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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화

Author: 주니엘
last update Last Updated: 2024-11-27 14:12:12
화장당하는 게 과연 어떤 기분일까?

이 세상에 그 답을 알게 될 사람은 오직 현우뿐일 것이다. 물론, 그가 살아 있는 채로 화로에 들어간다면 더 확실해질 것이다.

“안녕하세요, 고객님. 이쪽으로 와서 패키지를 선택해 주시면 됩니다.”

화장터 직원이 작은 책자를 건네며 상세히 설명하기 시작했다.

“저희는 기본형, 고급형, 럭셔리형, 그리고 로켓형이 있습니다. 기본형은 가장 전통적인 방식인데요, 화장사가 중간중간 후크로 시신을 뒤집어야 해서 시신에 약간의 손상이 갈 수 있습니다.”

솔직히 말해서, 나는 기본형이 끌렸다.

불길에 타들어가면서 후크에 걸려 이리저리 뒤집히는 모습, 얼마나 현우에게 잘 어울릴까?

그러나 만약 그렇게 하다가 현우가 고통 때문에 깨어난다면 번거로운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 있었다.

결국, 나는 아쉬움을 삼키며 포기했다.

“로켓형으로 하죠.”

책자에 표시된 최신 기술이나 고급 장례 옵션 같은 건 관심 없었다.

그러나 유골을 불꽃놀이로 만드는 서비스는 마음에 들었다.

큰 복수를 이룬 후엔 축하도 필요하지 않겠는가!

“와, 고객님 정말 탁월한 선택이세요!”

직원은 환한 미소를 지으며 바로 계약서를 준비했다.

“그리고 밤에 진행하면 불꽃놀이 효과를 사진으로 남길 수 있는 옵션도 있습니다.”

시간이 없었기에 나는 고개를 저으며 슬픈 척 고개를 숙였다.

“낮에 해주세요.”

그리고 한숨을 내쉬며 덧붙였다.

“준비된 물건은 제가 직접 가져갈 겁니다. 우리 아이가 18살이 되는 날, 그날을 축하하는 의미로 사용할 거예요. 아빠가 아이에게 주는 성인식 선물이라고 생각하려고요.”

“아이에게 아빠가 얼마나 사랑했는지 알려주고 싶어서요.”

“어머나, 죄송합니다.”

직원은 내가 배를 살짝 만지는 모습을 보고 갑자기 태도를 바꿨다.

나는 창밖을 바라보며 몰래 지은 미소가 들킬까 봐 급히 고개를 돌렸다.

“괜찮아요. 어쨌든 빨리 준비해 주세요.”

왜냐하면, 흰 천 아래에 숨겨진 현우의 손가락이 조금씩 떨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로켓형의 가장 큰 장점은 기다리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었다.

“그리고 저승에서도 잘 살 수 있게, 제수용품도 같이 넣어주세요.”

현우가 화장로에 밀려 들어가자 나는 울음을 터뜨리며 말했다.

“여보, 당신이 평생 돈에 그렇게 집착했잖아. 저승에서는 돈 걱정 말고, 맛있는 거 실컷 먹어!”

직원들은 나를 정말 좋은 아내라고 생각했는지 감탄하며, 내게 직접 점화 버튼을 누르게 해줬다.

“여보, 잘 가.”

‘타오르는 불길의 고통, 당신이 마땅히 받아야 할 대가야.’

그러나 내가 손을 올리려는 순간, 뒤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다.

“멈춰!”

“이 미친년아! 너 지금 뭐 하는 거야!”

임주란은 비틀거리며 달려왔고, 뒤에는 숨을 헐떡이며 조민재가 따라오고 있었다.

“형수님, 어떻게 형을 우리 몰래 화장시키려고 하실 수 있어요!”

어이가 없었다.

날 또 비난하려는 거지.

옆에 서 있던 직원들의 시선도 나를 의심스럽게 바라보기 시작했다.

나는 눈물을 닦으며 억울한 듯 말했다.

“두 분 모두 슬픔에 빠져 정신을 잃었으니 제가 이 일을 혼자 처리해야 했어요.”

“게다가 당신들이 서둘러 현우 씨의 장례를 치르자고 말했잖아요.”

나는 계속 눈물을 흘리며 말을 이어갔다.

“그리고 제가 현우 씨의 죽음이 의심스럽다고 말했을 때, 당신들은 경찰에 신고하는 것도 막았잖아요.”

직원들이 우리를 보던 눈빛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그러자 조민재의 얼굴은 창백해졌다.

“형수님,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전 그저 교통사고 조사 결과가 나왔으니 경찰을 찾을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 것뿐입니다.”

나는 더욱 서러워 보이려 애쓰며 물었다.

“그런데 왜 화장을 막으려 하는 거죠?”

“설마, 현우 씨를 다시 살릴 수 있는 건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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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았어, 효린아. 고마워.”효린의 말은 마치 머리를 세게 한 대 얻어맞은 것처럼 날 정신 차리게 했다.임주란이 나를 상대로 거액의 보험을 들었다는 건 분명 뭔가 계획을 세웠다는 의미였다.임주란은 보험금을 받기 위해 어떻게든 계획을 진행했을 것이다.더구나, 회사 법인은 이미 임주란, 조민재, 양미정 세 사람 이름으로 넘어간 상태였다.법원이 그들을 찾게 된다면, 예전의 나처럼 분명 막다른 골목에 몰리게 될 것이다.그 상황에서 그들이 어떤 짓을 저지를지 모두 모르는 일이었다.심사숙고 끝에, 나는 조현우의 해외 은행 계좌 비밀번호를 풀어야겠다고 결심했다.그리고 그 돈으로 새로운 삶을 시작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여섯 자리의 비밀번호가 나를 머리 아프게 만들었다.조현우의 생일, 임주란의 생일, 조민재의 생일, 양미정의 생일, 심지어 가족의 개 이름까지.나는 그의 집안 족보를 세대별로 뒤져가며 모든 숫자를 입력했지만, 전부 실패였다.[지연아, 생각을 바꿔 봐.]핸드폰 너머 효린이 조언했다.[왜 네 생일은 시도 안 해봤어?]“에이, 그건 너무 뻔해서 아닐걸.”나는 비웃듯 대답했다.[하지만 사람들이 처음부터 아닐 거라고 배제한 것들이 정답일 때가 많잖아.][오히려 모두가 불가능하다고 생각하는 걸 비밀번호로 설정해 둘 수도 있어.]효린은 심리학적 관점에서까지 설명을 덧붙이며 말했다.[그리고 조현우도 무의식적으로 네가 가장 중요한 사람이라고 생각했을지도 몰라.]효린의 논리는 복잡했지만 이상하게도 설득력 있었다.나는 시험 삼아 내 생일을 입력해 보았다.비밀번호가 맞았다.“하...”계좌에 찍힌 잔액을 확인하며 나는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알 수 없었다.정말 우스웠다.날 중요하게 여기면서도, 벼락 끝으로 몰아넣으려 했다니.하지만 이제 중요하지 않았다.나는 서둘러 내 이름으로 해외 계좌를 개설하고, 조현우의 계좌에 있었던 돈을 모두 이체했다.그리고 마지막으로 조현우의 계좌를 영구 삭제했다.이틀 후, 법원은 임주란과 조민재, 양미정

  • 남편과의 불꽃놀이   제9화

    “아들!”“형!”“현우 오빠!”임주란은 비명을 지르며 그대로 기절했고, 조민재와 양미정은 더욱 필사적으로 경비원을 밀어붙였다.하지만 아무런 소용없었다.화장터 직원은 무척이나 프로페셔널한 태도로 내 옆에서 상황을 지켜보며 말했다.“언니, 방금 시신이 갑자기 일어난 것처럼 보이는 건 근육 반응 때문입니다. 그러니 놀라지 않으셔도 돼요.”“현우 씨는 제가 가장 사랑했던 사람이니, 제가 왜 놀라겠어요?”나는 미소를 감추고 깊게 한숨을 내쉬며 슬픈 표정을 지었다.“여보, 부디 편히 가.”“서지연, 너 절대 가만 안 둘 거야!”“화장터 문 나가다가 차에 치여 죽어!”조민재는 더 이상 자신의 점잖은 가면을 유지하지 못하고 독설을 퍼부었다.“네 아이는 뱃속에서 죽게 될 거야!”나는 고개를 돌려 민재를 슬픈 표정으로 바라보며 말했다.“민재 씨, 이 아이는 현우 씨의 핏줄이에요...”그 순간, 아까 조민재에게 급소를 맞았던 사람이 핸드폰을 들어 올렸다.“보셨죠, 여러분? 현재 화장터 상황입니다. 이 집안의 작은 아들이 형의 유산을 못 얻었게 되자 형의 아이를 저주하기 시작했습니다.”“진짜 역겹다, 역겨워!”“의사라면서 이런 짓을 한다니? 이런 사람이 일하는 병원은 절대 가지 말아야겠어!”“뭐라고? 방금 병원에서 이 사람을 해고했다고?”“와, 정말 통쾌하네!”“그 병원 어느 병원이야? 앞으로 그 병원만 가야겠어!”조민재는 갑자기 망치로 얻어맞은 듯 얼굴이 굳어버렸다.“그럴 리 없어... 그럴 리 없다고!”나는 웃음을 참느라 눈물이 날 뻔했다.이건 모두 그들이 불러온 네티즌들 덕분이었다.“여러분, 정말 감사합니다.”나는 그들에게 고개 숙여 인사하며 말했다.“방금 상황으로 여러분이 많이 다치셨을 수도 있는데, 꼭 병원에 가셔서 검사를 받아보세요. 모든 치료비는 제가 부담하겠습니다.”“아니에요, 별로 다친 것도 없어요!”남자들은 원래 이런 상황에서 강한 모습을 보이려 하는지 단호히 내 제안을 거절했다.“우리는 그저 옳은 일을 했

  • 남편과의 불꽃놀이   제8화

    양미정의 말을 들은 네티즌들은 채팅창에 미친 듯이 글을 남기기 시작했다.어떤 이는 ‘내연녀’라는 댓글을 도배했고, 또 다른 이는 미정의 전화번호를 찾아내 직접 전화를 걸기 시작했다.더욱 황당한 건, 누군가가 양미정의 아이디를 해킹해 그녀를 향해 거친 욕설을 퍼부었다.[뻔뻔한 년! 남의 남편을 빼앗고도 큰소리친 거야?][어떻게 너 같은 년이 존재할 수 있지?][이 돼지보다도 못한 년아!]임주란과 조민재의 핸드폰 역시 쉬지 않고 울려댔다.심지어 양미정이 데려온 BJ들도 모두 등을 돌린 채 그녀를 향해 욕설을 퍼부었다.“난 진짜 서지연 씨가 잘못한 줄 알았는데, 사실은 네가 내연녀였던 거야?”“아이씨, 정말 괜히 왔어.”“정말 더러운 년.”이 와중에 화장터 가까이에 있던 몇몇 열혈 시청자들은 쓰레기통과 썩은 계란을 들고 나타나 미정에게 던졌다.결국, 양미정은 더 이상 연기하지 않은 채 라이브 방송을 종료한 뒤 핸드폰을 바닥에 내던졌다.그리고 날카로운 목소리로 외쳤다.“주란 아주머니, 민재 씨! 오늘 제가 반드시 현우 오빠 시체를 다시 되찾을 거예요! 현우 오빠의 뒷일은 당연히 두 분이 처리하셔야죠!”임주란도 정신을 차린 듯 맞장구를 쳤다.“민재야, 우리 같이 움직이자!”그러나, 정의감에 불타는 시민들이 가만히 있을 리 없었다.아직 경비원이 움직이기 전인데도 이미 서너 명이 나서서 방어벽을 만들어 그들을 가로막았다.“지연 씨, 우리가 처리할 테니 얼른 화장을 마저 하세요!”“맞아요. 오늘 화장이 다 끝날 때까지 우리가 끝까지 지킬 겁니다.”“어서 버튼을 누르세요!”이 모든 혼란 속에서 양미정 일행은 욕설과 비난을 퍼부으며 어쩔 줄 몰라 했다.현장은 아수라장이 되어갔다.상황이 너무 커진 탓에 직원들은 곧장 관리자에게 연락했고, 직원 한 명이 다소 난감한 표정으로 내게 말했다.“고객님께서 로켓형을 사용해 주셨고, 저희 화장터의 VIP 고객이신 만큼 저희가 최선을 다하려 했는데요... 이 난장판 보세요.”직원은 여기저기 널린

  • 남편과의 불꽃놀이   제7화

    만약 이런 일이 전생에 벌어졌다면, 나는 아마 정신적으로 버티지 못했을 것이다.그러나 나는 이미 한 번 죽었기에 이런 소소한 계략에 더 이상 흔들리지 않았다.사람들 동정심을 얻으려는 거잖아? 나라곤 못할 줄 알아?‘게다가 나는 방송연예과를 졸업했으니 너희 같은 아마추어들은 내 상대조차 못 돼.’“미정 씨, 이제 그만두는 게 어때요?”나는 일부러 힘없이 바닥에 주저앉아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제가 카메라 앞에서 진실을 밝혀야만 만족하시겠어요?”“그게 무슨 소리예요!”양미정은 내 말을 듣고 당황했지만, 곧 마음을 진정시키며 말했다.“명예훼손은 법적 책임을 져야 하는 거 알죠?”나는 고개를 숙이고 냉소를 지었다.말이란 참 신기한 법이다.말을 애매모호하게 하면 할수록 상대방이 더 쉽게 믿기 때문이다.특히 지금처럼 상대가 흔들리기 시작했다면 더더욱.결국 일이 예상대로 흘러갔다.[이거 진짜 대박 사건 냄새나는데?][서지연이라는 사람이 미정의 큰 약점을 잡고 있다는 뜻 아닌가?][그럼 양미정과 서지연의 남편 사이에 무슨 일이라도 있었던 건가?][검색해 보니 서지연 남편이 유명 기업가 조현우라는데, 그렇게 돈 많은 사람이 여자한테 둘러싸이지 않는 게 더 이상하지.][그럼 양미정이 내연녀라는 소리야?][보니까 조현우의 회사가 진짜 서지연의 이름으로 되어 있던데, 그러면 이 가족들이랑 내연녀가 한패라는 거 아니야?]라이브 방송을 지켜보던 네티즌들은 마음이 흔들리기 시작했다.처음에는 정의를 외치던 사람들이 이제는 온갖 의혹과 추측으로 넘쳐났다.이건 양미정이 생각지도 못했던 상황이었다.“아니에요, 여러분! 그런 게 아니에요!”미정은 급히 카메라를 향해 외쳤다.“저와 현우 오빠는 어릴 적부터 친구였어요. 그래서 현우 오빠의 어머니도 저를 친딸처럼 아끼셨어요!”“그게 전부예요!”그러니 때로는 해명하는 것이 곧 변명으로 들리기 마련이다.나는 여전히 바닥에 앉아 더욱 나약한 목소리로 말했다.“현우 씨가 나에게 말했어요. 미정 씨가 어

  • 남편과의 불꽃놀이   제6화

    “그, 그럴 리가요!”조민재는 순간 당황해 말실수를 할 뻔했지만, 얼굴이 붉게 달아오르며 간신히 하려던 말을 삼켰다.현우의 사망진단서에 자신의 서명이 들어 있었기 때문에, 그가 인정한다면 의료 서류 조작으로 법적 처벌을 피할 수 없게 될 터였다.그때 임주란이 소리쳤다.“내가 내 아들 얼굴 한 번 더 보겠다는데 뭐가 문제야? 마지막으로 몇 마디 나누겠다는데 왜 안 돼?”임주란은 화장로를 열려고 다가섰다.“맞아요, 맞아요! 저희는 그냥 형이 너무 그리운 것뿐이에요!”민재도 급히 맞장구를 치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나 그의 얼굴에는 긴장이 스쳐 지나갔다.그 짧은 몇 초 동안 합당한 변명을 만들어내려 애썼기에, 그의 머리가 과열된 듯했다.“어머니, 민재 씨, 제발 그만 좀 해요!”나는 그들을 막아서며, 피로에 지친 모습으로 말했다.“현우 씨가 사망한 건 저도 잘 알고 있어요. 두 분은 회사가 제 손에 넘어와서 받게 될 주식을 못 받을까 걱정되는 거죠?”“앞으로 지금보다 더 드릴 테니 걱정 마세요.”물론, 절대 돈은 아니겠지만.내 말을 들은 직원들은 이미 머릿속에서 무언가를 결론 지은 듯했다.그들의 표정에는 나를 도와줄 의지가 엿보였다.“두 분, 이곳은 엄숙한 화장터입니다. 계속 소란을 피우신다면 저희가 강제로 두 분을 내보내실 수밖에 없습니다.”직원이 단호하게 경고했다.“뭐라고? 그 안에 누워 있는 건 내 아들이라고! 내가 낳은 자식이야!”임주란은 격분하며 목소리를 높였다.“내가 안 된다면 안 되는 거야! 이거 당장 열어!”옆에 있던 민재는 잔뜩 땀에 젖어 있었지만, 더 이상 그럴듯한 핑계를 찾지 못하고 있었다.“여러분, 바로 여기입니다.”그때 갑자기 날카로운 목소리와 함께 화려하게 치장한 여자가 핸드폰을 들고 달려 들어왔다.여자는 핸드폰 카메라를 내게 겨누며 의기양양하게 외쳤다.“여러분 보이시나요? 바로 이 여자예요. 이 사람이 죽은 제 친구와 어머니의 마지막 인사 기회를 막은 것도 모자라, 몰래 화장을 강행하려 하고 있

  • 남편과의 불꽃놀이   제5화

    화장당하는 게 과연 어떤 기분일까?이 세상에 그 답을 알게 될 사람은 오직 현우뿐일 것이다. 물론, 그가 살아 있는 채로 화로에 들어간다면 더 확실해질 것이다.“안녕하세요, 고객님. 이쪽으로 와서 패키지를 선택해 주시면 됩니다.”화장터 직원이 작은 책자를 건네며 상세히 설명하기 시작했다.“저희는 기본형, 고급형, 럭셔리형, 그리고 로켓형이 있습니다. 기본형은 가장 전통적인 방식인데요, 화장사가 중간중간 후크로 시신을 뒤집어야 해서 시신에 약간의 손상이 갈 수 있습니다.”솔직히 말해서, 나는 기본형이 끌렸다.불길에 타들어가면서 후크에 걸려 이리저리 뒤집히는 모습, 얼마나 현우에게 잘 어울릴까?그러나 만약 그렇게 하다가 현우가 고통 때문에 깨어난다면 번거로운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 있었다.결국, 나는 아쉬움을 삼키며 포기했다.“로켓형으로 하죠.”책자에 표시된 최신 기술이나 고급 장례 옵션 같은 건 관심 없었다.그러나 유골을 불꽃놀이로 만드는 서비스는 마음에 들었다.큰 복수를 이룬 후엔 축하도 필요하지 않겠는가!“와, 고객님 정말 탁월한 선택이세요!”직원은 환한 미소를 지으며 바로 계약서를 준비했다.“그리고 밤에 진행하면 불꽃놀이 효과를 사진으로 남길 수 있는 옵션도 있습니다.”시간이 없었기에 나는 고개를 저으며 슬픈 척 고개를 숙였다.“낮에 해주세요.”그리고 한숨을 내쉬며 덧붙였다.“준비된 물건은 제가 직접 가져갈 겁니다. 우리 아이가 18살이 되는 날, 그날을 축하하는 의미로 사용할 거예요. 아빠가 아이에게 주는 성인식 선물이라고 생각하려고요.”“아이에게 아빠가 얼마나 사랑했는지 알려주고 싶어서요.”“어머나, 죄송합니다.”직원은 내가 배를 살짝 만지는 모습을 보고 갑자기 태도를 바꿨다.나는 창밖을 바라보며 몰래 지은 미소가 들킬까 봐 급히 고개를 돌렸다.“괜찮아요. 어쨌든 빨리 준비해 주세요.”왜냐하면, 흰 천 아래에 숨겨진 현우의 손가락이 조금씩 떨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로켓형의 가장 큰 장점은 기다리지 않아도

  • 남편과의 불꽃놀이   제4화

    현우는 화장터로 실려 가는 동안에도 여전히 미동조차 없었다.그 모습을 보며 나는 냉소를 지었다.한때 현우는 장미 한 다발조차 살 돈이 없었던 빈털터리였고, 나는 이미 방송국의 간판이었다.나는 현우를 돕기 위해 나의 모든 인맥을 총동원했다. 심지어 몇 번은 성희롱을 당할 뻔한 적도 있었다.결국, 현우는 내 도움을 받고 성공했다.회사의 첫 수익이 들어오던 날, 현우는 흥분한 표정으로 나를 끌어안으며 말했다.“지연아, 내가 성공할 수 있었던 건 전부 너 덕분이야. 앞으로 널 위해 더 많은 돈들을 벌어올게!”나는 그 말을 철석같이 믿었다.하지만 결과는 달랐다.조현우는 자신이 번 돌들을 전부 양미정이라는 여자에게 주었다.양미정에게 명품 옷과 가방을 사주고 큼지막한 다이아몬드 반지를 끼워준 것도 모자라, 두 사람은 나를 거리로 내몰아 거지처럼 살게 만든 뒤 나를 마음껏 비웃었다.“진짜 역겨워. 서지연, 네 얼굴 완전히 낡아빠진 걸레 같아.”“사람이 이렇게 빨리 늙을 수 있다니. 얼굴이 완전 할머니 같잖아.”“현우 오빠, 서지연 얼굴 샤페이 같지 않아?”“정말 비슷하네. 하하하!”두 사람의 말이 가시같이 나의 가슴을 세게 찔렀다. 나는 고통스러운 표정을 지은 채 목을 붙잡고 힘겹게 물었다.“조현우, 도대체 왜 나한테 이런 짓을 한 거야?”“왜긴 왜겠어?”미정이 안쓰러운 눈빛으로 나를 쳐다보며 말했다.“쓸모없는 물건을 버리지 않고 뭐 하러 내버려둬?”현우는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서지연, 아직도 몰랐어? 내가 너랑 결혼한 이유는 네 인맥을 이용하기 위해서였어.”“내가 널 정말 좋아하는 줄 알았어? 난 강하고 고집스러운 여자는 딱 질색이야.”“네 인맥이 없었다면 내가 왜 네 성격을 참아줬겠어?”나는 내 귀를 믿을 수 없었다. 나의 마음은 이미 얼음장처럼 차가워졌다.양미정은 현우의 목을 감싸 안으며 단내가 날 것 같은 목소리로 말했다.“나도 잘난 척하는 여자는 정말 질색이야. 현우 오빠는 당연히 나처럼 예쁘고 상냥하고 자상한 여

  • 남편과의 불꽃놀이   제3화

    공기가 순간 얼어붙었다.조민재의 표정이 여러 번 바뀌더니 애써 미소를 짓기 시작했다.“형수님,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그럼 경찰에 신고하게 해줘요.”나는 단호하게 말하며 민재가 빼앗은 핸드폰을 되찾으려 했다. 그러나 민재는 한 걸음 물러서더니 핸드폰을 머리 위로 들어 올렸다.“형수님, 이러지 마세요. 적어도 어머니께 먼저 여쭤봐야 하지 않을까요?”‘그래, 이제 계획을 도와줄 사람을 부르는 거겠지.’내 시어머니 임주란은 소문난 사람이었다.때로는 다정해 보이지만, 사실은 소문난 말싸움꾼이자 동네 유명 인사였다. 그러나 나는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그래요, 그럼 지금 어머니께 전화하세요.”내가 그렇게 말한 이유는 단순했다.현우는 분명 살아 있기에, 법의관이 칼을 대는 순간 죽은 척한 게 밝혀질 테고, 오히려 현우를 다시 살려낼 것이다.그건 절대 내가 원하는 일이 아니었다. 내가 바라는 건, 현우가 진짜로 죽어버리는 것이다.얼마 지나지 않아, 문이 요란하게 열렸다.“서지연, 너 이 재수 없는 년아!”화려하게 화장을 한 중년 여성이 화를 내며 안으로 들어왔다.임주란의 손톱은 핫핑크 색으로 칠해져 있었는데, 한쪽은 덜 완성된 상태였다. 분명 그녀도 진실을 알고 있는 듯했다.임주란은 잔뜩 흥분한 채 내 옷깃을 거칠게 잡아당겼다.“우리 현우가 평소에 뭘 그렇게 잘못했길래 이런 짓을 할 수 있어? 심장을 꺼내고 장기를 도려내겠다고? 너 정말 미쳤니?”“절대 가만 안 둬!”임주란이 이렇게 날뛰는 동안, 민재는 틈을 타 현우의 몸을 다시 덮어주었다.나는 반항하지 않고 고개를 떨군 채 눈물을 흘렸다.“어머니도 현우 씨가 얼마나 철저하고 꼼꼼한지 잘 아시잖아요. 레이싱을 그렇게 잘하는 사람이, 어떻게 가속페달을 브레이크로 착각했겠어요?”“전 정말 누군가가 일부러 벌인 짓이라고 생각해요.”내 말에 임주란은 반박하지 못한 채 눈을 굴리다가 한숨을 쉬며 나를 놓아주었다.그러더니 억지로 눈물을 짜내며 말했다.“지연아,

  • 남편과의 불꽃놀이   제2화

    “형수님, 그, 그냥 저한테 맡기시는 게 어떤가요?”조민재의 얼굴이 굳어졌다.“형의 시체가 사고로 인해 심하게 손상되어 보시지 않는 게 좋을 겁니다.”그러면서 또 휴지 한 장을 내밀었다.난 이전 기억으로 인해, 그 휴지가 어딘가 이상하다는 걸 알고 있었다.그날 나는 조민재가 건넨 휴지로 눈물을 닦은 뒤 정신을 잃었고, 깨어났을 땐 조현우가 이미 화장되었다는 소식을 들었다.‘그때 내가 받은 건 분명 동물 뼈였을 거야.’“형수님, 제발 진정하세요! 너무 충동적으로 행동하지 마세요!”내가 자리에서 일어나 곧바로 영안실로 향하자, 민재가 다급히 따라왔다. 그러나 이미 늦었다.“현우 씨! 어쩌다 이런 꼴이 된 거예요!”나는 울부짖으며 새빨갛게 물든 하얀 천을 벗겨냈다. 하얀 천을 벗겨내자 피투성이가 된 현우의 얼굴이 보였다.찢어진 상처들이 피부를 뒤집으며 가장자리가 말려 올라가 있었다.그 모습은 정말 끔찍했다.물론, 현우에게 특수 분장사인 친구가 있다는 걸 모른다면 말이다.양미정은 특수 분장사인 동시에, 현우의 품에 안긴 채 다정히 웃던 여자였다.두 사람은 회사에서 빼돌린 돈으로 세계 여행은 물론, 각종 외제차와 액세서리들을 잔뜩 사들였다. 그리고 모든 빚은 나한테 넘겨준 것도 모자라 나를 거리에서 비참하게 죽게 만들었다.“나쁜 자식!”나는 참지 못하고 손바닥으로 현우의 얼굴을 세게 내려쳤다. 얼굴에서 분명 온기가 느껴졌지만, 현우 죽은 척하며 미동도 없었다.민재는 외과 의사기에, 그가 마취를 써서 나를 속이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을 것이다.그렇다면, 이건 나에게 기회였다.“형수님, 그러지 마세요!”“저도 형수님 마음이 얼마나 힘든지 잘 알아요. 하지만 형도 죽고 싶지는 않았을 거예요. 안 그래요?”민재는 내가 더 때리지 못하게 내 손을 붙잡으며 현우의 분장이 망가질까 전전긍긍했다. 하지만 내 안에 쌓인 분노는 그를 밀쳐내기에 충분했다.“당신은 정말 나쁜 놈이야!”“운전할 때 왜 더 조심하지 않았어?”나는 계속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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