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우선은 미국으로 오기 이전에 시후가 준 돈을 모아 두었다가 명품 매장에서 에메랄드 목걸이를 샀고, 이벤트에 당첨까지 됐다. 그런데 뜻밖에도 시후가 똑같은 목걸이를 또 하나 선물해 주었다. 이렇게 되니, 그녀는 시후가 선물한 목걸이를 되팔기만 하면 공짜로 하나를 얻은 셈이 되었고, 그 뿐만 아니라 호화로운 개인 전용 여객기도 경험했으며, 미국에서 며칠 동안 여행까지 즐겼다. 이제 그녀는 마지막으로 뉴욕에서 이틀 동안 신나게 놀고 나면, 완벽한 만족감을 안고 한국으로 돌아가 다시 예전처럼 자유롭고 편안한 생활을 즐길 수 있을 것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런 기분 좋은 기대감 때문인지, 윤우선은 거리를 걸으며 운동하면서 입이 귀까지 걸려 있었고, 너무 즐거워서 입이 다물어지지 않았다. 하지만 입을 벌리고 숨을 쉬다 보니 곧 입 안이 바짝 말랐고, 호흡도 불규칙 해져 다른 사람들과의 보폭을 맞추지 못하고 점점 뒤처지기 시작했다.이때, 운동 모임의 부팀장이자 미국에서 거주하고 있는 한 한국인 여성이 그녀를 발견하고 다가왔다. 그녀는 활짝 웃으며 말했다. “아이구, 우선 씨 오늘은 왜 이렇게 빨리 뒤처진 거야?” 이 여성의 이름은 전지영으로, 윤우선보다 두 살 나이가 많았고, 윤우선은 그녀를 늘 지영 언니라고 불렀다.전지영은 미국에서 일을 하지 않았지만, 아들과 며느리가 미국에서 사업을 운영하고 있어 남편과 함께 미국에 머물면서 손주를 돌봐 주는 역할을 하고 있었다. 특이하게도, 그녀의 고향은 윤우선과 같았다. 비록 조금 더 세부적으로 따지면 다른 동에 살고 있기는 했지만, 서로 가까운 동네였기 때문에 거리상으로 따지면 그리 멀지는 않은 곳이었다.윤우선은 평소에 콧대가 높아, 아무리 외국에서 같은 고향 사람을 만나도 크게 감동하는 타입은 아니었다. 하지만 전지영과 친하게 지낸 이유는 따로 있었다. 왜냐하면 전지영의 옷차림과 악세서리들이 일반인의 수준은 아니라는 것을 한눈에 알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녀가 손목에 차고 다니는 팔찌 하나만 해도 최소 10억
윤우선이 호텔의 프레지덴셜 스위트룸으로 돌아와서는 문을 열고 첫 번째로 한 말은 바로 이것이었다. “유나야, 은 서방! 내일 저녁에 두 사람 약속 있니?”유나는 호기심 가득한 표정으로 물었다. “무슨 일이에요, 엄마?”윤우선은 설명했다. “엄마가 운동 모임에서 굉장히 잘 맞고 친한 언니가 있는데, 그분이 우리들을 집에 초대하고 싶어 하시더라고. 그분은 한국에서 미국으로 이민 온 지 오래됐지만, 아직 친한 친구가 얼마 없었대. 그런데 나랑 엄청 잘 맞아서, 나도 이 기회에 집에 가서 식사 한 끼 하려고 해. 하지만 내가 곧 한국으로 떠나야 해서, 떠나기 전에 가서 같이 밥이라도 먹고 가는 게 좋겠다고 이야기 하더라고.”유나는 놀란 듯 물었다. “엄마... 엄마 나이에도 그런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친구를 만날 수 있어요?”윤우선은 입을 삐죽 내밀며 말했다. “어머, 그런 말 하지 마. 내가 친구가 없다는 거야? 예전에 한국에 있을 때 같이 놀러 다녔던 이모들 있잖아! 나랑 사이가 얼마나 좋았는데?”유나는 어색하게 물었다. “그분들과 정말 잘 지냈던 거 맞아요? 저는 엄마가 그분들과 같이 고스톱도 치고, 미용실도 자주 갔던 것 같은데, 나중에 그냥 관계가 어색해졌던 걸로 기억하고 있는데요.”윤우선은 순간 당황하며 손을 내저었다. “그건 다 지나간 얘기야. 이제 그런 얘기는 하지 말고!” 사실, 윤우선이 그 친구들과 사이가 틀어진 이유는, 예전에 시후의 카드를 훔쳐서 돈을 빼낸 후 갑자기 돈이 생기자 부자가 된 듯한 기분에 사로잡혀 그 친구들을 업신여기기 시작했기 때문이었다. 그 당시 윤우선은 그 친구들에 대해 전화를 걸어 비난을 했는데, 결국 윤우선은 그 후로 구금되어 며칠간 감옥에서 지내게 되었다.윤우선은 오랫동안 진상녀의 전형이라고 할 수 있었다. 무엇보다 매우 속물적이며, 돈이 많은 사람에게는 절대적으로 충성을 다하는 성격이었다. 윤우선은 그런 사람들이 자신에게 돈을 쓰든 안 쓰든 우선 허리를 굽신대며 아부를 떨었다. 그래서 그녀는
그러면서 윤우선은 다시 한 번 진지하게 말했다. “이런 일은 절대 약속을 어기면 안 돼! 두 사람 모두 반드시 이 엄마가 말한 걸 지키도록 해야 해!”유나는 시후를 바라보며 물었다. “여보, 당신 생각은 어때요...?”시후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장모님께서 이미 약속을 하셨으니, 우리가 가지 않는 것도 예의가 아니죠.”윤우선은 급히 고개를 끄덕이며 입을 열었다. “이럴 때 보면 역시 은 서방이라니까?!” 그렇게 말한 후, 그녀는 바로 기세를 몰아 말했다. “그럼 이 일은 이렇게 정한 거야. 내일 오후 여섯 시에 함께 가자. 유나, 너는 수업을 정상적으로 듣고 은 서방은 나랑 같이 가서 선물 좀 사자고. 첫 방문인데 빈손으로 갈 수는 없잖아.”유나는 시후가 이미 수락했기에 더 이상 거절할 수 없었다. 결국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알겠어요.”...다음 날 오후.윤우선은 시후를 데리고 프로비던스 시내를 한 바퀴 돌았다. 그녀는 여러 상점들을 돌아다니며 선물을 고르고 또 골랐고, 결국 시후의 조언을 받아, 몇 백 달러짜리 고급 식기 세트를 선물로 선택했다.시후의 생각에 단순한 친구 사이에 집을 방문할 때는 선물이 너무 비싸면 오히려 부담스러울 수 있을 것이었다. 그래서 적당한 가격대의 선물이 가장 적절하다고 판단했다.윤우선 역시 전지영의 집이 부유하다는 걸 알고 있었기에, 그들은 물건들이 딱히 부족하지 않을 것을 잘 알았다. 따라서 물건의 가격은 그다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선물하는 사람의 마음이 중요한 것이라고 판단했다.오후 5시 30분, 두 사람은 유나를 학교 앞에서 태운 후 윤우선이 받은 위치 좌표를 따라 차를 몰고 전지영의 집으로 향했다.목적지는 시내에서 약 10여 킬로미터 떨어진 곳에 있었고, 도로 상황이 좋아 차로 20분 정도밖에 걸리지 않았다.도착한 곳은 프로비던스에서도 손꼽히는 고급 주택 단지였다. 이곳의 건물은 드문드문 넓게 배치되어 있었고, 외관, 조경, 도로까지 모두 잘 관리되어 있었다. 게다가 단지
전지영은 시후의 가족들을 매우 따뜻하게 맞이하며 집으로 초대했다. 안으로 들어가자 거실에서는 이미 음식 냄새가 진동하고 있었다. 저택 내부의 인테리어는 매우 정교하게 꾸며져 있었고, 많은 시간과 정성이 들어간 듯한 모습이었다. 그 인테리어는 청년재의 별장과 비교해도 결코 뒤지지 않을 정도였다.집 안의 벽에는 여러 어른들과 아이들의 사진이 걸려 있었는데, 각 사진마다 따뜻한 분위기가 가득했다.윤우선은 집안을 둘러보며 전지영의 힘을 다시 한 번 실감하며, 급히 유나와 시후에게 전지영을 소개했다. “이분이 바로 내가 자주 얘기한, 우리 운동 모임의 부팀장인 전지영 언니야. 이모라고 부르면 되겠다!” 이렇게 말한 윤우선은 전지영에게도 말했다. “언니, 여기는 내 딸 유나, 그 옆에 있는 친구는 내 사위 은시후라고 해.”유나는 예의를 차려 전지영에게 말했다. “이모, 안녕하세요. 갑작스레 찾아 뵙게 되어 죄송합니다.”전지영은 웃으며 대답했다. “무슨 말씀을! 우리 우선 씨와는 짧은 시간 동안 알게 되었지만, 얼마나 잘 맞는지 몰라요! 항상 모두를 우리 집으로 초대하고 싶었는데, 우선 씨가 말하길 사위 분이 최근에 홍콩에 갔다고 하더라고. 그래서 기다리다가 사위 분이 돌아와서 이렇게 초대했어요. 하지만 이번에는 우선 씨가 바로 한국으로 돌아간다고 하더라고. 내가 많이 섭섭해.”윤우선도 감탄하며 말했다. “언니, 사실 미국에 계속 있을 생각이었어. 딸이랑 사위랑 함께 돌아갈 때까지, 하지만 한국이 그리워서 결국 혼자 먼저 돌아가기로 했어.”전지영은 고개를 끄덕이며 진지하게 말했다. “이해해. 나도 미국에 처음 왔을 때 비슷했거든. 며칠 동안은 뭔가 새로워서 좋았는데, 그 뒤엔 하루 종일 고향이 그리워서 집에 가고 싶었어. 아마 손자, 손녀를 돌보는 일이 아니었으면 벌써 돌아갔을 거야.”윤우선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윤우선은 고향에 대한 소속감이 별로 없었다. 그녀에게는 자신이 편안한 곳이면 그게 집이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생활이 어려울
윤우선은 감탄하며 말했다. "그렇게 자꾸 이사 다니는 것도 참 번거로울 텐데."전지영은 태연하게 말했다. "이사야 별로 문제는 아니라서... 지난 몇 년 동안은 이사를 갈 때마다 집을 한 채 샀어. 예를 들어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집도 작년에 새로 매입한 거야."윤우선은 전지영의 집안 재력에 속으로 놀랐다. 집을 매입한다는 건 그녀에게는 마치 장난과 같이 쉬운 것처럼 들렸고, 그저 생각만 하면 손쉽게 사버리는 것 같았다. 그래서 그녀는 참지 못하고 물었다. "지영 언니, 뉴욕 집값이 만만치 않지?"전지영은 살짝 미소 지으며 말했다. "사실 그럭저럭...? 땅값이 비싼 곳에는 그만한 가치가 있으니까. 이런 곳에서 집을 사는 건 소비가 아니라 투자라고 생각해."윤우선은 계속해서 물었다. "뉴욕에서 집 한 채 사려면 얼마나 들어?"전지영은 잠시 생각한 후 별 것 아니라는 듯 말했다. "맨해튼에서 큰 아파트를 사려면 최소 1,200만 달러는 준비해야 하고, 롱아일랜드의 고급 주택가는 적어도 3,500만 달러부터 시작해."윤우선은 너무 놀라 말문이 막혔고, 저도 모르게 외쳤다. "그건 너무 비싼 거 아니야...?"“그럭저럭.” 전지영은 윤우선이 예전에 자신은 한국에서 별장에 살고 롤스로이스를 타고 다닌다고 떠벌렸던 걸 떠올리고는 미소 지으며 말했다. "마치 우선 씨가 한국에서 살고 있는 대저택을 달러로 환산하면 뉴욕에서도 꽤 좋은 집을 살 수 있을 걸."윤우선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지만, 속으로는 열등감을 느꼈다. 자신과 전지영을 비교하면 역시 갭이 너무 큰 것 같았기 때문이다. 비록 자신은 한국에서 고급 저택에 살고, 고급 외제차를 타고 있지만, 사실 둘 다 자신의 소유가 아니었다. 게다가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자신 명의의 재산이라고 할 만한 건 겨우 에메랄드 목걸이 두 개 뿐이었기 때문이다.하지만 전지영은 달랐다. 그녀의 말에 따르면 전지영은 젊은 시절 한국에서 사업으로 큰돈을 벌었고, 미국에 온 이후에도 주식과 부동산 투자로 엄
전지영은 음식이 다 준비되었다는 말을 듣자마자, 즉시 열정적으로 시후와 가족들을 주방으로 안내했다.이때, 주방에는 60대 정도 되어 보이는 한 남성이 요리를 준비하느라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전지영은 그가 자신의 남편 민건산임을 소개해주었고, 조금 전 식당으로 시후의 가족들을 초대한 젊은 남성은 그녀의 아들, 민영건이라고 소개했다.민건산은 매우 친절하게 시후와 가족들을 식탁에 앉게 한 뒤, 미소를 지으며 시후에게 물었다. "시후 씨, 어떤 술을 좋아하나요? 우리 집에는 와인도 있고, 한국 술도 여러 종류가 있어요."시후는 정중하게 말했다. "죄송합니다. 제가 오늘 운전을 해야 해서 술은 마시지 않겠습니다."민건산은 시후의 말을 듣고도 전혀 개의치 않으며 웃으며 말했다. "괜찮아요, 운전을 해야 하면 안 마시는 게 맞지." 그렇게 말한 후, 그는 아들 민영건을 바라보며 말했다. "영건아, 오늘 저녁에 별다른 약속 없으면 우리 둘이 한잔할까?"민영건은 미소를 띠며 고개를 끄덕였다. "좋죠, 한잔 해야죠."전지영은 급히 당부했다. "둘 다, 적당히만 마셔요."부자는 한 목소리로 그러겠다고 답한 뒤, 민영건은 서둘러 소주 한 병을 꺼내어 아버지와 자신이 잔을 한 잔씩 따랐다.보아하니, 이들 부자는 술을 상당히 즐기는 듯했다. 술병이 열리고, 소주 향이 퍼지는 순간, 두 사람은 이미 참을 수 없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그들은 술을 좋아하는 것 같았지만 서두르지 않았다. 누구도 먼저 잔을 들지 않았고, 그저 전지영을 바라볼 뿐이었다.이때, 전지영은 미소를 지으며 윤우선에게 말했다. "우선 씨, 우리는 술 마시지 말고 그냥 바로 식사하자."윤우선은 원래 술을 좋아하지 않았기에 흔쾌히 동의했다.식사를 하던 중, 전지영은 문득 뭔가를 떠올린 듯 윤우선에게 물었다. "우선 씨, 언제 출국한다고 했지?"윤우선은 급히 대답했다. "일요일 저녁 비행기야."전지영은 곧장 말했다. "어머, 내 친구도 주말에 한국으로 돌아간다고
이때, 민건산과 민영건 부자는 벌써 술잔을 주고받으며 한창 술을 마시고 있었다. 두 사람 모두 술을 무척 좋아하는 듯했는데, 아버지가 잔을 들며 아들에게 "건배!"라고 하면, 아들은 곧장 잔을 들고 함께 마셨다. 잔을 내려놓기가 무섭게, 아들은 다시 잔을 들며 아버지에게 "한잔 더 받으시죠!"라고 재촉했다.한편, 민영건의 아내 손혜나는 이에 전혀 신경 쓰지 않는 듯했다. 그녀는 스마트폰을 보며 혼자 조용히 식사를 하고 있었고, 대화에도 거의 참여하지 않았다.그러나 시후를 불편하게 만든 것은, 민영건이 술을 마시면서 끊임없이 자신의 아내 유나를 힐끔힐끔 쳐다보고 있다는 점이었다. 그의 눈빛은 음흉하기 짝이 없었고, 한눈에 봐도 불순한 의도가 담겨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을 정도였다. 그래서 시후는 곧바로 날카로운 눈빛으로 경고를 보냈다. 그러자 민영건은 그제야 조금 움츠러들며 행동을 자제하는 듯했다. 그런데 이상한 점은, 남편이 이렇게 노골적으로 다른 여성을 훔쳐보고 있는데도, 아내인 손혜나가 남편을 전혀 제지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보통 이런 상황이라면, 아내가 남편에게 눈치를 주거나, 아니면 테이블 아래에서 슬쩍 발로 차는 등 남편을 제지하도록 경고라도 했을 법했다. 하지만, 손혜나는 마치 남편이 누구를 쳐다보든 아무런 상관이 없는 듯 무심하게 스마트폰만 보고 있었다.그렇게 식사 분위기는 뭔가 어색하고 기묘한 듯했다. 윤우선과 전지영은 수다를 떨며 신이 났고, 민건산과 민영건 부자는 술을 마시며 흥이 오른 듯했다. 손혜나는 여전히 스마트폰에 집중하고 있었고, 결국 시후와 유나는 서로의 얼굴을 마주 보며 당황스러워했다.마침내 한 끼 식사를 마치고, 윤우선과 전지영은 한동안 더 대화를 나눈 후 아쉬운 듯 작별을 고하려 했다. 떠나기 전, 윤우선은 전지영에게 다시 한번 신신당부했다. "지영 언니, 꼭 언니 친구 카톡 아이디 나에게 보내줘!"전지영은 웃으며 말했다. "알겠어, 지금 바로 보내줄게." 그리고는 시후에게도 당부했다. "시후
윤우선 일가가 떠난 후, 본래 화목해 보였던 전지영의 가족들은 모두 순간적으로 침묵에 빠졌다.전지영의 표정은 다소 냉랭해졌고, 나머지 세 사람은 마치 연극이 끝나고 드디어 휴식을 취할 수 있다는 듯한 안도감이 서려 있었다.전지영은 굳은 얼굴로 방 안으로 돌아와 소파에 앉더니, 민건산과 민영건 부자를 바라보며 손을 들어 유리컵을 그들의 발 앞으로 던졌다. 컵이 깨지는 소리에 두 사람은 깜짝 놀라 동시에 멀리 뒷걸음질쳤다.그러자 전지영은 거친 욕설을 퍼부었다. “너희 멍청한 두 놈은 술만 보면 미친 듯이 달려들지?! 언제 어디서든 술만 보면 정신을 못 차리고 좋아하고, 술 냄새만 맡아도 혼이 나간 듯 정신을 못 차려! 너희 둘은 사업이 중요하다는 거 몰라? 중요한 일은 안중에도 없는 거야?! 그 버릇 못 고치겠으면 당장 돌아가!” 이렇게 말한 뒤 그녀는 서른 살쯤 되어 보이는 손혜나에게 오늘 손가락질하며 냉랭하게 말했다. “그리고 너! 대체 하는 일이 뭐야? 맨날 고개 숙이고 핸드폰만 들여다보고 있지, 그 쓸데없는 폰에 도대체 뭐가 그렇게 재밌냐? 핸드폰을 쳐다본다고 돈이라도 나오는 거야?!”세 사람은 그녀의 분노에 당황해 어쩔 줄 몰라 했고, 민영건은 긴장한 채 전지영의 원래 이름을 부르며 변명했다. “미희 이모, 저희는 그냥 이모랑 윤우선이 이미 충분히 대화를 나눈 것 같아서요… 어차피 저희 셋은 그냥 들러리 역할일 뿐이잖아요. 괜히 나섰다가 실수하는 것보다 조용히 있는 게 낫다고 생각했죠...”“헛소리하지 마!” 김미희는 싸늘하게 말했다. “이번에 윤우선 혼자 온 거였으면 상관없었겠지. 하지만 그 여자가 딸과 사위를 데리고 왔잖아! 만약 그 사람들이 뭔가 수상함을 눈치챘다면 어떻게 할 거야?! 지금 일본과 중국 쪽 고객들이 못 기다린다고 난리가 났는데, 나한테도 이제 쓸 수 있는 부하가 없단 말이야! 만약 윤우선 쪽에서 문제가 생겨서 윗선에서 책임을 물어오면, 너희들 내가 절대 가만두지 안 둬!”나이가 좀 더 많은 민건산이 재빨리 말
시후 은 웃으며 말했다. “형님, 월급을 받지 않겠다고 하면, 미국에 있는 아내와 자식들은 어떻게 하시려고요?”“괜찮습니다...” 나훈구는 매우 단호하게 말했다. “사람은 은혜를 알면 반드시 갚아야지. 만약 은 선생님이 아니었다면, 아내와 자식들은 제가 실종된 줄 알고 평생 불안에 떨며 여기저기 정보를 찾아 헤맸을 겁니다. 결국 제가 살해당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경찰로부터 자세한 내막까지 듣게 될 테고, 그땐 상상도 할 수 없을 만큼 고통스럽고 비통해 했겠죠...” 이 말을 하며, 나훈구는 시후를 바라보다가 목이 메어 말했다. “제 목숨을 구해주신 건 물론이고, 제 아내와 자식들이 그런 극도의 슬픔을 겪지 않게 해주셨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선생님은 저뿐만 아니라 제 가족들도 구하신 겁니다. 제가 살아 있는 것만으로도 그들에게는 최선의 결과가 될 테니까요. 생활고야 어찌 되든, 저는 가족들이 충분히 견뎌낼 수 있을 거라 믿습니다. 다만 조금 힘들게 살 뿐이죠.”시후는 나훈구의 단단한 표정과 흔들림 없는 눈빛을 보고는, 마음속 깊이 감동을 느꼈다.잠시 후, 그는 성도민을 불러 곁으로 오게 하더니 말했다. “성도민 씨, 이 분은 IT 분야의 전문가, 나훈구 씨입니다. 나는 블랙 드래곤에 반드시 이런 인재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니, 그를 데리고 중동으로 돌아가도록 하세요.”성도민은 기쁘게 말했다. “그거 정말 잘 됐습니다! 지금 블랙 드래곤에서는 IT 분야 하드웨어 구축을 강화하려는 참이었는데, 바로 이런 인재가 필요했습니다. IT 인프라와 미래 로드맵을 같이 설계해줄 수 있는 전문가가 필요했거든요!”시후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좋습니다! 내가 보기엔, 앞으로 블랙 드래곤은 IT 기업들과 협력해서 자체 위성을 제작하고, 상업 위성 발사 기업을 통해 발사하여 자체 위성 통신 시스템을 구축해야 합니다. 블랙 드래곤 내부의 통신은 보안 수준이 매우 높아야 하기 때문에, 외부 통신망이나 서비스 업체에 의존하면 100% 보안을 보장할 수 없습니다. 그렇기
시후의 질문을 들은 나훈구는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고개를 저으며 씁쓸하게 웃었다. “지금 이런 상황에서, 무슨 계획이 있겠습니까. 간신히 은 선생님의 은혜로 살아남았으니, 일단은 미국으로 돌아가서 다른 방법을 생각해봐야죠...”시후는 그를 바라보며 아주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 “형님, 이미 멕시코까지 와서 선원 일을 하려 하셨던 걸 보면, 미국으로 돌아가도 마땅한 일을 찾기는 힘들지 않을까요?”시후의 이 말을 들은 나훈구의 표정엔 다소 민망함과 무력감이 함께 떠올랐다. 그는 한숨을 깊게 내쉬며 말했다. “괜찮은 일을 못 찾으면, 그냥 허드렛일이라도 해야지 뭐... 우리 어머니도 식당에서 일하셨는데, 저라고 못할 이유는 없지 않겠습니까.”시후는 그를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 “형님, 제 생각엔 차라리 이렇게 하시는 것이 나을 것 같습니다. 어차피 이제 밖으로 나오셨으니 굳이 그렇게 서둘러 돌아가실 필요는 없잖아요? 형님은 IT 쪽 일을 하셨다면서요. 그렇다면 이후엔 블랙 드래곤에서 일해보시는 건 어떻습니까? 블랙 드래곤은 현재 중동을 거점으로 해서 해상과 항공 양쪽으로 전 세계에 영향을 뻗어 나가고 있습니다. 분명 IT 분야의 수요는 앞으로 점점 더 많아지게 될 것이고, 수준도 높아질 겁니다. 형님 같은 인재가 절실히 필요해요.”시후가 이 말을 할 때, 그의 마음속에는 이미 두 가지 시나리오가 있었다. 만약 나훈구가 이 제안을 받아들인다면 최상의 결과일 것이었다. 그는 성도민에게 충분한 보상을 준비시키고, 곧바로 중동으로 데려갈 계획이었다. 하지만 나훈구가 거절한다면, 여기서 벌어진 비밀들을 알고 있는 그를 미국으로 그냥 돌려보낼 순 없었다. 그렇기에 다른 구출된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오늘 일에 대한 기억을 완전히 지워야 할 것이다.다만 시후는 가능하면 그 두 번째 방법은 쓰고 싶지 않았다. 적어도 자신과 인연이 닿은 사람이고, 이렇게 큰 사건을 겪은 이상 그에 걸맞은 기회도 줘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기억을 지워버리면, 그에겐 이 피비린
때로는, 평생을 바쳐도 이성 무인에서 삼성 무인으로의 도약조차 이루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이성 무인이란, 사실 대부분의 무인들이 평생 머무는 한계점과도 같았다. 하물며, 삼성에서 사성, 사성에서 오성, 오성에서 육성으로의 도약은 더더욱 어려운 일이다.그런데 이번에 시후가 건넨 이 한 잔의 술이, 백 명이 넘는 사람들에게 단숨에 수련 경계를 뛰어넘게 해주었다는 건, 그들에겐 말 그대로 기적과도 같은 일이었다.블랙 드래곤에서 가장 강한 실력을 가진 성도민은 자신과 함께한 대원들을 돌아보았다. 그들 대부분이 수련 능력이 상승한 것을 발견하고는, 성도민은 가슴 속 깊은 감격을 억누르지 못했다. 그러자 그는 시후를 다시 바라보며, 감격과 동시에 경외심 가득한 눈빛으로 무릎을 꿇은 뒤 공손히 말했다. “저 성도민은 은 선생님의 하늘과 같은 은혜에 감사드립니다! 저는 은 선생님을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하겠습니다!”다른 블랙 드래곤의 구성원들도 즉시 정신을 차리고, 성도민을 따라 시후 앞에 모두 한쪽 무릎을 꿇고 소리 높여 외쳤다. “저희들은, 은 선생님의 하늘과 같은 은혜에 감사드립니다! 저희들 역시도 은 선생님을 위해서라면, 그 모든 것들을 하겠습니다!”시후는 눈앞에 있는 100여 명의 블랙 드래곤 대원들을 바라보았다. 시후는 그들의 눈에 맺힌 눈물과 결연한 표정을 보고는 이들이 자신의 확고한 동료가 되어줄 것임을 느꼈다. 만족스러운 마음에 그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며, 힘찬 목소리로 말했다. “나 은시후는, 앞으로 결코 여러분의 신뢰를 저버리지 않겠습니다! 블랙 드래곤이든 여러분 각자든, 앞으로 반드시 날개를 펼쳐, 저 넓은 하늘을 훨훨 날게 될 겁니다!”이 말을 들은 대원들은 곧바로 가슴이 뜨거워지며 피가 끓어오르는 것을 느꼈다.이때, 지하 수술실을 불태우고 있던 화염은 이미 지상까지 뜨겁게 달궈 놓았고, 불꽃은 땅 위의 건물까지 번지고 있었다. 이에 시후는 성도민에게 말했다. “성도민 씨, 이제 시간이 됐습니다다. 모두 질서 있게 철수하도
시후의 구호가 떨어지자, 그와 함께 모든 대원들이 술잔을 들어 잔 속의 소주를 단숨에 들이켰다.시후에게 있어 이 술에 담긴 영기는 이미 아주 미미한 수준이었기에, 몸에 큰 영향을 주지는 않았다. 그러나 블랙 드래곤 대원들이 느끼는 기운은 완전히 달랐다! 그들은 애초에 이 술에 이토록 강력한 에너지가 담겨 있을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대원들이 술을 한 번에 들이켰을 때 온몸에 강렬한 온기가 복부에서 시작해 단전으로 몰려들었고, 곧이어 기운은 마치 산을 무너뜨리고 바위를 쪼개는 듯한 맹렬한 기세로 팔맥을 향해 폭발적으로 밀려들었다!무술가들에게 있어 자신의 실력 향상은 두 가지 핵심 요소와 밀접하게 연결된다. 첫 번째는, 기경팔맥 중 몇 개의 경맥이 열려 있는가라고 할 수 있다. 이는 무술가들의 경지와 실력을 판단하는 가장 근본적인 기준이다. 경맥을 많이 열수록, 무술가의 등급과 전투력도 함께 높아지기 때문이다. 두 번째는, 이미 열린 경맥이 얼마나 잘 순환되고 있느냐이다. 대부분의 무술가들은 몇 개의 경맥 만을 겨우 열 수 있을 뿐, 모든 경맥을 완전히 순환시킬 수는 없다. 이것은 마치 사람의 코에 있는 양쪽 콧구멍과도 같아서, 누가 더 뚫려 있느냐에 따라 들숨의 양이 달라지듯 경맥도 얼마나 원활히 순환되느냐에 따라, 에너지 흡수량이 달라지게 된다. 지금 이 소주 안에 담긴 영기는 그들에게 단순히 경맥을 몇 개 더 열게 해준 것이 아니라, 기존에 뚫려 있던 경맥까지 더 넓고 강하게 만들어 주었다. 즉, 두 가지 방향에서 동시에 무술가들의 실력을 향상시킨 것이다.그래서 이 순간 블랙 드래곤 대원들은 하나같이 깜짝 놀라며 자신의 몸속에서 터져 나오는 그 엄청난 기운이 자신이 오랫동안 뚫지 못했던 다음 단계의 경맥까지 열도록 밀어붙이고 있다는 사실에 크나큰 충격과 감동을 받았다.잠시 후 누군가 감격에 찬 목소리로 외쳤다. “나... 나 네 번째 경맥을 뚫었어! 진짜야! 네 번째 경맥이 열렸어!!”곧이어 또 다른 사람이 외쳤다. “나도!
조금 전 까지만 해도 꽤 오랜 시간 동안 시후는 지하 수술실에 있었고, 소이연은 다른 블랙 드래곤 대원들과 함께 들어오긴 했지만, 지상에 남아 있었기 때문에 두 사람은 서로 마주칠 기회가 없었다. 그래서 시후는 이제서야 소이연도 멕시코에 왔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이었다.이 순간, 소이연은 사랑이 가득 담긴 눈빛으로 시후를 바라보며, 수줍게 말문을 열었다. “은 선생님... 리더가 선생님께서 업무가 있다고 삼성 이상 무인들만 참여할 수 있다고 하셨습니다. 제가 딱 맞는 위치라... 바로 한국에서 비행기를 타고 왔어요.”시후는 살짝 고개를 끄덕이며 웃으며 물었다. “이번엔 본래 신분을 사용하진 않았겠죠?”“아니에요.” 소이연은 다른 블랙 드래곤 대원들에게 등을 돌린 채, 시후를 향해 장난스럽게 혀를 살짝 내밀고는 말했다. “이번엔 완전히 새 신분으로 왔어요~”“좋습니다.” 시후는 미소 지으며 손에 든 소주를 그녀에게 건넸고, 조금 전 다른 대원들에게 했던 것처럼 공손히 말했다. “오늘 수고 많았어요.”소이연은 급히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아니에요, 전혀 힘들지 않았어요... 은 선생님께 충성을 다할 수 있는 건, 제게는 큰 영광이에요!”시후는 웃으며 말했다. “됐어, 자리에 돌아가요. 돌아가는 길에 이야기 더 하는 걸로 하고. 오늘 밤엔 나랑 같이 미국으로 돌아가죠. 좀 도와줘야 할 일이 있어서요.”소이연은 약간 불안한 표정으로 물었다. “은 선생님, 탐정... 아직도 절 추적하고 있잖아요. 제가 미국에 가면 혹시 폐를 끼치게 되지 않을까요...?”시후는 고개를 저으며, 감회 어린 어조로 말했다. “제이크 한은 이제 이연 씨를 추적하지 못해요. 얼마 전 그 친구한테 사고가 있었거든. 그 이후로 그가 맡았던 사건들도 대부분 흐지부지 종결됐죠. 게다가 이연 씨는 이미 새로운 신분으로 바꿨잖아. 문제없을 겁니다.”“그럼 정말 다행이에요! 은 선생님께 폐만 안 된다면 저는 뭐든지 다 좋아요! 은 선생님 말씀만 따를게요!”그제야 소이연은
미래에 일어날 일들에 대해, 시후는 희망으로 가득 차 있는 동시에, 경계심과 신중함 또한 한껏 갖추고 있었다. 블랙 드래곤의 전체 전력은 분명 강력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현재 알려진 세상 안에서만 통하는 이야기였다. 세상 어딘가, 어둠 속에 숨어 있는 더 강대한 존재들은 어쩌면 블랙 드래곤보다 훨씬 더 막강할지도 모르는 일이었다.그래서 시후는 생각했다. 앞으로는 자신 개인의 실력 향상은 물론, 블랙 드래곤 전체의 실력도 체계적으로, 꾸준히 끌어올려야 한다고... 만일 훗날, 그 미지의 강적들과 정면으로 맞설 날이 온다면 그때는 적어도, 승산을 조금이라도 더 만들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성도민은 시후의 성격을 잘 알기에, 즉시 몸을 낮춰 공손하게 다짐했다. “은 선생님, 안심하십시오! 저는 절대 개인적인 실력이나, 블랙 드래곤의 전력이 강해졌다고 자만하지 않을 겁니다! 또한 그로 인해 방심하거나 적을 얕보는 일도 없을 것입니다!”시후는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이며, 담담히 말했다. “그런 마음가짐이라면 나도 블랙 드래곤의 미래에 대해, 한층 더 기대하게 되는군.” 말을 마치고는 손을 크게 휘두르며 외쳤다. “자, 대원들이 줄을 서서 술을 받도록 하죠!”“예!” 성도민은 감정을 숨기지 못한 채 흥분된 목소리로 대답하고는, 곧장 밖으로 나가 마당에 모인 100여 명의 정예 부대원들에게 큰 소리로 외쳤다.“대원들! 은 선생님께서 특별히 준비하신 이 세상에 둘도 없는 귀중한 술이 있다! 이번 임무를 성공적으로 마친 대원들을 위해, 축하와 보상의 의미로 준비하신 것이다! 자 이 술은 천금의 가치가 있고, 너희 인생의 전환점이 될 기회다!” 그러면서 다시 힘주어 말했다. “전원 주목! 첫 번째 줄부터, 왼쪽에서 오른쪽 순서로 줄지어 입장해 술을 받아라! 단, 절대로 술을 흘리거나 쏟는 일은 없어야 한다! 단 한 방울이라도 흘리면, 평생 후회할 거다!”하지만 듣고 있던 대원들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도대체 어떤 술이길래 천금의 가치가 있다는 건지,
시후가 막 첫 잔을 따르려던 순간, 지하실 쪽에서 갑자기 폭발음이 들려왔다.엄청난 충격과 함께, 땅 전체가 흔들렸다! 지하 수술실 입구가 숨겨진 방에서는 거대한 불길이 뿜어져 나왔는데, 폭발의 위력을 짐작케 하는 장면이었다.시후는 알고 있었다. 김미희를 포함한 악마들이 이 불꽃 속에서 재로 변해, 그 죄악의 생을 완전히 끝냈음을.그리고 그 순간, 시후는 손에 쥐고 있던 동작을 멈췄다. 잠시 침묵을 지키던 그는, 방금 막 따른 술잔을 들어 조용히 입을 열었다. “이곳에서 얼마나 많은 무고한 이들이 억울하게 죽어갔는지는 알 수 없지만... 이 한 잔의 술을 그분들께 바칩니다. 부디 구천에서도 이 원한이 풀렸음을 알아주시길...”그 말과 함께, 그는 두 손으로 잔을 들어, 그 안의 술을 천천히 땅에 부었다. 이 한 잔의 술을 만약 정말 필요한 이에게 팔았다면, 아마 수천만 달러, 아니 그 이상을 받을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시후에게 있어, 이 술은 무고한 희생자들을 위한 경의라고 할 수 있었다. 그들의 영혼이 편히 쉴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 그것이 이 술을 땅에 쏟는 이유였고, 결코 낭비라 할 수 없는 행위였다.이후, 시후는 한숨을 내쉬고, 다른 잔들에도 술을 따르기 시작했다. 곧, 100여 개의 술잔이 모두 채워졌고, 두 병의 소주도 정확히 사람 수에 맞춰 딱 떨어졌다.그때, 10분이 흘러 성도민이 공손히 문을 두드리며 말했다. “은 선생님, 모두 마당에 모였습니다.”시후는 가볍게 답하며 말했다. “안으로 들어오세요.”“예.” 성도민은 대답한 후 문을 열고 들어왔다.문이 열리자마자, 그는 강렬한 술 향기를 느꼈다. 소주는 본래 향이 강하지는 않았지만, 지금 코를 찌르는 이 향은 평소에 느끼던 그 이상이었다. 그러나 그 순간, 성도민은 놀랍게도 술 향 속에서 몸과 마음이 개운해지는 느낌을 받았다. 이것은 마치 선선한 가을날, 아무 걱정 없이 꿀잠을 자고 난 후 온몸이 개운하고 상쾌해지는 듯한 형언할 수 없는 편안함이었다. 그
몇 분 전.지하 수술실에서 악행으로 가득한 살인범들이 쉴 새 없이 떠들고 있을 때, 시후는 구출된 피해자들을 진정시킨 후, 성도민에게 물었다. “성도민 씨, 내가 미리 준비해달라고 했던 것들, 준비해 놨습니까?”성도민은 고개를 끄덕이며 공손히 대답했다. “은 선생님, 말씀하신 물건들은 모두 제 차량 트렁크에 준비해 두었습니다. 지금 필요하시면 바로 옮기겠습니다.”“좋아요.” 시후가 말했다. “그럼 가져와요.” 그러고는 가까운 빈 방을 가리키며 말했다. “그 안으로 옮겨 놓도록 하죠.”“알겠습니다, 은 선생님.” 성도민은 고개를 숙이고 돌아섰다. 곧이어 차 트렁크에서 커다란 종이박스 하나를 꺼내 안고 돌아왔다. 성도민은 두 손으로 종이박스를 안고 오면서, 한 손엔 묵직한 쇼핑백도 들고 있었다.박스에는 소주의 로고가 선명히 찍혀 있었고, 이는 시후가 특별히 부탁해 미리 준비하게 한 축하주였다.박스를 열어보니, 안에는 1.8리터짜리 소주가 두 병 들어 있었고, 또 다른 쇼핑백에는 소주잔이 가득 들어 있었다. 성도민이 시후에게 말했다. “은 선생님, 요청하신 물건이 여기 있습니다.”시후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10분 후에 모두 마당에 집합시켜요. 다 함께 축하주를 나눌 거니까.”성도민은 궁금해하며 물었다. “은 선생님, 축하주를 마신다 하셨는데, 술이 좀 부족하지 않습니까? 백 명이 넘는데, 고작 이 소주를 나눠 마시면 1인당 양이 얼마 안 될 텐데요...” 그러고는 덧붙였다. “우리 블랙 드래곤은 주량도 셉니다. 이 정도 술은 그냥 목만 축이는 정도 아닐까요...”시후는 담담하게 미소 지으며 말했다. “잠시 후 모두 다시 미국으로 돌아가야 하니, 과음은 좋지 않죠. 이 술은 형식일 뿐이고, 진짜로 실컷 마시고 싶다면 미국에 돌아가서 마음껏 마시면 되지 않겠어요.”성도민은 고개를 끄덕이며 웃었다. “알겠습니다, 은 선생님.”시후는 말했다. “좋아요. 성도민 씨, 그럼 이젠 가서 할 일 보고, 10분 후에 나를 찾아오도록
김미희는 뒤에 산처럼 쌓인 시체들을 바라보며 물었다. “네 부하들이 다 죽었는데, 누가 널 구하러 온다는 거야?”후아레스는 반사적으로 외쳤다. “내 여자친구! 내가 계속 돌아가지 않으면 분명 나를 찾으러 올 거야! 그녀가 올 때까지 살아만 있다면, 구출될 수 있어!”김미희는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정말 이해가 안 가네. 그런 머리로 어떻게 지금까지 보스를 해먹었는지.” 그러고는 위를 가리키며 냉정하게 말했다. “잊지 마. 밖에는 블랙 드래곤의 대원 백 명이 넘게 포진해 있어. 우리가 죽지 않는 이상, 그 자들은 절대 떠나지 않아. 네 여자친구가 오면, 그저 죽으러 오는 거라고!”후아레스는 한순간 절망에 빠졌다. 하지만 곧 정신을 가다듬으며 말했다. “그래도, 우리가 살아 있는 한 희망은 있어! 불만 붙이지 않으면 시간을 벌 수 있을 거야! 하루만 더 버텨도 살 가능성이 생기는 거야! 기적은 절망 속에서 일어나는 거잖아? 어쩌면 은시후가 마음을 바꿀 수도 있고, 아니면 멕시코 경찰이 여길 찾아낼 수도 있고, 혹시 그 은시후에게 다른 원수가 있어서, 그 원수가 찾아와 그들을 처치해줄 수도 있잖아? 그러면 우리는 살아남을 수 있어!”그는 말을 하면 할수록 점점 흥분해서, 모두를 설득하려 들었다. “원래 백만 분의 일 확률이라 해도, 살아 있는 한 희망은 있어! 슈퍼 로또처럼 말이야. 백만 분의 일이어도 당첨자는 반드시 나오잖아? 그게 바로 우리가 될 수도 있어. 단 조건은 뭐다? 일단 로또를 사야 되는 거지! 살아 있어야 그 가능성이 생기는 거야!”그의 말에 김미희를 비롯한 이들이 조금씩 설득되는 듯했다. 살아 있는 한 기적은 있을 수 있다는 말은 틀린 말이 아니었다. 기회가 희박해도, 아예 끝내 버리는 것보다는 낫다고 생각한 것이다.김미희는 이를 악물고 말했다. “좋아, 그렇다면 기다려 보자고. 하늘이 우리를 버리지 않았다면, 어쩌면 기적이 일어날 수도 있어!”옆에 있던 민영건도 굳은 표정으로 말했다. “기다리자! 나도 기다릴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