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문주는 끊임없이 조수아의 손에 부드럽게 입을 맞추면서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그는 어렵게 다시 조수아를 되찾은 지금의 기분을 어떻게 표현하면 좋을지 몰랐다.심지어 혹시나 아이를 잃게 되면 또 그녀를 어떻게 위로해야 하는지도 막막했다. 조수아는 한참 동안 말을 하지 못했고 조용히 눈물만 흘리다가 겨우 먼저 말을 뗐다.“문주 씨, 제가 아이를 지켰어요. 송미진이 제 배를 발로 찼는데 팔로 막았어요. 그러니깐 전 위대한 엄마예요. 맞죠?”그녀의 말을 들은 육문주는 마치 누군가가 그의 가슴을 쑤시듯 아팠다.조수아가 이 아이를 보
몸이 완전히 회복된 게 아니기에 조수아는 아버지의 품에서 울다가 지쳐 잠이 들어버렸다.그녀의 초췌해진 얼굴과 방금 했던 말이 떠오른 조병윤은 갑자기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그러더니 눈시울이 빨개진 채 그녀의 이마를 쓸어주었다.“수아야, 혹시 너도 알게 된 거야?”조수아는 돌아온 뒤 긴장이 풀려서 그런지 2박 3일동안 잠만 잤다.하지만 기절해서 자는 와중에도 누가 왔다 갔는지 다 알 수 있었다.한지혜는 울면서 욕설을 퍼부었고 황애자는 그녀의 손을 잡고 조용히 눈물만 흘리다가 돌아갔다.눈을 뜨고 싶었지만 누가 눈에 풀이라도
육문주가 왼쪽 눈을 한번 찡그리며 답했다.“그건 네가 어떻게 하는지에 달렸지. 그리고 수아는 내 아내라 내 말만 듣거든.”조수아를 설득하려면 무조건 그에게 잘 보여야 한다는 말뜻을 송학진은 단번에 알아들을 수 있었다. 썩 내키지는 않았지만 티를 낼 수 없어 그의 귓가에 작게 속삭였다.“좋아. 원하는 게 있으면 뭐든지 말해봐. 우리 매제!”그는 일부러 ‘매제’라는 두 글자를 이 악물고 말했지만 미소는 잃지 않았다.육문주는 순간 정신이 번쩍 뜨이더니 그를 몇 초간 뚫어져라 바라보다가 살짝 웃으며 되물었다.“지금 내 입에서
그녀의 목소리를 들은 순간 오현자의 맥박이 다시 서서히 뛰기 시작했다.그 모습을 본 의사가 다급히 외쳤다.“환자분 의식이 돌아오는 것 같습니다. 몇 마디 더 해주세요!”창백한 오현자의 얼굴을 본 조수아는 그녀에게 안겨 슬피 울었다.그녀는 자신의 친아버지를 지금껏 인정하기 싫었는데 오현자가 변함없이 자신을 이뻐해 줬던 기억에 차마 뭐라고 말하기 어려웠다.분명 조수아가 자신의 친손녀라는 사실을 진작에 알아챘을 텐데도 혹시나 충격받고 유산될 것 같아 하고 싶던 말도 참고 또 참아왔다.이미 친딸을 잃으면서 큰 충격을 받았던 사람
이 순간이 감격스럽기도 하고 기쁘기도 하지만 가슴이 아프기도 했다.외할머니가 딸을 잃은 게 슬프고 자신의 어머니가 젊은 나이에 목숨을 잃은 사실이 슬펐다.조수아는 오현자의 손을 잡고 눈물을 글썽거렸다.“할머니께서 퇴원하시면 저희같이 엄마 뵈러 가요.”그녀의 말에 오현자는 감격스러운 나머지 입술이 떨렸다.“수아야, 정말 우리 집안을 받아들이기로 한 거야?”조수아는 살짝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저희 아버지께서 더 많은 사람이 저를 예뻐하는 게 나쁠 건 없다고 하셨거든요. 또한 그분이 제 아빠라는 사실은 변함이 없고요.”“그
순간 병실에 있던 모든 사람의 시선이 소리가 난 방향으로 쏠렸다.그곳에는 송군휘가 다리에 깁스를 한 채 휠체어에 앉아 있었다.머리는 이미 많이 희끗희끗해졌고 얼굴에 주름살도 많이 생겼다.그리고 한껏 미안한 얼굴로 조수아를 바라보고 있었다.하지만 송학진이 재빨리 그의 앞을 가로막으며 소리를 질렀다.“수아한테는 당신 같은 아버지가 필요 없으니 그만 돌아가서 그 혼외 자식이나 계속 돌보세요.”친아들에게 모진 말을 들었지만 송군휘는 화도 내지 않고 그저 낮은 목소리로 애원했다.“그저 수아가 어떤지 보러왔을 뿐이야. 날 아빠로
그녀는 온몸이 붕대로 감긴 채 미라처럼 침대에 누워있었다.입으로는 그저 비명만 지를 뿐 말도 제대로 할 수 없는 수준이었다.육문주는 옆에 서 있던 조수아에게 해명했다.“사실 저 여자에게 우리 두 사람의 행복한 모습을 꼭 보여주고 싶어서 내가 구했어.”말을 마친 뒤 먼저 병실 안으로 들어갔다.송미진은 한창 간호사가 건네준 약을 이를 악물고 거부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눈앞에 누군가의 그림자가 드리워졌다.조수아가 비록 부상을 당했지만 며칠 병원에서 치료받고 나니 다시 원래 아름다운 미모를 되찾는 데 성공했다.그리고 혈색도 많이
그들의 외침과 함께 풍선은 하늘 높이 날아올랐다.일정한 높이에 올라간 뒤 풍선이 터지면서 안에 들어 있던 꽃가루가 터져 나왔다.조수아가 고개를 들고 장미꽃 가루가 공중에서부터 흩날리는 모습을 바라보다가 자기도 모르게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사실 다시 여기에 돌아오는 게 그녀로서는 큰 트라우마였다.하지만 이런 분위기를 만들어준 덕분에 두려움이 순간 사라졌다.이때 한지혜가 달려와 그녀를 끌어안고 웃으며 말했다.“사모님, 오늘 육 대표님께서 호주 바닷가재, 알래스카 킹크랩, 남아프리카 전복요리를 해준다고 했거든. 근데 이런 날에
이미 몸이 뜨겁게 달아올랐던 송학진한테 차서윤의 말은 마치 휘발유처럼 그를 더욱 불타오르게 했다.송학진은 잠긴 목소리로 말했다.“무슨 선물?”차서윤은 고개를 들어 그의 입술에 가볍게 키스를 하고 말했다.“먼저 씻어요. 조금 후면 알게 될 거예요.”송학진은 차서윤의 코를 살짝 꼬집으며 말했다.“여보, 내가 뭘 원하는지 잘 알잖아. 저쪽 칸에서 씻을 테니까 자기가 여기서 씻어. 씻고 나왔을 때 선물이 날 실망하게 하지 않길 바랄게.”“그럴 일 없어요.”차서윤은 송학진을 방에서 밀어내고 물건을 들고 욕실로 들어갔다.송학진
“외삼촌이 그럴 리가 없어요. 외숙모와 아림이도 나 때문에 만난 거잖아요. 만약 유치원에서 내가 아림의 치마를 적시지 않았다면 외삼촌이 외숙모를 만날 일이 있었을까요?”천우의 말을 잠깐 생각해보던 육문주는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만약 천우가 아니었다면 송학진은 어쩌면 아직도 솔로였을 수도 있었다.갑자기 뿌듯해진 육문주는 잔을 들고 자리에 있는 형제들을 향해 웃으며 말했다.“너희들 우리 아들한테 감사해야 하는 거 아니야? 천우가 아니었으면 우리 이 축하주를 언제 마셨을지도 모를 일이야.”곽명원은 웃으며 말했다.“천우가 아니었
박서준은 웃으며 말했다.“배은망덕한 건 아닌 것 같네. 보살펴준 보람이 있어. 왔던 김에 가족들이랑 며칠 시간 좀 보내다 갈 거야.”박서준의 말에 곽서연은 즉시 활짝 웃으며 말했다.“정말요? 그럼 우리 그동안 같이 있을 수 있는 거예요?”박서준은 곽서연을 흘려보며 말했다.“삼촌이랑 헤어지는 게 그렇게 싫어?”“네. 매일 매일 삼촌이랑 같이 있고 싶어요.”“왜 이렇게 달라붙는 거야? 천우보다 더하네?”곽서연은 해맑게 웃으며 말했다.“삼촌은 내가 달라붙는 게 싫어요?”박서준은 미간을 찌푸렸다.“싫다고 그러면 또 울
곽서연과 박서준이 동시에 소리가 나는 쪽으로 고개를 돌리자 곽명원이 천천히 이쪽으로 걸어오고 있었다. 박서준은 담담한 표정으로 말했다.“형네 집 공주님께서 발을 삐끗해서 울고 계시잖아.”곽명원은 별생각 없이 곽서연 곁으로 다가가 몸을 웅크리고 그녀의 발을 이리저리 살펴보았다.마구잡이로 잡고 돌리는 턱에 아파 난 곽서연은 바로 소리를 질렀다.“아! 삼촌 살살 좀 해요.”곽서연은 참을 수 없는 아픔에 고여있던 눈물이 볼을 타고 흘러내렸다. 곽명원은 그녀를 한번 쳐다보고 웃으며 말했다.“그렇게 아프다고? 어릴 때처럼 아픈 척하
송학진의 차가운 태도에 화가 난 강한나는 눈시울을 붉히고 입술을 깨물며 경호원을 바라보고 말했다.“내 발로 나갈 테니까 비켜요.”말을 마친 강한나는 도도한 걸음으로 이곳을 떠났다. 많은 사람이 뒤에서 그녀에게 손가락질하며 수군거렸다.모든 것이 끝나고 송학진은 차서윤을 데리고 방으로 돌아와 예복을 갈아입었다.송학진은 차서윤의 붉어진 눈을 보더니 그녀의 뺨을 쓰다듬으며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서윤아, 이제 내가 있으니까 누구도 감히 널 괴롭히지 못할 거야.”송학진은 차서윤이 이십여 년간 저런 아버지 밑에서 보내다 겨우 그
차경훈은 한순간 얼빠진 사람처럼 멍하니 서 있었다.차서윤이 모든 증거를 모으고 있었을 것이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던 차경훈은 울며 빌었다.“서윤아, 아빠가 그때는 정신이 없었어. 앞으로 안 그럴 테니까 고소만 하지 말아줘. 제발 부탁이야.”차서윤은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고소뿐만 아니라 부녀지간의 관계까지 끊을 거니까 앞으로 다시는 내 인생에 끼어들지 마세요. 더는 꿈에서조차 보기 싫으니까. 우리 이젠 죽을 때까지 연락하지 말죠.”차서윤의 말에 경호원은 차경훈을 강제로 현장에서 끌고 나갔다.차서윤의 완강한 태도에 겁을
그 말을 들은 차서윤의 눈에서 눈물이 줄 끊어진 구슬처럼 양 볼을 타고 흘러내렸다. 그녀는 송학진의 볼에 입맞춤하고 눈물을 머금은 채 결심을 내렸다.“감사해요. 근데 저는 학진 씨가 다른 사람들의 오해를 사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제 마음속의 흉터를 모든 사람에게 공개해야 한다 해도 학진 씨를 위해서 뭐든 할 거예요.”말을 마친 차서윤은 신부 들러리로부터 핸드폰을 가지고 송학진에게 건네줬다.“제 핸드폰과 스크린을 연결해 주세요.”그 말은 들은 송학진은 차서윤이 무슨 일을 하려는지 어느 정도 짐작이 갔다. 그는 미간을 찌푸린 채
이렇게 행복한 순간에 그녀에게 무수한 악몽을 남겨준 악마 같은 남자를 보자 차서윤은 지금 자신의 심정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몰랐다.분노와 슬픔이 있었고 지금 이 상황이 도저히 이해되지 않았다. 감옥에 있어야 할 차경훈이 왜 멀쩡하게 결혼식장에 나타난 것일까.송학진이 재빨리 다가와서 그녀를 품에 안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위로해 줬다.“괜찮아. 내가 사람을 불러서 저 사람을 감옥으로 돌려보낼게.”그가 매니저에게 눈치를 보내자 매니저는 사람을 불러와서 송학진을 제압했다. 경호원들에게 잡힌 차경훈은 그들의 손에서 빠져나오려고 발버둥
“네가 안고 자고 싶다면 될 일이야? 네가 그러다가 이모부한테 쫓겨 나오면 내 잘못 아니다.”둘째와 셋째는 아빠와 천우가 티격태격하는 모습을 보고 신바람이 나서 쉴 새 없이 옹알이했다.육문주는 셋째를 끌어안고 볼 뽀뽀를 하며 행복한 얼굴로 말했다.“그래도 딸이 좋아. 역시 우리 보배 딸이 제일이야. 너희 오빠 한번 봐봐. 고작 3살밖에 안 됐는데 아빠 엄마는 안중에도 없고 와이프를 입에 붙이고 살잖아.”셋째는 아빠의 따뜻한 품에서 웃음꽃을 피우고 입을 비죽이며 뭐라 말했다. 아기의 귀여운 모습에 심장이 녹아내리는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