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론 강지혁도 알고 있다. 임유진을 아프게 한 건 이따위 눈에 보이는 상처가 아니라 마음속에 새겨진 상처라는 것을.그리고 그 상처가 다 아물기까지 꽤 시간이 걸릴 것이다....차량은 어느새 병원 앞에 도착하고 강지혁은 임유진을 안고 차에서 내렸다.미리 얘기해 둔 것인지 임유진이 진찰실에 들어선 순간 의사는 기다렸다는 듯이 그들을 마중했다.다행히 가벼운 찰과상뿐이라 큰 문제는 없는듯했다. 얼굴의 부기도 며칠 뒤면 말끔히 돌아온다고 했다.모든 검사가 끝나고 강지혁은 그녀에게 새 옷을 보여주며 말했다.“옷 갈아입어야지.”“응.”임유진의 옷은 어깨 부분부터 찢겨 있어 확실히 옷을 갈아입어야만 했다.옷을 건네받으려고 손을 내밀자 강지혁은 줄 생각이 없는 듯 쇼핑백을 들고 멀뚱히 바라보기만 했다.이에 임유진이 고개를 갸웃했다.“다쳤잖아. 혼자 갈아입기 불편할 거야.”‘그래서? 아...’무슨 뜻인지 파악한 임유진의 얼굴이 단번에 빨갛게 달아올랐다. 그 모습이 이상하게 더 야릇해 보이기도 했다.“간호사한테 대신 입혀달라고 하면 돼...”임유진이 다급하게 얘기했다. 두 사람은 지금 VIP룸에서 간호사가 약을 가져오길 기다리는 중이다.“부끄러워서 그래? 뭐가 부끄럽지? 전에도 몇 번이나 옷을 갈아 입혀준 적 있잖아.”‘그건 그때고 지금은 지금이지.’임유진은 아직 그런 행동을 아무렇지 않게 받기는 힘들었다.강지혁의 입술이 굳게 닫히고 방 안의 공기는 단번에 싸늘해졌다.그가 혹시 화가 난 건 아닌가 싶어 임유진이 힐긋 바라보자 강지혁은 갑자기 몸을 돌리더니 방에서 나가버렸다.그리고 얼마 안 가 간호사 한 명이 방금 그 옷을 가지고 안으로 들어왔다.“강지혁 대표님께서 임유진 씨 옷을 갈아입혀 주라고 해서 왔습니다.”“아, 네, 그럼 부탁할게요.”옷을 다 입고서야 강지혁은 다시 안으로 들어왔다.“약 받아왔어. 이제 데려다줄게.”그는 방금 그 어색한 순간 따위 없었던 것처럼 아무렇지 않게 행동했다.그러고는 당연하게 다시 그녀를 안아 들었
그녀의 빨갛게 부어오른 뺨을 보고 있자니 심장이 무언가에 짓눌린 듯 답답하고 아파 왔다.아까 임유진을 구출할 당시 두 손이 꽉 묶여 볼품없는 모습으로 시트 위에 눕혀져 있는 것 봤을 때는 살인 충동마저 느꼈다.아끼고 또 아끼던 여자를 다른 사람이 상처 내고 아프게 했으니 당연한 반응일지도 모른다.임유진은 입술을 깨물며 결국 한마디 신음도 내지 않았다. 고통을 참는 건 이미 습관이 되었으니까. 그리고 아프다고 외쳐봤자 소용없다는 걸 너무 잘 알고 있으니까...강지혁은 얼굴을 다 닦아주고 약을 발라주었다.임유진은 얼굴뿐만이 아니라 몸에도 얻어맞은 상처가 있었다.“내가 알아서 바를게.”“등 뒤는 손이 안 닿을 거야.”“하지만...”“부끄러워서 그러는 거면 눈을 감고 발라줄게. 아까 보고서를 잠깐 봐서 대충 어느 위치인지 알고 있으니까.”강지혁은 말을 마치고 임유진이 뭐라고 할 틈도 없이 바로 그녀의 등 뒤로 갔다. 그러고는 눈을 감은 채 손을 뻗어 그녀의 옷을 위로 올렸다.“앗!”임유진이 깜짝 놀라 몸을 움찔 떨었다.“움직이지 마. 움직이면 정확한 위치를 알 수가 없어.”강지혁의 손은 그녀의 등에서 천천히 움직였다.그러다 아픈 곳을 정확히 찾아냈을 때 임유진의 몸이 다시 한번 흠칫 떨렸다. 그리고 이내 시원한 약이 펴 발라지고 등 뒤에서 알싸한 느낌이 들었다.하지만 분명히 시원해야 할 등이 지금은 점점 더 뜨거워지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정확히는 강지혁의 손이 스치는 곳마다 혈액이 다 몰린 것처럼 뜨거웠다.약을 다 바른 뒤 임유진의 등 뒤는 블러셔를 바른 것처럼 핑크색이 되었다.그녀는 서둘러 옷을 내렸다.“됐... 됐어.”강지혁은 그제야 굳게 닫힌 눈을 천천히 떴다. 기다란 속눈썹이 위로 올라가는 순간 매혹적인 눈동자가 드러났다.“며칠 정도는 일 나가지 마. 집에서 쉬어.”강지혁은 옆 탁자에 약을 올려놓으며 말했다.“안 돼. 걷지 못하는 것도 아니고. 그리고 요즘 일 많아서 쉬는 건 힘들어.”게다가 아직 변호사 비서이고
집에서 쉬게 하려고 로펌 전체를 쉬게 만든 것은 아닐까?고작 한 사람을 쉬게 만들겠다고?하지만 그게 아니라면 로펌이 아무 이유도 없이 3일이나 쉴 리가 없다.임유진은 씻고 침대 위에 누웠다. 상처 부분에 약을 다 발랐던 터라 이제는 아프지 않았다. 다만 눈을 감으면 오늘 있었던 일들이 파노라마처럼 스쳐 지나간다.아까 강지혁이 눈앞에 나타났을 때 임유진은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안심했다. 그리고 그녀는 이 세상에 한지영을 빼고 이토록 자신을 아껴줄 수 있는 사람이 또 있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하지만 그 사람은 이토록 그녀를 아껴주면서도 사랑은 싫다고 한다.연인 놀이는 강지혁이 헤어짐을 얘기하는 순간 끝이 났다. 그러면 누나 동생 놀이는 또 언제 끝이 날까?마음속으로 아무리 되뇌어 봐도 그녀에게 답을 줄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강지혁은 지금 큰 방 한가운데서 싸늘한 눈으로 고개를 푹 숙이고 땀만 삐질삐질 흘리고 있는 경호원 두 명을 보고 있다. 그리고 그 옆에는 체념한 표정의 고이준도 있었다.“경호를 이딴 식으로 해?”차가운 목소리에 고이준의 몸이 움찔 떨렸다.강지혁은 지금 화가 난 상태다. 그것도 아주 단단히.경호원들의 얼굴은 이미 사색이 되었다.그때 고이준이 용기를 내어 먼저 입을 열었다.“대표님, 얘네들도 임유진 씨가 납치된 후 그들이 아지트에 다다랐을 때 구출하려고 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납치범들이...”고이준은 강지혁의 시선이 자기한테 떨어지자 등 뒤에 식은땀이 흘렀다.만약 임유진이 오늘 더 다치기라도 했다가는 고이준 역시 무사하지 못했을 것이다. 두 명의 경호원은 그가 직접 골라 붙여준 사람이니까.“납치범들이 차 안에서 손을 댈 줄은 몰랐다? 만약 저것들이 구할 때까지 기다렸다면 상황이 어떻게 됐을 것 같아?”강지혁은 자리에서 일어서 두 명의 경호원 앞으로 다가가더니 바로 발로 복부를 차버렸다.“고이준, 이딴 것들을 유진이 옆에 둘 생각을 했어?”강지혁이 싸늘한 얼굴로 비웃었다.고이준과 두 명의 경
“다쳤으면 다쳤다고 왜 얘기를 안 해!”한지영은 임유진 보러 월세방에 왔다가 그녀의 뺨이 붉게 부어오른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심각해 보여서 그렇지 이제 안 아파.”임유진은 두 날 전에는 더 심했다는 얘기를 차마 하지 못했다.“대체 어떻게 된 거야. 누구한테 맞은 거야?”임유진은 납치됐던 당시 일을 간단하게 얘기해주었다. 애써 덤덤한 척 얘기했지만 한지영의 얼굴은 점점 심각하게 변해버렸다.그러다 구출 당시 얘기에 갑자기 그녀의 말을 끊었다.“잠깐만, 그러니까 톨게이트 앞에서 경찰들이 진을 치고 있었던 게 너를 구하기 위해서라는 거야? 그러면 설마... 그게 너를 납치했던 차량이었던 건가...”“?”임유진이 고개를 갸웃하며 물었다.“무슨 뜻이야?”한지영은 휴대폰을 꺼내 들어 뭔가를 검색하고는 임유진에게 보여주었다.화면 속에는 이름 모를 네티즌이 올린 사진 한 장이 있었다.멀리서 찍은 사진이기는 했지만 톨게이트 앞에 경찰차들이 나란히 줄지어 서 있고 무장한 경찰들이 총을 들어 어느 한 차량을 겨누고 있는 모습이 제대로 찍혔다.꽤 삼엄한 상황에 댓글 중에는 액션 영화 촬영 중인 건 아닌가 하는 추측들도 난무했다.그리고 어떤 사람들은 국제적인 범죄자들을 소탕하는 현장일 게 분명하다며 흥미진진해 했다.결과적으로 실제 상황이 어땠는지 제대로 맞추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다.한지영도 이 사진을 봤을 당시는 그저 신기해하기만 했었다. 하지만 그 사진 속 상황이 벌어진 것이 친구 때문이었다니...“그럼 강지혁이 널 구해준 거야?”“응.”“그러는 걸 보면... 아직 좋아하는 것 같기는 한데.”한지영이 중얼거렸다.“헤어질 때 뭐 이상했다거나 무슨 일 있었다거나 하지는 않았고?”“그냥 힘들다고 했어. 그리고 애초에 나한테 접근한 것도 재미 때문이고. 누나 동생 놀이에서 연인 놀이 잠깐 했다가 지금은 다시 누나 동생 놀이로 돌아간 것뿐이야.”임유진이 쓰게 웃으며 답했다.“그게 무슨 뜻이야?”“그간 일이 조금 있어서 강지혁이랑은 그때
한지영이 남자 연예인에 관해 얘기하면 한껏 비아냥거리며 핀잔을 줘 결국에는 그의 화를 다 풀어주고 달래주고서야 평화가 찾아왔다.또한, 달래주지 않거나 하면 백연신은 클럽 간 일을 부모님에게 얘기하겠다며 협박을 해왔다.그러니 한지영은 요즘은 그의 기분을 최대한 맞춰주며 눈치를 보고 있다.하지만 질투를 제외하면 백연신과 함께 있는 건 너무나도 편했다. 그는 그녀가 TV를 보고 있으면 알아서 과자를 건네주었고, 허리가 아프다고 호소하면 마사지해 주었으며 연예인 사인이 필요하다고 하면 그다음 날 바로 구해다 주었다. 물론 여자 연예인 한정으로 말이다.임유진은 이것저것 불평하지만 그럼에도 행복한 것 같은 친구의 얼굴을 보며 두 사람이 잘돼가는 것 같아 마음이 놓였다.다만 백연신의 집안을 생각하면 여전히 걱정되었다.백씨 일가는 지금 꽤 복잡한 상황이다. 백연신이 사생아 신분으로 현 백씨 가문 가주가 되기까지 분명히 쉽지 않았을 것이다. 게다가 그 집안 정실부인과 그 뱃속에서 나온 아들 두 명이 있는 한 언제고 다시 백연신을 끌어내리려고 들 테니 말이다. 그들이 이대로 순순히 백선 그룹을 백연신에게 넘겨줄 리가 없다.후계자 싸움은 언제나 진흙탕 싸움이고 백연신이 사생아라 그 정도가 더욱더 심할 게 뻔했다.임유진은 한지영이 그런 암투에 휘말리지 않고 그저 행복하게 연애만 했으면 한다. 한지영은 그럴 만한 가치가 있는 사람이니까.한지영은 임유진과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얘기하다가 날이 어두워지고 나서야 월세방에서 나왔다.9월의 저녁은 낮과는 달리 조금 차가운 바람이 불었다.그녀는 강지혁과 임유진이 또다시 얽혔다는 생각에 생각이 많아졌다. 하지만 자신이 아무리 고민해 봐도 친구에게 해줄 수 있는 게 없다는 것이다.한지영은 차에 시동을 걸고 자신의 집이 아닌 백연신의 별장으로 향했다.백연신은 지금 대부분 시간을 S 시에서 보내고 있다.별장 앞에 도착하니 도우미가 서둘러 문을 열어주었다. 백연신은 갑자기 나타난 한지영을 보며 조금 놀란 듯 물었다.“늦은 시
“보고 싶은데 시간이 무슨 상관이에요?”한지영는 달달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연신 씨도 나 좋아하고 나도 연신 씨 좋아해서 참 다행인 것 같아요.”임유진의 상황과 비교해보면 정말 다행이라고밖에 말할 수가 없다. 그리고 그래서 더 임유진이 안쓰러웠다.“왜 갑자기 그런 생각이 들었는데?”백연신의 목소리가 아까와는 달리 다정해졌다.그녀가 무슨 일 때문에 갑자기 이런 소리를 하는 건지는 몰라도 꽤 듣기 좋은 소리였다.“오늘 유진이 만나고 왔어요. 유진이가 그러는데 강지혁이랑 지금 다시 누나 동생 사이가 됐대요. 이대로라면 유진이는 강지혁을 절대 잊지 못할 거예요.”한지영은 말을 할수록 감정이 점점 더 격해졌다.“대체 강지혁이 무슨 생각으로 그딴 제안을 한 건지 모르겠어요. 유진이한테 마음이 있는 건 확실한 것 같은데, 이럴 거면 애초에 왜 헤어지냐고요! 웬만한 여자 마음보다 더 복잡한 게 강지혁의 마음일 거예요.”“강지혁은 아직 유진 씨를 사랑하고 있어.”백연신이 말했다.“아직 사랑하고 있다고요?”“그래.”강지혁의 그 눈빛은 절대 옛 연인을 바라보는 눈빛이 아니었다. 같은 남자로서 임유진을 향한 강지혁의 사랑이 아직 지속 중이라는 걸 충분히 알 수 있다. 그리고 오히려 지금은... 그 정도가 더 심각해 진 것도 같다.“그럼 대체 왜 헤어진 건데요? 그리고 아직 사랑하면서 유진이를 사랑하는 게 힘들다는 소리는 왜 했대요?”“그건 본인에게 물어봐야지.”백연신은 한지영의 머리를 어루만지며 말했다.“이제 그만 생각해. 네 일도 아니잖아. 괜히 끼어들 생각은 하지도 말고.”“어떻게 그래요! 유진이 일인데.”한지영이 미간을 찌푸렸다.그녀에게 있어 임유진은 이제 그냥 친구가 아니라 친자매나 마찬가지였다.“알았어, 알았어.”백연신은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끄덕였다. 한지영에게 임유진이 얼마나 중요한 친구인지 그 역시 알고 있다. 심지어 그것 때문에 종종 질투가 나기도 했으니까.그는 가끔 임유진과 자신이 동시에 물에 빠지면 한지영은 아무 망
한지영은 이 기회에 두 사람이 전에 어떤 밤을 보냈는지 떠올리고 싶은 생각도 있었다.그때 백연신이 갑자기 웃음을 터트렸다.“왜 웃어요?”한지영이 고개를 갸웃했다.“내가 너무 적극적이어서 그래요?”‘너무 밝히는 것 같으려나?’하지만 한지영이 이토록 안달 나 하는 남자는 오직 백연신 뿐이다.“아니, 역시 내가 사랑하는 여자구나 싶어서.”백연신은 손가락을 치우더니 그녀의 입술을 탐하기 시작했다.한지영이라는 여자는 가식이 없고 또 순수하다. 그런 그녀와 마주할 때면 백연신은 자신을 감싸던 벽을 쉽게 허물게 되고 꽁꽁 감춰왔던 모습들도 거리낌 없이 보여주게 된다.그녀를 만나고 사랑하게 된 건 아마 그의 인생에서 가장 잘한 일일 것이다. 어느샌가 한지영은 백연신의 구세주가 되어 있었다.백연신은 평생에 걸쳐 한지영이라는 여자를 사랑하고 아껴줄 생각이다....임유진이 다시 출근하게 됐을 때 빨갛게 부어올랐던 뺨은 어느새 많이 가라앉았다. 게다가 얼굴 위에 가볍게 파운데이션으로 바르고 나니 평소 얼굴과 별다를 것이 없어 보였다.퇴근 시간이 되자 강씨 저택 기사가 또다시 마이바흐를 끌고 그녀를 데리고 왔다.“유진 씨, 모시러 왔습니다.”임유진은 고개를 끄덕이고 순순히 차에 올라탔다. 처음에는 차에 올라타는 걸 거절하려고도 해봤지만 어차피 강지혁이 원하는 건 이뤄지지 않은 적이 없기에 그저 순응하기로 했다.그리고 그 말은 강지혁이 원하지 않는 순간 이 모든 것이 한순간에 끝날 수도 있다는 것이기도 했다.임유진이 차에 오르는 순간 구석에 숨어있던 정한나가 또다시 사진을 찍었다.그는 최대한 많은 증거를 남겨 놓을 생각이다. 그래야만 임유진을 확실하게 보낼 수 있을 테니까.그보다 아쉬운 점이 하나 있었다. 그것은 바로 유승호가 직접 데리러 온 적이 한 번도 없다는 것이다.임유진은 차에 올라서도 교통사고 사건만 생각했다. 오늘 이재하의 부모가 전화를 걸어왔었다. 울면서 집에 돈이 없다고, 이대로 배상금을 받지 못하면 아들의 치료도 제대로 이어갈 수가
이제 며칠 뒤면 재판이 열리게 된다.임유진이 한숨을 깊게 내쉬며 머리 아파하고 하고 있을 때 차량은 어느새 어딘가에 도착해 있었다.고개를 돌려보니 이곳은 전에 강지혁이 한번 데리고 왔던 샵이었다.임유진이 어리둥절한 얼굴로 기사에게 물었다.“왜 여기로 온 거예요?”“대표님께서 이곳에서 기다리고 계십니다.”그 말에 임유진은 고개를 끄덕이고 차에서 내렸다.안으로 들어가니 샵 원장이 친절하게 마중을 나왔다.“임유진 씨 맞으시죠? 강지혁 대표님이 계시는 룸으로 안내하겠습니다.”임유진은 원장을 따라 2층의 한 VIP룸에 도착했다. 문을 열어 보니 소파 한가운데 강지혁이 앉아 있었고 그 옆에는 연보라색 드레스가 세팅되어 있었다.보라색과 흰색 수정이 박혀 있는 해당 드레스는 눈을 뗄 수 없을 정도로 너무 고급지고 예뻤다.“이따 저녁에 파티가 있어. 나랑 같이 가야 하니까 이거로 입어 봐.”“파티?”임유진이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되물었다.“거창한 파티는 아니니까 너무 긴장하지 말고.”전에 그를 따라 파티에 참석한 적이 있지만 그다지 좋은 기억은 없었다.‘오늘은 과연 아무 일도 없이 지나갈 수 있을까...?’임유진은 피팅룸으로 들어가 드레스로 갈아입었다.강지혁이 고른 드레스는 그녀의 몸에 있는 상처를 전부 다 가려주었다. 단 손만 빼고 말이다.멀리에서 보면 괜찮을지 몰라도 가까이에서 보면 삐뚤빼뚤한 것을 단번에 알아차릴 수 있다.그녀가 신경 쓸 만한 부분은 다 가려주고 싶었지만 손이라서 어쩔 수가 없었다.임유진이 피팅룸에서 나오자 강지혁의 눈에 놀라움이 스쳤다.사실 그는 처음 이 드레스를 봤을 때부터 임유진에게 잘 어울리는 옷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디자이너의 하나밖에 없는 이 드레스를 거액에 사버렸다.그리고 지금 입고 나온 것을 보니 마치 처음부터 그녀의 옷이었던 것처럼 역시 잘 어울렸다. “예쁘네.”강지혁이 앞으로 다가가 입꼬리를 올리고 웃었다.임유진은 조금 어색한 얼굴로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그는 옆에 놓인 액세서리 상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