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문주는 긴장하며 조수아의 뒤를 따랐다. 그러고는 한 손으로 그녀의 등을 부드럽게 어루만지며 물었다.“무슨 일이야? 최근에 너무 피곤해서 그런 거야? 잘 먹지도 못하고. 우리 병원에 가보자, 어때?”조수아는 변기 옆에 쭈그리고 앉아 몇 번 헛구역질만 했을 뿐, 아무것도 토하지 않았다.눈시울이 붉어진 채로 그녀는 가볍게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괜찮아, 나중에 위장약 좀 먹으면 괜찮을 거야.”육문주는 여전히 그녀를 걱정스럽게 바라보며 큰 손으로 그녀의 이마를 어루만졌다.“의사를 집으로 부를게. 이렇게 있는 건 마음이 놓이지
조수아는 달력을 펼쳤다.11월 13일에 빨간 펜으로 동그라미가 그려져 있었다.그녀는 생리 주기가 불규칙해서 자주 날짜를 잊어버렸다. 그래서 오랜 시간 동안 달력에 표시하는 습관을 들였고 그것은 지금까지도 변함없었다.별안간 조수아의 머릿속에 불길한 생각이 홍수처럼 몰려왔다.‘생리가 20일이나 늦었다고? 한 번도 이런 적 없었는데... 일찍 왔으면 일찍 왔지 한 번도 늦어진 적은 없었는데.’조금 전의 구토 현상을 다시 떠올리며 조수아는 두 다리가 풀려 소파에 털썩 앉았다. 바로 그때, 한지혜의 전화가 걸려왔고 그녀는 황급히 전
허연후의 질문에 화가 난 한지혜는 그에게 발길질이라도 하고 싶었다.‘아직 남자랑 자본 적도 없고만 임신은 무슨!’곧장 반박하려 했지만 그녀는 곧 조수아가 당부했던 말을 떠올렸다.‘수아가 아무한테도 말하지 말라고 했었지...’한지혜는 억울한 마음을 삼키고 허연후를 노려보며 말했다.“제가 누구 아이를 가졌든 그쪽이랑 무슨 상관이에요? 오지랖 좀 그만 부리시죠. 제가 누구랑 잤는지까지 당신이 알 필요는 없지 않나요?”화가 난 허연후가 한지혜의 턱을 꽉 잡았다.그의 눈빛에는 전례 없던 차가움이 드러났다.“한지혜 씨, 어디서
“임다윤은 내가 문주 씨와 함께 있는 것을 원하지 않아. 내가 문주 씨랑 헤어지면 그 여자는 더 이상 나를 괴롭히지 않을 거야.”조수아의 말을 들은 한지혜는 더욱더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그 여자는 왜 지난번 사고에서 죽지 않았는지 모르겠어! 드라마 속 악덕 시어머니도 저렇게 악랄하진 않아. 수아야, 헤어지고 싶으면 헤어져. 너한텐 내가 있잖아. 아이도 내가 같이 키울게. 요즘 남자들은 당최 믿을 수가 없어, 오직 자기 자신만 믿을 수 있어.”조수아는 지금의 감정을 뭐라 표현할 수 없었다.육문주는 자신에게 아이가 생겼다는 것
돌아서 보니 송미진이 그녀의 배를 주시하고 있었다.그리고 그 눈빛에는 송미진이 무슨 속셈을 품고 있는지 훤히 드러났다.조수아는 차분한 표정을 유지하며 전혀 당황하지 않고 담담하게 미소 지었다.“걱정하지 마세요. 정말 임신했다면 제일 먼저 송미진 씨에게 알려줄게요. 그게 당신에게 가장 큰 타격이니까요.”그러자 송미진은 이를 악물며 말했다.“조수아, 잘난 척하지마. 너는 이미 문주 오빠랑 헤어졌어. 다시 돌아오지 않겠다고 했으니 그 약속 지켜. 너 때문에 다윤 이모가 채찍을 백 대나 맞아서 네가 돌아오면 이모가 가만히 있지 않
당민서는 조수아의 배를 바라보며 조용히 물었다.“그나저나 너 왜 이렇게 편하게 입고 있어? 혹시 무슨 좋은 소식이라도 있는 거야?”그러자 곧 눈가가 촉촉이 젖더니 조수아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고 깜짝 놀란 당민서는 입이 떡 벌어졌다.“정말이야? 대표님은 알고 있어?”“아직 말 안 했어.”“아직 말하지 않았다고? 아니면 말할 생각이 없는 거야? 정말로 그 사람이랑 헤어질 생각이야? 네가 몰라서 그렇지, 너희가 헤어진 날 밤 우리 남편 집에 들어오지도 않았어. 대표님이 만취할 때까지 술을 마셨는데 자기는 그런 모습을 여태껏 한
“갑자기 임신 수첩은 왜?”조수아의 말을 들은 육문주는 순간 심장이 멎을 것만 같았다.유나를 안은 손에는 힘이 바짝 들어갔다.육문주의 머릿속에 임신이라는 두 글자가 강렬하게 박혔다.그는 조수아를 붙잡고 눈을 부릅뜨고 그녀를 바라봤다.“수아야, 나한테 뭔가 숨기고 있는 거지? 네가 왜 임신 수첩을 찾아. 너 혹시 임신한 거야?”육문주는 침이 마를 새도 없이 질문을 퍼부어서 조수아를 무척이나 당황하게 했다.조수아는 뒤로 몇 발짝 물러나면서 원성을 높였다.“문주 씨, 뭔 상상을 하는 거야. 내가 어떻게 임신을 해.”“그럼
“지혜 씨가 잘못되기라도 하면 배 속에 아이는요?”허연후는 현실을 받아들이기 싫었지만 이미 일이 벌어진 이상 한지혜가 상처받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이었다.한지혜는 그제야 허연후의 말 뜻을 알아들을 수 있었다.허연후는 한지혜가 임신한 거라 오해했다.하여 한지혜가 넘어져서 유산이라도 될까 봐 걱정했던 것이다.한지혜는 허연후가 자신을 다른 사람과 함부로 한 침대에서 뒹구는 여자로 봤다는 생각에 정말 그를 쥐어박고 싶었다.그녀는 화가 나서 어금니를 꽉 물었다.“연후 씨 아이도 아닌데 뭔 걱정을 하고 그래요.”한지혜는 허연후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