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정을 파놓고 조병윤을 걸려들게 만든 것, 그가 외부에 기밀소식을 누설하게 만든 것, 이 모든 게 모두 조 씨 가문을 파산하게 만들고, 조병윤을 감옥에 보내려는 안혜원의 치밀한 계획이었다. 육문주는 아직 안혜원이 이런 짓을 벌인 진정한 목적을 알지 못했다. 조수아의 어머니가 자신의 남편한테 꼬리 친 일로 복수를 한 거라기엔 어딘가 억지스러운 부분이 있었다. 그래서 육문주는 안혜원의 통장 거래내역을 집중적으로 조사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녀가 자선금을 꿀꺽한 사실을 알게 되었다. 육엔 그룹은 예전부터 자선사업을 아주 크게 중시했
종이는 이미 더러워졌고, 겉에 오물까지 묻었는지 심한 악취를 풍기고 있었다. 결벽증이 있는 육문주한테 계약서를 이대로 들고 갔다간 무슨 일이 일어날지 상상만 해도 알 수 있었다. 계약서를 그러쥔 손에 힘이 실리며 마디가 새하얘졌다. 송 씨 가문의 아가씨로 어려서부터 부족함 없이 자라왔을 그녀가 대체 뭐가 부족해서 육엔 그룹의 비서로 취직했을지, 그 이유를 조수아는 모를 수가 없었다. 심지어 그녀는 오늘과 같은 일들이 앞으로도 빈번하게 발생할 거라고 단정했다. 고운 입술이 차가운 호도를 그렸다.십여 분이 지난 뒤 조수아는 다
송미진은 제가 조수아를 얕봤음을 인정했다. 한 시간 뒤 이사진회의가 순조롭게 마무리 되었다. 조수아의 능숙한 대처에 계약서 체결도 별다른 문제 없이 약속대로 체결될 수 있었다. 회의가 끝나고 사람들이 자리에서 일어서는데, 안혜원은 일부러 모든 사람들이 있는 장소에서 육문주를 향해 말했다.“문주야, 미진이가 식당 예약했다고 하니까 이따가 끝나고 와서 밥이나 같이 먹자. 두 사람이 자주 데이트했던 그 식당이야. 어딘지 알지?”안혜원이 무슨 의도로 이런 말을 했는지 현장에 있는 모두가 다 잘 알았다. 조수아는 침착하게 필기도구나
이런 취급을 당해봤을 리 없는 송미진은 힘껏 바둥거리며 비명을 질렀다.“네까짓 게 뭔데 날 때려! 날 건드리면 니네 아빠 감옥에서 확 죽여버린다?”아버지의 이름이 거론되자 조수아는 손에 더 힘을 실어 날렸다.“네 엄마 아빠가 아이를 교육할 줄 모르는 것 같으니까 수고스럽긴 하지만 내가 직접 도와줘야겠어!”송미진의 키가 조수아보다 작기도 했고, 어려서부터 고생 한 번 해본 적이 없이 커왔던 터라 그녀는 조수아의 상대가 전혀 안 되었다. 몇 분도 안 되어 송미진의 얼굴이 곧장 팅팅 부어올랐다.“두고 보자, 조수아!”송미진은
육문주는 단호한 음성으로 조수아를 향해 명령했다.“당장 미진이한테 사과해!”조수아는 밑도 끝도 없이 다짜고짜 사과를 강요하는 남자를 보며 역시 그럼 그렇지, 라고 생각했다. 송미진에게 무조건적인 믿음을 보여주는 그를 볼 때마다 가슴이 찢어졌던 예전과는 달리 지금의 그녀는 아무런 느낌도 들지 않았다.조수아는 육문주의 시선에 지지 않고 마주 노려봤다.“제가 한 것도 아닌 일로 왜 제가 사과해야 되죠? 대표님께서는 무력으로 저를 자백하게 만들 생각인 건가요?”“1분을 줄 테니까 얼른. 사과 안 하면 후과가 어떨지 알아서 생각해
조수아의 죄를 입증하기 위해 안혜원은 육문주를 데리고 직접 기술부로 향했다. 마스크를 낀 송미진이 두 사람의 뒤를 바짝 따랐다. 기술부에 도착한 후 송미진은 눈앞의 모니터를 보며 속으로 이를 갈았다. 그녀는 기필코 이번에 조수아를 회사에서 쫓아버리겠다고 연신 다짐했다. 기술부 직원이 송미진이 맞았다고 주장하는 시간대의 영상을 모니터에 띄웠다. 사람들이 함께 모여 모니터를 바라보고 있던 그때, 육문주는 사건이 일어나기 직전의 화면을 보며 느린 속도로 재생하라고 지시했다. 그러나 아무리 돌려보아도 송미진이 화장실을 드나들던 시간대
백태웅은 웃음을 크게 터뜨렸다.“왜, 스승님이 늙어서 이제는 싫어?”“그게 아니라 갑자기 습관이 안 돼서요. 그래도 스승님은 여전히 제 맘속에서 아직 젊고 멋지세요.”“벌써 60도 더 넘었는데 멋지긴 뭘 멋져. 그것보다 너 야윈 것 좀 봐. 내가 성빈이한테서 들었는데 너한테 안 좋은 일이 생겼다고 그래서 이렇게 찾아왔어.”그렁그렁 맺혀있던 눈물이 끝끝내 바닥으로 뚝뚝 떨어졌다. 자신은 그깟 자존심 때문에 3년이나 스승님을 찾아뵙지 않았는데도, 제자한테 어려움이 생겼다는 걸 듣자마자 직접 달려와 준 스승님의 은정을 어떻게 갚
글을 다 쓴 뒤 육문주는 커다란 손을 조수아의 허벅지 위에 올려놓고 야릇하게 훑기 시작했다. 의미심장하게 그녀를 쳐다보는 눈빛이, 마치 그녀가 함부로 말을 하면 그의 손이 무슨 짓을 저지를지 모른다고 경고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조수아는 반항하고 싶었으나 스승님한테 두 사람의 관계를 들킬까 봐 고개를 푹 수그리고 케익을 퍼먹을 수밖에 없었다. 육문주는 순식간에 얌전한 고양이가 된 그녀를 보며 가슴이 간질간질거리는 것을 느꼈다. 커다란 손이 순간 참지 못하고 꽉 움켜졌다.“제자분 똑똑해 보이시는 게 사람을 잘못 봤을 것 같지 않