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는 부들부들 떨며 몸을 웅크렸다. 그녀는 남자에게 맞을 거라고 생각해 눈을 꼭 감았지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당황한 그녀는 살짝 눈을 떠 보았다. 쓸모없는 인간이라 무시해왔던 사위 시후가 남자의 손목을 붙들고 있었다!‘이럴 수가....!’그녀는 지금 눈앞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을 보고도 믿기지 않았다. 은시후가 이렇게 용감하던 애였던가?이화룡도 이런 할망구를 위해 자신에게 대들었다는 사실을 믿을 수 없었다. 그는 차갑게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했다. "넌 뭐야? 죽으려고 환장했어?"시후는 희미하게 웃었다. "당신이 이화룡이군요? 저 인간은 어떻게 해도 상관없지만, 내 장모님은 건드리지 마세요!"이화룡의 얼굴이 한층 드리워졌다. "이 늙은 아줌마가 네 장모야? 네가 뭔데 나한테 이래라저래라 명령이야?"시후의 말에 이화룡은 발끈했다.지금까지 그는 많은 사람들에게 경외의 존재였다.그런데 로이드 그룹에서 왔다는 임하성이라는 바보가 자기한테 큰소리를 치더니, 노망난 할망구가 따라와서는 헛소리를 지껄였다.그리고 이번에는 한 애송이가 갑자기 나타나서 자신에게 명령했다! 정말이지 이 이화룡을, 유성파 보스 이화룡을 물로 본 건가? 그는 분노로 시뻘게진 얼굴로 부하들에게 소리쳤다. "이 씹새끼들 전부 조져버려!"시후는 얼굴에 희미한 미소를 띄우며 말했다. "그렇게 서두르지 마세요. 잠깐 전화 한 통 할게요!"그는 전화기를 꺼내 들어 샹그릴라 호텔 대표 안세진에게 전화를 걸었다.전화를 받은 남자는 공손히 말했다. "도련님, 무슨 일 있으신가요?"시후는 태연하게 "혹시, 이화룡이라고 하는 사람을 아나요? 유성파 이화룡."안 대표는 살짝 쿡쿡대며 웃으며 말했다. "아~ 이화룡이라면 잘 알죠. 유성파 이화룡이라고 하면 다들 호들갑 떨지만, 사실 동네 깡패에 불과하죠.""제가 LCS 그룹에서 일하는 걸 알고 환심을 사려고 식사를 대접하겠다느니 뭐라느니 여러 번 연락 왔죠. 전부 무시했지만요. 도련님도 이화룡을 아시나
그의 성난 목소리가 이화룡의 귓가에 울려 퍼졌고, 바로 이 목소리의 주인공이 자신이 잘 보이려고 계속 연락을 했던 안세진이라는 것을 알아챘다.지금 안세진이 '도련님'이라고 했나?내 앞에 있는 이 남자가?!게다가 지금 두 딸이라고 했다. 내 뒷조사를 한 건가?안세진은 은씨 일가의 LCS 그룹의 대변인과 같은 존재이자, 전국구 조직 칠성파와 국내외 조직들과도 깊은 연이 있는 사람이었다. 이 사람이 맘만 먹으면 유성파 정도 박살 내는 건 식은 죽 먹기였다.이화룡은 갑작스러운 안세진의 등장에 당황했다. "아니... 안 대표님, 진정하세요. 뭔가 오해가 있었나 본데 전 도련님하고...""닥쳐!” 안세진이 소리쳤다. "우리 도련님의 정체는 극비야. 조금이라도 누설하면 너희 조직이고 가족들이고.... 알겠지? "죄송합니다! 안 대표님, 정말 죄송합니다! 말씀하신 대로 처리하겠습니다...!" 이화룡은 허공에 연신 고개를 숙이며 외쳤다.지금 제대로 지뢰를 밟았다. 샹그릴라의 안세진만 해도 문제인데 LCS 그룹까지 건드리는 건 대형사고, 아니 대참사다.그런데 지금 LCS 그룹의 어린 주인을 불쾌하게 했다.이화룡은 머릿속으로 상황을 정리하고 시후에게 시선을 돌려 더듬거리며 말했다. "저.. 저 선생님. 정말 죄송합니다. 제가 선생님의 장모님인 줄을 몰라보고... 죄송했습니다! 한 번만 봐주십시오!" 그리고는 허리를 90도로 숙여 사과했다.유성파 보스가 시후에게 고개를 푹 숙여 사과하다니... 그 모습을 지켜보던 사람들은 충격에 휩싸였다.로이드 그룹조차 찍소리도 못하게 만들었던 유성파 이화룡을 고개 숙이게 만든 이 젊은이의 정체가 뭐지?그의 부하들도 충격에서 헤어나오지 못했다.절대로 남에게 지지 않았던 자신들의 보스가 저렇게 고개 숙이다니...사실 시후는 딱히 이화룡이나 그 주변인들에게 물리적 위해를 가할 의도는 없었다.솔직히 말해서 시후는 항상 사람을 무시하고 깔보던 장모가 벌벌 떠는 모습을 보고 조금은 고소하다는 생각
장모 윤우선은 박 사장의 말을 듣고도 믿기지 않았다. 그녀의 돈은 7,200만 원에서 순식간에 1억 5천만 원으로 뻥튀기 되었다!그녀는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정말로? 정말 1억 5천만 원을 주겠다고요?"사장 박동호은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이고 말고요! 자, 받으세요!""세~상에~! 어머~ 어떡해~!!" 윤우선은 흥분해서 소리를 질렀다.윤우선이 약속한 돈에 플러스알파로 돈을 더 돌려받은 걸 본 사람들은 초조해져서 발을 동동 구르고 있었다. 그들은 윤우선이 돈을 돌려받았으니, 당연히 자신들의 돈도 똑같이 돌려받아야 한다고 생각했다.그래서 누군가 나서서 말했다. "사장님, 우리 돈은요?"박동호 사장은 짜증스러운 표정으로 이화룡을 획 돌아봤다.이화룡은 자신이 챙긴 돈을 모두 내주게 되어 침통했지만, LCS 그룹과 안세진에게 맞서는 건 무모했다. "그냥 환불해줘! 전부! 다 선생님을 위해서 돌려주는 거니까!"사람들은 환호했다.그때 시후가 차가운 목소리가 들렸다. "날 위해서라니 무슨 말이지? 난 이 사람들하고 아무 상관없어. 지금 나한테 은혜를 베풀기라도 하겠다는 거야?"이화룡은 펄쩍 뛰었다. "선생님, 무슨 말씀이세요? 죄송하지만, 지금 이해가 안 돼서...""내 말은 이 사람들의 돈은 나랑 아무 상관이 없다는 거야. 당신이 이 사람들의 돈을 돌려주겠다면 굳이 말리지 않겠지만, '나를 위해서' 돈을 돌려준다는 식으로 말한다면 나를 적으로 돌리게 될 거야."이 노인네들이 방금 전까지 만해도 윤우선의 편을 들고 자신을 조롱했는데, 이제 와서 그가 그들이 돈을 돌려받는 걸 도와줘야 할 의무는 없지 않은가?반대로 그가 단순히 그들의 돈을 돌려받는 걸 안 도와주는 게 아니라, 이화룡이 이 노인들에게 돈을 돌려주는 것은 그의 의지에 반하는 것이라는 것이라 못을 박았다! 물론 이화룡은 그의 말의 속뜻을 이해했다.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네, 알겠습니다!"그는 박 사장을 향해 외쳤다. "선생님의 장모님 돈만 돌려드리
시후는 그를 차갑게 노려보며 나지막이 말했다. "넌 아무런 문제도, 상관도 없는 날 사람들 앞에서 그렇게 무시해 놓고, 이제 와서 도와달라고? 꿈 깨.""시후 씨, 진심으로 사과할게요! 제발, 제발 좀 도와줘요!!"시후의 일그러진 얼굴을 본 이화룡이 서둘러 부하들에게 소리쳤다. "이 바보 새끼들이 뭐 하고 있어! 당장 손봐주지 않고!"보스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부하들은 임하성의 둘러싸고 마구 패기 시작했다.임하성이 고통에 비명을 질렀지만, 남자들은 멈출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이화룡은 시후를 향해 고개를 돌려 이를 드러내며 씨익 웃었다. "저희 애들 솜씨가 맘에 드시나요?"시후는 태연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아주 좋네요. 자, 그럼 전 이만 가보겠습니다."밖으로 나가려는 시후에게 이화룡이 정중하게 명함을 건네며 말했다. "제 연락처입니다. 문제가 생기시면 언제든지 연락 주십시오. 전화 한 통만 주시면 언제든지 달려가겠습니다."시후는 고개를 살짝 끄덕이고는 명함을 지갑에 넣었다. 그러고 나서 그는 장모 윤우선에게 돌아서서 말했다. "장모님, 시간이 늦었네요! 어서 집에 돌아갑시다." 오늘 일어난 일련의 사건들에 얼떨떨했지만, 가방 속 1억 5천만 원을 생각하면 얼굴에서 미소가 떠나지 않았다. 사위를 바라보는 그녀의 눈빛에 꿀이 떨어졌다. 우리 사위는 정말 대단해! 최고야! 시후는 돈이 든 007가방을 들고 장모와 함께 떠나려는데 사람들이 시후 앞에 몰려들었다. "우선이네 사위같이 똑똑하고 능력 있는 사람 처음 봤어!""맞아, 맞아! 똑똑한 데다 잘생긴 것 좀 봐. 우리 사위는 우선이네 사위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 정말~""그래서 말인데… 혹시 엑셀증권 사장님이랑 다시 좀 얘기해서, 우리 돈을 돌려줄 수 있는지 물어봐 줄 수 없을까? 그 돈, 힘들게 번 우리 전 재산이거든..."시후는 짜증이 솟구쳐 올라 얼굴을 찡그렸다. "제가 왜 도와드려야 하죠? 사람을 개무시할 땐 언제고. 여러분 아들, 사위한테 가서 도와
장모의 문제를 해결한 후, 시후는 윤우선과 헤어졌다. 시후가 집으로 간 사이, 크리스마스 선물 꾸러미를 받은 아이처럼 행복한 표정으로 가방을 껴안은 장모 윤우선은 돈을 입금하러 은행으로 향했다.현관문을 들어서자마자 유나의 구두가 있는 걸 보고 곧장 방으로 갔다. 방에 들어가자 놀라움과 기쁨에 흥분한 아내가 전화를 끊는 것이 보였다."유나 씨, 누구 전화였어요?"유나는 방방 뛰며 소리 질렀다. "베프 여빈이! 권여빈 기억해요?""아~ 기억나요." 시후는 고개를 끄덕이며 "같은 중고등학교 다니고 제일 친했죠. 제 기억이 맞다면... 네오플램 그룹 외동딸이었죠, 아마?""맞아요!"시후는 웃으며 물었다. "그래서 한국에는 여행 차 돌아오는 건가요?""아뇨! 한국에 취직해서 돌아오는 거래요!""여빈 씨가 미국에서 대학원을 다니고 있다고 들었는데, 외국에서 취직하지 않고..."유나는 어깨를 으쓱했다. "자세한 건 저도 잘 모르는데, 엠그란드 그룹에서 일하게 됐다고 했어요.""부모님 회사에 안 들어가고요?"시후는 고개를 끄덕였지만, 그의 머릿속에 문득 어떤 생각이 떠올랐다. 네오플램 그룹은 LCS 그룹만큼은 아니지만 세계적인 대기업 중 하나다. 네오플램이 아니라 굳이 엠그란드 그룹에 일하러 한국에 돌아올 이유가 없어 보였다.'흠... 뭔가 다른 의도가 있는 건가?'그녀의 갑작스런 귀국 소식에 의심을 지울 수 없었던 시후는, 권여빈이 엠그란드 그룹에 들어오기를 기다렸다 이태리 부회장을 시켜 그녀의 배경과 입사 동기를 조사하라고 해야겠다고 생각했다.그때 유나가 목을 매만지며 우물쭈물 말했다. "저… 시후 씨, 내일 엠그란드 그룹이랑 미팅이 있어서 여빈이 마중을 못 갈 것 같은데… 혹시 시후 씨가 저 대신 여빈이 마중 가서, 점심 좀 사 줄 수 있을까요?"시후는 고개를 끄덕였다. "알았어요. 그럼 제가 내일 공항에 나가 볼게요.""돈은 신경 쓰지 말고 좋은 곳에 데려가 주세요! 이 카드로..."그녀가 지갑을 꺼내
시후는 이태리 부회장에게 권여빈의 동향에 주시하고 수상한 움직임이 있으면 즉시 보고하도록 지시했다.이 부회장과 이야기를 나눈 뒤, 시후는 여빈을 마중하러 택시를 타고 인천공항으로 향했다.인천국제공항 1터미널에 도착한 시후는 택시에서 내려 입국장으로 가려는데 벤츠 S클래스가 급브레이크를 밟으며 그의 앞에서 멈춰 섰다.멈춰선 차를 쳐다보자 차의 조수석 쪽 창문이 내려갔다. “네가 왜 여기 있는데?"라며 유나의 사촌오빠인 김혜준은 얼굴을 잔뜩 찌푸리며 말했다."전 유나 씨의 친구를 데리러 왔는데, 혜준 씨야말로 왜 여기 있는 거죠?"시후도 차 안에 있는 낯익은 얼굴들을 보니 저절로 눈살이 찌푸려졌다. 김혜준 말고도 임현우와 김혜빈도 있었다."설마 여빈 씨를 말하는 거야? 여빈 씨를 만나기로 한 건 우리라고, 넌 꺼져.""댁이나 꺼지세요." 시후는 코웃음 치며 말했다.시후는 그들을 무시하고 바로 공항 도착장으로 발걸음을 옮겼다.혜준은 얼굴이 시뻘개져서는 소리 지르려는 걸 여동생 혜빈이 말렸다. "여빈이가 곧 나올 거니까 오빠가 참아. 할머니께서 여빈이한테 좋은 인상 남기라고 신신당부했잖아. 둘이 잘 돼서 결혼하면 집안에서 오빠의 주가가 단번에 오를 거라고! 저런 루저는 그냥 내버려둬."혜빈이 만류하지 않았더라면 그가 여기에 온 이유를 완전히 잊을 뻔했다.사실 권여빈을 마중 나온 건 둘째고, 그가 오늘 공항까지 나온 이유는 그녀에게 이성으로서 좋은 인상을 남기는 것이었다.권여빈의 부친이 경영 중인 네오플램은 국내에서 손꼽히는 대기업 중 하나이다. 만약 혜준이 그녀와 결혼한다면 WS 그룹은 크게 성장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었다.그래서 일단 그는 시후에게 욕을 퍼붓고 싶은 마음을 꾹 참고, 서둘러 주차한 뒤 입국장으로 달려갔다.그 때 입국장 문이 열렸다. 입국장을 나서는 사람들 사이로 모델처럼 키가 크고 늘씬한 젊은 여성 한 명이 눈에 띄었다. 찰랑거리는 긴 검정 생머리에 스키니 진을 입어 늘씬한 각선미와 얇은 허
혜준도 헤븐 스프링스에 VIP룸으로 예약해 뒀다는 말에 시후는 조금 놀랐다.이런 우연이 다 있나. 이화룡이 분명 헤븐 스프링스를 자기가 소유하고 있다고 했지? 당연히 제일 좋은 자리로 준비해 두었다고 했었지?한편 임현우가 놀라며 말했다. "이야~ 김혜준, 요즘 거기 인기가 많아서 몇 달치 예약이 꽉 차 있다고 들었는데 어떻게 예약한 거야?""솔직히 VVIP룸 예약하는 건 힘들지만 VIP룸 정도는 간단하지." 혜준이 의기양양하게 웃었다.사실 신옥희 회장도 VIP룸으로 예약하기 위해서 지인들에게 부탁해야 했다. 여빈은 미국에 있을 때도 헤븐 스프링스에 대한 얘기를 들은 적이 있었기에 당황하며 말했다. "우리 사이에 그렇게 비싼 데 갈 필요 없어!" 혜준은 수줍어하며 "다른 사람도 아니고... 여빈이, 네가 온다는데 어떻게 아무 데나 갈 수 있겠어?"그러고 나서 그는 시후를 향해 돌아서서 물었다. "은시후, 그래서 네가 예약한 레스토랑이 어디야?"시후는 담담하게 말했다. "그것참 우연이네요. 저도 헤븐 스프링스에 예약해 뒀는데.""하하핫!" 혜준이 소리 내서 크게 웃었다. "은시후, 그렇게 생각 없이 떠벌리면 나중에 뒷감당은 어떻게 하려고 그래? 헤븐 스프링스 홀 테이블에도 예약을 못 할 것 같구먼 헛소리 작작해!"시후는 싱긋 웃었다. "내가 어디 레스토랑을 예약하든 당신이랑 무슨 상관이 있지? 혜준 씨는 저녁 식사에 초대하지 않았으니까 신경 꺼요."혜준은 "칫! 너 같은 건 평생 헤븐 스프링스 구경도 못 해볼 거니까!"라고 말하며 콧방귀를 뀌었다. 두 사람의 대화를 듣고 있던 여빈은 시후가 무시당하는 걸 차마 더는 듣고만 있을 수 없었다.여빈은 시후가 유나네 가족들한테 어떤 대접을 받고 있는지 잘 알고 있었다. 그리고 시후의 가정사도 어느 정도 알고 있었기에 그가 이런 고급 레스토랑을 예약했다는 건 비현실적이었다.그녀는 시후가 자존심 때문에 거짓말을 했다고 생각해, 나중에 시후가 망신을 당하지 않길 바랐기에 두 사
여빈은 어색하게 웃으며 물었다. "시후 씨도 여기에 예약했다고 하지 않았나요? 우리 자리는 어디죠?""사실 어떤 자리로 예약되었는지 몰라요. 조금 전에 레스토랑 오너한테 문자로 우리 자리가 어디인지 알려 달라고 물어봤어요. 답장이 왔는지 지금 확인해볼 테니까 잠시만 기다려줘요."혜준이 벌레라도 본듯한 표정으로 "거짓말 좀 작작해. 여기 사장이 누군지 알아? 서울지역을 장악하고 있는 유성파 보스라고! 그런데 그 사람 가게 앞에서 그런 헛소리를 해? 그 사람이 방금 말을 들었으면 넌 쥐도 새도 모르게 끌려가서 죽을 걸?"시후는 혜준이 떠드는 말은 무시하고 메시지를 확인해보았다. "VVIP룸으로 예약되어 있다네요."그의 말을 듣고 혜준이 웃음을 터트렸다. "하하하....! VVIP룸? 진짜 웃기네! 헤븐 스프링스에서 VVIP룸 쓸 수 있는 사람이 어떤 사람들인지 알아? 그런 사람이 한국에서 10명도 안 돼요! 그런데 너 같은 게 가당하기나 해?"여빈은 묵묵히 침묵을 지켰지만, 속으로는 시후가 변변한 직장도 없으면서 자신이 뭔가 대단한 사람인 걸로 착각하는 그런 한심한 인간이 되었을 거라고는 상상도 못 했다며 혀를 내두르고 있었다. 그녀는 시후가 능력도 돈도 없어서 답이 없는 사람이라고는 생각했지만, 그가 이렇게 허영에 찬 인간일 줄은 몰랐다. 완전히 실망했어. 내가 사람을 잘못 봤구나!시후는 그들의 비난에도 그저 미소 지었다. 그의 눈에는 그들이 속물스러운 바보들이었고, 그들의 수준에 맞춰 자신을 낮출 필요가 없었다.임현우도 혜준의 뒤를 이어 "우리 부모님도 VVIP룸 예약을 못하는 데 무슨 개소리야?""이런 인간은 우리랑 같이 VIP실에서 같이 먹을 자격 없어! 저녁은 혼자 많이 드세요." 뒤이어 혜빈이 말했다. 시후는 임현우를 보곤 입꼬리가 올라가는 걸 겨우 참았다. '등신 새끼, 너네 사촌을 두드려 팬 사람이 누군 줄 알고 여기까지 잘도 기어왔네?'그런 생각이 들면서 슬쩍 물어봤다. "현우 씨, 어제 사촌 분한테 무슨 안
이때, 병상에 누워 있던 중년 남성은 이미 숨이 거의 끊어질 정도로 미약한 상태였다. 할머니는 수술대 앞으로 달려가 오열하며 말했다. “얘야, 얘야 눈 좀 떠봐라, 엄마를 한 번만 봐 줄래? 엄마랑 한 마디만 해주면 안 되겠니...? 제발, 아이고 얘야...”하지만 그 중년 남성은 이미 생의 끝자락에 있었고, 숨소리조차 거의 멎어가고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어찌 어머니의 부름을 들을 수 있겠는가?시후는 이 할머니의 몸도 이미 매우 약해졌음을 느끼고, 서둘러 앞으로 다가가 조용히 말했다. “어르신, 지금 어르신 몸 상태도 많이 안 좋으십니다. 그러니 너무 슬퍼하지 마세요.” 시후는 속으로 알고 있었다. 자신이 가진 회춘단이나 거풍환 같은 약으로 이 남성을 살릴 수 있을 것이라는 걸. 하지만 그는 이런 약은 그 하나하나가 값을 매기기 어려울 정도로 귀중하며, 자신의 곁에 있는 사람들에게도 한 사람당 하나씩 나눠줄 수 있을 정도로 많지 않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그런 이유로, 시후는 쉽게 생면부지의 타인을 위해 이 약을 쓰고 싶지 않았다.시후의 생각으로는 조금은 냉정해 보일 수도 있지만, 이해 받을 수 있는 일이라고 느꼈다. 결과적으로 세상에는 고통받는 사람도, 죽어가는 사람도 너무나 많기 때문에 자신이 모든 사람을 다 구할 수는 없다. 지금 이 자리에서 이 어르신을 포함한 다른 이들을 구하는 것만으로도 이미 큰 공덕을 쌓은 셈일 것이었다. 그렇기에, 굳이 모든 비극에 마음을 쏟을 필요는 없다.그러나 할머니는 눈물을 뚝뚝 흘리며 울먹였다. “제 막내 아들이, 누가 좋다고 멕시코에 선원으로 간다고 하길래 나는 말렸지, 그래도 간다고 고집을 부리더니 결국 이렇게 됐어요... 내가 걱정돼서 같이 따라왔는데... 누가 이런 짓을 당할 줄 알았겠냐고......”그녀는 고개를 들어 시후를 바라보며 간절히 애원했다. “은 선생님, 제발... 제발 제 아들을 밖으로 옮겨만 주세요. 선생님이 뭘 해달라는 게 아닙니다. 그냥 구급차 한 대만 불러주세요. 못
이 순간 시후는 약간 망설이고 있었다. 그는 이 사람들의 다짐을 의심하는 것이 아니었다. 단지, 그는 만약 누군가가 오늘 이곳에서 벌어진 일의 흔적을 추적하려 들고, 그 흔적이 이들 일반인에게 닿기라도 한다면 상대가 반드시 이들로 하여금 입을 열게 할 수만 가지 방법을 가지고 있을 것이라는 걸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상대는 그들이 입을 열게 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자유롭고 거리낌 없이 말하도록 만들 것이다.시후는 아직 부모님의 원수조차 아직 갚지 못했고, 외가의 온 가족을 죽이려 했던 그 미스터리 조직에 대한 실마리도 아직 아무것도 찾지 못한 상황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어떤 경우에도 자신의 정체를 너무 일찍 드러낼 수는 없었다. 그래서 그는 철창 안에 있는 사람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여러분, 일단 제가 사람을 시켜 여러분을 먼저 이곳에서 데려 나가겠습니다. 제가 처리할 일이 끝나면, 여러분과 따로 얘기할 일이 있습니다. 그 후에 자유롭게 풀어 드리죠.”시후의 생각은, 모든 일이 끝난 후, 이들에게 영기를 사용해 오늘의 기억을 지운 뒤, 성도민에게 지시해 이들을 원래 있던 곳으로 돌려보내는 것이었다. 이렇게 하면, 설령 누가 이들을 찾아내 그동안의 행적을 캐내려 해도, 그들의 입에서는 시후에 대한 어떤 정보도 얻을 수 없게 될 것이다.바로 그때, 감옥 안에서 한 고령의 할머니가 목이 메인 채 시후에게 애원했다. “은 선생님... 부탁이 있습니다... 제 아들도 데리고 나가 주실 수 있을까요...?”시후는 그녀의 아들이 철창 안의 다른 사람 중 하나일 거라고 생각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걱정 마십시오. 이 안에 있는 모든 분들 전부 구해드릴 겁니다.”그러자 할머니는 눈물로 고개를 저으며, 떨리는 왼손을 철창 사이로 뻗었다. 그리고 맞은편 간이 수술실 안에 누워 있는 한 사람을 가리키며 울먹였다. “저 사람이 제 아들입니다... 저들은 얼마 전 제 아들의 간을 절반이나 도려내더니, 오늘은 신장 하나를 또 꺼냈어요... 이제는...
시후는 냉소를 지으며 말했다. “김미희, 네 두 아들의 자료는 이미 다 조사했어. 말한 대로 별로 똑똑하진 않더군. 아니, 좀 멍청하다고 해도 되겠던데. 하지만 괜찮아. 보니까 둘 다 살이 통통하게 올라서, 힘은 좀 쓸 것 같아 보였으니까. 지금 블랙 드래곤이 시리아에서 영구 주둔 기지를 짓고 있는데, 이런 단순무식하면서 체력 좋은 인재들이 아주 부족하거든. 그래서 두 놈이 딱 그 자리에 어울리던데.”김미희는 공포에 질려 큰 소리로 울부짖었고, 살려달라고 빌고 싶었다. 하지만 시후는 냉혹한 눈빛으로 노려보며 차갑게 말했다. “김미희, 지금 너희 아들 둘은 일단 살려둘 생각이다. 하지만 네가 여기서 계속 쓸데없는 소리로 내 심기를 건드린다면, 생각을 바꿀 수도 있어. 그러면 세 사람이 저승에서 다시 만났을 때 네 아들들이 너를 원망하게 된다고 하더라도 그건 다 네 책임이야.”이 말을 들은 김미희는 아무리 두렵고 억울해도 더 이상 헛소리를 하지 못했다. 결국 김미희는 죽는 것보단 살아남는 게 낫다는 진리를 아주 오래 전부터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아들들이 시리아로 끌려가더라도, 어느 날 조용히 죽임을 당하는 것보단 훨씬 나을 것이다.그래서 그녀는 자신의 팔을 들어, 자신의 뺨을 세게 후려쳤다. 그리고 급히 말했다. “다... 다 제 잘못입니다... 입을 함부로 놀린 제 잘못이죠... 선생님, 제발 저 같은 인간과 같은 수준이 되지 마세요...”시후는 더 이상 김미희와 말을 섞지 않고 대신 성도민을 불러 조용히 지시했다. “성도민 씨, 부하들을 시켜서, 화레이스 일당의 시체들을 전부 지상으로 옮기도록 하세요. 하나도 남기지 말고. 살아있는 놈들도 나중에 똑같이 처리하게 될 거니까.”“예!” 성도민은 즉시 고개를 끄덕였고, 이내 낮은 목소리로 시후에게 물었다. “은 선생님, 옆 감방에 아직 한국인들이 갇혀 있던데 어떻게 할까요?”시후는 주저하지 않고 말했다. “당연히 버려두면 안 되겠죠. 내가 시킨 일부터 먼저 처리하고, 그 사람들은 내가 직
시후의 말에, 김미희는 온몸이 부르르 떨렸다. 그녀는 시후를 뚫어져라 똑바로 쳐다보며, 마음속에서 가장 궁금했던 질문을 내뱉었다. “은시후, 너... 도대체 정체가 뭐야?!”이 자리엔 화레이스, 마윤걸을 비롯한 다른 이들도 있었고, 그들 또한 당혹스러운 얼굴로 시후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들 역시, 이 눈앞에 선 은시후라는 사람이 도대체 어떤 존재인지 너무나 궁금했던 것이다. 그러자 시후는 담담하게 미소 지으며 말했다. “내 정체를 알고 싶어하는 사람은 많지. 하지만 너희들은 그 중에서도 제일 수준 낮은 부류에 속해. 그래서, 굳이 내 정체를 알려줄 필요가 없을 것 같군. 하지만 너희가 알아야 할 건 딱 하나야. 블랙 드래곤 전체가 나에게 충성을 맹세했다는 사실... 그리고 이건 자랑이 아니라 경고다. 너희들이 죽은 뒤, 네 가족들도 그 대가를 치르게 만들 능력이 나에겐 충분히 있다는 거지!”바로 옆에서 성도민이 차갑게 덧붙였다. “은 선생님께서 한 마디만 하신다면, 너희들의 가족들은 그 어디로 숨는다 해도, 내가 반드시 끌고 올 것이다!”김미희는 시후를 마치 괴물이라도 되는 듯한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그제야 그녀는 비로소 깨달았다. 돈을 벌기 위해, 자신이 얼마나 어마어마한 존재를 적으로 돌렸는지를. 만약 시후가 블랙 드래곤을 쥐고 있는 것이라면, 자신의 두 아들을 시리아로 끌고 가는 건 고사하고, 집안을 몰살 시키는 것쯤은 식은 죽 먹기일 것이다!바로 그 순간, 김미희는 완전히 당황하고 말았다. 그녀는 평생 악행을 저질러 왔지만, 단 한 번도 악몽을 꾼 적은 없었다. 되돌릴 수 없는 길을 택한 그 순간부터, 그녀는 강인한 정신력으로 자신을 무장했다. 그리고 그녀는 이 모든 건 자손 대대로 잘 살게 하기 위한 것이며, 자신이 총살을 당하더라도 그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렇게 죽음도 두려워하지 않던 김미희는, 시후가 집요하게 그녀의 급소를 찔러오자 완전히 무너졌다.김미희는 집안에 위기가 닥쳤을 때 한 번 절망했었다. 하지만 서
이때, 시후는 갑자기 몸을 돌려 김미희를 흥미롭게 바라보며 웃으며 말했다. “‘이모님, 그럼 제 몸값은 여기서 얼마쯤 받을 수 있을까요?”김미희는 시후의 얼굴을 본 순간, 마치 하늘에서 정수리에 천둥이 내리 꽂히는 듯한 충격을 받았다! 그녀는 두 눈이 휘둥그레져 무의식 중에 외쳤다. “은... 시후?! 네가 어떻게 여기에 있어?!”시후는 어깨를 으쓱이며 미소 지었다. “난 당연히 널 찾으러 왔지. 네가 우리 장모님을 감옥에 처넣었잖아. 내 아내가 매일 울면서 장모님을 구해달라고 하는데, 내가 이 모든 일의 원흉인 널 그냥 둘 수 있겠어?”김미희는 냉소적인 말투로 대꾸했다. “뭐? 너 혼자서? 감히 멕시코까지 와서 나에게 복수하려고?” 김미희는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 “은시후, 여기가 어딘지 알아? 여긴 크레이지 화레이스의 본거지야! 여기서 매년 죽어 나가는 인간들이 수두룩하다고. 그리고 너도 여기 온 이상, 죽는 것밖에 남은 게 없을 거야!”시후는 흥미롭다는 듯 물었다. “크레이지 후아레스의 보스 이름이 혹시 후아레스인가?”김미희는 냉정하게 말했다. “당연하지! 우리 보스는 그 유명한 후아레스 님이다!”그러자 시후는 고개를 끄덕이며 성도민에게 눈짓을 보냈다. “성도민 씨, 끌고 와요.”“예!” 성도민은 곧 두 다리가 부러진 후아레스를 사람들 사이에서 질질 끌어왔다. 김미희는 그의 얼굴을 알아본 뒤, 그 자리에서 뒷걸음질치며 몇 걸음 물러났고 그만 뒤에 서 있던 서건희와 부딪혀 둘 다 엉덩방아를 찧고 말았다. 그녀는 깜짝 놀라 후아레스를 바라보며 다급히 물었다. “보... 보스...? 무슨 일이 있었던 거예요?!”그러자 후아레스는 이를 갈며 영어로 고함쳤다. “김미희! 이 개 같은 계집아! 널 죽여버리겠다!”시후는 그런 그를 발로 한 차례 걷어차며 차갑게 말했다. “내가 말하라고 했나?”후아레스는 바닥을 구르며 극심한 다리 통증에 이를 악물었지만, 시후 앞에서는 단 한 마디도 감히 내뱉지 못하고 얌전히 입을 다물었다.
나훈구의 성격을 말하자면, 그는 사실 비교적 노련하고 보수적인 지식인 스타일이었다. 다소 범생이 같은 타입이었던 것이다. 그는 지식인 특유의 고고한 자부심, 그리고 일부 전형적인 인물에게서만 나타나는 궁상맞을 정도로 고지식한 기질을 가지고 있었다. 이런 유형의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함부로 욕설을 하지 않지만, 욕을 하기 시작하면 그건 정말 참을 수 없는 지경에 몰렸을 때라고 할 수 있었다.지금 이 순간, 나훈구는 생명의 위협은 없지만, 마음속 깊은 곳에서는 김미희에 대한 증오를 도무지 억제할 수 없었다. 왜냐하면 이 여자는 자신을 가장 잔인한 방식으로 죽이려 했고, 자신은 그런 그녀를 은인이라 생각하고 고마워하며 따랐기 때문이다.그렇기에 지금 다시 마주한 그녀에게, 나훈구는 분노로 이를 악물며 말했다. “궁지에 몰린 도둑이라고? 뭘 믿고 그렇게 자만하는 거지? 듣자 하니 너희 집안이 다 털렸다며! 남편이랑 아들도 잡혔고, 네가 벌어온 더러운 돈도 다 동결됐다고 하던데! 수십 년의 노력이 물거품 된 기분 어때, 아주 괴롭지?”그 말을 들은 김미희는 충격에 눈이 휘둥그레졌다! 조금 전까지의 그 자신감과 냉소적인 태도는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대신 분노와 당혹감, 미친 듯한 표정이 얼굴에 가득했다. 그녀는 이를 악물고 나훈구를 노려보며 날카롭게 소리쳤다. “너 그거 어떻게 알았어?! 누가 말해준 거야?!”지금의 김미희는 단순히 화가 난 게 아니었다. 그보다 더한 건 충격이었다. 그녀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 나훈구 같은, 자기 신분조차 제대로 모르는 멍청이가 어떻게 자기 집안의 상황을 알 수 있는 것인가? 그녀는 속으로 당황하며 이렇게 생각했다. ‘우리 가족한테 일어난 일은, 우리랑 같이 이곳으로 온 그 차 안의 몇 명 빼곤 아무도 모를 텐데...? 게다가 모두 핸드폰도 버렸고, 외부와의 연락 수단 자체가 없었어. 같이 온 세 명이 설령 그걸 누군가에게 알리려 해도, 불가능했을 텐데. 그리고 설사 누가 어떻게든 정보를 퍼뜨렸다 해도, 하필 그걸 나훈
“맞아...” 이호량은 블랙 드래곤을 떠올리자 절망감에 사로잡혀, 기운 없는 목소리로 말했다. “보스는 이번에 블랙 드래곤이랑... 어떤 의미에선 완전히 접촉하게 된 셈이지...”김미희는 그 말을 듣고 바로 흥분하며 말했다. “좋네! 완전 잘 된 거네! 블랙 드래곤이랑 연결됐으면, 이제 뭘 더 걱정할 게 있겠어? 유럽이나 미국은 물론이고, 중동에서도 이제 우릴 건드릴 자가 없겠구나!” 그러면서도 그녀는 이호량의 풀이 죽은 듯한 기색을 보고, 아마 마윤걸이 사고를 쳐서 보스에게 혼난 것을 걱정하고 있을 뿐이라고 생각했다. 마윤걸은 어디까지나 이호량의 보호막 같은 존재였고, 만약 마윤걸이 진짜 보스에게 미움을 샀다면 이호량도 위험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었다.그래서 그녀는 웃으며 위로했다. “이호량, 너무 걱정 마. 형님이 보스를 얼마나 오래 따라다녔는데, 보스가 그를 쉽게 버리진 않을 거야.”이호량은 김미희를 바라보며, 힘없이 웃었다. “그랬으면 좋겠네...”김미희는 고개를 끄덕이며 웃더니, 문득 떠오른 듯 물었다. “맞다, 이호량. 그 나훈구는 도착했지? 나 요 며칠 외부와는 통 소통을 못 해서, 소식을 전혀 못 들었거든.”“도착했어...” 이호량은 김미희를 힐끗 보며, 냉소적으로 말했다. “나훈구가 비행기에서 한국인을 한 명 만났는데, 꽤나 말이 잘 통했는지 그 사람도 선원으로 일하고 싶다고 같이 데려 왔더라고. 그래서 형님에게 보고하고, 둘 다 공항에서 데려왔어.”김미희는 웃으며 말했다. “헐, 그런 행운도 있었어? 그냥 돈줄이 굴러들어온 거 아니야?”“돈줄...?” 이호량은 순간 멍해졌다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씁쓸히 웃었다. “그래... 돈줄이지... 너도 곧 직접 만나보면 알게 될 거다.”김미희는 대수롭지 않게 받아넘기며 말했다. “나훈구는 내가 꼬드겨서 오게 만든 거고, 네가 말한 그 청년도 나훈구가 데리고 온 거니까, 그 청년도 잘 써먹게 되면 수당 절반은 내가 또 받아야겠네~” 그러더니 김미희는 이호량을 보며 웃으
김미희가 탄 자동차가 막 마당 밖에 도착하자, 대문이 안쪽에서 열렸다. 그 안에서는 그들이 잘 아는 이호량과 두 명의 낯선 동양인 남성이 함께 나왔다.운전 중이던 민영건은 이호량을 보자마자 머리를 내밀고 반갑게 인사했다. “어이 이호량, 오랜만이다!”지금의 이호량은 사실상 강제로 김미희 일행을 맞이하러 나온 상황이었기에, 마치 영혼이 나간 듯 멍한 모습이었다. 그리고 심지어 반응 속도도 평소보다 한참 느렸다.민영건이 몇 초간 그를 부른 뒤 정신을 차리고, 억지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래... 오랜만이다...” 그러고는 민영건은 갑자기 뭔가 떠오른 듯, 서둘러 시후가 당부한 말을 전했다. “아 참, 보스가 안에서 화가 단단히 나셨다. 어서 내려가 봐.”민영건을 비롯한 일행은 긴장한 기색을 보였고, 조수석에 앉아 있던 김미희도 당황한 듯 보였다. 그녀는 민영건이 차를 멈추자마자 이호량에게 물었다. “보스가 왜 화가 난 거야? 우리 때문은 아니지?”이호량은 식은땀을 닦으며 대답했다. “너희들과는 상관없어... 형님이 사고를 쳤거든...”그 말을 들은 김미희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이런 절박한 범죄자들의 세계에서는 내가 죽는 것 보다 차라리 남이 죽는 게 낫다는 마인드가 기본이기 때문이었다. 평소 협력을 하던 관계라 해도 누가 사고를 치면 동정 따윈 없이 상대방을 버리는 것이 일반적인 일이었다. 그래서 그녀는 궁금한 듯 물었다. “뭘 어쨌는데? 무슨 사고를 쳤길래?”이호량은 그 말을 듣고 속으로 분노를 참지 못하고 욕을 내뱉었다. ‘이 모든 게 다 너 때문에 생긴 일이잖아! 그런데 지금 무슨 염치로 묻냐? 은시후의 장모를 해코지하지 않았다면, 우리가 지금 블랙 드래곤한테 이렇게 당했겠어? 오늘 여기서 죽는다면, 넌 진짜 죄의 근원이다!’ 하지만 블랙 드래곤 대원 두 사람이 곁에 있어 이호량은 감히 분노로 얼굴을 붉힐 수도 없었기 때문에 결국 억지로 평정을 유지하며 말했다. “말로 설명하긴 좀 어려워, 직접 내려가서 보면 알 거
시후는 웃으며 말했다. “지금의 그녀는 멕시코 말고는 숨을 곳이 없지! 김미희, 내가 드디어 널 기다려온 보람이 있구나!” 그는 곧바로 블랙 드래곤 대원에게 물었다. “외부 정리는 잘 되었나?”대원은 즉시 답했다. “은 선생님, 리더가 오기 전부터 이미 정리하고 있었습니다. 시신들은 전부 위층 빈 방으로 옮겼고, 대원들은 마당 안팎의 흙을 뒤집어 피의 흔적을 가리고 있습니다. 오늘 밤은 바람이 강해서 피 냄새도 금방 흩어질 겁니다.”“좋아.” 시후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차가 들어오면 바로 잡아서 내게 데려오도록.”대원은 공손히 고개를 숙이며 대답했다. “Yes, sir!”...같은 시각, 멕시코 마을 동쪽 입구.민영건이 차를 몰아 마을 입구로 들어서자, 김미희, 서건희, 그리고 민영건의 아내 역할을 하고 있는 손혜나 모두가 동시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네 사람은 며칠 동안 쉬지 않고 달려와 드디어 목적지에 도착했기 때문이다. 그동안 이 차는 주유나 식수 및 음식 구매를 하는 시간 외에는 거의 멈추지 않았다. 그들은 모두 미국 전역은 너무나도 위험했고, 가장 안전한 선택은 빠르게 멕시코에 도착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김미희는 멕시코에서 며칠 쉬면서 나훈구의 수술 건을 감독해야 한다고 판단했고, 미국 쪽 분위기가 잠잠해지면 다시 돌아갈 계획이었다.그때, 운전 중이던 민영건이 의아한 듯 말했다. “이모, 오늘 왜 이렇게 조용하죠?”김미희는 무심히 말했다. “지금 시간이 몇 시인데 그래.” 그리고는 기지개를 켜며 투덜거렸다. “어휴 이번 건만 끝나면, 난 평생 차를 안 타고 싶다...”김미희의 말에 민영건은 더 이상 신경을 쓰지 않고 익숙하게 차를 몰아 수술실 쪽으로 향했다. 그러나 수술실 근처에 다다르자, 그들은 갑작스레 이례적인 풍경을 보게 되었다. 수술실 앞에 차량들이 가득했고, 눈대중으로만 봐도 최소 수십 대는 되어 보였던 것이다.그러자 뒷좌석에 앉아 있던 서건희도 놀라며 말했다. “왜 이렇게 차가 많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