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도 언니 많이 보고싶죠.”세령이 말했다.“그날 임유진을 만났는데 가소롭게도 임유진은 그 어떤 죄책감도 없었어요.”“이제 그만. 그 여자 말을 꺼내지 마.”진기태가 말했다.말하는 사이에 계단에서 발자국 소리가 들려왔다. 두 사람이 고개를 들자 강지혁이 계단에서 내려오고 있었다.“저 만나러 왔나요? 무슨 일인가요?”지혁이 담담하게 물으면서 두 사람을 힐끗 보았다.지혁의 차가운 눈빛에 세령은 순간 오싹한 기운이 들었다.그 당시 언니는 이 남자를 사랑했다.세령은 아직도 언니 애령이 사랑에 빠진 눈빛으로 말한 것이 기억난다.“세령아, 난 한평생 강지혁 같은 남자를 얻을 수 없다고 생각했어. 그는 아주 차갑고 이성적이야. 그를 안아도 그의 온도를 느낄 수 없어. 그는 아주 정교한 도자기 같고 그의 껍데기를 가진다해도 그의 속내는 알 수 없을 거야.”그렇다. 세령도 그런 느낌을 받았다. 매번 지혁을 만날 때마다 그의 속내를 알 수 없었다.지혁은 준수한 얼굴에 뒤에 GH그룹까지 있기에 이 도시에서 종횡무진할 수 있지만 세령은 단 한 번도 그와 엮일 생각을 하지 않았다.이 남자는 너무 무섭고 차갑다.비록 언니가 그 당시 지혁을 죽도록 사랑해 지혁이 결혼을 승낙했지만 세령은 지혁이 언니를 사랑한 적이 없다고 생각했다.언니의 장례식에서 지혁은 처음부터 끝까지 눈물 한 방울도 흘리지 않았고 심지어 조금의 슬픔도 없었다.“지혁아, 세령이 철이 없어서 이런 영향이 안 좋은 사고를 쳤어. 내가 이미 잘 타일렀으니 세령이와 소민준의 약혼식에 참석했으면 좋겠어. 세령이는 애령의 유일한 동생이야. 애령이도 네가 약혼식에 참석하길 바랄 거야.”진기태는 간절한 표정으로 말했다.지혁은 웃는 듯 마는 듯한 표정으로 진기태를 바라보았다. 진기태는 여러 해 동안 백화점을 운영하며 위세를 떨쳤지만 지금은 사위에게 기세가 눌린 채 자신의 생각이 이미 상대에게 들킨 것 같았다.“네. 철이 없긴 했어요. 반지를 잃어버렸다고 거짓말한 거는 말할 것도 없고 그깟 반지
그는 잠시 멈칫하더니 멍을 때리는 두 사람을 힐끗 보았다.“두 번 다시 내 집에 발 들이지 못하게 할 거야.”진 씨 부녀는 갑자기 소름이 끼쳤다.지혁의 이 한마디는 두 사람이 반지를 찾지 못하고 떠난다면 강 씨 가문과 연을 끊어야 한다는 뜻이다.지혁이 곧바로 떠나려 하자 두 부녀는 눈을 마주쳤다.눈앞의 연못은 비록 물이 깊지 않고 그리 크지 않지만 30평의 크기에 심지어 연못바닥이 진흙투성이라 작은 반지를 찾기 쉬울 리가 없다.세령은 곧 울음을 터뜨릴 것 같았다.“아빠, 어떡해요, 설마 정말 내려가서 찾으라고요? 이렇게 추운 날에 나 혼자 어떻게 반지를 찾을 수 있겠어요!”“네가 저지른 일은 너 스스로 해결해. 만약 강 씨 가문이 정말 진 씨 가문과 연을 끊으면 진 씨 가문이 어떻게 될지 네가 잘 알 거야!”진기태는 어두운 얼굴로 말했다.진 씨 가문의 미래와 관련되니 딸이라 하더라도 그는 용서할 수 없다.세령은 침묵하고 있었다. 그녀는 진 씨네 가문의 여러 사업이 GH그룹에 의존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만약 지혁이 정말 등을 돌리면 진 씨 가문에 절대적인 타격이 있을 것이다.세령은 어쩔 수 없이 한 걸음 한 걸음 연못으로 들어가서 그 작은 반지를 찾기 시작했다.세령는 지혁이 유진의 복수를 해준다는 것을 생각지도 못했고 애초에 유진이 얼마나 처참했으면 지금의 그녀는 더더욱 더 처참하다!지혁이 임대주택으로 돌아오자 유진이 빨래를 하고 있었다.유진의 두 손은 차가운 물에 잠겨 이미 빨갛게 얼었다.“왜 뜨거운 물로 씻지 않는 거야?”지혁이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뜨거운 물은 끓여야 하고 전기가 많이 들잖아. 게다가 찬물로 좀 씻으면 손도 뜨거워져.”유진은 말을 하며 옷을 헹구더니 물기를 짰다.그녀의 손을 잡아보니 아주 차가웠다.“다음부터 빨래는 뜨거운 물로 해. 전기세는 내가 벌게.”지혁이 말했다.유진는 웃음을 터뜨리더니 손가락으로 그의 이마를 살짝 튕겼다.“아낄 수 있으면 아껴야지. 앞으로 돈 쓸 곳이 많아. 참,
유진은 빗으로 지혁의 앞머리를 가볍게 빗은 다음 그의 앞머리를 조금씩 다듬었다. 유진의 표정은 매우 집중되어 있었다. 모든 주의력은 지혁의 앞머리에 집중했고 심지어 앞머리 아래의 깊은 눈동자가 자신을 주시하고 있는 것도 눈치 채지 못했다.지혁은 가까이에 있는 유진를 빤히 바라보았다. 그녀의 얼굴은 추운 날씨로 인해 조금 발그레했고 초롱초롱한 두 눈, 앙증맞은 코, 붉은 입술 그리고 수려한 볼에 눈을 뗄 수 없었다. 조명아래에서 유진은 온몸으로 따뜻한 기운을 발산하고 있는 것 같다.“됐어.”얼마나 지났는지 지혁의 귓가에 갑자기 유진의 목소리가 울렸다.“됐어?”지혁은 유진과 함께 있는 시간이 유난히 빨리 흐르는 것 같았다.“응.”유진은 웃으며 두 걸음 뒤로 물러서서 지혁를 자세히 살펴보았다.“내 솜씨가 괜찮아. 아주 잘 다듬어졌어. 2천원을 아꼈어.”그녀는 웃으며 말하고는 마른 수건으로 지혁의 얼굴과 목에 묻은 머리카락을 털어 주었다.“됐어. 샤워하러 가.”유진이 말했다.지혁은 대답을 하고 갈아입을 옷을 챙겨 좁은 욕실로 들어갔다. 따뜻한 물줄기가 몸을 씻어내자 지혁은 고개를 숙이고 자신의 가슴에 있는 흉터를 바라보았다.시간이 흘러 이 흉터는 이제 아주 연해졌다. 다만 이 흉터를 볼 때마다 그는 그 여자를 생각하게 된다.그와 아버지를 버렸던 그 여자.이 상처는 아마도 그 여자가 남긴 유일한 것일 것이다.그때 지혁은 무릎을 꿇고 그녀에게 떠나지 말라고 그와 아버지를 버리지 말라고 빌었지만 그녀는 그를 매섭게 밀어내고 머리도 돌리지 않고 떠났다.한쪽에 쌓아있던 송곳이 그의 가슴을 관통했다. 의사가 송곳이 관통한 곳이 심장과 아주 가깝고 조금이라도 더 가까이에 있었으면 생명을 보장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때 지혁은 그 사람이 더 이상 그의 어머니가 아니라고 자신에게 말했다.아버지가 돌아가신 후에 지혁은 누구에게 아무런 기대도 하지 않았다. 기대가 없다면 이른바 실망도 없을 것이다.그냥…….지혁은 물을 잠그고 수건을 꺼내
왜 진애령의 차가 자신을 향해 부딪쳤을까.더 이해가 안 되는 것은 그 증인들은 왜 모두 자기의 잘못이라고 했을까.유진는 입이 백 개라도 변명할 수 있는데, 당시의 그 증인과 증거들은 모두 그녀야말로 가해자라는 것을 증명하고 있었다.심지어 애령은 얼마 지나지 않아 지혁과 결혼할 것인데 인생의 전성기에 고의로 차를 들이받아 자살해야 할 이유가 전혀 없다.“그래서 누나가 판결을 직접 뒤집으려고?”지혁이 물었다.그러자 유진이 자신을 비웃었다.“그냥 내키지 않는 거야. 판결을 뒤집는 것은 불가능해. 그리고 나도 이미 출소했잖아. 됐어. 이 일은 그만 말하고 머리 말려줄게.”유진은 이 문서들을 거두고 드라이기를 가져와 젖은 머리를 말려주었다.지혁의 눈동자는 점점 깊어졌다…….이튿날, 고이준은 상사의 머리카락이……잘린 것을 눈치 챘다. 하지만 분명 자신이 헤어디자이너를 보낸 적이 없다.“왜?”아마도 그가 너무 오래 쳐다보는 것을 눈치 챘는지 지혁이 물었다.“대표님, 이발을 안 한지 꽤 된 거 같은데 헤어디자이너를 예약해 드릴까요?”이준이 물었다.“아니. 어젯밤에 유진이가 손질해줬어.”‘유진…… 임유진이다!’하지만 이준이 더 의아한 것은 대표님이……유진에게 머리손질을 맡겼다는 점이다. 지혁은 평소 최고의 헤어디자이너에게 관리를 받고 있다.하지만 유진은…… 그냥 도로를 청소하는 사람이다. 설령 그 당시에 변호사였지만 헤이디자이너는 아니다.“괜찮게 다듬었지.”지혁은 앞머리를 만지며 만족스러워 하는 듯했다.이준은 저도 모르게 입꼬리를 올렸다. 지혁은 평소 아주 까다롭다. 심지어 최고급 헤어디자이너조차 트집을 잡았는데 환경미화원이 다듬은 머리를 마음에 들어 한다.도대체 무슨 생각인 걸까.그날 점심 한지영이 유진을 만나러갔다. 두 사람은 환경위생과 주변에서 작은 국수집을 찾아 국수를 먹었다.“진세령이 그날 일부러 쓰레기를 뒤지게 한 일을 왜 나한테 얘기하지 않았어?”지영은 친구로서 이런 일을 뉴스로 본 것이 너무 짜증이 났다.“별거 아
“진 씨 가문은 내가 진애령을 죽게 만들었다고 생각해.”한참 지나 유진이 입을 뗐다. 감옥에서 세령이 사람을 시켜 그녀의 손톱을 뽑으라고 할 때 그녀는 그제야 사람이 이토록 독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내가 보기에 진애령이 죽은 것보다 진세령은 네가 자리를 양보했다는 거에 더 기뻐할 거야.”지영은 화가 가시지 않았다.“애초에 네가 판결 받은지 한 달도 안 되는 시간에 진세령은 이미 소민준과 사귀었잖아. 진세령은 그전부터 소민준에게 관심이 있었어.”“나와 소민준의 사이가 그 정도라는 걸 설명하지. 하지만 이 일로 한 사람을 똑똑히 알아볼 수 있는 것만으로 만족해.”유진이 웃으며 말했다.“맞아. 소민준 같은 남자는 사랑할 가치가 없어.”지영은 말을 하고는 무엇인가 떠올랐다.“참, 너 새로 알게 된 동생이랑은 어떻게 됐어? 설마 그와 계속 살 작정이야?”“응.”유진은 고개를 끄덕였다.“만약 혁이가 계속 나랑 함께 살기를 원한다면 그럴 거야.”“모르는 사람이 봤으면 너희 둘이 연애하고 동거하는 줄 알 거야.”지영이 걱정되어 물었다.“너에게 이상한 행동은 안했지.”“아니.”유진은 말을 하며 머릿속으로 그 이쁜 눈동자가 생각났고 그녀에게 다가왔을 때 심장이 주체할 수 없이 빨리 뛰는 것 같았다.“야, 너…….”지영은 친구의 발그레해진 볼을 보더니 조금 의외라고 생각했다.“너 설마 그에게 마음이 간 거야?”“아니야.”유진이 곧바로 부인했다.“지영아, 너도 알 거야. 내가 무슨 일을 겪었는지. 심지어 감옥에서……난 누구를 사랑할 생각이 없어.”감옥의 일을 언급하자 지영의 얼굴빛도 어두워졌다.“유진아, 좋은 의사를 찾아보면 아마도……”“그럴 필요 없어. 어차피 난 한평생 시집갈 생각이 없어. 그럼 굳이 치료해야할 필요도 없고.”유진이 말했다. 애초에 감옥에서 자궁이 파열될 정도로 맞았다. 수술은 잘 끝났지만 앞으로 임신을 하려면 일반인보다 훨씬 더 많은 위험이 있을 것이다. 심지어 의사는 그녀에게 앞으로 임신을 하지 말라고 건의한
세령은 반성하는 얼굴로 사과했으며 심지어 허리 굽히며 사과할 때 몸을 바들바들 떨어 많은 동정을 얻었다.그녀는 잠시 머뭇거리다 다시 말을 이었다.“저는 환경위생과에 가서 저를 도와 반지를 찾아준 환경미화원들에게 진심어린 사의를 표할 것이고 저의 올해 업무상의 모든 수입을 기부해 조식차를 만들 것입니다. 환경미화원들은 작업증으로 아침식사를 무료로 받을 수 있습니다.”기자회견 동영상이 인터넷에 방영되자 세령의 위기 처리가 괜찮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적지 않았다. 심지어 팬들은 끊임없이 세령을 도와 기사를 내며 호감을 샀다.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이것이 정말 오해라고 생각했다.그리고 세령이 환경위생과에 가서 감사인사를 전할 때 기세가 대단해 적지 않은 기자까지 찾아왔다.환경위생과 쪽에서는 그날 반지를 찾는 것을 도와준 환경미화원들과 세령에게 일일이 악수하고 세령이 감사의 뜻을 표하는 선물을 받도록 했다.미옥은 선물을 받고 아주 기뻐했다. 선물박스에는 현금 10만 원외에 패딩이 한벌 있는데 가격이 20만원이나 넘은 모양이었다.“유진 씨, 왜 나가서 선물을 받지 않아?”미옥은 의자에 혼자 앉아 있는 유진을 보고 말했다.“저는 필요 없어요.”유진이 여전히 웃으며 말했다.“이 패딩 20만원이나 넘어. 그리고 10만 원짜리 돈봉투도 있어. 월급의 절반이나 돼. 왜 안 받아?”미옥이 설득했다.하지만 유진은 여전히 고개를 저었다.“휴, 그냥 지나가서 선물만 받아오면 돼.”미옥은 말을 하며 유진을 끌고 나갔다.“아니에요. 정말 필요 없어요.”유진이 말했다.하지만 유진은 미옥의 손을 뿌리치기도 전에 이미 밖으로 끌려갔다.“선물을 못 받은 사람이 한 명 더 있어요!”미옥이 말했다.갑자기 기자들은 카메라를 임유진에게로 향했다.유진은 거의 무의식적으로 그 카메라들을 피했다.그 장면은 마치 그녀가 법정 밖에 있을 때 수많은 기자들이 마이크를 내밀며 그녀를 취재하려던 상황 같았다.그리고 그때 민준은…… 유진의 두 눈은 카메라 밖에 서 있는 민준에게
비록 얼굴은 여전하지만 산전수전 다 겪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지금 그녀가 입고 있는 것은 고급진 옷이 아니라 형광색 작업복이었다.소민준은 조금 어리둥절했다. 감옥에서 그녀가 필사적으로 그의 앞에서 그에게 믿어 달라고 빌던 모습이 눈앞에 또 한 번 떠올랐다.그때 그를 보는 그녀의 눈빛에는 절박함, 희망, 간청…… 등이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그런 흔들림이 보이지 않고 평안해 보였다.진세령은 곁눈질로 곁에 서 있는 남자친구의 반응을 힐끗 보며 얼굴에 온화한 웃음을 띠고 준비한 선물 상자를 임유진에게 건네주었다.“이건 너에게 주는 선물이야. 그날은 정말 미안했어. 너에게 하루종일 반지를 찾아달라고 했으니.”그때의 원망과는 하늘과 땅 차이었다!임유진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여전히 침묵하며 상자를 받아들고 돌아섰다.방으로 돌아온 임유진은 들고 있던 상자를 서미옥에게 건네주었다.“언니, 이거 가지세요.”“어? 이렇게 좋은 옷을 버리는 거야?”서미옥이 의아해했다.“전 옷이 충분해서요.”임유진이 대답했다.“그러면 이 10만 원은…….”“그것도 됐어요.”임유진은 시간을 보고 점심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을 발견했다. 그녀는 청소도구를 들고 청소구간으로 가려고 했다.밖에 있던, 취재하러 온 기자들이 이미 떠난 걸 보고 임유진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그녀가 환경위생과를 나서자마자 소민준과 마주쳤다.“너…… 괜찮아?”소민준이 물었다. 그는 이 여자를 미워한 적이 있다. 그녀가 진애령을 부딪쳐 죽였고, 그로 인해 그가 가족의 질책을 받아 소 씨네 집에서 쫓겨날 뻔했다.하지만 지금, 그녀가 환경미화원의 옷을 입고 있는 것을 보았을 때 그의 마음 한구석이 불쾌했다.어쨌거나 이 여자는 한 때 그가 사랑했던 여자이다.“내가 좋은지 나쁜지는 소민준 씨와 상관없는 것 같은데.”임유진은 담담하게 말하면서 곧 걸음을 옮겨 상대방 옆을 스쳐 지나가려 했다.“임유진, 너 너무 그러지 마!”소민준은 그녀를 가로막고 말했다.“너무 그러지 말라고?
임유진은 웃긴다는 듯 입술을 깨물더니 걸음을 옮겨 자리를 뜨려 했다.소민준은 자신의 호의가 무시당한 것 같아 가슴속에서 화가 치밀어 올랐다.“임유진, 무슨 뜻이야, 내가 이렇게 너를 돕는다는 것은 이미 매우 큰 위험을 감수한 거야!”“아무도 네가 이런 위험을 감수하라고 강요하지 않았어.”임유진은 담담하게 말했다.“그리고 너 이러면 세령 씨에게 알려질까 두렵지 않아?”그때 누군가의 소리가 갑자기 울렸다.“나에게 알려지면 안 되는 게 뭐지?”소민준의 몸이 뻣뻣해지더니 재빨리 임유진의 팔을 풀고 고개를 돌려 걸어오는 진세령을 바라보며 말했다.“아무것도 아니야.”그 말을 들은 진세령은 앞으로 나가 소민준의 팔을 잡았다.“자기야, 자기는 이런 사람과 무슨 이야기를 하는 거야, 강지혁이 알면 어쩌려고 그래? 자기도 알다시피, 우리 언니는 강지혁이 유일하게 결혼하고 싶어 하던 여자야. 우리 언니가 세상을 떠난 지 3년이 되었어도 강지혁은 지금까지 옆에 다른 여자가 없어…….”말을 다 하지는 않았지만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소민준은 표정이 일그러진 채 이전에 프로젝션 광고가 철거된 일을 떠올렸고, 강지혁이 두 집안의 혼인을 거부하고 약혼식에 참석하지 않았던 것도 떠올렸다.소 씨네 집 내부에서도 임유진의 일 때문에 강지혁이 소 씨 가문을 시큰둥하게 대하는 거로 추측했다.“임유진, 넌 그냥 환경미화원이 잘 어울려. 강지혁은 네가 이미 석방됐다는 것을 알지 않을까? 아마도 얼마 지나지 않아 너는 S 시에 발붙일 곳도 없게 될 거야.”진세령은 마치 높은 곳에 있는 여왕처럼 이 말을 다 한 후 소민준의 팔을 잡고 떠났다.임유진은 평온한 얼굴로 청소도구를 들고 환경위생과에 배치된 자전거를 타며 그녀가 청소하려는 길목을 향해 갔다.그녀에게 있어서, 옛날 그녀가 소민준에 대한 그 사랑은 이미 철저히 짓밟혔는데, 지금 다시 소민준을 보니 마치 낯선 사람을 만난 것 같았다.소민준과 진세령이 다정하게 함께 있는 것을 봐도 그녀는 이미 아무런 느낌도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