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수아는 납치당한 후에 항상 트라우마가 있었다. 그래서 밤새도록 불을 켜놓고 잤다.흐릿한 가운데 육문주가 누군가와 싸우는 장면이 계속 떠올랐다. 그는 꿈에서 다쳤고, 피로 얼룩진 채 바닥에 누워 있었다.조수아는 깜짝 놀라 깨어나면서 ‘육문주'라고 외쳤다. 눈을 뜬 후에야 그것이 꿈이었다는 것을 깨닫고 마음을 놓으려 할 때, 방문이 열렸다. 키가 큰 몸집이 그녀 시선에 들어왔다.육문주는 침대 옆으로 빠르게 걸어와서 그녀의 이마를 만져보더니 약간 쉰 목소리로 말했다.“괜찮아, 그냥 꿈일 뿐이야.”그때야 조수아는 정신을 차
육문주의 깊은 눈 속에는 숨길 수 없는 고통이 일렁였다. 조수아의 눈 속엔 이젠 더는 그의 자리가 없었다. 가슴이 수많은 은바늘에 찔리는 기분이 들었다.그는 붉어진 눈시울로 말했다.“헤어질 땐 보통 밥을 먹는다고 하는데, 우린 아직 못 먹었네. 그리고 나 어젯밤부터 아무것도 먹지 못했어. 라면 한 그릇 정도 끓여줄 수 있어? 먹고 갈게.”조수아는 눈썹을 찌푸렸다.“굳이 그럴 필요 있어?”“어, 필요해. 네가 만든 고기만두랑 닭고기 국수도 먹고 싶어.”그는 여러 가지를 계속해서 말했는데, 모두 전에 조수아가 종종 만들어
육문주는 원망 가득한 표정으로 조수아를 보았다.“수아야, 나 상처도 갈라졌는데 약만 바꾸고 사면 안 될까?”“네가 바꿔줘.”조수아는 육문주에게 이렇게 끈질기게 달라붙는 면이 있는 줄 몰랐다.이 인간은 침대에서 그녀에게 매달리는 것 외 기타 시간엔 차가웠다.전엔 그녀가 오히려 더 매달렸는데, 지금은 왜 이 정도로 얼굴이 두꺼워졌을까?조수아는 분을 이기지 못하고 이를 악물었다.“밖에 나가서 오른쪽으로 회전한 다음 보이는 두 번째 건물이 바로 병원이야. 거기 가서 바꿔.”그녀는 캐리어를 전부 밖에 밀어놓은 후, 육문주를 사
의심할 필요 없이 이 사건은 확실히 조수아의 이름을 다시 한번 법조계에서 떠들썩하게 만들었다. 많은 이들이 인터넷에서 다시 그녀와 육문주의 관계를 의논하기 시작했다.며칠 후 이러한 파장이 자연스럽게 사라질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아침에 일어나고 보니 핸드폰에 각종 플랫폼의 수많은 메시지가 쏟아져 들어왔다. 자세히 살펴보기도 전에 연성빈의 전화가 걸려 왔는데, 그의 목소리는 약간 긴장되어 있었다. “수아야, 인터넷 들어가 보지 마.” 이 말을 듣자, 조수아는 문제가 생겼다는 것을 알았다. 그녀의 눈에 걱정이 실렸다. “무슨
조수아는 서늘하게 그를 쳐다봤다. “그래서 뭐 어쩔 건데? 송미진이 자살 시도 한번 하면 당신은 또 겁에 질려 목숨 걸고 구하려고? 육문주 씨, 왜 당신이 진 빚을 왜 내가 갚아야 해?”“아니야. 수아야, 앞으로도 송미진 일에 더 이상 신경 쓰지 않을 거야. 네가 상처받게 하지도 않을 거야.”계속 떨고 있는 그녀의 어깨를 보자, 육문주는 가슴이 아팠다. 그는 그녀를 품에 안고 큰 손으로 그녀의 등을 큰 등을 가볍게 쓰다듬었다. 그는 조수아가 병에 걸릴까 무서웠고, 이 사건 때문에 자신과 관계를 끊을까 봐 무서웠다. 그동안
“아빠한테 말씀드리지 못한 게 있어요. 그 여자가 일찍이 절 찾아왔어요. 그 여자가 육엔 그룹에서 청소부로 일할 때 주년 축제에서 저한테 돈을 달라고 목숨으로 위협했어요.”“너무 힘들어서 우울증도 재발했어요. 아빠, 그러니까 저 다시는 그 여자 때문에 흔들리고 싶지 않아요. 상처를 드러내는 건 아프긴 하지만 적어도 전처럼 피하는 것보단 나아요.”이 말을 듣자, 조병윤의 눈엔 눈물이 그렁그렁 맺혀 있었다.자신이 아픈 동안, 딸애가 도대체 무슨 일을 겪었는지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그는 조수아의 어깨를 토닥이며 말했다.“아빠가
소리가 들려오는 곳을 보니 송학진이 회색 슈트를 입고 문 앞에 서 있었는데, 그의 눈엔 감출 수 없는 실망과 아픔 담겨 있었다.그는 송미진 앞에 다가가 뒤에 있던 한영미를 가리키며 물었다.“이 여자는 누구야? 왜 본가 지하실에서 나타난 건데?”송학진은 겉으로 보기엔 온화하지만 그저 보이는 모습뿐이라는 걸 동생인 송미진은 잘 알고 있었다.오빠의 독함은 육문주와 맞먹을 정도였다.그렇지 않으면 이렇게 젊은 나이에 송씨 가문에 자리를 잡았을 리가 없었다.송미진은 울먹이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오빠, 문주 오빠가 날 버렸어. 조
육문주는 의미심장한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아저씨, 제 여자가 괴롭힘당했는데 이대로 물러설 수 없어요. 그러니 각오하시죠.”“육문주, 미진이가 널 구하려다 죽을 뻔했어. 아이를 가질 수도 없게 됐고. 벌써 잊은 거야?”육문주의 표정은 점점 굳어졌다.“내 사람을 수없이 건드렸는데 제가 그 따위 은혜를 신경 쓸 거라고 생각하십니까?”그의 말은 마치 번개처럼 사정없이 송미진에게 떨어졌다.조수아를 위해서 생명의 은인인 그녀를 내치다니.그렇다면 앞으로 이걸로 육문주를 협박할 수 없잖아!이 모든 것을 깨달은 송미진은 순간 하늘이
차유라와 말다툼이 벌어지려는 찰나 지켜보던 경호원이 다가가 제지하며 말했다.“고의로 대표님 약혼자의 헛소문을 퍼뜨리고 헐뜯는 당신들은 육엔 그룹에서 출근할 자격이 없습니다. 당장 이곳에서 나가세요.”쫓겨나는 여자들을 지켜보던 차유라는 그제야 뭔가를 깨달았다.사실 육천우는 그녀를 용서하는척하면서 이 모든 걸 직접 보면서 마음을 접기를 바란 거였다.차유라는 화가 나서 이를 악문 채 강당 위에서 다정한 눈빛으로 허나연에게 목걸이를 걸어주는 육천우를 노려보았다.간간이 들리는 축복의 소리에 이가 부서지도록 악물고 있는데 차 교수의
내연녀라는 말에도 허나연은 화를 내기는커녕 오히려 웃으며 말했다.“차유라 씨, 이 시점에도 그런 말을 하는 거 보면 간이 배 밖으로 나왔네요?”“허나연 씨, 저의 아빠가 천우의 스승이라는 걸 잊었어요? 천우가 배은망덕한 사람도 아니고 날 뭐 어떻게 할 거로 생각하는 거예요? 천우야, 안 그래?”차유라는 육천우한테 눈길을 돌렸다.아무 말도 하지 않고 상황을 지켜보고 있던 육천우는 침대에서 내려오더니 허나연의 곁으로 다가가 그녀의 어깨를 감싸며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자기야, 우리 일단 연회에 먼저 참가하고 차유라는 연회
육천우는 손님들 접대하느라 한 바퀴 돌고 나니 머리가 좀 어지러워지자 자리를 찾아 앉아 휴식을 취했다.혼자 앉아 있는 육천우를 발견한 차유라는 바로 앞으로 다가가서 말했다.“천우야, 왜 그래? 술 많이 마신 거야?”육천우는 반쯤 감은 눈을 하고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머리가 좀 어지럽네.”“내가 부축할게. 위층에 올라가 좀 셔.”차유라는 복무원을 불러 함께 육천우를 부축해 위층 방으로 들어갔다.들어가자마자 육천우는 침대에 쓰러져 꼼짝하지 못했고 차유라는 그런 육천우에게 다가가며 불렀다.“천우야, 천우야.”아무리 불러
허나연은 그들의 말에 신경 쓰지 않으려 했지만, 어머니의 명성을 희롱하는 소리를 듣고 더는 억제 할 수 없어서 홧김에 달려 나가 그 여자의 뺨을 후려쳤다.“누가 감히 뒤에서 우리 엄마를 희롱하고 있어?”“허나연, 내가 틀린 말 했어? 차유라 씨랑 육 대표님이 서로 좋아하는 사이인 걸 알면서 매일 대표님 사무실에 드나들더니 내연녀가 아니면 뭔데?”허나연은 그들을 비웃으면서 말했다.“차유라가 당신들한테 그렇게 말한 거야?”“차유라 씨가 말해줄 필요가 있겠어? 회사 사람들 전부 그렇게 알고 있는데. 해외에 있는 3년 동안 차유라
육천우는 대중들의 환호 속에서 허나연의 손가락에 반지를 끼워 주고는 몸을 일으켜 허나연을 바라보면서 말했다.“나연아, 나 이제 키스해도 돼?”이 말은 분명 물음형이었지만 허나연이 대답도 하기 전에 커다란 손은 이미 그녀의 머리를 감싸 쥐고 촉촉한 입술로 그녀의 입술에 키스하고 있었다.현장에서는 축하의 환호성이 울려 퍼졌고 허나연은 부끄러운 듯 얼굴을 붉혔지만 육천우의 애틋한 마음에 그녀는 거절할 수가 없었다.둘은 얼마 동안 키스를 했는지도 모르고 서아의 목소리가 들릴 때 대서야 키스를 멈췄다.“아빠, 삼촌이랑 이모가 뽀뽀하
육천우의 말을 듣던 허나연은 하염없는 눈물을 흘리며 코를 훌쩍거리며 말했다.“왜 나한테 이렇게까지 잘해주는 거야? 조금이라도 나쁘게 대했어도 내가 이 정도로 슬프진 않았을 거잖아.”육천우는 허나연의 눈물을 닦아주면서 달래며 말했다.“애기야, 울지마. 오빠한테 이거 하나만 대답해 줄래?”허나연은 눈물을 머금고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오빠가 묻고 싶은 게 뭔지 나도 알아. 천우 오빠, 나 어릴 적부터 오빠랑 붙어 있는 걸 좋아했고 커서도 항상 오빠 옆에만 있었고 후에 사춘기가 되니까 오빠가 너무 간섭해서 자유가 없는 것이 싫
허나연은 의아해하며 고개 들어 까맣고 반짝이는 눈동자로 육천우를 바라보며 물었다.“어떤 이벤트길래 이렇게 비밀스럽게 행동하는 거야?”허나연은 겉으로는 별로 신경 쓰지 않는 척했지만 마음속으로는 수도 없이 긴장해 하고 있었고 머릿속에 한가지 생각이 스쳐 지나가면서 기대하면서도 긴장한 듯 하였다.육천우는 허나연의 눈을 막고 지하실에 있는 극장 쪽으로 향했고 따라가는 허나연의 궁금증은 점점 커져만 갔다.“육천우, 대체 어딜 데리고 가는 거야?”육천우는 극장의 문을 열고 허나연의 눈을 가린 커다란 손을 내리며 사랑이 가득 담긴 목
“오빠 이제 다신 어딜 안 갈 거야. 알았지?”허나연은 붉어진 눈으로 입을 삐쭉 내밀면서 말했다.“거짓말하지 마. 3년 전에 떠나면서 매일 연락한다고 해놓고 가서는 내 연락도 다 무시해 버렸으면서. 나 밤마다 오빠 전화 기다리다 잠들었단 말이야.”허나연은 술땜에 말투가 흐트러졌지만 육천우는 다 알아들을 수 있었고 듣고 나서 그의 마음은 칼로 베는 듯 아팠다.여태껏 육천우는 허나연이 자신을 귀찮아한다고만 생각했고 서로 성장 공간을 가져야 다시 만날 수 있을 것 같아 해외에 나간 건데 허나연이 이런 마음으로 기다리고 있을 줄은
허나연은 입을 쀼죽하게 내밀고 육천우를 바라보며 말했다.“뭔 생각했다고 그래. 나 혼자서 얼마나 자유스러웠는데.”허나연은 사실 자유스러웠던 건 맞지만 마음은 많은 공허함을 느꼈다.육천우가 항상 옆에서 이것저것 참견하여 허나연은 귀찮게만 느꼈었지만, 그가 해외로 떠나고 나서야 그의 빈자리가 얼마나 큰지 알게 되었다.허나연은 사람들이 없을 때면 항상 조용하게 혼자 육천우랑 함께했던 나날들을 회상했었고, 커플들끼리 꽁냥 거리는것을 볼 때면 항상 옆에 있어 줬던 육천우를 생각했다.이 말을 들은 육천우는 웃으면서 허나연의 머리를 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