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태윤은 화나지 않지만 하예정에게 자신이 웃는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는다.그는 건물 안으로 들어가 아내가 따라오지 않는 것을 눈치채고 멈춰 서서 고개를 돌리며 엄숙하게 묻는다. "거기서 하룻밤 서 있을 거야?"하예정은 정신을 차리고 얼른 달려온다."태윤 씨, 화나지 않아요?"전태윤은 냉담하게 그녀를 쳐다본다. 그의 눈빛이 줄곧 차갑다. 손을 내밀어 그녀의 이마를 다시 한 번 찌르며 말한다. "다음엔 이런 일이 있음면 안 돼!"하예정은 마치 잘못을 저지른 아이처럼 손을 들어 다짐한다. "다시는 그러지 않을 거라고 약속해요."전태윤은 말없이 몸을 돌려 가버린다. 하예정이 재빨리 뒤를 따른다.전태윤의 건장한 뒷모습을 보니 하예정은 술기운이 깨운다. 마음속으로 할머니가 그를 넘어뜨리라고 하셨는데 그의 차가운 모습을 보니 정말 자신이 없다고 생각한다.하지만 그를 희롱하는 것은 정말 재미있다.그녀는 술을 한 잔 마신 후에야 감히 이렇게 그를 희롱할 수 있었고, 평소에 기껏해야 그의 얼굴을 만져 봤을 뿐이다. 그의 얼굴을 만질 때에도 색마처럼 그녀를 경계했는데, 마치 그녀가 그의 얼굴을 만지지 않고 그의 바지를 벗기듯 했다.집으로 돌아오자 전태윤은 곧장 주방으로 들어간다.하예정은 전태윤이 무엇을 하려는지 몰라 그에게 한마디 물어도 그가 대답하지 않자, 그녀는 더 이상 사서 고생하지 않고 베란다로 가서 그네 의자에 앉아 의자 등받이에 몸을 기대면서 발끝을 땅에 대고 가볍게 흔들거린다.마음속으로 언니의 혼인을 생각하고 있다.그녀와 전태윤은 초고속 결혼을 했다. 결혼 전에는 두 사람이 서로 모르는 사이다. 결혼 후 두 사람은 서로 손님을 대하듯이 존경하는데 아마도 서로가 아직 잘 알지 못해서 그런지 다들 자신의 단점을 드러내지 않았나봐.그런데 부인할 수 없는 것은 그녀가 언니보다 좀 더 편안하게 산다는 것이다.적어도 전태윤이 아무리 그녀를 대해도 그녀는 슬퍼하지 않을 것이다. 전태윤을 사랑하지 않기 때문이다!하지만 언니와 형부는 여러해 동안 서로 사
몇분이 지난뒤 하예정은 혼자 중얼 거렸다. "난 뭐 더가고 싶은가 해? 언젠간 들어오라고 사정해도 안 들어갈거야."자기도 방에 들어가면 문을 장군다는것을 생각한후 하예정은 더 이상 중얼거리지 않았다. 이것은 초고속 결혼의 후유증이다.전태윤이 직접 끓여준 해장국을 먹고 하예정도 방으로 들어가 쉬었다.그날 밤에는 더 이상 말이 없었다.이튿날, 하예정이 일어났을때 해가 벌써 중천까지 떠있었다.그는 침대 머릿장에서 핸드폰을 들고 시간을 보니 벌써 7시였다. 일찍 일어나는데 습관을 들인 그에게는 지금까지 자는것은 아주 드문일이다. 그는 보통 아침 6시면 일어난다.어제 저녁이는 술을 한잔했기 때문이다.그래도 다행이 아침에 일어난후 두통은 없었다.그런데 지금 배가 너무 고프다.어제 저녁에 언니가 힘들까봐 언니집에서 밥먹을때 얼마 먹지도 않았다. 그래서 지금은 더욱 배고프다.제일 빠른시간으로 옷을 갈아입고 세수를 하고 방에서나왔다. 주방으로 가서 아침을 준비하려고 했는데 식탁에는 이미 여러가지 음식들이 차려져있었다. 심지어 그가 좋아하는 광동식 아침밥이였다. 식탁에는 여러가지 딤섬들이 차려져 있었다.전태윤은 주방에서 죽을 두그릇 들고 나왔고 하예정이 일어난것을 보고는 담담한 말투로 입을 열었다. "내가 일어날때 보니 아직 안 일어났길래 나가서 음식을 좀 싸왔고 죽도 끓였어.""이것 다 당신이 만든줄 알았네요." 하마트면 셰프라고 칭찬할뻔했다.나가서 사온것이였구나.하예정은 배가 고파서 남편이랑 더 예기하지 않고 식탁 앞에 앉았다. 그는 젓가락을 들고 새우만두를 하나 집어 먹었다."맛있어요, 근처에 있는 식당에서 산것은 아니죠?"일반 아침을 파는 식당에는 광동식 아침을 팔지만 맛은 늘 그닥지 않다. 맛이 레스토랑에서 파는것만큼 못하다."차를 몰고 관성 호텔에 가서 사왔어. 관성 호텔의 아침은 양식이 많고 맛있음으로 유명해. 그래서 안 먹으면 먹었지 먹으려면 제일 좋은것으로 먹어야지.""실은 전태윤이 경호원을 시켜 호텔에서 사온것이다.""은, 나
"언니 대신 화풀이하지 말라고 한 것도 아니고, 언니와 형부가 사이가 틀어지고 진짜로 돌아설 여지가 없어지면 형부한테 가서 따지는 걸 응원할게."시무룩하게 닭발을 갉아먹은 후 하예정은 "태윤씨의 말 일리가 있어요. 제가 성질을 다스리고 손을 대지 않을게요, 하지만 우리 언니가 처가 식구 없다고 언니를 업신여기지 않게 경고는 줘야 해요."라고 했다.전태운은 그녀가 자기의 의견을 들은 것을 보고, 더 이상 말을 하지 않았다.실컷 먹고 마신 뒤, 잠시 앉아 있다가 두 사람은 함께 밖으로 나섰다.하예정이 언니를 걱정하는 것을 알고, 전태운은 그녀를 가게로 데려다주기 전에 길을 돌려 하예진 쪽으로 가서 하예정이 언니의 상황을 보게 하였다.그의 친절함에 하예정은 감동을 받았다.어젯밤에야 전태운을 놀리지 말자고 스스로 경고했지만, 그의 자상함에 하예정은 그 경고를 까맣게 잊어버렸다.효진이 말하길, 전태윤은 정말 괜찮은 사람이라고 했다. 아직 부부인 사이의 틈을 타서, 한번 노력해 보라고 했다. 반년 약속은 이미 한 달 지났고, 아직 5개월 남았으니, 전태윤과 정을 쌓아 진정한 부부가 될 수 있도록 나중에 후회하지 않게끔 노력하라고 했다.성소현이 말했듯이, 사랑하면 추구해야 하고 실패해도 열심히 노력했으니까 전 도련님을 얻지 못했다 하더라도 아쉬운 게 없을 것이라고.그에게 선물한 파키라 아쿠아티카를 보고 "당신의 파키라 아쿠아티카는 아직 차에 있어요." 라는 말을 건넸다."이따가 회사로 돌아가면 내 책상 위에 올려놓을게."하예정은 웃으면서 "누가 물어보면 많은 추천 부탁드려요." 라고 했다."알겠어."전태윤은 시원하게 대답했다.그는 소정남에게 하예정의 온라인 쇼핑몰에서 공예품을 더 많이 주문하라고 할 것이다.소정남: "왜 또 저예요?"하예정은 원래 잠시 후 주씨 집안에 가서 형부를 찾아가 얘기를 나누려고 했는데, 뜻밖에도 주씨 가족이 먼저 그녀를 찾아왔다. 하예정은 길에서 심효진의 전화를 받고 주형인의 어머니와 누나가 가게에서 기다리고 있다는 것
"전 대표, 그만 좀 하면 안 돼요, 나 지금 결혼할 생각이 없다고요."전태윤이가 솔로에서 벗어나자, 솔로인 그를 차마 볼 수 없었는지 늘 아내가 있다는 좋은 점만 이야기했다. 그를 끌어들여 솔로에서 벗어나게 하려는 것이 아닌가?"어, 오늘 왜 이 옷을 입었어요?"눈치 빠른 소정남은 전태윤의 양복 외투가 예사롭지 않다는 것을 눈치채고 "왜 자주 입던 브랜드를 바꾸었어요?"라며 물었다.전태윤은 고집이 센 사람이다.어느 브랜드가 마음에 들면, 그 브랜드의 옷을 장기적으로 입는 스타일이라서 쉽게 브랜드를 바꾸지 않는다.전태윤의 안목으로는 평소에 입는 양복이 꽤 비싼데 오늘 입은 양복은 기껏해야 몇만 원짜리로 보였다.이건 전태윤의 스타일이 아니다.소정남은 전태윤의 뒤를 따라 "대표님, 혹시 우리 전씨 그룹에 재정위기가 생겼습니까? 그래서 돈을 아끼려고 길거리표를 입은 거예요?" 라고 관심인 듯 물었다.몇만 원짜리 양복 한 벌이 소정남 같은 부잣집 눈에는 길거리표처럼 보였다.전태윤은 사무실로 들어가서야 "전씨 그룹에 재정위기가 닥치면 이 총특보가 그걸 모를 리가 있겠어요? 이건 제 아내가 저에게 준 새 옷인데, 왜요, 안 예뻐요? 잘 어울리고 편한데요"라고 말했다.소정남: "......"그래, 차라리 묻지 말자, 애정행각인 게 분명했다.사모님이 대표님에게 선물한 새 옷을 당연히 체면을 봐서 한 번 입어야 했다.소정남은 상사이자 친구인 전태윤이 사모님에게 점점 호감이 가고 있다는 것이 느껴졌다. 그렇지 않으면 전태윤은 죽어도 이 옷을 입지 않았을 것이다.상사의 모습을 보니 아직 사모님에 대한 호감을 느끼지 못하고 있는 것 같았다.소정남은 볼거리가 있을 것이라고 여겼다.전태윤이 무슨 생각인지는 항예정은 모른다. 가게에 들어가자, 하예정은 언니의 시어머니와 형님이 계산대 앞에 앉아 기다리고 있는 것이 보였다. 효진이 모녀에게 따뜻한 물을 한 잔씩 따라 앞에 놓았지만, 그녀들은 마시지 않았다.하예정이 들어오는 것을 보고 두 모녀는 안색이 안
주서인의 말을 듣고 억누르고 있던 화를 더 이상 참을 수가 없었다. 그래도 하예정은 매너 있게 주 언니를 향해 상을 치지 않았다.하예정은 여유 있게 계산대에 들어가 앉아 주서인을 보고 "서인 언니, 우리 언니가 형부를 때렸다고요? 두 눈으로 직접 봤어요? 우리 언니가 먼저 손을 댔어요? 형부는 반격하지 않았고요? 형부는 어떻게 맞았어요? 입원했어요?" 라고 물었다.주서인은 뻔뻔하게 "형인이가 먼저 손을 댔어도 뭐 어때? 네 언니는 본때를 보여 줘야 했어, 그날에 형인이가 혼을 주고 싶었는데, 네가 네 남편을 데리고 와서 네 언니의 체면을 세워주려고 우리도 형인이를 설득해서 손을 안 댄 거야."라고 했다."네 언니가 그런 짓을 했는데 어느 남자가 그냥 가만있겠니? 잘못해서 남편한테 맞은 건 쌤통이지, 어디서 반격하려고 해? 형인이를 눈탱이가 밤탱이 되도록 때려놔서 형인이가 겁이 나서 며칠 동안 집에도 못 들어가고 말이야.""예정아, 넌 네 언니보다 몇 살 어린 건 맞지만 그래도 시집을 갔으면 어느 정도로 책임은 입어야지, 넌 네 언니의 처가 식구이니 이번 일은 너를 찾아 이야기할 수밖에 없어. 어떻게 처리할지는 말해 줄게, 언니보고 선물을 사 오라고 하고, 우리 집에 와서 형인에게 사과해서 다시는 형인과 싸우지 않겠다고 각서를 쓰고, 형인이를 집으로 데려가."주서인의 말을 듣고 하예정과 심효진은 모두 충격적이었다.하예정은 주서인이 보통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었고, 지난번에 언니가 왔을 때도 주서인 얘기를 털어놓은 적이 있었는데 지금 보니 주서인은 참으로 기가 찬 사람이었다.하예정은 어이가 없어서 웃음이 저절로 나올 뻔했다.주서인이 말을 마치자 주씨 집안 어머니도 "예정아, 서인 언니 말이 맞아, 어느 집 마누라가 일도 안 하고 집에서 밥도 안 하겠는가?" 라고 말을 이으며 하예정에게 말할 틈도 주지 않았다."형인이가 출근해야 해서 일도 바쁜데 집에 와서 따뜻한 점심밥도 먹지 못하고 혼자서 밥을 해 먹어야 하니 마누라 없는 독신남하고 무슨
주서인은 "아이는 자기가 낳고 자기가 책임져야지 시부모가 손자를 돌볼 의무는 없잖아."라고 말참견했다."맞아요, 아이는 자기가 낳고 자기가 책임져야 하는데 서인 언니는 왜 혼자서 책임 안 지는 거죠?"주서인은 "내 부모는 좋아서 나를 도와 아이를 돌보는 거지, 아니면 너도 언니보고 엄마 아빠한테 가서 아이를 돌봐달라고 해." 라고 말했다.하예정은 주서인 앞에 있는 물을 들고 바로 주서인의 얼굴에 뿌렸다."아! 하예정, 뭐 하는 거야!""입이 너무 더럽고 독해서 씻어주는 건데요?"하예정은 차갑게 두 모녀를 째려보았다.주서인은 화가 나서 손을 대려고 했지만, 주씨 집안 어머니에게 말렸다. 그러고는 "예진의 부모님은 이미 십여 년 전에 돌아가셨어, 심술궂은 말을 했으니 예정이도 화가 날 만하지." 라고 했다."그래도 내 얼굴에 물을 끼얹으면 안 되지, 옷도 다 젖었고, 하예정, 내 옷이 얼마인지 알아? 배상할 수 있겠니?"심효진은 옆에서 힘껏 바닥을 쓸고 있다가 마침내 기회를 잡아 끼어들었다. "이 옷이 진짜면 몇십만 원 되겠지만, 아쉽게도 그쪽이 입은 것은 가짜라서 값도 안 돼요. 혹시 20만 원 넘게 이 옷을 쌌다면 사기당한 것인데, 그렇게 많은 돈을 쓰지 않았다면 기껏해야 몇만 원밖에 안 들어요."주서인은 굳은 얼굴로 심효진을 가리키며 "그쪽이 뭘 알아요? 그쪽이야말로 가짜 입은 거 아니에요? 이건 진짜예요, 20만 원이나 넘는 옷을 그쪽이 입을 자격이 있습니까? 못 입으면 질투해서 가짜라고 하지 마세요."라고 했다.심효진은 "흥!" 하고 "제 옷은 아무거나 한 벌에 몇십만 원 들고요, 명품이면 몇백만 원 드는데, 그쪽 옷은 우리 집에서 겨우 식탁을 닦는 행주뿐이에요." 라고 했다."너......"주서인은 열이 나서 낯빛이 퍼렇게 되었다.몇만 원 주고 산 게 맞아서 마음도 좀 허술하기도 했다. 이 브랜드의 공식 웹사이트에서 찾아보면, 옷이 모두 몇십만 원 씩 파는데, 자기도 이것이 진짜라는 보장이 없었다."하예정."주서인은 소리를
"물론 서인 언니가 남편의 노예처럼 살고 있는 것에 대해서는 의견이 없어요, 하지만 나 하예정의 언니는 노예가 아닙니다, 요즘은 남녀가 평등하고 부부가 평등한 시대이니, 누구도 누구보다 귀하지 않습니다.""당신은 참고 견디는 것은 당신의 선택이고요, 근데 우리 언니한테는 참고 견디라고 하지 마세요.""싸우는 일은 주홍인이 먼저 손을 댔고, 우리 언니를 죽도록 때렸으니까 우리 언니도 살려고 저항한 것이에요. 그니까 정당방위라고요! 우리 언니한테 사과받으려는 것은 불가능해요. 돌아가서 주홍인보고 우리 언니에게 사과하라고 설득하는 게 오히려 맞지 않나요?"하예정은 차가운 표정을 지으며 사돈에게 미움을 살까봐 하는 두려운 기색도 전혀 없었다. "당신들이 우리 언니가 돈을 벌지 않고 돈만 쓴다고 생각한다면 우리 언니를 돌려보내도 좋아요. 근데 손은 대지 말라고요. 당신들은 당신의 아이들을 아끼는 만큼, 나도 언니를 아낀다고요.""그리고 그날 언니가 하루에 20만 원 넘은 옷을 산 것은 맞아요. 그것도 제 남편을 데리고 식구를 만나야 해서 언니가 체면을 차리기 위해 언니 가족 모두에게 새 옷을 산 겁니다. 혼자에게만 쓴 것이 아니라고요. 이 일로 우리 언니가 집안 망해 먹는다고 여겨서는 안 되죠.""우리 언니가 시집간 후 오랫동안 새 옷도 못 사 입고, 이번에 딱 한 번 옷 샀다고 너무 몰아붙이는 거 아니에요? 당신 주씨 집안은 진짜 너무 너그러우시다, 며느리에게까지 너그러워서 현판을 선물하고 싶을 정도예요."주씨 집안 모녀는 하예정의 말에 낯 가렵다가 어두워졌다가 하였는데, 물론 어두운 표정들이 많았다.그녀들은 항상 자신들이 옳고 하예진은 틀렸다고 생각한다."언니가 하루 밥을 안 했다고 주홍인이 아내 없는 것과 같다고 하고, 반대로 우리 언니도 남편이 있는 것이 없는 것과 같잖아요. 아내 자식도 못 키우는데 무슨 결혼을 해요? 당신들과 평생 살지.""그리고 우리 언니가 아무것도 안 하는 것도 아니잖아요. 아주머니, 따님 집에서 이것저것 다해주시는데 집
"너도 우리처럼 걔들이 잘되기를 바라고 있으리라 생각해. 결혼하면 갈등이 생기기 마련이고 그것도 금방 화해되니까 너무 많이 따지지 말자.""주형인은 다리가 부러졌나요, 아니면 집으로 가는 길을 모르나요? 꼭 우리 언니가 데리러 가야 해요?"언니더러 주씨 집안에 가서 주형인를 데려오라고 하면, 분명 주씨 가족들한테 괴롭힘을 당할 것이다. 그리고 데려오라는 것은 먼저 고개를 숙이라는 뜻이기에 하예정은 절대로 언니가 사과하는 일을 일어나지 못하게 할 것이다.돌아오고 싶으면 돌아오고 싫으면 계속 부모님 집에서 살든가.언니가 오히려 더 편하지."애가 왜 이래 고집이니?"주씨 집안 어머니는 화가 나서 하예정한테 한 소리를 했다."어차피 형인이 집에 안 들어가면 네 언니 생활비도 안 줄 테니까 각오해. 네 언니가 스스로 먹여 살릴 수 있다면 평생 우리 집안에 들어오지 마."그러고는 주씨 집안 어머니는 딸을 데리고 나갔다."너희 자매가 어디까지 갈 수 있는지 어디 한번 보자!"주씨 집안 어머니는 입구까지 가서도 고개를 돌려 한마디 했다.하예정은 무표정한 얼굴로 참고 또 참아 물건을 부수지 않았다.언니는 참으로 시집을 잘 못 갔다.사람들은 여자가 시집을 가면 남자의 인품을 봐야 할 뿐만 아니라 그의 집안 상황도 잘 살펴봐야 한다고 했다."예정아, 너도 정말 성격이 좋구나, 나라면 진작에 빗자루로 쳤을 텐데, 진짜 너무 화가 난다, 이렇게 얄미운 사람도 처음 봐, 네 고향 친척과 비슷하겠어."심효진은 옆에서 들으면서 화가 나 죽을 지경이었다."그녀들이 손을 대지 않으면 나도 손대기 힘들고, 입만 놀리면 난 지지 않아. 이런 얄미운 사람들과 화를 내면, 내 몸만 상하지. 효진아, 넌 아직 결혼 안 했으니까, 앞으로 눈을 크게 뜨고 남자와 그의 집안을 잘 보아야 해, 시집 잘 못 간 것은 정말 평생 후회할 일이야."언니는 결국에 사람을 잘 못 본 것이었다.지금 하예정이 바라는 것은 언니가 빨리 결단을 내려서 주형인과 이혼하는 것이다.언니의 상황을
화분과 꽃들을 감상한 하예정은 소파에 다시 앉았다.그리고 핸드폰을 꺼내 하예진에게 메시지를 보냈다.[언니, 동명 오빠가 우빈을 데리고 공항에 갔어요. 저녁에 도착할 수 있을 거예요.]하예정이 곧 전화를 걸어왔다.“언니. ”“나도 동명 씨에게서 메시지를 받았어. 두 사람 곧 공항에 도착할 거라고 했어. 좀 이따가 도착하면 함께 식사하려고 기다리고 있어.”금요일에 우빈은 일찍 하교했다. 관성에서 강성으로 날아가려면 몇 시간밖에 안 걸리기 때문에 하예진은 조금만 더 기다려 노동명과 우빈과 함께 밥 먹을 수 있었다.“우빈이 아빠가 데리러 갔다고?”하예진이 하예정에게 물었다.“아침에 우빈을 유치원에 데려다주다가 주형인 씨를 만났어. 마침 손님을 근처로 데려다주다가 들렸다고 하더라고. 겸사겸사 유치원에 들러서 우빈이가 보고 싶어서 왔다고 했는데 그때 우빈이가 이미 유치원에 들어갔거든.”그러나 하예정은 주형인의 말이 믿기지 않았다.“난 형인 씨가 일부러 유치원으로 갔다고 느껴져. 방금 형인 씨가 우빈과 동명 오빠가 부자처럼 친해진 걸 보더니 질투하고 있는 것 같았어. 우빈을 데려가겠다고 하는 거 있지. 근데 우빈은 형인 씨에게 끌려갈까 봐 동명 오빠와 함께 강성으로 가겠다고 조르더라고. 내가 보기엔 우빈이는 이제 점점 주씨 집안 사람들을 싫어하는 것 같아.”하예정은 비꼬며 말했다.주씨 집안은 유일한 손자 우빈을 매우 걱정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그들의 행동으로 보면 우빈에 대한 감정이 깊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많은 경우에 우빈을 이용하고 싶은 마음이 더 큰 것 같았다.그러나 주형인은 우빈에게 진심이었다. 어쨌든 친부 자이니까.하지만 주형인은 먼저 바람을 피우고 이혼까지 했으며 바람난 상대와도 결혼까지 했다.그러나 지금 하예진과 노동명의 일을 알게 된 후로 마음이 불편해져서 하예진에게 다시는 그녀를 방해하지 않겠다고 말했지만 실제로 우빈 앞에서는 노동명의 온갖 험담을 했다.우빈은 똑똑한 아이라 누가 그에게 잘해주는지 마음속으로 잘 알
“네. 우빈아, 안녕! 잘 다녀와.”“이모 안녕히 계세요.”우빈은 노동명에 의해 차에 올라타게 되었고 고개를 돌려 하예정에게 손을 흔들며 작별 인사를 했다. 그리고 주형인을 바라보며 입술을 약간 오므리다가 작별 인사했다.“아빠. 다녀올게요.”주형인은 웃으면 지었다.노동명은 우빈을 데리고 경호원과 함께 곧바로 떠났다.여운별은 들통날까 봐 모두가 그녀를 주목하지 않는 틈을 타서 조용히 자리를 피했다.어린이를 데리러 온 부모님들은 픽업 카드를 선생님께 제출하기만 하면 어린이들은 곧 선생님의 안내로 나올 수 있었다.오래 기다리지 않아도 된다.그러나 그녀가 여기서 계속 기다리면 소위 시누이라는 존재를 데려오지 못하면 하예정의 의심을 받을 것이다.노동명의 차가 멀어지고 나서야 하예정은 자신의 차로 돌아와 차를 몰고 곧 유치원을 떠났다.주형인만 그 자리에 덩그러니 서서 쓸쓸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그는 친아들이 자신과 점점 멀어지는 것을 종종 느끼고 있다.때때로 그는 우빈의 양육권을 되돌려 받으려고 다시 소송을 제기하고 싶었다. 아이들은 함께 사는 사람들과 친해지기 마련이니까.주경진 부부도 찬성했다.하지만 충동은 충동일 뿐, 방금 진정되었다.우빈의 양육권을 가져오면 우빈이는 많은 것을 잃게 될 것이니까.주형인의 세계와 하예진의 지금 세계는 너무 큰 차이가 났다.우빈의 미래를 고려하여서라도 주형인은 아들의 양육권을 다시 쟁탈할 생각을 단념했다.우빈이 주형인과 친하지 않더라도 어쨌든 그의 친자식이었다.앞으로 우빈에게 큰 능력이 생기면 주형인도 체면이 크게 설 것이다.하예정은 회사로 돌아가지 않고 바로 전씨 그룹으로 향했다.전태윤은 손님을 만나러 밖으로 나가고 회사에 없었다. 그러나 곧 돌아올 거라 하예정은 대표 사무실에서 기다리고 있었다.전태윤의 사무실은 예전보다 조금 변했다. 간식 캐비닛이 하나와 화분 몇 개가 늘었으며 인형도 몇 개 더 생겼다.화분은 부자 나무, 돈나무, 부귀 나무 등이 놓여있었다.물론 하예정이 그녀의 남편을 위해
그리고 주형인의 집에 가면 우빈은 늘 주경진이 자신을 보며 한숨만 내쉬는 장면을 봐야 했다.김은희는 우빈에게 집에 돌아가서 하예진과 주형인이 재혼하도록 설득하라고 가르치곤 했다.우빈은 아직 어려서 재혼이 무슨 뜻인지 모른다고 하자 김은희는 아빠와 엄마가 다시 함께 살게 하는 거라고 자상하게 설명까지 해주었다.우빈은 스스로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엄마와 함께 살고 싶을 뿐 아빠와 살고 싶지 않다고 명백하게 자신의 입장을 밝혔다. 그리고는 주형인 집에 있으면 임정한이 늘 우빈의 장난감을 빼앗았다. 지금은 주경진 부부가 임정한의 편을 들지 않지만, 주서인은 여전히 우빈에게 그의 집에 돈과 장난감이 그토록 많은데 인색하게 임정한에게 놀게 하지 않는다고 잔소리 했다.어리석은 주서인은 심지어 돌려쓸 자금이 모자란다고 어린 우빈에게 돈을 가져다 달라고 설득했다!그러나 우빈은 그에게는 돈이 없다고 거절했다. 그의 돈은 전부 하예진이 도맡아 저축해 주었다면서 말이다.주서인은 그 말을 듣더니 우빈에게 왜 그토록 어리석냐면서, 왜 자신이 돈을 손에 넣어두지 않느냐고 따졌다.하여 우빈은 점점 더 주서인을 싫어했다.주씨 집안은 더 이상 하예진을 방해하지 않기로 약속했다. 우빈이가 보고 싶을 때면 항상 하예진에게 우빈을 데려다 달라고 하거나, 그들의 주씨 집안 사람이 직접 유치원 입구에서 우빈을 데리러 간 후 전화로 하예진에게 알리곤 했다.하예진의 동의 없이 우빈을 유치원에서 데려갈 수 없었다.하예진이 동의하지 않으면 친아버지인 주형인이 데리러 간다고 해도 우빈을 데려갈 수 없었다.누가 예전에 주씨 집안 사람더러 우빈을 따돌려 숨겨놓고 하예진이 아들을 못 보게 숨기라고 했는가!제 버릇 개 못 준다더니, 특히 주서인과 김은희는 매우 못마땅했지만, 하예진 앞에서는 감히 드러내지 못했다.우빈은 똑똑한 아이인지라 주씨 집안의 사람들이 전부 좋은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어서 주형인이 출근하지 않고 집에서 그와 함께 놀아주지 않는 한 주형인의 집에 가는 것을 꺼렸다.
우빈은 고개를 돌려 하예정에게 물었다.하예정은 웃으며 대답했다.“챙겼어. 걱정하지 마. 동명 아저씨가 시간 아끼려고 여기까지 마중 나온 거야. 가자! 너희 엄마가 강성에서 두 사람을 기다리고 있으니까.”우빈은 기뻐하며 노동명에게 말을 건넸다.“아저씨, 그럼 우리 빨리 가요. 우리 엄마 오래 기다리게 하면 안 돼요.”노동명은 녀석을 끌어안고 자신의 허벅지에 앉히며 말을 건넸다.“자, 그럼 지금 출발했다!”노동명은 경호원에게 앞으로 가라고 손짓했다.개인 비행기가 유치원 입구에 주차하는 것이 마땅치 않아 노동명은 우빈을 데리고 공항으로 가야 했다.“우빈이 안 배고파?”노동명이 묻고 있었다.“유치원에서 간식 좀 먹었어요.”점심 휴식시간이 지나면 유치원에서 아이들에게 늘 간식을 제공한다.우빈은 먼 길을 떠날 것을 알고 간식을 많이 먹었던지라 녀석은 지금 전혀 배고프지 않았다.노동명은 웃으며 말을 이었다.“배고프면 차나 비행기 위에서 간식 좀 먹자. 우리 밥 먹지 말고 네 엄마를 만나면 함께 식사하자.”“네.”노동명은 우빈이가 배고플까 봐 다정하게 여러 쥬스와 간식을 많이 준비해 놓았다.하예정도 두 사람을 위해 간식들을 준비해 왔다.그녀는 먼저 차에 가서 우빈의 작은 여행 가방을 꺼내 노동명의 경호원에게 건네주었다.“예정 씨, 우빈이를 제 차에 태워요. 우리를 공항까지 데려다줄 필요 없어요. 힘들어요. 오다 다가 시간도 한참 걸릴텐데. 제가 우빈을 데리고 있으니 안심하세요. 우빈이 머리카락 한 올도 빠지지 않으리라고 맹세할 수 있어요.”하예정은 웃으며 말했다.“그래요. 그럼 저는 배웅하러 가지 않을게요. 우빈아, 도착해서 엄마 만나면 이모한테 문자 한 통 보내라고 전해줘. 그리고 이모도 많이 생각해야 해.”우빈은 하예정에게 손을 흔들며 작별 인사를 했다.“이모, 그리고 이모부, 다른 이모들도 많이 생각할게요.”노동명은 농담하며 말을 건넸다.“우빈아, 그렇게 많은 사람을 다 생각할 수 있겠어?”모두가 빵 터졌다.우빈은 진지
“이모! 아저씨!”우빈이가 달려 나왔다.그는 멀리서 하예정과 노동명을 보자마자 바로 선생님의 손을 뿌리치고 작은 가방을 멘 채로 빠르게 달려왔다.선생님은 깜짝 놀라 재빨리 그의 뒤를 쫓아왔다.“우빈아, 너무 빨리 뛰지 마. 넘어져! 조심해야지.”하예정이 몇 발짝 앞으로 나가며 소리쳤다.눈 깜짝할 사이에 우빈은 하예정의 곁으로 달려갔다.하예정은 쪼그리고 앉아 그를 안아 주었다. 그러다가 곧 몸부림치며 내려왔다.“이모 뱃속에는 제 동생이 있어요. 동생이 지금 자라는 중이라 이모가 저를 안아 주면 제가 이 동생을 누를지도 몰라요.”우빈은 가끔 이모의 배를 만지면서 하예정 배속의 동생과 인사 나누기도 했다.심지어 배속의 동생에게 왜 여동생이 아니고 남동생이냐고 묻기까지 했다.안타깝게도 그 동생은 아직 그에게 답을 줄 수가 없었다.하예정은 녀석에게 한 달 후, 동생에게 인사를 건네면 움직일 것이라고 말해 주었다.그때면 태아의 움직임이 확연히 드러나게 될 것이다.하예정이 웃으며 말을 건넸다.“괜찮아. 우리 우빈이 전혀 무겁지 않은걸. 동생을 누르지 않을 거야.”임신해도 우빈이 정도는 거뜬하게 안을 수 있었다.다만 다들 우빈이가 함부로 움직여 실수로 그녀의 배를 다치게 할까 봐 안게 하지 못했을 뿐이다.우빈도 철이 든 아이였다.하예진이 그에게 다시는 하예정 품에 안기지 말라고 한 말을 여전히 기억하고 있었다.아까는 너무 기뻐서 참지 못하고 하예정에게 안긴 것이다. 하하!“아저씨.“우빈은 즐겁게 노동명의 앞으로 뛰어갔다.그는 자연스레 노동명의 허벅지에 올라가 두 손으로 노동명의 목을 껴안으며 달콤하게 소리쳤다.“아저씨, 보고 싶었어요.”“아저씨도 우리 우빈 너무 보고 싶었어.”노동명은 어린 녀석을 껴안으며 마음이 따스해졌다.“어제 아저씨를 못 봤더니 태윤 이모부가 말씀하신 것처럼 하루 못 봤더니 일... 일...”우빈은 전태윤이 한 말이 갑자기 생각나지 않았다.그 뒷부분의 구절이 기억나지 않았다.“하루 못 보니 일 년이나
하예정의 차는 노씨 그룹 입구에 멈춰 서서 노동명이 나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다.노동명은 하예정을 오래 기다리게 하지 않고 2분도 채 되지 않아 차를 타고 나왔다.“예정 씨.”노동명은 차창을 내리누르고는 웃으며 말했다.“우빈의 여행용 가방은 저에게 맡기면 돼요.”하예정이 대답했다.“어차피 저도 바래다 드려야 해요. 오빠, 우빈이 물건들도 전부 제 차에 있으니 먼저 우빈이 데리러 유치원에 가보세요. 유치원에서 곧 하학해요.”“네.”그러자 노동명이 물었다.“태윤이는 안 왔어요?”“너무 바빠서 얘기도 안 꺼냈어요.”노동명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 친구는 정말 바쁜 친구였다.하예정이 먼저 차를 몰았고 노동명의 차도 곧 뒤를 따랐다.그런데 유치원에 도착하니 뜻밖에도 여운별을 만나게 되었다.여운별은 매일 유치원 입구에서 하예정과 우연히 만날 기회를 잡고 있었다.“사모님, 또 조카 데리러 오신 거예요?”여운별은 입가에 우아한 웃음을 머금으며 걸어오는 하예정에게 물었다.하예정과 함께 있는 노동명을 보는 여운별은 아름다운 눈을 반짝거렸다. 하예정이 가까이 오지 않았다면 여운별은 아마 노동명과 함께 사진을 찍고 싶었을 것이다.전태윤이 하예정을 미친 듯이 사랑하고 있는데, 그녀가 그의 좋은 형제와 함께 다니는 사실을 알고는 있는가!“네, 사모님도 시누이를 데리러 오신 거예요?”“네, 유치원에 다니는 동안만 매일 제가 데려다줘야 하거든요. 내일 주말이니까 이틀 쉬어도 되겠네요. 참, 쉬지도 못하겠네요. 애가 자꾸 놀이터에 가겠다고 조를 테니까요. 저희 시부모님께서는 집에서 쉬고는 계시지만 매일 수많은 사업을 해야 하거든요. 손님께 음식 대접도 해야 하고 고객과 함께 골프도 치러 가야 해서 너무 바쁘세요.”여운별은 거짓말을 점점 더 자연스럽게 했다.너무 잘해서 그런지 자신조차 사실 같다고 느껴졌다.마치 그녀가 정말로 용씨 사모님인 듯, 정말로 시누이와 시동생이 있는 것처럼 말이다.“우리 시누이도 시부모님과 함께 놀지 않고 매일 저에게 달라붙어서
여운초는 짧게 답장을 보냈다.“아주 꿀이 떨어지네요.”하예정의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그 웃음은 아무리 숨기려 해도 자꾸 새어 나왔다.그녀도 가볍게 답장을 보냈다.“운초 씨도 도련님 사랑 듬뿍 받으시잖아요.”둘은 마치 꿀단지에 잠긴 듯, 사랑의 달콤함에 흠뻑 젖어 있었다.여운초가 바빠 보였기에 하예정은 더는 메시지를 보내지 않았다.그녀가 천천히 제 차로 돌아와 막 차에 오르려는 찰나였다. 등 뒤에서 누군가가 그녀를 불렀다.고개를 돌리자 그곳에 주형인이 서 있었다.“처제.”주형인은 다가오며 그녀가 혼자인 것을 보고 물었다.“우빈이는 안에 데려다줬어?”“네. 우빈이 보고 싶으세요?”주형인은 씁쓸하게 웃으며 말했다.“손님 모시고 근처를 지나가다가 우빈이 얼굴이나 볼까 해서 왔어. 아직 안 왔을 줄 알았는데 이렇게 일찍일 줄이야.”“우빈이는 잘 지내요.”하예정은 전 형부에게 무심한 태도로 대꾸했다.주형인은 어색하게 웃으며 덧붙였다. “우빈이는 잘 지낼 거라 믿어. 네가 돌보고 있으니 나랑 너희 언니도 마음 놓고 있어. 우빈이한테 들었는데 너희 언니 출장 갔다며? 오래 걸린다고 하던데.”“그건 왜요?”“아, 별일은 아니고 그냥 물어봤어.”잠시 침묵하던 주형인이 다시 입을 열었다.“출장, 정말 오래 걸려?”“정확히는 몰라요.”“아, 그렇구나.”주형인의 얼굴엔 아쉬움이 스쳤다.하예정은 차갑게 말했다.“더 할 얘기 없으시면, 저 먼저 가볼게요.”“아, 그래.”주형인은 무언가 말하려다 끝내 삼켰다. 그저 그 자리에 서서 하예정이 차에 올라 떠나는 모습을 묵묵히 지켜보았다.그녀의 차가 시야에서 사라지자 그는 천천히 발길을 돌려 자신의 차로 향했다.주형인은 그때 이후로 다시 회사로 들어가지 않았다. 이젠 갈 곳도, 그를 받아줄 곳도 없었다. 변변한 일자리를 구할 수 없었다.관성시에서 그는 이미 유명했다. 나쁜 쪽으로 유명했다. 그 이름에 따라붙는 것은 조롱뿐이었다.사람들은 그를 두고 인과응보라며 혀를 찼다. 뿌린 대로 거
그래서 녀석의 짐은 미리 노동명에게 맡겨야 했다.하예정은 부드럽게 웃으며 대답했다. “알겠어.”우빈이가 선생님의 손을 잡고 점점 멀어지자 하예정은 그제야 주차해 둔 차 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그때, 막 차에 오르는 용씨 가문 사모님이 눈에 들어왔다. 여전히 두 명의 경호원이 그녀의 곁을 바짝 지키고 있었다.한 경호원이 공손히 차 문을 열어주며 예의를 갖췄다.용씨 가문 사모님은 살짝 고개를 돌려 창밖을 내다보았다. 그러고는 하예정을 발견하자 미소를 머금고 손을 가볍게 흔들었다.예의상 하예정도 손을 흔들어 인사를 건넸다.잠시 후 여운별을 태운 고급 승용차는 부드럽게 하예정의 시야에서 멀어졌다.하예정은 시선을 거두며 휴대폰을 꺼내 여운초에게 음성 메시지를 보냈다.“운초 씨, 용 사모님을 또 만났어요. 그나저나 동생분께서 찾아와 귀찮게 굴지는 않으셨나요?”여운초는 아직 집을 나서지 않은 상태였다. 오전에는 화상 회의가 예정되어 있어, 꽃집에 들를 틈이 없었다.회사에도 처리할 일이 산처럼 쌓여 있었고 통화로 해결할 업무가 많이 남아 있었다.어쨌든 그녀는 눈코 뜰 새 없이 바빴다.저녁이 되면 남편과 함께 여유롭게 서원 리조트로 돌아갈 예정이었다.그렇게 또 주말이 다가왔다.주말에는 대체로 업무에서 손을 뗐다. 급한 일이 생기면 한동호가 대신 해결해 주곤 했다.꽃집도 믿음직한 직원들이 지키고 있으니 크게 신경 쓸 일이 없었다.그래서 그녀는 주말을 남편과 함께 오롯이 둘만의 시간으로 채울 수 있었다.내일 밤은 시어머니와 함께 연회에 참석할 계획이었다.“네, 괜찮아요. 곧 있다 올지도 모르겠네요.”여운초는 하예정에게 답장을 보냈다.“제 착각일 수도 있겠지만 그 용씨 가문 사모님과 여운별이 제 눈에 너무 겹쳐 보이더라고요. 목소리도 어쩜 그렇게 닮았는지…”“여운별은 지금 남자친구도 없고 경호원을 둘 형편도 안 돼요. 고급 승용차라니, 여운별이 타는 차는 제가 익히 알아요.”여운초는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말했다.“다음에 용씨 가문 사모님을
하지만 하예정은 아직 용씨 가문 사모님과 여운별이 한자리에 함께 있는 모습을 본 적이 없었다. 그러기에 그녀가 여운별일지도 모른다는 의심은 여전히 가시지 않았다.두 사람이 동시에 눈앞에 나타나기 전까지는 그 의혹을 완전히 떨쳐낼 수 없을 것이다.여운별은 애초에 하예정을 기다리지 않았다.지금 두 사람의 만남은 우연이어야 했다. 만약 그녀가 미리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면 너무 작위적으로 보였을 것이다.지나친 의도는 하예정의 의심을 부추겼을 것이다.하예정이 그녀를 조사하고 있다고 용태호가 알려준 적이 있었다.물론, 아무리 뒤져도 쓸 만한 정보는 나오지 않을 터였다.하예정은 이미 그녀가 여운별일 거라고 의심하고 있었다.여운별은 문득 가장 증오하는 얼굴이 떠올랐다. 언젠가 마주했던 언니의 목소리, 그 익숙한 울림이. 하예정의 의심을 부추긴 것은 분명 여운초의 말 때문일 것이다.하지만 다행히도 용태호는 능수능란한 사람이었다.하예정이 아무것도 알아낼 수 없도록 만들었기 때문이었다.그녀가 찾아낼 수 있는 건 모두 그의 손끝에서 빚어진 허상일 뿐이었다.그러나 하예정이 심효진과 친밀한 사이라는 점은 우려할 만했다. 심효진은 소씨 가문의 며느리였고, 소씨 가문은 정보망이 촘촘하기로 유명했다.하예정이 누구를 조사하려면 소씨 가문의 손이 필요할 수밖에 없었다.그러나, 하예정은 빈손이었다. 여운별이 여씨 가문의 둘째 딸이라는 증거는 어디에도 없었다. 여운별은 마음 한편이 가벼워짐을 느꼈다.그리고 그 여유는 곧 그녀의 표정에 스며들어 하예정을 마주할 때면 그녀는 점점 더 자연스럽게 행동할 수 있었다.마치 자신이 진짜 용씨 가문 사모님인 것처럼, 여운별이라는 사람과는 아무 상관이 없는 듯 말이다.용태호는 그녀한테 내일 밤에 있을 연회에 두 명의 경호원과 함께 참석하라고 말했다. 용씨 가문 사모님의 신분으로 참석하라는 것이었다.그 연회에는 관성시 상류 사회의 귀부인들이 모일 터였다.전씨 가문의 명해은도 내일 밤 연회에 참석할 예정이며 며느리인 여운초도 데려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