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후도 이때 홍라연을 발견했다. 슈퍼마켓 녹색 조끼를 입은 홍라연을 보자, 시후는 갑자기 피식 웃음이 나왔다. 왜냐하면 시후의 머릿속에 갑자기 홍라연이 막노동판에서 일할 때가 생각났기 때문이다. 그 때 당시 막노동판에서 홍라연에게 작업복을 줬는지는 알 수가 없고, 홍라연이 작업복을 입고 있었다고 하더라도 어떤 모습인지 알 수는 없기는 했지만 말이다.홍라연은 지금 너무나도 괴로웠다. 홍라연은 시후를 몹시 못마땅하게 여겼는데, 예전에 윤우선을 잡을 함정을 만들었는데 그것을 망친 장본인이 바로 시후이기 때문이다! 그 뿐만이 아니라, 최악인 것은 바로 시후가 모든 돈을 기부 단체에 기부하게 만든 뒤, 자신을 막노동판으로 보내 버렸다는 것이..! 막노동판에서의 시간을 생각하면 홍라연은 너무나도 괴로워서 죽고 싶었고, 분노만이 가득했다. ‘이 개 같은 자식!! 나를 막노동판에 보내지 않았으면, 지금 내가 이토록 괴롭지는 않았을 텐데!! 내가 그렇게 오랜 기간동안 많은 희생을 했지만 얻은 것이라고는 성병과 남의 아이라니..! 은시후가 아니었으면 내가 이렇게 비참하게 살고 있지 않을 텐데..!!’ 지금 홍라연은 이 사실을 생각하면 할 수록 화가 나서 이가 갈렸다. 그래서 홍라연은 시후가 물건을 사러 오는 것을 보고 즉시 차가운 표정으로 말했다. "계산대를 바꾸세요. 여기는 계산 안 합니다~”그러자 시후도 화를 내지 않고 미소를 지었다. “저기요.. 그건 좀 이상한 것 같은데요? 저희가 이렇게 오래 기다려서 이제야 차례가 왔는데.. 저희 앞에 있던 사람들은 다 계산을 했는데, 갑자기 왜 우리 차례에 계산을 안 하신다는 거죠?”홍라연은 화를 내며 말했다. “이제 제가 쉬는 시간이라서요! 그러면 계산을 일시 중지할 수 있는 거죠! 여기가 뭐 당신 집이에요? 갑자기 와서 왜 헛소리예요? 오늘 계산 안 한다고요! 계산을 하려면 다른 계산대에 가세요! 여기에 오지 말고!”그러자 김상곤은 불만을 품고 화를 내며 소리쳤다. “아 놔 진짜..!! 왜 이래?! 여기 계산원이
원래 홍라연은 오늘 일자리를 구하러 왔고, 그녀가 지원한 것은 하루에 최저 시급을 지불하는 비정규직이었다. 홍라연의 상사는 그녀와 면접을 할 때 이야기를 나눈 후 홍라연이 대졸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계산대에서 일할 것을 요청했다. 사실, 계산원 일은 피곤하지 않고 잡일을 하는 것보다 편할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홍라연은 곧바로 일하겠다고 동의했다. 조금 전에 부장은 문제를 확인하고 홍라연에게 물었지만, 조금 전 그녀가 자신의 친척들과 만나서 이야기를 하고 있다고 했기에 잠시 걱정을 접어 두었다. 그래서 그는 이렇게 한 마디 하며 주의를 주었다. "홍라연 씨 일단 지금 일하고 있는 것이기 때문에 친척들이 왔다고 해도 농담하고 사적인 이야기를 하면 안 되는 것 아니겠습니까? 조심하세요!”홍라연은 서둘러 고개를 끄덕이며 아첨을 해댔다. "어휴~ 걱정 마세요! 다음부터는 절~대 안 할 게요 부장님~~”그러자 부장은 콧노래를 부르며 돌아서서 떠날 준비를 했다.이때, 김상곤이 물었다. “저기요! 당신이 여기 부장입니까?”“네, 맞습니다.”“저, 내가 하나 따질 게 있는데 말이요!”“예? 무슨 일이시죠!?”김상곤은 홍라연을 가리키며 화를 내며 말했다. “아니!! 당신 부하직원이라는 여자가 나를 아무 이유 없이 인신공격하고 욕설을 퍼붓는데, 아무런 조치가 없어요? 이건 명백한 직무유기 아닙니까?! 평소에도 그렇게 부하직원들 관리를 허술하게 합니까?!”부장은 의아해하며 말했다. "예?!! 두 분 친척 아닌가요?""말도 안 되는 소리하네!! 친척은 무슨 친척이에요!”그러자 부장은 홍라연을 가리키며 당황했다. "홍라연 씨가 친척이라고 했는데요?!”김상곤은 경멸스럽게 말했다. "그럼 그냥 저 여자의 말만 믿는 겁니까? 정말 직무유기네요! 혹시 당신 두 사람이 친척 아니에요? 친척이 아니면 이렇게 쉽게 편을 들고 그냥 넘어가기 어려울 텐데요?”그러자 부장은 심장이 뛰면서 깜짝 놀랐고, 서둘러 정중하게 물었다. "선생님, 홍라연 씨와 관련
홍라연의 상사는 김상곤의 말을 듣고 즉시 상황을 파악하려고 노력했고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홍라연 씨 뭐야?? 조금 전까지 친척이라고 했잖아? 그런데 지금 고객님과 갈등을 일으킬 뿐만 아니라 소리를 지르고 심지어 나를 속이려고 거짓말까지 해? 이런 사람을 여기에 두고 계산을 하게 하면 얼마나 많은 고객들과 문제를 일으킬지 모르겠어! 잘못하면 나까지 잘릴 거야! 안 되겠어! 당장 잘라야겠군!’ 이렇게 생각한 부장은 주저 없이 날카로운 말투로 말했다. “홍라연 씨, 오늘 잠시 알바로 일하면서 문제 일으키지 말고 친절하게 고객들과 소통해 달라고 부탁했는데.. 이렇게 고객 응대가 나쁠 줄은 몰랐네요! 그럼 이제 더 이상 여기서 일 할 필요가 없을 것 같으니 캐셔용 키 넘기고 지금 당장 조끼 벗고 나가세요!!!”홍라연은 멘붕할 것만 같았다..! ‘무슨 소리야? 내가 오늘 일자리를 찾으러 아침 일찍부터 여기에 왔고, 지금까지 열심히 일하느라 피곤해 죽겠는데!!! 그리고 이제 점심 식사 시간이 얼마 남지도 않았고 직원식당에 가서 배를 채우려고 했는데..? 부장님이 이렇게 바로 해고를 통보하다니.. 이렇게 하면 점심도 못 먹고 오늘 받을 일당도 날리는 것 아니야..?’ 그러자 홍라연은 "부장님! 제발 해고하지 말아 주세요!! 저는 집에 있는 가족들을 부양하기 위해 일하러 나온 거예요!! 흑흑흑.."이라며 눈물을 흘리면서 애원했다. 홍라연은 다급히 부장의 팔을 잡고 끌어당기며 말했다. "부장님, 제 남편과 아들이 몸이 마비되어서 아무것도 못해요..!! 제가 돈을 벌어야 해요!! 그래야 요리할 쌀도 사고 그.. 그러니까 식재료도 사야 해요..! 제발 자비를 베풀어주세요. 이번만 용서해주세요. 다시는! 절대 고객님들과 트러블 일으키지 않을게요..!”부장은 경멸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홍라연 씨, 상상력이 너무 풍부한 거 아닙니까? 조금 전에는 당신이 이 분의 형수라고 하더니, 이번에는 집에 가족들이 몸이 마비되어 있다고 말해요? 아무리 급해도 그렇지 그런 거짓말까지 지
홍라연은 멘붕한 채로 소리 쳤다. "대체 나에게 왜 이래요? 왜 나를 끌어 내는 거예요?! 왜 돈은 안 주냐고!!!” 하지만 그녀가 아무리 큰 소리로 외쳐도, 아무도 그녀를 불쌍히 여기거나 동정하지 않았다..!홍라연이 슈퍼마켓 밖으로 끌려 나가는 것을 본 마트 부장은 죄책감에 찬 표정으로 시후와 김상곤에게 말했다. "두 분 정말 정말 죄송합니다.. 제가 부적절하게 고용을 하는 바람에 이런 일이 생겼습니다. 정말 죄송합니다..!”김상곤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물론 이런 문제가 모두 당신 책임은 아니겠지만, 일부 책임이 있겠죠!" 김상곤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결국 당신이 사람을 잘못 뽑은 것 아니겠어요?”부장은 당황스러운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맞습니다.. 앞으로 저도 이런 일 없도록 노력하겠습니다..!”김상곤은 손을 뻗어 그의 어깨를 두드리고는 마치 선배가 후배를 위로하는 듯한 어조로 말했다. “파이팅 하십쇼!”"예, 예, 예!" 부장은 계속 고개를 끄덕이더니 교대 근무를 위해 방금 식사를 마치고 돌아온 캐셔에게 황급히 인사하며 말했다. "자, 장희진 씨, 이 두 분 얼른 계산 부탁해요~ 너무 늦게 계산해드렸어요!”그러자 직원은 서둘러 시후와 김상곤이 결제를 마무리하도록 도와주었다. 김상곤과 시후는 마트를 떠났고, 신 회장과 홍라연 두 사람에 대해서는 전혀 신경을 쓰지 않았다.홍라연은 마트에서 쫓겨난 후 수십 시간 동안 쌀 한 톨도 먹지 않았기에 너무 배가 고파서 어지러움을 느꼈고, 뱃가죽이 등에 달라붙을 정도로 배가 고파 거의 기절하기 직전이었다. 그녀는 다른 임시직을 찾을 힘도 없었기에 집까지 터덜터덜 걸어갈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홍라연은 별장으로 돌아오자마자 소파에 드러누웠고, 눈꺼풀을 들어올릴 힘조차 없었다.집에서 김창곤과 김혜준을 돌보고 있던 김혜빈은 아래층에서 움직임을 듣고 서둘러 확인을 위해 내려갔다. 홍라연이 소파에 누워있는 것을 보고 그녀는 놀라서 말했다. “엄마!! 왜 벌써 왔어요? 일하러 가신
홍라연은 지금 이 빌어먹을 일상이 오히려 막노동판에서 지내던 시간 보다 힘들다는 것을 느꼈다. 그래서 홍라연은 눈물을 흘리면서 막노동판에서의 삶을 회상했고, 속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그 건축 감리들과 함께 일할 때, 매일 밥은 배부르게 먹을 수 있었는데..! 배고플 일도 없을 뿐만 아니라, 일을 많이 할 필요도 없었고, 술을 마실 수도 있었어.. 생각만 해도 정말 멋진 삶 아니야..?’ 이렇게 생각한 홍라연은 긴 한숨을 내쉬며 옆에 있던 김혜빈에게 말했다. "혜빈아.. 하아.. 우리가 지금 어떤 삶을 살고 있다고 생각하니? 정말.. 돈도 다 날아가고, 회사도 부도가 났지, 지금은 남의 별장에서 얹혀살며 먹을 것 마저 다 떨어져 없는데.. 언제쯤 이런 끔찍한 날들이 끝날까..?”김혜빈 역시도 자신의 신세를 생각하자 울음을 참지 못하고 숨을 헐떡이며 말했다. “그러니까요.. 엄마.. 나도 이 상황이 이해가 안 돼요.. 우리 가족들은 이전에 부자였고, 잘 살았잖아요. 현우 오빠와의 관계도 좋았고.. 난 오빠와 결혼도 앞두고 있었는데.. 그런데 갑자기 한 순간에 하루 하루가 끔찍해졌어요..”홍라연은 한숨을 쉬며 말했다. “절에 가서 108배라도 드려야 하나.. 이러다가는 죽어 버릴 것 같아..!”"엄마, 지금 생각해보면 우리 가족의 불운은 할머니의 지난 번 생신 뒤부터 시작된 것 같아요..”"뭐라고? 언제를 말하는 거니?”"생각해봐요? 할머니의 마지막 생신 잔치에서 현우 오빠가 할머니에게 대홍포 차를 주었고, 김유나를 좋아한다고 하던 그 박주원이라고 하던 사람은 할머니에게 블루 다이아몬드 반지를 주기도 했잖아요!”홍라연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그 박주원이라는 친구가 준 반지가 엄청 비쌌던 걸로 기억나는데!” 이에 대해 홍라연은 유감스러운 듯 한숨을 쉬었다. "어휴.. 하필 그 반지들과 할머니의 다른 골동품들이 모두 은행에 압류되었어!!!”"그 생일 파티에서 은시후가 할머니에게 그 고아원에서 만난 여사님을 위해 돈을 좀 빌려 달라고 했던
김혜빈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현우 오빠와 저는 이태리 부회장을 만나러 올라갔는데, 그 여자는 만나지도 못하고 되려 엠그란드 그룹의 경비원이었나..? 구타를 당했어요.” 그리고 김혜빈은 말을 덧붙였다. “그리고 나서 엠그란드 그룹은 현우 오빠와 로이드 그룹 간의 협력을 종료했어요. 현우 오빠의 가족들이 이 사실 때문에 너무나도 분노했고 그 이후로 오빠는 나와 점점 멀어졌어요. 그러다가 로이드 그룹의 임 대표님이 은시후와 매우 가까워졌고, 심지어 우리 옆에 있는 저 청년재 별장을 은시후에게 주기까지 했죠.. 그 후에 할머니가 약속을 어긴 뒤 김유나가 협상하던 엠그란드 그룹의 계약 역시도 엠그란드 측에서 종료시켰고요.. 그 이후로 우리 가족은 내리막길을 걷기 시작했어요.. 박주원은 김유나를 좋아한다고 쫓아다니다가 그의 가족은 파산하게 되어 버렸고, 그는 소리 소문 없이 사라져버렸어요. 그리고 글로벌하이 그룹의 장진환도 김유나를 좋아한다고 쫓아다니다가 그의 아버지 장수원과 함께 사라졌어요. 아마 글로벌하이 그룹은 아직도 두 사람을 찾겠다고 엄청난 보상금을 걸고 있을 걸요..? 그리고 이제 김익수 대표의 이야기를 해볼까요? 그는 우리 가족을 부양하기 위해 우리 집에 왔지만, 은시후에게 구타를 당했고 남자가 될 능력을 잃었을 뿐만 아니라 절망에 빠져 자신의 고향으로 돌아갔어요... 나중에 김익수 대표는 저를 이장명의 여자 친구로 만들기 위해 그에게 보냈는데, 이장명 씨 역시도 은시후를 업신여겼기 때문에, 그의 아버지와 함께 사라졌죠.. 지금은 그의 사생아가 사업을 물려 받았다고 들었는데 지금은 이장명과 그 아버지가 산속에서 매일 인삼을 캐고 있다는 소식도 들었어요. 물론 사실인지 아닌지는 잘 모르겠지만요..”지금 이렇게 딸의 이야기를 듣고 있자니 홍라연은 너무 배가 고파서 죽을 것 같았지만, 갑자기 이 말을 듣고 테이블을 손바닥으로 내리치며 소리 쳤다. “그래!! 저 개 같은 은시후 놈! 그 자식이 나를 막노동판으로 보냈어!!! 젠장! 내가 보기에 이 모든 일의
홍라연은 딸이 은시후의 내연녀가 되고 싶다는 말을 하자 즉시 불안해졌다. 그래서 그녀는 급히 말했다. "혜빈아! 너 미쳤어? 네가 누군가에게 애인이 되는 것은 좋은 생각이 아니야. 네가 그런 놈의 내연녀가 되는 게 말이 되니? 그런 놈이 어떻게 네 수준에 맞겠어?!”그러자 김혜빈은 한숨을 쉬며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엄마, 난 이제 은시후가 정말 나쁘지 않다고 생각해요. 외모도 괜찮죠, 책임감 있고, 성격도 좋고, 사실 현우 오빠보다 훨씬 낫죠?!”"그게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야!!!" 홍라연은 딸을 노려보며 말했다. “은시후 같은 그런 쓰레기 같은 데릴 사위는 내연녀를 가질 가치도 없어!”김혜빈은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엄마.. 거의 1년 동안 나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고 있는 거죠? 엄마.. 나는 그렇게 잘 나가던 부잣집 손녀에서 지금은 바닥까지 떨어졌어요..” 이렇게 말하면서 김혜빈은 울음을 참을 수 없었다. “흐윽.. 엄마!! 이제 저의 평판은 나락으로 떨어졌어요..!! 흐윽.. 너무 속상해..!!”김혜빈이 눈물을 흘리는 것을 보고 홍라연은 마음이 아파 괴로워하며 딸을 꽉 안아 주었고 위로했다. “아니야 내 귀한 딸!! 그런 생각하지 마! 알겠어? 평판은 무슨 평판이야?! 제대로 잘 사는 게 더 중요하지 않겠어?!” 이어서 홍라연은 다시 덧붙였다. “그리고 넌 그렇게 많은 남자들과 사귀지도 않았어! 임현우, 김익수, 이장명 세 남자 밖에 없잖아! 너는 아직 20대야! 겨우 남자 세 명 만나 본 게 어때서?! 사실 어떤 여자들은 대학 졸업도 안 하고도 너보다 더 많은 남자들과 잠자리도 가지는 걸?! 그런 아이들은 자기 평판이 어떻든지 전혀 두려워하지 않는데 너는 뭐가 무서운 거야?!?”김혜빈은 울면서 고개를 저었다. "엄마, 그런 사람이랑 나는 다르죠. 대학 캠퍼스에서 누군가와 사랑에 빠지면, 그저 작고 폐쇄된 사회에서 지내는 것과 같죠. 4년 동안에 무슨 행동을 하든 무슨 일을 하든 상관이 없는 거예요. 그러니 졸업하고 나
"남들은 남자 하나 고르는데 머리를 싸매고 이것저것 따지며 수천 명 중에서 한 명을 선택하곤 해요. 그런데 가끔 그 선택이 똥차를 고를 때가 있죠. 마치 나처럼요. 하지만 이 김유나는 선택을 위해서 싸우지도, 경쟁을 하지도 않고 남자를 고를 필요도 없었어요. 할아버지가 김유나에게 은시후라는 데릴 사위를 정해줬으니까요. 그런데 김유나는 아무 말없이 순순히 은시후와 결혼했어요.. 그런데 우리 모두가 그 당시 냄새나는 똥차라고 생각했던 은시후가 최고급 외제차일 줄 누가 알았겠어요?” 김혜빈은 고개를 저으며 진지하게 말했다. “은시후와 조금 더 가까워질 기회가 있다면, 아무리 나를 싫어하고 무시한다고 해도 우리 가족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된다면 좋겠어요.. 이제 난 깨달았어요. 외부인들에게는 기댈 곳이 없다는 것을 말이에요.. 이제는 은시후보다 더 나은 사람이 아무도 없어요! 믿을 수도 없고요..!” 그러자 홍라연은 한숨을 쉬며 말했다. “그래 딸, 네 말이 맞다.. 엄마가 조금 전에 너무 흥분했어.. 그래서 그런지 배가 더 고파진다.. 나 좀 눕게 해줘.. 할머니 퇴근해서 오시면 우리 뭐라도 좀 먹자..”...그 시각, 신 회장은 마트에서 하루 종일 고객을 위해 비닐 봉지를 확인하고, 빈 곳에는 봉지를 채워 놓으며 일했다. 마트에 있는 비닐봉지 롤은 뜯을 때 많은 정전기가 발생하는데, 하루만 계속해서 비닐을 관리해도 머리카락이 하늘로 말려 붕 뜬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신 회장은 매우 만족스러웠다. 왜냐하면 점심 시간에 마트 직원 식당에서 점심을 무료로 제공하기 때문이다. 오늘의 식사는 신 회장이 평생 먹은 것 중 가장 맛있는 식사였다. 물론 음식이 특별하지 않고 맛있지도, 기름지지도 않았지만 신 회장은 너무 오랫동안 배가 고팠기에 오늘의 식사는 정말 천국의 맛이라고 할 수 있었다..! 사실 이렇게 배가 고플 때에는 백미 한 그릇이라도 이미 별미인데, 고기와 야채 반찬까지 더해지니 신 회장은 하늘을 날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충분히 먹고 마
유미경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시후가 가볍게 건넨 생일 선물이 이렇게까지 엄청난 가치가 있을 줄은. 그 가치는 심지어 페이셔스 그룹의 회장조차 시후에게 겨우 반쪽을 얻어낼 정도라니! 이 사실을 깨닫는 순간, 그녀는 마음 속으로 복잡한 감정이 교차하는 것을 느꼈다. 소녀의 마음 같은 기쁨과, 아무런 대가 없이 거대한 보상을 받은 것에 대한 불안감도 밀려왔다. 그러나 그녀가 전혀 예상하지 못한 것은, 배유현의 다음 말이었다.배유현은 잠시 망설이는 듯한 표정을 짓더니, 진지한 얼굴로 유미경을 바라보며 물었다. "미경 씨, 혹시 이 거풍환을 팔 생각이 있나요? 만약 그렇다면, 제가 10억 달러를 드릴게요!" 지금 세상에서 배유현보다 회춘단과 거풍환의 가치를 잘 아는 사람은 몇 없을 것이었다. 현재 회춘단은 한 알에 16억 달러를 호가하는 기적의 영약이었다. 하지만 거풍환 역시도 백 가지가 넘는 병을 치료할 수 있으며, 중상을 입은 사람도 회복시킬 수 있는 최상급 약이었다. 심지어 죽음에 가까운 사람조차 이 약을 먹으면 3~5년은 더 살 수 있었기 때문이다. 절박한 상황에 몰린 사람들은 심지어 5년을 더 살기 위해서 얼마라도 내놓으려 할 수도 있다. 가난한 사람들은 물품을 위해 자신의 건강을 해치는 일도 하지만, 피라미드 꼭대기에 있는 사람들, 즉 세계 최고의 부자들과 같은 이들은 단 1년이라도 수명을 연장하기 위해 10억 달러, 아니 수십 억 달러라도 심지어 수천억 달러를 쓸 의향이 있을 것이다.따라서 배유현 역시 이 약을 손에 넣고 싶었다. 만약 훗날 할아버지의 건강이 더 나빠졌을 때 이 약이 있으면 그 위기를 충분히 넘길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녀에게 10억 달러는 전혀 아깝지 않은 돈이었다. 오히려, 그 가격에 이 약을 살 수 있다면 엄청난 이득이라고 생각했다.유미경은 이 말을 듣고 머리가 띵했다. 하지만 유미경은 그저 시후가 자신의 생일을 축하하며 건넨 작은 약 한 알이, 배유현의 눈에는 10억 달러의 가치를 지닌 물건으로 보인다는
"아니요." 배유현이 말했다. "우리는 알게 된 지 얼마 안 돼요. 한두 달 정도밖에 안 됐죠."유미경은 깜짝 놀라며 물었다. "은시후 씨를 안 지 한두 달 밖에 안 됐는데, 어떻게 이렇게까지 잘 아는 거예요?!"배유현은 자조적인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내가 괜히 똑똑한 척해서, 은 선생님에 대해 끝까지 파헤치려고 했거든요. 그런데 파고들수록 더 깊이 빠져들게 되더라고요." 그러면서 배유현은 웃으며 말했다. "가끔은 너무 똑똑한 것도 좋은 일이 아닌 것 같아요. 나도 은 선생님이 이토 나나코를 좋아한다는 걸 알았을 때, 당신처럼 하루 종일 힘들어했거든요."유미경은 더더욱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물었다. "배 회장님, 그런데 그걸 어떻게 알았어요?"배유현이 웃으며 말했다. "추리했죠." 그러면서 그녀는 천천히 설명하기 시작했다. "우선, 내가 알기로 이토 나나코는 한국에서 경기를 치른 뒤 심각한 부상을 입었어요. 당시 언론에서는 그녀가 생명이 위독하다고 했고, 설령 살아남더라도 평생 침대 신세를 질 거라고 했죠. 이게 첫 번째 단서예요. 두 번째, 이토 나나코가 부상당한 후 일본으로 돌아가고 나서 얼마 안 돼서, 은 선생님도 일본으로 떠났어요. 겉으로는 일본의 고바야시 제약을 인수하러 간 것처럼 보였지만, 그 직후 도쿄에서는 심각한 암살 사건들이 연달아 발생했어요. 일본의 여러 재벌가들이 혈투를 벌였고, 심지어 이토 나나코의 아버지, 이토 유키히코 전 회장도 그 싸움 때문에 목숨을 잃을 뻔했죠. 그런데 여기서 재미있는 게 뭔지 알아요?"유미경이 궁금한 듯 물었다. "뭔데요?"배유현이 진지하게 말했다. "흥미로운 점은, 일본의 몇몇 재벌가들이 엄청난 피해를 입었고, 어떤 가족은 아예 몰락했다는 거죠. 이토 유키히코 역시 심각한 부상을 입어 결국 두 다리를 잃게 되었어요. 그런데 놀랍게도, 중상을 입었던 이토 나나코는 기적적으로 회복했고, 결국 이토 그룹을 상속받게 되었어요. 당신 생각엔 왜 그런 걸까요?"유미경이 고개를 저었다. "잘
배유현의 한마디 농담에 유미경은 깜짝 놀라 허둥지둥하며 급히 손을 내저었다. "저... 저는 못 해요... 제 동생은 아직 학교에 다니고 있어요..."배유현이 웃으며 말했다. "공부한다고 연애를 못 하나요? 당신도 아직 박사 과정 중이잖아요? 아직 졸업도 안 했으면서?"유미경은 급히 말했다. "저... 저는 그런 뜻이 아니라..."배유현은 그녀가 당황하는 모습을 보며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동생 이야기는 일단 넘어가고, 하나 더 물어볼게요. 혹시 혜리를 알고 있나요?""한국 연예인 혜리요?!" 유미경은 반사적으로 외쳤다. "그녀는 요즘 제가 제일 좋아하는 연예인이에요!" 그러면서 문득 뭔가를 떠올린 듯 깜짝 놀라며 물었다. "설마 혜리도... 은시후 씨를 좋아하나요?!"배유현이 눈썹을 살짝 치켜 올리며 미소 지었다. "혜리는 우리랑 다른 존재예요. 그녀는 은 선생님과 약혼을 했거든요. 어릴 적부터 두 집안이 이미 두 사람을 위해 약혼을 해두었다고 하더군요. 그녀는 은 선생님을 몇 년 동안 찾아다녔고 얼마 전에 겨우 재회했어요. 그런데도 감정은 예전과 전혀 다름이 없더군요." 그러면서 배유현은 유미경을 바라보며 다시 물었다. "당신은 혜리가 왜 연예계를 은퇴했는지 알고 있나요?"유미경은 계속해서 쏟아지는 충격적인 비밀들에 정신이 아득해졌다. 그리고 그녀는 절망적인 눈빛으로 배유현을 바라보며 물었다. "설마 은시후 씨와 결혼하려고 그런 건가요?"배유현이 웃으며 말했다. "당연하죠. 생각할 필요가 있겠어요?"유미경은 중얼거렸다. "하지만 은시후 씨는 이미 결혼했잖아요..."배유현이 웃으며 말했다. "그렇지만 그녀는 이미 20년도 전에 약혼을 했잖아요. 그러니까 당신 생각엔, 은 선생님의 현재 아내와 혜리 중 누가 정말 '불륜녀'일까요?""그건..." 유미경은 머리가 제대로 돌아가지 않는 기분이었다. 그녀의 뇌에서는 시후와 관련된 생각이 마치 컴퓨터 오류가 난 것처럼 응답 없음 상태가 되어 버렸다. 그녀는 입술을 꽉 깨물고 묵묵히
“떳떳하고 당당하게...” 유미경은 무의식적으로 이 네 글자를 가볍게 따라 중얼거렸다. 유미경은 그러다 문득 뭔가 깨달은 듯, 자기도 모르게 입을 열었다. “배 회장님, 당신 말이 맞아요... 다른 사람을 좋아하게 되는 건 잘못이 아니에요. 하지만 가장 중요한 건, 떳떳하고 당당한 태도가 중요하죠...”배유현은 고개를 끄덕이며 미소를 지었다. “어때요? 아직도 좀 억울한가요?”유미경은 입술을 앙다물고 조용히 말했다. “그래도... 여전히 억울해요... 하지만 조금 전 보다는 조금 나아졌어요...”배유현은 가볍게 한숨을 내쉬며 웃음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어휴~ 만약 당신이 위축되고 은 선생님을 좋아하는 마음을 멈출 수 없다면, 일단 사고방식부터 확실히 바꿔야 한다고요. 왜냐하면, 당신의 경쟁자는 너무 많아요. 그것도, 각각 엄청난 능력과 배경을 가진 여자들이죠. 솔직히, 나도 순위권에 들기 어려울 정도라고요.” 그러면서, 배유현은 의미심장한 질문을 던졌다. “혹시 그거 알아요? TS Shipping이 겉으로 보기엔 일본의 이토 그룹과 한국의 엘에이치 그룹이 함께 합작한 기업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은 선생님이 최대 주주라는 사실을요?”유미경은 고개를 저으며 당황스럽다는 듯 되물었다. “왜죠?”배유현은 빙긋 웃으며 설명했다. “그건, 일본 이토 그룹의 이토 나나코가 TS Shipping 51%의 지분을 은 선생님을 대신해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에요. 혹시 이토 나나코라는 사람을 알고 있나요?”“네 알고 있어요....” 유미경은 고개를 끄덕였다. “이토 나나코는 과거 킥복싱 대회에 출전했을 때부터 이미 엄청난 유명세를 얻었잖아요. 전 일본이 인정하는 진정한 미녀라고 불릴 정도였으니....”배유현은 의미심장하게 웃었다. “바로 전 일본인들이 인정한 미녀가 사실은 우리와 같은 경쟁자 중 한 명이에요.”“뭐라고요?!” 유미경은 무의식적으로 놀라며 외쳤다. “그녀도 은시후 씨를 좋아한다고요?!”배유현은 피식 웃으며 답했다. “좋아하는 정도가
배유현의 말은 유미경에게 큰 충격을 주었다. 그녀는 정말 예상하지 못했다. 배유현처럼 거대한 기업의 회장이, 유부남과 이렇게 사랑에 빠질 수 있다니. 그리고 그녀의 말 속에는 어딘가 모르게 자신을 낮추는 느낌까지 묻어 있었다. 유미경은 갑자기 배유현의 이 솔직함에 감탄하고 말았다. 그리고 그녀는 배유현과 비교하면 자신은 한참 부족한 것 같았다. 하지만 유미경은 여전히 의문이 남아 배유현에게 조심스럽게 물었다. “배 회장님, 은시후 씨는 이미 결혼했는데도 당신은 그를 그렇게 사랑하는데 혹시라도 나중에 아무런 결과도 얻을 수 없을까 봐 걱정되지 않나요?”배유현은 살짝 미소를 지으며 태연하게 말했다. “감정이란 건 막을 수 있는 게 아니에요. 마치 어떤 음식을 먹지 않겠다고 억지로 참을 수는 있어도, 그 음식을 먹고 싶다는 욕망까지 스스로 통제할 수는 없는 것과 같죠.” 이렇게 말한 뒤, 배유현은 유미경을 바라보며 장난스러운 어투로 말했다. “그나저나, 당신도 이제 그가 결혼했다는 걸 알았죠? 그럼 지금부터 완전히 감정을 접고 은 선생님을 좋아하는 감정조차 갖지 않을 자신 있어요? 그게 가능하다면, 제발 나에게도 좀 알려주세요.”유미경은 그 말을 듣고 순간 멍해졌다. 그리고는 고개를 푹 숙이며 후회스럽게 중얼거렸다. “난 못 할 것 같아요...”“그렇죠?” 배유현은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 “그럴 수 없는데 굳이 스스로를 힘들게 만들 필요가 있나요? 좋아하면, 그냥 대범하게 좋아하면 되는 거예요. 보고 싶으면, 가능한 볼 수 있는 기회를 최대한 만들어야겠죠. 다만, 당신이 다른 사람의 가정을 깨는 게 싫다면 영원히 당신이 그를 좋아한다는 것을 티 내지 않으면 되는 것이고요.” 그러다가, 배유현은 주제를 바꾸고 나서 눈빛이 조금 더 깊어지며 덧붙였다. “하지만 만약, 내 사랑이 도덕적 가치보다 더 크다면, 자신의 행복을 위해서 과감히 싸워야겠죠. 설령 다른 사람의 결혼 생활에 끼어드는 꼴이 된다고 해도 그게 그렇게 나쁜 일일까요? 우리는 모두 단 한 번 뿐
배유현은 이 말을 듣자마자, 유미경이 분명 휴대폰이 깨지는 바람에 울고 있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단번에 깨달았다. 그래서 배유현은 시후에게 말했다. “어휴, 은 선생님 혹시 T에요? 가끔 여성들은 남자들처럼 행동력이 강하지 않을 때가 있어요. 그러니까 해결책만 제시할 게 아니라 감정적으로 공감 받고 싶어한다고요. 저기 길 건너편에 보면 노점에서 휴대폰 액세서리를 파는 곳이 있던데... 가서 미경 씨 휴대폰 모델에 맞는 케이스를 하나 사주세요.”시후는 이 말을 듣자, 별다른 의심 없이 곧바로 말했다. “좋아요! 미경 씨는 여기서 기다려요. 배유현 씨, 미경 씨와 같이 있어 주세요.” 그렇게 말한 뒤, 그는 바로 자리에서 일어나 황급히 달려갔다.시후가 떠난 뒤, 배유현은 유미경의 손을 잡고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혹시 은 선생님이 결혼했다는 사실을 들은 건가요? 괜찮아요, 난 이미 오래전에 알고 있었어요.”유미경은 온몸이 순간적으로 떨리더니, 고개를 들어 배유현을 바라보았다. 그리고는 힘없이 고개를 끄덕이며 억울한 듯 말했다. “그는 지금까지 한 번도 나에게 그런 이야기를 한 적이 없었어요...”배유현이 물었다. “그가 말해줬다면 뭐가 달라지나요? 그가 결혼한 사실을 말해줬다면, 당신은 그를 사랑하지 않았을까요?” 그러자 유미경은 울먹이면서도 단호하게 말했다. “그가 미리 말해줬다면, 난 처음부터 그에게 거리를 두었을 거예요. 내가 제일 싫어하는 게 불륜이에요. 설령 내가 정말 그를 사랑하게 되었다고 해도, 절대 그에게 다가가지 않았을 거예요...”그러자 배유현은 웃으며 말했다. “너무 심각하게 생각하지 마세요! 당신처럼 순수하고 사랑스러운 사람이 어떻게 불륜의 당사자가 될 수 있겠어요?”유미경은 이해할 수 없다는 듯이 물었다. “하지만 그는 이미 결혼했어요. 그런데도 내가 그와 가까이 지낸다면, 그건 분명 불륜녀가 되는 거잖아요? 그게... 순수하고 사랑스러운 거랑 무슨 관계가 있어요...”배유현은 그녀를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
시후는 연애 감정에 관해 잘 아는 사람이 아니었다. 비록 유나와 결혼한 지 4년 정도의 시간이 지났지만 사실 시후는 제대로 된 연애를 해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는 한 번도 유나와 심각한 갈등을 겪어본 적도 없었고, 크게 다퉈본 적도 없었다. 그들의 감정은 잔잔한 물결처럼 천천히 깊어 졌을 뿐, 격정적인 기복을 겪은 적이 없었다. 그러다 보니, 시후는 뜨겁고 격렬한 사랑을 경험한 적이 없었다.하지만 연애 고수들은 대부분 수많은 일들을 겪으며 사랑과 관련된 감정에 단련된 사람들이라고 할 수 있다. 연애 경험이 많은 사람들은 단 한 번 보더라도 상대방이 이미 자신에게 빠져들었는지 아닌지를 알아차린다. 그러나 시후처럼 연애 경험이 거의 없는 사람은, 상대가 바로 눈앞에서 눈물을 쏟으며 울고 있어도, 왜 그런지 그 이유를 전혀 알아차리지 못한다. 그래서, 유미경이 눈물을 뚝뚝 흘리며 울고 있는 모습을 보고도, 시후는 단순히 이렇게 말했다. “아니, 겨우 휴대폰이 깨졌다고 이렇게 우는 거예요? 괜찮아요, 내가 새로 하나 사주면 되잖아요. 그렇게 눈물 흘릴 필요까지는 없어요...”유미경은 감정을 억누를 수 없어 울먹이며 말했다. “하지만... 하지만 새로 사줘도 이 휴대폰이 아니잖아요! 내가 좋아하는 건 이 폰이라고요!”시후는 다급히 말했다. “당신이 이 휴대폰에 애착을 갖고 있는 거군요… 하지만 걱정 말아요, 휴대폰이 깨져도 수리가 가능하니까. 뒷면 커버만 갈면 되겠네요.” 이렇게 말한 뒤 시후는 시간을 확인하더니 덧붙였다. “지금은 좀 늦었으니까, 내일 아침에 바로 서비스센터에 가서 수리하면 돼요. 부품이 있으면 오전 중에 고칠 수 있을 것 같네요. 만약 부품이 없으면, 똑같은 기종을 하나 사서 부품을 빼서라도 고쳐줄게요. 이러면 괜찮죠?”유미경은 슬픔을 억누를 수 없었지만, 차마 자신의 마음을 밝힐 수도 없었다. 그래서 억울한 듯이 더욱 서럽게 울면서 말했다. “나는... 나는 그냥 이 폰이 좋아요... 완전히 똑같은 이 휴대폰이요... 뒷면을
유미경은 매우 놀라고 말았다. 시후가 올해 29살이라는 걸 알고 있었던 그녀는 눈을 동그랗게 뜨며 물었다. “그럼 몇 년 전 까지만 해도 아직 건설 현장에서 일하고 있었던 건가요?!”“맞아요.” 시후가 설명했다. “그리고 20대 초반에 내가 일하고 있던 공사팀이 새로운 프로젝트를 맡은 적이 있었어요. 그때 현장에서 우연히 대표님의 눈에 들었는데, 그분이 내가 대학에 가서 공부할 수 있게 도와주셨고, 나중에는 자신의 가장 사랑하는 손녀딸과 결혼까지 시키고 싶어하셨어요...”유미경은 깜짝 놀라며 크게 눈을 뜨고는 시후를 바라보았다. “지금 나에게 농담하는 거 아니죠? 그 대표님이 왜 그렇게 잘해주신 거예요? 게다가 자기 손녀까지 당신에게 시집을 보내려고 했다니?”시후는 가볍게 미소 지으며 말했다. “우연이었어요. 그분의 집안이 우리 LCS 그룹에서 일했던 겁니다. 그래서 내 정체를 알아보고는, 내가 아무것도 가진 게 없었지만 진정한 가족을 만들어 주고 싶어 하셨던 거고요.”유미경은 시후의 흐뭇한 미소를 보며, 심장이 갑자기 쿵쿵 뛰는 걸 느꼈다. 그래서 그녀는 불안한 마음을 애써 감추며 조심스럽게 물었다. “그럼... 설마... 정말 그 결혼을 받아들인 건 아니죠?”“맞아요. 승낙했어요.” 시후는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그때의 나는 아무것도 가진 게 없었어요. 그리고 끝없는 떠돌이 생활이 지겨웠고, 나도 가정을 갖고 싶었거든요.”순간, 유미경은 마치 천둥을 맞은 것처럼 온몸이 굳어버린 것 같았다. 그녀는 가슴이 찢어지는 듯한 고통을 참으며 물었다. “그래서... 이미 결혼한 거네요?”“그렇죠.” 시후는 아주 당연하다는 듯이 말했다. “대표님이 내가 대학을 다닐 수 있게 해주신 것도 사실 아내와 함께 졸업하도록 하기 위해서였어요. 아내가 졸업한 후, 결혼식을 올렸죠.”유미경은 순간적으로 눈시울이 뜨거워지며 시야가 갑자기 흐려졌다. 그녀는 시후가 이미 결혼했다는 것을 상상도 하지 못했다. 그리고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 이렇게까지 가슴이
유미경은 이유를 알 수 없지만, 시후를 보는 순간 자신의 가슴속에 쌓여 있던 모든 원망과 불만들이 한순간에 사라지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 시후가 자신에게 사과하는 순간, 그녀는 오히려 조금 부끄러움을 느끼기까지 했다. 부끄러움을 느낀 이유는, 시후는 바로 이중열을 구하기 위해서 이렇게 멀리까지 왔지만, 반면에 자신의 아버지는 그의 체면 때문에 이중열이라는 한 사람의 목숨을 빼앗으려 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누가 옳고 그른지는 너무도 명확했다.시후 역시도 늘 누구에게 빚을 지는 걸 좋아하지 않는 성격으로, 서로 솔직하게 마음을 털어놓으니 안도감을 느꼈다. 그래서 그는 유미경에게 말했다. “미경, 이 일은 이미 지나간 일이니 여기서 그냥 다 잊는 걸로 하죠.”“좋아요.” 유미경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다 오후에 시후가 자신의 아버지와 이야기하던 중 먹자골목 이야기를 꺼낸 것이 떠올라 궁금한 듯 물었다. “은시후 씨, 그런데 오후에 왜 갑자기 우리 아버지에게 먹자골목 이야기를 하신 거예요? 혹시 다른 계획이라도 있는 건가요?”“맞아요.” 시후가 대답했다. “유 회장님이 이곳을 재개발해 상업 중심지로 만들려고 했거든요.”유미경은 놀라며 물었다. “그걸 직접 당신에게 말했어요?”“네.” 시후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 부분을 이야기할 때 굉장히 흥분하시던데요. 보아하니 이미 결심을 굳힌 것 같았어요. 그래서 이 기회를 이용해 그가 이 먹자골목을 당신에게 모두 양도하게 만들었죠. 이후에 이곳을 떠날지 머물지는 당신이 스스로 결정할 수 있도록요.”유미경은 따뜻한 눈빛으로 시후를 바라보며 조용히 물었다. “왜 이렇게 배려해주신 거죠?”시후는 무심한 듯 말했다. “이 먹자골목은 당신에게 중요한 곳이잖아요. 그러니 이곳을 보존하는 건 합리적이고 논리적이죠. 그리고 당신의 아버지는 돈이 부족한 것도 아니기에 이곳의 땅값이 올랐다고 해도, 굳이 허물고 재개발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면서 시후는 탄식하며 말했다. “하지만 부자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