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연후의 질문에 화가 난 한지혜는 그에게 발길질이라도 하고 싶었다.‘아직 남자랑 자본 적도 없고만 임신은 무슨!’곧장 반박하려 했지만 그녀는 곧 조수아가 당부했던 말을 떠올렸다.‘수아가 아무한테도 말하지 말라고 했었지...’한지혜는 억울한 마음을 삼키고 허연후를 노려보며 말했다.“제가 누구 아이를 가졌든 그쪽이랑 무슨 상관이에요? 오지랖 좀 그만 부리시죠. 제가 누구랑 잤는지까지 당신이 알 필요는 없지 않나요?”화가 난 허연후가 한지혜의 턱을 꽉 잡았다.그의 눈빛에는 전례 없던 차가움이 드러났다.“한지혜 씨, 어디서
“임다윤은 내가 문주 씨와 함께 있는 것을 원하지 않아. 내가 문주 씨랑 헤어지면 그 여자는 더 이상 나를 괴롭히지 않을 거야.”조수아의 말을 들은 한지혜는 더욱더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그 여자는 왜 지난번 사고에서 죽지 않았는지 모르겠어! 드라마 속 악덕 시어머니도 저렇게 악랄하진 않아. 수아야, 헤어지고 싶으면 헤어져. 너한텐 내가 있잖아. 아이도 내가 같이 키울게. 요즘 남자들은 당최 믿을 수가 없어, 오직 자기 자신만 믿을 수 있어.”조수아는 지금의 감정을 뭐라 표현할 수 없었다.육문주는 자신에게 아이가 생겼다는 것
돌아서 보니 송미진이 그녀의 배를 주시하고 있었다.그리고 그 눈빛에는 송미진이 무슨 속셈을 품고 있는지 훤히 드러났다.조수아는 차분한 표정을 유지하며 전혀 당황하지 않고 담담하게 미소 지었다.“걱정하지 마세요. 정말 임신했다면 제일 먼저 송미진 씨에게 알려줄게요. 그게 당신에게 가장 큰 타격이니까요.”그러자 송미진은 이를 악물며 말했다.“조수아, 잘난 척하지마. 너는 이미 문주 오빠랑 헤어졌어. 다시 돌아오지 않겠다고 했으니 그 약속 지켜. 너 때문에 다윤 이모가 채찍을 백 대나 맞아서 네가 돌아오면 이모가 가만히 있지 않
당민서는 조수아의 배를 바라보며 조용히 물었다.“그나저나 너 왜 이렇게 편하게 입고 있어? 혹시 무슨 좋은 소식이라도 있는 거야?”그러자 곧 눈가가 촉촉이 젖더니 조수아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고 깜짝 놀란 당민서는 입이 떡 벌어졌다.“정말이야? 대표님은 알고 있어?”“아직 말 안 했어.”“아직 말하지 않았다고? 아니면 말할 생각이 없는 거야? 정말로 그 사람이랑 헤어질 생각이야? 네가 몰라서 그렇지, 너희가 헤어진 날 밤 우리 남편 집에 들어오지도 않았어. 대표님이 만취할 때까지 술을 마셨는데 자기는 그런 모습을 여태껏 한
“갑자기 임신 수첩은 왜?”조수아의 말을 들은 육문주는 순간 심장이 멎을 것만 같았다.유나를 안은 손에는 힘이 바짝 들어갔다.육문주의 머릿속에 임신이라는 두 글자가 강렬하게 박혔다.그는 조수아를 붙잡고 눈을 부릅뜨고 그녀를 바라봤다.“수아야, 나한테 뭔가 숨기고 있는 거지? 네가 왜 임신 수첩을 찾아. 너 혹시 임신한 거야?”육문주는 침이 마를 새도 없이 질문을 퍼부어서 조수아를 무척이나 당황하게 했다.조수아는 뒤로 몇 발짝 물러나면서 원성을 높였다.“문주 씨, 뭔 상상을 하는 거야. 내가 어떻게 임신을 해.”“그럼
“지혜 씨가 잘못되기라도 하면 배 속에 아이는요?”허연후는 현실을 받아들이기 싫었지만 이미 일이 벌어진 이상 한지혜가 상처받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이었다.한지혜는 그제야 허연후의 말 뜻을 알아들을 수 있었다.허연후는 한지혜가 임신한 거라 오해했다.하여 한지혜가 넘어져서 유산이라도 될까 봐 걱정했던 것이다.한지혜는 허연후가 자신을 다른 사람과 함부로 한 침대에서 뒹구는 여자로 봤다는 생각에 정말 그를 쥐어박고 싶었다.그녀는 화가 나서 어금니를 꽉 물었다.“연후 씨 아이도 아닌데 뭔 걱정을 하고 그래요.”한지혜는 허연후를
조수아가 눈을 떴을 때, 날은 이미 어두워졌다.그녀는 꿈에서 육문주의 체취와 목소리를 들은 것 같아 고개를 갸우뚱거렸다.심지어 꿈에서 육문주와 키스까지 했다.육문주가 얼마나 그리웠으면 이런 꿈을 꾸는 건지 그녀는 입을 다물지 못했다.그때 창밖에 폭죽 소리가 들려오자 오색찬란한 불꽃이 밤하늘을 가득 채웠다.조수아는 자연스레 배에 두 손을 얹고 혼자 중얼거렸다.“아가야, 네가 무사히 태어나면 네 아빠와 함께 설을 쇠자.”육문주가 조수아에게 다가가자 어느새 뜨거운 눈물이 그녀의 눈 앞을 가렸다.뜨거운 눈물은 얼마 가지 않아
“문주 씨가 경호원을 붙여도 달라진 거 있었어? 그래봤자 누군가가 약을 타서 나는 쓰러졌어. 문주 씨, 내가 지금 억지를 부리는 게 아니라 나는 이제 이런 위험을 견디기가 무서워. 내가 문주 씨 곁에만 있으면 항상 위험이 나를 기다리고 있어. 이제 나와 내 가족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문주 씨 곁에 있을 수 없어. 그러니까 나한테서 멀리 떨어져 줘. 응?”말하면서 조수아는 눈시울이 붉어지고 목이 막혔다.조수아는 큰 결심을 내리고 임신한 사실을 숨기면서까지 육문주와 헤어진 상황에 이제 와서 마음 약해질 수 없었다.그녀가 상처받는 것
송학진의 차가운 태도에 화가 난 강한나는 눈시울을 붉히고 입술을 깨물며 경호원을 바라보고 말했다.“내 발로 나갈 테니까 비켜요.”말을 마친 강한나는 도도한 걸음으로 이곳을 떠났다. 많은 사람이 뒤에서 그녀에게 손가락질하며 수군거렸다.모든 것이 끝나고 송학진은 차서윤을 데리고 방으로 돌아와 예복을 갈아입었다.송학진은 차서윤의 붉어진 눈을 보더니 그녀의 뺨을 쓰다듬으며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서윤아, 이제 내가 있으니까 누구도 감히 널 괴롭히지 못할 거야.”송학진은 차서윤이 이십여 년간 저런 아버지 밑에서 보내다 겨우 그
차경훈은 한순간 얼빠진 사람처럼 멍하니 서 있었다.차서윤이 모든 증거를 모으고 있었을 것이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던 차경훈은 울며 빌었다.“서윤아, 아빠가 그때는 정신이 없었어. 앞으로 안 그럴 테니까 고소만 하지 말아줘. 제발 부탁이야.”차서윤은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고소뿐만 아니라 부녀지간의 관계까지 끊을 거니까 앞으로 다시는 내 인생에 끼어들지 마세요. 더는 꿈에서조차 보기 싫으니까. 우리 이젠 죽을 때까지 연락하지 말죠.”차서윤의 말에 경호원은 차경훈을 강제로 현장에서 끌고 나갔다.차서윤의 완강한 태도에 겁을
그 말을 들은 차서윤의 눈에서 눈물이 줄 끊어진 구슬처럼 양 볼을 타고 흘러내렸다. 그녀는 송학진의 볼에 입맞춤하고 눈물을 머금은 채 결심을 내렸다.“감사해요. 근데 저는 학진 씨가 다른 사람들의 오해를 사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제 마음속의 흉터를 모든 사람에게 공개해야 한다 해도 학진 씨를 위해서 뭐든 할 거예요.”말을 마친 차서윤은 신부 들러리로부터 핸드폰을 가지고 송학진에게 건네줬다.“제 핸드폰과 스크린을 연결해 주세요.”그 말은 들은 송학진은 차서윤이 무슨 일을 하려는지 어느 정도 짐작이 갔다. 그는 미간을 찌푸린 채
이렇게 행복한 순간에 그녀에게 무수한 악몽을 남겨준 악마 같은 남자를 보자 차서윤은 지금 자신의 심정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몰랐다.분노와 슬픔이 있었고 지금 이 상황이 도저히 이해되지 않았다. 감옥에 있어야 할 차경훈이 왜 멀쩡하게 결혼식장에 나타난 것일까.송학진이 재빨리 다가와서 그녀를 품에 안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위로해 줬다.“괜찮아. 내가 사람을 불러서 저 사람을 감옥으로 돌려보낼게.”그가 매니저에게 눈치를 보내자 매니저는 사람을 불러와서 송학진을 제압했다. 경호원들에게 잡힌 차경훈은 그들의 손에서 빠져나오려고 발버둥
“네가 안고 자고 싶다면 될 일이야? 네가 그러다가 이모부한테 쫓겨 나오면 내 잘못 아니다.”둘째와 셋째는 아빠와 천우가 티격태격하는 모습을 보고 신바람이 나서 쉴 새 없이 옹알이했다.육문주는 셋째를 끌어안고 볼 뽀뽀를 하며 행복한 얼굴로 말했다.“그래도 딸이 좋아. 역시 우리 보배 딸이 제일이야. 너희 오빠 한번 봐봐. 고작 3살밖에 안 됐는데 아빠 엄마는 안중에도 없고 와이프를 입에 붙이고 살잖아.”셋째는 아빠의 따뜻한 품에서 웃음꽃을 피우고 입을 비죽이며 뭐라 말했다. 아기의 귀여운 모습에 심장이 녹아내리는 것 같았다.
자리로 돌아간 송학진은 차서윤을 아래 우로 훑어보고 관심 어린 눈길로 그녀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그렇게 위험한 상황에서는 나한테 연락해야지. 내가 걱정했잖아. 날 남편이라고 생각하는 거 맞아?”미간을 찌푸린 채 잔뜩 화가 나 보이는 송학진을 차서윤이 빙그레 웃으며 달래줬다.“걱정하지 마세요. 강한나 씨를 만났을 때부터 심상치 않음을 느꼈어요. 식사하는 내내 자꾸 저희를 보면서 친구들과 뭐라고 소곤거리더군요. 그 사람들이 무슨 수를 쓸 것을 먼저 예상하고 화장실로 간 거예요. 둘째 도련님이 다가올 때 먼저 스프레이를 뿌리고
“지금 무슨 소릴 하시는 거예요? 전 그런 적 없어요. 바람피우다가 송 대표님한테 잡혀서 저한테 덮어씌우려는 수작인 것 같은데요. 그만하시죠.”차서윤은 장사연이 있는 쪽으로 걸어가더니 젖 먹던 힘까지 짜내서 그녀의 뺨을 후려치고 매서운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저 남자를 이용해서 저를 망가뜨리고 제가 바람났다고 학진 씨를 불러올 수작이었죠. 이런 수작에 제가 넘어갈 줄 알았어요? 제가 바보로 보여요?”말을 마친 차서윤은 화가 가시지 않는지 장사연의 나머지 반쪽 뺨을 후려쳤다.“제가 학진 씨와 결혼한 게 마음에 들지 않는가
강한나와 친구들은 시간이 됐다 싶어 화장실을 찾아가서 문이 잠겨있다며 호텔직원을 불러 모았다.그 소식을 들은 송학진도 아림을 데리고 화장실이 있는 쪽으로 달려왔다.무슨 영문인지 화장실 앞에 사람이 많이 모여 있어서 마음이 놓이지 않은 송학진이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어떻게 된 일이에요?”어떤 여자가 비꼬는 말투로 대답했다.“딱 보면 알리죠. 파렴치한 남녀가 지금 바람피우는 거죠. 정말 이상한 여자가 다 있네요. 방 하나 예약하면 될 일을 굳이 화장실에서 저러잖아요.”“더 스릴 있으니까 그러는 거죠. 저는 이런 장면 많이
강한나가 4년을 기다려 기다려온 것은 송학진이 다른 여자와 결혼했다는 소식이었다. 그때 세상이 무너지는 것 같이 허망한 느낌이 들었다.그녀는 그 소식이 가짜라 생각했고 송학진이 다른 여자를 좋아할 리가 없다고 자신을 위로했다. 강한나는 송학진과 다시 시작하고 싶어서 외국에서 돌아왔는데 한차례 모욕을 받을 줄은 상상도 못 했다. 오늘 아침에 발생한 일을 생각하면 아직도 뺨이라도 처맞은 것처럼 얼굴이 얼얼했고 가슴이 아파 났다.그녀는 독기를 품은 눈빛으로 입꼬리를 비틀어 올리며 말했다.“내 남자는 영원히 내 것이야. 누구도 빼앗