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다혜는 실망하며 말했다“그래? 나는 또 연후가 집에 있는 줄 알고 연후가 제일 좋아하는 슈크림 빵도 만들었는데. 그럼 네가 연후집에 가져다줘. 마침 배우진도 있다며.”말을 마친 윤다혜가 몸을 돌려 떠나려 하자 갑자기 뒤에서 ‘에취’하는 소리가 들려왔다.한지혜는 깜짝 놀라 몸을 움찔했다.한지혜가 윤다혜한테 무언가를 말하려는 찰나 옷장 문이 열리더니 허연후가 옷장에서 기어 나오며 미안한 표정으로 한지혜를 바라보며 말했다.“지혜야, 일부러 그런 게 아니라 옷장 안에서 나는 향수 냄새에 과민해서 참을 수가 없었어. ‘에취’”한
허연후는 한건우의 말을 듣자 입가에 웃음기가 돌았다.과연 허연후의 예상대로 오해하고 있었다.허연후는 순순히 국을 들고 웃으며 말했다.“감사합니다. 아저씨, 마침 오늘 허리가 좀 시큰거렸는데 이 국물을 마시면 나을 것 같네요.”한건우는 웃으며 허연후의 어깨를 치며 말했다.“그래, 나도 젊은 사람들이라 정력이 왕성한 건 잘 알지만 그래도 절제는 하여라.”“알겠어요, 아저씨.”말을 마친 허연후는 고개를 들어 단숨에 그 국을 전부 마셨다.한지혜는 어찌 된 까닭인지 모른 채 그들을 보며 물었다.“아빠, 나 몰래 허연후 씨한테
더욱이 자기가 좋아하는 사람이 주는 꽃을 싫어하는 여자는 없을 것이다.한지혜는 웃으며 달려가 꽃 사이에 꽂힌 축하 카드를 집어 들고 호기심 어린 눈으로 펼쳐 봤다.카드를 펼치자 안에는 어제 보았던 피범벅으로 되어 있는 허가은의 사진이 있었다.어젯밤에 봤던 사진보다 더 무서웠다.한지혜는 놀라서 즉시 카드를 쓰레기통에 버리더니 얼굴이 창백해진 채 그 자리에 굳어버렸다.한지혜의 모습을 보고 있던 신영이 달려오며 물었다.“언니, 왜 그래요?”한지혜는 놀란 채 가쁜 숨을 몰아쉬며 말했다.“이 꽃다발 내다 버려.”“왜요? 아깝
말을 마친 허연후는 남궁혁한테서 정교하게 포장된 상자를 하나 받아안아 한지혜한테 건네주며 말했다.“내 넥타이와 같은 색상으로 특별히 널 위해 제작한 드레스야. 입어 봐.”신영은 급하게 상자를 열어보더니 드레스를 보고 놀란 듯 눈이 휘둥그레지더니 말했다.“와, 너무 이쁘네요. 언니, 내가 도와줄 테니까 빨리 입어봐요. 언니가 입으면 너무 이쁠 것 같아요. 허 대표님, 안목 있으시네요.”신영이 허연후를 칭찬하자 한지혜는 신영을 한번 보며 말했다.“허연후 씨한테서 뭘 받기라도 했어? 웬 칭찬이야?”“헤헤, 허 대표님께서 커피차
천우의 말을 들은 허연후는 곧바로 지갑에서 현금을 꺼내 천우의 주머니에 넣으며 말했다.“이거면 돼?”천우는 병아리가 쌀을 쪼듯이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됐어요.”“불러봐, 빨리.”“근데 삼촌이랑 이모 아직 결혼도 안 했잖아요. 내가 그렇게 불렀다가 이모가 삼촌이랑 결혼 안 하면 어떡해요? 안 그래요? 이모?”한지혜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그러니까, 이모가 누구랑 결혼할지 어떻게 알아.”허연후는 두 사람 때문에 화가나 헛웃음이 나갔다.“그럼 아까 돈 줄 때 말했어야지. 왜 이제야 말해? 두 사람 합작해서 내
파티장에 들어서던 육문주와 조수아는 육연희의 상태가 심상치 않자 즉시 물었다.“누나, 왜 그래?”육연희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가로저었다.“아니야, 렌즈 때문에 눈이 좀 불편해서 그래.”조수아는 육연희한테 다가가 팔짱을 끼며 말했다.“불편하면 다른 거로 바꿔 껴. 눈에 안 좋아. 같이 방에 가자.”“아니야, 좀 있으면 괜찮아져. 넌 친구들하고 놀고 있어. 나는 다른 사람들 좀 만나고 올게.”말을 마친 육연희는 술잔을 들고 떠났다.멀지 않은 곳에서 육연희를 보고 있던 배우진의 그윽했던 눈은 차츰 붉어졌다.상황을 지켜보
배우진은 정장 재킷을 벗고 검은색 셔츠만 입고 있었다.옷깃의 단추를 풀어헤쳐 새하얀 쇄골을 드러낸 채 그윽한 눈빛으로 육연희를 보고 있었다.육연희는 이 상황이 어딘가 이상해 천우의 옷을 들고 급히 나가려는데, 방문이 잠기더니 밖에서 천우의 소리가 들려왔다.“고모, 제가 실수로 방문을 잠갔어요. 할머니한테 가서 열쇠를 가져올 테니까 삼촌이랑 같이 좀 앉아 계세요.”육연희는 바로 소리를 질렀다.“천우야, 너 바지가 아직 젖어 있잖아.”“괜찮아요, 엄마 방에 가서 갈아입을게요. 거기에도 제 옷이 있어요.”말을 마친 천우는 방
말을 하면 할수록 배우진은 마음이 아파 눈물이 볼을 타고 흘러내렸다.배우진은 절절하고 애틋한 사랑 같은 건 믿지 않았다.그뿐만 아니라 돈으로 엮인 사람이 자기를 사랑할 리 없을 거라고 생각하고 항상 자신을 일깨웠다.자기를 잃지 말고 육연희를 사랑하지 말라고, 엄마처럼 사랑하면 안 되는 사람은 사랑하면 안 된다고.결국, 괴로운 건 사랑을 한 사람이니까.그래서 육연희와 만날 때에도 항상 자신을 잃지 말고 냉정함을 유지했다.하지만 배우진은 육연희가 그를 고용했던 건 배우진이 어머니의 병을 치료할 수 있게 돈을 주기 위한 핑계였
“예람이가 너 어제 귀국했고 나연이도 너희 집에서 잤다고 하던데. 별일 없었지?”“어떤 방면에서요?”“뻔히 알면서 왜 물어? 만약 너희 둘한테 무슨 일 있었다면 엄마가 이모랑 삼촌한테 말해서 결혼 서둘러야지. 어차피 이 결혼은 정해놓은 건데.”육천우는 웃으며 말했다.“내가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면 엄마 실망하실 거잖아요. 아니면 오늘 제가 나연이 데리고 집에 갈까요? 술이라도 먹이면 무슨 일이 생길 것도 같은데. 그럼 그때 가서 이모한테 얘기하시면 되잖아요.”조수아는 화가 나서 욕을 했다.“이놈아. 나연이는 어릴 때부
말을 마친 육천우가 휴대전화를 꺼내 전화를 걸려 하자 허나연은 즉시 달려들어 그를 침대에 깔아 눕혔다.옷도 입지 않은 채 다시 껴안게 되자, 허나연의 머릿속에는 어젯밤의 장면이 하나둘 떠올랐고 하얀 얼굴은 순식간에 붉게 달아올랐다.육천우는 누운 채로 허나연의 허리를 끌어안고 귓가에 속삭였다.“어젯밤으로 만족을 못 하는 거야? 아침부터 왜 이래?”허나연은 화가 나 있는 힘껏 육천우의 가슴팍을 내리치고 씩씩거리며 말했다.“어젯밤에 우리한테 일어난 일 누구한테도 말하면 안 돼. 특히 네 엄마 아빠와 우리 엄마 아빠.”육천우는
육천우는 지금까지 뭔가를 이렇게 서둘러 본 적이 없었다. 그는 신발을 벗을 틈도 없이 허나연을 문 앞에 있는 신발장 위에 앉힌 뒤 입술을 맞추었다. 차 안에서 계속 자제하던 감정이 무너지는 순간이었다.야릇한 기운이 순식간에 방 안에 퍼졌다. 활활 타오르는 불길처럼 두 사람은 이성을 잃은 채 서로를 탐했다.옷가지는 하나씩 바닥에 떨어졌고 방에서는 가슴 뛰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허나연은 마치 긴 꿈을 꾼 것 같았다. 꿈속에서 그녀는 육천우와 말도 안 되는 짓을 했다. 허나연은 눈을 감고 머리를 쥐어박더니 속으로 욕을 퍼부었다.‘
육천우는 큰 손으로 허나연의 머리를 쓰다듬고 부드럽게 말했다.“그래. 오빠 왔어.”육천우의 대답에 코끝이 찡해진 허나연은 그의 목을 끌어안고 억울한 듯 말했다.“천우 오빠, 왜 지금까지 나 보러 안 온 거야? 나연이가 싫어진 거야?”허나연의 안쓰러운 모습에 마음이 아파진 육천우는 잠긴 목소리로 말했다.“네가 날 싫다고 그랬었잖아. 파혼까지 해달라고 소리 지른 건 너야.”허나연은 고개를 가로저으며 눈물을 글썽인 채 육천우를 바라보았다.“천우 오빠, 삼 년 전에 했던 말을 취소할게. 파혼하는 거 싫어. 결혼하고 싶어. 그러
육예람은 허나연을 끌고 룸으로 들어갔다. 문을 열자마자 ‘펑!’ 하는 소리와 함께 머리 위로 오색 띠가 흩날렸다.친구 중 한 명이 다가오며 말했다.“나연아, 너의 천우 오빠가 돌아온다며? 축하해.”허나연은 얼굴을 찡그리며 말했다.“육천우 얘기 꺼내지도 마. 속이 갑갑해지려 하니까.”“갑갑할 게 뭐가 있어? 잘생겼지 능력 좋지. 겨우 26살에 M 국 금융계를 휩쓸었잖아. 개인 재산이 이미 네 아버지를 넘었다고 들었는데? 내가 만약 이렇게 좋은 남편이 있으면 자다가도 웃다가 깰 거야.”“그렇게 부러우면 네가 가질래?”“싫어
전화벨 소리에 잠에서 깬 허나연은 눈을 반쯤 감고 통화버튼을 눌렀다. 전화기 너머에서 육예람의 목소리가 들려왔다.“나연아, 좋은 소식과 나쁜 소식이 있는데 어떤 걸 먼저 들을래?”허나연은 잠긴 목소리로 말했다.“나쁜 소식.”“너의 약혼자이자 나의 오빠가 곧 돌아온대. 너 앞으로 우리랑 같이 맘 편히 못 놀겠다. 하하하. 어때?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지 않아?”찬물을 끼얹는듯한 소식에 허나연은 순식간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육천우가 돌아온다. 사사건건 간섭하며 아무것도 못 하게 구속하는 그가 돌아온다.‘그럼 앞으로 나이트는
“건강하고 멋진 남편으로 네 앞에 서겠다고 했잖아. 서연아, 지난번 청혼은 너무 성급했어. 오늘 양가 부모님 앞에서 다시 한번 정중하게 청혼할게.”말을 마친 뒤 박서준은 주머니에서 작은 상자를 꺼내더니 안에서 청록색 팔찌를 꺼내 쥐고 한쪽 무릎을 꿇었다.“서연아, 이건 외할아버지께서 장가갈 때 아내에게 주라고 남긴 팔찌야. 이걸 착용하면 너는 이제 박씨 집안 며느리가 되는 거고 박서준의 아내뿐만 아니라 육 씨 집안 둘째 며느리가 되는 거야. 이 모든 신분을 다 받아들일 준비가 됐어?”정상적으로 걷고 있는 박서준 때문에 놀란 마
곽서연은 근간에 계속 여러 곳을 다니며 무대를 돌았던 터라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얼마 지나지 않아 박서준의 어깨에 기댄 채 잠들었다.얼마나 잤는지 누군가 귀를 깨물었고 곧이어 낮고 매혹적인 목소리가 그녀의 귓가에 들려왔다.“잠꾸러기야, 집에 도착했어.”그제야 천천히 눈을 뜬 곽서연은 뜨거워진 얼굴을 박서준의 어깨에 몇 번 문지르고 나긋나긋한 목소리로 물었다.“삼촌, 서프라이즈는요?”박서준은 웃으며 곽서연의 이마에 뽀뽀했다.“눈 감아. 같이 어디 가자.”말을 마친 박서준이 넥타이를 풀어 곽서연의 눈을 가리자 그녀의 궁금증
문을 두드리는 소리에 박서준을 밀어낸 곽서연의 눈에는 아직 가시지 않은 욕망으로 일렁였다.“제가 나가서 해장국을 가져다줄게요. 삼촌이 방금 취한 척 했다는 걸 눈치 못 채게 하세요. 안 그러면 정말 오늘 어떻게 될지 몰라요.”박서준은 고분고분 고개를 끄덕였다.“알았어. 여보 말 들을게.”박서준은 ‘여보’라는 호칭을 전혀 어색함 없이 불렀지만, 곽서연은 듣는 것만으로도 부끄러워 그의 가슴을 때리며 말했다.“함부로 부르지 말아요. 저 아직 아니거든요.”“조만간 될 거잖아. 하루빨리 박서준의 아내로 살면 누릴 수 있는 것도 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