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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42화

Author: 주 한잔
태자부로 돌아오자 정연 등 하인들은 바닥에 무릎을 꿇고 사죄를 하면서도 소우연이 안전하게 돌아온 게 너무 기뻐서 눈물을 줄줄 흘렸다.

태자빈을 찾았으니 망정이지, 안 그랬으면 그들은 앞으로 평생 지옥 속에서 살았을 것이다.

간석은 이내 하인들을 불러 이런저런 준비를 했다.

조금 뒤, 소우연과 이육진이 깔끔하게 목욕을 하고 나왔을 때 날은 꽤 어두워졌다.

“태자 저하, 태자빈 마마, 저녁 식사가 준비되었습니다.”

소우연은 허리를 살짝 숙인 채 말을 하고 있는 간석을 힐끔 쳐다보았고 간석은 분위기를 살리기 위해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어갔다.

“태자빈 마마, 너무 감사합니다. 마마 덕분에 소인이 태자부로 돌아와 태자 저하를 계속 모실 수 있게 되었습니다.”

“참으로 다행이구나.”

소우연이 말을 하지 않아도 이육진은 언젠가 간석을 저택으로 데려왔을 것이다. 더군다나 야한 서책으로 인해 벌어진 사건은 이육진도 잘못이 있었다.

어찌 됐든 이육진이 먼저 시작한 일이니까. 맨 처음 간석에게 그런 지시를 내린 사람이 이육진인 건 사실이니까.

식탁 위에는 소우연이 평소에 좋아하는 음식들로 가득했다. 갈비찜에 삼계탕에 여러 가지 야채들까지 그야말로 진수성찬이었다.

소우연이 밥그릇을 들던 그때, 이육진이 그녀의 손에서 그릇을 빼앗아가더니 다정한 목소리로 말했다.

“오늘 많이 놀랐을 텐데 내가 먹여주겠다.”

말을 하던 이육진은 익숙하게 생선 살을 발라 소우연의 입에 넣어주었다.

한편, 화기애애한 두 사람의 모습에 정연 등 하인들은 새어 나오는 웃음을 가까스로 참은 채 못 본 척 고개를 돌렸다.

소우연도 굳이 거절하지 않았다. 저택으로 돌아오는 내내 그녀는 조심스럽게 이육진의 반응을 살폈지만 이육진은 그녀에게 벌어진 일을 전혀 신경 쓰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소우연에게 더욱 애틋해진 것 같았다.

그 반응에 소우연은 이민수와 하룻밤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구구절절 솔직하게 다 얘기했고 이육진도 그녀의 말을 한 치의 의심도 없이 굳게 믿었다.

심지어 이육진은 보다 빨리 그녀를 찾아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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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ugnay na kabanata

  • 난 이 소설의 주인공이 아니었다   제343화

    소우연은 몰래 눈을 살짝 떴다. 희미하게 보이는 이육진의 얼굴에 그녀는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마음이 설레었다. 그렇게 자신의 몸을 이육진에게 온전히 맡긴 소우연은 어느새 땀이 흠뻑 젖은 채 이육진의 목을 꼭 끌어안았다.“부군, 전 부군이 이렇게 좋은 분인지 정말 몰랐습니다.”그러다가 어렸을 때 우연히 만난 소년을 치료해 줬던 일이 떠올랐다.두 사람의 인연은 오래전부터 정해진 게 분명하다. 그래서 전생에 이육진은 소우연이 자신을 치료해 줬던 소녀라는 사실을 알고 그녀의 시신을 거둬준 것이다.하지만 소우연이 모르는 게 있었다. 전생에 몸과 마음이 망가진 이육진은 황위를 쟁취할 생각이 전혀 없었고 이 모든 건 그저 소설을 쓴 작가의 설정이다.전생의 이육진은 생명의 은인인 이민수에게 처참하게 버려졌고, 또한 소우희에게 속아 결국 소씨 가문 저택 앞에서 결국 목숨을 잃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 후, 점점 승승장구하는 이민수와 소우희에게 더할 나위 없는 분노를 느끼게 되었다.자신의 원한에 이어 생명의 은인까지 처참한 죽음을 당하자 이육진은 목숨을 걸고 소우연을 위해 복수하겠다고 다짐한 것이다.사실 전생에 이육진은 분명 이민수보다 먼저 혼인을 하고 후손을 낳으면 이민수를 쉽게 이길 수 있었다.하지만 이육진은 그러지 않았다. 그의 마음속에는 자신을 살려줬던 그 소녀밖에 없었다.한편, 서로에 대한 애정이 최고조에 달한 이육진과 소우연은 너무 흥분하여 머리가 어지러울 정도였으며 몸이 구름 위에 둥둥 떠있는 기분이었다.“연아, 너무 고맙다. 네가 충분히 좋은 여인이었기에 우린 서로를 놓치지 않은 것이다.”소우연을 품에 꼭 끌어안은 이육진의 말에 소우연도 적극적으로 호응했다.“저도 마찬가지입니다. 부군이 이렇게 좋은 분인 줄 조금만 더 일찍 알았다면 얼마나 더 좋았을까요?”환한 미소를 지으며 소우연의 콧등을 살짝 만지던 이육진은 마지막으로 그녀의 입술에 살짝 입을 맞춘 뒤, 침대에서 일어나 밖에 있는 하인에게 목욕물을 준비하라고 했다.목욕물과 갈아입을 옷

  • 난 이 소설의 주인공이 아니었다   제344화

    인기척을 들은 정연이 방 안으로 들어오자 소우연이 물었다.“태자 저하는 궁으로 가신 것이냐?”“네, 마마.”대답을 하던 정연이 재빨리 다가가 소우연을 부축하려고 하자 소우연은 손을 저으며 괜찮다고 했다.하지만 다음 순간, 다리에 힘이 쫙 풀린 소우연은 침대에서 일어나려고 하다가 털썩 주저앉고 말았다.그 모습에 정연이 발그레한 표정으로 말했다.“마마, 소인이 부축해 드리는 게 나을 듯합니다.”어젯밤 본채에서 들리는 소리가 꽤 컸고 정연이 휴식을 취하고 있는 곁방이 바로 본채 옆에 있었기에 적나라하게 들을 수 있었다.더군다나 목욕물을 세 번이나 준비했기에 하인들은 당연히 다 알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입술을 살짝 오므린 소우연은 정연의 반응에 바로 눈치챘다. 정연은 소우연보다 나이도 많고 나인에게 남녀의 합방에 대한 가르침을 받은 적도 있기에 모를 수가 없었다.소우연은 조금 부끄러웠다.“저하께서 외출하시기 전에 태자빈 마마께 충분히 휴식을 취하시라는 말씀을 남기셨습니다.”소우연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육진은 회남왕 시절 때에도 단 한 번도 이른 아침에 그녀를 깨운 적이 없었다. 더군다나 시부모님과 함께 살지 않고 있기에 아침 일찍 인사를 올릴 필요도 없었다. 소우연은 이 저택에서 단 하루도 눈치를 보거나 불편함을 느낀 적이 없다.아침 식사를 마친 뒤, 방으로 들어온 정연이 진규가 태자빈에게 전할 말이 있어서 문 앞에서 기다리고 있다고 했다.“방으로 들어오라고 하거라.”소우연이 의자에 앉으며 말하자 정연은 바로 명심에게 눈짓을 했고 명심은 빠르게 진규를 방 안으로 들였다.방에 들어온 진규는 한쪽 무릎을 꿇은 채 죽을죄를 지었다고 말했고 이 말에 소우연이 얼른 대꾸했다.“그게 어찌 네 잘못이겠느냐? 내가 진우에게 소씨 부인을 소씨 가문에 모셔다드리라고 넌 내가 걸어서 저택으로 돌아올 줄은 모르고 있지 않았느냐? 그러다가 납치를 당했고 이건 절대 네 잘못이 아니다.”굳이 잘잘못을 따지자면 소우연 본인 탓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그녀

  • 난 이 소설의 주인공이 아니었다   제345화

    ’그래! 이게 다 소우연 탓이야! 다 소씨 가문 사람들 탓이야!’이민수는 소우연과 많이 닮은 아령을 보며 미간을 확 찌푸렸다. 예전에는 소우연을 닮아서 좋아했지만 이제는 그녀를 닮았기 때문에 눈앞에 있는 아령이 꼴도 보기 싫었다.그렇다고 자신이 당한 일을 부왕에게 얘기할 수도 없었다. 부왕이 이 사실을 알게 되면 이민수의 처지는 더욱 곤란해질 것이다.이민수가 왕세자인 건 맞지만 이제는 남자구실을 못하는 왕세자이기에 자칫하다가 부왕에게 버림을 받을 게 뻔하다.이 저택에 아들이 이민수 한 명만 있는 게 아니니까.“세자 저하, 이 해독제를 드십시오.”이민수는 아령이 건네는 약을 살짝 거부했다가 결국 어쩔 수 없이 입을 벌리고 께름칙한 표정으로 약을 꿀꺽 삼켰다.그로부터 30분 뒤, 이민수는 사지에 감각이 조금씩 돌아오고 있는 느낌이 들었지만 이와 함께 찾아온 건 하반신의 극심한 통증이었다.그가 숨을 크게 들이마시자 아령은 바로 그에게 약을 발라주었다.시원한 고약 덕분에 그나마 조금 나은 듯했다.“역시 넌 의술을 할 줄 아는구나.”이민수가 천장을 멍하니 쳐다보며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그는 표정은 더할 나위 없이 절망적이었고 이제 그에게 삶의 유일한 의지는 증오와 복수밖에 없다.반드시 소우연이 그의 앞에 무릎을 꿇고 피눈물을 흘리게 만들 것이다. 그뿐만 아니라 소우연에게 수많은 남자들에게 동시에 능욕당하는 기분이 어떤 것인지 확실하게 느끼게 해줄 것이다.그리고 이육진도 똑같이 내시 신세로 만들어 그 버러지 같은 부부에게 죽기보다 더한 고통을 안겨줄 것이다!한편, 아령은 가볍게 미소를 지으며 동정과 연민에 찬 눈빛으로 이민수를 쳐다보았고 이를 본 이민수가 싸늘하게 굳은 표정으로 말했다.“그딴 눈빛 당장 치워. 넌 날 동정할 자격 없어.”아령은 어안이 벙벙했다. 이민수를 이렇게 만든 건 이육진과 소우연인데 왜 아무 잘못도 없는 그녀에게 화풀이를 하고 있는 걸까?잠시 생각하는 아령은 이내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이민수를 위해 상처를 잘

  • 난 이 소설의 주인공이 아니었다   제346화

    이날 점심.궁에 있던 이육진은 황제의 부름에 어서재로 향했다. 황제는 그곳에서 이육진과 이런저런 대화를 나눴지만 결론은 아들에게 한시라도 빨리 후손을 만들라는 것이었다.“아바마마, 걱정하지 마십시오. 저도 다 생각이 있습니다.”“네 어마마마를 찾아가 보거라. 널 위해 괜찮은 첩실을 선별했으니 마음에 드는 상대를 골라보거라.”이육진은 난감한 표정으로 가만히 서서 꿈쩍도 하지 않았다.“왜 그러는 것이냐? 이렇게 중요한 일을 서두르지 않고 뭐 하는것이냐?”황제는 자신의 유일한 아들을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쳐다보았다. 몸매도 건장하고 기품도 넘쳐나는 아들은 나중에 자신보다 훨씬 훌륭한 황제가 될 수 있을 거라고 확신했다.하지만 현재 가장 중요한 건 이렇게 잘난 아들이 하루 빨리 후손을 만드는 것이다.특히 저번에 태의원의 어의가 얘기한 게 있는데 이육진이 회남왕이던 시절부터 후손을 만들기 어려운 몸이라고 했다.잠시 생각에 잠겨 있던 황제가 조심스럽게 물었다.“너와 태자빈의 합방에는 문제가 없는 것이냐?”한 나라의 임금이 될 황태자에게 후손이 없다는 건 말도 안 되는 일이다.한편, 표정이 살짝 굳은 이육진은 입장이 매우 곤란했다. 전까지는 어마마마를 통해 은근슬쩍 재촉했는데 이제는 아바마마가 직접 나서기까지 했다.“아바마마, 제 얼굴과 다리를 태자빈이 고쳐주었습니다. 그런데 제가 이때 첩실을 들이면 태자빈이 얼마나 상심하겠습니까?”“후손을 만드는 일은 나라의 생사와 관련된 큰일이니라. 태자빈이 그 점을 알고 있다면 어찌 사사로운 감정에 휩싸여서 상심을 하겠느냐? 더군다나 태자빈이 다른 여인 대신 너와 혼사를 치른 일도 내 그냥 넘어가 주지 않았느냐?”황제의 말에 이육진이 대꾸했다.“아바마마 말씀이 옳으십니다. 하지만 아들은 아직 몸이 제대로 회복되지도 않았고 태자빈은 지금도 제 몸조리를 해주고 있습니다. 그런데 제가 어찌 이 상황에서 첩실을 들이겠다고 말을 할 수가 있겠습니까?”“너…”“아바마마, 나중에 제 몸 상태가 완전히 회복되고 나서도

  • 난 이 소설의 주인공이 아니었다   제347화

    고개를 끄덕인 덕빈은 이내 기 나인에게 미리 준비했던 여인들의 초상화를 가져오라고 했다.“일단 한번 보세요. 이 어미가 태자를 위해 고심 끝에 선별한 여인들입니다. 다들 참한 여인이지요.”초상화를 힐끗 쳐다보던 이육진은 조금 전, 서재에서 황제에게 했던 말을 그대로 덕빈에게 다시 한번 읊었다.그 말에 덕빈이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폐하와 태자는 참 많이 닮았습니다. 이 넓은 후궁을 한번 둘러보십시오. 전 이 후궁의 일인자로써 황후가 아니지만 후궁 전체를 관리하는 권리를 가지고 있지요. 저 덕빈 외에 폐하께는 후궁의 첩이 서너 명밖에 없습니다. 그럼 일년 내내 누가 폐하의 총애를 제일 많이 받고 있을까요?”“어마마마?”이육진은 구구절절 얘기하는 덕빈의 말이 너무도 외롭고 쓸쓸하게 느껴졌으며 어마마마가 정확하게 무슨 뜻으로 이런 얘기를 하는 건지 알 수가 없었다.덕빈은 그런 이육진을 보며 말을 이어갔다.“이 어미는 태자가 폐하와 똑같이 평생 한 여인만을 마음속에 품고 있다는 말을 하고 있는 겁니다. 태자가 태자빈을 진심으로 사랑하고 있다는 걸 압니다. 하긴, 태자빈이 태자의 다리도 고쳐주고 얼굴의 흉터도 지워드렸는데 태자가 당연히 태자빈에게 마음이 생길 수밖에 없겠지요. 태자빈은 태자의 은인일 뿐만 아니라 제 은인이기도 합니다. 그러니 이만 돌아가십시오. 첩을 들이는 일은 최대한 미루도록 하겠습니다.”이육진을 쳐다보는 덕빈의 눈에서 모성애가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그녀는 평생 너무 힘들고 외롭게 살았지만 자신의 아들만큼은 원하는 대로 살게 해주고 싶었다.한편, 이육진은 그런 덕빈을 보며 어안이 벙벙했다.예전에 그에게 첩을 들이지 못해 안달이던 덕빈은 심지어 은근슬쩍 소우연에게 이육진을 설득하라고 말을 하기도 했다.그런데 오늘은 왜 갑자기 생각이 바뀐 걸까?“그만 돌아가세요.”이육진은 자신을 향해 손을 내젓는 덕빈을 보며 어마마마의 마음 속 깊은 곳에 지울 수 없는 큰 상처가 있는 것 같았다.“어마마마, 혹 기분이 안 좋으시거나 고민이 있

  • 난 이 소설의 주인공이 아니었다   제348화

    ”네가 나를 구했다고?”피식 웃던 이육진이 소우희를 빤히 쳐다보았다.“그래, 어디 계속 얘기해보거라.”그는 눈앞에 있는 이 여자가 어디까지 뻔뻔하게 굴 수 있는지 한번 보고 싶었다.한편, 소우희는 냉랭하고 차가운 눈빛으로 자신을 쳐다보는 이육진을 보며 순간 긴장하기 시작했다.“소, 소인이 5년 전에 남강에서 태자 저하를 구했단 말입니다. 그러니 소인은 태자 저하의 생명의 은인이지요.”“그래? 그럼 옥패는 어디 있는 것이냐?”이육진은 자신의 물건을 되찾기 위해 최대한 꾹 참고 있었다.소우희는 재빨리 품에서 옥패를 꺼내 두 손으로 이육진에게 보여주었다.“태자 저하, 보십시오. 이게 바로 저하의 옥패입니다. 그때 당시 저하를 치료해 준 사람은 소인이 확실합니다.”소우희 손에 든 옥패를 힐끗 쳐다보던 이육진은 이내 고개를 돌려 간석에게 눈짓을 했고 이육진의 뜻을 바로 알아차린 간석은 소우희에게 다가갔다.흠칫하며 손을 슬쩍 피한 소우희는 미련이 남은 눈빛으로 옥패를 쳐다보았다.“아씨, 무슨 뜻입니까?”간석은 짜증이 치밀었지만 꾹 참고 억지 미소를 물었고 소우희는 이내 최대한 가여운 표정을 지으며 이육진을 쳐다보았다.“태자 저하, 소인을 믿으시는 것이지요?”“옥패를 간 태감에게 주거라.”이육진은 소우희의 말에 대답하지 않았다. 그 말에 소우희는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그동안 두렵고 겁에 질린 순간들을 너무 많이 겪었기에 소우희는 더 이상 그렇게 살고 싶지 않았지만 이육진을 상대로 얕은수를 쓸 수는 없었다.‘이육진 이 남자가 내 말을 믿은 걸까? 아니면 여전히 믿지 못하고 있는 건가?’냉랭하고 차가운 이육진의 표정으로 소우희는 도무지 그의 속을 알 수가 없었다. 한편, 간석은 이내 소우희의 손에서 옥패를 가져갔다.그 순간, 심장이 철렁 내려앉은 소우희는 겁에 질린 표정으로 이육진을 쳐다보았다.“태자 저하, 소인의 말을 믿지 못하시겠다면 직접 보십시오. 이 옥패는 그때 당시 저하께서 소인에게 준 옥패가 확실합니다.”이육진은 손에 끼고

  • 난 이 소설의 주인공이 아니었다   제349화

    “진규야, 이자의 손발을 부러트리고 혓바닥을 뽑아서 소씨 가문 저택 앞에 버리거라. 그러고도 이자가 문제를 더 일으킬 수 있는지 내 한번 지켜보겠다.”“아닙니다, 아닙니다! 태자 저하, 소인에게 그러시면 안 됩니다.”“내가 왜 너에게 이러면 안 되는 것이냐?”이육진의 물음에 머릿속이 하얘진 소우희는 그 어떤 이유도, 핑계도 떠오르지 않아서 결국 했던 말을 또다시 반복했다.“어찌, 어찌 생명의 은인한테 이러시는 겁니까?”“나를 구해준 사람은 연이다. 너 같은 버러지만도 못한 존재 때문에 오늘 내 눈과 귀가 더럽혀졌으니 너에게 반드시 벌을 줘야겠다. 우리 연이가 너만 보면 기분이 안 좋거든.”“저하! 지금 소우연 때문에 소인을 죽이려고 하시는 겁니까?”“아니! 네 목숨은 연이에게 달렸다. 연이는 네가 고통과 절망 속에서 굴욕적으로 살아가길 바라는데 내가 어찌 연이의 뜻을 거스를 수 있겠느냐?”이육진은 끝까지 역겹고 뻔뻔한 소우희와 더 이상 한 마디도 섞고 싶지 않았다.홱 돌아선 이육진은 다시 자리에 앉았고 곁에 서있던 진규가 소우희에게 다가가 손에 들고 있던 검을 높이 치켜들더니 소우희의 손목을 향해 힘껏 내리꽂았다.그렇게 손과 발에 뼈가 부러지는 소리가 들렸고 소우희는 처절한 비명을 질렀다.그녀는 바닥에 축 늘어진 채 얼굴이 허옇게 질려버렸다.이를 힐끗 쳐다보던 이육진은 고개를 돌려 진규에게 말했다.“혹시 모르니까 저자의 손발에 있는 힘줄까지 다 잘라버리거라.”소우연이 이육진의 부러진 다리를 고칠 수 있다면 소우희의 손발을 고칠 수 있는 의원이 있을 수도 있기에 반드시 그 가능성을 완전히 없애 버려야 한다.이육진은 절대 소우희에게 그 어떤 자비도 베풀고 싶지 않았다.한편, 이육진의 명령에 진규를 또다시 검을 치켜 들었고 소우희의 비명소리와 함께 바닥 여기저기에 피가 마구 튀었다.그렇게 소우희의 두 손과 두 다리는 철저히 망가졌고 회복될 가능성이 전혀 없게 되었다.“저하, 이자가 기절했습니다.”진규의 말에 이육진은 간석을 쳐다보며

  • 난 이 소설의 주인공이 아니었다   제350화

    “악!”비명소리가 태자부에 울려 퍼졌다. 소우연의 얼굴이 창백하게 질려버렸고 화들짝 놀란 정연은 바닥에 털썩 주저앉았다. 그러다가 겨우 정신을 차린 정연은 입을 가린 채 헐레벌떡 달려온 명심 등 하인들에게 큰소리로 말했다.“얼른! 얼른 이걸 치우라고 하여라!”정연은 온몸을 덜덜 떨었다. 공포와 역겨움이 한데 섞여 완전히 넋을 잃어버렸다.한편, 의자에 앉아있던 소우연은 잔뜩 긴장한 모습으로 탁자 모서리를 잡은 채 바닥을 물끄러미 쳐다보았다.바닥에는 새빨간 피가 줄줄 흐르고 있는, 껍질이 전부 벗겨진 고양이의 시체가 누워있었다.소우연도 크게 놀랐지만 그래도 냉정함과 차분함을 잃지 않았다.바로 이때, 누군가가 방안으로 빠르게 뛰어들어왔다.갑자기 나타난 이육진이 소우연을 품에 꼭 끌어안은 모습을 보자 정연은 그제야 정신이 번쩍 들었다.한편, 명심과 나머지 시녀들은 소리를 지르며 밖으로 뛰쳐나가 너도나도 토하기 바빴다.그리고 간석이 방으로 들어오자마자 정연은 덜덜 떨면서 간석에게 말했다.“태감님, 얼른 저 고양이 시체부터 치워주십시오!”휘청거리며 일어난 정연이 손가락으로 가리키는 방향을 힐끔 쳐다본 간석은 바닥에 널브러진 고양이 시체와 피가 줄줄 흐르는 고양이의 껍질에 경악을 금치 못했다.“아니, 이게, 이게 대체 무슨 일입니까? 누가 이런 짓을 한 겁니까?”“이, 이민수 그자가 보낸 겁니다.”간석은 빠르게 다가가 맨손으로 고양이 시체를 선물함에 넣은 뒤, 밖으로 가지고 나가려고 했다.“잠깐만.”정신을 번쩍 차린 소우연이 간석을 불러 세웠다.“태자빈 마마…”“좋은 곳에 잘 묻어두거라.”소우연이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이 들고양이는 결국 죽음을 면치 못했다.“네.”간석이 선물함을 챙겨 방을 나섰고 정연은 시녀들을 불러 바닥에 흐른 핏자국을 빠르게 지운 뒤, 방 안에 향초 여러 개를 피웠다.한편, 이육진은 안색이 창백한 소우연을 품에 꼭 끌어안았다.“연아, 내 이민수 그자를 절대 가만두지 않을 테니 걱정하지 말거라.”어차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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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난 이 소설의 주인공이 아니었다   제370화

    “그 아이… 소씨 가문 전체를 증오하는 걸까.”소우연이 혼잣말처럼 중얼였다.햇살 한 줄기가 주먹만 한 감방 창을 뚫고 들어와, 소우연의 하얗고 고운 얼굴을 비췄다.그녀는 그 빛 아래서도 당당하고 우아했다.누구도 감히 넘볼 수 없는 품격과 위엄이 그녀의 전신을 감싸고 있었다.반면 소우희는 지푸라기 위에 쓰러진 채, 몸을 웅크리고 떨고 있었다.가려움이 피부를 찢을 듯 파고들었고, 근육조차 제대로 움직이지 않았다.꼴사납게 널브러진 그 모습은 마치 지옥에서 간신히 기어 올라온 잔재 같았다.왜?왜 소우연만 이렇게 타고난 운명이 다른 걸까?이육진에게 시집간다 했을 때, 누구나 그녀가 끝났다고 생각했다.그런데 멀쩡히 살아 돌아온 것도 모자라, 지금은 당당히 태자빈 자리에 앉아 있으니. 소우희는 미칠 것처럼 속이 뒤집혔다.분했다. 억울했다.온몸이 분노로 들끓었다.아직도 아령이 왜 자신을 그런 지경으로 몰았는지 알지 못했다.알았다 해도, 그걸 소우연 따위에게 말해줄 생각은 눈곱만큼도 없었다.죽는다 해도, 절대 이 여자 앞에선 입을 열지 않으리라 다짐하였다.소우연은 담담히 입을 열었다.“됐어. 어차피 네 입에서 들을 얘기는 없을 테니까. 그럼 남은 시간, 실컷 고통을 누리도록 해.”“아아아아아아!!!”말은 알아들을 수 없어도, 무슨 말을 내뱉고 있을지 소우연은 충분히 짐작할 수 있었다.저주와 원망, 추악한 욕설…그녀에겐 이제 그것밖에 남지 않았으니까.잠시 후, 감옥 복도 끝에서 이육진이 걸어왔다.“다 정리했다. 간수들에겐 유동식을 먹이도록 했고, 의원도 붙였어. 죽을 수 없게 만들었지.”“아아악! 아아아아아악!!!”소우희는 짐승처럼 비명을 질렀다.절식으로 빨리 죽고 싶었건만, 그들은 그조차 허락하지 않았다.이육진… 그 자는 진짜 악마였다.죽을 권리조차 빼앗다니 말이다…그녀의 절규와 광기 어린 울부짖음에도 소우연과 이육진은 서로의 손을 맞잡고 감옥을 떠났다.그들의 뒷모습은 점점 어둠 속으로 스며들었다.‘누구든 좋아… 날 좀

  • 난 이 소설의 주인공이 아니었다   제369화

    대체 그놈 머릿속엔 뭐가 들었단 말인가.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멍청함.짐승처럼 욕망에 눈이 멀어 움직이는 꼴이라니.이래서 사람들이 그를 고자 취급하는 게지.이민수의 눈동자엔 분노가 그대로 담겨 있었고, 그 감정을 숨기려 하지도 않았다.아령이 했던 말이 떠올랐다.‘군자는 열 번 복수해도 늦지 않습니다.’이민수는 이를 꽉 깨물고 말했다.“난 마차에서 기다리겠다. 소우희를 만나고 나면 바로 나오거라.”아령이 물었다.“세자 저하는… 보지 않으실 겁니까?”그녀는 분명 이민수가 처음으로 마음 준 여인이었다.“아니.”소우연이든 소우희든.이제 소씨 가문의 피를 지닌 자라면 모두 증오스러웠다.“알겠습니다.”표정은 아쉬운 듯했지만, 속은 후련했다.애초에 그녀는 소우희를 단둘이 만나고 싶었다.……감옥 안.소우희는 지푸라기 더미 위에 축 늘어진 채 쓰러져 있었다.모기떼가 온몸을 물어뜯었고, 하룻밤 사이 그녀의 얼굴은 부어오른 자국으로 뒤덮였다.붉고, 시퍼렇고, 검붉게.부어오른 자국과 뒤틀린 상처들이 뒤엉켜 있었다.그 얼굴로 흘러나오는 끊임없는 신음 소리만 들어도, 그녀가 얼마나 고통스러운 상태인지 짐작할 수 있었다.소우연이 그녀 앞에 다가서자, 소우희의 눈동자가 잠시 멍해지더니 곧 복잡한 감정이 뒤섞인 채 흔들렸다.“내가 널 죽여주길 바라는 거야?”소우연의 목소리는 차가웠다.거지꼴로 누워 있는 소우희는 눈을 깜빡이며 온몸을 떨었다.이육진은 미간을 찌푸렸다.더 보고 있자니 불쾌감이 올라왔다.그는 감옥 책임자를 찾아 다른 쪽으로 발길을 돌렸다.“걱정 마. 넌 죽게 될 거야. 단지, 매일 매일 뼛속을 긁는 고통과 끝없는 가려움 속에서 서서히 죽어갈 뿐이지.”“아아아악!!!”죽여줘… 제발, 죽여줘…그녀에겐 지금 이 순간이 지옥보다 끔찍했다.분노도, 원한도, 혐오도…어떤 말로도 지금의 감정을 설명할 수 없었다.무언가를 저주하는 마음밖에 남지 않았지만, 그것조차 무력했다.몸은 아팠고, 그보다 더 끔찍하게 가려웠다.그녀는

  • 난 이 소설의 주인공이 아니었다   제368화

    “세자 저하, 그럼 전 몸을 편히 하기 위한 약을 좀 구해오겠습니다.”아령은 이민수에게 조심스럽게 인사한 뒤, 소범준에게 직접 마차를 몰게 했다.소범준은 그 말을 듣고 목이 콱 막힌 듯했다.겉으로는 약을 구하러 간다지만, 이건 아무리 봐도… 이지윤의 아이를 가지려는 수작이었다.마차는 한참이나 골목을 빙빙 돌았다. 누군가의 눈을 피하려는 건지, 혹은 무언가를 감추려는 건지 알 수 없었다.오랜 시간이 지난 뒤에야 마차는 어느 약방 앞에 멈췄다.이후 아령은 소범준에게 평서왕부의 후문까지 말을 타고 함께 가자고 했다.가는 길에 소범준은 툭 던지듯 말했다.“당신의 계략과 담대함은 웬만한 사내도 따라가지 못할 것이오.”그 말엔 진심이 섞여 있었지만, 더 큰 비중은 냉소였다.아령이라고 그것을 모를 리 없었다.“사람으로 태어나 누구는 귀하게. 누구는 천하게 살아야 한다는 게 말이 되나요? 나으리는 종으로 사는 삶이 만족스러우신가 보지만, 전 아닙니다. 전 어머니의 한을 꼭 풀어드려야 해요. 어머니를 그렇게 만든 이들을 절대로 편히 살게 두지 않을 겁니다. 나쁜 자들이 잘사는 세상, 그게 공평한가요?”그녀는 그림처럼 단정한 얼굴을 들고 소범준을 또렷이 바라봤다.“제가 나서지 않으면, 제가 저를 위해 싸우지 않으면, 어머니의 억울함은 끝내 땅속에서 잠들고 말아요.”소범준은 아무 대답도 하지 못했다.그녀는 조용히 되물었다.“나으리의 어머니가 누군가에게 해를 입고 죽었다면, 복수하지 않으시겠어요?”여전히 침묵하는 그를 향해, 아령은 코웃음을 쳤다.“관리들은 마음껏 불을 지르면서 백성은 등불 하나 못 켜게 하는 세상, 그게 정의인가요? 여자인 제가 가진 건 이 얼굴과 몸뿐이에요. 이걸 무기로 쓰는 거죠.”말을 마친 그녀는 묵묵히 문을 두드렸다.곧 누군가 문을 열었고, 소범준은 이끌려 별당으로 들어가 차와 다과를 대접받았다.그 사이 아령은 소매 안에서 약 한 알을 꺼내 삼켰다.혹시라도 이번에도 임신에 실패한다면, 다음 달은 더욱 조급해질 게 뻔했

  • 난 이 소설의 주인공이 아니었다   제367화

    아령이 다시 입을 열었다.“세자 저하는 아령의 유일한 사내입니다. 이 생에서 저는 오직 저하 한 사람만을 섬기겠어요. 제발… 저하께서도 제게 조금만 더 다정하실 수는 없나요?”아이 때문이라도, 이민수는 고개를 끄덕였다.아령은 그의 속내를 읽은 듯 다시 말을 이었다.“세자 저하의 상황을 바깥사람들은 알지 못합니다. 하지만 제가 세자 저하의 아이를 가진다면… 훗날 무슨 소문이 나더라도, 그 소문을 깨뜨릴 수 있는 증거가 되겠지요. 그렇지 않다면, 제가 어찌 이 아이를 가질 수 있었겠습니까?”그 순간 이민수는 문득 냉정을 되찾았다.그녀를 바라보며 속으로 생각했다.‘이 여자, 정말이지… 영리하구나.’만약 좀 더 일찍 아령과 마음을 나눴더라면, 지금처럼 궁지에 몰리진 않았을지도 모른다.“좋아. 약조하지. 너와 아이한테만큼은 잘 대해주마. 다만…”세자빈의 자리는 줄 수 없었다.아령은 고개를 끄덕였다.“전 세자 저하 곁에 있을 수만 있으면 됩니다. 이 아이의 정체도 지금 당장 밝히실 필요 없어요. 모든 게 안정된 후에 천천히 말씀하셔도 늦지 않지요.”“좋아.”그녀는 조심스레 배를 어루만졌다.하지만 이민수는 왠지 모를 의심이 들어 혜주에게 어의를 불러오라 명했다.그 순간 아령의 눈빛엔 잠시 경멸이 스쳤다. 그러나 아무렇지 않은 듯 진맥을 받았다.“축하드립니다, 세자 저하. 회임이 맞습니다.”어의는 기쁜 표정으로 말했다.그간 사는 게 허무했던 이민수에게 드디어 삶의 의욕을 되찾게 해주는 일이 생긴 것이다.아령의 말처럼, 언젠가 자신이 불능이라는 소문이 퍼질 수도 있었다.그때 그녀와 그녀 뱃속의 아이는 자신이 살아남을 수 있는 유일한 희망, 명분이 될 터였다.“좋다… 아주 좋아!”이민수는 크게 웃으며 상을 내렸다.그 시각, 뜰의 오동나무 위에 숨어 있던 소범준은 그 모든 대화를 또렷이 듣고 있었다.무공 수련자라 귀가 예민한 데다, 아령과 이민수의 목소리까지 컸으니 말이다.그는 속으로 몸서리쳤다.‘이 여자… 정말 무섭구나. 거짓말도

  • 난 이 소설의 주인공이 아니었다   제366화

    “정말 매정하네요.”소우연은 담담하게 속삭이듯 말했다.전생에 소씨 일가가 자신에게 보였던 차가운 시선이 떠올랐다.그런데 오늘을 돌아보니…그들은 여전히 온갖 비난을 감수하면서도, 소우희를 다시 데려가 치료하고 있었다.결국 소씨 일가가 모두 그런 것은 아니었다.단지… 그녀에게만 그토록 냉정했던 것이다.애석할 따름이었다.소우희는 분명한 죄인이었고, 설령 소씨 일가가 동정을 베푼다 해도 그녀가 피할 수 없는 고통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그런 몰골로 옥에 갇힌다면, 앞으로 버틸 날이 많지 않을지도 모른다.“연아, 나는 그들과 같지 않아.”“나는 이육진도 아니고, 이지윤도 아니야.”이육진은 조심스럽게 말을 이었다.혹시라도 소우연이 그 패륜들과 자신까지 함께 미워하게 될까 두려웠다.소우연은 잔잔히 웃으며 그를 바라보았다.“알고 있습니다. 전하께서는… 다르십니다.”“정말이냐?”“네. 전 전하만은 믿고 있어요.”그녀의 믿음은 늘 행동으로 보여주는 것이었다.이번 생에서 복수 외에 그녀가 살아가는 이유는 이육진이 시신을 수습해 준 은혜를 갚기 위함이기도 했다.그를 위해 죽는다 해도, 그건 감히 감사의 마음이라 표현할 수 있을 것이다.소우희가 오늘 같은 결말을 맞이한 건, 어찌 보면 속이 시원할 지경이었다.역사가 반복된다면 이번 생에서 추락하는 건 소우희였고, 그 대상은 더 이상 그녀가 아니었다.“전하… 내일 소우희를 한번 보고 싶어요.”이육진은 고개를 끄덕였다.“오늘은 늦었으니 내일 가자.”하늘에는 노을이 붉게 퍼지고 있었다.해는 뉘엿뉘엿 지고 있었고, 달은 벌써 천천히 머리를 내밀고 있었다.해가 완전히 사라지자, 고요한 달빛이 뜰을 환히 비추기 시작했다.……한편.아령은 이민수의 상처를 정성껏 감싸고 있었다.그런데 무심결에 세게 닿았는지, 이민수는 화가 난 듯 그녀를 발로 걷어찼다.아령은 복부를 움켜쥐고 바닥에 주저앉았다.고통에 찬 얼굴로 이민수를 올려다보며 말했다.“세자 저하, 소녀 아령은 죽어도 괜찮습니다. 하지만

  • 난 이 소설의 주인공이 아니었다   제365화

    “임 어의.”소우연의 목소리가 문 앞에서 조용히 울려 퍼졌다.임 어의는 깜짝 놀라며 급히 일어나 예를 올렸다.“태자빈 마마께 문안 올립니다.”“됐네. 편하게 앉아서 이야기하지.”임 어의는 조심스레 자리에 앉았다.내심 긴장하면서도 소우연의 말투에 어딘가 안정감을 느꼈다.“태자 전하의 몸은 괜찮으신가? 자손을 얻는 데에 이상은 없겠지?”소우연은 조용하고 단정한 어조로 물었다.“전하께선 기력이 왕성하시고, 맥상도 아주 안정되어 있었습니다.”“그런데도 왜 아직 우리 사이에 아이가 생기지 않는 걸까.”밤낮으로 함께한 시간이 적지 않았다.이육진의 품에 안겨 숨이 넘어갈 정도였던 밤도 많았다.그런데도 아무 소식이 없으니, 도무지 알 수 없었다.자신의 몸 상태는 늘 살피고 있었다.맥으로 봐도 생식력엔 별다른 이상이 없다는 걸 알 수 있었기에 더 답답했다.임 어의는 몇 번이나 입술을 달싹였지만 말을 망설이다, 결국 소우연이 먼저 입을 열었다.“말하고 싶은 게 있으면, 돌려 말하지 말고 그냥 말해 보시게.”“태자빈 마마… 소신의 생각으로는 태자 전하께선 전혀 이상이 없으십니다.그리고 마마께서도 의원이시니, 본인의 상태는 누구보다 잘 아시겠지요. 결국… 이건 인연이 아직 닿지 않은 탓이라 생각합니다. 너무 조급해하시지 말고, 조금 마음을 내려놓으신다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겁니다.”소우연은 가볍게 눈썹을 찌푸렸다.“그래도 태자 전하는 훗날 황위를 이으실 분이야. 내가 태자빈인데 아이가 없으면, 사람들이 전하에게 무슨 말을 하겠어.”임 어의는 고개를 끄덕이며 조심스레 덧붙였다.“실제로 부부가 모두 건강해도 너무 간절한 마음이 되려 긴장을 유발해서, 오히려 수태가 어려워지는 경우가 많습니다.”소우연은 잠시 말을 잇지 않았다.그 말은 예전 의서에서 본 적이 있었지만 막상 자신의 일이 되니 잊고 있었다.‘혹시 우리 둘 다 너무 마음을 졸인 걸까…’“다른 방법은 없을까?”임 어의는 잠시 망설이다가 말했다.“길일을 택하신 뒤, 태자 전하께 며칠

  • 난 이 소설의 주인공이 아니었다   제364화

    “내일 임 어의를 다시 모시는 게 어떨까요?”소우연은 눈썹을 가볍게 치켜올리며 장난스러운 눈빛을 보냈다.애교 섞인 말투엔 묘하게 은근한 뉘앙스도 감돌았다.이육진은 문득 지난번 일을 떠올렸다.그녀와의 내기에서 이기면, 그가 원하던 방식대로 그녀가 먼저 다가와 주기로 했던 것.그는 느긋하게 웃으며 말했다.“네가… 그때처럼 해 준다면 생각은 해 보지.”“그때처럼…?”소우연의 두 볼에 붉은 기운이 번졌다.처음만 해도, 이육진은 그렇게 대담한 사람이 아니었다.하지만 요즘은 책에서 어디까지 배웠는지, 그녀를 애무하는 손길도 능숙했고.이젠 아예 그녀가 먼저 다가와 주길 바라고 있었다.“어떻느냐, 해 줄 수 있겠느냐?”이육진이 능청스럽게 웃으며 묻자, 소우연은 이를 악물고 고개를 끄덕였다.“아기를 갖기 위해서라면… 뭐든 할게요.”이튿날 정오 무렵, 소우연은 진우를 보내 임 어의를 모셔오게 했다.마침 이육진도 막 궁으로 돌아온 참이었고, 임 어의는 이미 이당에 도착해 진맥 준비를 마친 상태였다.“내가 직접 가겠다. 넌 안에서 기다리거라.”이육진은 마음이 내키진 않았지만 어쩔 수 없이 몸을 돌렸다.매달 태의원에서 진맥을 받고 있었고, 늘 아무 이상 없다는 말뿐이었으니.그는 간석에게 일렀다.“요즘 부인이 겉으론 안심한 듯해도 속으론 아직 풀리지 않은 게 있는 듯하구나. 창고 열쇠를 주고, 부인이 마음에 드는 걸 직접 고르게 해 줘라.”“예, 전하. 곧 전하겠습니다.”그렇게 말하고 이육진은 이당으로 향했다.임 어의는 잔뜩 긴장한 얼굴로 자리에서 일어나 맞절했다.“태자 전하께 문안 올립니다.”이육진은 곧장 주석에 앉으며 말했다.“절은 됐다. 앉거라.”하지만 임 어의는 속으로 진땀을 흘렸다.태자 앞에서 감히 앉는 것이 두려웠지만, 또 명을 어기는 건 더 무서웠다.결국 그는 조심스레 자리에 앉았다.“진우의 전갈을 받았습니다. 태자빈 마마께서 진맥을 요청하셨다고 들어 이렇게 왔습니다.”“내 몸을 좀 봐주거라.”이육진은 곧장 본론으

  • 난 이 소설의 주인공이 아니었다   제363화

    이육진이 말했다.“진이준의 보고에 따르면, 아령이 이민수 쪽에 붙었다더구나. 혹시 네가 그 자의 물건을 망가뜨려서, 아령이 복수하러 온 건 아닐까?”“전하도 그렇게 생각하세요?”오후에 정연도 비슷한 말을 했었다.이육진이 손을 들어 그녀의 이마에 맺힌 물방울을 닦아주려 했지만, 그 손끝에도 물이 많아 오히려 그녀의 눈가를 젖게 만들었다.그 모습이 꼭 눈물을 머금고 있는 것처럼 보여, 소우연은 피식 웃었다.그러자 이육진은 장난스럽게 그 물방울 위에 입을 맞췄다.“솔직히 난 다른 이유가 떠오르지 않아.이민수가 자기 통방을 보내 너한테 시비 걸게 할 만큼 바보는 아닐 테고. 게다가 그런 짓은 평서왕부에 해가 될 뿐이지. 지금 그 집안이 가장 경계해야 할 게 바로 불필요한 시선인데.”소우연도 고개를 끄덕였다.“맞아요… 아령은 이민수 뜻으로 움직인 게 아닐 거예요. 어쩌면 그냥 자기 마음대로 왔을 수도 있죠.”그녀는 시선을 떨구고, 욕조에 떠 있는 꽃잎을 바라봤다.그중 한 장이 이상하게 물 위에 뜬 것이 아니라, 마치 허공에 맴도는 듯 떠 있었다.손을 뻗어 치우려던 순간, 남자의 그것이 눈앞에 드러났다.“전하… 정말.”그녀는 볼을 불룩 부풀리며 속상한 기색을 드러냈다.목욕 때마다 일이 생기긴 했지만, 오늘따라 더 얄밉게 느껴졌다.이육진은 기침을 한번 하며 말을 돌렸다.“오직 너와 함께할 때만… 살아 있다는 게 이렇게 기쁘고, 행복하다는 걸 느껴.”그 말에 소우연은 마음이 조금 풀린 듯, 그의 중심에 꽃잎을 덮어주며 눈을 바라봤다.“그런데 그 아이는… 멍청해 보이진 않았어요. 왜 굳이 사람 많은 만안당에서 절 찾아와 시비를 걸었을까요. 부군. 아령은 단순히 이민수가 아니라, 그냥… 저한테 적대심을 가진 것 같아요.”이육진은 고개를 갸웃했다.“하지만 소우희와 아령은 예전에 교류가 있었다 들었는데… 혹시… 소우희를 위해서?”소우연은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소우희 같은 성격에, 누가 그 애를 위해 나서겠어요. 게다가 예전에 아령이 혜주를

  • 난 이 소설의 주인공이 아니었다   제362화

    “그게 어쨌단 말이죠?”아령은 여전히 태연한 목소리로 대꾸했다.소범준은 말문이 턱 막혔다.‘간도 배포도 하늘을 찌르는구나.’‘그게 어쨌다니?’‘이 일이 평서왕의 귀에 들어가면, 네 목이 꺾일 수도 있단 말이다.’‘그걸 모르고 이러는 거야?’“이 일에 대해선 단 한 글자도 외부에 발설하지 않겠소. 그러니 제발… 아내와 자식들만은… 돌려주시오.”아령은 더는 미소조차 허락하지 않은 얼굴로 그를 바라보며 말했다.“꿈 깨세요. 우린 이미 같은 배에 탔어요. 다시 돌아갈 길은 없죠. 정녕 가족의 안위를 원한다면, 내 명을 따라야 해요. 아셨습니까?”그녀의 한마디 한마디가 칼날처럼 내리꽂혔다.소범준은 마치 깊은 웅덩이에 빠져 허우적대는 기분이었다.지금까지의 모든 게 덫이었다.“만약 왕야나 세자 저하께서 이 일에 대해 추궁하신다면, 그땐 어찌할 생각이오?”아령은 조용히 웃었다.“솔직히 말씀드리자면요, 세상 사람들의 문제는 제게 아무 상관없어요. 누구도 제 인생의 짐이 되어선 안 되죠.”소범준은 그제야 이 여인이 진짜 어떤 사람인지 실감했다.그렇다면 이지윤은?분명 둘은 연인처럼 보였고, 남다른 정이 오가는 줄 알았는데.하지만 아령은 묵묵히 창밖을 내다볼 뿐이었다.‘남자는 칼 드는 속도만 늦출 뿐이죠.’그가 다른 이들과는 달라도, 결국은 그냥 잠깐 마음을 줬을 뿐이었다.희고 맑던 얼굴에 스친 그 음습한 그림자.소범준은 싸늘한 기운이 등줄기를 스치는 것을 느꼈다.이 여자는… 절대로 만만한 상대가 아니었다.……의진을 마치고 돌아가는 마차 안.정연이 따뜻한 찻잔을 내밀었지만, 소우연은 손을 내저었다.잠시 머뭇거리던 정연이 조심스레 말했다.“태자빈 마마, 어깨 좀 주물러드릴까요?”“응, 부탁하마.”오늘은 이상하게 피곤했다. 하루 종일 앉아 진맥을 보느라 어깨가 뻐근했다.정연이 손끝으로 조심히 그녀의 어깨를 풀며 말을 꺼냈다.“오늘 그 아씨… 아령이라 했지요. 혹시 평서왕세자를 위해 나서신 건 아닐까요?”“흠, 글쎄.”소우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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