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한 조명과 불빛이 WS 그룹 회장의 저택을 밝히고 있다.오늘 밤은 WS 그룹 신옥희 회장의 칠순 잔치가 열리는 날이다.그녀의 손자, 손녀들과 그 배우자들이 한자리에 모두 모여 선물을 전했다."할머니께서 차를 좋아하신다고 들었어요. 그래서 1g에 700만 원이나 하는 세상에서 제일 귀하다는 이 대홍포 차를 선물로 드리려고 중국까지 다녀왔답니다. ""할머님께선 독실한 천주교 신자이셨지요? 다이아몬드가 세팅 된 은십자가가 흠잡을 데 없는 이 묵주는 6,000만 원도 넘어요."화목하고 행복한 분위기 속에 예쁘게 포장된 색색의 꽃과 선물 상자를 바라보며, 생일 파티의 주인공은 진심으로 기뻐하며 미소 지었다.한 남자의 말이 화기애애했던 분위기를 깨었다. 그 때 갑자기 그녀의 맏손자사위인 은시후가 말했다. "할머님, 정말 죄송하지만.... 부디 저에게 2억 원만 빌려주실 수 없을까요? 보육원의 이씨 아주머니가 비인두암 3기 진단을 받아서 치료비가 필요해요..." 온 가족들은 놀라 입을 다물지 못했다.그 자리에 있던 모두가 충격과 경악을 감추지 못하며 시후를 바라보았다.더부살이 중인 이 손자사위는 정말이지 염치도 없고 뻔뻔했다! 칠순 생일파티 날 할머님을 위해 생신 선물을 준비하지 않은 것도 모자라, 뻔뻔하게도 그녀에게 2억 원을 빌려 달라고 부탁하다니...! WS그룹 김영식 전 회장이 아직 건재하던 3년 전 어느 날, 은시후와 함께 저택에 돌아와선 손녀인 유나와 결혼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 당시 시후는 찢어지게 가난하고 불쌍하기 짝이 없었다.김영식 전 회장은 유나와 시후가 결혼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세상을 떠났다. 그 후 WS그룹 일가 모두 시후를 내쫓으려 했지만, 그는 온갖 모욕과 조롱을 받는 상황에서도 아랑곳하지 않고 늘 태연 했고, 데릴 손자사위로서 조용히 지내고 있었다.그런 그가 오늘 무슨 일이 있어도 할머님께 돈을 빌려야 했다. 시후를 거두어 그를 절망에서 구원해 주었던 이씨 아주머니가 비인두암에 걸리고 말았다
10억 원?!시후는 자신이 들은 액수에 당황했다. 그의 두 눈은 충격에 휘둥그레지고, 입은 다물어지지 않았다.그는 할아버지가 굉장한 부자라는 건 알았지만, 그 당시의 시후는 돈의 개념을 이해하기엔 너무나 어렸다. 그래서 집안 재산이 얼마나 되는 지까진 몰랐던 것이다.드디어, 지금, 이 순간 이해할 수 있었다. 10억 원이 푼돈이라면, 조부의 재산은 몇 조 원은 족히 넘을 거라는 것을 의미했다.솔직히 말해서, 순간 그의 마음이 살짝 흔들렸다. 그러나 시후는 돌아가신 부모님과 부모님이 돌아가시게 된 원흉이 할아버지였다는 사실을 생각하면, 결코 간단히 할아버지를 용서할 수 없었다.시후의 동요를 감지한 박 기사는 재빨리 말했다. "도련님은 집안의 유일한 상속자입니다. 회장님의 전 재산은 도련님의 것이나 다름없죠. 사실 엄밀히 말하자면, 그건 도련님 아버님의 것이지만요.""회장님께선 도련님만 집으로 돌아와 준다면, 총 사업규모 수백조 원에 달하는 가족 사업을 물려주시겠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아직도 집에 돌아가고 싶지 않으시다면... 이 돈은 도련님의 생활비로 써 주십시오.""아 그렇지, 알려드릴 소식이 하나 더... 어제 할아버님께서 한국 최대 우량기업인 엠그란드 그룹을 통째로 인수하였답니다. 주식 전량이 현재 도련님 명의로 되어있으니, 내일부터 회사 경영권을 행사하실 수 있답니다!"박 기사의 말이 전혀 믿기지 않아 어안이 벙벙했다.자신을 위해서 그런 막대한 투자를 하다니, 조금 과한 게 아닌가?한도 10억짜리 아메리칸 익스프레스 블랙 카드에 자산 총액 300조 원의 엠그란드 그룹이라니...!엠그란드 그룹은 한국을 대표하는 대기업이었다. 그 어떤 유망하고 영향력 있는 재벌가도 엠그란드 그룹 앞에선 고개를 숙여야 했다. 오늘 그를 욕보인 재벌가 모두..... WS 그룹, 로이드 그룹을 포함해 여전히 시후의 아내를 넘보고 있는 대현 그룹 마저도, 엠그란드 그룹 앞에선 평범한 사람들에 불과했다.그런 대단한 회사가 이제 그의 것이라
다음 날 아침, 식사 준비를 마치고 시후는 스쿠터를 타고 엠그란드 그룹 본사로 향했다.그는 엠그란드 회사 주차장 한편에 스쿠터를 세웠다. 시후가 시동을 끄자 곧 그의 맞은 편으로 검은색 벤틀리가 천천히 들어왔다.무심코 고개를 들자 한 젊은 커플이 차에서 내리는 것이 보였다.고급 정장을 말쑥하게 차려 입은 남자는 한 눈에 봐도 이지적인 느낌의 미남이었다. 한편, 여자 쪽은 화려하게 빼입고 있었다. 다소 천박한 느낌은 들었지만, 그녀 또한 미인이었다. 알고 보니 두 미남 미녀는 유나의 사촌 김혜빈과 그녀의 약혼자 임현우였다.그들이 왜 여기에 왔는지 모르겠지만, 맞닥트려서 좋을 게 하나도 없다는 사실은 불 보듯 뻔했다.시후는 그 자리를 피하려 했지만, 어째선지 그들에게서 도망치면 도망칠 수록 마주치게 되었다. "어머, 시후 씨 아니에요~" 시후를 발견한 혜빈이 큰 소리로 불렀다.혜빈은 친근하게 다가왔지만, 시후는 소름이 온몸을 타고 퍼지는 것을 느꼈다.아는 척하는 사람을 그냥 무시하고 갈 수 없었기에, 시후는 예의상 웃으며 물었다. "아, 혜빈 씨... 여기엔 무슨 일로 왔죠?" 혜빈은 비아냥거리며 대답했다. "저희야 엠그란드 그룹 이태리 부회장님을 만나러 왔죠."그리곤 그녀는 임현우를 애정 어린 눈빛으로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로이드 그룹은 전부터 엠그란드 그룹과 여러 프로젝트를 진행해 왔거든요. 앞으론 로이드 그룹뿐 아니라 WS 그룹의 미래에도 도움이 될 거예요." 시후는 로이드 그룹이 엠그란드 그룹의 사업 파트너 중 하나라는 사실을 몰랐다. 막 회사를 인수했기에 세부 사상을 검토할 시간이 없었던 것이다. 그는 평소와 다름없는 표정으로 공손한 미소를 지으며 "현우 씨, 사업 수완이 대단하시네요! 두 분 정말 너무 잘 어울리세요."라고 말했다.현우는 시후를 경멸의 눈빛으로 쳐다보는데 짜증이 솟구쳐 올랐다.이 새끼는 어제 사람들 앞에서 그렇게 망신을 당하고도, 지금 어떻게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웃을 수 있는
시후도 오늘 처음 부회장을 만났다.그 또한 태리가 놀랍도록 매력적인 여성이라는 사실을 부인할 수 없었다.그녀는 늘씬하면서도 볼륨감 넘치는 몸매에 매혹적인 외모, 그리고 당당한 자신감을 가진 27, 28살 정도의 젊은 여성이었다.시후는 태리의 책상에 앉으며 "전 사무실에 자주 오지 않을 거예요. 그러니 저를 대신해서 앞으로도 회사를 경영해 주셨으면 합니다. 그리고 하나 더... 제 신원은 공개하지 말아 주세요."라고 당부했다.태리는 지금 그녀의 앞에 앉아 있는 시후가 한국 최고의 재벌가인 은 회장의 가족이란 것을 알고 있었다. 그들에겐 엠그란드 그룹 따윈 그저 평범한 기업에 불과했다. 따라서 그가 직접 경영에 참여하지 않더라도 이상할 게 없었다. "물론이죠, 회장님. 또 필요하신 게 있으면 언제든지 말씀해주십시오."그때였다. 한 비서가 문을 두드리며 "부회장님, 로이드 그룹의 임현우 님과 그의 약혼자분께서 만나러 오셨습니다.""지금 VIP를 만나고 있으니 잠시 기다려 달라고 전해주세요.""임현우를 아시나요?" 시후가 물었다."로이드 그룹은 저희 엠그란드의 파트너사 중 하나입니다. 몇몇 주요 프로젝트를 함께 진행 중이라 이전에도 여러 번 방문했습니다."시후가 싸늘하게 식은 목소리로 말했다. "이제부터 엠그란드 그룹은 로이드와는 그 어떠한 사업 거래도 하지 않을 것입니다. 진행 중인 모든 프로젝트도 중단해주세요. 이 순간 이후로 우리 회사를 통해 로이드 그룹이 한 푼이라도 벌게 된다면, 이태리 씨 당신은 해고입니다."도대체 로이드 그룹의 관계자 중 누가 이토록 이 남자의 심기를 건드린 거지? 태리는 깜짝 놀라 필사적으로 말했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회장님! 지금 바로 직원들에게 로이드 그룹과의 모든 거래를 중단하도록 지시하겠습니다!"시후는 만족스럽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며 "엠그란드 그룹은 저급한 쓰레기와 협업하는 것엔 관심이 없다고 말하고, 경비원에게 쫓아내라고 하세요."***사무실 밖에서 임현우와 김혜빈이 걱정하며
엠그란드 그룹의 공식 발표는 한국 경제계를 떠들썩하게 뒤흔들었다.WS 그룹이 엠그란드 그룹의 신임 회장의 취임 소식을 알게 되었을 때, 로이드 그룹과의 일체의 거래가 중단된 이유가 납득되었다.엠그란드의 새 주인은 로이드 그룹을 홀대하고 있는 듯했다.무엇보다도 중요한 건, 신임 회장인 은회장은 도대체 누구인 것인가?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자산총액 300조 원 상당의 엠그란드 그룹을 사들이다니, 이 베일에 싸인 '은 사장'이란 인물의 재력은 상상을 초월하는 것이었다.한국 굴지의 기업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들은 딸을 시집 보냄으로써 엠그란드 그룹의 신임 회장과 우호적인 관계를 맺기를 원했다. 무엇보다도 엠그란드 그룹의 1조 원 규모의 호텔 건설 사업 공고는 국내 건축, 디자인 업계를 뒤흔들었다.1조 원...!이 최대 규모의 호텔 건설 프로젝트의 일부라도 입찰을 따낼 수 있다면, 로또 복권에 당첨된 거나 다름없었다. 세상 그 무엇보다도 돈을 사랑하는 신옥희 회장을 포함해, 여러 회사들이 당첨의 꿈을 꾸며 로또에 참가했다.신회장은 이번 사업 소식을 듣고 너무나도 행복했다. 이건 WS 그룹이 메가 프로젝트에서 계약을 따낼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다. 이번 일만 잘 되면 WS 그룹은 한 단계 레벨 업 할 수 있는 것이다! 신옥희 회장은 엠그란드 그룹의 메가 프로젝트 수주를 위해 오늘 밤 긴급 가족회의를 소집했다. 이번 미팅엔 일가 한 명도 빠짐없이 참석해야 했다.은시후는 그날 밤늦게 WS 그룹 회장 저택으로 향했다. 신회장이 일가 전원 소집을 명령했기에, 물론 시후도 참석해야 했다!그는 신회장의 회의 주요 의제가 무엇일지 알고 있었기에, 이번 기회에 WS 그룹 내에서 유나의 입지를 공고하게 만들어주고 싶었다. 유나의 사촌 김혜준이 시후를 발견하곤 어김없이 조롱했다. "은시후 이 새끼가 뻔뻔하게 여기가 어디라고 기어 왔어!?"유나는 평소와 다름없는 표정으로 "그만해요, 혜준 오빠. 시후 씨는 내 남편이니까 엄연한 WS
유나의 돌발 발언에 방 안에는 무거운 정적이 내려앉았다.모두들 자신이 잘못 들은 게 아니라면 유나가 제정신이 아닌 게 분명하다고 생각했다.지금은 공연히 앞에 나서 봤자 득은 커녕 실 밖에 없는 상황이다.한국 최고의 대기업이 WS 그룹 같은 약소 회사에 눈길도 주지 않을 게 뻔한데, 이런 무모한 도전의 결과는 나와 있었다. 가만히 듣고만 앉아 있을 수 없었던 혜준이 "김유나, 설마 니가 정말 엠그란드 그룹과의 거래를 성사시킬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 거야?"라며 비꼬았다.혜빈도 오빠 혜준을 따라 조롱을 이어 갔다. "네가 뭘 할 수 있다고 나서는 건데? 네가 괜히 설치다가 우리 WS 그룹이 개망신 당하게 될 거라고!""혜빈이 말이 맞아! 유나 네가 엠그란드 그룹에서 쫓겨나기라고 해 봐! 우린 그날로 세상의 웃음거리가 될 거라고!"온몸의 피가 얼굴로 몰린 듯 유나의 얼굴은 벌겋게 달아올랐다.시후와 결혼한 뒤, 집안에서 설 자리를 잃었다. 온 식구들은 그녀와 그녀의 부모까지 철저하게 무시하고 조롱해왔다.그런 그녀가 만일 엠그란드 그룹과의 거래를 성사시킬 수만 있다면, 집안 내의 입지를 다시 되찾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무엇보다도 더 이상 자신의 부모님이 다른 가족들 눈치 보지 않고 떳떳하게 살 수 있게 되는 것이었다.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만약'의 이야기. 사람들의 끊임없는 조롱에 다시 현실로 끌려 내려 왔다.유나는 시후를 노려보며, '내가 왜 이런 바보 같은 짓을 했지...? 애초에 시후 씨가 그런 말도 안 되는 소리로 나를 부추기지만 않았어도...!!' 그녀는 분노의 화살을 남편에게 돌렸다. 말다툼을 지켜보던 신 회장은 점점 부아가 치밀어 오름을 느꼈다.이번 일을 맡을 사람이 없냐 재차 물었지만 아무도 나서지 않더니, 막상 유나가 나서자 일제히 그녀를 무시하고 말리는 꼴이라니...!줄곧 손녀인 유나를 탐탁지 않게 여겼지만, 오늘 일로 다시 보게 되었다. 모두가 불가능하다고 시작도 안 하려고 하는 일에 유나만
자신의 부모가 남편을 비웃는 것을 보고, 유나가 한숨을 내쉬었다. "엄마, 아빠. 제가 결정한 일이에요. 시후 씨 탓이 아니라고요. 전 우리 식구가 더 이상 다른 가족들한테 무시당하지 않았으면 했어요..."유나의 엄마가 끼어들었다. "그래도 안 돼! 너희 할머니께서 직접 가셔도 환대하지 않을 텐데, 네가 가서 뭘 하겠다는 거니!"시후는 유나가 부모님과 말다툼하는 걸 지켜보며 쓰디쓴 웃음을 지었다. 이 사람들도 내가 엠그란드의 소유주라는 사실을 믿어주지 않을 거야...바로 그때,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났다."잠시만요...!"유나의 모친은 깊은 한숨을 내쉬며 문을 열었다.유나의 엄마가 갑자기 들떠서는 말했다. "어머, 주원이구나! 여기까지 어쩐 일이니?" 그 남자가 바로 유나를 끈질기게 쫓아다니는 대현 그룹의 후계자 박주원이다.주원은 싱긋 미소 지으며 "어머님, 엠그란드 그룹과 사업 제안서를 준비한다고 들어서, 유나 씨에게 도움이 될까 싶어 아이디어를 주려고 왔어요.""세상에~ 역시 우리 주원이 밖에 없네!"갑작스러운 주원의 방문에 유나의 엄마는 완전히 신이나 서둘러 안으로 들였다. "그래서 주원이가 우리 유나가 엠그란드와 계약을 따내는 걸 도와줄 수 있을까?"주원은 고개를 끄덕이며 미소 지었다. 시후는 완전히 무시한 채. 그는 곧장 유나를 향해 걸어가 상냥하게 말했다. "유나 씨, 이런 큰일이 났는데 왜 저한테 아무 말도 안 했어요? 저희 대현 그룹은 엠그란드 그룹과 연줄이 있어요. 아버지께 말씀드려서, 어떻게든 도와드릴게요."사실 박주원의 부친은 그가 말하는 것처럼 영향력이 있는 건 아니었지만, 어떻게든 유나의 환심을 사고 싶었던 것이었다.유나는 주원이 줄곧 자신을 좋아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주원 씨, 신경 써줘서 고마워요. 하지만 이건 제 문제이니 스스로 해결할게요."라고 정중히 거절했다.유나가 거절하자 유나의 엄마는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유나야... 너 제정신이니? 주원이가 기껏 너를 도와주
다음 날 아침, 유나는 밤새 준비한 두툼한 제안서를 품에 꼭 안고, 시후와 함께 엠그란드 그룹 본사로 향했다. 유나는 65층짜리 빌딩 앞에 서자, 현 상황이 현실적으로 보이기 시작했다.우리 같은 작은 회사가 어떻게 엠그란드 그룹과 협업할 수 있겠는가? 게다가 1조 원 규모의 사업이다. 지나가던 거지가 1조 원을 달라고 하는 거나 다름없었다. 상식적으로 생각해서 정말 말도 안 되는 일이다.하지만 유나는 모두의 앞에서 할머니와 약속을 했기에 어떻게든 이번 거래를 성사시켜야 했다.우두커니 서서 발만 내려다보던 유나는 서류 뭉치를 더욱 힘주어 끌어안았다. 시후는 그녀의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으며 살포시 미소 지었다. "유나 씨, 걱정하지 마세요. 다 잘 될 거예요."유나는 씁쓸한 웃음을 흘리며, 힘없이 대답했다. "정말 그랬으면 좋겠네요... 시후 씨는 여기서 기다려 줄래요?"그녀는 크게 심호흡을 하고, 본사 정문을 향해 걸어갔다.그녀가 걸어 들어가는 것을 지켜보던 시후는 더는 그녀의 뒷모습이 보이지 않자 휴대전화를 꺼내 들었다."태리 씨, 조금 전에 제 아내가 당신을 만나러 올라갔습니다. 태리 씨가 해야 할 일은 아시겠죠?""물론이죠, 회장님. 걱정하지 마십시오. 사모님께서 오시면 잘 모시도록 하겠습니다.""그러고 보니... 엠그란드 그룹과 대현 그룹이 상당히 가까운 사이라고 들었는데 사실인가요?""네, 함께 여러 프로젝트를 진행했었고 현재 진행 중인 프로젝트도 다수 있습니다. 대현 그룹 쪽에서 이번 호텔 건설 사업 건에 대해서도 협업 요청이 들어와 있는 상황입니다. 사업안 검토를 위해 제안서와 자료도 모두 제출 받은 상태인데 어떻게 할까요?""앞으로 두 번 다시 대현 그룹과 엮이고 싶지 않습니다.""그러십니까? 알겠습니다."***그 사이, 유나는 안내데스크 직원에게 부회장님과 만나게 해 달라고 면담 요청을 하고 있었다. 일류 대기업의 부회장인 이태리가 자신과 만나 줄지 모르겠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제이크 한은 감탄하며 말했다. “하지만 나는 여전히 왜 페이셔스 그룹을 스포트라이트 아래로 끌어들이려고 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아.. 설마 그들이 전 세계 앞에서 페이셔스 그룹을 공격하려는 건가? 그렇게 되면 너무 위험한 행동 아니야? 전 세계가 그들을 용서하지 않을 것이고, 결국 그들은 모든 사람의 적이 될 거야. 그건 너무나도 위험한 일인데..!”안충주는 미간을 찌푸리며 침착하게 말했다. “만약.. 그들이 절대적인 확신을 가지고 있다면, 이 상황을 완전히 뒤집을 자신이 있다면 모르지..” 말을 하며, 안충주의 얼굴에 드문 공포의 기색이 떠올랐다. 그는 입을 떼며 말했다. “알겠다! 이건 분명히 공개 처형이야!”“공개 처형..?” 제이크 한은 중얼거리며 그 말을 반복하다가, 갑자기 눈이 반짝이며 깨달은 듯 말했다. “이해했어! 네 말대로라면, 그 미스터리의 인물은 페이셔스 그룹의 엄청난 추문을 알고 있는 게 틀림없어..! 만약 그 추문이 드러나면, 페이셔스 그룹 전체가 파멸에 직면할 거야! 그들은 일부러 페이셔스 그룹을 전 세계의 스포트라이트를 받도록 끌어들여 그들이 다시는 일어설 수 없게 만들려는 거야!”안충주는 고개를 끄덕이며 무거운 표정으로 말했다. “맞아! 내 추측도 그래.”제이크 한은 충격에 찬 얼굴로 말했다. “정말 공개 처형이군.. 먼저 억누르고, 다시 들어 올린 다음, 결국 무참히 짓밟는...” 이 말을 하며 제이크 한은 책상을 반복해서 두드리며 중얼거렸다. “그런데 대체 이런 엄청난 능력을 가지고 있는 게 누굴까... 설마.. 설마 페이셔스 그룹의 전 회장이 권력을 되찾으려 돌아온 건가?” 안충주가 입을 열려는 찰나, 제이크 한은 다시 고개를 흔들며 말했다. “아니야! 배 회장이 돌아온다 해도 자신의 증손자를 해치진 않을 거야. 게다가 배 회장은 이미 완전히 권력을 잃은 상태라서, 그런 미스터리 세력을 가지고 있을 리도 없고..”안충주는 친구가 고민에 빠진 것을 보고 웃으며 말했다. “보아하니 너도 답답한 때가 있구나, 제이크
안충주의 판단을 듣고 제이크 한은 쓴웃음을 지었다. “나도 같은 생각이기는 해. 뉴욕에서 페이셔스 그룹 사람에게 손을 댈 수 있는 사람이 몇 없지.. 로스차일드 가문이나 너희 Samson 그룹 정도가 있겠지만, 이번 사건의 방식은 너희들 어느 그룹들이나 집안과도 거리가 멀어 보이더군..”“맞아.” 안충주가 동의하며 말했다. “이 방식은 몇몇 재벌가가 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야. 굉장히 야성적이고, 평범하지 않은 느낌이 들어.”“너도 그렇게 생각해?” 제이크 한은 한숨을 쉬며 말했다. “처음엔 신생 갱단이 관심을 끌기 위해 벌인 짓인가 했지.. 하지만 생각해 보면, 그 어떤 갱단도 이런 식으로는 불가능해. 페이셔스 그룹을 적으로 삼는다는 건 자멸의 길이니까.”안충주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맞아, 그리고 확실히 돈 때문에 움직이는 게 아닌 것 같아 보였어. 정말 돈이 목적이라면, 그들은 터무니없는 요구를 하지 않았겠지.. 그건 뉴욕에서 몇 명의 행인을 납치하고 미국 정부에 항공모함을 요구하는 것과 다를 바 없거든.”제이크 한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돈이 목적이 아니라면, 이건 더 이상하군.” 그러고 나서 그는 안충주에게 물었다. “충주, 화제가 된 그 영상들 봤지?”안충주는 고개를 끄덕였다. “봤어.”제이크 한은 찌푸리며 말했다. “왜 그런지 모르겠지만, 그 영상에서는 묘한 기운이 느껴졌어. 아주 불길한 느낌이 들더군. 영상 두 개가 연달아 올라왔는데.. 겉으로는 페이셔스 그룹을 언론으로부터 억누르려는 것 같았지만, 결국 페이셔스 그룹은 기회를 놓치지 않고 오히려 승리를 되찾았고, 페이셔스 그룹이 상승 기류를 탄 것 같아 보여.. 하지만 내가 느끼기엔 누군가 일부러 페이셔스 그룹에게 기회를 준 것 같아. 마치 그들이 페이셔스 그룹이 세상의 주목을 받게 만들려는 의도가 있는 것처럼...”안충주는 말했다. “내가 전화한 것도 이걸 경고하기 위해서였어. 나도 이 일이 이상하다는 느낌이 들었거든. 영상에서는 상대방이 배한빈을 조롱하고
"좋아." 곧, 모자에 마스크를 쓴 안충주가 한 경찰관의 안내를 받으며 올라왔다. 그는 두 개의 갈색 종이봉투를 들고 제이크 한의 사무실로 들어갔다.제이크 한은 그를 보고 놀라며 물었다. "충주, 왜 뉴욕에 왔어? 지난번에 너 한국으로 갔다고 들었는데?""맞아." 안충주는 고개를 끄덕이며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한국에 갔었지.. 그런데 일이 잘 안 돼서 다시 돌아왔어."제이크 한은 호기심을 가지고 물었다. "무슨 일이야? 누가 안충주를 막을 수 있지..?""말도 마." 안충주는 한숨을 쉬며 말했다. "이 일... 정말 말도 안 되는 일이야. 아주 이야기가 길다고.." 그러고 나서, 그는 두 개의 종이봉투를 테이블에 놓으며 물었다. "지금 퇴근 시간이지? 내가 안주도 좀 사왔고, 네가 좋아하는 소주도 한 병 가져왔어. 마실 수 있으면 우리 둘이 한 잔 하자."제이크 한은 웃으며 말했다. "난 이미 퇴근했어. 그 놈의 언론사가 나를 기다리고 있을 테니까 집에 가기 싫다." 그는 봉투에서 소주를 꺼내며 놀라 외쳤다. "와~ 요즘에는 이런 소주도 있나?”안충주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요즘에는 수입이 잘 되니까.”제이크 한은 감탄하며 말했다. "할아버지께서 이걸 보셨으면 참 좋아하셨을 텐데..”제이크 한의 할아버지는 한국인으로 유명한 상인이었다. 세계대전이 발발하면서 가족들이 미국으로 이주했으며, 그 후 미국에 뿌리를 내렸다. 제이크 한과 안충주는 나이가 비슷했고, 모두 미국에서 태어나 자란 한국계 후손이었다. 비록 한국에서 함께 자라지는 않았지만, 핏줄의 영향으로 그들의 많은 습관은 한국인들과 비슷했다. 제이크 한의 할아버지는 소주를 좋아했으며, 그 기호는 제이크 한에게도 이어졌다.안충주는 종이봉투에서 몇 가지 안주를 꺼냈다. 안충주가 꺼낸 안주는 족발이었다. 그는 안주를 꺼내며 말했다. "아, 오늘 한인타운에서 삼겹살을 사오려고 했는데.. 문을 안 열었더라고..”제이크 한은 입을 삐죽거리며 말했다. "삼겹살.. 너무
자정이 넘은 시각, CNN과 뉴욕 타임즈의 기자팀이 밤늦게 페이셔스 그룹 대저택에 도착하여 배한빈을 인터뷰했다. 인터뷰에서 배한빈은 사건의 전말을 상세히 설명한 후, 자신의 아들 배호영을 칭찬하며 이야기를 이어갔다. 그는 감정적으로 말했다. "호영이는 나이가 어리지만 늘 성숙하고, 겸손하며, 정직하고 친절한 아이였어요.. 정말 뛰어난 젊은 인재였지요.. 여러분이 아마 모르실 텐데, 호영이는 납치되기 직전까지 자기가 주최한 만찬 행사를 진행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의 겸손함 덕분에 그 자선 만찬은 외부에 공개되지 않았는데, 바로 그 덕분에 범인들이 호영이를 납치할 기회를 잡았고, 호영이가 연설을 하려고 무대에 오르기 직전, 납치한 것입니다."기자들은 질문을 던졌다. "배호영 씨가 주최한 자선 만찬은 어떤 목적이었나요?"배한빈은 설명했다. "그것은 고아들을 돕기 위한 행사였습니다. 호영이는 어릴 때부터 고아들의 성장과 교육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었고, 수 천만 달러를 기부하여 뉴욕 한인회와 협력해 고아들을 위한 기부 재단을 만들려고 했죠."기자들이 배호영이 수천만 달러를 기부하여 자선 활동을 하려고 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그에 대한 존경의 뜻을 표했다. 이때 배한빈은 인터뷰에서 매우 감정적으로 간청하기 시작했다. "만약 이 인터뷰를 범인들이 보고 있다면, 아버지로서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호영이를 해치지 말아주세요. 당신들이 요구한 20억 달러의 몸값은 현실적이지 않지만, 페이셔스 그룹은 20억 달러를 준비하겠습니다. 단지 호영이를 안전하게 집으로 돌려보내 주세요. 그 아이는 아직 젊고, 앞으로 할 일이 많습니다. 그가 돌아오면 사회에 많은 기여를 할 수 있을 것입니다."이 인터뷰는 곧 두 언론사에 의해 TV와 영상 플랫폼에 실렸고, 즉시 대중의 큰 관심을 받았다. 사람들은 배한빈이 인터뷰에서 고통에 찬 목소리로 이야기하는 장면을 보자 모두 그에게 동정심을 느꼈고, 배호영이 얼마나 훌륭한 인재인지 알게 된 후에 그에 대한 동정도 급격히 증
배한빈이 길거리에서 매춘녀와 입맞춤을 하는 장면과는 달리, 이번에 공개된 영상은 배한빈이 매춘녀와의 다음 장면들을 담고 있었다. 사람들은 배한빈이 매춘녀에게서 두 개의 사람 귀를 받는 영상 속 장면을 보고 눈을 의심했다. 그리고 배한빈이 두 개의 귀를 품에 안고 울부짖으며 아들의 이름인 배호영을 부르는 모습을 본 사람들은 모두 깜짝 놀랐다. 그 때, 댓글에는 많은 여론 조작자들이 등장해 여론을 유도하기 시작했다. 그들은 자신이 알았던 사실을 토대로, 배한빈이 실제로는 거리에서 여자를 찾고 있었던 것이 아니라, 그가 사랑하는 아들 배호영이 납치된 것이라고 밝혔다. 범인들은 아들의 두 귀를 잔인하게 자르고, 그것을 매춘녀에게 전달한 후 매춘녀가 배한빈에게 입맞춤을 하도록 시켰기 때문에 사실 범인들의 악의적인 장난에 불과하다는 것이었다. 결과적으로 배한빈은 아들의 납치와 폭력에 대한 고통을 감내하면서도, 잘못된 사실을 알지 못한 네티즌들의 극단적인 언어 폭력을 받아들이고 있었던 것이다. 그제서야 사람들은 비로소 깨달았다. 그동안 그들은 배한빈을 완전히 오해했던 것이다. 이전에 배한빈이 매춘녀와 길거리에서 입맞춤을 하는 영상은 사람들을 매우 불쾌하게 만들었고, 배한빈에 대한 비판과 욕설이 쏟아졌었다. 하지만 이제 사람들은 깨달았다. 배한빈은 실제로 모든 이들이 존경하고 칭송할 만한 위대한 아버지였다는 사실을. 그동안 그를 욕했던 사람들은 모두 자신이 했던 말에 대해 깊은 자책감과 죄책감을 느꼈다. 한 순간에 수많은 사람들이 배한빈을 지지하고 응원하기 시작했으며, 댓글에서는 자신들의 잘못된 발언에 대해 사과하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그들의 말투와 태도는 매우 진지하고 성실했다.페이셔스 그룹은 이전의 분위기를 순식간에 반전시켰을 뿐만 아니라, 모든 부정적인 영향을 제거했고 오히려 많은 사람들의 호감을 얻었다. 쏟아지는 사과와 동정, 찬사들 속에서 배한빈은 기쁜 마음을 감출 수 없었다. 그는 감격적으로 배해산에게 말했다. “아버지, 이 방법이 정말 기발한
가정부는 이미 제임스의 온갖 감언이설에 완전히 넘어가고 말았다. 특히, 그녀는 제임스가 자신을 새롭고 화려한 신분으로 만들어 주겠다고 하자, 그녀의 내면 깊숙이 숨겨져 있던 열등감과 연약한 부분이 움직였다. 그녀는 제임스에게 진심으로 감사하며 그가 자신을 천국으로 인도해 주는 천사라고 믿었다. 그리고 그녀는 제임스가 하는 말을 의심 없이 모두 고맙게 받아들였다. 제임스는 잠시 안도감을 느꼈다. 그는 자신이 현재 처한 상황이 매우 당혹스럽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고 페이셔스 그룹에 잠시 동안 머무는 동안은 안전할 수 있겠지만, 여전히 위험이 많이 도사리고 있음도 알고 있었다. 그래서 그는 이 위험에 대해 미리 준비를 해 두어야 했다. 그는 가정부를 끌어안으며 속삭였다. “하나 더 부탁할게, 제시. 만약 페이셔스 그룹 사람들이 내 이름을 언급하는 걸 듣게 되면, 무슨 일이든 즉시 나에게 알려 줘야 해요. 내 연락처를 받아가요.”가정부는 이미 그에게 완전히 빠져 있었기에, 망설임 없이 고개를 끄덕이며 확고하게 말했다. “제임스, 걱정 마세요. 제가 꼭 신경 쓸게요.”제임스는 고개를 끄덕이며 그녀와 연락처를 교환한 뒤 이렇게 당부했다. “이제 빨리 가서 가능한 정보를 수집해요.”가정부는 수줍게 말했다. “제임스... 난 막 교대해서 아직 할 일도 없는데... 좀 더 같이 있어도 될까요?”제임스는 여자의 의도를 금방 눈치챘다. 하지만 그는 이 시점에 그런 일에 신경 쓸 여유가 없었다. 내심 짜증이 났지만, 그 감정을 꾹 참으며 부드럽게 타일렀다. “지금은 상황이 급하니까 먼저 중요한 일에 집중하도록 해요. 혹시라도 일이 잘못되면 우린 함께 할 기회조차 잃을지 몰라요.”가정부는 그의 말을 듣고 정신이 번쩍 들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네, 제임스! 바로 가서 도움이 될 만한 게 있는지 살펴볼게요.”제임스는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어서 가 봐요. 중요한 정보가 생기면 바로 알려 주고요.”“네...” 가정부는 아쉬운 마음을 뒤
제임스는 이어 말했다. “이번 일이 지나고 배 도련님이 무사히 돌아오면, 그에게 얘기해서 더 이상 당신이 페이셔스 그룹에서 일하지 않아도 되도록 할 게요. 나와 함께 시애틀로 가요.”가정부는 크게 기뻐하며 물었다. “제임스... 진심이예요?!”“물론이지!” 제임스는 그녀의 얼굴을 쓰다듬으며 부드럽게 말했다. “당신은 내가 좋아하는 여자야. 내가 좋아하는 여자가 다른 집에서 가정부를 할 수는 없지.. 당신은 장차 아내가 되어 다른 사람의 보살핌을 받을 사람이라고, 남을 돌보는 건 당신의 일이 될 수 없지.”제임스의 이 ‘상류층 남자’와 같은 식의 말은 가정부를 단번에 매료시켰고, 그녀는 마치 동화 속에서 왕자를 만난 평민 소녀처럼 가슴이 설레었다. 그녀는 자신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신데렐라가 된 듯한 기분을 느꼈고, 어릴 적부터 드라마와 소설에서 꿈꾸던 상류층과의 로맨스가 제임스를 만난 덕분에 현실처럼 다가왔다.가정부는 감동에 겨워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 “제... 제임스... 정말로 저를... 저를 거부하지 않으세요?”“거부할 리가 있겠어!” 제임스는 그녀의 손을 잡고 어루만지며 웃었다. “지금은 너무 많이 생각하지 말고, 그냥 배 도련님이 돌아오길 기다리면 돼요. 그러면 그때 가서 말해볼게요. 그가 거절할 리 없어.”“네..” 가정부는 머리를 연신 끄덕이며, 감격에 몸을 떨었다.그때 제임스가 갑자기 무언가 떠오른 듯 말했다. “아 참, 제시.. 난 지금 배 도련님이 무척 걱정 되는데.. 만약 그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우리 둘의 행복에도 큰 영향을 미칠 거예요. 그러니 요즘 페이셔스 그룹의 사람들에게 가까이 갈 기회가 있다면, 꼭 주의 깊게 들어줘요. 만약 그들이 닌자에 대해 언급하면 특별히 신경 써서 그들이 무슨 말을 하는지 최대한 기억해 둬요. 상황이 여의치 않으면 기회를 만들어서라도 알아보고요, 알겠죠?”제임스는 지금 가장 두려운 것이 동생을 죽인 미스터리의 인물 외에도 일본 닌자들이었다. 만약 이번 사건이 닌자들의 짓이라면
제임스는 세상에 누군가가 배호영의 귀를 자를 수 있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았다. 이런 잔혹한 방법은 너무나도 잔인해서 재벌가들 사이에서 일어나는 일은 거의 없었다. 어떤 재벌가라도 집안의 일원이 이런 일을 당하면, 상대와 끝까지 싸우기 위해 모든 것을 걸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제임스는 속으로 중얼거렸다. ‘만약 정말 그 닌자들이 한 일이라면, 이렇게 대담할 수는 없었을 거야... 페이셔스 그룹의 힘이 워낙 강력하니까. 아무리 미국과 일본이 멀리 떨어져 있다고 해도, 페이셔스 그룹이 진지하게 공격하려 하면, 이가 닌자 전체가 달려들어도 페이셔스 그룹을 이길 수 없을 텐데..’ 그리고 나서 그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설마 진짜 배후는 닌자들이 아니란 말인가? 만약 그들이 아니라면 도대체 누구지? 페이셔스 그룹의 도련님이라는 위치도 무시할 수 있는 존재라면, 이 미스터리한 인물의 실력은 가늠조차 어려울 거야..’ 그러다 제임스는 갑자기 눈을 크게 뜨며 마음속으로 물었다. ‘설마 제이콥을 죽인 그 사람인가?!’ 그 순간, 제임스는 온몸이 떨리고 긴장감에 휩싸였다. 그는 분명히 알고 있었다. 만약 배호영을 납치한 배후가 동생 제이콥을 죽이고 이탈리아 조직을 사라지게 한 그 미스터리의 인물이라면, 다음 목표는 분명 자신일 것이다.옆에 있던 가정부는 제임스가 두려움에 떨고 있는 것을 보고 서둘러 물었다. “제임스... 괜찮아요?”제임스는 정신을 차리며 손을 흔들며 말했다. “아무 일도 아니야... 단지... 배 도련님이 이런 일을 당할 줄 몰랐을 뿐이예요...”“그러게요…” 가정부도 한숨을 쉬며 말했다. “들리는 말로는, 회장님께서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었다고 하네요…”제임스는 재빨리 물었다. “또 다른 소식은 없나요?”가정부는 생각하며 말했다. “다른 소식은 별로 없어요.. 도련님이 납치된 이후로 집안의 여자 분들을 돌보라는 지시가 내려졌어요. 사모님께서 도련님의 귀를 보자마자 그 자리에서 기절하셨거든요. 저는 계속 부인을 돌보고 있다가 이
페이셔스 그룹은 많은 인력을 동원해 브루클린 사건 현장 근처에서 목격자를 수색했고, 사건 발생 당시의 영상을 촬영한 사람들에게 10만 달러의 현금으로 영상을 사들이겠다고 약속했다. 게다가 영상을 제공하는 모든 사람에게는 개인 정보를 기록하지 않고 현금으로 거래한다는 조건을 내걸어, 사람들의 의심을 불식시키려 했다. 이 전략은 효과가 좋았다. 소문이 브루클린에 퍼지자 사건을 촬영한 사람들이 줄지어 페이셔스 그룹에 영상을 팔러 왔다. 불과 20분 만에 페이셔스 그룹은 여덟 개의 서로 다른 각도에서 촬영된 사건 영상을 확보했다. 그러나 일부는 배한빈이 거리의 여인과 키스하는 장면부터 촬영했으며, 또 다른 일부는 그가 두 개의 귀를 발견하는 장면부터 촬영했다. 페이셔스 그룹이 원하는 것은 후자의 영상이었다. 그들은 이 기회를 이용해 언론과 대중 앞에서 동정을 유도할 계획이었기 때문이다.하지만 페이셔스 그룹이 상상도 못한 것은, 영상을 판매한 8명의 행인 중 네 명이 블랙 드래곤의 일원이었다는 것이다. 이중열은 페이셔스 그룹이 반드시 명성을 회복하려고 노력할 것이며, 그 방법으로 동정을 유도할 것이라는 점을 이미 예측하고 있었다. 이 모든 것이 그의 계산에 맞춰 진행된 셈이었다.블랙 드래곤의 일원들이 거리의 행인으로 변장해 사건을 촬영한 이유는 바로 페이셔스 그룹에 그들이 원하는 ‘방패’와 ‘무기’를 제공하기 위해서였다. 심지어 처음 배한빈이 거리의 여인과 키스하는 영상을 공개한 사람도 블랙 드래곤이었다. 배해산은 자신들을 공격하는 자들과 자신들에게 방어 수단을 제공하는 자들이 모두 시후의 사람이라는 사실을 꿈에도 몰랐다. 현재 거대한 힘을 가진 페이셔스 그룹은 그저 시후에 의해 미로 속에서 놀아나는 쥐와 같을 뿐이었다. 겉보기엔 그들 스스로 움직이는 것 같았지만, 사실 그들이 어떤 방향으로 가든 모두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정교하게 통제되고 있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한편, 페이셔스 그룹이 영상을 찾고 있는 동안 페이셔스 그룹의 집에 숨어 있는 제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