의 별장에 도착했다.두 사람은 사이가 좋았지만 장연준과 전태윤이 같이 있는 모습은 드물었다. 혹시나 그가 전태윤의 인기를 빌어 그의 덕을 보려 한다는 말이 나올 수도 있기 때문이다.전태윤 부부는 막 식사를 마친 뒤 정원에서 손을 잡고 산책하다가 장연준이 온 걸 보고 안으로 들어갔다.사람을 시켜 장연준에게 향차를 바치라고 하자마자 집사가 들어와서 하예정에게 말했다.“사모님, 성소현 씨께서 오셨습니다. 성소현 씨는 택시를 타고 오셨습니다.”하예정의 아름다운 눈동자가 반짝였다. 그녀는 의외라는 얼굴로 말했다.“언니 차는요?”뭔가를 떠올린 하예정은 서둘러 일어나더니 밖으로 나가며 말했다.“무슨 일 생긴 건 아니겠죠.”교통사고.하예정이 맨 처음 떠올린 것이다.교통사고가 아니라면 성소현이 자기 차를 타고 오지 않을 리가 없었다.장연준은 성소현이 왔다는 말에
그의 말에 전태윤은 미소를 거두었고 농담도 그만두었다. 그는 진지한 얼굴을 그를 보며 물었다.“연준아, 너 설마 진짜 소현 씨를 좋아하는 건 아니지?”“아니야.”장연준은 서둘러 부정했다.“난 오늘 저녁에야 소현 씨 어머니의 의도를 눈치챘어. 난 소현 씨 어머니가 길에서 몇 번이나 그런 일이 있고 하필 내가 소현 씨 어머니를 발견하고 그녀를 집으로 데려다준 게 전부 소현 씨 어머니가 꾸민 일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어.”장연준은 멍청하지 않았다.이경혜의 의도를 눈치챈 뒤 분석해 보니 이경혜를 마주치게 된 것이 그녀가 계획한 일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이경혜 부부는 사이가 좋았고 은퇴한 뒤 이경혜의 남편은 항상 그녀와 꼭 붙어 있었다.이경혜가 산책을 하는데 그녀의 남편은 그녀의 곁에 있지 않았다. 그리고 발목을 뼜을 때 하필이면 휴대전화를 챙기지 않았다니, 그게 정말 다 우연일까?“형, 난 소현 씨가 형을 짝사랑한 적이 있다는 걸 알아. 심지어 소현 시는 공개적으로 구애했어. 난 소현 씨를 만날 생각이 없어. 왜냐면... 그건 좀 아닌 것 같거든.”전태윤이 말했다.“그건 중요하지 않아. 소현 씨가 날 좋아했던 건 맞지만 난 소현 씨와 만난 적이 없어. 소현 씨는 내가 결혼했다는 걸 알고 더는 내게 대시하지 않았어. 연애관이 바른 편이야. 중요한 건 지금 소현 씨가 좋아하는 사람이 예준하 씨라는 거지. 예씨 집안 다섯째 도련님 말이야. 두 사람은 아직 공개적으로 연애하는 건 아니지만 눈이 달린 사람이라면 다 눈치챘어. 성소현 씨와 예준하 씨는 사이가 무척 좋아. 두 사람 다 감정적인 면에서 고집스러워. 네가 중간에 끼어든다면 손해를 입고 상처를 받는 사람은 네가 될 거야.”전태윤은 장연준이 성소현에게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리고 장연준이 성소현을 좋아하는 것도 반대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건 성소현이 좋아하는 사람이 없을 때 일이다. 지금 성소현은 좋아하는 사람이 있었기에 전태윤은 자기 사촌 동생이 성소현에게 마음을 품는
성소현이 인사를 건넸다.전태윤은 성소현이 자신을 매부라고 부르자 입꼬리가 살짝 떨렸지만 반박하지는 않았다.예정하는 성소현보다 한 살 어린 그녀의 사촌 동생이었다.예전에 성소현은 전태윤을 태윤 씨라고 불렀는데 오늘 자극을 받아서 일부러 그를 매부라고 부른 듯했다.“소현 씨.”장연준은 곧 평소대로 돌아왔다.성소현과 그는 시선을 주고받았다. 두 사람은 동시에 속으로 정말 우연이라고 생각했다.약속하지도 않았는데 둘 다 이곳으로 온 걸 보니 말이다.“예준하 씨는 성소현 씨와 같이 오지 않은 건가요?”장연준이 미소 띤 얼굴로 성소현에게 물었다.성소현이 대답했다.“처리해야 할 일이 있다고 해서 가보라고 했어요. 형수가 곧 출산해서 당분간 A시로 돌아가야 한대요.”장연준은 짧게 대답했다.하예정이 말을 이었다.“출산 예정일 아직 안 되지 않았어요? 벌써 출산이라고요?”“준하 씨는 그렇게 얘기했어. 나도 잘 몰라.”“쌍둥이를 임신했다고 들었는데, 쌍둥이는 출산 예정일보다 일찍 태어나는 경우가 있다는 말을 들은 적은 있어요.”모연정이 곧 출산한다는 말에 하예정은 부러웠다. 모연정은 정말로 성공한 인생이었다. 두 사람 다 좋은 집안의 사모님이었고, 대부분 사람에게 하예정이야말로 진정한 성공한 인생이었지만, 모연정과 비교했을 때 하예정은 자신이 못하다고 생각했다. 아직 임신하지 못했으니 말이다.그녀보다 늦게 결혼한 심효진조차 임신했는데 그녀는 감감무소식이었다.다행히도 시댁과 남편은 그녀에게 부담을 주지 않았다. 그러나 조금 한가해지거나, 누군가 곧 출산하거나 임신했다는 소리를 들으면 표정이 어두워진다.“여보, 우리 미리 선물 준비하는 게 어때요? 모연정이 아이를 낳으면 아이가 생후 1개월이 됐을 때 가봐야 하잖아요. 그러면 아이 선물을 미리 준비해야 하지 않을까요? 모연정과 대화를 나눌 때 내가 아이를 내 자식처럼 여기겠다고 한 적도 있거든요.”모연정의 아이는 많은 사랑을 받을 것이다.수많은 사람이 모연정의 아이를 자신의 아이처럼 대할 것이다.
장연준은 소문과 다른 성소현의 모습을 바라보다가 별다른 생각을 하지 않고 자리에서 일어났다.“형, 형수님, 전 먼저 가볼게요.”“조금 더 앉아있지 그래요? 야식 먹고 가요.”하예정이 붙잡았다.장연준은 웃으며 말했다.“전 야식 거의 안 먹어요. 야식 한 번 먹으면 운동을 또 오래 해야 이렇게 좋은 몸매를 유지할 수 있거든요. 형수님, 전 아직 미혼이라 이미지가 중요해요.”하예정도 웃었다.“연준 씨는 태윤 씨랑 똑같네요. 태윤 씨도 몸매 관리해야 한다면서 야식은 안 먹으려고 해요.”장연준이 떠나려고 하니 하예정도 그를 붙잡기 뭐했다. 전태윤이 자신의 사촌 동생을 배웅했다.“예정아, 네 차 좀 빌려줘. 나 여기서 자고 싶지는 않아.”성소현은 조금 전에 도착했을 때는 충동적인 마음에 집으로 돌아가지 않고 이곳에서 잘 생각이었다. 그러나 지금 보니 차를 빌려서 자신의 명의로 된 집에 가서 자는 편이 좋을 것 같았다. 전태윤과 하예정을 방해할 일도 없고 말이다.“여기서 하룻밤 자요.”“아냐. 태윤 씨가 겉으로는 뭐라고 하지 않았지만 내가 정말 여기서 자고 간다면 표정이 아주 안 좋을 거야.”전태윤은 독점욕이 아주 강한 남자였다.그러니 건드리지 않는 편이 좋았다.“태윤 씨가 감히 언니에게 눈치를 준다면 내가 서재에서 자게 할 거예요.”성소현은 웃으며 말했다.“그러면 더 여기 있을 수 없지. 나 때문에 서재에서 자게 된다면 평생 날 볼 때마다 표정이 안 좋을지도 모르니 말이야.”하예정도 웃었다. 그녀도 전태윤이 아주 제멋대로인 성격이라는 걸 알았다.하예정은 흔쾌히 차 키를 몇 개 꺼내서 성소현의 앞에 놨다.“차고 안에 있는 차는 이것뿐이에요. 아무거나 하나 골라요.”성소현은 그중 아무거나 고른 뒤 말했다.“무슨 차든 상관없어. 그냥 타고 갈 수 있는 차면 돼.”전태윤은 장연준을 배웅하고 돌아온 뒤 성소현이 한 말을 들었다. 그는 속으로 차고 안에 있는 차 중 아무거나 골라도 다 좋은 차니 당연히 뭘 고르든 상관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예준하는 다음 날 오후에 A시로 향하는 비행기에 탔다. 그가 A시에 도착한 지 이틀 만에 모연정이 아이를 낳았다.딸 하나 아들 하나였다.예준하는 곧바로 성소현에게 연락해 그녀와 기쁨을 나눴다.처음 삼촌이 된 건 아니었으나 이번은 조금 달랐다.예전에는 당숙이었지만 이번에는 친삼촌이었다.그의 전화를 받았을 때 성소현은 자신의 명의로 된 집에 있었다. 그녀는 본가로 돌아가지 않았다.이경혜는 하예정을 통해 성소현이 본인의 명의로 된 집에서 지낸다는 걸 알고 먼저 그녀에게 연락하지 않았다. 두 사람은 서로를 설득하지 못했고, 냉전에 빠졌다.이경혜는 자신은 잘못이 없고 딸이 철이 없고 효심이 없어 자신의 설득을 듣지 않는 것으로 생각했다.성소현은 엄마가 고집이 너무 세다고 생각했다. 예준하가 모든 걸 알맞게 계획했음에도 불구하고 그녀의 엄마는 그가 관성 사람이 아니라는 이유로 절대 동의하지 않았다.“출산했다고?”성소현은 예준하에게서 모연정이 아이를 낳았다는 소식을 전해 듣고 무척 기뻤다. 그녀는 곧바로 예준하에게 축하 인사를 해줬다.“준하 씨, 또 삼촌이 된 걸 축하해.”“고마워. 이번에는 친삼촌이 되었어. 형수는 아들 하나 딸 하나 낳았어. 집안 어른들도 다 기뻐해. 특히 우리 형 말이야. 형은 당장 폭죽이라도 터뜨릴 기세야. 하지만 안타깝게도 여기서 폭죽 터뜨리는 건 불법이지.”“딸 하나 아들 하나라고? 와, 진짜 너무 부럽다!”성소현은 야단을 떨면서 웃으며 말했다.“정말 너무 부러워. 출산 한 번에 아들도 딸도 얻었잖아. 아기 엄청 귀엽지? 사진 찍었어? 몇 장 보내줘 봐.”“아기 아직 인큐베이터 안에 있어. 난 딱 한 번 봤는데 엄청 작았어. 정말 귀여웠어. 내가 사진 찍어뒀거든. 잠시 뒤에 보내줄게. 우리 어머니가 그러던데 아기는 눈 깜짝할 사이에 달라져서 시간이 좀 지나면 더 귀여워진대.”두 아기는 예상보다 일찍 태어났다. 출산 예정일이 되지 않은 데다가 쌍둥이라 태어났을 때 2.5kg도 되지 않았기에 현재 인큐베이터 안에 있었다
“나도 가봐야 해, 회사에 일이 많아서.”예준하는 안도하면서도 오후에 다시 관성으로 돌아가기로 했다.회사에 많은 일이 벌어지고 있기도 했지만, 주요하게는 관성으로 돌아가면 성소현을 가까이서 지킬 수 있었다.“그래서 몇 시에 도착해? 내가 마중 나갈까?”예준하는 평소 A시를 오갈 때 대부분 전용기를 이용했고, 다른 형제들이 전용기를 쓸 때만 항공권을 끊곤 했다.그런데 성소현이 데리러 온다는 소식을 듣고는 바로 전용기를 타지 않기로 했다.예준하가 말했다.“비행기 표 사면 캡처해서 보내줄게.”“알았어, 오늘 저녁은 같이 먹자.”예준하는 잔뜩 들떠 있었다.“좋아.”“그럼 난 일하러 갈게.”예준하는 마지못해 대답했다.“그래, 몸 관리 잘하고, 너무 무리하지 말고, 내 도움이 필요하면 말만 해.”“알았어. 지금까지는 투자가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어.”전에 하예정이 판매 시장을 관성에만 둘 수는 없고 밖으로 확장해야 한다고 그에게 말한 적이 있었다.둘은 의논을 마친 끝에 함께 인근 도시로 가서 시장을 둘러보고 땅을 구할 수 있는지 알아볼 계획이었다.예준하는 웃으며 말했다.“다들 똑똑한 사람들이잖아. 일해. 이따 저녁에 보자.”통화를 마친 예준하는 휴대폰을 바지 주머니에 다시 집어넣고 웃으며 돌아서서 병실로 가려던 찰나, 부모님이 안에서 나오는 걸 보고 다가가 말했다.“아버지, 어머니, 돌아가시려고요?”“우린 이만 가려고. 너는 여기서 형 곁에 있고 싶으면 그렇게 해. 네 형수도 우리가 보살필 필요 없었어. 네 형이 알아서 다 해.”예애정의 눈가에는 미소가 가득했다.대단한 큰며느리는 한 번에 아들딸을 같이 낳았다. 모연정이 쌍둥이를 낳았다는 소식에 시어머니인 그녀는 웃음이 나서 입을 다물지 못했다.드디어 손자 손녀가 생겼다.부부는 매일 며느리와 두 아기를 보러 병원에 다녀갔다.남우현 부부와 모씨 가문 사람들도 하루에도 몇 번씩 병원에 오는데, 남우현의 아내와 김계화는 엄마로서 병원에 남아 예준성과 함께 모연정을 돌봐 주었다. 예씨
그 뒤로 이윤미가 그녀의 오빠들과 내연녀들이 함께 있는 것을 보고는 차마 몇 명의 형수님들이 속고 있는 모습을 보다 못해 형수님들에게 알려준 것이다. 그 후로 이윤미의 오빠들과 형수님들이 말다툼하기 시작했다.여자의 입장에서 보면 고현은 이윤미가 잘했다고 생각했다.바람을 피운 사람이 자기 오빠라고 감싸면서 오빠들을 도와 형수님들을 속이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입장을 바꾸어 놓고 생각해 보면 자기 남편이 바람피운 사실을 모든 사람이 다 알지만, 본인만 모른다면 얼마나 괴롭겠는가!이때 전호영이 검은 눈동자를 반짝이며 낮은 소리로 말했다.“정군호 씨가 그렇게 멍청하지 않을걸요. 이 대표님께서 돌아오신다면 정군호 씨는 틀림없이 나가서 바람피우지 않을 거란 말이에요. 하지만 우리가 이 대표님을 도와야 한다고 봐요. 못 봤으면 그만이지만 우리가 현장을 목격했잖아요. 이 대표님을 만나면 알려줘야 해요. 어쨌든 우리 형수님의 이모시기 때문에 우리 형수님의 친척이나 다름없죠. 안 그래요?”고현은 전호영을 꾸지람했다.“호영 씨도 정말 나쁘네요. 이씨 가문에서 난리가 났으면 좋겠죠? 그런데 저도 호영 씨를 지지할 거에요. 이러고 보니 저도 좋은 사람은 아닌가 봐요.”“아니에요. 우리는 모두 좋은 사람들이죠. 정군호 씨가 무슨 짓을 벌였는지 보세요. 정군호 씨가 잘못한 것을 우리가 바로잡아준 거죠. 이 대표님을 위한 것이지 모함하거나 억울하게 만든 것은 아니잖아요.”“저처럼 일편단심인 남자는 정군호 씨의 이런 행동이 너무 부끄러워요. 만약 집안의 아내가 싫으면 이혼할 것이지... 이혼하기는 싫고 또 밖에서 예쁜 여자들이랑 놀고는 싶고... 두 마리 토끼는 다 잡을 수 없는 법이죠. 하늘 아래 어떻게 그런 좋은 일이 있겠어요?”전호영은 정군호가 젊은 여자와 바람을 피우는 영상을 찍었다. 그리고 하루 호텔도 카메라가 있었기에 정군호가 내연녀를 껴안고 호텔로 들어가는 장면이 꼭 찍혔을 것이다.전호영이 정군호에게 누명을 씌운 것이 아니었다.“이 대표님이 그토록 기가 센데
“저는 배려심이 깊은 신사에요.”고현은 웃으면서 그의 손을 잡고 차에서 내리면서 전호영의 신사다운 행동을 그대로 받아들였다.하지만 전호영이 고현의 손을 잡고 함께 호텔로 들어가려고 하자 고현은 거절했다.전호영의 안색은 이내 어두워졌다.사람들 앞에서 그녀는 시종 전호영과 연인처럼 행동하려 하지 않았다.고현이 말한 것처럼 그녀는 전호영을 충분히 사랑하지 않았다.두 사람이 앞으로나란히 몇 걸음 걷더니 고현이 갑자기 멈추었다.“왜 그러세요?”전호영이 물었다.‘설마 그녀를 짝사랑하는 여자들을 만났나?’전호영은 앞을 보았지만, 그녀를 짝사랑하는 여자들을 보지 못했다.“정군호 씨예요.”고현은 낮은 목소리로 한 사람의 이름을 말한 뒤 전호영을 잡아당겨 차 뒤로 숨었다. 그녀의 경호원 팀은 고현이 위험한 줄로 알고 본능적으로 최대한 빨리 고현의 앞으로 돌진하며 위험을 막으려고 했다.“얼른 숨으세요. 저를 막지 마시고!”고현은 나지막이 경호원 팀에게 말했다.고현이 누군가의 가십거리를 보고 싶어 했던 모양이다.고현은 선글라스를 끼고 검은 옷을 입은 늙은 남자를 가리켰다. 그 늙은 남자는 천가 같은 얼굴과 매력적인 몸매를 가진 여자를 껴안고 있었다.그 여성의 곁을 지나가는 남자라면 모두 참지 못하고 고개를 돌려 그녀를 몇 번 더 쳐다보았다.“저 남자는 이윤미의 친아버지이자 이 대표님의 남편인 정군호 씨예요. 그 옆에 있는 여자는 저도 잘 몰라요. 놀랍게도 밖에서 내연녀를 만나고 있었네요. 만약 이 대표님께 들킨다면 정말 정군호 씨를 죽여놓을지도 몰라요.”이은화의 남편이라는 말을 들은 전호영은 즉시 휴대전화를 꺼내 정군호와 내연녀의 동영상을 찍었다.그리고 말했다.“이 대표님은 우리 큰형의 결혼식에 가신 뒤로 계속 관성에 남아계시거든요. 아마도 정군호 씨는 이 대표님이 없는 틈을 타 바람을 피우고 있는 모양이네요”고현도 말을 이었다.“이 대표님께서 남편을 너무 엄격하게 단속하니까 정군호 씨도 아마 진짜로 바람 피우지는 못할 거에요. 기껏해야 지
고현은 사실 그대로 대답했다.“저는 어른이 된 후로 여행을 갈 시간이 없었어요. 바빠서 미치겠는데 언제 시간을 내서 놀러 가겠어요? 하지만 출장 다니면서 많은 곳은 가봤어요.”“신혼여행은 어디 가고 싶어요?”전호영이 그녀에게 물었다.고현이 한참을 생각해 보더니 말을 이었다.“저는 물이 맑고 공기가 좋은 산을 좋아해요. 조용하거든요.”“제가 잘 연구해서 산 좋고 물이 맑은 조용한 곳을 찾아볼게요. 한 달 동안 머물면서 우리 둘만의 세상을 잘살아 봐야죠.”알고 보니 고현은 산과 물이 있는 아름다운 곳을 좋아했다.전씨 가문의 서원 리조트가 아름다운 산과 맑은 물이 있는 곳이고 평소에도 매우 조용한 곳이었다.“서원 리조트를 좋아해요?”“좋아하죠.그럼 서원 리조트에서 신혼여행을 즐기려고요?”전호영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말했다.“그건 아니고요. 그곳은 우리 미래의 집이고 신혼여행은 당연히 딴 곳으로 가야죠.”이때 고현이 자신을 스스로 비웃으며 말했다.“제가 지금 시집갈지 말지 고민하고 있는데 벌써 신혼여행에 관한 문제를 고민하고 있네요. 호영 씨와 함께하면 쉽게 호영 씨 의도대로 따라간단 말이죠. 저의 총명함과 자제력 모두 호영 씨 앞에서는 아무런 소용도 없다니까요.”“현이 씨가 아직도 이 일을 고민하고 있다니. 제가 아직도 부족한가요?”전호영은 자신이 고현을 오랫동안 쫓아다녔다고 느꼈다. 그는 모든 마음을 다해 진심으로 고현을 대했지만, 그녀는 여전히 그에게 시집을 갈지 말지를 고민하고 있다.하여 전호영은 자신이 충분히 노력하지 못했다고 느꼈기 때문에 그는 자신이 어떤 방면에서 잘하지 못했는지 알고 싶었다.“아니에요. 충분히 잘하셨어요. 우리 데이트도 별로 안 하고 평소에도 일하느라 바빴던 것 같아요. 아직 결혼까지 할 정도로 감정이 깊지 않은 것 같아요. 사람들의 말처럼 하루 못 보면 일 년을 못 본 것 같다는 말이 무슨 뜻인지 저는 몰라요. 그런 감정을 못 느낀다는 건 제가 호영 씨를 충분히 사랑하지 않는다는 뜻인 것 같아요. 어
경호원 팀은 그들의 전 대표님이 전호영에게 떠밀려 마이바흐 차에 들어가는 모습을 버젓이 보고만 있었다. 그리고 그 차는 곧 고씨 그룹을 빠져나왔다.고빈이 중얼거렸다.“호영 씨는 정말 내가 본 형부 중 가장 오만방자한 형부였어. 처남인 나에게 조금도 아부하지 않고 비위를 맞춰주지 않는다니.”고빈은 중얼중얼하긴 했지만, 두 사람을 방해하지 않기 위해 그들을 따라가지 않았다.만약 고빈이 정말 친형이 있다면 그는 전호영이 그의 친형을 해치게 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꼭 따라갔을 것이다.하지만 그의 친형은 사실 여자였다. 그의 누나 고현은 시집가야 하는 여자였다. 전호영은 그의 누나와 어울리는 남자였기 때문에, 또 전호영이 고빈의 부모님께 고빈이 너무 방해한다고 고자질하면 안 되었기에 고빈은 더는 따라가지 않았다.지금 고씨 가문에서 전호영은 고현 남매보다 체면이 훨씬 섰다.“고빈 씨가 안 따라왔죠?”전호영은 차를 몰면서 조수석에 앉은 고현에게 물었다.고현은 돌아볼 필요도 없이 이내 말을 이었다.“고빈이는 입만 살아서 그렇지 정말 따라오지는 않을 거예요. 호영 씨가 우리 부모님 앞에서 고빈의 고자질할까 봐 두려웠기 때문이죠. 고빈은 저보다 10분 먼저 태어났지만 지금 정해진 여자친구가 없거든요.”“저도 호영 씨랑 짝을 지으니 저희 부모님의 눈길도 자연스레 고빈의 몸으로 옮겨졌어요. 호영 씨가 제 동생의 고자질하면 저희 부모님은 그를 욕하다가 결국 결혼 재촉 문제로 돌아가거든요. 제 동생은 결혼 재촉을 엄청 무서워하거든요.”고빈이 마음을 가라앉히지 못하고 고정된 여자친구를 찾지 못한 일에 관해 고현도 마음이 조급했지만 어쩔 수 없었다.그녀에게는 전호영이 있었지만, 고빈의 짝은 아직 어디에 있는지...예전에는 고현은 고빈과 이윤미를 맞세워주려고 했지만, 고빈은 이윤미가 재미없다고 느꼈고 이윤미 또한 고빈에게 아무런 감정도 느끼지 못했다. 게다가 지금 이윤미 곁에 방윤림이 있었다.전호영은 빙그레 웃었다.“저도 항상 고빈 씨의 고자질하고 싶지 않아요.
전호영은 꽃다발을 안고 사무실로 들어갔다.퇴근 시간이었기 때문에 많은 직원이 밖으로 나가면서 전호영이 꽃다발을 안고 들어오는 보습을 보았지만 모두 이상하게 여기지는 않았다. 만약 전호영을 보지 못한다면 아마도 이상한 일로 여길 것이다.“전 대표님.”다들 마음속으로 아무리 전호영을 비웃을지라도 겉으로는 여전히 공손하게 대했다.전호영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곧 그는 고씨네 남매에게 다가갔다.“현이 씨, 퇴근하시죠. 제가 데리러 왔어요. 같이 밥 먹으러 가요. 자, 받아요.”전호영은 꽃다발을 고현 앞으로 내밀었다.고현은 담담하게 말했다.“제가 말했어요. 제가 꽃다발을 좋아하지 않는다고요. 매번 올 때마다 꽃다발을 사 오지 마세요. 제 사무실이 곧 꽃집이 될 것 같으니까요.”전호영은 심지어 하루에 꽃다발을 여러 번 선물한 적도 있었다.고현은 전호영이 보낸 꽃다발을 쓰레기통에 버리면 전호영은 보복으로 그녀에게 더 많은 꽃을 보냈다.고현은 자신이 이 남자에게 곧 먹혀 죽을 것만 같았다.“꽃병을 더 사서 사무실로 보내드릴게요.”“저를 꽃병이라고 비아냥거리시려는 거에요? 제 사무실에는 꽃병이 가득 놓여 있거든요.”전호영이 웃으면서 말을 이었다.“제가 잘못했네요. 다음에는 이런 꽃들을 보내지 않고 다루기 쉬운 꽃들로 보낼게요. 현이 씨 사무실에 있는 그 꽃병들을 집으로 몇 개 가져가면 사무실이 꽃병이 줄어들 거 아니에요.”옆에 서 있던 고빈이 말을 이었다.“우리 형은 꽃다발을 좋아하지 않지만 제가 무척 좋아해요. 저에게 주세요. 제가 이 꽃들을 저의 여성 지인들이게 줄 테니까요. 돈도 절약할 수 있으니 너무 좋을 것 같아요.”“고빈 씨는 아직 퇴근 안 하셨군요.”전호영은 꽃다발을 고현의 품에 안겨주며 자연스럽게 고현의 손을 잡았다.고빈은 일부러 과장되게 말했다.“설마 이제야 저를 보신 건 아니죠? 혹시 시력에 문제가 있으신 건 아니죠? 잘 고려해 보고 짝을 찾으셔야지 아니면 시각장애인을 고를 수도 있어요.”“그건 제 눈에 현이 씨만
장 대표가 전호영의 차를 얼핏 보더니 말을 이었다.“전씨 가문의 셋째 도련님의 차였군요. 셋째 도련님은 정말 매일 고씨 그룹에 가서 고 대표님을 귀찮게 하는군요. 저는 그저 헛소문인 줄로만 알았는데.”“사실이에요. 고 대표님은 우리 장성에서 가장 젊고 우수한 대기업 대표님이죠. 그의 잘생긴 외모는 얼마나 많은 여자를 사로잡았는지 몰라요. 고 대표님은 강성의 모든 젊은 여자들의 이상형일걸요. 여자들도 해내지 못한 일을 전호영 도련님이 해내게 될 줄은 몰랐네요.”“하지만 외모로 보면 전호영 도련님과 고현 대표님은 참 잘 어울려요. 두 사람 중 한 명이 여자라면 정말 천생연분이죠. 하지만 아쉽게도 두 사람 모두 남자네요. 너무 아쉬워요.”두 사람의 만남은 수많은 얼마나 많은 여자의 부러움을 자아냈는지 모른다.강성의 명문 아가씨들도 전호영이라는 남자에게 진 것이 자못 못마땅했다.“두 분이 이미 서로 남녀 관계를 확정하셨나요?”장 대표는 계속해서 물었다.“제가 듣기로는 전호영 도련님이 아직도 고현 대표님께 구애하고 있다고 들었어요. 전호영 도련님의 일방적인 짝사랑 아닐까요? 사실 고현 대표님이 정상적인 남자인데 전호영 도련님이 게이일 수도 있죠.”“저도 잘 몰라요. 진실한 사실이 어떠할지 누가 알겠어요. 고 대표님은 냉담한 분으로서 수많은 대표님과 접촉하시지만 진정으로 친한 친구는 얼마 없어요. 고 대표님 속마음을 알 수 있는 사람은 정말 없거든요.”“하지만 고현 대표님께서 전호영 도련님을 점점 더 포용하고 있다고 들었어요. 전호영 도련님이 고 대표님을 위해 여성 옷을 입으며 여자로 분장한 적이 있거든요. 그 두 사람 중에서 아마 전호영 도련님이 더 비정상인 것 같아요. 고 대표님께서 좋아하는 사람이 여성이기 때문에 전호영 도련님이 여성 옷을 입었을 거라고 봐요.”전호영은 여성 옷차림으로 고씨 그룹에 왔기 때문에 수많은 사람이 그 현장을 목격했다. 그러나 모든 사람이 전호영을 위해 비밀을 지킬 수 없었을 것이다. 누군가가 소문을 퍼뜨리고 그렇게 일파
멀리 장성에 있는 전호영도 전이진이 보낸 카카오 스토리를 보았다. 그는 여운초와 전이진이 혼인 신고서를 받은 모습을 보고 무척 부러워했다.그는 결국 다시 자리를 떠나 호텔 사무실을 나오더니 차를 몰고 고씨 그룹으로 향했다.이때 고현이 사업에 관한 얘기를 방금 마쳤을 때였다.그녀는 일어나서 손을 뻗어 고객과 악수하며 부드럽게 말했다.“장 대표님, 수고하셨어요.”장 대표도 이내 대답했다.“즐거운 협력이 되길 바랍니다.”고현은 예의 바르게 말했다.“벌써 식사 시간이 되었네요. 우리 함께 식사하는 건 어때요? 제가 대접해 드릴게요.”“감사합니다, 고 대표님. 제가 이번에도 일정이 너무 빡빡해서 도저히 시간을 낼 수가 없네요. 곧 비행기를 타야 할 시간이거든요. 다음에요. 다음에 제가 고 대표님께 음식 대접해 드릴게요.”고현은 이해하며 말했다.“장 대표님께서 오신다면 당연히 제가 음식 대접해 드려야죠. 다음에 오시면 꼭 저에게 대접할 기회를 주셔야 해요.”“당연하죠. 약속드릴게요.”장 대표는 웃으며 대답했다.고현이 고빈에게 고개를 끄덕이며 쳐다보자 고빈은 눈치껏 일어나사 미리 준비한 특산품을 장 대표에게 가져다주었다.“장 대표님, 이것은 우리가 장 대표님을 위해 준비한 강성의 특산품이에요. 귀한 물건은 아니고 우리 강성의 특색이에요. 한 번 맛보세요.”장 대표는 사양하다가 웃으며 선물을 받았다.“고 대표님, 고마워요.”고현과 사업해 본 사람들은 비록 고씨 그룹의 오더를 따내기가 쉽지 않지만, 고현의 인품은 흠잡을 데가 없다고 했다.고현은 사람이 엄숙하고 차갑지만, 그녀와 사업을 해본 사람들 모두 그녀를 칭찬하곤 했다.하지만 이렇게 좋은 청년 인재가 동성애자라니... 아깝기만 했다.고현을 마음에 두고 있었던 많은 대표가 아마 정말 크게 실망했을 것이다.고현이 게이가 아니라면 그들은 모두 자신의 딸과 고현을 맞세워주고 싶어 했다.고현 남매와 고위층 몇 명 인사들이 함께 장 대표를 고씨 그룹 앞까지 배웅하고 장 대표 일행을 미리 준비
“이제 밥 먹으러 가자. 엄마가 관성 호텔에 예약해 놓았어. 가서 축하할 겸 밥 먹자. 그리고 모두한테도 관성 호텔에 오라고 전화해 놨어. 할머니께서도 너희 두 사람이 혼인 신고한 일을 아시고 무척 기뻐하셨어. 운초야, 내가 방금 네 고모도 초대했어. 너와 이진이 결혼에 관해 상의하려고. 아직 설이 몇 달 남았는데 그 전에 결혼식 좀 올리자.”명해은이 무척 급했던 모양이다.전이진과 여운초가 혼인 신고하자마자 바로 결혼에 관한 일을 상의하려고 했다.여운초의 새아버지와 친어머니는 아직 감옥에 있는데다 여운초가 그들에게 원한을 품고 있어 명해은은 혼례 문제에 관해서 여준희와 상의하려 했다.하지만 추미자는 결국 여운초의 친어머니였기에 명해은은 여운초의 뜻을 물었다.“운초야, 네 어머니께 말씀드려야 되지 않을까?”명해은은 추미자한테 축복을 받을 수 있을 것 같지 않기에 그냥 결혼 사실을 알려주기만 하면 된다고 생각했다.여운초는 한참을 생각하더니 이내 말을 이었다.“이진 씨와 함께 감옥으로 만나러 가서 말할게요. 저와 이진 씨 결혼에 대한 모든 일은 저의 작은 고모와 상의하면 돼요. 여씨 가문에 사람들이 수많지만, 저를 진심으로 생각해 주는 건 제 작은고모뿐이거든요.”여천우도 여운초와 사이가 가까웠지만, 아직 어리기에 이런 일에 관해 잘 모를 것이다.명해은은 웃으며 말을 건넸다.“그래. 알았어. 네 작은고모도 너희들이 혼인 신고한 사실을 아시고 무척 기뻐하셨어. 오후에 오신다고 하셨어.”여운초 전이진이 약혼한 뒤로 전씨 가문은 여운초의 배후에 서 있게 되었고 눈도 좋아지기 시작했다. 여준희는 이 가엽고 운이 좋은 조카를 전이진에 맡기게 되니 매우 안심했다.여준희도 그녀의 집안에 일이 너무 많았기 때문에 친정집에 가는 횟수가 예전보다 줄었다.여운초 남매는 서로 자주 연락했다.여운초는 작은고모를 어머니로 여기고 있었다.그녀는 친어머니에게서 받지 못한 모성애를 여준희에게서 느꼈다.“언제 면회를 하러 가려고?”“오후에 가려고요. 감옥에 가서 보고
전현민도 벙글벙글 웃으면서 말했다.“그래, 이건 세상에 둘도 없는 경사야. 우리는 기뻐서 덩실덩실 춤이라도 추고 싶다. 이진아, 이미 이르지 않으니 어서 운초랑 들어가 절차부터 밟아. 직원들 퇴근 시간이 다 되어간다.”부모님의 재촉을 받은 전이진은 여운초의 손을 잡고 어머니 손으로부터 가족관계등록부와 다이아몬드 반지를 받아서 구청 안으로 걸어갔다.명해은 부부는 돌아가지 않고 밖에 서서 두 사람이 나오기를 기다렸다.전현민은 아내 쪽으로 고개를 기울이며 말했다.“이러고 있으니 32년 전에 우리 둘이 이곳에 와서 결혼 증명서를 받던 날이 생각나네. 마치 어제 발생한 일과 같은데, 벌써 우리 큰아들이 이곳에 오다니... 세월이 참 빠르긴 빨라. 우리도 늙을 때가 되긴 됐나 보네.”그는 아내의 손을 잡으면서 말을 이었다.“난 당신과 백년해로하겠다고 약속했었지.”명해은도 감격해서 말했다.“그러게요, 세월이 유수와 같다는 말이 딱 맞아요. 난 아직도 자신이 18살인가 하는데 우리 큰아들이 벌써 서른이네요. 우린 정말 늙었나 봐요. 부인하려야 부인할 수가 없네요.”“당신은 조금도 안 늙었어. 내 눈에는 당신이 관음보살과 같이 해마다 18살이야.”명해은은 몸 관리를 잘해서 전이진과 함께 나가면 모르는 사람들이 두 사람을 남매로 착각할 정도였다.전현민도 몸 관리를 잘하는 편이었지만, 젊은 시절에 전씨 가문의 사업에 몰두했기에 심신이 많이 상해서 귀밑머리가 희끗희끗 해졌다.은퇴한 후, 아내의 성화에 못 이겨 몇 번 염색은 했었지만, 그래도 아내와 같이 서면 아내보다 10살은 더 많아 보였다. 사실, 두 내외는 불과 한 살 차였다. 명해은은 남편의 칭찬에 웃음보를 터뜨렸다.“나도 해마다 18살이 되고 싶지만 그렇게 안 되네요. 내가 아무리 몸 관리를 잘한다 해도 늙기 마련인걸요.”“내가 당신과 함께 늙어 갈 테니 두려워하지 마. 내가 당신보다 훨씬 늙어 보여.”명해은은 웃으면서 말했다.“전 두려울 것 없어요. 당신만 내 곁에 있어 준다면 하늘이 무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