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우선은 사실 은소리가 누구인지 전혀 몰랐다. 그녀는 심지어 은소리의 성이 무엇인지, 이름이 무엇인지, 어디서 왔는지도 몰랐다. 그리고 윤우선이 은소리를 시후의 고모라고 말한 것은 말도 안 되게 지어낸 이야기였다! 윤우선이 이렇게 말한 이유는 바로 최우식 대표가 조금 전 한 말을 듣고 너무나도 놀랐기 때문이었다. 윤우선은 최우식 대표가 자신의 목숨을 노릴까 봐 두려웠다. ‘기왕 저 남자가 은 서장의 직계 친척을 잡아 분노를 없애려고 하는 거면.. 차라리 내 뒤에 있는 이 나쁜 년을 넘기는 게 낫지!! 이렇게 하면 나도 안전하고, 이 여자가 나를 모욕하고 날 때린 것도 복수할 수 있을 거라고!! 이 망할 년, 갑자기 나타나서 가짜 수표로 나를 속이려 들고, 내 딸이 은 서방과 이혼하라고 했지!! 그러니 내가 이 여자를 은 서방의 고모라고 말해도 일리가 있을 거야!!’ 하지만 윤우선은 자신이 소 뒷걸음질 치다가 쥐 잡은 격이 될 줄은 생각하지도 못했다..!최우식 대표는 윤우선의 뒤에 잡혀 있는 여자가 시후의 고모일 줄은 몰랐다. "윤우선!! 이 여자가 은시후의 고모라고 했어?! 거짓말 치는 것 아니지?!”"당연히 아니에요!! 이 여자는 은시후의 고모가 분명해요! 방금 스파에서 나에게 억짜리 수표를 주겠다면서 내 딸을 은 서방과 이혼시키라고 했다니까요?!!”최우식 대표는 윤우선의 말을 듣고 나서, 성큼성큼 은소리의 앞으로 가서 그녀를 위아래로 훑어보았다. 그는 은소리의 옷차림이 평범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을 알았지만, 그녀의 얼굴은 전혀 본 적이 없는 낯선 얼굴이었다. 이것은 그가 무식해서가 아니라, LCS 그룹은 유명하지만, 직계 구성원들은 신변 안전을 위해 대중의 시야에 거의 나타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상류층들을 제외하면 일반인들은 LCS 그룹을 만날 기회가 전혀 없다. 언론들도 LCS 그룹 가족들에 대한 개인정보를 보도할 엄두를 내지 못했다. 그래서 최우식 대표는 LCS 그룹에 대해 알지만, LCS 그룹에는 아는 사람이 없었다. 따라서 눈 앞에 있는
"구라 치지 마!" 이번에는 윤우선이 입을 열기도 전에 최우식 대표가 먼저 은소리에게 욕설을 퍼붓고는 뺨을 한 대 때렸다. "내가 어린 아이인 줄 알아? 은시후가 결혼했다는 거 알아 몰라?!?""알고 있어요..." 은소리는 울면서 답했다. "흐윽.. 알고 있기 때문에 이런 계책을 쓸 수밖에 없었다고요..!! 먼저 은시후와 지금 아내를 갈라놓으면, 내 딸이 결혼할 기회가 있을 거라고요!!”최우식 대표는 비웃으며 말했다. "딱 봐도 거짓말하고 있는 것 같은데?! 네 눈에서 알 수 있어!! 지금 구라 치고 있는 것 같은데?!”은소리는 지금 이 순간 긴장이 되어 죽어버릴 것 같았다..! 그녀는 사실 대담한 성격이 아니었다. 이전에 줄곧 안하무인이었던 것은 그녀가 대담해서가 아니라, LCS 그룹 소속이므로 마음대로 건방지게 굴 수 있었고, 아무도 감히 자신에게 해를 입히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과연 이곳의 사람들이 어떻게 한 번도 공식 석상에 등장하지 않은 자신을 알아볼 수 있을까? 게다가 조금 전까지 은소리는 최우식 대표의 시후에 대한 원한을 과소평가했었다. 이 사내는 분명 시후의 잘못을 확인시키고, 기회를 엿보다가 시후도 죽여 버릴 생각을 가지고 있는 것 같아 보였다. 그래서 그는 만약 자신이 시후의 고모가 아니라는 걸 명확하게 증명하지 못한다면, 잘못된 사람을 죽일지 언정 놓치지는 않을 것이다. 그래서 은소리는 울먹이면서 말할 수밖에 없었다. "저.. 선생님.. 은시후를 그렇게 미워한다면 분명 뒷조사를 많이 하셨을 텐데.. 그 녀석이 어렸을 때부터 고아였고 보육원에서 자랐다는 것도 아실 텐데요?! 제가 어떻게 고모일 수 있겠어요? 제가 정말 고모였다면 조카라는 걸 알면서도 보육원에서 오랫동안 살게 할 수 있겠어요?”최우식 대표는 콧방귀를 뀌며 소리쳤다. "뭐가 불가능해? 내 그 개 같은 처남이 죽었을 때, 딸 아이를 남기고 죽었는데 그 애가 내 아내의 조카딸이야! 그 아이는 내 마누라를 고모라고 불렀고, 아내는 줄곧 자신이 키우겠
최우식 대표의 고함은 은소리를 공포에 떨게 만들었다. 긴장감이 고조되자 은소리는 걷잡을 수 없는 두려움에 그 자리에서 바지에 소변을 지려 버렸다..! 그녀는 윤우선과 등을 맞대고 묶여 있었기 때문에 소변을 보자 그녀의 몸 아래로 흘러 주변이 축축해졌다.윤우선은 문득 자신이 앉아 있던 자리가 순식간에 축축 해지고, 공기 중에 약간의 퀴퀴한 냄새가 나는 것을 느끼자, 마치 감전된 듯 몸을 움직이며 혐오스럽다는 듯 소리를 질렀다. "야 이 년아!!! 어우 더러워!!! 지금 이렇게 지리면 어떻게 해!?! 나에게도 다 오잖아!!”하지만 은소리는 이미 완전히 멘붕했고, 지금 그녀는 수십 년 동안 재벌가에서 길러온 품위 따위는 모두 사라져 버렸다. 그녀는 최우식 대표를 보며 눈물을 흘렸다. "저.. 최우식 선생님!! 흑흑흑!! 제발 저를 죽이지 마세요.. 사실 저는 LCS 그룹의 딸이에요! 저는 은소리라고 합니다. 이번 한 번만 용서해 주시면, 저는 당신에게 많은 돈을 줄 수 있고, 제 아버지 은 회장님도 당신에게 많은 돈을 줄 거예요!! 엉엉어엉..!!!”최우식 대표는 은소리의 말에 갑자기 멍해져서 은소리를 바라보며 물었다. "네가 LCS 그룹의 딸이라고?!""맞아, 맞아요! 진짜예요!!”최우식 대표는 또 다시 물었다. "아버지 성함이 은충환.. 회장이라고?”은소리는 고개를 끄덕였다. "네! 은충환 회장이 바로 제 아버지예요!!"최우식 대표는 은소리은 들어본 적이 없었지만, 은충환 회장의 이름은 들은 적이 있었다. 왜냐하면 은충환 회장은 LCS 그룹의 회장이고 굉장히 유명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은소리가 자신이 은 회장의 딸이라고 말하자 최우식 대표의 첫 번째 생각은 ‘말도 안 돼!’였다. 그는 은소리를 노려보며 냉소적으로 비꼬았다. “입만 열면 거짓말이군!! 생각해봐! 네가 어디를 봐서 LCS 그룹을 닮았어!?""저는 정말 LCS 그룹의 가족이에요!!" 은소리는 자신의 말을 믿지 않는 최우식을 보자 멘붕하며 진심으로 애원했다."좋아,
"맞습니다 최 대표님.." 옆에 있던 김혜준도 다소 못마땅해하며 입을 열었다. “아무리 그래도 우리 WS 그룹은 중산층은 충분히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니 쓰레기 까지는 아닐 것 같은데요.. 평범한 집안 사람들은 WS 그룹 정도면 꽤 우러러볼 만하지 않습니까?”최우식 대표는 김혜준을 노려보며 욕을 해댔다. "WS 그룹을 우러러볼 만하다고? 체면이라는 게 있는 집안이었던가 WS 그룹이? 당신 여동생이 노인네에게 몸을 바치고, 어머니라는 사람은 밖에서 외간 남자와 잠을 자는 바람에 애까지 덜컥 임신한 주제에?”김창곤은 최 대표의 말을 듣자 창피하여 얼굴이 붉어졌고, 그 자리에서 굴을 파고 숨고 싶어 했고, 김혜준도 난처해 죽을 지경이었다.최우식 대표는 여전히 분노가 풀리지 않는 듯 이를 악물며 말했다. "그리고 말이야! 내 청년재 별장에 있는 가전 제품을 팔지를 않나.. 당신 할머니가 은시후의 집에 가서 수선화를 훔쳐서 전을 부쳐 먹다 실려 나가??!? 시장에 가서 채소 몇 줌 사는데 대체 얼마 든다고 말이야! 정말 쪽팔려서 내가 말을 다 못하겠단 말이지!”김창곤과 김혜준 부자는 말문이 막혔다. 왜냐하면 지금까지 최우식 대표가 말한 것들이 모두 사실이었기 때문이다. WS 그룹이 재산을 몰수당해 가난해진 후 확실히 파렴치하고 부도덕한 헛짓거리들을 많이 했었다. 그러니 하나씩 터놓고 이야기하게 된다면 분명 조상들이 가슴을 치고 눈물 흘릴 정도로 부끄러울 것이다.반면, 몸이 묶여 있는 은소리는 이 자리에서 죽고 싶었다. 분명히 자신이 최우식 대표에게 자신의 신분과 시후의 배경을 고백했는데.. 대체 왜 자신의 말은 집중하지도 않고 다른 사람들을 욕하고 있는 건가..? 그래서 그녀는 최우식 대표를 보며 진지한 표정을 지으면서 다시 한 번 입을 열었다. "선생님, 제 말은 모두 진실이에요! 하늘에 맹세할 수 있어요..! 그러니 제발 LCS 그룹을 봐서라도 저를 놓아주세요!!”......지금 이 시각.시후는 안세진과 개인 헬리콥터에 앉아 교외로
그 시각, 외곽의 폐창고.원래 자신의 신분을 드러내지 않으려고 마음먹었던 은소리는 더 이상 이런 것에 대해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그녀는 혹시라도 최우식 대표가 계속해서 자신의 말을 믿지 않을까 봐 급히 말을 꺼냈다. "최우식 선생님, 저는 정말 LCS 그룹의 딸이 맞아요!! 방금 시후가 보육원에서 자랐다고 하셨죠? 이 사실은 저도 부인하지 않겠어요. 하지만, 이건 시후가 처한 상황이 너무 특이 케이스기 때문이에요! 시후의 아버지는 전국에서 유명했던 은서준 상무예요! 은서준 상무의 이름은 한 번이라도 들어 보셨죠?”최우식 대표의 심장이 갑자기 철렁 내려앉았다..! ‘은서준?!!! 내 어린 시절의 우상이잖아..??! 은서준 상무는 혼자만의 능력으로 LCS 그룹을 한국의 최정상 재벌가로 만들었고, 심지어 해외 명문가인 로스차일드 가문과도 맞서 싸워 이긴 인물이 아니던가..? 그리고 그 시기 국내 비즈니스 업계에서 그야말로 신과 같은 존재였어..! 아쉽게도 일찍 세상을 떠났지.. 만약 그렇지 않았다면 앞날이 창창했을 텐데 말이야.." 그러자 그는 눈살을 찌푸리며 은소리를 바라보았다. “은시후가 은서준 상무의 아들이라고? 대체 어디에 증거가 있는 거야?!""두 사람이 굉장히 닮았다고 생각하지 않으세요?!! 두 사람이 판박이인데, 여기서 더 무슨 증거가 필요하겠어요!?!”최우식 대표는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쓸데없는 소리!! 은서준이 어떻게 생겼는지도 모르는데 내가 그걸 어떻게 알아?” 은서준 상무가 죽었을 때는 18년 전이었다. 그 시기는 우리나라에 인터넷이 들어온 지 얼마 안 되었을 때이며, 평소에 정보를 얻으려면 TV, 신문, 라디오 등에 의존했던 시기였다. 게다가 LCS 그룹은 직접 보도를 꺼렸기 때문에, 이들에 대한 일은 기본적으로 상류층들의 입에서 입으로 전해질 뿐이었다. 당시 최우식 대표는 고향에서 지내고 있었기 때문에 더더욱 은서준을 만날 기회가 없었고, 은서준의 여러 가지 공적들을 전해 들었을 뿐이었다. 그러니 은시후가 은서준 상무와
윤우선은 지금껏 시후에게 온갖 괴롭힘과 욕설을 퍼부었던 지난 일을 생각하자 후회가 극에 달했다. "만약 은 서방이 아직도 날 미워하면 어쩌지..? 내가 이번에 실종되는 게 어쩌면 은 서방의 바람일 지도 몰라.. 그럼 만약에 은 서방이 나를 구하러 오지 않을 지도 몰라.. 설마.. 앞으로 평생 벽돌 가마에서 벽돌을 굽고 그것들을 옮겨야 하는 거야..?!” 이렇게 생각하자 윤우선은 갑자기 눈물을 글썽였다.이때 최우식 대표는 은소리를 보고 말했다. "당신이 LCS 그룹의 사람이라고 했으니, 증명해 봐!”"어..!! 제 가방 안에 제 개인 명의의 수표책과 도장이 있으니 확인할 수 있어요!”그러자 최우식 대표는 김혜준을 보고 물었다. "가방! 어디 있어!?"김혜준은 곧바로 승합차에서 은소리의 최고급 모델 에르메스를 꺼내 왔다. 김혜준의 손에 들려 있는 이 가방을 보자, 최우식 대표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윤우선은 이 물건을 본 적이 없어서 이 가방의 가치가 얼마인지 모르지만, 최 대표는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왜냐하면 그의 아내 남두희는 에르메스 스프링쇼에 참가한 적이 있었는데, 그 쇼에서 바로 이 가방이 압권이었던 제품이라고 알려졌기 때문이다..! 게다가 당시 에르메스의 공식 입장에 따르면 이 가방은 바로 에르메스 최고의 장인들이 모여 만든 것으로, 순수하게 수작업으로 한 땀 한 땀 만들어졌기 때문에 유일하며 굉장한 가치를 지니고 있다고 했다. 당시 남두희는 한 눈에 이 가방에 꽂혀 너무나도 갖고 싶어 했지만, 아쉽게도 에르메스에서는 이미 유명 인사가 주문했기에 더 이상 판매하지 않는다고 알려왔다. 하지만 남두희는 단념하지 않고, 자신에게 이 가방을 사는 것을 도와달라고 부탁한 적이 있었다. 아내가 너무나도 갖고 싶어 하는 바람에, 최우식 대표는 여러 번 구매를 시도했지만 이 가방을 주문한 유명 인사는 결코 주문을 취소하지 않았다. 오히려 에르메스의 고위급 직원이 최우식 대표에게 연락하여 이 가방은 이미 한국 최고의 재벌가에서 주문했다
최우식 대표는 불안한 마음으로 은소리의 에르메스를 열어 보았다. 안에는 개인 수표책 외에 은소리의 인감 도장이 있었다. 사실 도장의 경우 보통 사람들은 자주 사용할 일이 없다. 하지만, 기업 관계자, 임원은 도장을 자주 찍게 된다. 특히 돈과 관련된 많은 업무들은 개인 인장이 필요한데, 현금 수표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더더욱 필요하게 된다. 은소리의 도장을 열어 본 최우식 대표의 혈압은 순간적으로 상승해버렸고, 거의 서 있을 수 없을 지경이었다. 곧이어.. 그는 죽고 싶은 마음까지 생겼다. 이 느낌은 마치 김창곤과 김혜준에게 개를 잡아오라고 시켰는데, 개가 아니라 호랑이를 끌고 돌아온 것과 같은 상황이었다. 게다가 더 큰 문제는 잡아온 호랑이의 배후에 엄청난 힘을 가진 사람들이 버티고 있다는 것이었다. 최우식 대표는 분노에 가득 차 마음속으로 소리를 질러 댔다. ‘으아아아악!!! 이게 대체 무슨 일이야! 윤우선을 혼내 주고 싶었을 뿐인데, 왜 LCS 그룹의 사람을!!! 이런 일이 생길 줄 알았다면 내가 이곳에 오지 않았을 텐데..!!! 이건 김창곤과 김혜준이 저지른 일인데 까딱 잘못하다간 내가 주동자가 되게 생겼잖아!!”이때 최우식 대표의 표정이 매우 복잡한 것을 본 은소리는 속으로 그가 자신의 신분을 깨달았음을 알고 급히 말했다. "최우식 선생님, 당신이 원래 목표하던 것은 바로 윤우선 씨였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그러니 이 일은 우리 둘 사이에 생긴 오해일 뿐이죠. 저를 풀어주시면 오늘 일은 절대 추궁하지 않겠습니다. 오히려 앞으로 LCS 그룹과 오송 그룹의 협력을 성사시켜 드리죠. 어떠세요?”은소리의 이 말에 최우식 대표의 마음은 조금씩 동요하기 시작했다. 지금 자신에게는 두 가지 선택밖에 없었다. 첫째, 은소리를 죽여버린다. 두 번째, 당장이라도 이 일을 그만 두고 LCS 그룹이 자신에게 역으로 보상을 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다. 첫 번째를 선택하려면 은소리를 죽인 후 LCS 그룹에게 발각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전제가 필요했다. 그래서
김창곤은 계속해서 입을 열어 나불댔다. "최 대표님, 보세요, 이 은소리라는 년이 정말 LCS 그룹의 딸이라면 왜 이런 낡은 건물에 있는 스파로 오겠습니까? 게다가 은시후의 신상에 대해 저 년이 말한 것은 전혀 믿을 수가 없어요! 은시후 그 거지 같은 놈이 우리 집에 들어오기 전에 뭘 하는 놈이었는지 아십니까? 공사장에서 먹고 자는 잡역부였어요! 그 일용직 노동자 들이요!! 솔직히 말하면 그 자식은 엉덩이 닦는 데 쓸 화장지 살 돈도 없는 놈이었어요..! 그런데 무슨 부잣집 도련님이라고요!? 하 참!! 어느 부잣집에서 제 자식을 밖으로 내팽개치고 이렇게 오랜 세월 고생을 하도록 하겠어요?!"하지만 최 대표는 계속 무표정했고, 김창곤이 하는 말에도 아랑곳하지 않았다. 김창곤의 말은 얼핏 들으면 일리가 있지만, 사실 확실한 증거는 전혀 없었기 때문이다. 오히려 자신은 방금 은소리의 수표책과 인감 도장까지 제대로 보았다. 수표책도 진짜였고 인감 도장도 결코 위조가 아니었다..! 게다가 한정판 최고급 에르메스 가방을 떠올려 보면.. 그녀는 확실히 은소리가 맞을 것이다..!지금 최우식 대표를 괴롭히는 문제는 바로 어떻게 은소리를 처리해야 할지 결정하는 것이었다..! 그는 은소리의 말을 100% 믿지 않았는데, 왜냐하면 상류층 사람들은 어떤 심리를 가지고 있는지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입을 열면 과거를 탓하지 않는다고 하지만, 결국 자유를 되찾게 해주면 제일 먼저 자신을 죽일 수 있는 사람이 될 것이 뻔하다. 하지만 그렇다고 은소리를 죽이기에는 굉장히 불안한 상황이었다. 김창곤과 김혜준이 일을 신중히 처리하지 못했기 때문에, 납치해서 오는 길에 차를 갈아타지도 않고 왔다니.. 결국 CCTV만 철저히 조사하면 이 차의 추적은 식은 죽 먹기일 것이다. 결국 조금 뒤 이곳에 들이닥칠 것이다..! 이에 최우식 대표는 전신이 긴장되었고 두피가 저려오는 것 같았다. ‘하아.. 이 여자를 죽일 수 없다면 상황을 되돌리기 위해 온갖 방법을 시도할 수밖에 없어..’ 마
시후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맞습니다. 저도 제임스가 계속해서 페이셔스 그룹에 숨어있는 게 아닐까 의심이 들거든요.”이중열은 말했다. “이미 이 닌자들에게 배호영을 납치하라고 하셨으니, 닌자들을 통제하여 페이셔스 그룹에게 거액의 몸값을 요구하게 해보면 어떻습니까? 그리고 나서 그들을 사라지게 만들면, 페이셔스 그룹은 자연스레 납치극이 닌자들이 저지른 일로 여길 겁니다. 그렇게 되면 페이셔스 그룹은 일본으로 가서 이 닌자들의 정체를 추적하게 될 것이고, 닌자들의 친인척을 통해 제임스가 이들을 고용한 사실을 알아내겠지요. 이렇게 하면 페이셔스 그룹은 제임스가 이 닌자들을 고용해 배호영을 납치하게 했다고 생각할 겁니다. 결국 제임스가 진짜 배후라고 여기게 될 텐데, 그는 결국 어떻게 해도 해명할 길이 없겠지요. 저는 페이셔스 그룹이 일본 닌자들과의 연결점을 찾아내는 순간, 제임스가 당황할 수밖에 없다는 걸 확신합니다. 그때 그는 두 가지 선택을 해야 할 겁니다. 하나는 페이셔스 그룹에 모든 것을 자백하는 것이고, 또 하나는 이 모든 짐을 짊어지고 도망치는 것이지요. 어느 쪽을 선택하든 페이셔스 그룹은 그를 가만히 두지는 않을 겁니다!”시후는 잠시 고민하다 물었다. “삼촌, 만약 제임스가 페이셔스 그룹에 자백을 한다면, 페이셔스 그룹은 그를 어떻게 처리할까요?”이중열은 주저하지 않고 답했다. “제가 페이셔스 그룹의 수장이었다면, 제임스가 와서 이런 일을 자백할 때 가장 먼저 그를 즉시 죽일 겁니다. 소문이 퍼지는 걸 막아야 하니까요! 왜냐하면 이 사건이 외부에 공개되면 페이셔스 그룹은 엄청난 타격을 받을 겁니다! 설령 배호영을 다시 찾지 못하더라도, 그의 아버지는 다른 자식들이 있지요. 하지만 그룹의 명성이 무너지면, 그 피해는 단순히 자손 하나의 문제가 아니게 될 겁니다. 따라서 배호영의 아버지조차도 그의 행동으로 인해 집안이 위태로워지는 것을 허락하지 않을 겁니다. 이렇게 큰 재벌가가 오늘날까지 성장할 수 있었던 이유도 필요한 순간엔 과감히 손실을
시후는 실수를 막기 위해 성도민이 보내온 배호영의 자료를 열어 배호영의 사진을 핫토리 카즈오 일행에게 보여주고는 주의를 주었다. "이 사람을 잘 기억해두도록. 잠시 후 그가 부하들을 데리고 함께 온다면, 그가 들어온 후 그의 부하들을 모두 처치해. 만약 그가 혼자 온다면, 바로 그를 묶어서 나에게 데리고 오면 된다. 알겠나?"핫토리 카즈오는 지체 없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은 선생님, 명심하겠습니다…”시후는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 말했다. "만약 그가 다른 사람을 보내 상황을 살피라고 하면, 그냥 들어오게 두면 되고.""알겠습니다!" 핫토리 카즈오는 신중하게 대답하며 사진을 다시 한번 살피고는 이렇게 말했다. "은 선생님, 이제 배호영의 얼굴을 확실히 기억했습니다!"시후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며 손짓했다. "이미 기억했으면 이제 너희 할 일은 다 끝났다. 나가도록 해."핫토리 카즈오는 안도의 한숨을 쉬며 말했다. "은 선생님, 그럼 물러가겠습니다.."라고 말하고, 일행과 함께 서둘러 밖으로 나갔다.그들이 나가자마자, 고은서는 참을 수 없는 듯 물었다. "시후 오빠, 그 배호영이라는 사람은 왜 나를 납치하려고 한 거야?"시후는 냉정하게 말했다. "내가 캐나다에 있을 때 제임스라는 사람의 행방을 추적하고 있었는데, 이 녀석이 뉴욕에 온 뒤로 자취를 감췄어. 조금 전 나도 알게 된 사실인데, 그 배호영이 바로 제임스의 윗선이라고 하더라고. 그들은 젊은 여성들을 해치는 것을 즐기며, 그 수법이 매우 잔인해.. 아마도 넌 그들의 다음 목표였을 거야."고은서는 이를 악물며 말했다. "이 자식 정말 악마네?! 나를 속이려고 이런 큰 연극을 꾸며?! 정말 용서할 수 없어!"시후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걱정 마, 내가 그에게 반드시 뼈아픈 대가를 치르게 할 테니까."고은서는 참지 못하고 물었다. "시후 오빠, 이제 어떻게 할 거야? 그 배호영을 잡아두려는 거야?"시후는 고개를 끄덕이며 확고히 말했다. "당연히 그들을 그냥 두지는
시후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솔직히 말해주면, 오늘 이 일을 배후에서 주도한 사람 중 한 명은 바로 페이셔스 그룹의 배호영이라는 자다. 그가 지금 이곳에 있으니, 네가 그를 잡도록. 아까 네가 말한 계획대로 그를 밖으로 운반해. 단, 그를 제임스에게 넘기지 말고 내가 사람을 보내 너와 접선해서 데려갈 거야. 일이 끝난 뒤, 너희 8명은 내 사람과 함께 떠나면 되고, 그들이 너희들의 안전을 지켜줄 것이다.”핫토리 카즈오는 배호영을 만난 적은 없었지만, 뉴욕에서의 페이셔스 그룹의 명성과 그들의 능력은 잘 알고 있었다. 페이셔스 그룹의 영향력은 일본의 이토 그룹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막강한 것으로 보였는데, 시후가 그에게 페이셔스 그룹의 장남을 잡으라고 하니 그는 공포에 휩싸일 수밖에 없었다. 핫토리 카즈오는 겁에 질려 울먹이며 애원했다. “은 선생님.. 저희 이가 닌자들은 항상 위태로운 상황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애쓰며 살아왔습니다. 그러니 저희들이 만약 페이셔스 그룹과 얽히게 되면 가문의 사람들이 전멸할 수도 있습니다..”시후는 냉소를 지으며 차갑게 말했다. “핫토리 카즈오! 너희 이가 닌자들이 페이셔스 그룹과 얽히면 전멸할 가능성이 있을지도 모르지만, 나와 얽히게 되면 전멸은 확정이다!” 그는 몸을 일으키며 핫토리 카즈오를 내려다보았고, 냉정하게 말했다. “예전에 그저 그런 엘에이치 그룹도 마츠모토 그룹을 절멸 시켜, 개명하고 이름을 바꾼 아들마저 살아남지 못했다. 내가 그런 자들보다 약할 것 같나?! 만약 너희 이가 닌자들이 나와 대립하려고 한다면, 나는 이가 닌자들뿐 아니라 너희와 혈연 관계가 있는 모든 이들을 세상에서 사라지게 만들어 버릴 것이다!”핫토리 카즈오는 시후의 말을 듣고 마치 벼락을 맞은 듯 몸이 얼어붙었다. 그는 시후의 능력을 잘 알고 있었다. 시후는 자신을 가뿐히 처리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블랙 드래곤을 통솔하며 수백 명의 최정예 군인들을 거느리고 있었다. 만약 시후가 이가 닌자를 멸족 시키기로 결심한다면, 그들이 시후
이중열과 고은서는 어안이 벙벙했다. 고은서는 지금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전혀 알지 못했고, 이중열은 이들이 살기를 내뿜으며 들어왔다가 시후를 보자마자 그들이 무릎을 꿇은 이유를 이해할 수 없었다. 두 사람이 몰랐던 사실은, 바로 핫토리 카즈오가 현재 굉장히 두려움에 떨고 있다는 점이었다.핫토리 카즈오는 심장이 터질 듯 빠르게 뛰며 극심한 공포와 통증을 느꼈다. 그는 구름산에서 시후가 돌멩이 하나로 블랙 드래곤의 단원을 죽였던 장면을 떠올리며, 시후가 조금이라도 기분이 나빠지게 되면 8명 모두를 저 세상으로 보낼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는 계속해서 용서를 구하며 시후가 자신들을 살려줄 것을 기도했다.이때 시후는 흥미롭다는 듯 미소 지으며 말했다. “핫토리 카즈오, 가서 먼저 문을 닫아.” 핫토리 카즈오는 쭈뼛쭈뼛 떨리는 다리로 일어나 문을 닫은 후, 다시 제자리로 돌아와 무릎을 꿇고 시후를 바라보며 간절히 애원했다. “은 선생님.. 이번 한 번만 용서해 주십시오..”시후는 손을 저으며 담담하게 말했다. “다들 성인인데, 아직도 어린아이처럼 공상을 하면 재미가 없잖아.”핫토리 카즈오는 절망에 휩싸여 필사적으로 용서를 구했다. “은 선생님.. 저희에겐 선생님의 명성이 이미 전설적으로 내려오고 있습니다. 선생님의 실력은 저희가 볼 때는 신과 같은 존재입니다. 저희는 정말 의도적으로 선생님께 적대감을 품은 것이 아닙니다.. 이 모든 건 누군가의 지시에 따른 것이었습니다..”시후는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 “누가 너희를 고용했지?” 핫토리 카즈오는 서둘러 대답했다. “제임스라는 사람입니다. 자세한 내막은 모르고, 그냥 제임스라고만 들었습니다.” 시후는 제임스의 자료를 꺼내 사진을 보여주며 물었다. “이 사람인가?” 핫토리 카즈오는 무릎을 꿇은 채 앞으로 기어가 사진을 확인한 후, 다시 뒤로 물러나며 머리를 조아리며 답했다. “예 은 선생님, 맞습니다!”시후는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 물었다. “그가 얼마를 줬지?” 핫
오직 시후만이 예리한 감각으로 문 밖에서 일어나는 모든 상황을 들을 수 있었다. 그는 과거 일본에서 덴바야시 가문의 닌자들과 맞섰던 경험을 떠올리며, 바깥에서 사용하는 무기가 덴바야시 가문의 닌자 덴바야시 아오타가 사용했던 수리검이라는 것을 감지했다.그러자 시후는 미간을 찌푸리며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하아.. 일본 닌자라니!” 이렇게 한 마디를 한 시후는 이미 손에 천혼인을 슬쩍 쥐고 있었다. 고은서가 이를 듣고 놀라서 물었다. “시후 오빠, 뭐라고? 일본 닌자..”고은서의 입에서 말이 끝나기도 전에 갑자기 문이 발길질로 쾅 열렸다..! 이어서 핫토리 카즈오와 7명의 이가 닌자들이 빠르게 방 안으로 들어왔다. 두 소녀는 놀라서 비명을 질렀고, 핫토리 카즈오는 차갑게 동료들에게 명령했다. “여자들은 놔두고 나머지는 전부 처리해, 한 놈도 살려..!”고은서와 마찬가지로 핫토리 카즈오 역시 마지막 말을 끝내기도 전에 고개를 들었는데, 시후가 자신의 쪽을 바라보고 앉아있는 것이 보였다. 그 순간 그는 머리부터 발끝까지 전율이 일며 온몸이 얼어붙었다. 핫토리 카즈오는 존경과 공포가 뒤섞인 목소리로 떨면서 말했다. “은.. 은 선생님?! 여.. 여기에 어떻게..?”다른 7명의 닌자들도 핫토리 카즈오의 시선을 따라 시후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그들은 모두 한순간에 무릎을 꿇고 머리를 숙이며 절을 했다! 이들은 모두 시후가 지휘하는 전투에서 그의 엄청난 실력을 직접 목격했던 인물들이었다. 특히, 시후가 손짓 하나로 블랙 드래곤의 핵심 멤버들 중 2명을 손쉽게 처치하는 모습을 봤기 때문에, 그들은 시후를 신과 같은 존재로 여겼다. 그렇기에 시후를 보자 그들은 자연스럽게 혼이 빠진 듯 무릎을 꿇었다. 핫토리 카즈오는 주변 부하들이 모두 무릎을 꿇는 것을 보고 정신을 차리며 그제야 자신도 무릎을 꿇고 공포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 “은.. 은 선생님.. 죄..죄송합니다.. 저는 핫토리 카즈오라고 합니다.. 이토 그룹 밑에서 일하는 이가 닌자입니다.
이중열은 자신이 사건의 위험성을 남김없이 시후에게 설명했음에도 불구하고, 시후가 전혀 동요하지 않는 모습을 보며 의아해했다. 그래서 그는 속으로 한숨을 내쉬며 생각했다. ‘하아.. 도련님이 정말 이 상황을 통제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건가..’ 그리고 그는 또 다른 생각이 들었다. ‘은서준 상무님과 비교했을 때, 도련님은 용감하시기는 하지만, 전반적인 상황을 보는 시야는 부족한 것 같아.. 오늘 여기서 빠져나가지 못하면, 은서준 상무님이 혈통을 잇지 못하는 것이 아닌가..?’이렇게 생각하자 이중열은 온몸에 소름이 돋는 것을 느꼈다. 그는 은서준에게 아들인 시후가 유일한 자식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고, 오늘에서야 시후가 살아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기 때문에, 무슨 일이 있어도 은인의 유일한 자식을 이곳에서 죽게 놔둘 수는 없었다. 이중열은 자신이 20여 년을 겨우 연명하며 살아왔으니 죽어도 아쉽지는 않겠지만, 시후는 아직 젊었고 은서준과 안예선이라는 비범한 두 사람의 피를 물려받았기에 그를 이렇게 허무하게 죽게 두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이중열은 급히 휴대폰을 꺼내어 911에 신고하려고 했다. 이제 그는 시후가 막든, 시후가 화를 내든 신경 쓰지 않았다. 지금은 시후의 목숨을 지키는 것이 가장 중요한 일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는 휴대폰을 꺼내서 잠금 해제를 하려는 순간, 휴대폰 화면 오른쪽 상단에 ‘서비스 없음’이라는 글자가 떠 있는 것을 발견했다. 그는 속으로 놀라며 외쳤다. ‘이곳은 뉴욕의 중심지인데!? 어떻게 통신 신호가 없을 수 있지? 설마.. 설마.. 상대가 이미 신호를 차단한 건가?!’이중열의 추측은 맞았다.제임스는 닌자들이 행동을 개시할 때 만약의 상황에서 혜리가 신고할 기회를 주지 않으려 했다. 만약 작전 중에 혜리가 신고를 한다면 작전의 난이도가 굉장히 높아질 것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신고를 하기라도 하면 모든 계획은 물거품이 될 것이다. 따라서 제임스는 혜리가 쉬고 있는 곳의 반경 20m 내에 여러 개의 신호 차단기를
시후는 메시지를 보고 나서 이 배호영이 바로 배유현의 조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시후는 곧바로 고은서에게 말했다. "우연히도, 내가 이 배호영의 이모를 알고 있어.""정말?" 고은서가 놀란 표정으로 물었다. "그의 이모를 어떻게 알게 된 거야?"시후는 미소 지으며 말했다. "이야기하자면 길어."그때 시후의 휴대폰에 또 다른 메시지가 도착했다. ‘젠장!’ 시후는 속으로 욕을 퍼부었다. 하지만 이 메시지를 본 순간 머리는 맑아졌고 시후는 이렇게 생각했다. ‘이렇게 여기저기 제임스를 찾으려 해도 못 찾았던 이유가, 뉴욕으로 와서 배호영에게 의지하고 있었기 때문이었군..! 페이셔스 그룹은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고, 뉴욕은 그들의 텃밭과도 같을 거야. 이곳에서 그들이 가진 힘과 자원은 블랙 드래곤과는 비교가 되지 않아. 만약 제임스가 페이셔스 그룹에 계속 숨어 있었다면, 블랙 드래곤이 한 달을 더 찾아도 그의 행방을 찾기 어려웠을 거다..!’ 이렇게 생각하며 시후는 확신했다. 오늘의 자선 만찬은 바로 배호영이 고은서를 함정에 빠뜨리기 위해 준비한 것이고, 그 뒤에는 제임스가 뭔가 계획을 세웠을 가능성이 매우 컸다.이때 시후의 표정은 이미 굳어져 있었다. 그는 정말로 예상하지 못했다. 페이셔스 그룹의 도련님이라는 인간이 감히 은서에게 손을 대려할 줄은!그 때 이중열은 시후의 표정이 심상치 않다는 것을 눈치채고는 급히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도련님, 만약 상대가 정말로 나쁜 의도를 가지고 있다면, 바깥에 있는 몇 명의 경호원으로는 상대하기 어려울 겁니다. 제 예상으로는 상대는 자선 만찬이 본격적으로 시작될 때를 노릴 테니, 이제 우리에게 남은 시간은 겨우 5분밖에 없습니다." 그는 곧 덧붙였다. "제가 하나의 지연책을 생각해냈습니다. 지금 당장 911에 전화해서, 이
시후는 다소 놀라며 이중열을 바라보고는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 "중열 삼촌, 뭔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시나요?"자신의 능력이 계속 향상되면서 시후는 이미 어떤 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고 대응을 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러므로 그는 위급 상황에 직면해도 쉽게 대처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었기 때문에 늘 긴장할 필요는 없었다. 그러나 이중열은 달랐다. 미국에 온 이후로 이중열은 늘 신중하게 행동해왔다. 그는 한편으로 자신의 불법 체류 신분을 알아차릴까 걱정했고, 다른 한편으로는 홍콩에서 자신을 찾아올 가능성이 있는 조폭들을 경계해야 했다. 그래서 주변에 있는 모든 것에 대한 경계심이 강했고, 위험을 감지하는 감각도 자연스레 예민할 수밖에 없었다.이중열은 매우 진지한 표정으로 작게 말했다. "도련님, 이곳의 많은 세부 사항들이 뭔가 어긋나는 것 같은 기분입니다." 그는 자신이 느끼는 모든 의문점을 시후에게 털어놓았다. 시후는 그 이야기를 들으며 점점 표정이 차가워졌다. 이중열의 분석은 충분히 타당해 보였다. 한 두 가지 정도가 이상한 것이라면 우연일 수 있겠지만, 여러 요소들이 충돌하는 것은 더 이상 우연으로 설명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시후는 잠시 생각하다가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 "중열 삼촌, 혹시 배호영이 은서에게 나쁜 의도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시나요?""네." 이중열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배호영은 페이셔스 그룹의 도련님이고, 이 자선 만찬에 참석한 최고위층 인물입니다. 그래서 그가 남을 돕기 위한다는 건 불가능 해요. 그가 분명히 주인공이겠죠." 이어 이중열은 "그는 페이셔스 그룹의 도련님이니, 뭔가 결정했다면 철저하게 계획을 세웠을 것이고, 위험을 남기지 않도록 했을 겁니다. 우리를 이런 퇴로가 없는 방에 가둔 건 그 의도를 명확히 보여주죠. 분명한 살의가 느껴져요, 도련님!"이라고 덧붙였다.시후는 미간을 찌푸렸다. 그는 불현듯 실종 상태인 제임스가 떠올랐다. 그래서 시후의 마음속에 의문이 피어났다. 제임스와 배호영이 뭔가
VIP실은 비록 매우 고급스럽게 꾸며져 있고 가구도 세련되었지만, 이중열은 이곳이 전혀 안전하지 않다는 느낌을 떨칠 수 없었다. 이 VIP실은 외부와 오직 한 개의 큰 문 만으로 연결되어 있었고, 그 외에는 완전히 밀폐된 공간이었다. 일반적인 상황이라면 이러한 방은 사생활 보호에는 최적이겠지만, 위험한 상황이 발생했을 때는 탈출의 기회가 전혀 없을 것이다. 이중열은 불안한 마음이 들기 시작했고, 이 자선 만찬과 이 밀폐된 방이 뭔가 숨겨진 비밀을 품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그는 고은서에게 물었다. "은서 아가씨, 어떻게 이 자선 만찬에 초대받게 되셨죠?"고은서가 답했다. "저희 아빠의 지인이신 부회장님께서 부탁하셨어요. 이번 북미 공연 전 뉴욕 한인회와 여러 가지 협력을 했었는데, 며칠 전에 아저씨가 배호영 씨가 자선 만찬을 준비한다고 해서 참석해 주길 부탁하셨고요. 그리고 저는 만찬 주제가 의미 있다고 생각해서 오게 되었어요."이중열은 고개를 끄덕이며 물었다. "오늘 자선 만찬의 주제가 동양인 고아들을 위한 것이죠?""맞아요." 고은서는 고개를 끄덕이며, 슬쩍 시후를 바라보며 말했다. "시후 오빠도 어렸을 때 보육원에서 고생을 많이 했어요. 그래서 저는 고아들을 위해 자선을 많이 하고 있고, 저도 고아들을 위해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고 싶기도 하고요."옆에서 조용히 시후를 지켜보던 김지우는 시후가 이 이야기를 듣고 어떤 반응을 보일지 궁금해하며 조용히 시후를 바라보고 있었다. 둔감한 시후는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지만, 이중열은 더 큰 걱정이 들기 시작했다. 그는 이 자선 만찬이 마치 고은서를 위해 기획된 것처럼 느껴졌다. 그렇다면 상대방은 도대체 무슨 목적을 가지고 이런 일을 꾸민 걸까? 배호영이 고은서에게 호감을 가지고 그녀를 기쁘게 하려는 걸까, 아니면 다른 의도가 있는 걸까? 이 방이 밀폐되어 있지만 않았다면, 그는 아마 배호영이 고은서의 관심을 끌고 싶어하는 거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러나 이 방이 완전히 밀폐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