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연희는 곧바로 일어나 배우진 앞으로 걸음을 옮기며 눈물을 삼키고 말했다.“윌리엄, 프로젝트에 문제가 생겨서 처리하러 간다고 그랬잖아요? 이 상처는 다 뭐예요?”배우진의 상처를 보자 마음이 아파 난 육연희는 치밀어 오르는 분노에 온몸이 떨려왔다.배우진은 그런 육연희를 품에 안고 이마에 뽀뽀하며 잠긴 목소리로 말했다.“연희야, 미안해. 네가 걱정할까 봐 계속 숨겼어. 그날 그룹에서 나온 뒤 운전을 했는데 브레이크는 이미 고장 나 있었어. 얼마 지나지 않아 큰형이 보낸 차 두 대가 뒤따라 오더니 내 차를 양쪽으로 들이박았고 결국
육연희는 가볍게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그렇게 말씀해 주시니 안심이 되네요. 하지만 만약의 때를 대비해 윌리엄 요한의 신분을 증명해 주세요. 만약 어느 날 윌리엄 선생께서 그가 진짜가 아니라고 하면 입이 열 개라도 제가 할 말이 없지 않겠어요? 얼굴은 다른 사람한테 보여주기 싫다고 하니 윌리엄 요한의 몸에 있는 특별한 상징이라도 증명해 주시죠.”말을 마친 육연희는 윌리엄 요한의 셔츠를 들어 올려 등에 있는 지도 모양의 모반을 가리키며 말했다.“윌리엄 선생, 이건 제거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태어날 때부터 가지고 있는 모반이죠.
육연희는 입가에 알 수 없는 미소를 머금은 채 불편할 정도로 부드러운 태도로 말했다.“아버님, 저와 요한이 오늘 밤에 어머님과 아버님을 뵈러 댁에 들를게요. 겸사겸사 아버님께서 어떻게 요한을 대신해 대공자에게 정의 구현을 하시는지도 보고 올게요.”말뿐인 줄 알았는데 진짜로 집에 들르겠다는 육연희의 말에 윌리엄 청은 멍해졌다.여왕 폐하가 집에 방문한다는 것은 평소 같으면 온 가족이 대열을 지어 영접해야 할 정도로 영광스러운 일이나, 지금의 윌리엄 청은 좋아할 겨를도 없이 오히려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걱정스러웠다.하나는 진짜 윌
육연희의 이상한 행동에 배우진은 걱정스럽게 물었다.“연희야, 왜 그래?”육연희는 빨개진 눈으로 고개를 가로저으며 말했다.“괜찮아. 최근에 아이스크림을 너무 많이 먹어서 위가 안 좋아졌나 봐.”배우진은 마음이 아파 육연희의 머리를 한 번 쓰다듬으며 말했다.“내가 집에 없으니까 밥도 제대로 안 먹었나 보네. 앞으로 그러면 안 돼. 지켜볼 거야.”배우진은 육연희의 어깨를 감싸 안고 식당으로 들어가 의자를 끌어당겨 육연희를 자리에 앉혔다.장숙희는 육연희가 좋아하던 음식을 한 상 차려놓고 간장 게장을 육연희의 앞에 가져다 놓으며
육연희는 또다시 배우진과의 아이가 생기자 마음이 기쁘면서도 어딘가 씁쓸했다.두 사람은 5년을 헤어져 있다가 결국 다시 만났고 이제는 아이까지 생겼다.오랜만에 느껴지는 행복감에 육연희는 소리 없이 눈물을 흘렸다.소리 없이 울고 있는 육연희를 본 배우진은 가슴이 아파 죽을 것만 같았다.몇 년 전에 잃은 그 아이 때문에 육연희가 혼자서 얼마나 힘든 나날을 보냈는지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배우진은 큰 손으로 육연희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우리 연희 착하지. 울지 마. 자꾸 울면 아이한테 안 좋아.
아이를 재우고 있던 육문주는 천우의 소리에 화를 내며 그를 노려보고 말했다.“쌍둥이들 겨우 잠들려 그러는데, 네가 소리 지르는 바람에 또 깼잖아.”쌍둥이들은 천우의 말을 알아들은 듯 두 눈을 크게 뜨고 천우를 바라보며 작은 입을 헤벌리고 웃었다.천우는 다가가서 쌍둥이들의 손가락을 잡으며 말했다.“둘째야, 너는 형이 될 거고, 막내 너는 누나가 될 거야. 나는 또 동생이 하나 더 생기는 거야. 너무 기쁘지 않아?”방금까지도 잠이 들락 말락 하던 쌍둥이들은 천우의 말에 이불을 걷어차고 팔다리를 흔들어대며 마치 이 일을 기뻐하며
천우는 선생님의 손을 잡고 육문주와 조수아를 향해 손을 저으며 말했다.“엄마 아빠 잘 가요. 빨리 동생들 보러 가요. 나 이만 들어갈게요.”말을 마치고 천우는 돌아서서 선생님과 함께 떠났다.태연자약한 천우의 모습에 늘 냉정하던 육문주는 코끝이 찡해져 옆에 있던 조수아를 바라보며 목이 멘 소리로 말했다.“여보, 천우는 괜찮은데 왜 내가 슬프지?”조수아도 아쉬운 마음에 눈시울이 붉어진 채 육문주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천우가 울지 않아서 다행이야. 만약 여기서 울고불고 난리 치면 우리가 마음 아파서 어떡해.”두 사람은 문
육문주가 선생님 곁에 서 있던 아림이를 바라보자 어린 소녀는 바지가 흠뻑 젖어있었고 상의도 우유 때문에 얼룩이 져 있었다.등교 첫날부터 이런 문제를 일으키는 천우 때문에 육문주는 머리가 지끈거리는 것 같았다.그는 허리를 굽혀 아림의 머리를 몇 번 쓰다듬으며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아저씨가 집에 가서 천우 혼내줄게. 그리고 새 옷 한 벌 사줘도 될까?”아림은 검고 반짝이는 큰 눈을 몇 번 깜박거리며 나긋나긋한 목소리로 말했다.“아저씨, 천우 탓하지 마세요. 제가 동의해서 한 거예요.”육문주는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그
그 메시지를 받은 송학진은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 그리고 간단히 답장을 보냈다. [언제든지 괜찮아. 차 비서가 정해.] [오늘 저녁 괜찮을까요? 제가 아림이랑 천우 데리고 대표님이 좋아하는 그 레스토랑에 갈게요.] [그래. 좀 이따 보자.] 간단한 문자를 보며 ‘차 비서'라는 익숙한 말에 차서윤은 마음속에 물결이 일렁였다. 몇 년 전의 몇 장면이 떠올랐다. “차 비서, 커피에 왜 설탕을 넣은 거야?” “인생이 이미 너무 쓰니까요. 그걸 더 쓰게 만들 이유가 없잖아요.” 송학진은 커피를 한입에 다 마
차서윤은 싸늘한 목소리로 단호하게 말했다. “한마디만 더 욕해봐. 출발하기 전에 이미 예약 전송 설정을 해뒀어. 지금이라도 바로 메일 보낼 수 있어. 누가 이 업계에서 사라지게 될지 한 번 볼까.” 그 말을 들은 이장우는 조금 겁이 났다. 그는 줄곧 차서윤이 그저 만만한 상대라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이 여자가 자신도 모르게 증거를 남겨뒀을 줄은 꿈에도 몰랐다. 이를 악물며 거부하려던 순간 그의 휴대전화가 울리기 시작했다. 발신자를 확인한 그는 급히 전화를 받았다. “송 대표님, 죄송합니다. 이 여자가 좀 말을
선생님이 웃으며 말했다. “아, 그러면 아림이 아버지시군요. 어쩐지 가족분들 모두가 그렇게 잘생기셨더라고요.” 천우는 고개를 들어 송학진을 향해 장난스럽게 웃으며 말했다. “외삼촌, 이건 제가 한 말이 아니에요. 선생님이 말씀하신 거예요!” 송학진은 웃으며 천우의 머리를 가볍게 톡 치고는 별다른 설명 없이 말했다. “자, 이제 동생 손잡고 얼른 들어가. 선생님 말씀 잘 듣고 말썽부리지 말고. 알았지?” 천우는 바로 아림의 손을 꼭 잡고 의젓하게 오빠다운 말투로 말했다. “동생아, 이제부터 오빠가 널 지켜줄게
차서윤은 이 제안을 거절하고 싶었다. 송학진에게 아무런 부담도 주고 싶지 않았다. 그녀는 송학진을 바라보며 단호하게 말했다. “송 대표님, 좋은 제안 감사하지만 저는 가지 않겠어요. 이장우 쪽에서 일하는 건 그만두고 제 능력으로 생활을 유지할 수 있는 일을 구하는 건 어렵지 않을 거예요. 단지 송 대표님께 부담드리고 싶지 않아요.”송학진은 그녀를 이해할 수 없다는 듯 바라보았다. “차서윤, 정상적으로 말하자면 나는 너의 전 직장 상사였고 지금 더 좋은 기회를 제시하는 건데 왜 거절하는 거야? 나한테 뭔가 숨기고 있는 일이
그 말을 들은 송학진은 눈이 촉촉해졌다. 그는 이 작은 아이가 그런 장면을 목격하고 그로 인해 마음에 얼마나 큰 상처를 입었을지 상상도 할 수 없었다. 그는 지난 3년 동안 차서윤과 그녀의 딸이 어떤 삶을 살아왔을지 전혀 짐작할 수 없었다. 그는 아림을 꼭 끌어안고 큰 손으로 아림의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으며 부드럽게 말했다. “걱정하지 마, 오늘 밤은 아저씨가 같이 있어 줄게.” 그는 아림을 다른 침대에 눕히고 이불을 덮어주며 그녀의 이마에 가볍게 입을 맞췄다. “눈 감고 자. 아저씨는 계속 여기 있을 거야.”
정말 짐승 같은 놈이네!그는 바로 아이를 안심시키려고 말했다. “너희 엄마는 괜찮아. 술을 많이 마셔서 탈수된 거야. 링거 맞으면 금방 나을 거니까. 조금 있으면 엄마를 볼 수 있을 거야. 알겠지?”아림은 이해심이 깊은 아이였다. 바로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아저씨, 제가 암호를 하나 알려줄게요. 제가 문을 열어줄 때 그 암호를 말해야 문을 열어줄 거예요. 아니면 절대 문을 열지 않아요.”그 말을 듣고 송학진은 이 아이가 더욱 안쓰럽게 느껴졌다.그는 생각할 것도 없이 이 아이가 자주 혼자 집에 있을 거라는 걸 알 수
얇은 검은 천 아래로 드러난 여자의 새하얀 피부가 눈길을 끌었다. 그녀는 침대 위에서 몸을 자꾸 비틀며 저항하는 듯했지만 어쩐지 보는 이를 자극하는 모습이었다. 그 광경을 본 송학진의 눈빛이 순식간에 싸늘해졌다. 그는 곧장 그녀에게 다가가 그녀의 눈을 가리고 있던 검은 천을 거칠게 벗겨냈다. 막 꾸짖으려던 순간 그녀의 눈동자가 눈물로 가득 차 있는 것을 보고 그는 멈칫했다. 그녀의 입술은 떨리고 있었으며 이를 부딪치는 소리가 들렸다. 그녀는 간신히 힘을 내어 부드럽고 연약한 목소리로 애원했다. “제발... 저를 건드
송학진은 즉시 아버지를 위로하며 말했다. “아버지, 인제 그만 우세요. 우리 작은 공주님이 건강하고 행복하게 자랄 수 있게 우리가 수아에게 못 줬던 사랑을 아이들에게 두 배로 주면 되잖아요.” “그래! 내 돈은 전부 세 아이한테 쓰겠다. 어차피 너는 결혼도 못 할 테니 네 몫으로 남겨둘 필요도 없겠지.” “아버지,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제가 결혼을 못 한다니요? 언젠가 아내랑 아이들까지 데리고 올지 누가 알아요?” 이 말을 듣고 육문주가 웃으며 농담을 던졌다. “그것도 나쁘지 않지. 천우가 너랑 아림 엄마랑 잘되
송학진은 바로 일어나 송군휘를 부축하며 말했다.“아빠, 급해 마시고 제가 부축할 테니 함께 마중 나가요.”“그래. 빨리 가자.”두 사람이 별장에서 나오자 조수아와 육문주는 이미 아이를 안고 차에서 내린 뒤였다.송군휘와 송학진이 다가오는 것을 본 조수아는 순간 눈빛이 어두워지며 송학진을 불렀다.“오빠.”그리고 이내 시선을 다시 송군휘 쪽으로 돌렸다.초점 없는 눈으로 조수아와 육문주의 방향을 보고 있는 송군휘는 많이 늙은 것 같았다.송군휘는 어색하면서도 조심스럽게 웃고 있었다.조수아는 겨우 입을 떼고 작은 소리로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