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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화

“혹시 갈 곳이 없으면 저랑 같이 갈래요?”

임유진의 입에서 이런 말이 튀어나왔다.

……

유진은 자기가 어느 날 갑자기 이렇게 충동적으로 낯선 남자를 집에 데려오게 되리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

어쩌면 이 남자가 아무런 공격성이 없어 보여서일 수도 있고, 또 어쩌면…… 이 남자가 감옥에 있을 때의 자신과 너무 닮아서일 수도 있다.

그도 아마 그녀와 똑같이 사회의 밑바닥에 있는 사람일 것이다. 하지만 열심히 살아보려 발버둥 치고 있는 그녀에 반해, 그는 세상에 아무런 미련도 없는 것 같았다.

“여기가 우리 집이에요. 괜찮으시다면 바닥에서 주무시겠어요? 이불 깔아 드릴게요.”

유진은 침묵을 유지하는 상대에게 새 수건과 새 칫솔을 꺼내 건네주었다.

“욕실은 저쪽이에요. 남자 옷이 없어서……, 최대한 옷이 젖지 않게 조심하세요.”

남자가 욕실에 들어가자 유진은 바닥에 이부자리를 깔고 여분의 이불을 꺼냈다.

그녀가 살고 있는 그리 집은 크지 않은 원룸이다.

기껏해야 5평 남짓한 크기에 따로 주방도 없이 달랑 화장실 하나 있는 게 다였다. 때문에 평소에 요리를 해 먹을 때면 구비해 둔 인덕션을 사용하곤 했다.

남자가 욕실에서 나왔을 때, 여전히 같은 옷을 입고 있었지만, 머리는 물에 젖어있었다.

유진은 물이 뚝뚝 떨어지는 그의 머리카락을 바라보며 수건 하나를 꺼내 들고 몸을 일으켰다.

“허리 좀 숙여 봐요.”

남자는 허리를 숙이는 대신 그녀를 빤히 바라봤다.

“물기를 닦아드리려고요. 머리가 너무 축축하잖아요, 안 말리면 감기 걸리기 십상이에요. 다른 뜻은 없어요.”

여전히 유진을 빤히 쳐다보던 남자는 한참이 지나서야 입을 열었다.

“지금 나 걱정하는 거예요?”

서늘한 목소리였지만 이상하리만치 듣기 좋았다.

“네.”

유진은 눈을 피하지 않고 대답했다.

“제가 당신을 데려온 이상 걱정하는 건 당연하잖아요.”

속눈썹이 살짝 떨리던 그는 이내 천천히 몸을 숙였다.

그제야 유진은 수건을 그의 머리에 덮고 담담히 물기를 털어주었다.

“이름이 뭐예요?”

오랜 침묵 끝에 그의 입에서 두 글자가 튀어나왔다.

“혁이.”

“혁?”

유진은 그 이름을 읊조렸다.

“전 임유진이에요. 어디 살아요? 가족은요?”

“없어요.”

유진은 아무 생각 없이 던진 물음 뒤 돌아온 대답에 하던 행동을 멈췄다.

‘가족이 없었어? 그래서 길거리를 나돌아 다녔던 건가?’

‘난 가족이 있어도 없는 거나 마찬가지인데 어찌 보면 처지가 비슷하네. 돌아갈 집이 있다는 것만 빼고.’

“우리 참 비슷하네요.”

유진은 쓴웃음을 지으며 계속해서 그의 머리를 닦아주었다.

물기를 거의 닦은 그녀는 수건을 내려놓고 빗으로 그의 머리를 빗겨줬다.

앞머리를 뒤로 넘기며 이마 전체가 드러났을 때, 유진은 그가 상상 이상으로 잘생겼다는 걸 알았다.

정교한 이목구비는 동양인들 사이에서 보기 드물 정도로 입체감이 있었고, 특히 그녀를 보는 그의 눈은 전처럼 텅 비어 있지 않고 오히려 무언가로 가득했다.

“배고프죠? 제가 먹을 걸 좀 만들어 올게요.”

유진은 길거리를 쓸면서 그가 밥을 먹는 걸 한 번도 보지 못했다.

이에 유진은 계란을 푼 라면을 끓였다.

“자, 얼른 먹어요. 뜨거우니까 천천히 불어먹어요.”

혁은 고개를 숙인 채 조용히 라면을 먹었다. 그를 빤히 쳐다보던 유진은 집에서 느껴지던 적적함이 사라진 것 같았다.

‘설마 이 사람 때문인가?’

“이렇게 추운 날 얼어 죽으면 어쩌려고 혼자 길바닥에 앉아 있었어요?”

유진은 문득 길거리에서 그를 데리고 왔을 때, 그의 손이 얼음장처럼 차가웠다는 생각이 들었다. 심지어 그때 유진은 자신이 얼음을 쥐고 있는 건 아닌가 하는 착각마저 들었었다.

“그런 걸로 안 죽어요.”

“그건 모르는 일이죠.”

“안 죽어요.”

‘뭐, 본인이 정 그렇다면야.’

혁이 라면을 다 먹은 후, 유진은 곧바로 상을 치우기 시작했다.

“전 불을 켜고 자요, 불편해도 참아줘요.”

이건 출소 이후부터 생긴 버릇이었다.

혁은 그녀의 말에 괜찮다는 듯 짧게 대답했다.

유진은 침대에 누웠고, 혁은 그녀가 깔아 놓은 이불 위에 누웠다.

여태 유진은 아무리 자려고 노력해 봐도 쉽사리 잠들지 못했다. 아니, 두려웠다.

잠에 들기만 하면 다른 수감자들에게 맞고 욕먹으며 괴롭힘을 당하던 꿈을 꿨다. 그 당시 그녀는 여러 번 맞아 피를 토하거나 갈비뼈가 부러지는 게 다반사였다.

심지어 그녀는 이대로 감옥에서 죽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도 여러 번 했었다.

하지만 신기하게도 이 날은 날이 밝을 때까지 세상모르고 편히 잔 데다 평소처럼 악몽도 꾸지 않았다.

유진은 침대 밑에 누워 있는 남자를 멍하니 바라봤다.

‘설마 저 사람이 있어서 그런가? 이 방에 나 혼자뿐이 아니라 곁에 누군가 함께 있어 줘서?’

그녀는 참지 못하고 침대에서 내려와 몸을 웅크리더니 자기도 모르게 손을 남자의 볼에 대며 손아귀에 전해지는 그의 온기를 느꼈다.

‘진짜네, 꿈인 줄 알았는데. 어제 내가 정말 이 사람을 집까지 데려왔구나.’

그녀가 정신을 차렸을 땐 이미 그가 잠에서 깨 아름다운 두 눈으로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

“죄송해요.”

유진은 얼굴을 붉히며 이내 뒤로 물러났다.

“저, 전 그저…….”

‘그저 뭐? 뭔 변명을 하고 있어? 이렇게 잠자는 남정네 얼굴을 만지고 있는 게 아무리 봐도 변태처럼 보였을 텐데.’

무안한 듯 남자를 쳐다봤지만 그는 여전히 두 눈을 깜빡이며 그녀를 바라볼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저기…… 갈 곳 없으면 당분간 여기서 지내요. 한 사람 더 있을 공간은 있으니까.”

다급한 나머지 유진은 계획에도 없던 말을 내뱉었다.

하지만 그 말을 내뱉고 나니 오히려 안도감이 들었다.

너무 외로운 나머지 가끔은 아무나 곁에 있어 줬으면 하는 생각이 들 때도 있었다. 그러면 늦은 밤마다 지난날의 악몽을 떠올릴 필요 없을 테니까.

한때 아름다운 삶을 살아오던 그녀는 지금 너무나도 초라했다.

심지어 그녀는 잘 지내다가도 문득 3년간의 악몽 같았던 감옥 생활이 뇌리에 스쳤다. 이는 그녀를 평생 괴롭힐 트라우마였다.

까만 그의 눈동자가 그녀의 붉어진 얼굴을 바라보고 있었고, 혁의 눈에는 의아함이 번쩍였다.

유진은 냉정을 되찾고 입술을 살짝 깨물었다.

“싫다면 못 들은 거로 해요.”

“절 원해요?”

그의 얇은 입술로 들리는 목소리는 소복이 내린 눈과같이 포근했다.

만약 다른 사람이 이렇게 말했다면 오해할 수도 있었겠지만, 그의 입에서 나온 말은 마치 ‘원한다.’라거나 ‘싫다.’만을 놓고 묻는 말이었다.

그는 눈빛마저 차분했다.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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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미아빠
와..여주오지랖 개쩌는듯.. 날이추어서 노숙자가 걱정되면ㅈ경찰에신고를하면되지...다큰처자가 혼자사는집에 겁도없이 성인남자를??뭘보고대체??뭐지처지랑비슷해보여서?뭔개소리야...떠돌이개도아니고;;요새같이흉흉한세상에 레알머리꽃밭이네 감방도갓다왓다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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