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밤, 클로이는 화장실과 감방 안의 침대 사이를 계속 오갔다. 그녀는 윤우선의 명령에 따라, 감방 내 모든 사람들에게 최소한 30분씩 발 마사지를 해줘야 했다. 잠을 못 자는 것은 둘째치고, 내일 낮에도 클로이는 단 한순간도 쉴 틈이 없을 것이 분명했다.한편, 그녀의 졸개들은 모두 젖어버린 침대 위에서 몸을 뒤척이며 밤을 보내야 했다. 그들은 한 자세로 오래 누워 있을 수도 없었다. 몸이 축축한 침대에 닿아 있으면, 금세 얼음장처럼 차가워졌고 극심한 통증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결국, 그들이 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계속해서 이리저리 몸을 뒤집는 것뿐이었다. 마치 바비큐 그릴 위에서 천천히 돌아가며 구워지는 소시지처럼 말이다.그런데 놀랍게도, 마침내 감방의 주도권을 잡은 윤우선조차도 그날 밤을 편히 잠들지 못했다.다음 날 아침.밤을 새운 윤우선이었지만, 그녀는 감방 안의 그 누구보다도 생기 넘치는 모습이었다. 침대에서 일어났을 때, 클로이는 여전히 필사적으로 동료 수감자들의 발을 주무르고 있었다. 그녀는 이미 두 팔이 빠질 것 같은 극심한 피로를 체험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날 밤, 클로이는 처음으로 괴롭힘과 학대를 당하는 것이 어떤 기분인지 뼈저리게 깨달았다. 밤새 여러 번 너무나도 피곤함을 느끼는 바람에 손을 멈추고 싶었지만, 윤우선은 보복에 보복을 가하는 성격이라는 걸 알기에 감히 게으름을 피울 엄두도 내지 못했다.그때, 윤우선은 기지개를 켜며 클로이에게 다가가더니, 한동안 아무 말없이 그녀를 잠시 노려보았다.클로이는 윤우선이 가까이 오는 걸 보고 공포에 질렸고, 슬쩍 곁눈질을 한 뒤 급히 고개를 숙이고는 불안한 마음으로 발 마사지를 계속했다. 하지만 그녀의 두 팔은 이미 부어 올랐고 극심한 통증까지 동반하고 있었다. 힘을 줄 때마다 두 팔이 뼛속까지 아팠기 때문에, 클로이가 하는 마사지의 속도와 강도가 자연스럽게 느려졌다.그러자 윤우선은 갑자기 발을 들어 클로이를 걷어차 버렸고, 클로이는 그대로 바닥에 나동그라졌다.이내 차
누군가 도와줄 사람이 있는 경우에는 오히려 신경 써야 할 것이 많아지기에, 혼자 행동하는 것보다 훨씬 불편할 수 있다. 더군다나 이번 멕시코행은 호랑이 굴로 직접 들어가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순진한 양인 척하면서 호랑이를 잡아야 하는 상황이나 마찬가지였기에, 시후가 배유현을 데려가면 그녀는 오히려 자신에게 걸림돌이 될 게 분명했다. 처음에 배유현은 시후가 멕시코에서 무슨 일을 하려고 하는지 정확히 몰랐다. 하지만 시후가 잠재적인 피해자로 위장하여 치명적인 함정에 직접 뛰어들 것이라는 사실을 듣고는, 자신이 따라가봤자 그에게 도움이 되기는커녕 짐만 될 거라는 걸 깨달았다. 결국, 그녀는 씁쓸하게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공항 입구에서 차가 멈추자, 시후가 그녀에게 말했다. "유현 씨는 신분이 노출되면 안 되니까, 차에서 내리지 마십시오."배유현은 걱정스러운 얼굴로 말했다. "은 선생님, 꼭 몸 조심하세요!"시후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며 그녀와 작별한 뒤, 차에서 내렸다. 그리고 트렁크에서 크지 않은 여행용 가방을 꺼내 들고는, 뒤돌아보지도 않은 채 공항 안으로 걸어갔다.시후의 가방에는 어제 새로 산 옷 몇 벌이 들어 있었다. 멕시코에서 어떤 상황이 일어나게 될 지는 몰랐지만, 이번에는 위험에 대해 아무런 대비가 없는 일반인처럼 행동해야 했기에, 여행에 필요한 최소한의 물건을 챙기는 것이 자연스러울 것 같았다.시후는 체크인 카운터에서 탑승권을 받은 뒤, 보안 검색을 통과하고 지정된 게이트로 향했다. 이번에 시후는 이코노미석을 예약했기 때문에, 조용히 한쪽 자리를 찾아 앉아 목표 인물이 나타나길 기다렸다.약 10여 분이 지나자, 40대 초반으로 보이는 동양인 중년 남성이 급하게 게이트로 들어왔다.시후는 그를 한눈에 알아보았다. 그는 바로 주원희의 아들, 나훈구였다.나훈구 역시 시후와 같이 20인치 크기의 여행용 캐리어를 끌고 있었다. 다만, 그는 시후와 달리 어깨에 꽤 묵직해 보이는 가방을 하나 더 들고 있었다. 40대 초반이었지만,
일에 대해 언급하자, 나훈구의 표정이 눈에 띄게 어색해졌다. 정확히 말하면, 조금 전까지만 해도 국가 장학생이라는 신분에 대해 자랑스러워하던 그가, 멕시코에서 일하게 되었다는 사실을 언급하자 갑자기 자존감이 낮아진 듯했던 것이다.시후는 그의 변화를 예리하게 감지했다. 그는 지난 몇 년 동안 계속 직장을 전전하며 수입이 점점 줄어들었고, 결국 1년 넘게 실직 상태였던 것을 감안하면, 이번 멕시코행도 생활고에 몰려 어쩔 수 없이 선택한 길이라는 것을 쉽게 짐작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그는 가볍게 한숨을 쉬며 말했다. “보아하니 당신도 어쩔 수 없이 멕시코로 가시는 것 같은데, 사실 저도 당신과 같은 처지입니다. 정말 어쩔 수 없는 상황이 아니라면, 저도 멕시코에 가고 싶지 않아요.”나훈구는 호기심을 갖고 물었다. “멕시코에 가서 뭘 하려고요?”시후는 태연하게 말했다. “저도 아직 뭘 할지 잘 모르겠습니다. 다만 미국에서의 비자가 곧 만료될 예정인데, 원래는 그냥 불법 체류자로 남을까 고민하기도 했었죠. 그런데 요즘 이민국에서 불법 체류자를 엄격히 단속하는 바람에, 얼마 전 제가 아는 삼촌도 강제 추방을 당하셨습니다. 그래서 저는 비자가 만료되기 전에 미국을 떠나기로 했어요.”나훈구는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미국에서 살기 힘들면 그냥 고향으로 돌아가면 되잖아요? 한국이 미국보다는 못할지 몰라도, 적어도 멕시코보다는 훨씬 낫지 않나?”시후는 다소 난처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솔직히 말하면, 저는 한국에서도 살기 힘들어서 해외로 나온 겁니다. 예전에 국내에서 많은 돈을 빌렸는데, 지금은 도저히 갚을 수 없는 수준이라서요. 만약 돌아가면, 아마 체포되어 감옥에 가게 될 수도 있습니다.”나훈구는 이 말을 듣고 피식 웃으며 말했다. “그럼, 자네는 돈 빌리고 도망친 건가?”“하하...” 시후는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조금 많이 빌렸습니다. 게다가 사업을 잘못 운영하는 바람에 적자가 너무 커졌어요. 도저히 감당이 안 돼서
이것은 인연이 있다는 뜻일 것이다.그렇게 나훈구는 드물게 진심 어린 미소를 지으며 서둘러 말했다. "아이구, 이거 정말 인연이네! 자, 자, 얼른 앉아요!"시후는 고개를 끄덕이며 짐가방을 잘 정리한 후에야 나훈구 옆에 앉아 웃으며 말했다. "보아하니 이번 여행은 이야기 나눌 사람이 생긴 것 같습니다."나훈구도 시후에 대한 경계를 풀고 호기심 어린 표정으로 물었다. "그런데, 이번에 가는 멕시코에는 아는 사람이 있어요?"시후는 아무렇지 않게 웃으며 말했다. "아는 사람은요, 그냥 한 번 둘러보려 가는 겁니다. 거기서 적당한 일거리가 있으면 해보고, 없으면 돌아오면 그만이니까요."나훈구가 호기심에 다시 물었다. "돌아가면 채권자들이 쫓아다니는 건 안 두려워요?"시후는 손을 휘저으며 말했다. "한국 땅이 얼마나 숨을 데가 많은데요. 그래도 일단 어디서든지 적당히 자리 잡고 정착하면, 어쩌면 다시 일어설 기회가 생길지도 모르죠. 그럼 빚도 갚고, 잘되면 고향에도 번듯하게 돌아갈 수 있을 거고요." 그러면서 시후는 나훈구를 바라보며 다시 물었다. "그럼 멕시코에 무슨 일 하러 가시는 겁니까? 뭐 좋은 자리 있으면 저에게도 좀 소개해 주실 수 있습니까?""나요?" 나훈구는 한숨을 쉬며 자조적으로 웃었다. " 나는 딱히 좋은 인맥이 없어서. 조금이라도 괜찮은 길이 있었으면, 내가 아내와 자식을 버리고 멕시코 같은 엉망인 곳으로 가겠어?" 그렇게 말하며 나훈구는 목소리를 낮추고 시후에게 속삭였다. "내가 솔직히 말하면... 멕시코라는 곳은 법이 미치지 않는 곳이라고. 예전에 미국 대통령이 왜 국경에 그렇게 많은 돈을 들여 벽을 세우려 했겠어요? 그게 다 불법 이민자랑 마약 밀매를 통제하려고 그런 거지. 제대로 성공한 미국인이 누가 거기로 가겠냐고?"시후는 고개를 끄덕이며 궁금한 듯 물었다. "그런데 이렇게 한참 얘기했는데, 정작 무슨 일을 하러 가는지는 말씀을 안 해주셨습니다."나훈구는 더 이상 숨기지 않고 진지하게 말했다. "솔직히 말할게,
나훈구가 얼굴 가득 수치심을 드러내는 모습을 보며, 시후는 그에 대한 인상을 조금 바꿨다. 처음에는 그저 부귀영화를 탐하는 이기적인 인간이라고 생각했지만, 지금 보니 그래도 양심이 남아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한편, 나훈구 자신도 이렇게 자신의 속마음을 털어놓은 건 오랜만이었다. 사실 그는 시후와 특별한 인연이 있다고 생각해서 이런 심경을 밝힌 것은 아니었다. 단지 이 말들을 오랫동안 가슴에 묻어두었고, 더 이상 참기 어려워 속 시원히 털어놓고 싶었을 뿐이었다. 하지만 늘 이런 이야기를 나눌 적절한 상대를 찾지 못하다가, 우연히 시후 앞에서 마음을 열게 된 것이었다.이에 시후는 그를 위로하며 말했다. "정부는 언제나 시민들을 포용하는 법입니다. 오랜 세월 동안 해외로 나간 사람들이 많았지만, 정부는 늘 따뜻하게 받아줬어요. 그리고 정부에서도 자금 지원을 하여 인재를 해외로 내보내는 이유가 모든 사람이 반드시 돌아와서 정부를 위해 봉사하기를 바라는 것은 아닐 겁니다. 그중 일부라도 돌아와서 정부를 위해 힘이 되어준다면, 그것만으로도 의미 있는 일이니까요. 중간에 잃어버린 인재들은 그냥 자연스러운 손실일 뿐입니다." 잠시 말을 멈춘 후, 시후는 다시 말했다. "이건 마치 스티로폼 박스로 얼음을 운반하는 것과 같아요. 아무리 단단히 포장하든, 운반 중에 일부는 녹아 없어지겠죠. 하지만 상관없어요. 운반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목적지에 도착했을 때 남아 있는 얼음이 있다면, 그 노력은 가치가 있는 거니까요."나훈구는 순간 놀랐다가 이내 고개를 끄덕이며 나지막이 말했다. "사실 나는 처음에는 미국의 화려한 모습에 현혹된 거였어. 여기가 더 큰 무대이고, 여기서라면 능력을 마음껏 펼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지... 그렇다고 정부를 잊은 건 아니거든... 오히려 속으로는 ‘성공하면 몇 배, 몇 천 배로 한국에 보답해야지’라는 마음이 있었어. 그런데 나 같은 사람들은 결국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평범한 사람이 되어 버렸네..."그렇게 말하며, 나훈구
그 후, 나훈구는 또 다른 많은 선배들이 미국의 벤처캐피털에서 모은 자금을 활용하여 자금을 받아 한국으로 돌아간 뒤, 한국에서 유명한 스타 기업들에 대거 투자하는 모습들도 보았다. 그들은 단순히 기업들을 세계적으로 정상급의 회사로 성장시키는 데 그치지 않고, 자신들이 몸담고 있던 투자은행에도 막대한 수익을 안겨주었으며, 스스로도 명성과 부를 얻었다. 그들중 일부는 최고의 투자자로 추앙 받으며, 책을 출판하고 전설적인 인물이 되어 이름을 날리기도 했다.이 모든 것을 지켜본 나훈구는 큰 자극을 받았다. 그는 미국에서 학업을 마친 후, 단순히 한국으로 돌아가 공기관의 직원이나 공무원이 되는 삶을 원하지 않았다. 그는 앞서 성공한 사람들처럼 정상에 올라, 우수한 사람이 되고 싶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성공한 후, 당당하게 귀국하여 위대한 회사를 창립하거나, 위대한 기업들에 투자하며 큰 영향력을 행사하고 싶었다. 그러나, 어떠한 산업이든 최고의 인재들이 설 자리는 극히 협소한 법이다. 수백만 명에 달하는 유학파 엘리트들 중, 실제로 정상에 오른 사람은 고작 몇 백 명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운칠기삼’이라는 말도 있듯이 최고가 되려면 적절한 때, 적절한 장소, 적절한 사람이 모두 갖춰져야 한다. 이것은 결국 한 사람의 단순한 노력만으로는 절대 정상에 도달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라는 것을 뜻했다.나훈구의 경우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야심 찬 꿈을 품고 미국에 남았지만, 현실은 그에게 냉혹한 시련만을 안겨주었다. 유학 초기 몇 년간은 이상을 품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생계를 위해 분투해야 하는 날들이 늘어났고, 결국 점점 평범한 사람이 되어갔던 것이다. 시간이 흐르며, 나훈구는 시후와 점점 깊은 대화를 나누었다. 속마음을 털어놓을수록, 그는 자신도 모르게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그러는 사이, 비행기는 점점 착륙을 준비하고 있었다. 시후는 그에게 휴지 한 장을 건네며 말했다. "형님, 멕시코는 형님한테 맞는 곳이 아닙니다. 비행기에서 내리자마자 바로 표를
나훈구와 함께 가기로 결정한 시후는 곧바로 그 다음 해야 할 말과, 발생할 수 있는 두 가지 시나리오 및 각각의 대응 방안을 정리했다. 그는 먼저 자신도 선원이 되고 싶다는 제안을 나훈구에게 해볼 생각이었다. 만약 나훈구가 이를 거절한다면, 블랙 드래곤의 대원들이 그를 공항에서부터 몰래 미행하며 그를 연결해 줄 조직의 은신처를 찾아낼 수 있도록 할 계획이었다.반면, 나훈구가 이를 받아들인다면, 다음은 그를 연결해 주는 김미희의 조직원이 이를 받아들일지 여부가 관건이었다. 만약 접선자가 이를 허락한다면, 시후는 나훈구와 함께 조직 내부로 잠입하여 적들의 동향을 직접 파악할 수 있다. 만약 접선자가 이를 거절한다면, 그는 처음 계획대로 나훈구를 미끼로 삼아, 몰래 조직을 추적할 작정이었다.그는 마치 즉흥적인 제안을 하는 것처럼 행동하며, 나훈구에게 말했다. "형님, 어차피 저도 멕시코에선 할 일이 없는데, 그냥 형님 따라가서 같이 선원이나 할까요?"나훈구는 시후가 자신과 대화가 잘 통하는 젊은이라고 느꼈기에, 크게 고민하지 않고 쾌활하게 말했다. "좋지! 근데 내 마음대로 되는 건 아니고, 일단 공항에 마중 나온 사람한테 물어봐야 할 것 같은데. 혹시 추가로 사람을 구하고 있다면, 같이 갈 수 있을 거야.""좋습니다!" 시후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형님, 부탁 좀 드릴게요."나훈구는 손을 흔들며 말했다. "에이, 뭘 부탁까지야. 근데 자네는 이름이 뭐라고 했지?""시후입니다. 형님은요?""나훈구라고 하네."얼마 지나지 않아, 비행기가 무사히 착륙했다. 비행기가 활주로를 달리는 동안, 시후는 휴대전화의 비행기 모드를 해제하고 성도민에게 단 한 줄의 메시지를 보냈다. "계획 변경, 상황에 맞춰 대처."그 후, 비행기가 완전히 멈추자 그는 나훈구와 함께 짐을 챙기고 비행기에서 내렸다.입국 심사를 기다리며, 시후가 나훈구에게 물었다. "형님, 공항에 누가 마중 나오는 건가요? 아니면 우리가 직접 이동해야 하나요?" 나훈구가 대답
피켓을 들고 있던 젊은이는 나훈구를 보자 신중하게 주머니에서 휴대전화를 꺼내 한 장의 사진을 열어 위아래로 대조해보았다. 인사를 건넨 사람이 나훈구임을 확인한 후, 그는 옆에 한 명의 동양인 사내가 함께 있다는 것을 깨닫고 경계하며 물었다. "이 사람은 누구죠? 당신과 같이 온 겁니까?"나훈구는 웃으며 말했다. "이 친구는 은시후라고 합니다. 비행기에서 알게 된 교포인데, 내 옆자리에 앉았어요. 한국에서 빚을 갚지 못해 도망쳐 나왔다고 하는데, 멕시코에서 무슨 일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하더라고요. 내가 선원이 되러 간다고 하니, 자기도 해보고 싶다고 해서 데려왔어요. 혹시 아직 사람을 구하십니까?"그러자 옆에 있던 시후도 서둘러 말했다. "저는 고된 일도 불평 없이 잘 하는 편이라서, 어떤 힘든 일도 감당할 수 있습니다!"그러자 젊은이는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 "잠깐 기다려요. 윗사람에게 전화해서 물어보죠." 그는 그렇게 말한 뒤 휴대전화를 들고 멀리 나갔다. 그는 주변에 아무도 없는 것을 확인한 후 전화를 걸었다.전화가 연결되자, 반대편에서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만났나?""네, 데리고 왔습니다. 그자가 방금 비행기에서 내렸어요."상대는 다시 물었다. "신원 확인은 했나? 김미희가 제공한 정보와 일치하나?"젊은이는 급히 대답했다. "이미 확인했습니다. 확실히 본인 맞습니다.""좋아." 상대는 태연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럼 곧장 데리고 와. 가는 길에 조심하고, 절대 눈치채지 못하게 해."젊은이는 목소리를 낮추며 말했다. "형님, 그런데 여기에 좀 문제가 생겼습니다. 보고를 드려야 할 것 같아서요. 그 나훈구가 비행기에서 또 한 명의 한국 젊은이를 알게 됐습니다. 두 사람이 나란히 앉아 꽤 친해진 것 같아 보였습니다. 데려온 자도 마땅한 직업이 없어서 나훈구를 따라 선원이 되고 싶어 하더군요. 지금 저한테 우리 쪽에서 사람을 더 구하는지 묻고 있습니다. 이 상황을 어떻게 처리할까요?"상대는 잠시 침묵하더니 엄숙한
시후 은 웃으며 말했다. “형님, 월급을 받지 않겠다고 하면, 미국에 있는 아내와 자식들은 어떻게 하시려고요?”“괜찮습니다...” 나훈구는 매우 단호하게 말했다. “사람은 은혜를 알면 반드시 갚아야지. 만약 은 선생님이 아니었다면, 아내와 자식들은 제가 실종된 줄 알고 평생 불안에 떨며 여기저기 정보를 찾아 헤맸을 겁니다. 결국 제가 살해당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경찰로부터 자세한 내막까지 듣게 될 테고, 그땐 상상도 할 수 없을 만큼 고통스럽고 비통해 했겠죠...” 이 말을 하며, 나훈구는 시후를 바라보다가 목이 메어 말했다. “제 목숨을 구해주신 건 물론이고, 제 아내와 자식들이 그런 극도의 슬픔을 겪지 않게 해주셨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선생님은 저뿐만 아니라 제 가족들도 구하신 겁니다. 제가 살아 있는 것만으로도 그들에게는 최선의 결과가 될 테니까요. 생활고야 어찌 되든, 저는 가족들이 충분히 견뎌낼 수 있을 거라 믿습니다. 다만 조금 힘들게 살 뿐이죠.”시후는 나훈구의 단단한 표정과 흔들림 없는 눈빛을 보고는, 마음속 깊이 감동을 느꼈다.잠시 후, 그는 성도민을 불러 곁으로 오게 하더니 말했다. “성도민 씨, 이 분은 IT 분야의 전문가, 나훈구 씨입니다. 나는 블랙 드래곤에 반드시 이런 인재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니, 그를 데리고 중동으로 돌아가도록 하세요.”성도민은 기쁘게 말했다. “그거 정말 잘 됐습니다! 지금 블랙 드래곤에서는 IT 분야 하드웨어 구축을 강화하려는 참이었는데, 바로 이런 인재가 필요했습니다. IT 인프라와 미래 로드맵을 같이 설계해줄 수 있는 전문가가 필요했거든요!”시후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좋습니다! 내가 보기엔, 앞으로 블랙 드래곤은 IT 기업들과 협력해서 자체 위성을 제작하고, 상업 위성 발사 기업을 통해 발사하여 자체 위성 통신 시스템을 구축해야 합니다. 블랙 드래곤 내부의 통신은 보안 수준이 매우 높아야 하기 때문에, 외부 통신망이나 서비스 업체에 의존하면 100% 보안을 보장할 수 없습니다. 그렇기
시후의 질문을 들은 나훈구는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고개를 저으며 씁쓸하게 웃었다. “지금 이런 상황에서, 무슨 계획이 있겠습니까. 간신히 은 선생님의 은혜로 살아남았으니, 일단은 미국으로 돌아가서 다른 방법을 생각해봐야죠...”시후는 그를 바라보며 아주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 “형님, 이미 멕시코까지 와서 선원 일을 하려 하셨던 걸 보면, 미국으로 돌아가도 마땅한 일을 찾기는 힘들지 않을까요?”시후의 이 말을 들은 나훈구의 표정엔 다소 민망함과 무력감이 함께 떠올랐다. 그는 한숨을 깊게 내쉬며 말했다. “괜찮은 일을 못 찾으면, 그냥 허드렛일이라도 해야지 뭐... 우리 어머니도 식당에서 일하셨는데, 저라고 못할 이유는 없지 않겠습니까.”시후는 그를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 “형님, 제 생각엔 차라리 이렇게 하시는 것이 나을 것 같습니다. 어차피 이제 밖으로 나오셨으니 굳이 그렇게 서둘러 돌아가실 필요는 없잖아요? 형님은 IT 쪽 일을 하셨다면서요. 그렇다면 이후엔 블랙 드래곤에서 일해보시는 건 어떻습니까? 블랙 드래곤은 현재 중동을 거점으로 해서 해상과 항공 양쪽으로 전 세계에 영향을 뻗어 나가고 있습니다. 분명 IT 분야의 수요는 앞으로 점점 더 많아지게 될 것이고, 수준도 높아질 겁니다. 형님 같은 인재가 절실히 필요해요.”시후가 이 말을 할 때, 그의 마음속에는 이미 두 가지 시나리오가 있었다. 만약 나훈구가 이 제안을 받아들인다면 최상의 결과일 것이었다. 그는 성도민에게 충분한 보상을 준비시키고, 곧바로 중동으로 데려갈 계획이었다. 하지만 나훈구가 거절한다면, 여기서 벌어진 비밀들을 알고 있는 그를 미국으로 그냥 돌려보낼 순 없었다. 그렇기에 다른 구출된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오늘 일에 대한 기억을 완전히 지워야 할 것이다.다만 시후는 가능하면 그 두 번째 방법은 쓰고 싶지 않았다. 적어도 자신과 인연이 닿은 사람이고, 이렇게 큰 사건을 겪은 이상 그에 걸맞은 기회도 줘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기억을 지워버리면, 그에겐 이 피비린
때로는, 평생을 바쳐도 이성 무인에서 삼성 무인으로의 도약조차 이루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이성 무인이란, 사실 대부분의 무인들이 평생 머무는 한계점과도 같았다. 하물며, 삼성에서 사성, 사성에서 오성, 오성에서 육성으로의 도약은 더더욱 어려운 일이다.그런데 이번에 시후가 건넨 이 한 잔의 술이, 백 명이 넘는 사람들에게 단숨에 수련 경계를 뛰어넘게 해주었다는 건, 그들에겐 말 그대로 기적과도 같은 일이었다.블랙 드래곤에서 가장 강한 실력을 가진 성도민은 자신과 함께한 대원들을 돌아보았다. 그들 대부분이 수련 능력이 상승한 것을 발견하고는, 성도민은 가슴 속 깊은 감격을 억누르지 못했다. 그러자 그는 시후를 다시 바라보며, 감격과 동시에 경외심 가득한 눈빛으로 무릎을 꿇은 뒤 공손히 말했다. “저 성도민은 은 선생님의 하늘과 같은 은혜에 감사드립니다! 저는 은 선생님을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하겠습니다!”다른 블랙 드래곤의 구성원들도 즉시 정신을 차리고, 성도민을 따라 시후 앞에 모두 한쪽 무릎을 꿇고 소리 높여 외쳤다. “저희들은, 은 선생님의 하늘과 같은 은혜에 감사드립니다! 저희들 역시도 은 선생님을 위해서라면, 그 모든 것들을 하겠습니다!”시후는 눈앞에 있는 100여 명의 블랙 드래곤 대원들을 바라보았다. 시후는 그들의 눈에 맺힌 눈물과 결연한 표정을 보고는 이들이 자신의 확고한 동료가 되어줄 것임을 느꼈다. 만족스러운 마음에 그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며, 힘찬 목소리로 말했다. “나 은시후는, 앞으로 결코 여러분의 신뢰를 저버리지 않겠습니다! 블랙 드래곤이든 여러분 각자든, 앞으로 반드시 날개를 펼쳐, 저 넓은 하늘을 훨훨 날게 될 겁니다!”이 말을 들은 대원들은 곧바로 가슴이 뜨거워지며 피가 끓어오르는 것을 느꼈다.이때, 지하 수술실을 불태우고 있던 화염은 이미 지상까지 뜨겁게 달궈 놓았고, 불꽃은 땅 위의 건물까지 번지고 있었다. 이에 시후는 성도민에게 말했다. “성도민 씨, 이제 시간이 됐습니다다. 모두 질서 있게 철수하도
시후의 구호가 떨어지자, 그와 함께 모든 대원들이 술잔을 들어 잔 속의 소주를 단숨에 들이켰다.시후에게 있어 이 술에 담긴 영기는 이미 아주 미미한 수준이었기에, 몸에 큰 영향을 주지는 않았다. 그러나 블랙 드래곤 대원들이 느끼는 기운은 완전히 달랐다! 그들은 애초에 이 술에 이토록 강력한 에너지가 담겨 있을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대원들이 술을 한 번에 들이켰을 때 온몸에 강렬한 온기가 복부에서 시작해 단전으로 몰려들었고, 곧이어 기운은 마치 산을 무너뜨리고 바위를 쪼개는 듯한 맹렬한 기세로 팔맥을 향해 폭발적으로 밀려들었다!무술가들에게 있어 자신의 실력 향상은 두 가지 핵심 요소와 밀접하게 연결된다. 첫 번째는, 기경팔맥 중 몇 개의 경맥이 열려 있는가라고 할 수 있다. 이는 무술가들의 경지와 실력을 판단하는 가장 근본적인 기준이다. 경맥을 많이 열수록, 무술가의 등급과 전투력도 함께 높아지기 때문이다. 두 번째는, 이미 열린 경맥이 얼마나 잘 순환되고 있느냐이다. 대부분의 무술가들은 몇 개의 경맥 만을 겨우 열 수 있을 뿐, 모든 경맥을 완전히 순환시킬 수는 없다. 이것은 마치 사람의 코에 있는 양쪽 콧구멍과도 같아서, 누가 더 뚫려 있느냐에 따라 들숨의 양이 달라지듯 경맥도 얼마나 원활히 순환되느냐에 따라, 에너지 흡수량이 달라지게 된다. 지금 이 소주 안에 담긴 영기는 그들에게 단순히 경맥을 몇 개 더 열게 해준 것이 아니라, 기존에 뚫려 있던 경맥까지 더 넓고 강하게 만들어 주었다. 즉, 두 가지 방향에서 동시에 무술가들의 실력을 향상시킨 것이다.그래서 이 순간 블랙 드래곤 대원들은 하나같이 깜짝 놀라며 자신의 몸속에서 터져 나오는 그 엄청난 기운이 자신이 오랫동안 뚫지 못했던 다음 단계의 경맥까지 열도록 밀어붙이고 있다는 사실에 크나큰 충격과 감동을 받았다.잠시 후 누군가 감격에 찬 목소리로 외쳤다. “나... 나 네 번째 경맥을 뚫었어! 진짜야! 네 번째 경맥이 열렸어!!”곧이어 또 다른 사람이 외쳤다. “나도!
조금 전 까지만 해도 꽤 오랜 시간 동안 시후는 지하 수술실에 있었고, 소이연은 다른 블랙 드래곤 대원들과 함께 들어오긴 했지만, 지상에 남아 있었기 때문에 두 사람은 서로 마주칠 기회가 없었다. 그래서 시후는 이제서야 소이연도 멕시코에 왔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이었다.이 순간, 소이연은 사랑이 가득 담긴 눈빛으로 시후를 바라보며, 수줍게 말문을 열었다. “은 선생님... 리더가 선생님께서 업무가 있다고 삼성 이상 무인들만 참여할 수 있다고 하셨습니다. 제가 딱 맞는 위치라... 바로 한국에서 비행기를 타고 왔어요.”시후는 살짝 고개를 끄덕이며 웃으며 물었다. “이번엔 본래 신분을 사용하진 않았겠죠?”“아니에요.” 소이연은 다른 블랙 드래곤 대원들에게 등을 돌린 채, 시후를 향해 장난스럽게 혀를 살짝 내밀고는 말했다. “이번엔 완전히 새 신분으로 왔어요~”“좋습니다.” 시후는 미소 지으며 손에 든 소주를 그녀에게 건넸고, 조금 전 다른 대원들에게 했던 것처럼 공손히 말했다. “오늘 수고 많았어요.”소이연은 급히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아니에요, 전혀 힘들지 않았어요... 은 선생님께 충성을 다할 수 있는 건, 제게는 큰 영광이에요!”시후는 웃으며 말했다. “됐어, 자리에 돌아가요. 돌아가는 길에 이야기 더 하는 걸로 하고. 오늘 밤엔 나랑 같이 미국으로 돌아가죠. 좀 도와줘야 할 일이 있어서요.”소이연은 약간 불안한 표정으로 물었다. “은 선생님, 탐정... 아직도 절 추적하고 있잖아요. 제가 미국에 가면 혹시 폐를 끼치게 되지 않을까요...?”시후는 고개를 저으며, 감회 어린 어조로 말했다. “제이크 한은 이제 이연 씨를 추적하지 못해요. 얼마 전 그 친구한테 사고가 있었거든. 그 이후로 그가 맡았던 사건들도 대부분 흐지부지 종결됐죠. 게다가 이연 씨는 이미 새로운 신분으로 바꿨잖아. 문제없을 겁니다.”“그럼 정말 다행이에요! 은 선생님께 폐만 안 된다면 저는 뭐든지 다 좋아요! 은 선생님 말씀만 따를게요!”그제야 소이연은
미래에 일어날 일들에 대해, 시후는 희망으로 가득 차 있는 동시에, 경계심과 신중함 또한 한껏 갖추고 있었다. 블랙 드래곤의 전체 전력은 분명 강력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현재 알려진 세상 안에서만 통하는 이야기였다. 세상 어딘가, 어둠 속에 숨어 있는 더 강대한 존재들은 어쩌면 블랙 드래곤보다 훨씬 더 막강할지도 모르는 일이었다.그래서 시후는 생각했다. 앞으로는 자신 개인의 실력 향상은 물론, 블랙 드래곤 전체의 실력도 체계적으로, 꾸준히 끌어올려야 한다고... 만일 훗날, 그 미지의 강적들과 정면으로 맞설 날이 온다면 그때는 적어도, 승산을 조금이라도 더 만들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성도민은 시후의 성격을 잘 알기에, 즉시 몸을 낮춰 공손하게 다짐했다. “은 선생님, 안심하십시오! 저는 절대 개인적인 실력이나, 블랙 드래곤의 전력이 강해졌다고 자만하지 않을 겁니다! 또한 그로 인해 방심하거나 적을 얕보는 일도 없을 것입니다!”시후는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이며, 담담히 말했다. “그런 마음가짐이라면 나도 블랙 드래곤의 미래에 대해, 한층 더 기대하게 되는군.” 말을 마치고는 손을 크게 휘두르며 외쳤다. “자, 대원들이 줄을 서서 술을 받도록 하죠!”“예!” 성도민은 감정을 숨기지 못한 채 흥분된 목소리로 대답하고는, 곧장 밖으로 나가 마당에 모인 100여 명의 정예 부대원들에게 큰 소리로 외쳤다.“대원들! 은 선생님께서 특별히 준비하신 이 세상에 둘도 없는 귀중한 술이 있다! 이번 임무를 성공적으로 마친 대원들을 위해, 축하와 보상의 의미로 준비하신 것이다! 자 이 술은 천금의 가치가 있고, 너희 인생의 전환점이 될 기회다!” 그러면서 다시 힘주어 말했다. “전원 주목! 첫 번째 줄부터, 왼쪽에서 오른쪽 순서로 줄지어 입장해 술을 받아라! 단, 절대로 술을 흘리거나 쏟는 일은 없어야 한다! 단 한 방울이라도 흘리면, 평생 후회할 거다!”하지만 듣고 있던 대원들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도대체 어떤 술이길래 천금의 가치가 있다는 건지,
시후가 막 첫 잔을 따르려던 순간, 지하실 쪽에서 갑자기 폭발음이 들려왔다.엄청난 충격과 함께, 땅 전체가 흔들렸다! 지하 수술실 입구가 숨겨진 방에서는 거대한 불길이 뿜어져 나왔는데, 폭발의 위력을 짐작케 하는 장면이었다.시후는 알고 있었다. 김미희를 포함한 악마들이 이 불꽃 속에서 재로 변해, 그 죄악의 생을 완전히 끝냈음을.그리고 그 순간, 시후는 손에 쥐고 있던 동작을 멈췄다. 잠시 침묵을 지키던 그는, 방금 막 따른 술잔을 들어 조용히 입을 열었다. “이곳에서 얼마나 많은 무고한 이들이 억울하게 죽어갔는지는 알 수 없지만... 이 한 잔의 술을 그분들께 바칩니다. 부디 구천에서도 이 원한이 풀렸음을 알아주시길...”그 말과 함께, 그는 두 손으로 잔을 들어, 그 안의 술을 천천히 땅에 부었다. 이 한 잔의 술을 만약 정말 필요한 이에게 팔았다면, 아마 수천만 달러, 아니 그 이상을 받을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시후에게 있어, 이 술은 무고한 희생자들을 위한 경의라고 할 수 있었다. 그들의 영혼이 편히 쉴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 그것이 이 술을 땅에 쏟는 이유였고, 결코 낭비라 할 수 없는 행위였다.이후, 시후는 한숨을 내쉬고, 다른 잔들에도 술을 따르기 시작했다. 곧, 100여 개의 술잔이 모두 채워졌고, 두 병의 소주도 정확히 사람 수에 맞춰 딱 떨어졌다.그때, 10분이 흘러 성도민이 공손히 문을 두드리며 말했다. “은 선생님, 모두 마당에 모였습니다.”시후는 가볍게 답하며 말했다. “안으로 들어오세요.”“예.” 성도민은 대답한 후 문을 열고 들어왔다.문이 열리자마자, 그는 강렬한 술 향기를 느꼈다. 소주는 본래 향이 강하지는 않았지만, 지금 코를 찌르는 이 향은 평소에 느끼던 그 이상이었다. 그러나 그 순간, 성도민은 놀랍게도 술 향 속에서 몸과 마음이 개운해지는 느낌을 받았다. 이것은 마치 선선한 가을날, 아무 걱정 없이 꿀잠을 자고 난 후 온몸이 개운하고 상쾌해지는 듯한 형언할 수 없는 편안함이었다. 그
몇 분 전.지하 수술실에서 악행으로 가득한 살인범들이 쉴 새 없이 떠들고 있을 때, 시후는 구출된 피해자들을 진정시킨 후, 성도민에게 물었다. “성도민 씨, 내가 미리 준비해달라고 했던 것들, 준비해 놨습니까?”성도민은 고개를 끄덕이며 공손히 대답했다. “은 선생님, 말씀하신 물건들은 모두 제 차량 트렁크에 준비해 두었습니다. 지금 필요하시면 바로 옮기겠습니다.”“좋아요.” 시후가 말했다. “그럼 가져와요.” 그러고는 가까운 빈 방을 가리키며 말했다. “그 안으로 옮겨 놓도록 하죠.”“알겠습니다, 은 선생님.” 성도민은 고개를 숙이고 돌아섰다. 곧이어 차 트렁크에서 커다란 종이박스 하나를 꺼내 안고 돌아왔다. 성도민은 두 손으로 종이박스를 안고 오면서, 한 손엔 묵직한 쇼핑백도 들고 있었다.박스에는 소주의 로고가 선명히 찍혀 있었고, 이는 시후가 특별히 부탁해 미리 준비하게 한 축하주였다.박스를 열어보니, 안에는 1.8리터짜리 소주가 두 병 들어 있었고, 또 다른 쇼핑백에는 소주잔이 가득 들어 있었다. 성도민이 시후에게 말했다. “은 선생님, 요청하신 물건이 여기 있습니다.”시후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10분 후에 모두 마당에 집합시켜요. 다 함께 축하주를 나눌 거니까.”성도민은 궁금해하며 물었다. “은 선생님, 축하주를 마신다 하셨는데, 술이 좀 부족하지 않습니까? 백 명이 넘는데, 고작 이 소주를 나눠 마시면 1인당 양이 얼마 안 될 텐데요...” 그러고는 덧붙였다. “우리 블랙 드래곤은 주량도 셉니다. 이 정도 술은 그냥 목만 축이는 정도 아닐까요...”시후는 담담하게 미소 지으며 말했다. “잠시 후 모두 다시 미국으로 돌아가야 하니, 과음은 좋지 않죠. 이 술은 형식일 뿐이고, 진짜로 실컷 마시고 싶다면 미국에 돌아가서 마음껏 마시면 되지 않겠어요.”성도민은 고개를 끄덕이며 웃었다. “알겠습니다, 은 선생님.”시후는 말했다. “좋아요. 성도민 씨, 그럼 이젠 가서 할 일 보고, 10분 후에 나를 찾아오도록
김미희는 뒤에 산처럼 쌓인 시체들을 바라보며 물었다. “네 부하들이 다 죽었는데, 누가 널 구하러 온다는 거야?”후아레스는 반사적으로 외쳤다. “내 여자친구! 내가 계속 돌아가지 않으면 분명 나를 찾으러 올 거야! 그녀가 올 때까지 살아만 있다면, 구출될 수 있어!”김미희는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정말 이해가 안 가네. 그런 머리로 어떻게 지금까지 보스를 해먹었는지.” 그러고는 위를 가리키며 냉정하게 말했다. “잊지 마. 밖에는 블랙 드래곤의 대원 백 명이 넘게 포진해 있어. 우리가 죽지 않는 이상, 그 자들은 절대 떠나지 않아. 네 여자친구가 오면, 그저 죽으러 오는 거라고!”후아레스는 한순간 절망에 빠졌다. 하지만 곧 정신을 가다듬으며 말했다. “그래도, 우리가 살아 있는 한 희망은 있어! 불만 붙이지 않으면 시간을 벌 수 있을 거야! 하루만 더 버텨도 살 가능성이 생기는 거야! 기적은 절망 속에서 일어나는 거잖아? 어쩌면 은시후가 마음을 바꿀 수도 있고, 아니면 멕시코 경찰이 여길 찾아낼 수도 있고, 혹시 그 은시후에게 다른 원수가 있어서, 그 원수가 찾아와 그들을 처치해줄 수도 있잖아? 그러면 우리는 살아남을 수 있어!”그는 말을 하면 할수록 점점 흥분해서, 모두를 설득하려 들었다. “원래 백만 분의 일 확률이라 해도, 살아 있는 한 희망은 있어! 슈퍼 로또처럼 말이야. 백만 분의 일이어도 당첨자는 반드시 나오잖아? 그게 바로 우리가 될 수도 있어. 단 조건은 뭐다? 일단 로또를 사야 되는 거지! 살아 있어야 그 가능성이 생기는 거야!”그의 말에 김미희를 비롯한 이들이 조금씩 설득되는 듯했다. 살아 있는 한 기적은 있을 수 있다는 말은 틀린 말이 아니었다. 기회가 희박해도, 아예 끝내 버리는 것보다는 낫다고 생각한 것이다.김미희는 이를 악물고 말했다. “좋아, 그렇다면 기다려 보자고. 하늘이 우리를 버리지 않았다면, 어쩌면 기적이 일어날 수도 있어!”옆에 있던 민영건도 굳은 표정으로 말했다. “기다리자! 나도 기다릴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