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명원의 목소리에 곽서연은 순간 눈이 휘둥그레졌다.그녀와 박서준의 일을 이미 알고 있는 광명원이 그녀가 박서준의 방에 혼자 들어와 있는 것을 보게 된다면 반드시 화를 낼 거로 생각하고 순간 어찌할 바를 몰라 우왕좌왕했다.박서준은 곽서연의 손목을 덥석 잡아 침대에 눕히고 이불을 덮어주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소리 내지 마.”곽서연이 숨자마자 방문이 열리더니 곽명원이 걸어들어왔다. 그는 박서준을 힐끗 쳐다보고 냉소를 지으며 말했다.“몇 대 맞았다고 설쇠느라 다 모여있는데 나오지도 않아? 너무하는 거 아니야?”박서준은 얼굴에
박서준은 빈혜경과 함께 그 자리를 떠났고 밖에서 소리가 더는 들리지 않자 곽서연은 그제야 이불속에서 머리를 내밀고 깊은숨을 몰아쉬었다.예쁘장한 눈에는 긴장감이 서려 있었고 목소리는 당황함에 떨리고 있었다.“삼촌이랑 할머니 가셨어요?”박서준은 웃으며 곽서연의 머리를 쓰다듬었다.“갔어.”곽서연이 즉시 이불에서 나오려고 몸을 일으키는 찰나 박서준은 그녀를 품에 꼭 끌어안았다.“서연아, 네 삼촌이 다른 가문에 인사하러 가자고 하면 가지 마. 알았지?”따뜻한 온기에 곽서연의 심장은 자기도 모르게 빨리 뛰기 시작했고 작고 하얀 얼
“곽서연 씨, 박 대표하고는 삼촌 조카의 사이 아닌가요? 두 분 금기된 사랑을 하고 있는데 누가 먼저 시작한 거죠?”“가족들은 두 사람이 사귀는 걸 알고 있나요? 반대는 안 하던가요?”“윤상후는 자신이 쓴 곡도 전부 곽서연 씨한테 줄 만큼 당신한테 잘해줬는데, 이렇게 그를 배신하면 마음이 불편하지 않은가요?”갑작스러운 질문에 놀란 곽서연은 트로피를 품에 끌어안은 채 떨리는 심장을 안고 어찌할 바를 몰랐다.이번 시합을 가족들 모두 주목하고 있는데 만약 이 보도가 나간다면 박서준과 곽서연의 일은 전부 들통날 수밖에 없었다.곽서
곽서연은 눈시울을 붉히며 말했다.“분명히 내가 먼저 삼촌을 좋아한 거잖아요. 왜 거짓말해요?”박서준은 웃으며 말했다.“누가 먼저 좋아했던 그게 뭐가 중요해. 넌 지금 내가 싫고 내가 널 쫓아다니는 건 사실이잖아. 서연아, 이 일이 비록 공개적으로 보도되지는 않겠지만 육 씨 집안과 곽 씨 집안에서는 이미 다 알고 있을 거야. 우리 이제는 현실을 직시해야 해.”곽서연은 긴장한 표정으로 박서준을 바라보았다.“어떡해요? 할아버지가 삼촌 아빠한테 가서 뭐라 하는 거 아니에요?”“두 사람이 힘을 합쳐 나를 때릴까 봐 걱정해야 하는
통화 목소리만 들어도 박서준은 육상근이 지금 엄청나게 화나 있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그는 아무렇지 않게 웃으며 온화한 목소리로 말했다.“아버지, 저 지금 미래의 아버지 며느리를 달래주는 중이거든요. 금방 들어갈 테니까 조금만 기다려 주세요.”“박서준, 그 마음 당장 접어. 두 사람 사이 절대 동의 못 해. 그러니까 빨리 들어와. 지금 서연이 할아버지 할머니도 이쪽으로 오고 있어. 우리 집을 박살 내겠다고 하니까 네가 와서 해결해.”육상근의 말에 박서준은 겁을 먹기는커녕 오히려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화를 풀려면 그
“정확히 말하면 당신 손녀가 먼저 좋아한 거죠. 서준이는 처음부터 거절했었어요. 그러던 중에 심은하를 만나게 된 거예요. 그러다 납치 사건이 있었잖아요. 서준이도 그때 자기 마음을 알게 됐고 서연이한테 좋아한다고 말했었는데, 서연이는 그때 이미 윤상후랑 결혼하겠다고 마음먹은 뒤였어요. 그러니까 박서준도 쉽지는 않죠. 윤상후가 떠난 이유를 지금까지도 서연이한테 알려주지도 않고 내가 짊어져야 할 짐을 대신 지고 있잖아요. 오늘도 보세요. 그렇게 많은 사람 앞에서 모든 책임을 자기한테 돌리잖아요. 이렇게 보면 책임감도 있고 괜찮은 것 같
육상근은 눈썹을 찡그린 채 천우를 바라보고 말했다.“너 둘째 삼촌한테서 뭐 받은 거 있어? 왜 삼촌 편을 들어?”천우는 문 앞에 있는 어린이용 스포츠카를 가리키며 말했다.“저거 둘째 삼촌이 사준 거예요. 받은 게 있는데 보답은 해야죠. 할아버지, 둘째 삼촌은 벌써 서른 살이나 먹었어요. 서연 누나와 결혼시키지 않으면 평생 독거노인으로 늙어 죽을 거예요. 그러면 내가 부담이 커지잖아요.”진지하고 엄숙한 분위기로 있던 모든 사람은 천우의 말에 전부 웃음을 터뜨렸다.박주영은 빈혜경의 팔을 잡아당기고 웃으며 말했다.“천우의 말도
육상근은 한편으로 말을 하며 한편으로는 미리 준비해둔 야구방망이를 들고 기세등등하게 박서준을 향해 걸어갔다.온 집 식구들은 놀란 채 아무 말도 못 하고 그 자리에 얼어붙었다.육상근이 들어 올린 야구방망이가 박서준의 다리에 닿으려는 찰나 곽서연은 박서준에게 달려가 그를 품에 끌어안았다.이 모습을 지켜보던 곽훈은 즉시 달려가 육상근의 손목을 잡고 어두운 표정으로 말했다.“감히 내 손녀한테 손을 대려는 건가?”육상근은 몸부림치며 말했다.“내 아들을 때려서라도 형님의 화를 풀어줘야 할 거 아니에요. 감히 서연이를 좋아하다니 말이
육천우는 넥타이를 매지 않은 셔츠차림에 목에 잇는 단추 두 개를 풀어헤쳤다.그는 보일 듯 말 듯 한 붉은 자국을 허연후가 발견할 거라고는 미처 생각지도 못했다.모두의 시선이 육천우의 쪽을 향했고 허나연은 놀라서 온몸이 굳어졌다.만약 허연후가 어젯밤에 육천우와 함께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된다면 내일이라도 당장 그들을 결혼시킬 수도 있었다.허나연이 심장이 튀어나올 정도로 긴장하고 있는데 육천우는 담담한 목소리로 말했다.“나연이가 물었어요.”육천우의 한마디는 모두를 놀라게 했다. 마침 위층에서 내려오던 조수아와 육문주는 이 말을
육예람이 허나연을 잡고 구석구석 살피려는데 육천우가 목 뒷덜미를 잡아끌며 말했다.“헛짓거리하지 말고 가서 아줌마한테 아침 좀 차려달라고 해. 나연이 아직 밥도 안 먹었어.”“오빠, 아파요. 돌아오자마자 왜 나만 괴롭혀요? 나중에 아빠한테 다 이를 거예요.”“네 고자질이 무서웠다면 아마 난 오늘까지 살지도 못했을 거야. 어릴 때부터 아빠한테 고자질하는 걸 좋아했잖아. 아빠만 아니었다면 넌 벌써 나한테 크게 뚜드려 맞았어.”육천우가 육예람의 머리를 몇 번 세게 문지르자 육예람은 화가 나서 발을 동동 굴렀다.“오빠! 머리 방금
허나연은 급히 방으로 돌아와 어제 입었던 치마를 입으려 했지만, 도저히 입을 수 없을 정도로 찢어져 있었다. 그녀의 머릿속에는 어젯밤 육천우가 그녀의 치마를 찢었던 장면이 떠올랐다.분명히 천천히 풀 수도 있었는데 마음이 급했는지 육천우는 힘으로 치마를 찢어 버렸다.‘이제 어떡해. 옷도 못 입을 정도로 다 찢어지고!’허나연은 화가 나서 치마를 육천우에게 내던지고 말했다.“다 너 때문이야. 멀쩡한 치마를 네가 찢어 버렸잖아. 이제 뭘 입고 돌아가? 만약 내가 예람이와 같이 자지 않았다는 걸 부모님이 알게 되면 뭐라고 설명할래?”
“예람이가 너 어제 귀국했고 나연이도 너희 집에서 잤다고 하던데. 별일 없었지?”“어떤 방면에서요?”“뻔히 알면서 왜 물어? 만약 너희 둘한테 무슨 일 있었다면 엄마가 이모랑 삼촌한테 말해서 결혼 서둘러야지. 어차피 이 결혼은 정해놓은 건데.”육천우는 웃으며 말했다.“내가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면 엄마 실망하실 거잖아요. 아니면 오늘 제가 나연이 데리고 집에 갈까요? 술이라도 먹이면 무슨 일이 생길 것도 같은데. 그럼 그때 가서 이모한테 얘기하시면 되잖아요.”조수아는 화가 나서 욕을 했다.“이놈아. 나연이는 어릴 때부
말을 마친 육천우가 휴대전화를 꺼내 전화를 걸려 하자 허나연은 즉시 달려들어 그를 침대에 깔아 눕혔다.옷도 입지 않은 채 다시 껴안게 되자, 허나연의 머릿속에는 어젯밤의 장면이 하나둘 떠올랐고 하얀 얼굴은 순식간에 붉게 달아올랐다.육천우는 누운 채로 허나연의 허리를 끌어안고 귓가에 속삭였다.“어젯밤으로 만족을 못 하는 거야? 아침부터 왜 이래?”허나연은 화가 나 있는 힘껏 육천우의 가슴팍을 내리치고 씩씩거리며 말했다.“어젯밤에 우리한테 일어난 일 누구한테도 말하면 안 돼. 특히 네 엄마 아빠와 우리 엄마 아빠.”육천우는
육천우는 지금까지 뭔가를 이렇게 서둘러 본 적이 없었다. 그는 신발을 벗을 틈도 없이 허나연을 문 앞에 있는 신발장 위에 앉힌 뒤 입술을 맞추었다. 차 안에서 계속 자제하던 감정이 무너지는 순간이었다.야릇한 기운이 순식간에 방 안에 퍼졌다. 활활 타오르는 불길처럼 두 사람은 이성을 잃은 채 서로를 탐했다.옷가지는 하나씩 바닥에 떨어졌고 방에서는 가슴 뛰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허나연은 마치 긴 꿈을 꾼 것 같았다. 꿈속에서 그녀는 육천우와 말도 안 되는 짓을 했다. 허나연은 눈을 감고 머리를 쥐어박더니 속으로 욕을 퍼부었다.‘
육천우는 큰 손으로 허나연의 머리를 쓰다듬고 부드럽게 말했다.“그래. 오빠 왔어.”육천우의 대답에 코끝이 찡해진 허나연은 그의 목을 끌어안고 억울한 듯 말했다.“천우 오빠, 왜 지금까지 나 보러 안 온 거야? 나연이가 싫어진 거야?”허나연의 안쓰러운 모습에 마음이 아파진 육천우는 잠긴 목소리로 말했다.“네가 날 싫다고 그랬었잖아. 파혼까지 해달라고 소리 지른 건 너야.”허나연은 고개를 가로저으며 눈물을 글썽인 채 육천우를 바라보았다.“천우 오빠, 삼 년 전에 했던 말을 취소할게. 파혼하는 거 싫어. 결혼하고 싶어. 그러
육예람은 허나연을 끌고 룸으로 들어갔다. 문을 열자마자 ‘펑!’ 하는 소리와 함께 머리 위로 오색 띠가 흩날렸다.친구 중 한 명이 다가오며 말했다.“나연아, 너의 천우 오빠가 돌아온다며? 축하해.”허나연은 얼굴을 찡그리며 말했다.“육천우 얘기 꺼내지도 마. 속이 갑갑해지려 하니까.”“갑갑할 게 뭐가 있어? 잘생겼지 능력 좋지. 겨우 26살에 M 국 금융계를 휩쓸었잖아. 개인 재산이 이미 네 아버지를 넘었다고 들었는데? 내가 만약 이렇게 좋은 남편이 있으면 자다가도 웃다가 깰 거야.”“그렇게 부러우면 네가 가질래?”“싫어
전화벨 소리에 잠에서 깬 허나연은 눈을 반쯤 감고 통화버튼을 눌렀다. 전화기 너머에서 육예람의 목소리가 들려왔다.“나연아, 좋은 소식과 나쁜 소식이 있는데 어떤 걸 먼저 들을래?”허나연은 잠긴 목소리로 말했다.“나쁜 소식.”“너의 약혼자이자 나의 오빠가 곧 돌아온대. 너 앞으로 우리랑 같이 맘 편히 못 놀겠다. 하하하. 어때?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지 않아?”찬물을 끼얹는듯한 소식에 허나연은 순식간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육천우가 돌아온다. 사사건건 간섭하며 아무것도 못 하게 구속하는 그가 돌아온다.‘그럼 앞으로 나이트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