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이크 한이 불쑥 내뱉은 한 마디에 안충주의 얼굴이 어두워졌다. 그는 티 내지 않고 술잔을 들어 큰 한 모금을 들이킨 후, 혀를 찬 뒤 가볍게 말했다. "네가 말한 그 사람이 바로 나야."제이크 한은 눈이 휘둥그레져 그를 바라보며 말했다. "뭐야? 정말이야? 누가 너에게 사기를 치려고 한 거 아니야?""아니야.." 안충주는 손을 흔들며 술기운에 자조적인 표정을 지었다. "속은 것도 아니고.. 내가 2조의 금액을 제시하면서 무릎이라도 꿇고 약을 구하려고 했는데, 그 사람은 그 돈을 받고도 팔 생각이 없더군.. 오히려 나를 내쫓더라고."제이크 한은 그 말을 듣고 가치관이 뒤집히는 것 같았다. 무심코 물었다. "대체 그게 무슨 약이길래.. 네가 2조라는 돈을 낸다고 해도 안 줘?? 그 돈이 어느 정도인지 알기는 하는 건가? 그 정도 가격에 상장된 중견 기업을 하나 통째로 넘겨도 약 한 알을 못 구한다는 거잖아?!"안충주는 진지한 얼굴로 대답했다. "못해.. 구할 수 있었다면 이미 진작에 구했겠지.. 하지만 내가 2조를 준다고 해도 결과가 바뀌지 않아서 말이야.." 그 말을 하고 안충주는 제이크 한을 바라보며 궁금한 듯 물었다. "그런데 넌 경찰인데 주식 쪽에도 관심이 있어? 혹시 주식 투자하는 거야?"제이크 한은 쓴웃음을 지으며 손을 내저었다. "말도 마. 모아둔 돈을 주식에 다 넣었는데, 지금 반 이상 까먹었어."안충주는 욕을 내뱉었다. "어휴, 주식을 시작할 거였으면 나에게 이야기라도 좀 하지. 내가 아무 정보나 귀띔해줬으면 몇 배는 벌었을 거라고!"제이크 한은 진지하게 말했다. "내가 어떤 사람인지 알잖아. 돈은 없어도 정의감 하나는 넘쳐나지. 게다가 난 경찰이야. 내부 정보를 가지고 주식 거래하면 불법이고, 그렇게 되면 FBI가 날 조사하려 들 걸?""그렇긴 해." 안충주는 고개를 저으며 한숨을 내쉬었다. "전에 말했잖아, 경찰 그만두라고. 재미없다니까, 너는 듣지도 않더라."제이크 한은 손을 흔들며 말했다. "내 얘긴 됐고,
안충주는 탄식하며 말했다. "병을 앓으신 지는 벌써 2년이 넘었어.. 처음에는 아버지께서 자꾸 뭘 깜빡하시는 걸 발견했지. 조금 전에 내려놓은 물건도 잠시 후엔 어디에 뒀는지 기억하지 못하셨고, 했던 말을 잊어버리고 다시 말하시기도 했어. 그리고 뭔가 대화를 하고 계실 때, 당시에는 알아들으셨다가 돌아서면 다시 물어보시곤 했지.. 그때부터 이미 최고 전문가들을 데려와서 진료를 받게 했고, 병에 맞서기 위해 체계적인 훈련도 시켰어. 하지만 이 병은 뇌 기능의 감퇴가 원인이라, 의학적으로도 별다른 치료법이 없었지. 이후로 병세가 계속 악화되시더라고." 여기서 안충주는 쓴웃음을 지었다. "이 병도 참 이상해. 최근의 기억은 전혀 떠오르지 않으면서도, 오래된 기억은 생생히 남아 있지.. 아버지께서는 최근 4~5년 동안의 일을 전혀 기억하지 못하셔.. 내 아들이 손자를 낳은 것도 모르시고, 계속 내 아들이 아직 결혼하지 않았다고 생각하시고는 결혼하라고 재촉하시지.. 그런데 최근에 병이 더 악화되면서 최근 10년간의 기억도 사라져 버리고 말았고, 이제는 내 아들조차 못 알아 보셔.. 아버지의 기억 속에서 내 아들은 10년 전과 같은 어린 모습으로 남아 있으니까.."제이크 한은 이 말을 듣고 탄식했다. "삼촌은 정말 대단한 인물이신데, 평생 강인하게 살아오신 분이 이런 병을 앓게 되다니.. 삼촌이 정말 고통스러우시겠어.."안충주는 얼굴을 감싸 쥐고, 깊은 숨을 들이쉬었다. 그리고 그는 약간 붉어진 눈으로 말했다. "아버지의 기억은 3~5년 전에서 10여 년 전으로 퇴행하셨다가, 반년 전에는 거의 20년 전 기억으로 까지 돌아갔어.." 그러면서 안충주는 한동안 침묵했고, 두 눈에서는 눈물이 흘러내렸다.제이크 한은 눈을 크게 뜨고 물었다. "충주, 네 누나의 일도. 대략 20년 전 정도의 일이지 않아?""맞아." 안충주는 한숨을 쉬며 말했다. "지금 아버지의 기억은 누나가 막 세상을 떠난 시기에 멈춰 있어. 그때가 아버지에게 인생에서 가장 고통스러운 순간이었
안충주의 말에, 제이크 한은 한동안 침묵했다. 예전에 안예선과 관련된 일을 그는 어렴풋이 들은 적이 있었다. 그는 한 때 직업병으로 그 사건의 배후에 어떤 숨겨진 사정이 있는지 알고 싶어 했지만, 그 일을 아는 사람들은 많지 않았고 모두 입을 꾹 다물고 있었기 때문에 그는 그 사실을 비밀로 하고 더 이상 문제를 일으키지 않고자 했다. 하지만 안예선을 떠올리면 그는 절로 탄식할 수밖에 없었다. “충주, 네 누나의 일은 정말 안타까워.. 누님께서 지금 살아 계셨다면, 세상이 아마 지금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을 지도..” 안충주는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 안예선과 가장 나이 차이가 적은 동생으로서 누나의 능력을 가장 잘 알고 있었다. Samson 그룹이 오늘날 이룬 성과의 절반은 대대로 내려온 선조들의 공로였고, 나머지 절반은 누나 안예선만의 공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이를 떠올리며 그는 한숨을 내쉬었다. “누나는 평생 강인하고 자신이 결정한 일은 절대 포기하지 않았어.. 아버지도 누나를 극진히 아꼈고.. 누나가 굳이 멀리 시집을 가겠다고 고집하지 않았다면, 아버지도 누나와 몇 년 동안 냉전을 벌이지 않으셨을 거야.. 누나가 은서준과 결혼하지 않았다면 이후의 많은 일들도 일어나지 않았을 테고.” 안충주는 이렇게 말하면서 손을 저으며 가볍게 한숨을 내쉬었다. “하아.. 지금 와서 이런 얘기를 해봐야 안타까운 한숨만 나올 뿐이야..” “은서준..” 제이크 한은 그의 이름을 중얼거리며 말했다. “나는 은서준에 대한 기억이 전혀 없어. 아마 한 번도 그를 본 적이 없었던 것 같아.” 안충주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당연하지. 아버지는 그를 전혀 마음에 들어 하지 않았고, 그래서 그는 Samson 그룹에 거의 오지 않았거든.” 제이크 한이 물었다. “말하는 중에 미안한데, 아버지는 왜 매형을 그렇게 싫어 하신 거야?” 안충주는 어깨를 으쓱하며 답했다. “사실 매형의 가문도 한국에서 손꼽히는 명문가야.. 한때는 1, 2위를 다툴
안충주는 잠시 말을 멈췄다가 이어 말했다. “누나가 사고를 당한 그 해에, 아버지는 JP모건 체이스에 특정 목적의 신탁기금을 만드셨어. 아버지께서는 매년 그 기금에 5억 달러를 넣으셨지. 이 돈은 딱 두 가지 용도로만 쓰이는데, 하나는 우리 조카를 찾는 데, 나머지 하나는 조카를 찾은 후에 남은 돈을 조카에게 주려는 거야. 그렇게 해서 20년이 지났는데.. 원금으로 100억 달러를 넣었고, 20년 동안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그 아이를 찾는 데 약 절반.. 대략 50억 달러를 썼지..” 제이크 한은 놀라서 입을 떡 벌리며 외쳤다. “사람 하나를 찾는데 그렇게 많은 돈이 든다고?” “그래.” 안충주가 설명했다. “정보화 시대라 사람을 찾는 게 쉬워 보이지만, 사실 세상은 넓어.. 어느 한 구석이라도 놓치면 평생 못 찾을 수도 있다고.. 그래서 여러 팀이 세계 지도를 펼쳐놓고 적은 구역을 철저하게 뒤져야 해. 수백 명에서 수천 명의 사람들이 전 세계를 누벼야 하고, 그에 따라 들어가는 인력과 운영 비용이 굉장하지.. 게다가 정보 비용도 추가로 발생해. 정보가 유용한지 여부에 관계 없이, 피드백이 되기만 한다면 일정한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고.. 그리고 이렇게 사람을 찾기 위해서는 현지 정부, 경찰, 심지어 갱단에도 도움을 요청할 수 없지. 만약 정보가 새어 나가거나 일이 더 꼬일 수 있잖아. 결국 우리가 채용한 팀이 직접 확인하며 조카를 찾아야 했어. 뿐만 아니라, 비슷한 사람을 발견하면 반드시 그 사람의 DNA를 확보해 대조해야 하는데, 이것도 큰 비용이지.. 지난 몇 년 동안 DNA 대조만 수천만 번 했을 걸..?” 제이크 한은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듯 물었다. “그렇게 했는데도 못 찾았다고?” “그래....” 안충주는 한숨을 쉬며 말했다. “참 이상한 일이야. 정보가 있는 곳은 전부 가봤는데도 찾지 못 했어.. 아마 조사 방향이 잘못됐을지도 모르지.” 제이크 한은 다시 물었다. “한국 내에서는, 찾아봤어?” “당연하지.” 안충주가
안충주의 말을 들은 제이크 한은 완전히 자신의 생각이 뒤바뀐 듯 감탄하며 말했다. “와아.. 이건 거의 첩보전을 뛰어넘는 수준이네... 2차 세계대전이 1939년부터 1945년까지 6년간 이어졌는데, 네 집안은 무려 15년이나 버텼다니...” “맞아.” 안충주는 진지하게 대답했다. “봐, 이런 재벌가들의 일 처리 방식은 다 이렇다고. 우리는 돈이 드는 것도, 시간을 낭비하는 것도, 노력하는 것도 두려워하지 않고, 그저 어떠한 대가를 치르더라도 흠을 남기지 않으려고 하지. 이런 일을 감추기 위한 배경 작업은 상상도 못 할 거야. 우리는 국내 몇몇 재벌가에 우리 쪽 인재를 침투시키기 위해 10여 년 전에 한국 정부와 손을 잡고 우수 인재 귀국 프로그램을 추진한 적도 있어. 그때 미국의 주요 대학들을 졸업한 한국인 출신 졸업생 100명가량을 한 번에 국내로 데려온 적도 있었지. 이들이 채용을 통해 대기업에 들어가서 밑바닥부터 자리 잡도록 만든 거야. 이 일은 10년 이상 지속됐고, 그 기간 동안 우리는 그들에게 고액의 보수를 비밀리에 계속 지급했어. 그러니 왜 그렇게 돈이 많이 들었는지 이제 이해가 되겠지?” 제이크 한은 고개를 끄덕이며 감탄했다. “이해됐어... 20년 동안 그 많은 돈을 쏟아붓고도 결과 없다니, 그래도 너희 같은 부자들 만이 그 정도의 돈을 태울 수 있겠지.” 안충주는 미소 지으며 말했다. “그렇게 돈을 쓴 것도 아니야. 물론 많이 쓰긴 했지만, 이 돈은 20년에 걸쳐 조금씩 써간 거고, 신탁에 넣어둔 돈은 복리로 굴러가기 때문에 수익이 꽤 괜찮았거든. 6개월 전 기준으로 계좌 잔고가 약 156억 달러쯤 됐거든.” 제이크 한은 깜짝 놀라며 외쳤다. “아직도 이렇게 많아? 이미 수십 억 달러를 썼다면서?” 안충주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쓰면서도 벌었거든. 몇 년 전만 해도 신탁 수익률이 정말 높았어. 수익이 좋은 해에는 연간 수익률이 10% 넘는 게 보통이었지. 게다가 복리 방식이라 돈은 앞으로도 계속 불어날 거야.
제이크 한은 크게 웃으며 말했다. “네 외조카가 되는 건 정말 대박이야. 350억 달러라니, 너희 부자들 방식으로는 죽을 때까지 이자도 다 못 쓰고 죽을 텐데..” 안충주는 고개를 저으며 웃었다. “문제는 내 외조카를 정말 찾을 수 있을지 모른다는 거야.. 정말 찾을 수 있다면, 그 녀석이 아마도 오랫동안 고생을 했을 것이고, 누나가 집안을 위해 한 기여를 생각하면, 이 정도의 금액은 크지도 않아.” 그는 이어 안타깝다는 듯 말했다. “안타까운 건, 아버지께서 아프셔서 진짜로 외조카를 만나더라도 알아볼 수 있을지 모르겠어.. 우리가 그 녀석이 외조카라고 말씀드려도 믿지 않으실 수도 있지.. 아버지께서 건강하셨더라면 직접 만나보고 확인한 뒤, 아마 더 많은 돈을 추가로 주셨을 거야. 비록 많이 이야기를 하지 않으셨지만, 속으로는 그 외손자를 정말 많이 그리워하고 계셨거든.” 그리고 덧붙였다. “참, 어머니도 외손자를 위해 꽤 많은 돈을 따로 모아두셨더라. 외손자를 찾으면 다 주겠다고 하셨는데, 350억 달러처럼 많은 건 아니더라도, 적어도 100~200억 달러는 될 거야.” 제이크 한은 이미 충격에 무뎌진 상태라 놀라지 않고, 대신 농담을 했다. “그렇다면 너도 조카의 큰 외삼촌이니까 뭔가 좀 보여줘야 하는 거 아니야?” “그야 당연하지.” 안충주는 진지하게 말했다. “내가 이 세상에서 가장 존경하는 사람은 우리 누나야. 외조카가 돌아오면, 내가 100억 달러 정도는 기꺼이 줄 거야. 그리고 태풍, 재남, 유진, 이 세 명도 각각 최소 50억은 주지 않을까 싶어... 계산해보면 거의 1천억 가까이 되겠네.” 제이크 한은 어이없다는 듯 웃으며 말했다. “이 정도면 바로 세계 부자 순위에 이름을 올릴 수도 있겠다...” 안충주는 웃으며 말했다. “그건 딱히 큰 의미가 없어. 진짜 세계 부자 순위를 따진다면, 지금 1위를 하는 사람은 사실 상위 10위에도 못 들어갈 거야.” 그러다가 그는 한숨을 쉬며 스스로 비웃었다. “하... 그 정도 돈
그 시각, 페이셔스 그룹의 집사와 몇몇 핵심 부하들은 국제적으로 콩코드 여객기를 보유한 세계 여러 국가의 그룹들과 긴급히 접촉하고 있었다. 이번 일을 계기로, 배해산은 콩코드 여객기를 구매하려는 열망을 숨기지 않았다. 이는 향후 발생할 수 있는 돌발 상황에 대비하기 위함이었다. 콩코드 여객기가 없는 페이셔스 그룹은 뉴욕에서 일본까지 사람을 보내려면 최소 13시간이 걸린다. 하지만 콩코드 여객기를 보유한다면 5시간 반 만에 일본에 도착할 수 있을 것이다. 평소라면 7~8시간의 차이가 큰 문제가 되지 않겠지만, 중요한 순간에는 이 시간이 굉장히 큰 변수가 되기도 한다. 콩코드 여객기를 구매하는 것은 페이셔스 그룹의 입장에서 정상적인 요구 사항으로, 기밀은 아니었기 때문에 사람들은 각자 비교적 조용한 장소를 찾아 급히 전화를 걸기 시작했다. 이들은 서로 묵묵히 경쟁하고 있었는데, 누군가가 페이셔스 그룹을 위해 콩코드 여객기 구매 계약을 가장 먼저 성사시킨다면, 이는 분명 큰 공로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 시각, 제임스가 선물한 리차드 밀 시계를 품고 제1 별장으로 돌아온 가정부는, 많은 사람들이 계속 전화를 거는 모습을 보고 깜짝 놀랐다. 이건 마치 무언가 큰 일이 벌어진 것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그녀는 제임스의 부탁을 떠올리고, 자신에게 은근히 관심을 보이며 여러 차례 대시했던 남직원인 송재봉을 찾아갔다. “송재봉 씨, 아직 퇴근하지 않고 뭐 해요?” ‘송재봉’이라고 불리는 이 남자는 페이셔스 그룹 집사의 몇몇 핵심 부하 직원 중 한 명으로, 그는 가정부의 외모를 늘 탐내며 속으로 여러 가지 생각을 품고 있었다. 하지만 가정부는 그가 자신에게 단순히 그런 마음만 있을 뿐, 정상적인 연애나 결혼을 바라는 것은 아님을 알고 있었기에, 한 번도 기회를 주지 않았다. 송재봉은 그녀를 보고도 별로 놀라지 않으며 웃으며 말했다. “처리할 일이 좀 남아서 그래요. 그런데 왜 아직 퇴근을 안 한 거죠?” 가정부가 말했다. “사모님 건강이 걱정돼서
송재봉은 웃으며 말했다. “그렇죠?” 그는 목소리를 낮추며 가정부에게 말했다. “지금 내가 큰 건을 진행 중인데, 이번 주 안으로 성사될 거예요. 그럼 보너스도 꽤나 받을 테니, 돈을 받으면 라스베이거스에 가서 며칠 제대로 놀아보자고요!” 가정부는 속으로는 그를 경멸스러워했지만, 겉으로는 궁금한 척 물었다. “무슨 큰 거래인데요? 얘기를 좀 해주세요. 제 호기심도 좀 채워 주시고요.” 송재봉은 눈썹을 치켜 올리며 웃었다. “회장님께서 콩코드 여객기를 한 대 사려고 하세요. 마침 내가 프랑스에 있는 어떤 그룹이 콩코드 여객기 한 대를 처분하려 한다는 정보를 알게 되어서, 지금 그쪽 사람들과 접촉 중이고요.” 가정부가 의아해하며 물었다. “콩코드 여객기요?” 송재봉이 설명했다. “초음속 여객기예요. 한 시간에 2000km 이상 날아갈 수 있는 비행기.” 가정부가 다시 물었다. “그렇게 빠른 비행기를 사서 어디에 쓰려고요?” 송재봉은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 “당연히 필요하죠! 이번에 회장님이 일본에 사람을 보내려고 하시는데, 콩코드 여객기가 없으면 최소 13시간이나 걸리거든. 근데 콩코드 여객기가 있으면 그 절반의 시간도 안 걸리죠.” 가정부는 ‘일본’이라는 말을 듣자, 제임스가 일본 닌자에 대해 언급되는 것이 있는지 없는지 주의하라고 했던 일이 떠올랐다. 그래서 그녀는 순간적으로 경계심이 생겼지만, 동시에 뭔가 도움이 되고 싶은 마음에 온몸이 흥분으로 떨렸다. 그녀는 제임스에게 자신이 쓸모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 비록 출신이 낮고 배운 것이 많지 않지만, 자신이 재벌가의 며느리가 될 자격이 충분하다는 것을 증명하고 싶었던 것이다. 그래서 그녀는 시험 삼아 송재봉에게 물어보았다. “일본에 간다니, 설마 닌자 같은 걸 찾으러 가는 건 아니죠?” 송재봉은 잠시 놀란 표정을 지었지만, 깊게 생각하지 않고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이런 건 함부로 말하면 안 돼. 당신만 알고 있어요.” 가정부는 속으로 크게 흥
홍원산은 급히 허리를 숙이며 말했다. "은 선생님, 그럼 저는 이만 물러나겠습니다!" 그렇게 말한 뒤, 그는 양주성을 거칠게 잡아 일으켜 뒤에 있던 부하들에게 내던지듯 넘기고는 명령했다. "이 놈을 잘 감시해! 나중에 나갈 때, 함부로 입을 놀리지 못하게 하고."부하들은 공손히 대답했다. "예 알겠습니다, 형님!" 그 후 두 명의 부하는 양주성을 좌우에서 부축하듯 끌고 나가, 유가휘의 사무실을 떠났다.이때, 시후는 설수아와 함께 있던 또 다른 여성에게 말했다. "그럼 두 사람은 돌아가요. 오늘 본 것과 들은 것은, 절대 다른 사람에게 말하지 말고."설수아는 연신 고개를 끄덕였고, 옆에 있던 또 다른 여성도 마치 재빨리 고개를 끄덕였다. 설수아는 이미 시후에게 두 번이나 목숨을 구원받았기에 그에 대한 충성심이 커졌고, 함께 있던 또 다른 여성은 시후에 대한 공포심이 강했기 때문에 감히 그를 화나게 할 엄두를 내지 못했다.두 여성이 떠난 뒤, 유가휘는 속으로 감탄을 금치 못했다. ‘양주성은 오늘 나에게 신인을 소개해 주겠다고 했으니, 나름 호의적으로 왔을 텐데... 사무실에 올라왔다가 자기 회사를 홀랑 빼앗길 줄이야....’ 이렇게 생각하며 그는 한탄했다. ‘은 비서는 어제 블랙 드래곤의 리더인 성도민까지 클럽으로 불러냈고, 솔직히 홍원산 따위는 손쉽게 처단할 수도 있었어. 하지만 그를 살려둔 이유가 바로 이거였구나.... 홍원산이 죽을 고비를 넘기고 살아 돌아왔기에, 은 비서에게 절대적인 충성을 바치게 된 거야. 그리고 그는 이제 은 비서의 명령이라면 무조건 따르는 개가 되었지. 이런 자를 홍콩에 남겨둔다? 이제 은 비서는 홍콩에 강력한 기반을 확보한 것이나 다름없어....’유가휘는 다시 양주성을 떠올렸다. ‘양주성 저 놈도 정말... 진짜 앞뒤 분간을 못하고 스스로 장기말이 되겠다고 나서다니. 아무래도 앞으로 홍콩에서 계속 살아있고 싶다면, 조용히 몸을 사리는 수밖에 없을 거야....’이때 시후는 유가휘의 표정을 유심히 살펴보며, "유
시후는 자신이 어릴 적 많은 고생을 했던 경험이 있기에, 공부하고 싶어도 기회가 없는 사람들의 심정을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있었다. 그래서 그는 설수아가 더 이상 공부를 하고 싶지 않을 때까지 원하는 만큼 공부를 할 수 있도록 돕고 싶었다. 설수아는 시후에게 한없이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그래서 그녀는 깊은 감사를 표하며 말했다. “선생님, 안심하세요! 저는 열심히 공부해서 꼭 학업을 마치고, 당신을 실망시키지 않겠습니다.”하지만 시후는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 "나는 신경 쓰지 말아요. 중요한 건 자신을 실망시키지 않는 거니까."설수아는 이 말에 감명 깊은 표정으로 힘차게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시후는 그녀에게 물었다. "이제 학교로 돌아가겠다고 했으니, 더 이상 홍콩에 머물 필요는 없겠네요?"설수아는 대답했다. "네... 이미 도쿄대 입학 허가를 받았어요. 정해진 기간 내에 등록 절차만 마치면 되고, 일본으로 가기 전에 비자만 갱신하면 됩니다."시후는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 물었다. "도쿄대에서 무슨 전공을 공부하고 있죠?"설수아는 서둘러 대답했다. "도쿄대학교 경제학부에서 경제학을 배우고 있습니다."시후는 놀란 표정으로 말했다. "경제학이구나. 그럼 이론 뿐만 아니라 실무 경험도 중요할 텐데.. 책만 파는 것보다는 직접 실전 경험을 쌓아야 하고요."설수아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원래는 집안에 문제가 생기지 않았다면, 인턴쉽을 할 회사를 찾으려 했어요."그러자 시후는 웃으며 말했다. "그럼 잘 됐네. 지금 당장 좋은 실습 기회가 있으니까." 그러고는 홍원산을 가리키며 말했다. "이분은 바로 홍 대표인데, 딱 봐도 공부를 많이 한 분은 아닌 것 같죠? 그런데 지금 그 양 대표님이 회사를 그에게 넘기려고 합니다. 내가 걱정되는 건, 홍 대표가 회사를 제대로 운영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는 거죠. 그래서 수아 씨가 개학하기 전까지 짧은 기간이라도 그를 도와 회사 경영을 맡아보는 게 어때요?"홍원산은 이 말을 듣고
하지만 오늘 이 상황을 보아하니, 자신은 이미 피할 길이 없는 것 같았다. 장운추 조차도 상대가 못 되는데, 자신은 어떻게 이곳에서 무사히 벗어날 수 있겠는가? 그러니 살아 남기 위해서는, 시후의 조건을 받아들이는 수밖에 없었다. 이에 그는 울먹이며 말했다. "선생님, 저... 받아들이겠습니다..."시후는 손을 휘저으며 말했다. "그 말은 나에게 할 필요 없어. 당신과 나는 아무런 관계도 없거든. 비록 당신이 오늘 나를 여러 번 모욕했지만, 난 당신에게 손끝 하나 댄 적 없고, 당신 돈도 한 푼도 요구한 적이 없어. 오늘 이 일은 전부 당신과 홍원산 간의 사적인 문제라고. 그를 직접 부른 건 당신이고, 당신을 때린 것도 내가 아닌 홍원산이지. 지금 내가 당신 엔터테인먼트 회사를 그에게 팔라고 한 것도, 어디까지나 당신 두 사람이 자발적으로 거래하는 거지, 나랑은 일절 상관이 없는 거야. 그러니 당신 두 사람이 따로 가서 이 문제를 해결하도록 해. 나는 이 일에 개입하고 싶지 않거든.”유가휘는 이 말을 듣고 깜짝 놀라며 속으로 이렇게 생각했다. ‘와 말도 안 돼. 은시후 이 놈은 정말 뻔뻔함의 극치잖아?! 고작 두 마디 말로 이 일에서 자신을 완벽하게 쏙 빼버리다니?’양주성도 말문이 막하기는 마찬가지였다. 그가 보기에 비록 시후가 뻔뻔하게 행동하기는 했지만 사실 조금 전 시후가 한 말은 흠잡을 구석이 없었다. 왜냐하면 애초에 오늘 이 모든 상황은 자신이 직접 초래한 일이었기 때문이다. 홍원산을 부른 것도, 자신이었고, 자신을 때린 것도 시후가 아닌 홍원산이었다. 게다가 자신의 회사를 매각하는 것 역시 자신과 홍원산 사이의 문제일 뿐, 시후와는 관계가 없는 일이었다.다시 말해, 오늘 이 고비를 넘기고 나서 후회하여 경찰에게 개입을 요청한다고 하더라도 시후를 잡을 수는 없을 것이고, 오직 홍원산 만을 체포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홍원산은 수천 명의 부하를 거느린 거물이었다. 그러니 그와 적이 된다면, 자신은 그야말로 죽음 밖에 남지 않는 셈이지 않
"예?" 유가휘는 시후의 질문에 순간 깜짝 놀라 무의식적으로 말했다. "그냥... 그냥 목숨만이라도 살려달라는 뜻입니다... 두 다리를 부러뜨려도 괜찮으니 말입니다..."시후는 코웃음을 치며 양주성을 바라보았다. 그러고는 말했다. "좋아, 직접 말해 봐. 내가 어떻게 목숨을 살려주길 바라나?"양주성은 망설임 없이 외쳤다. "이 개 같은 목숨이라도 살려주십시오! 제발, 은 선생님! 제 개 같은 목숨만이라도 살려주십시오!"시후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좋아, 회장님도 널 위해 나서주셨으니, 네가 원하는 대로 ‘개 같은 목숨’을 남겨줄 방법을 하나 제시해주지. 불가능한 건 아닐 거야. 지금 내가 기분이 좋으니 해결책을 알려주지." 이렇게 말한 시후는 덧붙여 말했다. "잘 들어. 이건 단 하나뿐인 해결책이다. 네가 받아들이면 이 일은 여기서 끝내겠지만, 거절한다면 모든 걸 홍원산이 알아서 처리할 거다.”양주성은 깜짝 놀라며 기쁨이 밀려왔다. 그는 급히 말했다. "선생님, 무조건 받아들이겠습니다!"그러나 시후는 손을 흔들며 태연하게 말했다. "섣불리 대답하지 마. 내 말을 다 듣고 난 뒤에 다시 결정하라고."양주성은 긴장하며 말했다. "부디 말씀하십시오!"시후는 그를 한 번 쳐다보더니, 홍원산을 가리키며 말했다. "지금 당장 문서를 작성해. 당신의 엔터테인먼트 회사를 단돈 1만 홍콩 달러에 홍원산에게 넘긴다고 말이야. 그리고 앞으로 다시는 연예계에 발을 들여놓지 않겠다고.""뭐라고요?!" 양주성은 즉시 무너져 내리며 외쳤다. "그건 내 반평생의 피땀 어린 결실입니다!"시후는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그래서 거절하겠다는 거야?"이때 유가휘가 다급하게 나섰다. "양 대표, 지금 죽게 생겼는데도 그까짓 재산이 그렇게 중요해? 은 선생님은 네가 가진 모든 걸 빼앗겠다는 것도 아니잖아. 그저 엔터테인먼트 회사 하나만 넘기면 되는 거라고! 도대체 뭐가 그렇게 고민이야?"시후는 유가휘를 바라보며 매우 진지하게 말했다. "회장님, 조금 전
시후는 냉소하며 말했다. "그가 이곳에서 나에게 그렇게 잘난 척을 해댔는데, 내가 그냥 봐주면 내가 어떻게 얼굴을 들고 다닐 수 있겠습니까?”유가휘는 급히 말했다. "은 비서님.... 제 말은 그저 그를 완전히 용서해 달라는 것이 아닙니다. 다만, 처벌 방식을 조금 바꿔 주셔서 최소한 목숨만 살려주셨으면 해서...."양주성도 황급히 고개를 끄덕이며 애원했다. "그렇습니다, 선생님! 제발 제 목숨만 살려주십시오! 그럼, 뭐든 선생님께서 시키는 대로 하겠습니다....!" 그러면서 그는 다급하게 덧붙였다. "선생님, 제가 원하시면 얼마든지 돈으로 사죄하겠습니다! 얼마를 원하시든 말씀만 하십시오!"시후는 비웃으며 말했다. "내가 당신을 얕보는 건 아닌데, 솔직히 말해서 관대한 처분을 바라며 그에 대한 대가로 돈을 주려는 사람들이 많지만.. 당신 수준은 나에게 조건을 걸 만한 깜냥이 안 돼." 그런 뒤 시후는 경멸스러운 목소리로 물었다. "회사 시가총액이 얼마지?"양주성은 머뭇거리며 대답했다. "대략 30억 홍콩 달러 정도입니다...."시후는 비웃으며 말했다. "미국 달러로 환산해 봐야 겨우 4억 달러 남짓이군. 솔직히 말해서, 그건 먼지 정도로 적어. 게다가 당신의 전 재산을 다 합쳐 봐야 10억 달러가 최대일 텐데, 홍원산에게 물어봐. 어제 장운추가 나에게 용서를 받기 위해 어떤 조건을 걸었는지.""장운추?!" 양주성은 경악하며 홍원산을 바라보았다.홍원산은 우월한 태도로 말했다. "잘 들어라, 양주성. 어제 장운추는 은 선생님께 용서를 구하기 위해 앞으로 10년 동안 총 100억 달러를 지불하기로 약속했다!""10년 동안 100억?! 그것도 미국 달러로?!" 양주성은 입을 떡 벌리고 경악했다. 그는 본능적으로 반박했다. "아니, 장운추도 총 자산이 100억 달러 남짓일 텐데.... 그가 어떻게 그런 거액을 내겠다고 약속했단 말이야....?"“짜악!” 홍원산은 양주성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양주성의 뺨을 후려쳤다.양주성은 눈앞이 번쩍
양주성이 눈물을 흘리며 애원하는 모습을 보자, 홍원산의 얼굴에는 극도로 혐오스럽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러나 그의 속은 이미 기쁨으로 가득 차 있었다. ‘아무래도 오늘 이곳에 온 건 옳은 선택이었다! 이 일로 인해 은 선생님이 나를 보는 시선이 틀림없이 한층 더 좋아질 거야!’ 그는 내심 흡족해하며, 더욱 적극적으로 충성심을 드러내고 싶었다. 그래서 그는 양주성을 발로 짓누르며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양주성, 네가 은 선생님을 화나게 만든 것은 나를 건드린 것보다 백 배는 더 심각한 일이다. 내가 이렇게까지 하는 걸 원망하지 마라. 누군가를 비난하고 싶다면 건드려서는 안 될 사람을 건드린 네 놈 자신을 원망하라고!”양주성은 거의 멘붕 상태에 빠졌다. 그는 시후가 대체 어디서 온 것인지 그리고 홍원산이 어째서 단 1초의 망설임도 없이 자신을 배신하고 죽이려 드는 건지 알 수 없었다. 게다가 그는 홍원산이 어떤 인물인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홍원산은 매우 잔인하고 무자비한 인간이었다. 그렇기에 그가 ‘죽이겠다’라고 말하면, 그것은 절대 허언이 아닐 가능성이 컸다! 이런 생각이 머릿속을 스치는 순간, 양주성은 즉시 시후를 향해 눈물을 흘리며 필사적으로 애원했다. "선생님! 제가 눈이 멀어 감히 당신을 건드렸습니다.... 제발 살려주십시오....!"그러나 시후는 태연하게 손을 저으며 말했다. "조금 전에는 이런 기세로 말하지 않았잖아? 이제 와서 꼬리를 내리는 건 너무 늦었다고 생각하지 않나?"양주성은 울먹이며 말했다. "선생님! 제가 그때는 눈이 멀었습니다.... 그래도 지금이라도 정신을 차렸으니, 부디 한 번만 용서해 주십시오....!" 그러자 시후는 무표정한 얼굴로 담담하게 말했다. "난 강한 상대에게는 존경을 보내지만, 약한 상대에게는 관심이 별로 없어.. 차라리 당신이 끝까지 그 강력한 기세를 유지했다면 사내답다고 생각했을 텐데, 이렇게 쉽게 무너질 줄은 몰랐어. 꽤나 실망스럽군." 이렇게 말한 그는 홍원산을 향해 고개를 돌리며
양주성은 고통에 비명을 지르며 몸부림쳤지만, 홍원산은 아랑곳하지 않고 그의 가슴팍을 세게 짓밟으며 사나운 목소리로 소리쳤다. "양주성! 네가 정말 간이 배 밖으로 나왔구나! 은 선생님은 나에게 있어 다시 두 번째 부모님과도 같은 분이야! 그런데 네가 감히 나더러 이분을 상대하라고?! 이게 죽고 싶어하는 게 아니면 대체 뭐야?!"양주성은 온몸이 극심한 고통에 휩싸였고, 정신이 아득해졌다. 그는 아무리 머리를 굴려보아도, 어떻게 상황이 이렇게 전개될 수 있는지 상상할 수 없었다. 그래서 그는 당황하여 속으로 급하게 생각했다. '이게 어떻게 된 거야?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거지? 이 은 비서라는 놈이, 그냥 해운 회사의 비서가 아니었나? 유가휘 이 자식이 은 비서라는 모을 치켜세우는 건 이해할 수 있어. 그저 한 푼이라도 더 벌려고 줄을 잘 서고 싶은 거겠지. 하지만 홍원산은 왜 저렇게까지 하는 거야?! 게다가 지금 무서울 게 없다는 듯 날뛰는 저 인간이, 겨우 20대 청년을 앞에 두고 자신의 은인이라고 말하기까지 하다니! 대체 저놈의 정체가 뭐길래?!'이렇게 생각한 그는 눈물을 흘리며 애원했다. "홍 대표님! 뭔가 분명 오해가 있는 것 같습니다! 우리는 오랫동안 알고 지냈고, 함께 일해 온 사이가 아닙니까! 그러니 아무리 무슨 일이 있어도 날 이렇게 대하시면 안 되죠! 이건 형제끼리 목에 칼을 겨누는 거나 다름없습니다!""이런 망할!” 홍원산은 욕설을 한 마디 내뱉은 뒤 다시 한 번 거세게 양주성을 짓밟았고, 그의 갈비뼈를 몇 개 부러뜨려 버렸다. 그리고 홍원산이 냉랭하게 소리쳤다. “양주성, 내가 경고하는데 여기서 나와 친목질 하려 들지 마! 나는 이제 더 이상 과거의 홍원산이 아니다! 지금의 홍원산은 너 같은 쓰레기와는 어울리지 않는다 이 말이야! 그리고 이 모든 건 내게 옳은 길을 제시하는 등대와 같은 은 선생님 덕분이다! 그렇지 않았다면 나는 너 같은 놈들과 아직도 어울리고 있겠지!” 그런 뒤 홍원산은 시후를 향해 공손하게 허리를 굽히
이때 양주성은 자신감 넘치게 안경을 정리하며, 무의식적으로 몇 걸음 앞으로 나왔다. 그는 홍원산이 도착하면 오늘 자신은 이미 승리를 확신한다고 생각했다. 남은 일은 은 비서라는 이 자식을 어떻게 고문하여 자신의 분노를 풀 것인가 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그는 시후가 여전히 매우 여유롭게 소파에 앉아 있는 것에 조금 놀랐다. 시후는 전혀 긴장하지 않는 모습이었다. 그리고 옆에 서 있던 유가휘는 아예 소파에 앉아 있었다. 그는 진심으로 양주성을 도와주고 싶었으나, 양주성은 절벽으로 떨어지려는 걸 깨닫지 못하고 있었다. 자신은 필사적으로 그를 붙잡고 끌어 올리려고 했지만, 양주성은 칼을 휘둘러서 자기 손을 자르려 했다. 그래서 결국 유가휘는 그의 손을 놓을 수밖에 없었고, 이제 더 이상 방법이 없었다.곧, 홍원산은 열 명이 넘는 부하를 거느리고 위풍당당하게 사무실로 들어왔다. 문이 열리자, 홍원산은 두꺼운 마스크를 쓰고 있었고 이 모습에 양주성은 약간 놀랐지만, 그는 그가 바로 홍문의 두목임을 한눈에 알아봤다. 그래서 그는 바로 다가가며 공손하게 인사했다. “홍 대표님, 드디어 오셨군요!”홍원산은 그를 한번 쳐다본 뒤, 큰소리로 외쳤다. “누가 감히 은 선생님께 무례한 짓을 한 거야?!”양주성은 너무 흥분해서 잠시 반응하지 못했고, 무의식적으로 시후의 뒤통수를 가리키며 크게 말했다. “홍 대표님, 바로! 이! 놈! 입니다!” 말을 마친 뒤, 갑자기 그의 뇌가 잠시 정지했다. 그리고 그는 당황한 듯 홍원산을 보며 물었다. “홍 대표님, 방금 뭐라고 하셨죠? 은... 은 선생님이라고요...?!”그때, 시후는 자리에서 일어나 홍원산을 바라보고는 미소 지으며 말했다. “홍 대표님, 또 뵙네요.”홍원산은 시후를 보고 두 다리가 떨리며, 그 순간 무릎을 꿇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그에게 시후는 너무나도 두려운 인물이라, 오늘 상황이 무슨 이유에서든 자신이 먼저 무릎을 꿇는 게 낫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는 반쯤 정신을 차리고 속으로 생각했다.
설수아는 눈물을 계속해서 흘리며 목이 메어 말했다. “그리고 계약을 해지하려면, 20배의 위약금을 지불해야 한다고 하셨어요. 전 그만큼 돈이 없어서, 어쩔 수 없이 양 대표님의 말에 따를 수밖에 없었어요....”시후는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 “왜 그 100만 홍콩 달러가 필요했죠? 무슨 문제가 있었던 건가?”설수아는 고개를 끄덕이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저는 계속 공부를 하고 싶었어요. 그런데 집안에 문제가 생겨서, 빚이 많이 생겼고 저는 더 이상 학비를 낼 수 없게 되었어요....” 그녀는 잠시 말을 멈추고 이어서 말했다. “원래는 졸업 후 바로 일을 구해 부모님을 도와 빚을 갚으려고 했어요. 그런데 도쿄 거리에서 양 대표님을 만나게 됐고, 양 대표님이 저를 가수로 키워주겠다고 제안을 하셨어요. 그리고 양 대표님은 계약금으로 100만 홍콩 달러를 주겠다고 약속했어요. 그 돈이면 집안의 문제를 조금이나마 해결할 수 있어서, 저는 계약을 했고요....”시후는 계속해서 물었다. “그가 당신과 10년 전속 계약을 했고, 100만 홍콩 달러만 준 건가요?”설수아는 급히 대답했다. “네.... 저에게는 100만 홍콩 달러가 정말 큰 돈이었어요.... 당시엔 다른 선택지가 없었거든요....”시후는 고개를 끄덕이며 물었다. “만약 위약금이나 집안의 빚 같은 것들을 생각하지 않았다면, 당신은 스타가 되고 싶었나요 아니면 계속 공부를 하고 싶었나요?”설수아는 본능적으로 대답했다. “저는 공부를 계속하고 싶었어요.... 음악을 좋아하기는 하지만, 스타가 되고 싶었던 건 아니거든요. 그리고 계약을 한 뒤에 이 업계의 여러 가지 어두운 면들을 알게 되었고, 알려지지 않은 내부 사정을 많이 알게 되었어요. 그래서 저는 그들과 같은 길을 걷는 게 무섭고 힘들었어요. 기회가 있다면, 다시 학교로 돌아가고 싶어요....” 그녀는 눈물을 계속해서 흘리며 말했다. “사실, 저는 도쿄대학교 석사 과정에 합격했었어요. 그런데.... 상황이 여의치 않아서 학업을 계속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