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요?" 배유현은 시후가 이런 순간에 자신의 의견을 물을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그녀는 페이셔스 그룹에서의 자신의 위치를 잘 알고 있었다. 그녀는 배해산이나 배한빈은 물론, 배호영보다도 못한 위치였다. 비록 할아버지가 자신을 각별히 아끼긴 했지만, 집안에서의 서열을 따질 때면 그녀는 늘 뒤로 물러서야 했다. 게다가 오늘 밤 이 자리에 그녀의 부모가 없는 것을 보고, 큰아버지 배해산이 이미 자신의 부모를 페이셔스 그룹에서 내쫓은 것을 직감할 수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그녀는 더욱 자신감이 떨어졌다.시후는 그녀가 불안해하는 것을 보고 말했다. "배유현 씨,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거리낌 없이 하세요. 누군가의 기분을 상하게 할까 걱정하지 말고요. 내가 책임질 테니." 그러자 배유현은 입술을 꾹 다물며 마음속으로 안도감을 느꼈다. 시후가 자신을 지켜준다고 하니 그녀는 용기가 생겼고, 곧바로 큰 목소리로 말했다. "은 선생님, 제 생각에 지금 가장 좋은 해결책은.. 배호영이 자신의 악행에 대한 대가를 목숨으로 책임지는 것입니다!"배한빈과 그의 아내는 이 말을 듣자마자 폭발했다. 그의 아내는 배유현을 손가락질하며 분노에 차서 욕설을 퍼부었다. "배유현!! 이 정도 없는 계집애야! 우리 호영이는 네 조카야! 네가 정말 그를 죽게 만들어야겠어?" 배한빈도 이를 갈며 소리쳤다. "배유현! 이 뱀처럼 독한 계집애! 네 부모를 우리가 내쫓았다고 이렇게 앙갚음하려는 거냐?"시후는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성도민에게 말했다. "성도민 씨, 이 두 사람의 입을 닫게 만들어요." 그러자 성도민은 아무 말없이 다가가 배한빈의 따귀를 때리고 뒤로 날아가게 만든 뒤, 다시 배한빈 아내의 얼굴을 세게 내리쳐 그녀를 몇 바퀴 자리에서 돌게 만들고는 바로 기절시켜 버렸다.시후는 배유현을 바라보며 말했다. "계속 이야기해요." 배유현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었다. "그리고 한 편으로 우리는 그의 모든 악행을 즉시 대중들에게 즉시 공개해야 하며 그의 잘못을 절대 숨
배원중은 배유현에게 갑작스럽게 분노가 더욱 치밀었다. 원래 그는 이번 기회를 통해 다시 권력을 되찾으려 했지만, 가장 신뢰하던 손녀가 갑자기 자신의 판을 뒤흔들 줄은 몰랐다. 그래서 그는 분노와 질책이 담긴 눈길로 배유현을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배유현은 처음으로 할아버지가 자신을 이런 눈빛으로 보는 것을 보고 놀랐지만, 곧 그 이유를 깨달았다. ‘아무래도 할아버지는 나를 오해하신 게 분명해...’ 이렇게 생각한 배유현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할아버지, 지금 페이셔스 그룹은 선택의 여지가 없어요. 배호영이 저지른 일이 너무 커서 단순히 그가 죽는다고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고요. 우리 페이셔스 그룹은 책임을 져야 하고, 그의 죄를 모두 공개하며 피해자와 대중에게 사과해야 합니다.. 동시에 피해자 가족들에게 거액의 배상금을 지급하며 대중의 용서를 구해야 하기도 하고요.."성도민에게 뺨을 맞아 날아간 배한빈은 즉시 소리쳤다. "공개할 거라면 호영이를 사법부에 넘겨 연방 법원이 그의 죄를 심판하게 하면 된다!" 배해산도 정신을 차리고 말했다. "그래 맞아! 배유현! 너는 정말 독한 계집애야! 우리 증손자의 목숨을 빼앗는 것도 모자라 페이셔스 그룹을 절망의 구렁텅이에 밀어 넣으려 하다니! 네 말 대로 모든 걸 공개할 거라면, 왜 호영이가 목숨으로 책임져야 해? 법에 맡기면 최대 종신형을 받고 가석방 없이 감옥에 갇히게 될 것 아니겠느냐!"배유현은 물었다. "혹시 생각해 보셨나요? 만약 그 방법이 정말로 가능하다면, 은 선생님이 왜 이 영상을 미국 경찰에 넘기지 않고 굳이 페이셔스 그룹에 와서 우리에게 해결 방안을 묻는지에 대해서요?"모두 그녀의 말에 한순간 멍해졌다. 특히 배원중은 즉시 깨달음을 얻은 듯했다. 배유현의 말은 그에게 문제의 핵심을 일깨웠다. 그는 속으로 탄식했다. ‘어째서 나는 이 점을 깨닫지 못했을까... 은 선생님께서 굳이 페이셔스 그룹을 찾아온 건 평범한 방법으로 문제를 해결할 생각이 없다는 뜻이 분명하구나... 이 상황에서
배유현의 말은 페이셔스 그룹 사람들을 극도로 부끄럽게 만들었다. 이 말을 통해 그들은 자신들이 결코 결백하지 않으며, 페이셔스 그룹 또한 무죄가 아니라는 것을 진정으로 깨달았다..! 그들은 이전에 배호영 한 명을 희생시켜 페이셔스 그룹의 명성을 지키려 했던 일이 시후 앞에서 책임을 회피하려 했던 것과 다름없음을 인식했다.배해산은 가장 먼저 정신을 차리고 시후를 바라보며 두려운 목소리로 말했다. "은 선생님... 당신이 호영이의 납치 사건을 전 세계적 이슈로 만든 이유가, 설마 페이셔스 그룹을 완전히 몰락시키려는 겁니까..?" 시후는 냉소를 지으며 말했다. "나는 배호영과 페이셔스 그룹이 이번 일에 대해 응당한 대가를 치르게 하려는 것일 뿐. 배호영이 저지른 수많은 비인간적인 일들은 마땅히 완전히 폭로되어야 해." 그는 이어 배유현을 바라보며 만족스럽게 말했다. "배유현 씨, 페이셔스 그룹에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있지만 진정으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진심이 담긴 방안을 말한 사람은 당신뿐입니다.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든 이 일을 덮으려는 생각만 하고 있으니, 결국 책임을 회피하려는 것에 지나지 않죠." 그는 주위를 둘러보며 페이셔스 그룹 사람들을 차례로 바라보고는 냉랭하게 말했다. "당신들은 근본적으로 이 일에 대해 반성하는 마음조차 없다! 심지어 돈으로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다니, 그럼 내가 하나 묻지. 돈이 만능이라고 생각하나?!"페이셔스 그룹 사람들 중 그 누구도 감히 질문에 대답하지 못하고 고개를 숙였다. 시후는 배원중을 바라보며 차갑게 물었다. "전 회장님, 내가 기억하기로 당신은 올해 아흔이 넘으셨지요?" 배원중은 황급히 답했다. "맞습니다, 은 선생님. 저는 올해로 96입니다..." 시후는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 물었다. "96세 라면 장수 중의 장수인데, 이 나이에 회춘단을 사려고 하는 것을 보면 아직도 충분히 살지 못했다고 느끼시나 보죠?" 배원중은 난처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예 맞습니다... 누구나 장수하고 싶어 하니까요...
화려한 조명과 불빛이 WS 그룹 회장의 저택을 밝히고 있다.오늘 밤은 WS 그룹 신옥희 회장의 칠순 잔치가 열리는 날이다.그녀의 손자, 손녀들과 그 배우자들이 한자리에 모두 모여 선물을 전했다."할머니께서 차를 좋아하신다고 들었어요. 그래서 1g에 700만 원이나 하는 세상에서 제일 귀하다는 이 대홍포 차를 선물로 드리려고 중국까지 다녀왔답니다. ""할머님께선 독실한 천주교 신자이셨지요? 다이아몬드가 세팅 된 은십자가가 흠잡을 데 없는 이 묵주는 6,000만 원도 넘어요."화목하고 행복한 분위기 속에 예쁘게 포장된 색색의 꽃과 선물 상자를 바라보며, 생일 파티의 주인공은 진심으로 기뻐하며 미소 지었다.한 남자의 말이 화기애애했던 분위기를 깨었다. 그 때 갑자기 그녀의 맏손자사위인 은시후가 말했다. "할머님, 정말 죄송하지만.... 부디 저에게 2억 원만 빌려주실 수 없을까요? 보육원의 이씨 아주머니가 비인두암 3기 진단을 받아서 치료비가 필요해요..." 온 가족들은 놀라 입을 다물지 못했다.그 자리에 있던 모두가 충격과 경악을 감추지 못하며 시후를 바라보았다.더부살이 중인 이 손자사위는 정말이지 염치도 없고 뻔뻔했다! 칠순 생일파티 날 할머님을 위해 생신 선물을 준비하지 않은 것도 모자라, 뻔뻔하게도 그녀에게 2억 원을 빌려 달라고 부탁하다니...! WS그룹 김영식 전 회장이 아직 건재하던 3년 전 어느 날, 은시후와 함께 저택에 돌아와선 손녀인 유나와 결혼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 당시 시후는 찢어지게 가난하고 불쌍하기 짝이 없었다.김영식 전 회장은 유나와 시후가 결혼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세상을 떠났다. 그 후 WS그룹 일가 모두 시후를 내쫓으려 했지만, 그는 온갖 모욕과 조롱을 받는 상황에서도 아랑곳하지 않고 늘 태연 했고, 데릴 손자사위로서 조용히 지내고 있었다.그런 그가 오늘 무슨 일이 있어도 할머님께 돈을 빌려야 했다. 시후를 거두어 그를 절망에서 구원해 주었던 이씨 아주머니가 비인두암에 걸리고 말았다
10억 원?!시후는 자신이 들은 액수에 당황했다. 그의 두 눈은 충격에 휘둥그레지고, 입은 다물어지지 않았다.그는 할아버지가 굉장한 부자라는 건 알았지만, 그 당시의 시후는 돈의 개념을 이해하기엔 너무나 어렸다. 그래서 집안 재산이 얼마나 되는 지까진 몰랐던 것이다.드디어, 지금, 이 순간 이해할 수 있었다. 10억 원이 푼돈이라면, 조부의 재산은 몇 조 원은 족히 넘을 거라는 것을 의미했다.솔직히 말해서, 순간 그의 마음이 살짝 흔들렸다. 그러나 시후는 돌아가신 부모님과 부모님이 돌아가시게 된 원흉이 할아버지였다는 사실을 생각하면, 결코 간단히 할아버지를 용서할 수 없었다.시후의 동요를 감지한 박 기사는 재빨리 말했다. "도련님은 집안의 유일한 상속자입니다. 회장님의 전 재산은 도련님의 것이나 다름없죠. 사실 엄밀히 말하자면, 그건 도련님 아버님의 것이지만요.""회장님께선 도련님만 집으로 돌아와 준다면, 총 사업규모 수백조 원에 달하는 가족 사업을 물려주시겠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아직도 집에 돌아가고 싶지 않으시다면... 이 돈은 도련님의 생활비로 써 주십시오.""아 그렇지, 알려드릴 소식이 하나 더... 어제 할아버님께서 한국 최대 우량기업인 엠그란드 그룹을 통째로 인수하였답니다. 주식 전량이 현재 도련님 명의로 되어있으니, 내일부터 회사 경영권을 행사하실 수 있답니다!"박 기사의 말이 전혀 믿기지 않아 어안이 벙벙했다.자신을 위해서 그런 막대한 투자를 하다니, 조금 과한 게 아닌가?한도 10억짜리 아메리칸 익스프레스 블랙 카드에 자산 총액 300조 원의 엠그란드 그룹이라니...!엠그란드 그룹은 한국을 대표하는 대기업이었다. 그 어떤 유망하고 영향력 있는 재벌가도 엠그란드 그룹 앞에선 고개를 숙여야 했다. 오늘 그를 욕보인 재벌가 모두..... WS 그룹, 로이드 그룹을 포함해 여전히 시후의 아내를 넘보고 있는 대현 그룹 마저도, 엠그란드 그룹 앞에선 평범한 사람들에 불과했다.그런 대단한 회사가 이제 그의 것이라
다음 날 아침, 식사 준비를 마치고 시후는 스쿠터를 타고 엠그란드 그룹 본사로 향했다.그는 엠그란드 회사 주차장 한편에 스쿠터를 세웠다. 시후가 시동을 끄자 곧 그의 맞은 편으로 검은색 벤틀리가 천천히 들어왔다.무심코 고개를 들자 한 젊은 커플이 차에서 내리는 것이 보였다.고급 정장을 말쑥하게 차려 입은 남자는 한 눈에 봐도 이지적인 느낌의 미남이었다. 한편, 여자 쪽은 화려하게 빼입고 있었다. 다소 천박한 느낌은 들었지만, 그녀 또한 미인이었다. 알고 보니 두 미남 미녀는 유나의 사촌 김혜빈과 그녀의 약혼자 임현우였다.그들이 왜 여기에 왔는지 모르겠지만, 맞닥트려서 좋을 게 하나도 없다는 사실은 불 보듯 뻔했다.시후는 그 자리를 피하려 했지만, 어째선지 그들에게서 도망치면 도망칠 수록 마주치게 되었다. "어머, 시후 씨 아니에요~" 시후를 발견한 혜빈이 큰 소리로 불렀다.혜빈은 친근하게 다가왔지만, 시후는 소름이 온몸을 타고 퍼지는 것을 느꼈다.아는 척하는 사람을 그냥 무시하고 갈 수 없었기에, 시후는 예의상 웃으며 물었다. "아, 혜빈 씨... 여기엔 무슨 일로 왔죠?" 혜빈은 비아냥거리며 대답했다. "저희야 엠그란드 그룹 이태리 부회장님을 만나러 왔죠."그리곤 그녀는 임현우를 애정 어린 눈빛으로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로이드 그룹은 전부터 엠그란드 그룹과 여러 프로젝트를 진행해 왔거든요. 앞으론 로이드 그룹뿐 아니라 WS 그룹의 미래에도 도움이 될 거예요." 시후는 로이드 그룹이 엠그란드 그룹의 사업 파트너 중 하나라는 사실을 몰랐다. 막 회사를 인수했기에 세부 사상을 검토할 시간이 없었던 것이다. 그는 평소와 다름없는 표정으로 공손한 미소를 지으며 "현우 씨, 사업 수완이 대단하시네요! 두 분 정말 너무 잘 어울리세요."라고 말했다.현우는 시후를 경멸의 눈빛으로 쳐다보는데 짜증이 솟구쳐 올랐다.이 새끼는 어제 사람들 앞에서 그렇게 망신을 당하고도, 지금 어떻게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웃을 수 있는
시후도 오늘 처음 부회장을 만났다.그 또한 태리가 놀랍도록 매력적인 여성이라는 사실을 부인할 수 없었다.그녀는 늘씬하면서도 볼륨감 넘치는 몸매에 매혹적인 외모, 그리고 당당한 자신감을 가진 27, 28살 정도의 젊은 여성이었다.시후는 태리의 책상에 앉으며 "전 사무실에 자주 오지 않을 거예요. 그러니 저를 대신해서 앞으로도 회사를 경영해 주셨으면 합니다. 그리고 하나 더... 제 신원은 공개하지 말아 주세요."라고 당부했다.태리는 지금 그녀의 앞에 앉아 있는 시후가 한국 최고의 재벌가인 은 회장의 가족이란 것을 알고 있었다. 그들에겐 엠그란드 그룹 따윈 그저 평범한 기업에 불과했다. 따라서 그가 직접 경영에 참여하지 않더라도 이상할 게 없었다. "물론이죠, 회장님. 또 필요하신 게 있으면 언제든지 말씀해주십시오."그때였다. 한 비서가 문을 두드리며 "부회장님, 로이드 그룹의 임현우 님과 그의 약혼자분께서 만나러 오셨습니다.""지금 VIP를 만나고 있으니 잠시 기다려 달라고 전해주세요.""임현우를 아시나요?" 시후가 물었다."로이드 그룹은 저희 엠그란드의 파트너사 중 하나입니다. 몇몇 주요 프로젝트를 함께 진행 중이라 이전에도 여러 번 방문했습니다."시후가 싸늘하게 식은 목소리로 말했다. "이제부터 엠그란드 그룹은 로이드와는 그 어떠한 사업 거래도 하지 않을 것입니다. 진행 중인 모든 프로젝트도 중단해주세요. 이 순간 이후로 우리 회사를 통해 로이드 그룹이 한 푼이라도 벌게 된다면, 이태리 씨 당신은 해고입니다."도대체 로이드 그룹의 관계자 중 누가 이토록 이 남자의 심기를 건드린 거지? 태리는 깜짝 놀라 필사적으로 말했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회장님! 지금 바로 직원들에게 로이드 그룹과의 모든 거래를 중단하도록 지시하겠습니다!"시후는 만족스럽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며 "엠그란드 그룹은 저급한 쓰레기와 협업하는 것엔 관심이 없다고 말하고, 경비원에게 쫓아내라고 하세요."***사무실 밖에서 임현우와 김혜빈이 걱정하며
엠그란드 그룹의 공식 발표는 한국 경제계를 떠들썩하게 뒤흔들었다.WS 그룹이 엠그란드 그룹의 신임 회장의 취임 소식을 알게 되었을 때, 로이드 그룹과의 일체의 거래가 중단된 이유가 납득되었다.엠그란드의 새 주인은 로이드 그룹을 홀대하고 있는 듯했다.무엇보다도 중요한 건, 신임 회장인 은회장은 도대체 누구인 것인가?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자산총액 300조 원 상당의 엠그란드 그룹을 사들이다니, 이 베일에 싸인 '은 사장'이란 인물의 재력은 상상을 초월하는 것이었다.한국 굴지의 기업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들은 딸을 시집 보냄으로써 엠그란드 그룹의 신임 회장과 우호적인 관계를 맺기를 원했다. 무엇보다도 엠그란드 그룹의 1조 원 규모의 호텔 건설 사업 공고는 국내 건축, 디자인 업계를 뒤흔들었다.1조 원...!이 최대 규모의 호텔 건설 프로젝트의 일부라도 입찰을 따낼 수 있다면, 로또 복권에 당첨된 거나 다름없었다. 세상 그 무엇보다도 돈을 사랑하는 신옥희 회장을 포함해, 여러 회사들이 당첨의 꿈을 꾸며 로또에 참가했다.신회장은 이번 사업 소식을 듣고 너무나도 행복했다. 이건 WS 그룹이 메가 프로젝트에서 계약을 따낼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다. 이번 일만 잘 되면 WS 그룹은 한 단계 레벨 업 할 수 있는 것이다! 신옥희 회장은 엠그란드 그룹의 메가 프로젝트 수주를 위해 오늘 밤 긴급 가족회의를 소집했다. 이번 미팅엔 일가 한 명도 빠짐없이 참석해야 했다.은시후는 그날 밤늦게 WS 그룹 회장 저택으로 향했다. 신회장이 일가 전원 소집을 명령했기에, 물론 시후도 참석해야 했다!그는 신회장의 회의 주요 의제가 무엇일지 알고 있었기에, 이번 기회에 WS 그룹 내에서 유나의 입지를 공고하게 만들어주고 싶었다. 유나의 사촌 김혜준이 시후를 발견하곤 어김없이 조롱했다. "은시후 이 새끼가 뻔뻔하게 여기가 어디라고 기어 왔어!?"유나는 평소와 다름없는 표정으로 "그만해요, 혜준 오빠. 시후 씨는 내 남편이니까 엄연한 WS
배유현의 말은 페이셔스 그룹 사람들을 극도로 부끄럽게 만들었다. 이 말을 통해 그들은 자신들이 결코 결백하지 않으며, 페이셔스 그룹 또한 무죄가 아니라는 것을 진정으로 깨달았다..! 그들은 이전에 배호영 한 명을 희생시켜 페이셔스 그룹의 명성을 지키려 했던 일이 시후 앞에서 책임을 회피하려 했던 것과 다름없음을 인식했다.배해산은 가장 먼저 정신을 차리고 시후를 바라보며 두려운 목소리로 말했다. "은 선생님... 당신이 호영이의 납치 사건을 전 세계적 이슈로 만든 이유가, 설마 페이셔스 그룹을 완전히 몰락시키려는 겁니까..?" 시후는 냉소를 지으며 말했다. "나는 배호영과 페이셔스 그룹이 이번 일에 대해 응당한 대가를 치르게 하려는 것일 뿐. 배호영이 저지른 수많은 비인간적인 일들은 마땅히 완전히 폭로되어야 해." 그는 이어 배유현을 바라보며 만족스럽게 말했다. "배유현 씨, 페이셔스 그룹에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있지만 진정으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진심이 담긴 방안을 말한 사람은 당신뿐입니다.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든 이 일을 덮으려는 생각만 하고 있으니, 결국 책임을 회피하려는 것에 지나지 않죠." 그는 주위를 둘러보며 페이셔스 그룹 사람들을 차례로 바라보고는 냉랭하게 말했다. "당신들은 근본적으로 이 일에 대해 반성하는 마음조차 없다! 심지어 돈으로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다니, 그럼 내가 하나 묻지. 돈이 만능이라고 생각하나?!"페이셔스 그룹 사람들 중 그 누구도 감히 질문에 대답하지 못하고 고개를 숙였다. 시후는 배원중을 바라보며 차갑게 물었다. "전 회장님, 내가 기억하기로 당신은 올해 아흔이 넘으셨지요?" 배원중은 황급히 답했다. "맞습니다, 은 선생님. 저는 올해로 96입니다..." 시후는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 물었다. "96세 라면 장수 중의 장수인데, 이 나이에 회춘단을 사려고 하는 것을 보면 아직도 충분히 살지 못했다고 느끼시나 보죠?" 배원중은 난처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예 맞습니다... 누구나 장수하고 싶어 하니까요...
배원중은 배유현에게 갑작스럽게 분노가 더욱 치밀었다. 원래 그는 이번 기회를 통해 다시 권력을 되찾으려 했지만, 가장 신뢰하던 손녀가 갑자기 자신의 판을 뒤흔들 줄은 몰랐다. 그래서 그는 분노와 질책이 담긴 눈길로 배유현을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배유현은 처음으로 할아버지가 자신을 이런 눈빛으로 보는 것을 보고 놀랐지만, 곧 그 이유를 깨달았다. ‘아무래도 할아버지는 나를 오해하신 게 분명해...’ 이렇게 생각한 배유현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할아버지, 지금 페이셔스 그룹은 선택의 여지가 없어요. 배호영이 저지른 일이 너무 커서 단순히 그가 죽는다고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고요. 우리 페이셔스 그룹은 책임을 져야 하고, 그의 죄를 모두 공개하며 피해자와 대중에게 사과해야 합니다.. 동시에 피해자 가족들에게 거액의 배상금을 지급하며 대중의 용서를 구해야 하기도 하고요.."성도민에게 뺨을 맞아 날아간 배한빈은 즉시 소리쳤다. "공개할 거라면 호영이를 사법부에 넘겨 연방 법원이 그의 죄를 심판하게 하면 된다!" 배해산도 정신을 차리고 말했다. "그래 맞아! 배유현! 너는 정말 독한 계집애야! 우리 증손자의 목숨을 빼앗는 것도 모자라 페이셔스 그룹을 절망의 구렁텅이에 밀어 넣으려 하다니! 네 말 대로 모든 걸 공개할 거라면, 왜 호영이가 목숨으로 책임져야 해? 법에 맡기면 최대 종신형을 받고 가석방 없이 감옥에 갇히게 될 것 아니겠느냐!"배유현은 물었다. "혹시 생각해 보셨나요? 만약 그 방법이 정말로 가능하다면, 은 선생님이 왜 이 영상을 미국 경찰에 넘기지 않고 굳이 페이셔스 그룹에 와서 우리에게 해결 방안을 묻는지에 대해서요?"모두 그녀의 말에 한순간 멍해졌다. 특히 배원중은 즉시 깨달음을 얻은 듯했다. 배유현의 말은 그에게 문제의 핵심을 일깨웠다. 그는 속으로 탄식했다. ‘어째서 나는 이 점을 깨닫지 못했을까... 은 선생님께서 굳이 페이셔스 그룹을 찾아온 건 평범한 방법으로 문제를 해결할 생각이 없다는 뜻이 분명하구나... 이 상황에서
"저요?" 배유현은 시후가 이런 순간에 자신의 의견을 물을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그녀는 페이셔스 그룹에서의 자신의 위치를 잘 알고 있었다. 그녀는 배해산이나 배한빈은 물론, 배호영보다도 못한 위치였다. 비록 할아버지가 자신을 각별히 아끼긴 했지만, 집안에서의 서열을 따질 때면 그녀는 늘 뒤로 물러서야 했다. 게다가 오늘 밤 이 자리에 그녀의 부모가 없는 것을 보고, 큰아버지 배해산이 이미 자신의 부모를 페이셔스 그룹에서 내쫓은 것을 직감할 수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그녀는 더욱 자신감이 떨어졌다.시후는 그녀가 불안해하는 것을 보고 말했다. "배유현 씨,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거리낌 없이 하세요. 누군가의 기분을 상하게 할까 걱정하지 말고요. 내가 책임질 테니." 그러자 배유현은 입술을 꾹 다물며 마음속으로 안도감을 느꼈다. 시후가 자신을 지켜준다고 하니 그녀는 용기가 생겼고, 곧바로 큰 목소리로 말했다. "은 선생님, 제 생각에 지금 가장 좋은 해결책은.. 배호영이 자신의 악행에 대한 대가를 목숨으로 책임지는 것입니다!"배한빈과 그의 아내는 이 말을 듣자마자 폭발했다. 그의 아내는 배유현을 손가락질하며 분노에 차서 욕설을 퍼부었다. "배유현!! 이 정도 없는 계집애야! 우리 호영이는 네 조카야! 네가 정말 그를 죽게 만들어야겠어?" 배한빈도 이를 갈며 소리쳤다. "배유현! 이 뱀처럼 독한 계집애! 네 부모를 우리가 내쫓았다고 이렇게 앙갚음하려는 거냐?"시후는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성도민에게 말했다. "성도민 씨, 이 두 사람의 입을 닫게 만들어요." 그러자 성도민은 아무 말없이 다가가 배한빈의 따귀를 때리고 뒤로 날아가게 만든 뒤, 다시 배한빈 아내의 얼굴을 세게 내리쳐 그녀를 몇 바퀴 자리에서 돌게 만들고는 바로 기절시켜 버렸다.시후는 배유현을 바라보며 말했다. "계속 이야기해요." 배유현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었다. "그리고 한 편으로 우리는 그의 모든 악행을 즉시 대중들에게 즉시 공개해야 하며 그의 잘못을 절대 숨
하지만 만약 가볍게 처벌하라고 말하면 이 짐승 같은 손자의 행동에는 전혀 맞지 않은 처벌이 될 테니 시후는 분명히 자신에게 화를 낼 것이었다. 그렇다고 모든 것을 법에 맡겨 공정하게 재판 받자고 할 수도 없었다. 공정하게 재판이 진행된다면 배호영의 목숨은 보존될 수 있겠지만, 동시에 그가 저지른 모든 행위는 철저히 외부에 폭로될 것이다. 그렇게 되면 페이셔스 그룹의 명성이 추락하게 될 것이고 미국 전역에서 모두가 욕하는 대상으로 전락할 것이 분명했다. 결국 배해산은 어떤 선택을 하더라도 감당할 수 없는 대가를 치를 수밖에 없었다...시후는 그가 주저하는 것을 보고 냉정하게 말했다. "할 말이 없다면 그만 둬." 그리고는 배원중을 향해 바라보며 차갑게 물었다. "당신은 페이셔스 그룹 전 회장님이시니 경험이 풍부하실 겁니다. 이 일을 어떻게 처리해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배원중 역시 극도로 곤란한 상황이었다. 그는 배해산과 비슷한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배호영을 죽일 수도 없고, 가볍게 용서할 수도 없으며, 이 일들을 외부에 공개할 수도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페이셔스 그룹은 그가 평생 공들여 쌓은 탑이나 마찬가지이며 그는 무엇보다 명예를 소중히 여겼다. 그래서 깊이 고민한 끝에 그는 말했다. "은 선생님, 페이셔스 그룹에 이런 짐승이 나온 것은 정말 불행한 일입니다. 저는 피해자 가족들에게 1억 달러를 보상하고, 짐승 같은 증손자는 원 선생에게 맡겨 팔다리를 부러뜨리게 한 뒤 평생 페이셔스 그룹 안에 가두고 개처럼 키우겠습니다.. 그리고 다시는 페이셔스 그룹을 벗어나지 못하게 하겠습니다."시후는 냉소하며 말했다. "뭐라고요? 그 놈의 목숨을 살려두고 싶습니까?" 배원중은 시후의 비웃는 얼굴을 보자마자 크게 당황했다. 그는 갑자기 자신이 큰 실수를 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는 속으로 자책하며 후회했다. ‘정말 어리석었군... 은 선생님께서 호영이 문제로 이렇게 큰 소동을 일으킨 걸 보면 그는 절대 호영이를 살려둘 생각이 없다는 걸 알아차렸어야지..
이때 배원중은 급히 허리를 굽히고 두 손을 모아 말했다. "은 선생님께서 명하신다면, 제가 감히 거역하지 않겠습니다!"그러자 시후는 휴대전화를 꺼내 화면 잠금을 해제하고, 하나의 동영상 앨범을 열었다. 그 안에는 배호영과 관련된 몇 가지 동영상이 미리 다운로드 되어 있었다. 그는 곧바로 휴대전화를 배원중에게 던지며 냉정하게 말했다. "직접 열어서 보시죠!" 그리고는 뒤에 있는 페이셔스 그룹의 자녀들을 가리키며 차갑게 말했다. "만 18세 이상은 모두 앞으로 나와 함께 영상을 보도록 해. 18세 미만은 즉시 물러나!"배원중은 연신 대답하며 동의했고, 대부분의 페이셔스 그룹의 자녀들도 급히 앞으로 모여들었다. 그들은 지금 시후가 페이셔스 그룹에 와서 이런 소동을 일으킨 이유를 알고 싶었다. 18세 미만의 아이들은 궁금했지만, 감히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조용히 홀 끝으로 물러섰다.휴대전화 화면에는 각 동영상이 손톱 크기만 한 작은 썸네일로 보였고, 가운데 재생 버튼이 있었기 때문에 동영상 내용이 무엇인지 전혀 알 수 없었다. 배원중은 별생각 없이 첫 번째 동영상을 눌렀다.동영상이 재생되자마자 휴대전화에서 한 소녀의 고통에 찬 절규가 들려왔다. 그와 동시에 배호영의 변태 같은 웃음소리도 흘러나왔다. 페이셔스 그룹의 사람들은 영상을 보고 하나같이 얼굴이 새파래졌고, 젊은 사람들 몇몇은 구역질을 참지 못했다.배원중도 혼비백산해 휴대전화를 떨어뜨릴 뻔했으며, 배유현은 얼굴을 돌려 더 이상 보지 못하고 눈물이 맺혔다.배해산과 배한빈, 그리고 페이셔스 그룹의 중장년층은 하나같이 공포에 질렸다. 그리고 배해산의 아내, 즉 배호영의 외할머니는 영상의 몇 초만 보고도 다리가 풀려 쓰러질 뻔했지만, 사람들이 붙잡아 간신히 머리를 부딪히지 않을 수 있었다.배한빈의 아내이자 배호영의 어머니는 몇 초만 보고 눈을 가리며 울먹였다. "이건.... 이건 사실이 아니에요.... 저 영상의 사람이 호영이일 리 없어요.... 호영이가 이렇게 악마 같은 짓을 할 리
배해산은 두려움에 몸을 떨며 더듬거리며 말했다. "아... 아버지... 아버지, 오해십니다. 아버지... 저는 아버지의 권력을 찬탈하려는 것도, 아버지의 목숨을 노린 것도 아닙니다. 저는 단지 페이셔스 그룹이 안정적으로 발전하길 바랐을 뿐입니다. 아버지께서 갑자기 그 큰 돈을 들여 약을 낙찰 받으신다고 하니, 이는 페이셔스 그룹에 엄청난 부담이 되는 일이라 생각해서 그랬습니다...""부담?!" 배원중은 분노를 억누르지 못하며 그를 가리키며 질책했다. "페이셔스 그룹은 내가 힘들게 일궈낸 것이고, 페이셔스 그룹의 재산 또한 내가 벌어들인 것이다! 내가 이제 늙어 그간 벌어 둔 돈을 조금 써서 생명을 이어가고자 하는데, 내 아들이라는 놈이 이를 달가워하지 않다니?!"배해산은 황급히 해명했다. "아버지... 그게 아니라... 저는 단지... 단지 아버지께서 속으실까 봐 그런 겁니다... 아버지께서 말씀하신 회춘단이란 약은 듣기만 해도 사기 같았습니다. 어떻게 그 약이 뭐길래 그렇게 큰 돈을 받을 수 있겠습니까...""헛소리하지 마라!" 배원중은 이를 악물고 말했다. "배해산, 네가 회춘단의 소유자가 누구인지 알기나 하느냐? 바로 은 선생님이시다!"배해산은 이 말을 듣고 혼이 쏙 빠졌다. 설마 회춘단이 이 청년의 것이라니! 이는 곧 그를 모욕한 셈이 아닌가? 그러자 그는 즉시 땅에 엎드려 자신의 뺨을 치며 시후에게 말했다. "은 선생님, 죄송합니다. 제가 회춘단이 선생님의 것인 줄 몰랐습니다... 제가 알았더라면, 한마디 말도 없이 아버지께 바로 돈을 지불하라고 말씀드렸을 겁니다..."시후는 차가운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며 말했다. "말은 그만 하고 계속 치기나 해!" 배해산은 감히 더 이상 입을 열지 못하고 계속 자신을 때렸다.옆에서 지켜보던 배원중은 속으로 차갑게 웃으며 생각했다. ‘이 불효자 자식이 이번에 은 선생님의 심기를 완전히 건드렸구나. 이렇게 되면 페이셔스 그룹이 다시 내 손으로 돌아오는 것은 확실할 것이다!’이때 배해산은 이
시후의 말에 배해산과 배한빈의 얼굴은 하얗게 질렸다. 그들은 이미 배호영이 뭔가 큰 일을 저질렀을 가능성을 어렴풋이 짐작하고 있었지만, 알고 있는 정보가 적었기에 단기간에 배호영이 어떤 끔찍한 일을 저질렀는지 알아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시후의 분노 섞인 질책을 들으니, 배호영의 손에 적지 않은 사람들의 목숨이 희생된 듯했다. 이 순간 두 사람은 공포에 사로잡혔다.배해산은 급히 입을 열어 말했다. “은 선생님... 호영이의 일에 대해 저는 아는 것이 많지 않습니다. 은 선생님께서 말씀하신 그런 일들은 전혀 들은 바가 없습니다... 그리고... 그리고...” 배해산은 말을 하며 무심코 옆에 있던 아들 배한빈을 한 번 쳐다보더니, 잠시 고민한 끝에 마음을 굳히고 말했다. “게다가... 호영이는 어릴 적부터 제가 직접 가르치거나 관리하지 않았습니다. 그의 성장과 교육은 제가 관여한 적이 거의 없고, 모두 제 아들 한빈이 맡아서 한 겁니다...”배한빈은 이 말을 듣고 온몸이 떨렸다. 그는 아버지가 낮에 함께한 식사에서의 원한을 아직도 기억하고 있으며 자신에게 책임을 떠넘길 줄은 몰랐다. 그는 두려움 속에서 말했다. “은 선생님, 사실 저도 호영이의 성장에 충분히 관심을 기울이지 못했습니다. 이 녀석이 어릴 때부터 귀족 학교를 다녔고, 12살 정도부터는 계속 기숙사 생활을 했습니다. 그래서 집에 돌아오는 일이 거의 없었고, 게다가 녀석의 어머니가 항상 그를 과하게 감싸고 제대로 가르치지 않았습니다...”배한빈의 아내는 이 말을 듣고 놀라며 외쳤다. “배한빈! 이런 상황에 나까지 끌어들이려는 거야?!”배한빈은 급히 말했다. “아니, 아니야. 그런 뜻이 아니야. 내 말은... 우리 부부가... 아이를 제대로 가르치지 못했다는 뜻이야...”시후는 가족들이 서로 책임을 떠넘기는 모습을 보고 비웃으며 말했다. “페이셔스 그룹 사람들은 대대로 책임을 회피하는 걸 좋아하나 보군. 그렇다면 내가 한 사람을 더 불러오도록 하지. 그도 당신들처럼 책임을 지지 않으
시후가 웃으며 말했다. “오? 새롭게 거듭나고 싶다? 그럼 당신이 무엇을 잘못했는지 알고 있나?”“그것은...” 배해산이 두 손을 모으며 말했다. “제가 잘못한 것은 잠깐 눈이 멀어 앞에 놓인 대단한 분을 알아보지 못한 것입니다.. 은 선생님을 소홀히 대한 점, 정말 송구스럽게 생각합니다. 부디 너그러이 용서해 주십시오!”시후는 냉랭하게 말했다. “배해산, 당신은 적어도 다섯 가지 죄를 지었어. 그중 하나가 바로 오만이지. 나머지 네 가지는 알고 있나?”배해산은 두려운 얼굴로 말했다. “은 선생님... 저는... 저는 본분을 지키며 착실히 살아왔습니다. 높은 위치에 있다 보니 다소 오만했던 점은 인정합니다. 하지만 어찌 다른 죄들도 지었다고 하시는지...”시후는 차갑게 말했다. “당신은 자만하고 타인을 업신여겼으니, 이는 오만이다!” 배해산은 급히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맞습니다... 맞습니다... 은 선생님 말씀대로입니다!”시후는 목소리를 높이며 엄하게 말했다. “당신은 권력을 탐하고 목적을 위해 수단을 가리지 않았으니, 이것은 탐욕이지!”시후의 말을 들은 배해산은 속이 철렁 내려앉았다. 그는 시후가 자신이 권력을 탐낸 일을 언급하자 속으로 생각했다. “설마 이 자가 내가 아버지의 회장직을 빼앗은 일 때문에 찾아온 건가?” 배해산이 속으로 불안해하고 있을 때, 시후는 계속해서 말했다. “당신은 아랫사람으로서 윗사람을 거역했으니, 이는 불충한 일이지! 그리고 당신은 자식으로서 아버지를 쫓아냈으니, 이는 불효라고 할 수 있고!” 시후가 이렇게 말하자 배해산은 얼굴이 새하얗게 질렸다. 이 순간 그는 시후가 자신의 아버지를 위해 찾아온 것이라고 확신했다. 이는 분명 자신에게 철저히 복수하려는 것이었다.그때 시후가 그를 바라보며 냉랭하게 물었다. “배해산, 솔직히 말하지. 내가 이번에 미국에 온 이유는 당신이 저지른 이 네 가지 죄 때문이 아니다. 나는 당신이 저지른 다섯 번째 죄 때문에 온 것이다. 마지막으로 한 번 더 기회를
페이셔스 그룹의 사람들은 더 이상 선택지가 없었고, 모두 배산해를 따라 엘리베이터를 타고 1층으로 내려갔다. 그러자 내부에 남아 있던 몇 명의 경호원들은 묵묵히 뒤를 따를 뿐 감히 함부로 행동하지 못했다. 그들은 원서훈이 떠난 뒤, 자신들 중 가장 강하다고 여겼던 장천 조차도 식당에서 무릎을 꿇고 있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그들 몇 명이 블랙 드래곤을 상대한다는 것은 불가능했다. 게다가 성도민은 무장한 경호원들에게만 투항하라고 했지, 자신들과 같은 경호원들에게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래서 그들이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은 몸을 웅크리고 조용히 있는 것이었다.페이셔스 그룹 사람들이 아래로 내려왔을 때, 궁전처럼 화려하고 웅장한 홀에 성도민 혼자만 앉아 있자 그들은 놀라고 말았다. 배산해는 두 아들의 부축을 받으며 성도민 앞에 나섰고, 조심스럽게 허리를 숙이며 말했다. “성도민 씨... 저는 페이셔스 그룹의 회장 배산해라고 합니다. 저희 페이셔스 그룹이 성도민 씨를 이토록 화나게 한 이유가 무엇인지 모르겠습니다. 혹시 저희가 무슨 잘못을 했는지 가르쳐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성도민은 그를 힐끗 보며 냉소를 지었다. “보아하니 정말로 무슨 일을 저질렀는지 모르는 모양이군.. 페이셔스 그룹이 얼마나 천인공노할 일을 했는지, 스스로 모른다는 말인가..?”배산해는 당황하며 말했다. “성도민 씨... 저는... 저는 정말로 무슨 뜻인지 모르겠습니다. 제가 비록 교활하고 악한 자는 아니지만, 천벌을 받을 만한 짓도 한 적이 없습니다...” 그러다 문득 무언가 떠오른 듯 급히 말했다. “아, 참.. 성도민 씨, 페이셔스 그룹 내부에서 이전에 약간의 권력 교체 문제가 있었던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이것은 저희 집안 내부의 일일 뿐이고, 그 과정에서 제가 다소 부적절한 일을 했다고 해도 당신을 건드릴 일까지는 아니지 않겠습니까?”성도민은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 “배산해, 당신은 정말로 자각하는 능력이 없군. 내가 여기 오기 전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