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자 확인 결과를 지켜보던 육문주의 얼굴은 점점 어두워졌다.단순한 바꿔치기가 아닌 오래전부터 계획된 살인인 것 같았다.어쩌면 그들이 설매의 교통사고를 꾸밀 때, 두 목숨을 앗아갈 생각이었을 지도 모른다.그리고 그들은 곧장 송미진을 설매의 아이로 위장해 송씨 일가에 보냈다.하지만 예상밖에 조수아가 꿋꿋하게 살아남았다.그래서 그들은 어쩔 수 없이 조수아를 길바닥에 버릴 수밖에 없었고 우연히 한영미가 그녀를 주워갔다.육문주는 당장 한영미를 만나야 했다.“어서 한영미 씨를 찾아. 어쩌면 그 여자가 그때의 모든 진실을 알고 있을
허연후는 사람 속도 모르고 해맑게 장난을 쳤다.“연기 좀 그만해, 조수아 씨는 변호사야. 네가 수아 씨랑 언어유희를 하는 게 말이 된다고 생각해? 수아 씨가 너를 갖고 놀지 않으면 다행이지.”육문주는 상처를 감싸쥐며 허연후를 매섭게 노려보았다.“그만 말해! 그 입 좀 닫으면 죽어?”“아니, 죽지는 않지. 하지만 네가 수아 씨한테 놀아나는 거 보면 웃겨 죽겠어, 하하하.”그때, 송미진이 병실 문을 열고 들어왔다.“오빠, 다음 주 토요일에 저의 단독 연주회를 열 거니까 꼭 와주세요.”육문주는 눈꺼풀을 떼지도 않고 공연 티켓
“이거 송미진 아니야? 남자 문제가 이렇게 복잡한데 어떻게 우리 앞에서 지고지순한 사랑을 말할 수 있지? 미쳤나 봐 진짜!”“어쩐지 육문주가 외면한다더니... 이런 더러운 여자를 누가 원하겠어?”“우린 다 저 청순한 외모에 속았던 거야. 사랑을 위해 희생은 무슨... 남자들이랑 저렇게 놀아나니 아이도 못 낳게 된 거겠지!”현장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되었고 온갖 추악한 말들이 오갔다.송미진은 이 상황을 전혀 몰랐다.그녀는 여전히 기자의 인터뷰요청에 응하고 있었고 자신의 지고지순한 사랑에 대해 눈물을 흘리며 슬퍼하고 있었다.
조수아는 마지막 줄에 조용히 앉아 아수라장이 된 현장을 지켜보았다.그녀의 맑은 눈동자에 한 줄기 어두운 빛이 스쳐 지나갔다.하지만 문을 나서면서 찢겨진 설매의 포스터를 보자 그녀는 왠지 모르게 마음이 아파왔다.그 포스터 앞에 선 조수아는 우아하고 고상한 모습의 설매를 바라보며 죄책감을 느꼈다.그녀의 타깃은 송미진뿐이었다. 그런데 설매의 명예까지 훼손할 줄은 조수아 본인도 생각지 못했다.설매는 한때 이름을 떨쳤던 예술가였다. 그녀는 온화하고 지혜로우며 겸손한 사람이었다. 어떻게 그런 사람이 송미진처럼 못되고 잔인한 딸을 낳을
조수아는 놀란 티를 내지 않고 오히려 피식 가볍게 웃었다.“송 대표님, 제 도움이 필요하신 소송이라도 있으신가요? 그럼 내일 사무실에서 상의합시다.”“조수아, 네가 오늘 수아 공연 망친 거지? 네가 오늘 한 일로 손해를 본 건 수아 한명뿐이 아니야. 몇 년간 쌓아온 수아 엄마의 명성도 네가 짓밟은 거라고. 그러니 공개적으로 사과해.”조수아는 그 모습이 참 우스워 보였다.‘딸을 극진히도 아끼네. 조사도 안 해보고 송미진이 무고하다고 생각하다니. 정말 좋은 아버지야.’조수아는 그의 위협에 겁먹지 않았고 오히려 차분히 말했다.
‘바람난 여자의 아이를 위해 너를 이렇게 모욕하다니...’그는 얼음같이 차가운 손끝으로 조수아의 눈가를 살짝 어루만졌다. 비록 입은 웃고 있었지만 눈빛은 그러하지 않았다.“전 아저씨가 그렇게 많은 남자들을 주선해줄 만큼 미진이에게 능력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한번 조사해보지 그러세요? 최근 이 몇년동안 미진이가 해외에서 어떻게 지냈는지.”한 마디가 송군휘의 말문을 완전히 막히게 했다.최근 몇 년 동안 송미진은 줄곧 혼자 해외에 있었고, 많아봤자 주변에는 일상생활을 돌봐주는 아주머니 한 분이 있었다.송군휘는 정말 그녀의
조금 전까지 미소를 머금고 있던 육문주의 눈동자가 순식간에 차가워졌다. 그는 당장이라도 핸드폰을 빼앗아 끊고 싶었지만 조수아가 대답했다.“시간 있어요. 내일 마침 쉬는 날이라서요. 어머님께서 좋아하시는 음식 있으면 말해주세요. 제가 식당 골라볼게요.”그러자 박서준은 온화하게 웃으며 말했다.“정말 세심하네요. 저희 엄마가 수아 씨 정말 마음에 들어 하시면 어쩌려고 그래요?”“서준 씨도 그걸 바라는 거 아닌가요? 그렇게 해서 집에서 맺어준 정략결혼을 피하려고요. 걱정하지 말아요, 잘 할 테니까.”조수아는 냄비 속의 면을 저으면
육문주는 심장이 덜컹 내려앉았다.‘이 여자... 어디서 본 적 있는 것 같은데?’특히 그녀의 아름다운 눈, 그리고 눈 속의 부드러운 미소가 인상적이었다.너무 오래된 기억이라 언제 본 건지 당장은 떠오르지 않았다.육문주는 자신이 순간 당황한 걸 느끼고 곧 표정을 바로잡았다.“혹시 불편하시면 제가 옆 테이블로 가겠습니다.”“괜찮아요, 앉으세요.”차애영도 서둘러 놀란 표정을 거두었다.몹시 당황한 조수아는 테이블 밑에서 육문주의 다리를 발로 찼다.그러나 발을 빼기도 전에 육문주가 두 다리로 그녀의 발을 단단히 감싸 안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