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지혜는 눈물이 가득 맺힌 눈으로 눈앞의 허연후를 바라봤다.한때 그는 그녀에게 그저 제멋대로에다 자유분방한 바람둥이에 불과했다.그런 그가 지금은 그녀 앞에 무릎을 꿇고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말로 사랑을 고백하고 있었다. 그의 눈빛에는 거짓 없는 진심과 깊은 사랑이 담겨 있었다.그 순간, 한지혜는 허연후와의 인연이 운명임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천천히 손을 내민 그녀의 손등 위로 눈물방울이 뚝 떨어졌다. 허연후는 그녀의 손가락에 반지를 끼우고, 그 위에 조심스럽게 입을 맞췄다. 그의 눈빛은 여전히 따뜻했고, 그 깊이는 그녀의
“그럼 약속해요. 절대 거짓말하면 안 돼요.”...이번 청혼식은 화려하거나 웅장하지 않았다. 고급 호텔도, 눈부신 장식도 없었지만, 그 어떤 것보다 특별하고 의미 있는 순간이었다.허연후는 모여 있는 사람들을 향해 손을 흔들며 말했다.“이제 다들 돌아가세요. 여기서 더 배웅은 못 하겠어요. 해야 할 일이 있거든요.”그가 그렇게 말하는 동안 그의 시선은 줄곧 한지혜에게 고정되어 있었다.그 모습을 본 곽명원이 장난스럽게 입을 열었다.“힘 조절 잘해라. 심장 이제 좀 괜찮아졌다고 무리하다가 신장 하나 더 나가면 어쩌려고? 지혜
한지혜는 허연후의 뜨거운 입맞춤에 점점 정신이 아득해졌다. 그녀는 숨이 가빠져 낮은 목소리로 그를 다독였다.“연후 씨 우리 위로 올라가요. 여기선 누가 볼 수도 있어요.”그러나 그의 눈동자는 이미 욕망으로 가득 차 있었다. 마치 오랜 시간 굶주린 늑대처럼 그는 그녀의 쇄골로 입술을 내리며, 천천히 드레스의 어깨끈을 끌어내렸다.한지혜는 그 강렬한 자극에 저도 모르게 떨리는 숨소리를 흘렸다. 하지만 그녀의 머릿속에 울리는 경고는 멈추지 않았다.‘여기는 위험해. 만약 누군가 사진이라도 찍는다면... 내 이미지는...’이미 허연후
2년 전에도 허연후는 매일 아침 그녀를 위해 정성껏 다양한 메뉴를 준비하곤 했다.하지만 지금의 그들은 그때보다 더 성숙해졌고, 서로를 더욱 깊이 사랑하게 되었다.한지혜는 천천히 허연후의 뒤로 다가가 그의 허리를 감싸며 갓 깨어난 듯한 나른한 목소리로 물었다.“뭐 만들고 있어요? 냄새가 엄청 좋은데.”허연후는 손에 들고 있던 주걱을 내려놓고 그녀를 품에 안으며 이마에 가볍게 입을 맞췄다. 그는 장난스러운 미소를 띠며 대답했다.“추어탕! 어젯밤 너를 만족시키느라 내 허리가 나갔으니, 보약으로 회복해야지.”한지혜는 그의 얼굴을
천우를 보는 순간 잘생긴 박서준의 얼굴은 환한 웃음으로 가득 찼다.박서준은 허리를 굽혀 천우를 안고 볼에 입을 맞추더니 웃으며 말했다.“삼촌도 너 많이 보고 싶었어.”천우는 뒤에 따라오는 곽서연을 가리키며 말했다.“둘째 삼촌, 서연 누나예요. 누나가 여기서 혼자 대학교에 다녀야 하니까 삼촌이 꼭 잘 챙겨주세요.”박서준은 자기를 향해 걸어오는 곽서연한테 눈길을 돌렸다.한창 유행하는 청바지에 심플한 흰색 티셔츠를 입고, 긴 머리를 하나로 질끈 묶은 곽서연은 젊고 활기차 보였다.육문주는 곽서연을 데리고 오더니 낮은 목소리로
천우는 즉시 의자 위에 올라가 반짝이는 큰 눈으로 송군휘를 쳐다보더니 작은 손을 내밀어 눈앞에 흔들며 나긋한 목소리로 말했다.“할아버지, 정말 제가 안 보이세요?”할아버지라는 말을 들은 송군휘는 더욱 슬피 울며 어둠 속에서 천우의 손을 천천히 찾아 입을 맞추며 말했다.“이렇게 천우를 만질 수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하구나.”천우는 아빠가 실명했을 때와 똑같은 송군휘의 모습을 보자 눈시울이 붉어졌다.어른들이 하는 말을 전부 듣고 있던 천우는 비록 각막 기증이 뭔지는 정확하게 몰랐지만, 대체적인 내용은 이해하고 있었다.아빠의 눈
송군휘는 한없이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나는 수아를 아프게 하고 싶지 않아. 더는 수아의 삶에 나타나서 지난 일을 떠올리게 하고 싶지도 않고.”“지난 일은 이미 다 지나갔잖아요. 수아도 시시콜콜 따질 사람이 아니고요. 저희 여기서 며칠 머물러야 하니까 먼저 몸조리 잘하세요. 그리고 일이 다 마무리되는 대로 함께 돌아가요. 수아 배 속에 있는 아이들 보고 싶지 않으세요?”송군휘는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왜 안 보고 싶겠어. 꿈에서라도 보고 싶어. 배 속에 아이들은 괜찮대?”“네. 다 건강하대요. 벌써 6개월이에요. 남
곽서연은 샤워를 한 뒤 잠옷으로 갈아입고 계단을 내려갔다.인기척을 들은 박서준이 뒤돌아보니 부엌 입구에 예쁘장한 소녀가 서 있었다.도자기 인형같이 하얀 피부에 연한 가지색 잠옷을 입은 모습이 귀엽고 사랑스러웠다.박서준은 곽서연한테 손짓하며 말했다.“식탁에 앉아서 기다려. 금방 돼.”곽서연은 다가가며 물었다.“내가 도울 건 없어요?”“없어. 어디 데이기라도 하면 내가 네 삼촌한테 뭐라 그래.”“저 그렇게 허약하지 않거든요. 접시 같은 건 나를 수 있어요.”말을 마친 곽서연이 주방에 들어서자, 정교하게 잘려있는 과일과
그 메시지를 받은 송학진은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 그리고 간단히 답장을 보냈다. [언제든지 괜찮아. 차 비서가 정해.] [오늘 저녁 괜찮을까요? 제가 아림이랑 천우 데리고 대표님이 좋아하는 그 레스토랑에 갈게요.] [그래. 좀 이따 보자.] 간단한 문자를 보며 ‘차 비서'라는 익숙한 말에 차서윤은 마음속에 물결이 일렁였다. 몇 년 전의 몇 장면이 떠올랐다. “차 비서, 커피에 왜 설탕을 넣은 거야?” “인생이 이미 너무 쓰니까요. 그걸 더 쓰게 만들 이유가 없잖아요.” 송학진은 커피를 한입에 다 마
차서윤은 싸늘한 목소리로 단호하게 말했다. “한마디만 더 욕해봐. 출발하기 전에 이미 예약 전송 설정을 해뒀어. 지금이라도 바로 메일 보낼 수 있어. 누가 이 업계에서 사라지게 될지 한 번 볼까.” 그 말을 들은 이장우는 조금 겁이 났다. 그는 줄곧 차서윤이 그저 만만한 상대라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이 여자가 자신도 모르게 증거를 남겨뒀을 줄은 꿈에도 몰랐다. 이를 악물며 거부하려던 순간 그의 휴대전화가 울리기 시작했다. 발신자를 확인한 그는 급히 전화를 받았다. “송 대표님, 죄송합니다. 이 여자가 좀 말을
선생님이 웃으며 말했다. “아, 그러면 아림이 아버지시군요. 어쩐지 가족분들 모두가 그렇게 잘생기셨더라고요.” 천우는 고개를 들어 송학진을 향해 장난스럽게 웃으며 말했다. “외삼촌, 이건 제가 한 말이 아니에요. 선생님이 말씀하신 거예요!” 송학진은 웃으며 천우의 머리를 가볍게 톡 치고는 별다른 설명 없이 말했다. “자, 이제 동생 손잡고 얼른 들어가. 선생님 말씀 잘 듣고 말썽부리지 말고. 알았지?” 천우는 바로 아림의 손을 꼭 잡고 의젓하게 오빠다운 말투로 말했다. “동생아, 이제부터 오빠가 널 지켜줄게
차서윤은 이 제안을 거절하고 싶었다. 송학진에게 아무런 부담도 주고 싶지 않았다. 그녀는 송학진을 바라보며 단호하게 말했다. “송 대표님, 좋은 제안 감사하지만 저는 가지 않겠어요. 이장우 쪽에서 일하는 건 그만두고 제 능력으로 생활을 유지할 수 있는 일을 구하는 건 어렵지 않을 거예요. 단지 송 대표님께 부담드리고 싶지 않아요.”송학진은 그녀를 이해할 수 없다는 듯 바라보았다. “차서윤, 정상적으로 말하자면 나는 너의 전 직장 상사였고 지금 더 좋은 기회를 제시하는 건데 왜 거절하는 거야? 나한테 뭔가 숨기고 있는 일이
그 말을 들은 송학진은 눈이 촉촉해졌다. 그는 이 작은 아이가 그런 장면을 목격하고 그로 인해 마음에 얼마나 큰 상처를 입었을지 상상도 할 수 없었다. 그는 지난 3년 동안 차서윤과 그녀의 딸이 어떤 삶을 살아왔을지 전혀 짐작할 수 없었다. 그는 아림을 꼭 끌어안고 큰 손으로 아림의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으며 부드럽게 말했다. “걱정하지 마, 오늘 밤은 아저씨가 같이 있어 줄게.” 그는 아림을 다른 침대에 눕히고 이불을 덮어주며 그녀의 이마에 가볍게 입을 맞췄다. “눈 감고 자. 아저씨는 계속 여기 있을 거야.”
정말 짐승 같은 놈이네!그는 바로 아이를 안심시키려고 말했다. “너희 엄마는 괜찮아. 술을 많이 마셔서 탈수된 거야. 링거 맞으면 금방 나을 거니까. 조금 있으면 엄마를 볼 수 있을 거야. 알겠지?”아림은 이해심이 깊은 아이였다. 바로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아저씨, 제가 암호를 하나 알려줄게요. 제가 문을 열어줄 때 그 암호를 말해야 문을 열어줄 거예요. 아니면 절대 문을 열지 않아요.”그 말을 듣고 송학진은 이 아이가 더욱 안쓰럽게 느껴졌다.그는 생각할 것도 없이 이 아이가 자주 혼자 집에 있을 거라는 걸 알 수
얇은 검은 천 아래로 드러난 여자의 새하얀 피부가 눈길을 끌었다. 그녀는 침대 위에서 몸을 자꾸 비틀며 저항하는 듯했지만 어쩐지 보는 이를 자극하는 모습이었다. 그 광경을 본 송학진의 눈빛이 순식간에 싸늘해졌다. 그는 곧장 그녀에게 다가가 그녀의 눈을 가리고 있던 검은 천을 거칠게 벗겨냈다. 막 꾸짖으려던 순간 그녀의 눈동자가 눈물로 가득 차 있는 것을 보고 그는 멈칫했다. 그녀의 입술은 떨리고 있었으며 이를 부딪치는 소리가 들렸다. 그녀는 간신히 힘을 내어 부드럽고 연약한 목소리로 애원했다. “제발... 저를 건드
송학진은 즉시 아버지를 위로하며 말했다. “아버지, 인제 그만 우세요. 우리 작은 공주님이 건강하고 행복하게 자랄 수 있게 우리가 수아에게 못 줬던 사랑을 아이들에게 두 배로 주면 되잖아요.” “그래! 내 돈은 전부 세 아이한테 쓰겠다. 어차피 너는 결혼도 못 할 테니 네 몫으로 남겨둘 필요도 없겠지.” “아버지,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제가 결혼을 못 한다니요? 언젠가 아내랑 아이들까지 데리고 올지 누가 알아요?” 이 말을 듣고 육문주가 웃으며 농담을 던졌다. “그것도 나쁘지 않지. 천우가 너랑 아림 엄마랑 잘되
송학진은 바로 일어나 송군휘를 부축하며 말했다.“아빠, 급해 마시고 제가 부축할 테니 함께 마중 나가요.”“그래. 빨리 가자.”두 사람이 별장에서 나오자 조수아와 육문주는 이미 아이를 안고 차에서 내린 뒤였다.송군휘와 송학진이 다가오는 것을 본 조수아는 순간 눈빛이 어두워지며 송학진을 불렀다.“오빠.”그리고 이내 시선을 다시 송군휘 쪽으로 돌렸다.초점 없는 눈으로 조수아와 육문주의 방향을 보고 있는 송군휘는 많이 늙은 것 같았다.송군휘는 어색하면서도 조심스럽게 웃고 있었다.조수아는 겨우 입을 떼고 작은 소리로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