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수아는 잠시 멍해져서 고개를 들어 육문주를 바라보았다.“뭐라고요?”육문주는 그녀의 하얀 얼굴을 어루만지며 장난스럽게 말했다.“조 비서 드레스니까 당연히 사무실로 보내야지. 그럼 내가 다른 곳으로 보내야 할까?”송미진은 그의 말에 눈시울이 붉어졌다.“문주 오빠, 내가 입어보는 것도 안 되는 거야?”육문주는 미간을 찌푸리며 대수롭지 않다는 듯 말했다.“이건 너랑 안 어울리니까 다른 거 입어봐. 계산은 내가 할게.”그는 송미진의 대답을 기다리지 않고 조수아를 끌고 아래층으로 내려갔다.송미진은 두 사람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이 여자는 순진해 보이면서도 욕심이 있어 보여요. 근데 딱 봐도 만만해 보이는데요. 할머니, 저는 문주 누나로서 존재감 좀 보여줘야겠어요.”육연희가 자리에서 일어나려고 할 때 황애자가 그녀를 막아섰다.“동생 불편하게 하지 말고 문주가 어떻게 행동하는지 보자.”조수아와 육문주가 들어오는 순간 모두가 두 사람을 주목했다. 그들은 과거에도 각종 행사에 참석한 적은 있지만 오늘처럼 옷을 맞춰서 입고 참석한 적은 없다. 그리고 조수아를 바라보는 육문주의 눈빛에는 애틋함이 가득했다.직원들이 모두 이 모습을 보고 수군거리기 시작했다.
한영미는 조수아가 온 것을 보고 조금 더 밖으로 몸을 숙인 후 음흉하고 무서운 미소를 지었다.“남은 돈 나한테 줘. 안 주면 여기서 뛰어내릴 거야. 그리고 뛰어내리기 전에 이 일을 인터넷에 올려버릴 거야. 사람들한테 육문주가 나를 자기 여자친구한테 접근하지 못하도록 해고했다고 폭로할 거라고. 나는 직장을 잃어서 뛰어내리려고 하는 거야. 조수아, 오늘 육엔그룹 행사에서 내가 이렇게 소란을 피우면 분명 육문주한테 큰 영향을 미치겠지? 그걸 원하지 않으면 순순히 돈을 준비하는 게 좋을 거야.”한영미는 일찍이 작성해놓은 글을 조수아에게
조수아는 어쩔 수 없이 한영미의 말대로 휴대폰을 옥상에서 떨어트렸다. 건물은 층수가 너무 높아서 휴대폰이 땅에 떨어지는 소리는 전혀 들리지 않았다.조수아는 한영미를 매섭게 노려보았다.“이제 만족해? 그럼 얼른 여기서 나가!”난간에서 내려온 한영미는 조수아의 곁으로 다가와 사악한 미소를 지었다.“예쁘게 생긴 딸이 있어서 정말 다행이야. 정말 돈이 계속 나온다니까. 난 이만 갈 테니까 육문주랑 잘 지내고 엄마한테 돈 좀 벌어다 줘.”한영미는 떠났지만 조수아는 제자리에서 몸을 심하게 떨었다. 그녀의 머릿속엔 온통 안 좋은 상황
연성빈은 조수아를 데리고 정신과 의사를 찾아갔다. 일련의 검사를 마친 후 그는 조수아가 심한 우울증을 앓았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병이 재발한 것은 모두 스트레스 때문이었다. 만나서는 안 될 사람을 본 것이다. 그는 조수아가 겪었던 일을 생각하자 눈시울이 붉어졌다.연성빈은 휴대폰을 꺼내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었다.“용우 형, 한영미라는 여자 좀 알아봐 줘.”두 시간 후 연성빈은 한영미를 만났다.한영미는 손발이 묶인 채 눈에는 검은색 안대를 쓰고 있었고 그에게 거침없이 욕설을 퍼부었다.연성빈은 옆에 서서 담배를 피우며 조
두 사람은 방에서 백태웅을 한참 찾았지만 그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조수아는 걱정하며 말했다.“너무 심각해서 병원에 실려 가신 건 아닐까요?”“조급해 하지 마, 내가 전화해서 물어볼게.”연성빈은 휴대폰을 꺼내 백태웅에게 전화를 걸었다. 하지만 전화 연결음이 몇 번 울리고 뚝 끊겼다. 그는 자신의 휴대폰에 문제가 생긴 줄 알고 곧바로 조수아에게 전화를 걸게 했다. 하지만 결과는 똑같았다. 바로 그때, 연성빈은 누군가 유선전화 선을 자른 것을 발견했다. 휴대폰 신호가 차단되고 전화선이 모두 절단되었다. 좋지 않은 예감이 든
육문주는 옷도 제대로 입지 않은 연성빈을 노려보며 이를 악물고 말했다.“연성빈, 지금 네 아버지를 믿고 까부는 것 같은데, 내가 정말 널 건드리지 못할 것 같아?”말을 마치고, 연성빈이 반응하기 전에 맹수처럼 달려가서 그를 바닥에 누르고 사정없이 주먹을 날렸다.육문주의 머릿속에는 온통 얼굴이 빨간 조수아가 잠옷을 입은 채로 침대 위에 누워있던 장면으로 가득했다.그녀의 머리카락은 젖어 있었고 새하얀 목도 빨갰다.그는 당연히 조수아의 이런 모습을 본 적이 있었다.조수아는 육문주의 여자였다. 하지만 지금은 다른 남자의 침대에
이제 그 남자의 곁에서 벗어날 수 있다.그녀는 이제 더 이상 그 남자가 기른 새장 속의 새가 아니었고, 드디어 자신을 되찾을 수 있었다.하지만 마음이 너무 아팠다.조수아는 이렇게 조용히 하룻밤을 보냈다.다음 날 아침, 그녀를 만나러 온 연성빈은 노트북을 켜고 뭔가에 열중하고 있는 조수아를 발견했다.“수아야.”연성빈은 걱정이 담긴 목소리로 그녀를 불렀다.조수아는 머리를 들고 연성빈을 향해 가벼운 미소를 지었다.“선배,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사직서만 보내면 돼요.”연성빈은 거실에 서서 묵묵히 그녀를 지켜보았다.그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