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시후는 다섯 사람을 모두 일으켜 세운 뒤 “오늘은 내가 너희 다섯 놈들을 보내주는데, 만약에 한 명이라도 오늘 있었던 일에 대해 발설하는 자가 있으면, 들은 놈도 말한 놈도 다 죽는 겁니다. 알아들었나?”고 냉소적으로 말했다.다섯 사람은 은시후의 말을 듣자마자 미친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오늘 살아서 목숨을 건진 것만 해도 불행 중 다행인데, 어찌 감히 은시후의 뜻을 거역할 수 있겠는가!은시후는 다섯 사람이 완전히 자신의 말에 복종하자, 만족한 듯 고개를 끄덕이며 정유리의 아버지, 정석환에게 “만약 한 번만 더 당신이 내 친구를 괴롭힌다면 큰 대가를 치러야 할 겁니다. 그리고 내일 당신 딸과 함께 식당에서 손을 떼도록 하십시오. 알겠습니까?”“예예..! 잘 알아들었습니다. 내일 당장 나가겠습니다!”라며 고개를 끄덕였다.은시후는 또 조동현의 아버지 조해찬에게 “당신의 아들이 내 친구의 약혼녀와 바람을 피우고, 그것도 모자라 내 친구를 주거 침입죄를 덮어씌워 폭행을 해서 중상을 입혔습니다. 제 친구에게 3억의 배상금을 줄 수 있도록 준비하십시오. 만약 액수가 조금이라도 부족하면.. 말 안 해도 아시겠죠?”조해찬은 급히 “아. 선생님.. 제..제가, 내일 친구분께 말씀하신 돈을 드리겠습니다.”라고 말했다.그제야 만족한 은시후는 이화룡을 향해 “됐어요. 그럼, 이 쓰레기들을 다 치워주시죠?”라고 말했다.한 무리가 곧 이 다섯 사람을 눈 앞에서 치워버렸다.이들이 밖으로 끌려 나간 뒤에 은시후는 김철주에게 말했다. “이번에 많은 도움 주셨습니다.”“아닙니다.. 다 제가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입니다!”라며 김철주는 기쁜 표정으로 답했다.은시후는 “이번 일에 대한 보상으로 인센티브를 좀 꽂아 드리겠습니다. ‘억’ 정도면 되겠죠?”고 말했다.그러자 김철주는 크게 기뻐하며 “와!! 선생님! 그 정도를!? 정말 감사합니다.”라며 인사했다.그는 비록 이화룡을 따라다니면서 적지 않은 돈을 벌었지만, 이화룡은 이렇게 큰 손은 아니었다. 한
시후는 “먼저 몸조리부터 잘하고, 좀 괜찮아진다면 식당 경영부터 신경 써, 만약에 네가 해야 할 일이 생기면 너에게 알려줄게.” 김도훈은 “아이구~ 저는 시후님이 언제나 시키는 대로 하겠습니다!”라며 빙긋 웃었다.시후는 또 “아참, 오늘 일은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는 복잡한 일이라, 다른 사람들에게는 알리고 싶지 않아.”김도훈은 “알아, 안심해. 내가 죽더라도 말하지 않을 테니까!”라며 황급히 고개를 끄덕였다.시후는 “응, 그럼 간호사 2명을 배치해서 널 잘 돌봐 달라고 부탁할 테니 상처 잘 치료하고, 그럼 나 먼저 간다.”******시후는 집에 돌아와 오늘 있었던 일을 아내인 유나에게 말하지는 않았다.그는 아직 아내에게 너무 많은 것들을 알려주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 그녀는 자신에 대해 아는 것이 적을수록 안전할 테니...다음 날, 장을 보러 외출할 때 시후는 갑자기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 전화를 받고 보니 뜻밖에도 예인당의 대표 이룸 그룹의 송민정이었다.시후는 송민정이 왜 자신을 찾는 것인지 의구심이 들었다.“은 선생님? 잘 지내셨어요? 바쁘실 텐데 귀찮게 전화 드려 정말 죄송합니다.”시후는 “혹시 제가 복원한 청자에 무슨 문제가 생겼나요?”라고 물었다.송민정은 “아, 그게 아니라 다른 건으로 전화 드렸습니다.”시후는 “네, 무슨 일이시죠?”“다름이 아니라, 제가 최근 마음에 드는 물건이 생겼는데 이게 진품인지 좀 헷갈려서요.. 선생님께서는 골동품에 조예가 깊으시니, 아마 잘 아실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혹시 좀 관심이 있으실 까요?”시후는 골동품에 딱히 흥미가 있는 것은 아니었지만, 진품을 자신의 눈으로 본 적이 오래되었기에 “그럼 그 물건이 무엇인지 알 수 있을까요?”송민정은 “로만글라스라고 하는데, 출품자에 따르면 색이 아름답고 투명하여 마음을 편안하게 하는 아름다운 물건이라고 하더군요. 경주에서 출토되었고 영기가 깃든 아주 귀한 물건이라는데, 확신이 안 들어요.”시후는 지난 번 읽었던 『구
송민정이 하는 말은 모두 진심에서 우러나오는 말이었다.그녀는 정말 엠그란드 그룹의 새 회장에 대해 아는 자료가 많지 않았기에, 그의 깊이를 헤아릴 수가 없었다.그저 원하면 자신의 정체를 드러내지도 않고도 수 조에 달하는 기업을 바로 인수 가능한 것을 보면, 평범한 사람들은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에 비하면 이룸 그룹은 확실히 부족한 점이 많았다.그러나 그녀는 줄곧 만나보고 싶어하던 엠그란드 그룹의 회장이 바로 자신의 자리에 옆자리에 앉아있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은시후는 조용히 즉석에서 한 두 마디 맞장구를 쳐주었지만 자신과 관련된 어떠한 개인 정보도 절대 발설하지 않았다.송민정의 차는 빠르게 달려 작은 정원이 있는 공간에 도착했다.이 작은 정원은 한적하고 우아하며 겉보기에는 소박한 것 같았지만, 정원 내부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고풍스러운 한옥 몇 채가 지어져 있었다. 작은 정원에는 물레방아가 돌아가고 있었고, 중간중간 작은 조각상들이 놓여있었으며 아기자기하게 꾸며져 있었다.차를 세우자, 누군가 두 사람을 맞이하기위해 기다리고 있었다. 그리고 그들을 데리고 정원을 지나, 한옥 내부로 들어갔다.한옥의 내부는 고즈넉하고 전통미가 가득했다. 마루와 연결된 응접실에는 탁자가 놓여 있었고, 나무 의자가 여러 개 놓여 있었다. 고개를 돌려보니 햇살이 들고 있는 창살 사이로 누마루가 보였다.두 사람이 들어오는 것을 본 백발노인이 자리에서 일어나 송민정에게 인사했다. “오셨습니까 대표님?”송민정의 안색이 조금 어두워졌다. 그녀는 약간 당황한 것 같아 보였다.노인이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대표님께서 오신다는 말을 듣고 이렇게 기다리고 있었습니다.”송민정은 고개를 끄덕이며 은시후에게 그를 소개했다. “백 선생님은 저희 이룸 그룹의 감정가로, 아마 저희 쪽에서 보내신 분 같습니다.. 만약에 벌어질 실수를 줄이고 싶으셨나 봐요..”라고 소개했다. 은시후는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이 꽤 어려 보였기에 아마 이룸 그룹에서는
뚱뚱한 사내는 그를 한 번 힐끗 보고 나서 고풍스러운 무늬가 새겨진 나무상자를 탁자 위에 놓았다.상자가 열리자, 투명하고 부드러운 에메랄드 빛을 띄고 있는 작은 병이 드러났다. 병을 밖으로 꺼내자 자리에 있는 사람들은 응접실이 따뜻한 분위기로 가득차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진원호의 눈빛이 반짝였다.송민정이 고개를 돌려 백 선생에게 물었다. “백 선생님, 어떤 것 같으세요?”백 선생은 잠시 물건을 바라보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진품으로 보입니다. 로마제국에서 만들어서 우리나라로 들어왔다고 들었는데.. 정말 보존이 잘 되었습니다.. 빛깔이 참 곱군요.”송민정은 고개를 끄덕이며, 이번엔 고개를 돌려 시후에게 물었다. “은 선생님께선 어떻게 생각하세요? 진짜가 맞는 것 같아요?”시후는 시큰둥하게 입을 열었다. “저건 가짜인 것 같습니다만...?”백 선생은 콧방귀를 뀌며 말을 끊었다. “젊은 놈이 간도 크구먼, 이렇게 많은 사람 앞에서 함부로 거짓말을 지껄이다니?!”이태형 옆에 있던 배강민도 눈을 크게 뜨며 물건을 다시 한 번 살펴보았다. “제가 한 번 만져봐도 되겠습니까?”그러자 뚱뚱한 사내는 그를 비웃으며 말했다. “어르신, 지금 농담하십니까? 평범한 물건들도 한 번 내놓으면 감정할 때는 손도 못 대게 하는데, 이런 물건이 손을 타는 건 용납할 수 없습니다. 게다가 만져보다가 깨지기라도 한다면요?”잠시 멍하니 고민하던 배강민은 “나도 좀 갑작스러워서..”그는 말을 마치고 얼굴을 가까이 들이밀며 글라스를 자세히 보았다. 그리고는 “이 물건이 정말 기원전 3세기 정도 만들어진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사람의 마음을 진정시키는 영기가 있다는 말은 사실인 것처럼 보이는구먼..”이 말을 들은 사람들의 마음이 갑자기 뜨거워졌다.그들에게 있어 이 물건에 무슨 역사가 담겨있느냐는 사실 전혀 중요치 않았다. 그저 중요한 것은 이 물건이 자신들에게 이후 어떤 이익을 가져다 줄 수 있느냐는 것이었다.백 선생은 “어르신도 정말 안목이 뛰어나신
“물론이지! 말해보게!”백 선생은 그를 비웃으며 “이런 사기꾼들이 평소에 사람들을 어떻게 속이는지 나도 한 번 보고 싶구먼.”라고 말했다.은시후는 어깨를 으쓱이며 말했다. “전 사실, 사기극을 별로 폭로하고 싶지는 않았지만 이렇게 요청하시니.. 거절할 수 없네요.”“사기극? 이 자식이.. 우리가 다 잘못 봤단 말이야?”차가운 풍채의 배강민이 갑자기 한 쪽 입꼬리를 올리며 피식 웃었다.은시후는 그를 한 번 쳐다보았다. “이곳에서 특히 당신이 제일 어리석었지요...”“뭐? 이 자식이? 죽고 싶어?” 배강민이 발끈해 말했다.은시후도 그를 상대하지 않고 말했다. “이 글라스는 정말이긴 합니다. 사기꾼들이 양심이 있는 셈이죠.”“하지만, 이건 뭐 기원전 3세기경에 만든 오래된 유리도 아니고, 색깔만 비슷하게 만들어 둔 가짜에 불과합니다. 그냥 시장 바닥에서 살 수 있는 그런 유리병에 불과한 것이지요.”“헛 참.. 헛소리도 정말 정성스럽게 하는구나.. 저 영롱한 에메랄드 빛이 안 보이는가?” 나이 든 어르신들은 끊임없이 시후를 향해 욕설을 퍼부었다.은시후는 전혀 신경 쓰지 않고 말을 이어갔다. “저 색은 유리에 함유된 성분으로 인한 것인데, 그저 눈속임을 위해 열심히 섞은 것일 뿐, 뭐.. 별 거 없습니다.”“그렇다면, 우리가 느끼는 이런 훈훈한 분위기는? 무엇 때문이란 말인가?” 진원호가 얼굴을 찌푸리며 다급히 물었다.은시후가 고개를 가로 저으며 말했다. “이것은 기술적으로 더더욱 가치가 없습니다. 자세히 보면 너무나 완벽해 보여서 사실 저는 더 의심이 갔지요. 따사로운 분위기는 심리를 이용한 환상적인 효과일 뿐.. 만약 저 분위기를 사라지게 만들고 싶다면 간단히 살짝 불에 그을려 보면 됩니다.”“이 새끼! 네가 감히..!! 무슨 망언을 하는 거야?!” 뚱뚱한 사내는 탁자를 치며 일어섰다.이태형의 낯빛이 어두워졌다. “그럼 물건을 좀 꺼내서 불을 좀 피워볼까요?” 그리고는 뚱뚱한 사내를 보며 입을 열었다.사내는 온
그러자 은시후는 “어이, 여기서 말을 안 하면 그냥 넘어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 건가? 여기는 서울이라고! 너희에게 속은 사람들은 대부분 부자이거나 돈이 굉장히 많은 사람이지 않나? 손만 까딱해도 이 서울바닥에서 매장되는 건 일도 아닐 텐데.. 내가 충고하나 할까? 눈치가 있다면 당장 진실을 털어 놓는 게 좋을 거야. 만약 그렇지 않으면, 아무도 널 구해주지 못할 걸?”송민정은 은시후가 지금 심리전을 펼치고 있다는 것을 눈치채고 바로 그의 말에 힘을 실어주었다. “감히 우리 이룸 그룹을 속이려 들었다면 그 죄가 가볍지 않을 텐데요?”뚱뚱한 사내는 놀라 안절부절 못하고 있었다.이룸 그룹의 높은 인지도와 그들이 시장에서 끼치는 영향력은 익히 알고 있는 바였다. 하지만.. 만약 송민정 대표를 화나게 한다면 자신은 아마 이 서울 바닥에서 죽은 목숨인 것이다!그러자 그는 다급하게 외쳤다. “그.. 그게.. 이 일은 제가 혼자 꾸민 것이 아니라요.. 백! 백 선생님!! 절 좀 도와주십시오~!! 선생님과 함께 도모한 일이 아닙니까!! 그러니 용서해주십시오!”백 선생은 갑자기 안색이 바뀌며, “너...네 놈이 대체 무슨 소리를 지껄이는 거야? 네가 감히 이룸 그룹의 머리 꼭대기에서 놀아나려다 일이 원하는 대로 안 돌아가니 나에게 누명을 씌우는 것 아니냐? 목숨이 아깝지 않은 모양이지?!”라고 소리쳤다. 그리고는 주머니에서 칼을 꺼내 들고 이내 사내에게 달려들었다.뚱뚱한 사내는 노발대발하며 욕을 해댔다. “이건 뭐 책장 넘기는 것보다 빠른 손절이구만?! 분명히 당신이 나에게 이룸 그룹의 돈이 들어오는 것은 네 입에 달려있다고 했잖아! 영감님이 괜찮다고 하면 이 물건은 반드시 팔린다고 했는데, 왜 영감남이 날 해치려 드는 거야!!”송민정은 두 사람을 싸늘하게 보다가 은시후에게 “선생님 앞에서 웃음거리가 되었군요. 오늘 선생님께서 저와 함께 동행해 주셔서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럼 먼저 일어나시죠.”은시후는 “그럴까요? 돌아가시죠?”라며 고
시후의 옆자리에 앉은 송민정의 표정은 냉혹했다.그녀의 입장에서는 오늘 일이 분명 가족 중에 자신의 이야기를 떠벌리고 다니는 배신자가 생겼다는 것을 깨닫게 했기 때문이다. 그 사기꾼들은 이미 그녀를 매우 화나게 만들었으며, 더욱 화가 나는 사실은 배 선생이 이렇게 많은 사람들 앞에서 자신을 망신 주려 했다는 것이다.만약 오늘의 일에 자신이 속기라도 했다면, 그들은 돈을 벌고 도망갔을 것이다. 그 일이 일어난 후에 송민정이 그들에게 속았다는 사실이 알려지면, 자신의 체면이 구겨질 뿐만 아니라, 이룸 그룹의 체면도 함께 구겨지게 될 것은 뻔했다!하지만, 다행히도 시후가 현장에 있었기에 제때에 자신과 그룹의 피해를 막을 수 있었다.그래서 그녀는 감사의 표시로 글로브 박스에서 카드를 꺼내 은시후에게 주었다. “은 선생님, 이 카드에 1억이 들어있습니다. 비밀번호는 4자리고요. 6538입니다. 저의 작은 성의입니다.말을 하는 동안 그녀는 속으로 탄식했다. ‘이 은시후라는 사람은 그래도 꽤 재주가 많아 보여.. 그런데 왜 자신의 능력은 제대로 쓸 생각을 안 하고 안일하게 아내의 집안에 얹혀사는 걸까? 분명 저 재주로 골동품 감정 작업을 한다면 몇 년만 일해도 많은 돈을 모아 사업을 할 수 있을 텐데..?’시후는 그녀의 손에 들려 있는 카드를 보고는 약간 망설였다.1억 원이면 적은 돈은 아니었지만, 이룸 그룹의 막내딸에게 그렇게 큰 돈은 아니겠지.은시후도 사실 이 정도는 거들떠보지도 않을 적은 돈이었다. 할아버지께 받은 자신의 카드에는 여전히 엄청난 액수의 돈이 남아있었기 때문에, 저 돈을 받는 게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하지만 또 다르게 생각해보면 다른 사람들이 알고 있는 자신의 정체는 수 조의 가치가 있는 엠그란드 그룹 회장이 아니라, 그저 가난한 집안의 데릴사위일 뿐이었다. 그렇기에 데릴사위라는 사람이 1억을 보고도 흥미가 없게 된다면 당연히 의문이 생길 것 같아 덥석 카드를 받아 쥐었다. “감사합니다. 송 대표님.”송민정은 빙
시후는 힘이 쭉 빠졌다. 낮에 그 귀한 고려 청자를 깨뜨려 그렇게 고생을 해놓고, 이 영감탱이는 자신이 나간 틈을 타 또 골동품 거리로 갔던 건가?이게 바로 똥 누러 갈 적 마음 다르고 올 적 마음 다르다는 그 말과 다른 것이 무엇인가?김상곤은 너털웃음을 지으며 “에이.. 내가 그만한 돈이 어디 있었겠냐? 내 말인즉슨~ 이 잔이 1억의 가치가 있다는 거지! 내가 얼마에 샀는지 알아맞혀 봐라.”유나는 잠시 머뭇거리더니 “5천만 원?”이라며 떠보았다.“아니다. 다시 맞혀보거라!”라며 김상곤은 손을 내저었다.“3천만 원?”“아직 아니다.”옆에 있던 시후는 청자 잔을 보더니 가짜라는 것을 알아차리고는, 이 물건이 만 원 정도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그러자 김상곤은 더 이상 뜸을 들이지 않고 “하하하, 내가 이 잔들을 단돈 5만 원에 모셔왔어! 대단하지 않냐?”김상곤은 너털웃음을 지으며 얼굴에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설마, 이 잔이 정말 5만 원 밖에 안 든다고요?” 유나는 깜짝 놀라며 아버지를 째려보았다.장모도 인기척을 듣고 부엌에서 나와 반가운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이 잔이 이렇게 값 비싼 거야? 짝퉁이 아니고?”김상곤은 “아니야~ 짝퉁은 무슨? 헛소리를 하고 있어? 잔 파는 사람이 시세도 몰라서 내가 따로 사람을 불러서 물어봤는데 이 물건이 진짜라고 하는 거야! 하하하.”이라고 말했다.“그래요?” 조심스럽게 잔을 든 장모는 이리 저리 둘러보며 함박웃음을 지었다.시후는 곁에서 맞장구를 쳤지만, 얼굴에 자신도 모르게 썩소가 지어졌다.그는 이 두 개의 컵이 가짜라는 것을 진작부터 알아차렸으나, 모처럼 노인이 이렇게 기뻐하는 것을 보고 그는 사실을 폭로하지 않았다.김상곤은 그저 들떠서 싱글벙글하며 말했다. “이 잔은 다른 물건들과 세트란 말이지, 그래서 내일 남은 것들을 내가 사겠다고 했어! 만약 세트로 사면 가치가 몇 배로 올라간다고 그 사장님이 그랬거던! 운만 좋으면 10억 빚도 다 갚을 수 있을 거야.”
배유현이 던진 한 마디는 현장을 순식간에 떠들썩하게 만들었다. 페이셔스 그룹이 이 중요한 순간에 새로운 회장을 선임했다는 사실을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더욱 놀라운 점은 새로운 회장이 바로 여성이라는 점이었다.미국에서도, 재벌가에서는 여전히 남성 우위의 사고방식이 뿌리 깊게 자리 잡고 있다. 100억 달러 이상의 자산을 가진 재벌가들 중에서 여성에게 회장을 맡긴 곳은 거의 없었다. 게다가, 여성이 이렇게 젊다는 점은 더욱 충격적이었다. 하지만 배유현의 뒤를 보면, 이전 회장인 배해산과 배원중이 나란히 서 있었다. 즉, 배유현은 농담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이 순간 정말로 이전의 페이셔스 그룹을 맡았던 두 회장의 옹호 아래 새로운 지도자로서 자리매김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었다.모두가 충격에 빠졌다. 그들은 왜 페이셔스 그룹이 이렇게 결정을 내렸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 물론 이런 시점에서는 누군가 책임을 뒤집어쓰거나 방패 역할을 할 사람을 찾았다면, 회장직을 포기할 필요까지는 없지 않았겠는가? 만약에 이러한 비난을 받고 페이셔스 그룹의 회장이 될 수 있으며 그룹의 자산을 모두 얻게 된다면, 그 누구가 거절할 수 있었겠는가.기자들이 충격에 빠져 있을 때, 배유현은 바로 본론으로 들어갔다. "여기 계신 모든 분들께서, 아마 어제 인터넷에 공개된 일련의 영상을 보셨을 거라 생각합니다. 저와 페이셔스 그룹의 다른 구성원들 역시 어제가 되어서야 배호영이 저지른 이 용서할 수 없는 범죄에 대해 알게 되었습니다.”많은 사람들이 배유현이 ‘어제야 알았다’고 말하자, 그녀가 책임을 전가하려고 한다고 생각했다. 그러자 한 젊은 남성 기자는 다른 기자들에게 말했다. "저 여자가 이제부터 ‘우린 아무것도 몰랐다. 배호영의 행동은 그가 저지른 개인적인 일이고, 우리와는 아무 상관없다. 우리는 피해자다’라고 말할 거라고 확신해. 빌어먹을!"TV와 컴퓨터, 스마트폰으로 방송을 지켜보던 사람들도 비슷한 생각을 하기 시작했다. 그들은 재벌가들
배한빈은 배호영의 아버지이기 때문에 지금 이 순간 가장 긴장하고 있었다. 그는 자식이 잘못한 것은 부모의 책임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고, 이제 배호영이 죽었으니 사람들은 가장 먼저 자신을 비난할 것이라고 생각했다.8시가 가까워지는 것을 보고, 그는 불안한 마음을 가지고 배유현에게 말했다. "유현아... 차라리 내가 나가지 않는 게 좋지 않겠니..."배유현은 단호하게 말했다. "오늘 이 기자회견은 우리 네 명 중 누구도 빠질 수 없어요!”배한빈은 불안한 목소리로 말했다. "내가 나가면 곧바로 사람들의 분노를 살까 두려워서 그래.. 만약이라도 발표회의 분위기에 영향을 준다면 큰일이 아니겠니..”"괜찮아요." 배유현은 단호하게 말했다. "큰아버지와 삼촌, 할아버지께서 무대에 올라서 아무 말씀도 하지 마시고, 제가 사과할 때 함께 사과하고, 제가 고개 숙일 때 함께 고개만 숙여 주시면 돼요."배한빈은 뭔가를 말하려 했지만, 그때 배원중이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배한빈! 네 아들이 이렇게 큰 일을 저질렀는데, 네가 아버지로서 단상에 서지 않으면 사람들이 우리 집안을 어떻게 보겠냐?!"배한빈은 부끄러운 듯 말했다. "할아버지 말씀이 맞습니다..."배원중은 냉정한 눈으로 그를 쳐다보고는, 옆에서 말없이 고개를 숙인 배해산을 바라보며 말했다. "나를 포함한 집안 사람들은 모두 유현이의 말에 따라야 해. 그렇지 않으면 페이셔스 그룹에서 나가 살아라!"배한빈은 얼른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알겠습니다, 할아버지..."그때, 검은 정장을 입은 소이연이 방 문을 열고 들어와 배유현 앞에 서서 말했다. "유현 씨, 이제 1분 남았어.""알겠어." 배유현은 고개를 끄덕이며 물었다. "은 선생님은 안 오셔?""응." 소이연은 대답했다. "은 선생님은 호텔에서 방송을 보고 계시고, 내가 전해달라고 하셨어. 지금은 ‘사즉생’의 각오로 나서야 할 때라고.”배유현은 입술을 꽉 깨물고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알겠어... 은 선생님께 감사하다고
상사의 전화를 끊자, 제이크 한은 즉시 부하들에게 말했다. "부검 센터는 가지 말고, 바로 페이셔스 그룹으로 가자!"부하는 급히 물었다. "경감님, 페이셔스 그룹에 가시려는 이유가 무엇입니까? 페이셔스 그룹은 곧 기자회견을 열 예정인데, 이 시간에 그곳에 가시면 거의 모든 언론이 그곳에 있지 않겠습니까... 아무래도..." 부하는 갑자기 말을 더듬대기 시작했고,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전전긍긍했다.제이크 한은 차가운 목소리로 물었다. "뭐라고? 뭐라고 하고 싶은 거야 당장 말해 봐!"부하는 용기를 내어, 어쩔 수 없다는 듯 말했다. "지금 가시는 건... 자... 자살행위가 아닙니까?"제이크 한은 이를 악물고 욕하며 말했다. "이런 멍청한! 나는 경찰이지, 살인자가 아니야! 그곳에 가는 게 왜 자살행위라는 거야?!"부하는 조금 당황하며 말을 꺼냈다. "하지만 지금 기자들이 모두 경감님을 인터뷰하려고 기다리고 있지 않습니까..."제이크 한은 부하의 말이 틀리지 않다는 것을 알았다. 뉴욕에서 하룻밤 사이에 이렇게 많은 큰 사건들이 일어났고, 또 여러 명의 무고한 여성들이 죽음을 맞이한 사건이 터졌기 때문에, 지금 뉴욕의 기자들이 가장 인터뷰하고 싶어하는 인물은 경찰 책임자일 것이었다. 게다가 상부에서도 이미 허락 없이 아무도 언론과 인터뷰를 할 수 없다고 명령을 내렸다. 그 이유는 바로 경찰이 이미 언론과 시민들에게 비난의 대상이 되었기 때문이었다. 그렇기에 기자들이 이런 기회를 잡으면, 누구든지 인터뷰를 하게 된다면 비난을 면치 못할 것이다. 그리고 상급자들은 기자들이 질문을 할 때 경찰들이 제대로 된 대답을 못 하거나 당황한 모습이 찍혀서 전국, 아니 전 세계로 방송될 것을 두려워했다.제이크 한이 상사에게 거짓말을 하며 자신이 부검 센터에 가겠다고 한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었다. 그가 페이셔스 그룹에 가서 소이연을 만나려고 한다면, 아마 상사는 당장 크게 욕을 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 제이크 한에게는 다른 방법이 없었다. 그가
제이크 한은 한숨을 쉬며 어쩔 수 없다는 듯 말했다. "하아... 이 사건이 뉴욕 경찰에 미치는 영향은 꽤나 부정적일 거야. 지금 이 사건에 대해 발표를 한다면 아마 곧바로 뉴스 헤드라인에 오를 것이고, 1분도 안 돼서 시장과 의원들의 전화가 들이닥치겠지.. 그때가 되면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이렇게 말한 뒤 그는 다시 이어 말했다. "이런 일은 절대 숨길 수 없을 테니까, 먼저 경찰서를 떠나는 게 우선이야. 만약 나중에 정말로 스캔들이 드러난다면, 서장님께서 언론에 해명하실 테니 나는 그 틈을 타서 빠져나가야겠어. 나는 곧 은퇴할 몸이니 은퇴하기 전에 전 국민의 적이 될 수는 없으니까 말이야.”안충주는 "맞는 말이야. 어차피 지금은 문제를 피하는 게 좋으니. 안전에 유의하고, 무슨 일이 있으면 다시 연락하자."라고 말했다."알았어!" 제이크 한은 전화를 끊고 서둘러 짐을 챙겨 경찰서를 급히 떠났다. 그가 차에 타고 페이셔스 그룹의 저택으로 향하려던 찰나, 유튜브에서 푸시 알림이 왔다. 알림 제목을 본 그는 깜짝 놀랐다. 이 알림을 본 그는 급히 어플을 열었고, 상대방이 또 다른 고문, 살인이 관련된 여러 동영상을 공개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번 동영상의 주인공은 배호영이 아닌 오늘 허드슨 강에서 발견된 13명의 사망자였다! 이 13명이 저지른 범죄는 배호영이 저지른 것보다 더 잔인한 수법을 사용한 사람들이었고, 그들의 잔인함은 끔찍하기 짝이 없었다. 이들의 살해 장면이 담긴 영상의 마지막에는 늦은 밤 바다에서 촬영된 영상이 있었다. 영상 속에서, 처형당한 13명의 인물들은 한 명씩 배에서 던져졌고, 촬영자는 강한 조명을 비춰 각자의 얼굴을 클로즈업했다. 그들은 모두 비참한 죽음을 맞이했고, 각자 죽음을 맞이할 때 두 눈은 두려움으로 가득 차 있었다. 그들이 죽을 때마다 영상은 잠시 정지되었고, 그 옆에 그들의 이름과 출신, 관련 정보가 자막
부하의 보고에 제이크 한은 즉각 분노를 참을 수 없었다. 그는 정말로 예상하지 못했다. 배호영과 제임스가 막 목숨을 잃은 지 얼마 되지도 않아 뉴욕에서 이렇게 많은 시체가 발견될 줄 예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들 모두가 사회적으로 유명한 인물들이라니.제이크 한은 반사적으로 물었다. "법의학자는 장소로 갔나?!"부하가 대답했다. "예 갔습니다. FBI도 이미 정보를 듣고 현장에 조사팀을 보냈다고 합니다."제이크 한은 얼굴을 잔뜩 찌푸리고 물었다. "이들의 사망 시간은 언제라고 하던가?!""어젯밤입니다." 부하가 서둘러 답했다. "법의학자가 말하길, 사망 시간이 8시간을 넘지 않았다고 합니다.""젠장!" 제이크 한은 망설임 없이 말했다. "틀림없이 배호영을 죽인 자들과 같은 놈들 짓이야..." 그는 그런 뒤 즉시 지시를 내렸다. "당장 모든 시체를 부검 센터의 영안실로 옮기도록 해. 어떤 언론도 접근하지 못하게 하고, 누구도 기자들과 인터뷰하지 못하게 해! 만약 몰래 정보를 흘리는 놈이 있다면, 잡히는 즉시 내가 가만두지 않겠어!"부하는 황급히 말했다. "알겠습니다! 바로 전달하겠습니다!"부하가 나가자마자, 제이크 한은 탁자 위에 있던 유리 재떨이를 바닥에 내던졌다. 유리 재떨이는 바닥에 부딪히며 산산조각이 났다.지금 그의 마음속에는 분노가 활활 타오르고 있었다. 뉴욕에서 더 이상 사망자가 나와선 안 된다고 말한 지 채 몇 분도 되지 않아, 그 말의 메아리가 방 안에 아직 남아 있는 동안에 또 이런 대규모 살인 사건이 터진 것이다. 더 황당한 것은, 이 놈들이 감히 뉴욕에서 이런 일을 벌였다는 것이다. 이것은 뉴욕 경찰을 완전히 무시하는 태도였다! 그는 이 상황을 맞이하자 얼마 전 도쿄 경찰청이 겪었던 일들이 생각났다. 도쿄에서 대혼란이 일어났을 그 당시, 도쿄 경찰청이 겪었던 상황이 지금 자신의 처지와 비슷했을 것이다.그는 이내 배원중과 배유현과 함께 입국했던 소이연이라는 이름이 떠올랐다. 그리고 그는 속으로
제이크 한이 말했다. "봐봐, 만약 그 고은서 양이 네 아버지를 살릴 약을 가지고 있었고, 또 네가 바로 아래층에 있다는 걸 알았다면, 왜 약을 직접 너한테 주지 않은 거지..?" 그러고는 이어서 말했다. "그리고 말이야, 네가 떠난 뒤 바로 따라 나간 게 아니라 내가 떠난 다음에야 그녀가 식당에서 나왔어.. 마치 일부러 너를 피하려고 한 것처럼 말이야.""그건..." 안충주도 정확한 이유가 떠오르지 않아 잠시 멈칫했다가 말했다. "아무래도 약을 직접 주지 않은 건, 아마 내가 믿지 않을까 봐 그랬을지도 몰라. 내가 그 약에 대한 설명을 안 믿으면 그 약을 받을지도 의문이고, 받더라도 아버지께 먹일지 역시도 또 다른 문제잖아."제이크 한은 한숨을 쉬며 말했다. "그럴 수도 있지. 하지만 난 여전히 이 모든 일이 논리적으로 완벽히 들어맞지는 않는다는 느낌이 들어."안충주가 말했다. "됐어, 너무 깊게 생각하지 마. 아, 조금 전 기사에 대한 푸시 알림을 받았는데, 페이셔스 그룹의 대변인이 아침 8시에 기자회견을 연다고 발표했더라고. 전 채널에 동시 생중계라던데.. 아마 새로 취임한 배유현 양이 이번 난국을 해결하려고 나설 것 같아."제이크 한은 비웃으며 말했다. "난국을 해결한다고? 이 엉망진창인 상황을 누가 와도 해결 못 할 걸?"안충주는 말했다. "지금이라도 과감하게 손절한다면 기회는 있을 거야. 문제는 그 친구가 그만한 배짱이 있는가 하는 거지."제이크 한은 웃으며 말했다. "그럼 나도 한번 보자고. 그 친구가 얼마나 대단한 능력을 가졌는지. 만약 민심을 조금이라도 가라앉힌다면, 나도 간접적으로 도움을 받는 셈이니까. 그렇지 않으면 난 정말 골치 아파 죽을 거야..." 그러고 나서 제이크 한은 한탄했다. "배호영이 죽었지, 제임스도 죽었지, 게다가 수십 명의 젊은 여성들이 끔찍한 일을 당했다는 사실까지 밝혀졌으니, 이 사건으로 뉴욕 경찰의 체면이 완전히 바닥에 떨어졌다고.."안충주가 말했다. "다행히 그 젊은 여성들은 뉴욕에서 실종
제이크 한은 이런 생각이 들자, 그 청년이 뭔가 비밀을 가지고 있다는 느낌이 점점 강해졌다. 그는 사람이 자신감이 넘치거나 강해 보이려면 그만한 이유와 배경이 필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그 청년이 어떻게 배한빈과 정면으로 맞설 수 있는 자신감을 가질 수 있었는지 알아내고 싶었다. 그의 판단으로는, 그 청년이 중요한 돌파구가 될 가능성이 컸다.하지만 지금 그를 가장 난처하게 만든 것은, 그 청년에게 자연스럽게 접근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었다. 적당한 명분이 없이 누군가에게 성급하게 접근하면 상대는 당연히 의도를 의심할 것이고, 영리한 사람일수록 낌새를 알아차리면 즉시 대처 방안을 세워 상대가 더 이상 다가갈 틈을 주지 않기 때문이다.제이크 한이 이 문제로 고민하던 중, 안충주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 제이크 한은 망설임 없이 전화를 받았다.전화 너머에서 안충주가 다짜고짜 물었다. “제이크, 어젯밤에 새로운 단서는 찾았어?” 사실, 안충주는 어젯밤 내내 거의 잠을 이루지 못했다. 고은서가 어떻게 아버지가 위중하다는 소식을 알게 되었는지에 대한 생각이 계속 머릿속을 맴돌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전날 자신이 고은서를 조사하고 싶지 않다고 제이크 한에게 말했기에, 그는 직접적으로 묻기가 꺼려져 애매하게 새로운 단서가 있냐고 물은 것이다.제이크 한은 오랜 친구였던 안충주의 속내를 바로 알아챘다. 그래서 곧바로 답했다. “내가 JFK 공항 쪽에서 역추적을 좀 해봤는데, 네가 믿지 않을 수도 있겠지만 우리가 한인타운에서 삼겹살을 먹을 때, 고은서 양도 거기에 있었어.”“뭐라고?!” 안충주는 믿을 수 없다는 듯 물었다. “그녀가 거기 있었다고? 그럴 리가 없어. 그때 가게 안에는 사장과 직원 외에는 우리 둘 밖에 없었잖아.”제이크 한은 말했다. “네가 못 봤을 수도 있어. 그런데 내가 자세히 기억을 떠올려보니까, 우리가 가게에 들어갔을 때 두 사람이 우리보다 먼저 계단 위로 올라갔어. 그 두 사람 중 한 명이 바로 고은서야.”안충주
제이크 한은 이를 갈며 영상을 보다가 부하에게 전화를 걸어 물었다. “다른 CCTV는 찾지 못했나? 반대편에서 사람을 제대로 찍은 카메라가 있으면 좋겠는데.”상대방이 대답했다. “없습니다. 식당을 찍을 수 있는 CCTV는 이것 하나 뿐이었습니다.”제이크 한은 욕을 내뱉으며 말했다. “젠장, 내가 시장한테 뉴욕에 스카이넷 시스템 구축 예산을 승인해 달라고 몇 번이나 건의했는데, 망설이기만 하더니 결국 안 하더군.. 이것 보라고, 한국은 주요 도시의 CCTV 커버리지가 벌써 95%를 넘었다는데, 뉴욕은 어떠냐고? 겨우 작년에야 지하철역 전체에 CCTV를 설치했을 정도니 원...”부하는 어쩔 수 없다는 듯 말했다. “경감님, 뉴욕에 시스템을 구축한다고 해도 쓸모가 없었을 겁니다. 하룻밤 사이에 CCTV 10만 대를 설치한다 해도, 다음 날이면 갱단이 반쯤 부수고, 나머지 절반은 노숙자들이 뜯어서 담배랑 햄버거로 바꿔 먹었을 테니까요...”제이크 한은 한숨을 쉬며 말했다. “됐어, 그럼 다른 단서가 있는지 계속 찾아봐.”부하가 물었다. “식당 사장에게 직접 물어볼까요? 가게 안에 자체 CCTV가 있을지도 모르지 않습니까.”제이크 한은 즉시 말했다. “지금은 가지 마. 혜리가 커뮤니티에서 가장 유명한 가수인데, 일부러 이 가게에 와서 식사를 했다면 사장과 아는 사이일 가능성이 높아. 그러니 무턱대고 물으면 괜히 경계심만 줄 거야.” 그러자 제이크 한은 문득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이렇게 하지. 식당이 문을 열면 먼저 가서 식사를 해봐. 안에 CCTV가 설치되어 있는지 확인하고. 만약 있다면, 오후에 근처에서 누군가 핸드폰을 강탈하도록 연극을 꾸미고, 다른 팀원을 보내 그 사건 조사를 핑계로 CCTV 영상을 요청하자고. 그러면 영상이 저장된 하드디스크를 바로 가져오면 되겠군.”부하가 웃으며 말했다. “와... 경감님, 정말 대단하십니다! 식당이 오픈하자마자 바로 가 보겠습니다!”제이크 한은 만족스럽게 대답한 뒤 전화를 끊었다.전화를 끊고
부하의 말에 제이크 한은 정신이 번쩍 들었다. 그는 서둘러 물었다. “뭘 좀 찾았나?!”부하는 즉시 보고했다. “어제 혜리가 공항에 가기 전에 동선을 추적한 결과, 그녀와 경감님께서 공간적 교차점을 가지고 있었던 사실을 발견했습니다!”“뭐라고?!” 제이크 한은 경찰로서 공간적 교차라는 의미를 잘 알고 있었다. 이는 자신과 혜리가 같은 물리적 공간에 있었음을 뜻하는 것이었기 때문에, 이 사실은 그를 깜짝 놀라게 했다. “어디에서 공간적 교차가 있었나?!”부하는 답했다. “어제 점심에 먼저 페이셔스 그룹에 들렀다가, 페이셔스 그룹에서 한인 타운의 고기집으로 갔습니다. 그녀가 식당에 도착한 직후, 경감님과 안 대표님도 그 식당에 가셨더군요!”“젠장!” 제이크 한은 욕설을 내뱉으며 말했다. “그래서 그런 거였군!” 제이크 한은 이 이야기를 듣고 나서 약간 실망한 기분이 들었다. 원래 그는 혜리의 동선을 철저히 조사해 그녀를 보호하는 배후의 미스터리의 인물을 밝혀내고 싶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그는 혜리가 매우 강력한 정보망을 가지고 있을 것이라고 늘 의심하고 있었기에, 그렇게 짧은 시간 안에 안산 회장이 위독하다는 소식을 알게 된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부하의 보고를 들은 후, 그는 이것이 단순한 우연임을 깨달았다. 당시 혜리가 그 식당에 있었기 때문에 안충추와 자신이 나눈 대화 내용을 들을 수 있었던 건 그리 놀라운 일이 아니었다...이렇게 생각한 뒤 그는 깊은 한숨을 내쉬고 다시 물었다. “혜리는 누구와 함께 있었지? 그리고 언제 떠났나?”부하는 재빨리 답했다. “주변 감시 카메라를 확인한 결과, 혜리는 당시 한 젊은 남성과 함께 그곳에 갔습니다. 떠날 때는 안 대표님이 먼저 나오셨고, 경감님께서 약 2~3분 정도 뒤에 나오셨습니다. 그리고 혜리는 경감님께서 나오신 뒤 1~2분 뒤에 나왔고요. 그 젊은 남성과 함께 공항으로 갔습니다.”제이크 한은 말했다. “그 영상 나에게 보내 줘!”“알겠습니다.”곧 제이크 한의 휴대폰으로 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