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화 목소리만 들어도 박서준은 육상근이 지금 엄청나게 화나 있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그는 아무렇지 않게 웃으며 온화한 목소리로 말했다.“아버지, 저 지금 미래의 아버지 며느리를 달래주는 중이거든요. 금방 들어갈 테니까 조금만 기다려 주세요.”“박서준, 그 마음 당장 접어. 두 사람 사이 절대 동의 못 해. 그러니까 빨리 들어와. 지금 서연이 할아버지 할머니도 이쪽으로 오고 있어. 우리 집을 박살 내겠다고 하니까 네가 와서 해결해.”육상근의 말에 박서준은 겁을 먹기는커녕 오히려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화를 풀려면 그
“정확히 말하면 당신 손녀가 먼저 좋아한 거죠. 서준이는 처음부터 거절했었어요. 그러던 중에 심은하를 만나게 된 거예요. 그러다 납치 사건이 있었잖아요. 서준이도 그때 자기 마음을 알게 됐고 서연이한테 좋아한다고 말했었는데, 서연이는 그때 이미 윤상후랑 결혼하겠다고 마음먹은 뒤였어요. 그러니까 박서준도 쉽지는 않죠. 윤상후가 떠난 이유를 지금까지도 서연이한테 알려주지도 않고 내가 짊어져야 할 짐을 대신 지고 있잖아요. 오늘도 보세요. 그렇게 많은 사람 앞에서 모든 책임을 자기한테 돌리잖아요. 이렇게 보면 책임감도 있고 괜찮은 것 같
육상근은 눈썹을 찡그린 채 천우를 바라보고 말했다.“너 둘째 삼촌한테서 뭐 받은 거 있어? 왜 삼촌 편을 들어?”천우는 문 앞에 있는 어린이용 스포츠카를 가리키며 말했다.“저거 둘째 삼촌이 사준 거예요. 받은 게 있는데 보답은 해야죠. 할아버지, 둘째 삼촌은 벌써 서른 살이나 먹었어요. 서연 누나와 결혼시키지 않으면 평생 독거노인으로 늙어 죽을 거예요. 그러면 내가 부담이 커지잖아요.”진지하고 엄숙한 분위기로 있던 모든 사람은 천우의 말에 전부 웃음을 터뜨렸다.박주영은 빈혜경의 팔을 잡아당기고 웃으며 말했다.“천우의 말도
육상근은 한편으로 말을 하며 한편으로는 미리 준비해둔 야구방망이를 들고 기세등등하게 박서준을 향해 걸어갔다.온 집 식구들은 놀란 채 아무 말도 못 하고 그 자리에 얼어붙었다.육상근이 들어 올린 야구방망이가 박서준의 다리에 닿으려는 찰나 곽서연은 박서준에게 달려가 그를 품에 끌어안았다.이 모습을 지켜보던 곽훈은 즉시 달려가 육상근의 손목을 잡고 어두운 표정으로 말했다.“감히 내 손녀한테 손을 대려는 건가?”육상근은 몸부림치며 말했다.“내 아들을 때려서라도 형님의 화를 풀어줘야 할 거 아니에요. 감히 서연이를 좋아하다니 말이
곽명원의 말에 곽서연은 어리둥절해서 물었다.“상후 선배의 아버지가 곽 씨 집안과 문제가 있었다고 하지 않았어요? 아니에요?”곽명원은 담담하게 고개를 끄덕였다.“응. 서준이가 널 위해서 그렇게 말한 거야. 네가 진실을 알게 되면 혹시나 병이 다시 발작할까 봐 걱정돼서, 네가 서준이를 오해할 걸 뻔히 알면서도 널 속인 거야. 그런데 삼촌은 그렇게 생각 안 해. 너도 이제는 부모님의 사건을 감당할 수 있을 만큼 컸잖아. 그렇지?”곽명원의 말뜻을 알아차린 곽서연은 믿을 수 없다는 듯 물었다.“부모님을 죽인 살인범이 윤상후의 아버지
말을 마친 곽명원은 곽서연의 손을 잡고 벽 쪽으로 걸어가 허벅지로 사다리를 만들고 말했다.“딛고 올라가.”곽서연은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곽명원의 허벅지에 딛고 이어서 벽 위로 올라갔다. 뒤이어서 곽명원이 벽에 오르려는 찰나 누군가의 날카로운 목소리가 들려왔다.“거기 누구야? 감히 육 씨 집안 벽을 넘어? 당장 내려와!”곽서연은 놀라서 즉시 안쪽으로 뛰어내렸고 곽명원을 버려둔 채 사당 쪽으로 뛰어갔다. 만약 지금 여기서 발견되면 박서준을 못 볼 수도 있었다.박서준이 혼자 사당에서 아픈 다리를 이끌고 먹지도 마시지도 못한 채
박서준의 다정다감한 말과 행동에 곽서연의 뺨은 더욱 화끈거렸고 따라서 목소리도 나긋나긋해 졌다.“삼촌.”박서준은 부끄러워하는 곽서연의 모습을 보고 입꼬리를 올리며 말했다.“무서워할 거 없어. 삼촌이 네가 다 클 때까지 기다려 줄게.”박서준은 큰 손으로 곽서연의 뺨을 어루만지며 솟구치는 욕망을 참고 또 자제했다.사슴같이 예쁘장한 곽서연의 눈은 자기도 모르게 파르르 떨렸다. 그녀는 입술을 깨문 채 박서준의 목을 껴안고 그의 어깨에 기댄 채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삼촌이 심은하와 약혼한 뒤에는 삼촌을 놓아주고 잊으려고 노력
말을 마친 박서준은 곽서연의 귓불을 살짝 깨물었다. 찌릿찌릿한 느낌이 곽서연의 귀를 타고 온몸으로 빠르게 퍼져 나갔다.파도처럼 거친 키스가 그녀를 향해 다시 휘몰아쳤다. 박서준은 아까처럼 그렇게 자제하지 않았고 서로의 존재를 탐내듯 키스는 점점 더 깊어졌다.박서준은 드디어 자기도 아내가 생겼다고 조상들 앞에서 선언하고 싶었다.다른 한편.담벼락에 오르기도 전에 누군가의 호통 소리에 놀란 곽명원은 곽서연을 향해 신신당부했다.“여기는 삼촌한테 맡기고 빨리 뛰어내려.”말을 마친 곽명원은 소리가 나는 쪽으로 걸어갔다. 멀리서 육문
차유라와 말다툼이 벌어지려는 찰나 지켜보던 경호원이 다가가 제지하며 말했다.“고의로 대표님 약혼자의 헛소문을 퍼뜨리고 헐뜯는 당신들은 육엔 그룹에서 출근할 자격이 없습니다. 당장 이곳에서 나가세요.”쫓겨나는 여자들을 지켜보던 차유라는 그제야 뭔가를 깨달았다.사실 육천우는 그녀를 용서하는척하면서 이 모든 걸 직접 보면서 마음을 접기를 바란 거였다.차유라는 화가 나서 이를 악문 채 강당 위에서 다정한 눈빛으로 허나연에게 목걸이를 걸어주는 육천우를 노려보았다.간간이 들리는 축복의 소리에 이가 부서지도록 악물고 있는데 차 교수의
내연녀라는 말에도 허나연은 화를 내기는커녕 오히려 웃으며 말했다.“차유라 씨, 이 시점에도 그런 말을 하는 거 보면 간이 배 밖으로 나왔네요?”“허나연 씨, 저의 아빠가 천우의 스승이라는 걸 잊었어요? 천우가 배은망덕한 사람도 아니고 날 뭐 어떻게 할 거로 생각하는 거예요? 천우야, 안 그래?”차유라는 육천우한테 눈길을 돌렸다.아무 말도 하지 않고 상황을 지켜보고 있던 육천우는 침대에서 내려오더니 허나연의 곁으로 다가가 그녀의 어깨를 감싸며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자기야, 우리 일단 연회에 먼저 참가하고 차유라는 연회
육천우는 손님들 접대하느라 한 바퀴 돌고 나니 머리가 좀 어지러워지자 자리를 찾아 앉아 휴식을 취했다.혼자 앉아 있는 육천우를 발견한 차유라는 바로 앞으로 다가가서 말했다.“천우야, 왜 그래? 술 많이 마신 거야?”육천우는 반쯤 감은 눈을 하고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머리가 좀 어지럽네.”“내가 부축할게. 위층에 올라가 좀 셔.”차유라는 복무원을 불러 함께 육천우를 부축해 위층 방으로 들어갔다.들어가자마자 육천우는 침대에 쓰러져 꼼짝하지 못했고 차유라는 그런 육천우에게 다가가며 불렀다.“천우야, 천우야.”아무리 불러
허나연은 그들의 말에 신경 쓰지 않으려 했지만, 어머니의 명성을 희롱하는 소리를 듣고 더는 억제 할 수 없어서 홧김에 달려 나가 그 여자의 뺨을 후려쳤다.“누가 감히 뒤에서 우리 엄마를 희롱하고 있어?”“허나연, 내가 틀린 말 했어? 차유라 씨랑 육 대표님이 서로 좋아하는 사이인 걸 알면서 매일 대표님 사무실에 드나들더니 내연녀가 아니면 뭔데?”허나연은 그들을 비웃으면서 말했다.“차유라가 당신들한테 그렇게 말한 거야?”“차유라 씨가 말해줄 필요가 있겠어? 회사 사람들 전부 그렇게 알고 있는데. 해외에 있는 3년 동안 차유라
육천우는 대중들의 환호 속에서 허나연의 손가락에 반지를 끼워 주고는 몸을 일으켜 허나연을 바라보면서 말했다.“나연아, 나 이제 키스해도 돼?”이 말은 분명 물음형이었지만 허나연이 대답도 하기 전에 커다란 손은 이미 그녀의 머리를 감싸 쥐고 촉촉한 입술로 그녀의 입술에 키스하고 있었다.현장에서는 축하의 환호성이 울려 퍼졌고 허나연은 부끄러운 듯 얼굴을 붉혔지만 육천우의 애틋한 마음에 그녀는 거절할 수가 없었다.둘은 얼마 동안 키스를 했는지도 모르고 서아의 목소리가 들릴 때 대서야 키스를 멈췄다.“아빠, 삼촌이랑 이모가 뽀뽀하
육천우의 말을 듣던 허나연은 하염없는 눈물을 흘리며 코를 훌쩍거리며 말했다.“왜 나한테 이렇게까지 잘해주는 거야? 조금이라도 나쁘게 대했어도 내가 이 정도로 슬프진 않았을 거잖아.”육천우는 허나연의 눈물을 닦아주면서 달래며 말했다.“애기야, 울지마. 오빠한테 이거 하나만 대답해 줄래?”허나연은 눈물을 머금고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오빠가 묻고 싶은 게 뭔지 나도 알아. 천우 오빠, 나 어릴 적부터 오빠랑 붙어 있는 걸 좋아했고 커서도 항상 오빠 옆에만 있었고 후에 사춘기가 되니까 오빠가 너무 간섭해서 자유가 없는 것이 싫
허나연은 의아해하며 고개 들어 까맣고 반짝이는 눈동자로 육천우를 바라보며 물었다.“어떤 이벤트길래 이렇게 비밀스럽게 행동하는 거야?”허나연은 겉으로는 별로 신경 쓰지 않는 척했지만 마음속으로는 수도 없이 긴장해 하고 있었고 머릿속에 한가지 생각이 스쳐 지나가면서 기대하면서도 긴장한 듯 하였다.육천우는 허나연의 눈을 막고 지하실에 있는 극장 쪽으로 향했고 따라가는 허나연의 궁금증은 점점 커져만 갔다.“육천우, 대체 어딜 데리고 가는 거야?”육천우는 극장의 문을 열고 허나연의 눈을 가린 커다란 손을 내리며 사랑이 가득 담긴 목
“오빠 이제 다신 어딜 안 갈 거야. 알았지?”허나연은 붉어진 눈으로 입을 삐쭉 내밀면서 말했다.“거짓말하지 마. 3년 전에 떠나면서 매일 연락한다고 해놓고 가서는 내 연락도 다 무시해 버렸으면서. 나 밤마다 오빠 전화 기다리다 잠들었단 말이야.”허나연은 술땜에 말투가 흐트러졌지만 육천우는 다 알아들을 수 있었고 듣고 나서 그의 마음은 칼로 베는 듯 아팠다.여태껏 육천우는 허나연이 자신을 귀찮아한다고만 생각했고 서로 성장 공간을 가져야 다시 만날 수 있을 것 같아 해외에 나간 건데 허나연이 이런 마음으로 기다리고 있을 줄은
허나연은 입을 쀼죽하게 내밀고 육천우를 바라보며 말했다.“뭔 생각했다고 그래. 나 혼자서 얼마나 자유스러웠는데.”허나연은 사실 자유스러웠던 건 맞지만 마음은 많은 공허함을 느꼈다.육천우가 항상 옆에서 이것저것 참견하여 허나연은 귀찮게만 느꼈었지만, 그가 해외로 떠나고 나서야 그의 빈자리가 얼마나 큰지 알게 되었다.허나연은 사람들이 없을 때면 항상 조용하게 혼자 육천우랑 함께했던 나날들을 회상했었고, 커플들끼리 꽁냥 거리는것을 볼 때면 항상 옆에 있어 줬던 육천우를 생각했다.이 말을 들은 육천우는 웃으면서 허나연의 머리를 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