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후의 질문에 안세진도 당황한 듯 말했다. "도련님, 저는 솔직히 고모님에 대해 잘 모릅니다.. 왜냐하면 제 신분으로는 그룹의 직계 구성원과 직접 접촉하기 어려워서요.. 아무래도 박상철 집사는 일상적으로 접촉하지만요. 아니면 전화로 그에게 물어보시겠습니까?”시후는 손을 저으며 담담하게 말했다. "아니요. 전화로 물어볼 필요 없어요. 어차피 알아도 소용 없을 테니까.. 고모가 정말 뭘 하려고 왔는지 알기 전에는요.”안세진은 "그럼 내일 고모님과 함께 식사하러 가실 겁니까?”시후는 고개를 끄덕였다. "시간이 정해지면 그때 바로 알려주세요. 데리러 오실 필요도 없어요. 제가 직접 갈게요.”"네!"시후는 고모의 예전 모습을 떠올렸다. 시후가 기억하기로는 그녀는 비교적 까칠한 여성이었고, 자신이 다섯 살 되던 해에 준재벌가의 장남과 결혼했고, 후에 아들을 낳았던 것 같았다. 그래서 시후는 안세진에게 물었다. "부장님, 고모가 지금 도대체 어떤 신분이죠? 제가 기억하기로는.. 시집을 갔을 테고.. 그렇다면 친정 일에 더 이상 손을 대지 않을 것 같은데..”안세진은 사실대로 대답했다. "도련님, 고모님은 예전에 이혼하셨습니다.. 그리고 나서 다시 그룹으로 돌아오셨지요.”미간을 잔뜩 찌푸린 채 시후는 입을 열어 물었다. "이혼이요..? 어떻게 된 거죠?”안세진은 겸연쩍게 웃으며 말했다. "흠.. 사실 하면 안 되는 말인데.. 도련님이 물어보신 김에 말씀드리겠습니다.. 고모님은 처음에 손장무 대표와 결혼했을 때, 손 대표님의 집안은 사실 LCS 그룹에 비할 바는 아니었지만 어쨌든 준재벌가였습니다. 전체적인 능력과 권력도 꽤 대단한 편이었고요.. 하지만 6, 7년 전 철강산업에 큰 돈을 투자해 그룹을 만들었는데, 연쇄적으로 도산하는 바람에 적지 않은 돈을 잃었고, 절반의 손실을 봤지요.." 그러자 안세진은 어이없는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그런데, 손 대표님의 사업이 계속해서 망하자, 고모님은 계속 이혼을 원하셨습니다. 하지만 손 대표님께서는 이혼을
시후는 웃으며 말했다. "서프라이즈 해주고 싶어서 그랬죠~” 시후가 말을 끝내자 마자 유나는 이미 그의 앞으로 달려가 그의 품속으로 단숨에 뛰어들었다. 시후가 일본에 간 며칠 동안 유나는 매일 밤낮으로 그를 그리워했다..! 그 전에는 유나가 이런 식의 기분을 느낀 적은 없었다. 시후가 지난 번에 은서를 만나러 용인과 안성으로 갔을 때도 시후가 보고 싶다고 생각은 했지만 이번과 같이 강하게 그리워할 줄은 몰랐다. 그래서 유나는 시후가 갑자기 돌아온 것을 보자마자, 아무것도 생각할 겨를 없이 바로 시후를 껴안았다.시후는 아내가 장모님과 장인 어른 앞에서 자신을 껴안을 줄은 몰랐고, 기쁘기도 하고 부끄럽기도 했다. 그래서 그는 유나에게 말했다. "여보, 안방에 돌아가서 안아주는 게 좋지 않아요? 장인 장모님이 보고 계시잖아요.. 하핫..”그러자 유나도 정신을 차렸고, 갑자기 부끄러워져 얼굴을 붉혔다. 그녀는 수줍고 두려운 듯 말했다. "조금 전까지 TV를 보고 있었는데, 며칠 전에 일본에서 30명 이상의 사람들이 죽었다고 해서 정말 무서웠어요!!"시후는 "아 그래요? 국내에도 다 보도된 거예요?"라며 놀라워했다."네!" 유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진지한 표정을 지었다. "지금 여러 방송국에서 방송되고 있는 데다, 군부대까지 동원해 용의자를 체포하는 것 같더라고요? 용의자들이 버스 세 대를 가득 채울 정도로 잡혔다고 하던데.. 일본의 치안이 정말.. 그리고 그 쪽이 이렇게 혼란스러울 줄은 몰랐어요. 그 때 알았더라면 당신을 일본으로 보내지 않았을 텐데..!”"하하.. 나도 일본이 이렇게 어수선한 줄은 몰랐어요. 아마 우연히 일어난 일일 거예요~”그러자 윤우선은 기뻐하며 달려와 신이 나서 환하게 웃었다. "아이구~~~ 우리 은 서방!!! 드디어 돌아왔어?!! 자네가 일본에 간 요 며칠 동안 이 장모가 얼마나 보고 싶었는지 몰라!"김상곤은 윤우선의 옆에서 그녀를 비웃었다. "흥! 그게 무슨 은 서방을 보고 싶어 한 거야? 은 서방 선물을 기다
윤우선의 얼굴이 조바심으로 가득한 것을 보고 시후는 마침 기다렸다는 듯 캐리어를 바닥에 내려놓고 열 준비를 했다.그러자 옆에 있던 윤우선은 이미 참지 못하고 시후의 옆에 쪼그리고 앉아 아첨하며 말했다. "어머~~ 은 서방~~ 이런 걸 왜 자네가 하고 있어~~ 내가 열어 줄게!”시후는 너털웃음을 지으며 마지못해 웃었고 반대도 하지 않았다.윤우선은 캐리어를 열었고, 맨 위에 커다란 보스(Boss)라고 적힌 포장 백이 놓여 있는 것을 보고서 참지 못하고 물었다. "어머? 이 보스는 남성복 아닌가??"시후는 고개를 끄덕이며 다했다. "네, 이건 장인 어른께 드릴 양복이에요. 지금 골동품 협회에 고위직으로 계시잖아요.. 그러니 평소에 접대 활동 같은 것도 하고, 크고 작은 사회 활동이 있을 테니, 외출할 때 스타일리시 하게 다니셔야죠~”김상곤은 시후의 말을 듣고 흥분하며 말했다. "아이고 은 서방!! 정말 이렇게 좋은 사위라니..!! 이 장인 어른은 줄곧 외출해서 양복을 사고 싶었지만, 돈 주고 사는 게 너무 아까웠어.. 그런데 자네가 뜻밖에도 이런 선물을 주다니.. 이 장인 어른은 정말 고마워!”윤우선은 입을 삐죽거리며 양복의 포장 봉투를 꺼내 김상곤의 발치에 던지며 소리쳤다. "다 늙어가지고 이렇게 좋은 양복과 어울리기나 해?? 거울도 안 보지?! 그런 늙은 얼굴에 이런 양복을 입을 자격이 있어?!?""내가 왜 안 어울려?! 나는 아직 너처럼 뚱뚱해지지도 않았어!” 그러자 김상곤은 윤우선의 말을 맞받아 쳤다."뭐라고?!"윤우선은 김상곤의 말에 화가 나서 물었다. "감히 내 몸매가 변했다고?! 죽고 싶어?!”김상곤은 얼른 목을 움츠리고는 "그냥 농담이지 뭐!!”라고 발뺌을 했다.윤우선은 그를 매섭게 노려보고 나서 시후에게 물었다. "은 서방~ 저런 늙은이에게 무슨 ‘보스’ 양복을 사주니? 그냥 시장통에서 비슷한 짝퉁 하나 입히면 되지.. 자네가 지난 번에 준 가짜 롤렉스처럼~ 저 늙은이와 어울리는 건 그런 걸로 충분해!""장모님
"여보, 이거 당신을 위해서 산 거예요. 열어 봐요~ 맘에 들 걸요?!""네에? 제 것도 있다고요?? 여보, 돈 버는 것도 쉽지 않은데.. 시후 씨를 위해서는 평소에 돈 한푼 쓰지도 않으면서, 왜 밖에만 나가면 자꾸 나에게 선물을 사주는 거예요.."그러자 옆에 있던 윤우선은 황급히 말했다. "어휴 이 바보야, 은 서방은 널 아끼고, 사랑하니까 그렇지~ 이건 전형적인 착한 남자라고!! 네 아버지가 이렇게 인색하게 굴어서 그렇지..! 언제 나에게 이런 비싼 선물을 사줬나 봐라!”김상곤은 분노하며 소리쳤다. "집안의 돈은 다 자기가 쥐고 있으면서 용돈도 안 줬는데 뭘로 내가 선물을 사 줘!!”그러자 윤우선은 퉤퉤 하고 침을 뱉었다. “어휴 또 헛소리! 남편이 돈이 없어도 어떻게든 아내에게 선물을 주려고 했을 텐데, 너는 어땠어? 돈이 없다는 핑계를 대는 거지, 몇 년 동안 혼자 비상금 숨겨본 적 없어?"김상곤은 짜증이 나서 시후가 선물한 양복을 집어 들고, 코웃음 치며 말했다. "너랑 여기서 이런 쓸데없는 얘기는 하기도 싫다! 나는 그냥 방에 가서 사위가 사준 양복을 입어 보련다!! 마침 내일도 협회에서 행사가 있으니 새 양복을 입고 가야겠어!”이 때, 유나는 조심스럽게 선물상자의 포장을 뜯었다..! 그녀는 보석함 안에 반짝반짝 빛나는 다이아몬드 반지가 있는 것을 보았을 때, 깜짝 놀라 입을 막았다..! 그러자 옆에 있던 윤우선은 눈알을 몇 배나 휘둥그레 뜨며 외쳤다. "옴마야! 세상에!! 이렇게 큰 다이아몬드?! 3캐럿은 되지 않아?!"시후는 웃으며 말했다. "하하! 역~시 장모님! 정말 물건을 잘 아는군요! 3.2캐럿입니다!""우앗!!!" 윤우선은 두피가 얼얼해지는 것처럼 뻐근해졌다. "이렇게 커?! 이거.. 10억 정도 하는 거 아니야?!""그 정도는 아니고요.. 0은 몇 개 떼야 합니다. 하하하!”"뭐.. 그럼 천 만원 정도 하나??!" 윤우선은 가슴을 만지작거리며 놀라 말했다. "이야! 우리 사위 정말 대단하다! 이
이때 유나는 이미 감동하여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시후와 결혼한 지난 몇 년을 돌이켜보면 그녀는 오랜 생각에 잠길 수밖에 없었다. 왜냐하면 그 당시 할아버지가 갑자기 자신에게 시후에게 시집을 가라고 했기에 자신은 이해하지 못했고, 온 가족도 강하게 반대했다. 하지만, 할아버지는 강하게 밀어붙여 자신을 설득했던 것이다. 하지만 강제결혼은 유나에게 결혼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심어줬다. 시후와 결혼한 뒤, 그녀가 생각한 결혼 생활은 그저 할아버지의 요구에 따라 시후의 아내가 되는 것이었고 그저 같이 생활하며 좋거나 싫음의 감정 따위는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한 것이다. 그래서 두 사람은 오랜 시간 동안 서로에게 거리를 두며 예의를 갖추어 지냈을 뿐, 명목상으로는 부부지만 사실은 한 지붕 아래 함께 사는 낯선 사람인 것처럼 행동했다. 게다가 처음 결혼을 했을 때 유나는 시후의 신분 때문에 사방팔방에서 강한 압박을 받기도 했다. 그때는 모든 사람들이 그녀에게 계속 시후는 쓰레기이고 능력 없는 인간이라고 욕만 해댔다. 그래서 시후와 함께 있으면 안 되고 빨리 이혼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때 유나는 시후와 결혼하기로 한 이상, 자발적이든 타의에 의해서든 이혼을 하고 싶지 않았다. 어쨌든 시후는 지금까지 한 번도 틀린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나서 시후와의 결혼 생활이 점차 오래되자, 그녀는 시후의 장점들을 하나하나 발견하게 되었고, 조금씩 호감을 갖게 되었다. 하지만, 그녀는 좋아하는 것과 사랑하는 것이 어떤 느낌인지 이해하지 못했다. 유나는 연애를 해본 적이 없고, 이런 감정적인 일에는 비교적 눈치가 없고 우둔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금 그녀는 시후의 애틋한 고백에 가슴이 갑자기 두근거리며 숨이 가쁘고 현기증이 났다. 물론 눈물까지 흘릴 정도로 감동적이었다.옆에 있던 윤우선은 이 광경을 보고 마음속으로 기뻐했다. 그녀는 지금 진심으로 시후가 확실히 시련을 이겨낼 수 있는 좋은 사위라고 생각한다. 예전에 유나를 좋아했던 재벌 2세들은 자신에게
시후는 아내가 수줍음이 많다는 걸 알고 있었다. 게다가 이런 쪽으로는 경험이 전혀 없는데, 어떻게 윤우선이 말하는 것을 견딜 수 있겠는가? 그러자 그는 급히 말했다. "장모님, 유나 씨는 이런 걸 엄청 부끄러워해요. 그러니 그만 두세요~”윤우선은 빙그레 웃으며 "유나야, 봤지? 은 서방이 이렇게 널 많이 생각한다고~~~! 그럼 여기서 그만하고 나는 팔찌 사진이나 잘 찍어 올리련다~ 너희들도 어서 쉬어~"라며 기지개를 켰다.그 때 김상곤이 새 보스 수트를 입고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왔다. 김상곤은 세 사람을 보자마자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엘리베이터 입구를 한 바퀴 돌며 웃었다. "이것 봐, 이 양복은 정말 맞춤 제작한 것 같아! 이 몸매 좀 봐라! 어딜 봐서 내가 중년이라고 하겠냐?”김상곤은 키도 큰 편에다 지금은 고급스러운 정장을 잘 차려 입었고, 몸매 관리까지 잘해 얼핏 보면 40대의 젊은 청년 같았다. 하지만 시후는 속으로 잘 알고 있었다. 장인 어른은 사실 게으른 사람이고, 평소에 운동을 전혀 안 해서 몸매를 이렇게 잘 유지할 수 있었던 건 완전히 오랜 세월 동안 윤우선에게 시달린 것이라는 걸.. 지금의 윤우선은 많이 수그러들었지만, 예전의 윤우선은 그야말로 여포와 같았다. 아마 장인 어른은 윤우선을 만나 굉장히 짜증나고 힘들었을 것이다. 밥 먹는 것조차 입맛이 없을 정도이고 살이 찌고 싶어도 그럴 수 없는 것이다. 그러자 시후는 그를 칭찬하며 말했다. "장인 어른, 이렇게 차려 입으니 마흔 살 밖에 안 되는 것 같습니다!”"그렇지?! 우하하하하!" 김상곤은 웃으며 "내가 당시 대학을 다닐 때 엄청 유명한 훈남이었어~ 지금도 젊은 녀석들 보다 뒤지지 않을 거라고~”유나는 "아빠, 좀 겸손해질 수 없어요? 아빠 입으로 그런 말을 하면 웃음거리가 될 거라구요!"라며 어이없는 듯 고개를 저었다.그러자 김상곤은 입을 삐죽거렸다. “뭐가 무서워서 그래?! 네 아빠가 요즘 늙은이들 사이에서 얼마나 돋보이는 존재인지 알아? 이게 바로 군계일학이라고
집으로 오는 길에 고모와 안세진의 전화를 듣지 않았다면, 지금 시후는 전화 속의 이 여성의 반가움과 열정이 정말 진심에서 우러나온 것이라고 믿었을 것이다..! 그러자 시후는 깜짝 놀라는 척 웃으며 물었다. “고모요?? 어떻게 이렇게 전화를 주셨어요?"은소리는 사실 시후에게 전화를 하고 싶지 않았다. 그녀는 이미 안세진에게 명령을 전달했고, 안세진에게 내일 직접 시후에게 버킹엄 호텔에 가서 식사 하자고 지시만 내리면 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렇게 전화를 건 까닭은 은 회장이 조금 전 그녀에게 꼭 직접 시후에게 전화하라고 이야기를 했고, 이렇게 해야 더 성의 있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고 말했기 때문이었다. 아무래도 시후와 오랫동안 만나지 못했으니, 미리 전화를 걸어 조금 더 친하게 지내는 모습을 보여주면 미리 아이스 브레이킹을 하는 것과 같을 테니, 앞으로 시후에게 집으로 돌아오라고 하는 것에도 도움이 될 거라는 논리였다.그러자 그녀는 웃으며 말했다. "시후야, 이렇게 오랫동안 만나지 못했지만.. 이 고모는 항상 널 걱정했어~ 원래는 진작에 너를 만나러 가고 싶었는데, 박상철 집사가 네가 당분간 돌아오기 싫은 것 같다고 해서.. 그냥 귀찮게 하기 싫었지~ 시후야, 어떻게 지냈니?"은소리는 최대한 다정한 목소리로 물었다.시후는 다소 속이 메스꺼웠지만 예의를 지키며 답했다. "다 괜찮죠~ 걱정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고모.”은소리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웃었다~ "어머~ 잘 지내고 있다니 이 고모가 더 기쁘기 그지없다! 후후훗~ 아 참, 이 고모가 전화한 건 내가 내일 서울에 가거든~ 너랑 저녁 한 끼 먹으려고~ 시간이 있을지 모르겠다?""내일 서울에 오세요?" 시후가 놀라 물었다."응응!! 사실 이 고모는 안세진 부장에게 전달해 달라고 부탁하려고 했는데, 생각해 보니 내가 조카를 이렇게 오랫동안 만나지 못했잖아~ 그래서 직접 전화를 해 봤어~”시후는 웃으며 "그렇군요~ 내일 언제 오세요? 제가 식사를 대접하겠습니다~”"내일 저
다음 날, 유나는 일찍 일어나 회사에 출근했다.시후는 윤우선이 만든 아침을 먹고, 오전 내내 은소리가 자신에게 전화 준 일에 대해서 생각했다. 사실 박상철 집사가 자신을 찾은 이후로 지금까지 그룹은 자신의 삶에 직접 나타난 적이 없었다. 그래서 시후는 LCS 그룹과 맞닥뜨릴 필요가 없는 이런 상황에 굉장히 만족했다. 하지만, 은소리는 이번에 자신과 LCS 그룹의 침묵을 깼고, 이는 LCS 그룹이 이미 자신을 끌어들이기 시작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었다. 시후의 생각으로는 어떤 목적으로든 그룹은 이렇게 계속 유나의 곁에 머무르는 것을 원하지 않을 것이었다. 게다가 오늘 자신이 고모를 만나 그녀의 요구를 거절한다고 하더라도 LCS 그룹은 앞으로 오랜 골칫거리가 될 것이었다.......오후 5시 반, 시후는 장모 윤우선에게 인사를 하고 저녁에 일이 있어서 집에서 밥을 먹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리고는 혼자 집을 나서 택시를 타고 버킹엄 호텔로 향했다. 원래 안세진은 차로 그를 데리러 오려고 했지만, 시후에게 거절당했다. LCS 그룹은 안세진을 그들의 사람으로 알고 있었는데, 안세진이 자신에게 너무 친근하게 행동하면 LCS 그룹 가족이 이상 징후를 눈치챌 수 있기 때문이다.시후가 버킹엄 호텔의 레스토랑 입구에 도착했을 때, 안세진은 이미 직접 이곳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시후가 도착하자 안세진이 다가와 공손하게 물었다. "도련님 오셨습니까?”시후는 고개를 끄덕이며 "우리 고모는? 도착했나요?"라고 물었다.“도착하셨습니다..” 안세진은 이마의 땀을 닦으며 속삭였다. "고모님께서 좀 피곤하다고 하셔서 스파로 모셔다 드렸는데, 한 30분 정도 걸릴 것 같습니다..!”시후는 싱긋 웃으며 "그래요? 그럼 먼저 룸으로 데려가 줘요."라고 말했다.그러자 안세진이 다급히 말했다. "오늘 밤 두 분.. 헤븐 스프링스의 스카이 가든에서 식사하기로 되었습니다.”이 말을 듣자 시후는 자신도 모르게 얼굴을 찡그렸다. 왜냐하면 시후는 스카이 가든을 기억하고
시후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맞습니다. 저도 제임스가 계속해서 페이셔스 그룹에 숨어있는 게 아닐까 의심이 들거든요.”이중열은 말했다. “이미 이 닌자들에게 배호영을 납치하라고 하셨으니, 닌자들을 통제하여 페이셔스 그룹에게 거액의 몸값을 요구하게 해보면 어떻습니까? 그리고 나서 그들을 사라지게 만들면, 페이셔스 그룹은 자연스레 납치극이 닌자들이 저지른 일로 여길 겁니다. 그렇게 되면 페이셔스 그룹은 일본으로 가서 이 닌자들의 정체를 추적하게 될 것이고, 닌자들의 친인척을 통해 제임스가 이들을 고용한 사실을 알아내겠지요. 이렇게 하면 페이셔스 그룹은 제임스가 이 닌자들을 고용해 배호영을 납치하게 했다고 생각할 겁니다. 결국 제임스가 진짜 배후라고 여기게 될 텐데, 그는 결국 어떻게 해도 해명할 길이 없겠지요. 저는 페이셔스 그룹이 일본 닌자들과의 연결점을 찾아내는 순간, 제임스가 당황할 수밖에 없다는 걸 확신합니다. 그때 그는 두 가지 선택을 해야 할 겁니다. 하나는 페이셔스 그룹에 모든 것을 자백하는 것이고, 또 하나는 이 모든 짐을 짊어지고 도망치는 것이지요. 어느 쪽을 선택하든 페이셔스 그룹은 그를 가만히 두지는 않을 겁니다!”시후는 잠시 고민하다 물었다. “삼촌, 만약 제임스가 페이셔스 그룹에 자백을 한다면, 페이셔스 그룹은 그를 어떻게 처리할까요?”이중열은 주저하지 않고 답했다. “제가 페이셔스 그룹의 수장이었다면, 제임스가 와서 이런 일을 자백할 때 가장 먼저 그를 즉시 죽일 겁니다. 소문이 퍼지는 걸 막아야 하니까요! 왜냐하면 이 사건이 외부에 공개되면 페이셔스 그룹은 엄청난 타격을 받을 겁니다! 설령 배호영을 다시 찾지 못하더라도, 그의 아버지는 다른 자식들이 있지요. 하지만 그룹의 명성이 무너지면, 그 피해는 단순히 자손 하나의 문제가 아니게 될 겁니다. 따라서 배호영의 아버지조차도 그의 행동으로 인해 집안이 위태로워지는 것을 허락하지 않을 겁니다. 이렇게 큰 재벌가가 오늘날까지 성장할 수 있었던 이유도 필요한 순간엔 과감히 손실을
시후는 실수를 막기 위해 성도민이 보내온 배호영의 자료를 열어 배호영의 사진을 핫토리 카즈오 일행에게 보여주고는 주의를 주었다. "이 사람을 잘 기억해두도록. 잠시 후 그가 부하들을 데리고 함께 온다면, 그가 들어온 후 그의 부하들을 모두 처치해. 만약 그가 혼자 온다면, 바로 그를 묶어서 나에게 데리고 오면 된다. 알겠나?"핫토리 카즈오는 지체 없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은 선생님, 명심하겠습니다…”시후는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 말했다. "만약 그가 다른 사람을 보내 상황을 살피라고 하면, 그냥 들어오게 두면 되고.""알겠습니다!" 핫토리 카즈오는 신중하게 대답하며 사진을 다시 한번 살피고는 이렇게 말했다. "은 선생님, 이제 배호영의 얼굴을 확실히 기억했습니다!"시후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며 손짓했다. "이미 기억했으면 이제 너희 할 일은 다 끝났다. 나가도록 해."핫토리 카즈오는 안도의 한숨을 쉬며 말했다. "은 선생님, 그럼 물러가겠습니다.."라고 말하고, 일행과 함께 서둘러 밖으로 나갔다.그들이 나가자마자, 고은서는 참을 수 없는 듯 물었다. "시후 오빠, 그 배호영이라는 사람은 왜 나를 납치하려고 한 거야?"시후는 냉정하게 말했다. "내가 캐나다에 있을 때 제임스라는 사람의 행방을 추적하고 있었는데, 이 녀석이 뉴욕에 온 뒤로 자취를 감췄어. 조금 전 나도 알게 된 사실인데, 그 배호영이 바로 제임스의 윗선이라고 하더라고. 그들은 젊은 여성들을 해치는 것을 즐기며, 그 수법이 매우 잔인해.. 아마도 넌 그들의 다음 목표였을 거야."고은서는 이를 악물며 말했다. "이 자식 정말 악마네?! 나를 속이려고 이런 큰 연극을 꾸며?! 정말 용서할 수 없어!"시후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걱정 마, 내가 그에게 반드시 뼈아픈 대가를 치르게 할 테니까."고은서는 참지 못하고 물었다. "시후 오빠, 이제 어떻게 할 거야? 그 배호영을 잡아두려는 거야?"시후는 고개를 끄덕이며 확고히 말했다. "당연히 그들을 그냥 두지는
시후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솔직히 말해주면, 오늘 이 일을 배후에서 주도한 사람 중 한 명은 바로 페이셔스 그룹의 배호영이라는 자다. 그가 지금 이곳에 있으니, 네가 그를 잡도록. 아까 네가 말한 계획대로 그를 밖으로 운반해. 단, 그를 제임스에게 넘기지 말고 내가 사람을 보내 너와 접선해서 데려갈 거야. 일이 끝난 뒤, 너희 8명은 내 사람과 함께 떠나면 되고, 그들이 너희들의 안전을 지켜줄 것이다.”핫토리 카즈오는 배호영을 만난 적은 없었지만, 뉴욕에서의 페이셔스 그룹의 명성과 그들의 능력은 잘 알고 있었다. 페이셔스 그룹의 영향력은 일본의 이토 그룹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막강한 것으로 보였는데, 시후가 그에게 페이셔스 그룹의 장남을 잡으라고 하니 그는 공포에 휩싸일 수밖에 없었다. 핫토리 카즈오는 겁에 질려 울먹이며 애원했다. “은 선생님.. 저희 이가 닌자들은 항상 위태로운 상황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애쓰며 살아왔습니다. 그러니 저희들이 만약 페이셔스 그룹과 얽히게 되면 가문의 사람들이 전멸할 수도 있습니다..”시후는 냉소를 지으며 차갑게 말했다. “핫토리 카즈오! 너희 이가 닌자들이 페이셔스 그룹과 얽히면 전멸할 가능성이 있을지도 모르지만, 나와 얽히게 되면 전멸은 확정이다!” 그는 몸을 일으키며 핫토리 카즈오를 내려다보았고, 냉정하게 말했다. “예전에 그저 그런 엘에이치 그룹도 마츠모토 그룹을 절멸 시켜, 개명하고 이름을 바꾼 아들마저 살아남지 못했다. 내가 그런 자들보다 약할 것 같나?! 만약 너희 이가 닌자들이 나와 대립하려고 한다면, 나는 이가 닌자들뿐 아니라 너희와 혈연 관계가 있는 모든 이들을 세상에서 사라지게 만들어 버릴 것이다!”핫토리 카즈오는 시후의 말을 듣고 마치 벼락을 맞은 듯 몸이 얼어붙었다. 그는 시후의 능력을 잘 알고 있었다. 시후는 자신을 가뿐히 처리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블랙 드래곤을 통솔하며 수백 명의 최정예 군인들을 거느리고 있었다. 만약 시후가 이가 닌자를 멸족 시키기로 결심한다면, 그들이 시후
이중열과 고은서는 어안이 벙벙했다. 고은서는 지금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전혀 알지 못했고, 이중열은 이들이 살기를 내뿜으며 들어왔다가 시후를 보자마자 그들이 무릎을 꿇은 이유를 이해할 수 없었다. 두 사람이 몰랐던 사실은, 바로 핫토리 카즈오가 현재 굉장히 두려움에 떨고 있다는 점이었다.핫토리 카즈오는 심장이 터질 듯 빠르게 뛰며 극심한 공포와 통증을 느꼈다. 그는 구름산에서 시후가 돌멩이 하나로 블랙 드래곤의 단원을 죽였던 장면을 떠올리며, 시후가 조금이라도 기분이 나빠지게 되면 8명 모두를 저 세상으로 보낼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는 계속해서 용서를 구하며 시후가 자신들을 살려줄 것을 기도했다.이때 시후는 흥미롭다는 듯 미소 지으며 말했다. “핫토리 카즈오, 가서 먼저 문을 닫아.” 핫토리 카즈오는 쭈뼛쭈뼛 떨리는 다리로 일어나 문을 닫은 후, 다시 제자리로 돌아와 무릎을 꿇고 시후를 바라보며 간절히 애원했다. “은 선생님.. 이번 한 번만 용서해 주십시오..”시후는 손을 저으며 담담하게 말했다. “다들 성인인데, 아직도 어린아이처럼 공상을 하면 재미가 없잖아.”핫토리 카즈오는 절망에 휩싸여 필사적으로 용서를 구했다. “은 선생님.. 저희에겐 선생님의 명성이 이미 전설적으로 내려오고 있습니다. 선생님의 실력은 저희가 볼 때는 신과 같은 존재입니다. 저희는 정말 의도적으로 선생님께 적대감을 품은 것이 아닙니다.. 이 모든 건 누군가의 지시에 따른 것이었습니다..”시후는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 “누가 너희를 고용했지?” 핫토리 카즈오는 서둘러 대답했다. “제임스라는 사람입니다. 자세한 내막은 모르고, 그냥 제임스라고만 들었습니다.” 시후는 제임스의 자료를 꺼내 사진을 보여주며 물었다. “이 사람인가?” 핫토리 카즈오는 무릎을 꿇은 채 앞으로 기어가 사진을 확인한 후, 다시 뒤로 물러나며 머리를 조아리며 답했다. “예 은 선생님, 맞습니다!”시후는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 물었다. “그가 얼마를 줬지?” 핫
오직 시후만이 예리한 감각으로 문 밖에서 일어나는 모든 상황을 들을 수 있었다. 그는 과거 일본에서 덴바야시 가문의 닌자들과 맞섰던 경험을 떠올리며, 바깥에서 사용하는 무기가 덴바야시 가문의 닌자 덴바야시 아오타가 사용했던 수리검이라는 것을 감지했다.그러자 시후는 미간을 찌푸리며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하아.. 일본 닌자라니!” 이렇게 한 마디를 한 시후는 이미 손에 천혼인을 슬쩍 쥐고 있었다. 고은서가 이를 듣고 놀라서 물었다. “시후 오빠, 뭐라고? 일본 닌자..”고은서의 입에서 말이 끝나기도 전에 갑자기 문이 발길질로 쾅 열렸다..! 이어서 핫토리 카즈오와 7명의 이가 닌자들이 빠르게 방 안으로 들어왔다. 두 소녀는 놀라서 비명을 질렀고, 핫토리 카즈오는 차갑게 동료들에게 명령했다. “여자들은 놔두고 나머지는 전부 처리해, 한 놈도 살려..!”고은서와 마찬가지로 핫토리 카즈오 역시 마지막 말을 끝내기도 전에 고개를 들었는데, 시후가 자신의 쪽을 바라보고 앉아있는 것이 보였다. 그 순간 그는 머리부터 발끝까지 전율이 일며 온몸이 얼어붙었다. 핫토리 카즈오는 존경과 공포가 뒤섞인 목소리로 떨면서 말했다. “은.. 은 선생님?! 여.. 여기에 어떻게..?”다른 7명의 닌자들도 핫토리 카즈오의 시선을 따라 시후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그들은 모두 한순간에 무릎을 꿇고 머리를 숙이며 절을 했다! 이들은 모두 시후가 지휘하는 전투에서 그의 엄청난 실력을 직접 목격했던 인물들이었다. 특히, 시후가 손짓 하나로 블랙 드래곤의 핵심 멤버들 중 2명을 손쉽게 처치하는 모습을 봤기 때문에, 그들은 시후를 신과 같은 존재로 여겼다. 그렇기에 시후를 보자 그들은 자연스럽게 혼이 빠진 듯 무릎을 꿇었다. 핫토리 카즈오는 주변 부하들이 모두 무릎을 꿇는 것을 보고 정신을 차리며 그제야 자신도 무릎을 꿇고 공포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 “은.. 은 선생님.. 죄..죄송합니다.. 저는 핫토리 카즈오라고 합니다.. 이토 그룹 밑에서 일하는 이가 닌자입니다.
이중열은 자신이 사건의 위험성을 남김없이 시후에게 설명했음에도 불구하고, 시후가 전혀 동요하지 않는 모습을 보며 의아해했다. 그래서 그는 속으로 한숨을 내쉬며 생각했다. ‘하아.. 도련님이 정말 이 상황을 통제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건가..’ 그리고 그는 또 다른 생각이 들었다. ‘은서준 상무님과 비교했을 때, 도련님은 용감하시기는 하지만, 전반적인 상황을 보는 시야는 부족한 것 같아.. 오늘 여기서 빠져나가지 못하면, 은서준 상무님이 혈통을 잇지 못하는 것이 아닌가..?’이렇게 생각하자 이중열은 온몸에 소름이 돋는 것을 느꼈다. 그는 은서준에게 아들인 시후가 유일한 자식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고, 오늘에서야 시후가 살아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기 때문에, 무슨 일이 있어도 은인의 유일한 자식을 이곳에서 죽게 놔둘 수는 없었다. 이중열은 자신이 20여 년을 겨우 연명하며 살아왔으니 죽어도 아쉽지는 않겠지만, 시후는 아직 젊었고 은서준과 안예선이라는 비범한 두 사람의 피를 물려받았기에 그를 이렇게 허무하게 죽게 두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이중열은 급히 휴대폰을 꺼내어 911에 신고하려고 했다. 이제 그는 시후가 막든, 시후가 화를 내든 신경 쓰지 않았다. 지금은 시후의 목숨을 지키는 것이 가장 중요한 일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는 휴대폰을 꺼내서 잠금 해제를 하려는 순간, 휴대폰 화면 오른쪽 상단에 ‘서비스 없음’이라는 글자가 떠 있는 것을 발견했다. 그는 속으로 놀라며 외쳤다. ‘이곳은 뉴욕의 중심지인데!? 어떻게 통신 신호가 없을 수 있지? 설마.. 설마.. 상대가 이미 신호를 차단한 건가?!’이중열의 추측은 맞았다.제임스는 닌자들이 행동을 개시할 때 만약의 상황에서 혜리가 신고할 기회를 주지 않으려 했다. 만약 작전 중에 혜리가 신고를 한다면 작전의 난이도가 굉장히 높아질 것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신고를 하기라도 하면 모든 계획은 물거품이 될 것이다. 따라서 제임스는 혜리가 쉬고 있는 곳의 반경 20m 내에 여러 개의 신호 차단기를
시후는 메시지를 보고 나서 이 배호영이 바로 배유현의 조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시후는 곧바로 고은서에게 말했다. "우연히도, 내가 이 배호영의 이모를 알고 있어.""정말?" 고은서가 놀란 표정으로 물었다. "그의 이모를 어떻게 알게 된 거야?"시후는 미소 지으며 말했다. "이야기하자면 길어."그때 시후의 휴대폰에 또 다른 메시지가 도착했다. ‘젠장!’ 시후는 속으로 욕을 퍼부었다. 하지만 이 메시지를 본 순간 머리는 맑아졌고 시후는 이렇게 생각했다. ‘이렇게 여기저기 제임스를 찾으려 해도 못 찾았던 이유가, 뉴욕으로 와서 배호영에게 의지하고 있었기 때문이었군..! 페이셔스 그룹은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고, 뉴욕은 그들의 텃밭과도 같을 거야. 이곳에서 그들이 가진 힘과 자원은 블랙 드래곤과는 비교가 되지 않아. 만약 제임스가 페이셔스 그룹에 계속 숨어 있었다면, 블랙 드래곤이 한 달을 더 찾아도 그의 행방을 찾기 어려웠을 거다..!’ 이렇게 생각하며 시후는 확신했다. 오늘의 자선 만찬은 바로 배호영이 고은서를 함정에 빠뜨리기 위해 준비한 것이고, 그 뒤에는 제임스가 뭔가 계획을 세웠을 가능성이 매우 컸다.이때 시후의 표정은 이미 굳어져 있었다. 그는 정말로 예상하지 못했다. 페이셔스 그룹의 도련님이라는 인간이 감히 은서에게 손을 대려할 줄은!그 때 이중열은 시후의 표정이 심상치 않다는 것을 눈치채고는 급히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도련님, 만약 상대가 정말로 나쁜 의도를 가지고 있다면, 바깥에 있는 몇 명의 경호원으로는 상대하기 어려울 겁니다. 제 예상으로는 상대는 자선 만찬이 본격적으로 시작될 때를 노릴 테니, 이제 우리에게 남은 시간은 겨우 5분밖에 없습니다." 그는 곧 덧붙였다. "제가 하나의 지연책을 생각해냈습니다. 지금 당장 911에 전화해서, 이
시후는 다소 놀라며 이중열을 바라보고는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 "중열 삼촌, 뭔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시나요?"자신의 능력이 계속 향상되면서 시후는 이미 어떤 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고 대응을 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러므로 그는 위급 상황에 직면해도 쉽게 대처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었기 때문에 늘 긴장할 필요는 없었다. 그러나 이중열은 달랐다. 미국에 온 이후로 이중열은 늘 신중하게 행동해왔다. 그는 한편으로 자신의 불법 체류 신분을 알아차릴까 걱정했고, 다른 한편으로는 홍콩에서 자신을 찾아올 가능성이 있는 조폭들을 경계해야 했다. 그래서 주변에 있는 모든 것에 대한 경계심이 강했고, 위험을 감지하는 감각도 자연스레 예민할 수밖에 없었다.이중열은 매우 진지한 표정으로 작게 말했다. "도련님, 이곳의 많은 세부 사항들이 뭔가 어긋나는 것 같은 기분입니다." 그는 자신이 느끼는 모든 의문점을 시후에게 털어놓았다. 시후는 그 이야기를 들으며 점점 표정이 차가워졌다. 이중열의 분석은 충분히 타당해 보였다. 한 두 가지 정도가 이상한 것이라면 우연일 수 있겠지만, 여러 요소들이 충돌하는 것은 더 이상 우연으로 설명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시후는 잠시 생각하다가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 "중열 삼촌, 혹시 배호영이 은서에게 나쁜 의도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시나요?""네." 이중열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배호영은 페이셔스 그룹의 도련님이고, 이 자선 만찬에 참석한 최고위층 인물입니다. 그래서 그가 남을 돕기 위한다는 건 불가능 해요. 그가 분명히 주인공이겠죠." 이어 이중열은 "그는 페이셔스 그룹의 도련님이니, 뭔가 결정했다면 철저하게 계획을 세웠을 것이고, 위험을 남기지 않도록 했을 겁니다. 우리를 이런 퇴로가 없는 방에 가둔 건 그 의도를 명확히 보여주죠. 분명한 살의가 느껴져요, 도련님!"이라고 덧붙였다.시후는 미간을 찌푸렸다. 그는 불현듯 실종 상태인 제임스가 떠올랐다. 그래서 시후의 마음속에 의문이 피어났다. 제임스와 배호영이 뭔가
VIP실은 비록 매우 고급스럽게 꾸며져 있고 가구도 세련되었지만, 이중열은 이곳이 전혀 안전하지 않다는 느낌을 떨칠 수 없었다. 이 VIP실은 외부와 오직 한 개의 큰 문 만으로 연결되어 있었고, 그 외에는 완전히 밀폐된 공간이었다. 일반적인 상황이라면 이러한 방은 사생활 보호에는 최적이겠지만, 위험한 상황이 발생했을 때는 탈출의 기회가 전혀 없을 것이다. 이중열은 불안한 마음이 들기 시작했고, 이 자선 만찬과 이 밀폐된 방이 뭔가 숨겨진 비밀을 품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그는 고은서에게 물었다. "은서 아가씨, 어떻게 이 자선 만찬에 초대받게 되셨죠?"고은서가 답했다. "저희 아빠의 지인이신 부회장님께서 부탁하셨어요. 이번 북미 공연 전 뉴욕 한인회와 여러 가지 협력을 했었는데, 며칠 전에 아저씨가 배호영 씨가 자선 만찬을 준비한다고 해서 참석해 주길 부탁하셨고요. 그리고 저는 만찬 주제가 의미 있다고 생각해서 오게 되었어요."이중열은 고개를 끄덕이며 물었다. "오늘 자선 만찬의 주제가 동양인 고아들을 위한 것이죠?""맞아요." 고은서는 고개를 끄덕이며, 슬쩍 시후를 바라보며 말했다. "시후 오빠도 어렸을 때 보육원에서 고생을 많이 했어요. 그래서 저는 고아들을 위해 자선을 많이 하고 있고, 저도 고아들을 위해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고 싶기도 하고요."옆에서 조용히 시후를 지켜보던 김지우는 시후가 이 이야기를 듣고 어떤 반응을 보일지 궁금해하며 조용히 시후를 바라보고 있었다. 둔감한 시후는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지만, 이중열은 더 큰 걱정이 들기 시작했다. 그는 이 자선 만찬이 마치 고은서를 위해 기획된 것처럼 느껴졌다. 그렇다면 상대방은 도대체 무슨 목적을 가지고 이런 일을 꾸민 걸까? 배호영이 고은서에게 호감을 가지고 그녀를 기쁘게 하려는 걸까, 아니면 다른 의도가 있는 걸까? 이 방이 밀폐되어 있지만 않았다면, 그는 아마 배호영이 고은서의 관심을 끌고 싶어하는 거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러나 이 방이 완전히 밀폐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