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진은 육연희가 그 자리를 떠나려 하자 뒤쫓아가서 그녀의 손목을 덥석 움켜쥐고 눈물 자국이 가득한 얼굴로 바라보며 말했다.“연희야, 내가 어떻게 하면 날 용서할 수 있어?”육연희는 지긋지긋하게 매달리는 배우진을 차가운 눈빛으로 보며 말했다.“내 아이를 다시 돌려줘. 그럼 용서해 줄게.”육연희의 말을 들은 배우진은 어리둥절한 얼굴로 한참을 멍하니 있다가 의아한 듯 물었다.“무슨 아이? 연희야, 누구의 아이를 말하는 거야?”육연희는 싸늘한 눈빛으로 말했다.“다른 사람의 아이를 돌려달라고 하겠어? 배우진, 널 왜 이렇게 원
하지만 육연희가 아이를 지웠었다는 사실을 알고 나니 배우진은 다시 되돌릴 가능성이 전혀 없을 거 같았다.온몸이 차가워진 배우진은 심장에 칼이 박힌 것처럼 아파 숨조차 제대로 쉴 수 없었다.육연희는 마음을 가다듬더니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배우진, 빨리 손 떼지 않으면 사람을 불러서 여기서 내쫓을 거야.”배우진은 껴안고 있는 손을 놓지 않은 채 울먹이는 목소리로 말했다.“마음대로 해. 어차피 난 너 아니면 아무것도 필요 없어.”“배우진, 5년이나 지났는데 좀 철들면 안 돼? 네가 놓치기 싫다고 잡고 있으면 네 것이 될 거
천우의 말에 배우진은 심장이 덜컹 내려앉는 것 같았다.배우진도 천우가 말하는 상황이 뭔지 잘 알고 있었다.M 국의 여왕 결혼은 자신이 스스로 상대를 결정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의회에서 회의를 통해 왕공이나 귀족 중 한 사람을 선택했다.그러니 배우진의 신분은 당연히 그 후보에도 오르지 못할 사람이었다.육연희가 나중에 다른 남자와 결혼한다는 생각을 하니 배우진의 가슴은 찢어지는 듯 아팠다.위층에서 내려오자 한지혜는 배우진에게 달려가 작은 목소리로 물었다.“연희 언니 만났어요?”어두운 눈빛으로 고개를 끄덕이는 배우진을
허연후는 한지혜를 업고 걸으면서 어린 시절 이야기를 했다.한지혜는 처음에는 아무 생각 없이 재미있게 들어줬다.하지만 한참 뒤에 허연후는 기억을 잃었었다는 것이 생각났다.‘친구들에 대한 기억이 없는 거 아니었어?”‘어릴 때 그 추억은 어떻게 알고 있는 거지?’여기까지 생각한 한지혜는 속이 뜨끔해졌다.한지혜는 허연후한테 업힌 채 귓가에 대고 물었다.“허연후 씨, 기억이 돌아온 거예요?”한지혜의 물음에 허연후는 어리둥절해져 걸음을 멈추고 한참을 멍하니 있다가 말했다.“나도 모르겠어. 이 산을 보니까 그때가 생각나.”“그
오색찬란한 불꽃이 허연후의 얼굴을 환히 비추었다. 불빛 속 그의 또렷한 이목구비는 더욱 빛나 보였고, 짙고 깊은 눈매는 단숨에 시선을 사로잡았다.한지혜는 허연후에게서 눈을 떼지 못했다. 심장은 거칠게 뛰기 시작했고, 그의 고백과 따뜻한 시선에 마음이 와르르 무너지는 듯했다.그 다정함이 점점 더 욕심나 목소리마저 떨리고 말았다.“연후 씨...”그녀가 조심스럽게 그의 이름을 부르자, 허연후는 고개를 끄덕이며 부드러운 시선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이내 천천히 다가와 그녀의 입술 위에 입을 맞췄다.그의 목소리에는 묘하게 거칠면서도
한지혜는 웃으며 허연후의 볼을 어루만졌다.“왜 그래요? 배우진 씨가 저에게 딴맘 먹은 것도 아닌데 왜 이렇게 경계해요?”허연후는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갸웃했다.“좋아하지도 않는데 네 주변을 맴돌고 파티까지 따라온다고?”“연후 씨, 진짜 멍청한 거예요? 우리 천우도 눈치챈 걸 왜 연후 씨는 모르냐고요... 다른 사람들 일에는 관심조차 없는 거예요?”한지혜는 가볍게 웃으며 혀를 찼다.허연후는 그녀의 태도에 순간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무슨 뜻인지 곱씹어 보려는 듯 멍하니 그녀를 바라보다가 이내 무언가 떠오른 듯 눈
한건우는 눈을 가늘게 뜨며 미소 지었다.“그냥 산책도 할 겸 너희를 기다리려고 나온 거다. 오늘 재미있었어?”허연후는 한지혜의 손을 꼭 잡으며 힘주어 고개를 끄덕였다.“재미있었어요. 저희 이제 다시 시작하기로 했습니다.”그 말을 듣자, 한건우와 윤다혜는 동시에 환한 웃음을 터뜨렸다.“정말 잘 됐구나! 조만간 네 할아버지랑 상의해서 빨리 결혼 날짜를 잡아야 하겠구나. 오래 기다리셨잖니.”한지혜는 깜짝 놀라며 손을 들어 황급히 막았다.“아빠, 대체 얼마나 제가 결혼하길 바라신 거예요? 저희 이제 막 사귀기 시작했어요. 천천
허연후는 두 주먹을 꽉 쥐고 차갑게 말했다.“천정우?”천정우는 음산한 웃음을 터뜨리며 응수했다.“그래, 나야. 네가 그렇게 찾아 헤매던 내가 어디 있는지 알려줄게. 오늘 얼굴 보고 끝장을 보자고.”“한지혜한테 손끝 하나라도 대면, 내일 네 엄마가 직접 네 시신을 수습하게 될 거야.”허연후의 눈빛이 매섭게 번뜩였고, 그의 목소리엔 살기가 서려 있었다.천정우는 비웃음을 흘리며 말했다.“이 여자가 그렇게까지 중요한 사람이야? 가은이는 너를 위해 죽기까지 했는데... 참 웃기네. 오늘, 내 두 눈으로 네가 이 여자를 얼마나 사
차유라와 말다툼이 벌어지려는 찰나 지켜보던 경호원이 다가가 제지하며 말했다.“고의로 대표님 약혼자의 헛소문을 퍼뜨리고 헐뜯는 당신들은 육엔 그룹에서 출근할 자격이 없습니다. 당장 이곳에서 나가세요.”쫓겨나는 여자들을 지켜보던 차유라는 그제야 뭔가를 깨달았다.사실 육천우는 그녀를 용서하는척하면서 이 모든 걸 직접 보면서 마음을 접기를 바란 거였다.차유라는 화가 나서 이를 악문 채 강당 위에서 다정한 눈빛으로 허나연에게 목걸이를 걸어주는 육천우를 노려보았다.간간이 들리는 축복의 소리에 이가 부서지도록 악물고 있는데 차 교수의
내연녀라는 말에도 허나연은 화를 내기는커녕 오히려 웃으며 말했다.“차유라 씨, 이 시점에도 그런 말을 하는 거 보면 간이 배 밖으로 나왔네요?”“허나연 씨, 저의 아빠가 천우의 스승이라는 걸 잊었어요? 천우가 배은망덕한 사람도 아니고 날 뭐 어떻게 할 거로 생각하는 거예요? 천우야, 안 그래?”차유라는 육천우한테 눈길을 돌렸다.아무 말도 하지 않고 상황을 지켜보고 있던 육천우는 침대에서 내려오더니 허나연의 곁으로 다가가 그녀의 어깨를 감싸며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자기야, 우리 일단 연회에 먼저 참가하고 차유라는 연회
육천우는 손님들 접대하느라 한 바퀴 돌고 나니 머리가 좀 어지러워지자 자리를 찾아 앉아 휴식을 취했다.혼자 앉아 있는 육천우를 발견한 차유라는 바로 앞으로 다가가서 말했다.“천우야, 왜 그래? 술 많이 마신 거야?”육천우는 반쯤 감은 눈을 하고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머리가 좀 어지럽네.”“내가 부축할게. 위층에 올라가 좀 셔.”차유라는 복무원을 불러 함께 육천우를 부축해 위층 방으로 들어갔다.들어가자마자 육천우는 침대에 쓰러져 꼼짝하지 못했고 차유라는 그런 육천우에게 다가가며 불렀다.“천우야, 천우야.”아무리 불러
허나연은 그들의 말에 신경 쓰지 않으려 했지만, 어머니의 명성을 희롱하는 소리를 듣고 더는 억제 할 수 없어서 홧김에 달려 나가 그 여자의 뺨을 후려쳤다.“누가 감히 뒤에서 우리 엄마를 희롱하고 있어?”“허나연, 내가 틀린 말 했어? 차유라 씨랑 육 대표님이 서로 좋아하는 사이인 걸 알면서 매일 대표님 사무실에 드나들더니 내연녀가 아니면 뭔데?”허나연은 그들을 비웃으면서 말했다.“차유라가 당신들한테 그렇게 말한 거야?”“차유라 씨가 말해줄 필요가 있겠어? 회사 사람들 전부 그렇게 알고 있는데. 해외에 있는 3년 동안 차유라
육천우는 대중들의 환호 속에서 허나연의 손가락에 반지를 끼워 주고는 몸을 일으켜 허나연을 바라보면서 말했다.“나연아, 나 이제 키스해도 돼?”이 말은 분명 물음형이었지만 허나연이 대답도 하기 전에 커다란 손은 이미 그녀의 머리를 감싸 쥐고 촉촉한 입술로 그녀의 입술에 키스하고 있었다.현장에서는 축하의 환호성이 울려 퍼졌고 허나연은 부끄러운 듯 얼굴을 붉혔지만 육천우의 애틋한 마음에 그녀는 거절할 수가 없었다.둘은 얼마 동안 키스를 했는지도 모르고 서아의 목소리가 들릴 때 대서야 키스를 멈췄다.“아빠, 삼촌이랑 이모가 뽀뽀하
육천우의 말을 듣던 허나연은 하염없는 눈물을 흘리며 코를 훌쩍거리며 말했다.“왜 나한테 이렇게까지 잘해주는 거야? 조금이라도 나쁘게 대했어도 내가 이 정도로 슬프진 않았을 거잖아.”육천우는 허나연의 눈물을 닦아주면서 달래며 말했다.“애기야, 울지마. 오빠한테 이거 하나만 대답해 줄래?”허나연은 눈물을 머금고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오빠가 묻고 싶은 게 뭔지 나도 알아. 천우 오빠, 나 어릴 적부터 오빠랑 붙어 있는 걸 좋아했고 커서도 항상 오빠 옆에만 있었고 후에 사춘기가 되니까 오빠가 너무 간섭해서 자유가 없는 것이 싫
허나연은 의아해하며 고개 들어 까맣고 반짝이는 눈동자로 육천우를 바라보며 물었다.“어떤 이벤트길래 이렇게 비밀스럽게 행동하는 거야?”허나연은 겉으로는 별로 신경 쓰지 않는 척했지만 마음속으로는 수도 없이 긴장해 하고 있었고 머릿속에 한가지 생각이 스쳐 지나가면서 기대하면서도 긴장한 듯 하였다.육천우는 허나연의 눈을 막고 지하실에 있는 극장 쪽으로 향했고 따라가는 허나연의 궁금증은 점점 커져만 갔다.“육천우, 대체 어딜 데리고 가는 거야?”육천우는 극장의 문을 열고 허나연의 눈을 가린 커다란 손을 내리며 사랑이 가득 담긴 목
“오빠 이제 다신 어딜 안 갈 거야. 알았지?”허나연은 붉어진 눈으로 입을 삐쭉 내밀면서 말했다.“거짓말하지 마. 3년 전에 떠나면서 매일 연락한다고 해놓고 가서는 내 연락도 다 무시해 버렸으면서. 나 밤마다 오빠 전화 기다리다 잠들었단 말이야.”허나연은 술땜에 말투가 흐트러졌지만 육천우는 다 알아들을 수 있었고 듣고 나서 그의 마음은 칼로 베는 듯 아팠다.여태껏 육천우는 허나연이 자신을 귀찮아한다고만 생각했고 서로 성장 공간을 가져야 다시 만날 수 있을 것 같아 해외에 나간 건데 허나연이 이런 마음으로 기다리고 있을 줄은
허나연은 입을 쀼죽하게 내밀고 육천우를 바라보며 말했다.“뭔 생각했다고 그래. 나 혼자서 얼마나 자유스러웠는데.”허나연은 사실 자유스러웠던 건 맞지만 마음은 많은 공허함을 느꼈다.육천우가 항상 옆에서 이것저것 참견하여 허나연은 귀찮게만 느꼈었지만, 그가 해외로 떠나고 나서야 그의 빈자리가 얼마나 큰지 알게 되었다.허나연은 사람들이 없을 때면 항상 조용하게 혼자 육천우랑 함께했던 나날들을 회상했었고, 커플들끼리 꽁냥 거리는것을 볼 때면 항상 옆에 있어 줬던 육천우를 생각했다.이 말을 들은 육천우는 웃으면서 허나연의 머리를 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