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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97화

작가: 유진
last update 최신 업데이트: 2023-12-16 18:00:00
강지혁은 강씨 가문을 이어갈 사람이고 앞으로 그의 자식이 그의 뒤를 잇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그런데 임유진이 어떻게 자신 하나 때문에 강지혁에게 대를 끊으란 소리를 할 수 있겠는가. 그녀는 이제 이런 중요한 일도 까먹고 덥석 그와 사귀겠다는 말을 한 자신이 후회스러웠다.

이런 사이를 얼마나 더 지속할 수 있을까?

심지어 그녀가 변호사로 있었을 때 처리했던 사건을 보면 부잣집일수록 자식을 향한 집착이 더 컸었다.

"그게 무슨 말이야?"

강지혁이 눈썹을 치켜세우며 묻자 임유진이 자신의 배를 바라보며 말했다.

"그때... 자... 자궁 쪽을 심하게 맞게 된 적이 있었어. 다행히 빨리 병원에 이송이 됐는데 의사 선생님이 그러더라고. 다친 곳이 심하게 손상을 입어서 앞으로 임신은 어려울 거라고..."

이건 임유진이 절대 말하고 싶지 않은, 생각조차 하기 싫은 그런 일이었다. 그런데 이렇게 먼저, 그것도 강지혁 앞에서 그녀는 이 말을 입에 올렸다.

임유진의 말에 강지혁의 얼굴이 무섭게 굳어갔다.

심하게 맞았다고? 누가 때렸는데? 언제? 설마 감옥에 있었을 때? 그럼 그때 대체 얼마나 아팠다는 거야?!

임유진이 겪었던 고통 하나하나가 강지혁을 무겁게 짓눌렀고 그를 숨조차 제대로 쉴 수 없게 만들었다. 그녀의 모든 고통이 현재 고스란히 강지혁의 후회로 바뀌고 있었다.

만약 그때 당시 강지혁이 임유진에게 조금이라도 자비를 베풀었더라면 그녀가 다른 사람들에게 함부로 다뤄지는 일도 없었을 것이다.

"혹시... 혹시 지금이라도 헤어지고 싶은 거면, 나는..."

강지혁은 그녀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입을 열었다.

"내가 말했지. 헤어질 수 있을 거라고는 생각도 하지 말라고."

강지혁은 말이 끝나자마자 임유진의 허리를 감싸 안아 그녀를 자신의 품에 끌어안았다.

"아!"

임유진이 깜짝 놀라 고개를 들자 강지혁의 칠흑 같은 어두운 눈동자와 눈이 마주쳤다.

"내가 원하는 사람은 누나뿐이고, 제일 사랑하는 사람도 누나뿐이야. 아이를 가질 수 없다 해도 상관없어. 난 누나를 놓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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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유진을 사랑하고 나서 깨달은 것이 있다면 어떤 일은 그녀가 아니면 안 된다는 것이었다.임유진은 강지혁의 얼굴을 가까이에서 뚫어지게 쳐다보며 그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다."그러니까 이번 생에서 누나가 유일하게 기댈 수 있는 사람은 나뿐이야."강지혁은 말을 마치고 천천히 그녀에게 키스했다. 부드럽게 감싸오는 그의 입술에 그녀는 반항할 의지조차 없었다.유일하게 기댈 수 있는 사람... 정말 가능한 걸까?...강지혁과의 진정한 의미에서의 연애는 임유진이 전에 상상도 못 해본 일이지만 불편하거나 싫지 않았다. 오히려 가끔은 셋방에서 그와 지냈던 시절로 돌아간 듯한 느낌이 들어 좋기도 했다. 그리고 마치 ‘혁이’때로 돌아간 것만 같은 강지혁에 임유진은 그의 앞에서는 자신의 마음의 짐과 아픔, 상처 이 모든 것들을 다 꺼내 보일 수도 있을 것만 같았다."정말요?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탁유미의 통화 소리에 임유진이 그녀 쪽을 바라보았다. 언제나 침착한 얼굴이던 탁유미였는데 지금은 무슨 일인지 잔뜩 흥분해서는 눈가도 약간 촉촉해진 것 같았다."언니, 무슨 일이에요?"임유진이 묻자 탁유미가 그녀의 손을 덥석 잡으며 말했다."이번에 병원에서 가정환경이 어려운 청각장애 아이들을 대상으로 헬프 플랜이라는 걸 기획했대요. 그래서 방금 전화 왔는데 우리 윤이에 도움을 주고 싶다는 거예요! 그리고 인공와우 전문 의사 선생님은 꼭 한 번 만나 뵙고 싶었는데 전에는 예약도 매번 실패했거든요. 그런데 이번 헬프 플랜에서 그 전문가 선생님이 우리 윤이를 봐준대요. 또 윤이가 면제조건에 해당이 되면 저렴한 인공와우를 제일 좋은 거로 바꿔줄 수도 있고요!"탁유미는 지금 꿈을 꾸고 있는 것만 같았다. 이렇게 좋은 일이 자신에게 차려질 줄은 몰랐으니까.임유진은 그 말을 듣고 단번에 강지혁이 한 일이라는 걸 알았다.탁유미의 즐거워 보이는 모습에 임유진은 윤이는 앞으로 더 좋은 치료를 받게 될 거고 꼭 선천적인 아픔을 이겨내고 잘 살아갈 수 있을 거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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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길에서 주운 노숙자가 알고보니 유명그룹 대표님?!   제399화

    강지혁은 빨갛게 달아오른 임유진의 얼굴을 보며 재밌다는 듯 웃었다."맞다. 누나 토요일 오후는 휴식이라고 했지?""응, 왜?"임유진이 대답했다."그럼 토요일 오후 누나 건강검진 받으러 갈 거니까 시간 비워 둬.""건강검진?"강지혁의 말에 임유진은 뜻밖이라는 표정을 지었다."건강검진 안 받은 지 몇 년 되지 않았어? 그러니까 토요일에 한 번 받으라고. 그리고 앞으로는 1년에 한 번씩 계속 받게 될 거야."임유진은 입술을 살짝 깨물더니 고개를 끄덕였다."알겠어."로펌에서 근무할 때는 건강검진을 1년에 한 번은 꼭 받았었는데 감옥에 들어간 이후로는 거의 4년 동안 받은 적이 없으니 지금쯤 한 번 받아보는 것도 좋았다.저녁, 임유진이 막 잠자리에 들려고 침대에 눕자 강지혁이 다가와서는 그녀와 같이 자겠다고 했다. 그에 놀란 임유진이 눈을 동그랗게 뜨며 물었다."여, 여기서 같이?""뭐, 문제 있어? 셋방에서 살았을 때는 한 침대에서 잘만 잤었잖아."강지혁은 전혀 문제없다는 듯 당당하게 말했다.‘그때와 지금이 어떻게 같냐고?!’그때의 임유진은 그저 그를 귀여운 동생 정도로만 생각했었고 지금은 동생이 아니라 남자친구잖아!임유진은 볼을 살짝 물들이며 강지혁에게 말했다."나는... 혼자 자는 게 편해.""거짓말. 그때는 내가 옆에 있어 주면 안심되고 좋다며?"임유진의 거짓말은 단번에 들켰고 그녀는 과거로 돌아갈 수만 있다면 그런 말은 내뱉은 자신의 입을 닫아버리고 싶었다.임유진은 어쩔 줄 몰라 하다가 또다시 핑계를 댔다."우리... 우리 지금 사귄 지도 얼마 안 됐고, 그러니까... 그러니까 역시..."그 말에 강지혁이 못 참고 웃음을 터트렸다."걱정하지마 아무 짓도 안 할 거니까."강지혁은 몸을 숙이고는 그녀의 얼굴 가까이에 자신의 얼굴을 갖다 댔다. 그에 임유진의 얼굴은 곧 터질 것처럼 빨갛게 달아올랐고 목구멍에 뭐가 막힌 듯 말도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강지혁은 손끝으로 천천히 그녀의 볼을 매만지며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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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유진은 끝내 거절하지 못했고 정신을 차려보니 이미 강지혁과 같은 침대에 누워있었다. 그녀는 한숨을 짧게 내쉬며 전에도 같이 잔 적이 있는데 이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라며 머릿속으로 되뇌었다. 하지만 강지혁이 옆에 누워있다는 게 의식이 되지 않을 리가 없었고 그녀는 한참을 뒤척이다가 결국에는 아무 화제나 던졌다."그런데 너는 왜 계속 누나라고 부르는 거야?""이렇게 부르는 게 싫어?"강지혁의 반문에 그녀는 잠깐 뜸을 들이다 대답했다."그건 아닌데, 뭐랄까... 음, 연인 사이에 이렇게 부르는 게 좀 이상해."‘모르는 사람들이 들으면 진짜 내가 누나인 줄 알 거 아니야...’하지만 어느샌가 그녀도 이 호칭이 익숙해진 듯 보였다. 강지혁이 처음부터 그녀를 ‘누나’라고 불렀으니까."그럼, 사람들 앞에서는 유진이라고 부를까? 둘이 있을 때만 누나라고 부를게."누나라는 호칭을 버리지 않으려는 강지혁에 임유진이 말했다."너 누나라고 하는 거 되게 좋아하는 것 같아.""응 맞아."강지혁이 순순히 인정했다."처음이었거든, 누나라고 부르라고 한 사람이."임유진이 강지혁 쪽을 바라보았다."누나라고 부르면 우리가 절대 끊을 수 없는 견고한 무언가에 의해 연결된 것만 같은 느낌이 들어."임유진은 대체 그가 말하는 견고한 무언가가 뭔지 잘 모르겠다는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강지혁은 그 이상을 설명할 생각은 없었는지 대화를 끝내려고 했다."이제 자."임유진은 알겠다고 하고 천천히 눈을 감았다. 하지만 그녀는 침대 옆에 켜진 작은 스탠드 불빛을 끌 생각이 없는 듯 보였다.강지혁은 스탠드를 보며 복잡한 표정을 지었다. 셋방에서 살았을 때도 임유진은 불을 켜야만 잠이 들었고 불이 꺼지면 안 좋은 기억들이 되살아나 무섭다고 했었다.강지혁도 그 안 좋은 기억들이 감옥에서 지내면서 겪었던 일들이라는 걸 어렴풋이 눈치챌 수 있었다.하지만 한동안 임유진도 불을 끄고도 잘 수 있었는데 이유를 물었더니 ‘혁이 네가 옆에 있으니까 무서운 것도 사라졌어’ 라고 대답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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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길에서 주운 노숙자가 알고보니 유명그룹 대표님?!   제401화

    간밤에 임유진은 강지혁 때문에 쉽게 잠을 이루지 못하리라 생각했었다. 하지만 그런 걱정이 무색하게도 그녀는 눈을 감은 뒤로 금방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 마치 강지혁이 있어서 안심하고 잘 수 있었던 것처럼 말이다...다음 날, 임유진이 일어나보니 강지혁이 흰 셔츠에 손목 단추를 채우며 그녀에게 다가왔다."깼어?""응."임유진은 자신이 아직 씻지도 않는 얼굴에 잔뜩 헝클어진 머리를 하고 있다는 걸 인지했는지 얼굴이 살짝 붉어졌다."잘 잤어? 난 되게 잘 잤는데."강지혁은 몸을 숙여 양손으로 침대를 짚으며 그녀의 얼굴 가까이에 다가갔다.공중에서 시선이 얽히자 임유진은 어쩔 줄을 몰라 몸을 뒤로하며 둘 사이의 거리를 벌리려고 했다. 하지만 그때 강지혁이 그녀의 허리를 잡아 다시 앞으로 끌고 왔고 인제 두 사람의 거리는 더 가까이 좁혀졌다."잘 못 잤어?"강지혁은 그녀의 대답을 요구했다."아, 아니."임유진은 버벅대며 대답했다."그럼 됐어."강지혁은 너무 자연스럽게 그녀의 볼에 뽀뽀하고 말했다."씻고 아침 먹게 내려와.""응."임유진은 두근거리는 심장을 가라앉히고 욕실로 들어가 씻은 후 아래로 내려갔다. 그러자 강지혁은 그녀가 오기만을 기다렸는지 수저에 손도 대지 않고 가만히 앉아 있었다.강씨 저택 아침은 한식뿐만 아니라 양식도 있었다."뭐 먹을래?"강지혁이 물었다."나는 호박죽."임유진의 말에 사용인이 호박죽과 샌드위치를 그녀의 앞에 대령했다.임유진은 밥을 먹다 잠깐 고개를 들었고 마침 강지혁과 눈이 마주쳤다. 그는 뚫어지게 자신을 쳐다보고 있었다."왜?""그냥, 먹는 모습이 너무 귀여워서."강지혁은 손을 들어 그녀의 입가에 묻은 호박죽을 쓱 닦아 주었다. 그러고는 손을 다시 가져가 손가락에 묻은 호박죽을 자신의 입안에 가져갔다.그 모습에 임유진의 얼굴이 또다시 빨갛게 달아올랐다. 그러고는 요즘 따라 얼굴이 붉어지는 빈도가 점점 늘어가고 있다는 것을 느끼며 남자의 이러한 행동이 이렇게까지 야하게 느껴질 수 있다는 것도 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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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제는 또 다른 남자가 자신에게 넥타이를 매달라고 한다. 이 남자와는 얼마나 오래 갈 수 있을까?두 사람의 마음이 같다고 해도, 강지혁이 아이를 낳을 수 없는 자신의 몸을 개의치 않아 해도 임유진은 두 사람 사이의 미래가 머릿속에서 그려지지 않았다. 아니, 감히 상상할 수가 없었다. 애초부터 두 사람은 다른 세계 사람이었고 지금은 서로 연인이라고 해도 과연 미래에는 어떻게 될지..."왜 그래?"강지혁의 말이 그녀를 잡념에서 끄집어냈다."아니야. 좀... 숙여 봐."임유진의 말에 강지혁은 순순히 허리를 숙이며 그녀의 얼굴 앞에 자신의 얼굴을 가까이 가져갔다.임유진은 먼저 셔츠의 카라를 세운 후 넥타이를 그의 목에 두르고 매기 시작했다."그거 알아? 나 지금 내 목숨줄을 누나한테 쥐여준 거."강지혁의 낮은 목소리가 임유진의 귓가에서 울려 퍼졌고 그녀는 손을 멈추며 강지혁의 얼굴을 쳐다보았다."내 목숨을 원한다면 누나는 지금 손에 든 넥타이를 꽉 조이면 돼."강지혁은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었다."그러니까 내 넥타이를 맬 수 있는 여자는 평생 누나밖에 없어."임유진은 가게로 출근을 해서도 아까 강지혁이 지었던 미소와 그가 했던 말이 머릿속에서 떠나질 않았다.자신의 넥타이를 맬 수 있는 여자는 평생 임유진밖에 없다는 말이 진짜 실현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지금 강지혁은 그녀에게 진심이라는 것이다. 또한, 미래를 상상조차 못 하는 임유진과 달리 강지혁은 두 사람의 미래를 머릿속에서 그리고 있었던 것이 분명했다.오후 1시, 가게에 주문이 하나 들어왔는데 20인분이라는 큰 주문이었다. 근처는 아니었고 갔다 왔다 하면 대충 40분 정도가 소요됐다.임유진이 목적지에 도착해보니 거기는 촬영 현장이었고 20인분은 여기 있는 스태프들이 주문한 듯 보였다. 그리고 마침 촬영팀도 휴식시간이었는지 여기저기서 식사하고 있었다. 물론 대다수 스태프는 적당한 곳에 앉아 밥을 먹었고 배우들은 따로 휴식룸에 들어가 식사했다.임유진이 배달음식을 내려놓고 막 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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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니나 다를까, 상대방이 이어서 하는 말이 그녀의 추측을 확신으로 바꿔주었다."저희도 일을 크게 키우고 싶진 않으니까 이 20인분의 음식값은 다시 환불해 주시고 추가로 100만 원을 배상해 주세요. 지금 도시락을 먹고 있는 사람도 있는데 나머지 도시락에도 벌레가 들어 있을지 누가 알겠어요. 안 그래요?"그때 자리에 앉아 있던 몇 명이 일어서더니 임유진을 둘러쌌고 그들은 그녀를 머릿수로 압박하려는 듯 보였다.임유진은 빠르게 주위를 스캔했다. 이곳은 제작팀이 촬영을 위해 빌린 반은 뚫려있는 작은 카페였다. 임유진이 서 있는 왼쪽에 CCTV가 있긴 했지만 촬영하는 날까지 켜져 있는지는 불확실한 상황이었다.그리고 카페에서 조금 떨어져 있는 곳에는 팬들을 제지하려고 만들어둔 펜스가 있었는데 거기에는 바닥에 앉아 휴식하고 있는 사람들도 있었고 자신의 연예인이 나오는 순간을 캐치하려고 카메라를 들고 있는 사람들도 있었다."이렇게 하죠. 이런 건 일개 배달원인 제가 결정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어서요. 제가 사장님에게 연락해 볼게요."임유진은 탁유미에게 전화를 걸어 이 상황을 대충 설명했다. 탁유미는 빨리 상황을 파악하고는 그녀에게 말했다."알겠어요. 유진 씨는 일단 돌아오세요. 그쪽에서 내민 요구는 오늘 영업을 마치고 내가 다시 얘기해볼게요."임유진은 스피커폰으로 통화한 게 아니라서 그녀를 둘러싼 사람들은 탁유미가 어떤 말을 했는지 들을 수가 없었다."네, 알겠습니다."임유진은 전화를 끊은 후 그들 몰래 핸드폰 녹음 버튼을 켜두었다. 그러고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그들 쪽을 바라보았다."뭐래요? 돈은 언제쯤 줄 수 있대요?"주동자로 보이는 사람이 물었다. 그러자 임유진이 가볍게 웃으며 답했다."100만 원이면 소액사기를 넘어선 건 아시죠? 재판까지 가면 3년 이하의 징역을 살게 될 수도 있어요."그러자 임유진을 둘러싼 사람들의 얼굴이 갑자기 돌변했다."뭐? 내가 지금 사기를 치고 있다는 말이야?""맞는지 아닌지는 증거가 설명해주겠죠. 저기 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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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현수는 강지혁에게는 시선 한번 주지 않고 임유진만 바라보았다.“만약 그 어느 날 강지혁이 네가 생각하는 그런 사람이 아니라는 걸 알게 되면, 더 이상 강지혁 곁에 있을 수 없다는 걸 알게 되면 그때는... 내 곁으로 와줄래? 내가 널 돌 볼 수 있게 해줄래?”강현수의 목소리는 미세하게 떨려 있었다.이 말을 입 밖으로 내뱉기까지 상당히 많은 고민을 하고 또 용기를 낸 듯했다.어쩌면 지금이 그의 마지막 기회일지도 모른다.강현수는 말을 마친 후 숨조차 제대로 쉬지 못하고 아래로 내린 두 손도 덜덜 떨고 있었다.그의 얼굴에 어린 긴장감이 여실히 드러나고 있었다.임유진은 그 얼굴에 잠깐 넋을 잃었다가 이내 자신의 손을 잡고 있던 강지혁의 손에 힘이 들어가는 것을 느꼈다.또 불안해하는 건가?임유진은 강지혁의 손을 꽉 맞잡고 강현수에게 말했다.“아니요. 그럴 일은 없을 거예요. 지금이든 앞으로든 내가 함께하고 싶은 사람은 혁이일 테니까요.”그녀의 단호한 말에 강현수의 눈이 어둡게 가라앉았다. 어쩌면 흔들릴지도 모를 거라고 생각했던 마음이 아주 손쉽게 저 먼 곳으로 내던져졌다.대체 뭘 기대한 걸까?강현수가 쓰게 웃었다.“혁아, 이만 가자.”이번에는 임유진이 강지혁의 손을 잡고 앞으로 걸어갔다.그리고 곁에 있던 경호원들도 두 사람의 뒤를 따랐다.강현수는 제자리에 가만히 선 채 미동도 없었다. 임유진을 태운 차량이 서서히 멀어져 가는데도 그는 여전히 아무런 움직임도 없었다.한편 임유진은 강지혁과 차에 올라탄 다음 곧바로 그의 볼을 매만졌다.“혁아, 너 얼굴이 왜 그래?”강지혁은 그녀의 손길에 움찔하더니 이제야 정신을 차린 듯 그녀의 얼굴을 바라보았다.“내 얼굴이 왜?”“안색이 안 좋아 보여. 꼭 무슨 일 있는 것처럼. 혹시 할아버지가 돌아가신 것 때문에 회사에 무슨 문제라도 생긴 거야?”조금 얼이 빠진 듯하고 아까보다 확 어두워진 얼굴을 한 강지혁의 모습은 좀처럼 볼 수 없는 모습이기에 임유진은 무척이나 걱정스러웠다.“아무것도 아니야

  • 길에서 주운 노숙자가 알고보니 유명그룹 대표님?!   제1458화

    소민영은 이 상황이 마음에 들지 않는 듯 미간을 찌푸리며 외쳤다.“고작 그때 손톱 좀 뜯기고 3년밖에 안 되는 감옥 생활한 거 가지고 우리 집안이 무너져야 해? 네가 뭔데? 네가 뭔데!”그녀는 줄곧 임유진을 무시했었다. 임유진이 강씨 가문의 안주인이 된 지금도 역시 그녀는 임유진을 당시 함부로 자신의 집안 며느리 자리를 탐냈던 주제넘은 여자로 보고 있다.소민영의 말에 임유진이 뭐라 하려는데 둔탁한 마찰음 소리와 함께 소민영의 머리가 힘껏 옆으로 돌아갔다.“임유진이 뭐냐고 했지. 임유진은 감히 너희 같은 인간들이 함부로 쳐다볼 수 없는 내 아내야.”차가운 목소리가 들려왔다.강지혁은 모든 걸 다 얼려버릴 것 같은 눈으로 소씨 가문의 두 남매를 쳐다보았다.소민영은 그 눈빛에 손바닥으로 볼을 감싼 채로 그만 굳어버리고 말았다.그녀는 자신이 꼭 한낱 개미 같은 존재가 된 듯했다. 여기서 한마디만 더 하면 영원히 입을 열지 못하게 될 것만 같았다.소민영은 강지혁이라는 남자를 진심으로 두려워하고 있다. 아무리 사람을 홀릴 정도의 잘생긴 남자라고 해도 그녀에게는 그런 것보다 두려움이 더 컸다.그래서 그녀는 입을 꾹 닫은 채 곧바로 소민준의 뒤로 숨었다.그리고 소민준은 이렇게 된 거 제대로 말은 해보려고 강지혁을 바라보았다.“강지혁 씨, 우리 집안은 늘 GH 그룹과 강씨 가문에 우호적이었어요. 앞으로도 그럴 거고요. 그러니까 이번 한 번만 제발 봐주세요.”강지혁은 그런 그를 그저 담담하게 쳐다볼 뿐이었다.“진씨 가문과 소씨 가문 모두 그때 내 아내를 벼랑 끝까지 몰고 가며 놓아주지 않았는데 나는 왜 당신들을 용서해야 하지?”그 말에 소민준의 얼굴이 당황으로 빨갛게 달아올랐다.“그... 그건 진씨 가문의 뜻이었어요. 저, 저희 집안은 그 일에 그 어떤 의견도 내지 않았어요.”“의견을 냈든 안 냈든 결과적으로 진씨 가문을 도와준 덕에 재미 좀 봤을 텐데? 그런데 이제 와서 자신은 그저 시키는 대로만 했다?”강지혁의 빈정거림에 소민준은 이를 꽉 깨물

  • 길에서 주운 노숙자가 알고보니 유명그룹 대표님?!   제1457화

    임유진은 갑작스러운 소민준의 등장에 깜짝 놀랐다.오늘 장례식 참석 목록에 소씨 가문은 없었다. 그런데도 소민준이 이렇게 들어와 있다는 건 이곳 직원을 매수했던가 참석 인원에게 간절히 부탁한 게 틀림없다.소민준의 뒤로 소민영도 다리를 절룩거리며 다가왔다.“그런데 솔직히 우리 오빠한테 감사해야 하는 거 알죠? 오빠가 헤어져 주지 않았으면 강지혁 씨랑 결혼하지도 못했을 거 아니에요. 안 그래...”“소민영!”소민준은 소민영이 쓸데없는 소리로 임유진의 심기를 건드릴까 봐 크게 호통쳤다.“빨리 유진이한테 사과해!”그러고는 임유진을 바라보며 말했다.“유진아, 미안해. 민영이가 철이 없는 거 너도 알잖아. 그리고 다시 한번 사과할게. 정말 미안해. 나나 우리 집안이나 너한테는 미안한 마음뿐이야. 한 번만 봐주라... 제발...”임유진은 그 말에 문득 일전 강지혁이 진씨 가문을 상대하려 했던 것이 떠올랐다.소민준이 장례식까지 찾아와 이렇게 비는 걸 보면 아마 진씨 가문을 건드리는 동시에 소씨 가문도 건드린 것 같다.“사실 나도 그때 너 그렇게 보내고 마음이 편치 않았어. 특히 네가 억울했다는 게 밝혀진 뒤로는 더더욱. 만약 내가 그때 널 위해서 진실을 밝히려고 했으면 네가 그런 고생은 하지 않아도 됐을 거야. 정말... 너를 볼 면목이 없어.”소민준의 얼굴에는 후회의 감정이 잔뜩 서려 있었다. 게다가 눈시울까지 붉어진 것이 아마 다른 여성들이 봤으면 그가 잘못한 게 무엇이든 바로 용서해주려고 했을지도 모른다.하지만 임유진은 아니었다. 그녀는 그의 열연에도 표정 하나 변하지 않았다.그녀는 당시 진세령의 옆에 딱 붙어 서서 그녀의 손톱이 하나하나 뽑히는 걸 그저 지켜봤을 뿐만 아니라 피가 흥건한데도 표정 하나 변하지 않았던 소민준의 모습이 여전히 눈앞에 선했다.심지어 그는 고통스러워하는 그녀를 보며 제일 후회되는 일이 바로 그녀와 함께했었던 일이라고까지 했다.그렇게도 차갑고 태도가 손바닥 뒤집듯 바뀌는 남자인데 임유진이 지금 그의 아련한 얼굴을 좀

  • 길에서 주운 노숙자가 알고보니 유명그룹 대표님?!   제1456화

    강현수의 시선이 너무 지독하게 한곳에 꽂혀있던 탓인지 조문객들이 하나둘 이쪽을 쳐다보며 수군거리기 시작했다.“강현수, 뭐 할 말 있어?”그때 강지혁이 임유진의 손을 잡으며 강현수를 노려보았다. 꼭 이 여자는 내 것이니 이만 꺼지라는 것 같았다.강현수는 잘 포개져 있는 두 사람의 손을 가만히 바라보더니 결국 끝까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리고 시선을 떼고 천천히 발걸음을 옮겼다.한은정은 그 광경에 그제야 안도한 듯 표정이 풀어졌다.물론 안도한 건 한은정뿐만이 아니었다. 임유진 역시 다행이라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걱정하지 마. 아무 일도 없을 거야.”강지혁의 목소리가 귓가에 낮게 울려 퍼졌다. 그 소리에 임유진이 고개를 옆으로 돌리자 강지혁이 그녀의 두 눈을 바라보며 계속해서 말을 이어갔다.“오늘은 할아버지 장례식이라 강현수도 뭔 짓을 하지는 않을 거야. 여기서 일을 벌이면 그건 집안 간의 대립으로 이어질 테니까.”강지혁은 잠깐 머뭇거리더니 이내 임유진의 손을 더 꽉 잡았다.“강현수도 알 거야. 자기한테는 이제 그 어떤 기회도 없다는 걸.”그 뒤로 장례식은 순탄하게 진행됐다.임유진은 큰 배를 손으로 지탱하며 계속해서 강지혁의 곁을 지키다 조문객들이 조금 빠지고 나서야 밖에 있는 휴식 구역으로 가 휴식을 취했다.배 속의 아이들도 오늘은 분위기가 무거운 날인 걸 아는지 작은 태동만 있을 뿐 크게 그녀를 불편하게 만들지는 않았다.임유진은 의자에 앉아 습관적으로 자신의 배를 어루만지며 아이들에게 오늘 있었던 일들을 얘기해주었다.그때 그녀의 곁을 지키고 있던 경호원 몇몇이 부산스럽게 움직이기 시작했다.임유진이 고개를 돌려보니 멀지 않은 곳에 강현수가 서 있는 것이 보였다.경호원은 그가 임유진의 곁으로 다가오지 못하게 적당히 거리를 두고 그를 제지했다.“나한테 뭐 할 말 있어요?”임유진이 먼저 물었다.강현수는 임유진의 얼굴을 보며 방금 그녀가 배 속의 아이들과 다정하게 얘기를 나누던 장면을 떠올렸다.무척이나 낯선 모습이었지만 그

  • 길에서 주운 노숙자가 알고보니 유명그룹 대표님?!   제1455화

    게다가 이제는 강문철도 없으니 임유진이 강씨 가문이 안주인이라는 건 그 누구도 반박할 수 없는 사실이 되었다.또한 임유진은 임신까지 했으니 아이들이 무사히 태어나면 그때는 그 누구도 그 자리를 감히 탐낼 수 없게 된다.장례식에 참석한 사람들 모두 그 사실을 인지하고 있기에 강지혁을 대하는 것처럼 그녀를 대했다.임유진은 강지혁의 아내로서 줄곧 강지혁의 곁에 있었다.강씨 가문은 S 시에서 가장 뿌리가 깊고 또 유명한 가문이라 장례식장도 컸고 조문객들도 훨씬 많았다.강지혁은 임유진이 무리라도 할까 봐 몇 번이나 그녀에게 이만 쉬라고 했지만 임유진은 고개를 저으며 계속해서 그의 곁을 지켰다.“나 아직 괜찮아. 진짜 힘들면 너한테 얘기할게. 나도 내 몸 귀한 줄 알아. 그러니까 걱정하지 마.”임유진도 자신이 아이셋을 가진 임산부라는 사실을 잘 인지하고 있었다.그때 조문객들이 입구를 바라보며 강현수의 이름을 불렀다.이에 임유진은 살짝 움찔하더니 저도 모르게 시선을 돌려 입구 쪽을 바라보았다.그러자 익숙한 남자의 실루엣이 천천히 이쪽으로 다가오고 있는 것이 보였다.강현수와 마지막으로 본 것도 이제는 몇 달 전이었다.한때는 생사를 함께 했던 친구였는데 결국에는 썩 유쾌하지 않은 방식으로 헤어지게 되었다.강현수는 오늘 부모님과 함께 장례식에 참석했다.임유진이 그를 바라봤을 때 그의 시선 역시 임유진에게 닿아있었다.강현수는 임유진을 보자마자 옆으로 늘어트린 손을 살짝 움켜쥐었다.그토록 오래 찾아 헤맸던 사람을, 오랜 기간 마치 습관처럼 떠올렸던 사람을 그는 번번이 놓쳐버렸다.임유진과 다른 방식으로 다시 시작할 수도 있었는데 그는 그 가능성마저도 자기 손으로 부숴버렸다.그 결과 그녀는 다른 남자의 아내가 되었고 다른 남자의 아이를 임신했으며 지금 그 남자의 곁에 서 있게 되었다.강현수는 이제 영원히 그녀 곁에는 있을 수 없게 되었다.강현수네 가족이 강지혁과 임유진의 앞으로 다가왔을 때 강현수는 위로의 말을 건네는 부모님과 달리 아무 말도 하지

  • 길에서 주운 노숙자가 알고보니 유명그룹 대표님?!   제1454화

    어쩌면 강지혁은 줄곧 할아버지의 사랑을 받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그 어린 나이에 아버지를 잃고 돌아온 그에게 유일한 버팀목이라고는 강문철밖에 없었으니까.“나는 솔직히 네 할아버지가 고마워. 혁이 너를 이렇게 멋있게 키워줬잖아. 그리고 나랑 만나게 해줬고.”임유진은 계속해서 그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을 이어갔다.“혁아, 네가 원하는 가족 간의 사랑은 앞으로 내가 줄게. 그리고 우리 아이들도 줄 거야.”그 말에 강지혁의 눈동자가 흔들렸다.임유진은 모든 걸 알고 있었다. 그가 무엇을 가장 원하는지 이미 다 알고 있었다.“아까 네가 그랬지? 사람마다 중요하게 여기는 게 다 다르다고. 그럼 너는? 네가 중요하게 여기는 건 뭔데?”강지혁이 임유진의 체향을 들이마시며 물었다.그녀의 냄새를 맡고 있으면 늘 이렇게 마음이 진정되고 몸이 편안해졌다.“나?”임유진은 그 말에 잠시 생각하다가 답했다.“내가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건 혁이 너랑 우리 아이들이야.”“유진아, 나는 욕심이 많아. 나는 너를 그 누구와도 나누고 싶지 않아. 그게 우리 아이들이라고 해도 나는 싫어. 나는 내가 네 마음속 1순위였으면 좋겠고 너한테 가장 중요한 사람이었으면 좋겠어.”강지혁의 말에 임유진이 눈을 깜빡였다.설마 아직 태어나지도 않은 아이들을 질투하는 건가?“혁아, 너는 내 마음속 1순위야. 물론 아이들도 너무 중요하고 소중하지만 너랑은 결이 조금 달라. 혁이 너는 나한테 유일무이한 존재잖아.”임유진은 두 손을 둘러 가볍게 강지혁을 끌어안았다.이미 배가 불러올 대로 불러와 완전히 꼭 끌어안지는 못했지만 싸늘한 방 공기를 녹이기에는 충분했다.“내가 너한테 유일무이한 존재라고?”“응. 널 대신할 사람은 그 어디에도 없어. 물론 아이들을 낳고 진정한 엄마가 되면 어쩔 수 없이 아이들에게 더 신경을 쓰고 더 관심을 쏟을 수밖에 없겠지.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네가 중요하지 않은 건 아니야. 이건 장담해. 그리고 네가 원하면 네가 원하는 방식대로 더 많이 널 사랑해줄게. 혁아,

  • 길에서 주운 노숙자가 알고보니 유명그룹 대표님?!   제1453화

    별채로 가는 길에는 늘 조명이 켜져 있기에 어두운 저녁이라도 전혀 무섭지 않았다.임유진이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 보니 강지혁이 방 한가운데 멀뚱히 서 있는 것이 보였다.강지혁은 불빛을 받으며 시선을 내린 채 바로 앞에 있는 냉동관을 그저 가만히 바라만 보고 있었다.“혁아.”임유진은 그를 부르며 천천히 옆으로 다가갔다.자신을 부르는 소리에 강지혁은 상념에서 빠져나와 고개를 돌렸다.“오지 말라니까. 여기는 나 혼자 있으면 돼.”“너랑 같이 있고 싶어서 왔어.”임유진은 강지혁의 바로 앞에 서서 그의 볼을 매만졌다.지금은 1월이라 날씨가 무척이나 추웠다. 게다가 지금은 밤이고 별채 쪽에는 보일러도 없었기에 바깥과 거의 비슷할 정도로 추웠다.“오늘 밤도 여기 있을 거야?”임유진이 물었다.“응. 그래도 날 키워주셨으니 할 도리는 다해야지. 내일 할아버지 장례식에 사람들 많이 올 거야. 너는 몸이 불편하니까 가지 말고 그냥 집에 있어.”“출산할 시기가 임박한 것도 아닌데 뭐. 내일 할아버지 장례식에 나도 참석할 거야. 만약 몸이 불편하거나 하면 바로 너한테 얘기할게.”강지혁은 그 말에 임유진의 손을 살짝 잡았다.“너한테는 좋은 기억 하나 없는 사람이잖아. 그런데 왜...”“네 할아버지잖아. 네 유일한 가족이잖아. 그러니까 아무리 나를 마음에 들지 않아 했어도, 아무리 끝까지 나를 손주며느리로 받아들이지 않았어도 나는 할아버지 가시는 길을 너와 같이 보내드려야 할 의무가 있어.”다른 건 없었다.그저 강지혁의 어린 시절을 곁에서 지켜줬다는 사실만으로도 임유진은 충분히 감사했다.강지혁은 그 말에 그녀의 손을 조금 세게 쥐었다.“할아버지가 마지막에 한 말은 신경 쓰지 마. 그 말은 그냥...”“알아. 네 할아버지는 그저 누군가를 깊게 사랑하는 것으로 행복한 결과를 낳을 거라는 걸 믿지 못하시는 분이었던 거지. 네 증조할아버지와 증조할머니 일도 있고 네 아버지 일도 있어서 많이 무서우셨을 거야. 너도 나중에 불행하게 될까 봐.”임유진이 말했

  • 길에서 주운 노숙자가 알고보니 유명그룹 대표님?!   제1452화

    강지혁은 마치 강문철에게 자신이 임유진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보여주려는지 조금 격앙된 목소리로 얘기했다.강문철은 그 말에 눈동자를 돌려 자신의 유일한 손주를 노려보았다. 그러다 몇 초 후 이제는 모든 게 다 피곤한 듯 천천히 눈을 감으며 입을 열었다.“우리 집안에서... 여자한테 미친 인간 치고... 멀쩡한 사람을 못 봤다. 네가... 계속해서 이러면 너도 언젠가는...”강문철의 목소리가 점점 작아지는가 싶더니 이내 옆에 있던 종합모니터에서 삐 하는 소리가 들려왔다.임유진은 그 소리에 강문철이 세상을 떠났다는 것을 바로 알았다.누군가의 생명이 바로 눈앞에서 멎었다.조금은 무서웠던 노인이, 강지혁의 유일한 가족이었던 노인이 이렇게 세상에서 사라졌다고 생각하니 어쩐지 모든 게 다 비현실적으로 다가왔다.강지혁은 삐 소리가 들린 뒤로 임유진의 손을 꽉 잡았다. 그렇게 계속 힘을 주다가 임유진의 입에서 아프다는 소리가 들리고서야 비로소 정신을 차리며 손을 놓아주었다.“미안. 아팠지?”강지혁은 어느새 빨개진 그녀의 손을 다시 잡으며 초조한 눈길로 물었다.“괜찮아. 그것보다 할아버지...”“응. 가셨어.”강지혁의 얼굴은 가족을 잃은 사람 같지 않게 무척이나 평온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정말 아무런 감정도 없는 게 아니라는 걸 임유진은 알고 있다.아무리 살가운 사이가 아니었어도 강문철은 강지혁의 할아버지고 유일한 가족이었다. 강선우가 죽은 뒤로 그의 곁을 지켜줬던 유일한 사람이었다.강지혁은 몸을 돌려 편히 잠든 강문철의 얼굴을 가만히 바라보았다.그리고 임유진은 그런 강지혁의 옆에 서서 그의 손을 꽉 잡아주었다....강문철의 장례식은 3일 뒤로 정했다.그 3일 동안 시신은 냉동관에 넣은 채 강씨 저택의 별채에 두기로 했다.그리고 그 3일 동안 강지혁은 그 어떤 외부인도 별채에 들이지 않았다.별채는 강씨 가문 사람 외에는 허락하지 않는 특별한 곳이었으니까.강선우가 죽었을 때도 그의 시신은 잠시 이 별채에 놓여 있었다. 그리고 지금은 그의

  • 길에서 주운 노숙자가 알고보니 유명그룹 대표님?!   제1451화

    강지혁은 임유진의 고집에 결국 알겠다며 그녀와 함께 집에서 나와 병원으로 향했다.병원에 도착한 후 강지혁은 뒤따라온 경호원에게 임유진의 곁을 맡기고 혼자 병실로 들어갔다.안으로 들어가 보니 빼빼 마른 강문철이 흰색 병상 위에 가만히 누워있는 것이 보였다.한 시대를 주름잡았던 남자도 병마와 세월 앞에서는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었다.강문철은 강지혁이 안으로 들어온 것을 보더니 마지막 힘을 쥐어짜 입을 움직였다.“왔... 니...”“네, 저 왔어요.”강지혁이 곁으로 다가오며 대답했다.사실 강지혁은 강문철에게 대단한 가족 간의 정은 느끼지 못했다.실제로 강문철은 강지혁이 할아버지에 대한 애정을 느낄만한 행동을 보여주지 않았으니까.강문철은 언제나 강지혁을 자신의 뒤를 이어 강씨 가문의 모든 것을 물려받을 하나의 장기 말로 여겨왔다. 물론 그 장기 말도 쓸모가 없었다면 진작 버렸을 것이다.“이제는... 강씨 가문의 모든 게 네 손에... 달렸다. 만약... 네가 가문을 망하게 하면... 가만두지 않을 거야.”강문철이 숨을 몰아쉬며 힘겹게 말을 내뱉었다.“할 말은 그게 끝이에요?”강지혁이 강문철을 빤히 바라보았다.이에 강문철은 탁한 눈동자를 옆으로 굴려 병실 문 쪽을 바라보며 말했다.“임유진... 그 아가씨... 밖에 있지? 들어오라고 해...”그 말에 강지혁의 눈썹이 꿈틀거렸다.“유진이 건드릴 생각하지 마세요.”“이 꼴로... 내가 뭘 할 수 있을 것 같으냐? 어차피... 그 아가씨 옆에는... 네 사람 천지일 텐데.”강지혁은 그가 두 손으로 직접 키운 손주이자 가문의 후계자이기에 강지혁의 생각 같은 건 이미 훤히 꿰고 있었다.강지혁이 움직이지 않고 가만히 있자 강문철이 다시 입을 열었다.“그저... 마지막으로 해줄 얘기가... 있어서 그러는 것뿐이다...”호흡이 점점 가빠지고 안색도 창백해진 것이 정말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듯했다.강지혁은 잠깐 고민하다가 결국 발걸음을 옮겨 병실 밖으로 나갔다. 그러고는 곧바로 임유진의 손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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