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만 눈동자가 멀어져가는 차량의 뒷모습을 찢어 죽일 듯이 보고 있다.강현수의 얼굴은 초조함과 분노가 뒤섞여 엉망이 되었다.강지혁은 자기가 원하는 사람은 무조건 데려갈 수 있다는 것을 이런 식으로 증명하려는 건가?한편, 차량 뒷좌석에 거칠게 내동댕이쳐진 임유진은 몸을 절반 정도 일으키며 물었다.“강지혁, 지금 이게 뭐 하는 짓이야!”“왜.”그녀의 옆에 앉은 남자는 차갑게 웃더니 고개를 돌려 그녀의 눈동자를 똑바로 바라보았다.마치 뜨거운 불과 차가운 얼음이 그대로 공존하는 것 같은 눈동자에 임유진은 본능적으로 위협을 느끼고 몸을 움찔 떨었다.그때 강지혁이 갑자기 몸을 기대오더니 두 팔을 시트 위에 올려놓고 그녀를 자신의 품 안에 감싸다시피 했다.그와 동시에 앞 좌석과 뒷좌석을 연결하는 부분에 가림막이 내려오더니 공간을 철저히 분리해버렸다.지금 두 사람이 있는 뒷좌석은 온전히 독립적인 공간이 되어버렸다.이에 임유진은 눈에 띄게 당황했다.강지혁은 얼굴을 점점 더 그녀 가까이 가져가더니 천천히 입을 열었다.“강현수가 그렇게도 좋아? 그래서 걔가 선물한 드레스를 입고 다정하게 끌어안고 있었던 거야?”그의 얼굴에는 질투의 감정이 그대로 드러나 있었다.그렇다. 강지혁은 지금 질투하고 있다. 그것도 미칠 듯이!아까 임유진에게 붙여준 경호원들에게서 그녀의 사진을 전해 받았을 때 그는 심장이 찢기는 것 같았다.임유진은 바람이 불면 금방이라도 날아갈 듯한 보라색 드레스를 입고서 강현수와 꼭 끌어안고 있었다.사진 속의 그녀는 전혀 반항하지 않았고 심지어는 그 상황을 즐기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결국 강현수를 사랑하게 된 것일까?이 생각이 머릿속에 스치는 순간 질투라는 감정이 온몸을 집어 삼켜버렸다.강지혁은 강현수가 보라색 드레스와 원피스를 수집하는 습관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이건 대외적으로는 한 번도 드러난 적이 없는, 친한 지인들끼리만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언제 한번 이한이 호기심 가득한 얼굴로 물은 적이 있다.“현수야, 너 그 옷들은
얼마나 지났을까, 폭풍우처럼 몰아치던 키스가 드디어 끝이 나고 임유진은 온 힘을 다 뺏긴 듯 거칠게 숨을 내쉬었다.청순하게 올렸던 머리는 그의 손에 의해 어깨 위로 떨어졌고 두 볼은 핑크색으로 예쁘게 물들었다. 그리고 그녀의 두 눈은 지금 강지혁을 죽일 듯이 노려보고 있다.줄곧 잔잔한 호수 같던 그 두 눈에 드디어 파도가 일었다. 그 모습이 꼭 드디어 그녀의 세계에 다시 강지혁이라는 존재가 들어온 듯했다.강지혁은 분노를 가득 담은 그녀의 눈빛을 받으면서도 여전히 그녀가 사랑스럽게 느껴졌다.그는 손을 들어 부드러운 손짓으로 그녀의 머리카락을 정돈해주었다. 그리고 입술을 그녀의 귓가에 가져가더니 조금 가라앉은 목소리로 속삭였다.“강현수 사랑할 생각하지 마.”임유진이 강현수를 사랑하는 걸 절대 허락할 수 없다. 그녀가 사랑해야 하는 사람은 오직 강지혁뿐이어야만 하니까.임유진은 미간을 찌푸린 채 입을 열었다.“내가 누굴 사랑하든 그건 내 자유... 읍...”하지만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그녀의 입술은 또다시 강지혁의 입술에 의해 막혀버리고 말았다....파티장 안에 있던 사람들도 슬슬 소동을 눈치채기 시작했다.한지영은 강지혁이 밖을 봉쇄하고 강현수와 마찰을 일으켰다는 것을 듣고는 입이 떡 벌어지고 말았다.강지혁은 대체 왜 그런 짓을 한 거지? 파티장에 들어오면 될 일을 굳이 봉쇄까지 한 이유가 뭘까? 설마...그녀는 순간 아까 집으로 돌아가겠다고 했던 임유진이 떠올랐다.설마 나가려다가 마침 강지혁과 딱 마주친 건가?그리고 강지혁은 임유진을 못 가게 하려고 파티장을 봉쇄한 것이고?이런 생각들이 머리에 스치자 한지영은 서둘러 머리를 흔들며 아닐 것이라고 스스로 되뇌었다. 하지만 그녀의 두 손은 어느새 휴대폰을 집어 들어 임유진에게 전화를 걸고 있었다.그러나 아무리 걸어봐도 임유진은 전화를 받지 않았다.얼굴색이 점점 어두워진 한지영은 불안한 마음에 손톱을 잘근잘근 깨물었다.‘유진이한테 뭔 일 난 건가?!’옆에 있던 백연신은 그녀의 손을
배여진은 그럼에도 걱정스러운 표정을 계속 지으며 말을 걸었다.“현수 씨, 많이 아픈 거 아니에요? 지금 당장 나와 함께 병원으로 가요. 나 너무 걱정된단 말이에요.”“너는 유진 씨 걱정은 한 적 있어?”강현수의 갑작스러운 질문에 배여진은 고개를 갸웃했다.“네? 그게 무슨 말이에요?”“유진 씨 손이 지금의 내 손보다 더 심하게 다쳤을 때 넌 한 번도 걱정한 적 있냐고. 두 사람 사이좋다며? 그럼 유진 씨가 감방에 있었을 때 면회 가본 적 있어?”강현수는 그녀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물었다.사실 그는 임유진의 자료를 찾아본 적이 있기에 이미 누가 면회를 갔었는지 다 알고 있다. 당시 면회를 간 사람은 오직 한지영뿐이었고 임유진의 외할머니는 몸이 불편한 탓에 직접 걸음은 하지 못하고 몇 번 전화통화만 했다.이 두 사람을 제외하고 그 누구도 감옥에 있는 임유진을 걱정해주지 않았다.가족들과 친척들에게서 철저하게 외면받은 그녀가 어떤 마음이었을지 강현수는 감히 상상할 수가 없었다.배여진은 그의 추궁에 시선을 내리며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그때 한지영은 백연신의 도움으로 드디어 강현수의 앞에까지 다가왔다.“유진이는요? 유진이 지금 어디 있는지 혹시 알아요?!”강현수는 주먹을 꽉 말아쥐며 답했다.“강지혁이 데리고 갔습니다.”그 말에 한지영은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 역시 예상한 대로 강지혁이 데려간 게 맞았다.“그럼 그 강지혁은 어디로 갔는데요? 대체 유진이를 데리고 어디로 갔냐고요.”한지영은 지금 제정신이 아니라 그가 알 리가 없는 데도 계속해서 질문해댔다.강현수는 고개를 저었다.“하... 유진이 어떡해...”그녀는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싸 쥐며 입술을 꽉 깨물었다.옆에 있던 백연신은 그녀의 어깨를 토닥이며 말했다.“강지혁이 유진 씨한테 험한 짓을 할 리는 없을 거야.”강지혁은 여전히 임유진을 사랑하고 있으니까.“그러면 왜 연락이 안 되는 건데요!”그녀는 이곳으로 오는 길 강지혁이 강현수의 손가락을 부러트렸다는 얘기를 들었다.그
“현수 씨, 너무 걱정하지 말아요. 유진이를 데려간 게 다른 사람도 아니고 강지혁 씨잖아요. 그 두 사람 원래 사귀는 사이기도 했었고 지금은 헤어졌다고는 하나 아직 서로...”배여진의 목소리는 서서히 멎어갔다. 강현수가 그녀의 말을 전혀 듣지 않고 있다는 것을 알아버렸기 때문이다.지금 이 순간 그녀는 마치 자신이 투명인간이라도 된 듯했다.강현수의 머릿속에는 온통 임유진으로 가득 차 있었으니까.배여진은 이를 꽉 깨물며 고개를 숙였다.대체 임유진이 뭐가 그렇게 좋다고 다들 이러는 걸까!강지혁은 물론이고 강현수까지!임유진이 뭐라고!이대로 임유진이 행복한 꼴은 절대 볼 수 없다....차량이 멈춰서고 임유진은 강지혁을 따라 차에서 내렸다. 그리고 그제야 이곳이 처음 오는 곳이라는 것을 알아챘다.울창한 숲 사이에 지어진 해당 저택은 한옥 느낌이 물씬 풍겼고 지어진 지 꽤 오래돼 마치 과거로 타임슬립이라도 한 듯한 느낌이 들었다.“여기는 어디야? 왜 날 이곳으로 데려온 거야...?”임유진은 낯선 곳을 보고 많이 긴장한 듯 몸이 얼어붙었다.“왜냐니. 당연히 널 이곳에 가둬두려고 데려왔지.”강지혁은 그녀의 손을 잡고 저택 안으로 성큼성큼 들어갔다.저택 안은 리모델링의 흔적이 보였지만 우디한 향은 여전히 감돌고 있었다. 게다가 커다란 창문 밖으로는 작은 연못과 물레방아도 보였다.평소라면 이렇게 좋은 풍경을 조금 더 감상하고 싶었겠지만 지금은 그럴 틈 따위 없었다. 그의 보폭에 맞춰 억지로 끌려간 탓에 그 아름다운 풍경마저 지금은 무섭게만 느껴졌다.가둬버린다니!강지혁은 대체 무슨 뜻으로 그런 말을 내뱉은 걸까.“이거 놔!”임유진은 그에게 잡힌 손목을 빼내려 힘껏 발버둥 쳤다. 하지만 그의 손은 강철로 된 족쇄라도 되는 듯 꿈쩍하지 않았고 심지어는 점점 더 세게 손목을 옥죄어왔다.강지혁은 갑자기 걸음을 멈추더니 고개를 돌려 그녀를 바라보았다.“전에는 내가 너무 물렀던 것 같아. 진작에 이랬어야 하는 건데. 앞으로는 내 식대로 할 거야. 네가
임유진의 눈동자가 동그랗게 커졌다.그를 다시 사랑할 때까지라니? 그러면 이곳에 가두겠다는 말이 전부 진심이었다는 건가?“너 미쳤어? 너 이거 납치야!”임유진은 그를 향해 큰소리로 외쳤다. 소리라도 크게 질러야 불안한 마음이 조금은 진정될 수 있을 것만 같았다.“미쳤냐고?”강지혁은 차가운 입술로 그녀의 귓불부터 시작해 하얗게 질린 두 볼, 그리고 잔뜩 찡그린 미간에까지 입을 맞췄다.“이미 진작에 미쳤을지도 모르지.”임유진이라는 여자를 사랑하게 된 순간부터, 모든 희로애락이 이 여자에게 지배당하는 순간부터 그는 이미 미쳤을지도 모른다.“너 때문에 처음 알았어. 내가 누군가를 이렇게까지 질투할 수도 있구나 하는걸. 손가락을 부러트린 거로는 부족해. 아까는 아예 목을 비틀고 싶었어... 알아?”강지혁은 낮은 목소리로 자신의 마음을 고백했다.어두운 방 안에서 두 사람 사이의 분위기는 어느새 야릇하게 변해있었다.그는 그녀의 얼굴 곳곳에 키스를 퍼부으며 손으로는 그녀의 드레스를 찢기 시작했다.“하지 마!”임유진이 드레스를 꽉 잡으며 외쳤다.“네가 다른 남자가 준 옷을 입는 게 싫어.”강지혁은 차갑게 읊조렸다.그녀가 입고 있는 드레스는 강현수가 그리워 마지않는 여자아이에게 주고 싶었던 옷이니까.강현수는 임유진이 어릴 적 그를 구해준 여자아이라는 걸 모르는데도 결국 임유진에게 이 드레스를 선물해주었다.결국 운명이라는 건가?자기도 모르게 끌리고 헤어져도 결국에는 다시 이어질 수밖에 없는, 그런 운명이라는 건가?그럼 자신은 뭐지? 임유진이라는 여자를 먼저 사랑한 건 자신이다. 강현수가 아니라!“날 사랑하지 않는다고 했지?”강지혁은 드레스를 다 찢어 버리고는 그녀의 심장 근처에 손을 올렸다.주위가 어두웠던 탓에 그녀는 그의 표정을 자세히 볼 수는 없었지만 이글거리는 그의 눈동자는 확실히 느낄 수 있었다.“그러면 내가 어떻게 해야 네 심장이 다시 날 향해 뛸 수 있는 건지 알려줘.”임유진은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그러자 강지혁은 이제
한편 한지영은 백연신의 차로 드디어 강씨 저택 앞에 도착했지만 강지혁을 만나지는 못했다. 집사의 말에 따르면 강지혁은 오늘 이곳에 임유진을 데려온 적이 없다고 했다.이에 한지영이 저택 안으로 들어가 직접 확인하려 하자 집사는 단호하게 거절하고는 저택 문을 닫아버렸다.문전박대당한 한지영은 닫힌 문을 힘껏 노려보며 발만 동동 굴렀다.백연신은 초조한 얼굴의 여자친구를 보며 그녀 마음속에 임유진의 비중이 얼마나 큰지 다시금 깨닫게 되었다.“만약 나도 언젠가 유진 씨와 똑같은 일을 당하면 그때도 지금처럼 열심히 찾아줄 거야?”백연신의 말에 한지영은 두 눈을 깜빡거리다 이내 헛웃음을 터트렸다.“지금 그런 말을 할 때예요? 설마 유진이 질투하는 건 아니죠?”“그렇다면?”백연신은 그녀를 똑바로 바라보며 진지한 표정으로 물었다.한지영은 어이가 없어 잠깐 멈칫하다가 갑자기 뒤꿈치를 들었다. 그리고 그의 옷을 잡아 힘껏 아래로 내리고는 그의 입술에 입을 맞췄다.“내가 사랑하는 남자는 백연신 씨뿐이에요. 유진이는 내 친구고요. 그러니까 질투는 이제 그만 해요.”대충 뽀뽀로 달래려는 듯한 그녀의 행동에 백연신은 어이가 없어 웃음이 터져 나왔다. 물론 싫지는 않았다.한지영은 다시 초조한 표정으로 돌아와 그의 팔을 잡았다.“그보다 지금은 어떻게 이 집 안으로 들어갈지 빨리 생각해봐 봐요. 아니면 우리... 담장을 넘는 건 어때요?”그녀는 진심으로 하는 소리인 듯 벽 쪽으로 걸어갔다. 이에 화들짝 놀란 백연신이 서둘러 그녀의 팔아 제지했다.“미쳤어? 여기가 누구 집인지 벌써 잊은 거야? 안쪽 마당에 CCTV는 물론이고 담장 자체에 고압 전류가 흐를지도 모른다고. 도둑이라고 인식해 안에서 전류를 흘려보내기라도 하면 너는 끝이야!”한지영은 그런 생각은 못 했는지 얼굴이 하얗게 질려버렸다.“그럼 어떡해요. 정면돌파도 안 돼, 담장을 넘는 것도 안 돼, 그러면 뭘 어떻게 해야 하는데요. 나는 지금 유진이가 어디 있는지만 알고 싶은 것뿐인데...”강지혁이 여전히 임
방문은 잠겨있지 않았지만 임유진은 알고 있다. 강지혁이 자신을 작정하고 이곳에 가두려고 한 이상 이 방문을 나갈 수는 있어도 이 저택에서 벗어날 수는 없다는 것을 말이다.그때 방문이 열리고 강지혁이 걸어들어왔다. 그의 손에는 옷가지들이 있었다.“일어났어?”그는 침에 위에 앉아 온몸에 이불을 돌돌 말은 임유진을 보며 물었다.임유진은 입술을 꽉 깨문 채 아무 대답도 없이 그저 그를 노려만 보았다.강지혁은 전혀 개의치 않는 얼굴로 그녀 앞으로 다가가 옷을 내밀었다.“갈아입을 옷 가지고 왔어. 이리 와, 입혀줄게. 사이즈 맞나 보게.”“내가 입을 수 있어!”임유진은 이불을 꽉 쥐며 단호하게 거절했다.“그래 그럼. 네가 알아서 입어.”강지혁은 흔쾌히 알겠다고 하며 옷을 그녀의 옆에 올려두었다.임유진은 그 모습을 보고는 미간을 찌푸렸다.왜 안 나가는거지?이렇게 빤히 지켜보면 갈아입을 수 있을 리가 없잖아!강지혁은 그녀의 망설임을 눈치챈 듯 태연한 얼굴로 말했다.“전에 함께 살았을 때는 내 앞에서 잘만 갈아입었잖아.”“그때는 네가 내 남자친구였으니까. 사랑하는 사람 앞에서 옷을 갈아입는 건 아무렇지 않아. 하지만 지금의 너는 아무것도 아니잖아.”그 말에 강지혁의 안색이 미세하게 변하더니 서서히 두 눈을 감았다.“이제 됐지? 안 볼 테니까 갈아입어.”강지혁은 방에서 나가는 것이 아닌 그저 눈만 감았다.임유진은 눈을 감은 채 가만히 서 있는 그를 빤히 바라보았다. 그가 잘생긴 건 이미 익히 알고 있는 사실이지만 지금 이러고 있으니 마치 하나의 정교한 조각상이 따로 없었다.한참을 넋을 놓고 있던 그녀는 머리를 세차게 흔들며 애써 눈을 돌리고 그가 가져온 옷을 입기 시작했다.그녀는 강지혁의 시선이 지금 차단된 것을 뻔히 알고 있으면서도 옷을 갈아입을 때 저도 모르게 얼굴을 붉혔다.“다... 입었어.”그녀가 낮은 목소리로 얘기했다.강지혁은 그제야 두 눈을 뜨고는 예쁜 눈동자로 그녀의 모습을 담았다.“얼굴이 빨개진 건 나 때문이야?”입
“이미 전에도 얘기했다시피 나는 이제 너한테 아무런...”“감정도 없다고?”강지혁은 그녀의 말을 가로챘다.“그러면 지금은 내가 아닌 누구를 좋아하는데?”임유진은 그의 눈빛이 보내는 위험한 신호를 감지했다.“누구도 안 좋아해. 거기에는 강현수도 포함이야.”그녀는 강현수를 더 이상 둘 사이에 끼어들게 하고 싶지 않았다.그리고 자신 때문에 다친 그의 손이 너무나도 걱정됐다.“좋아하지도 않는데 왜 강현수가 너를 끌어안도록 내버려 둔 건데? 언제부터 둘이 그렇게 친했다고.”“내가 강현수한테 마음이 있다고 하면 그건 어릴 때의 우정일 뿐일 거야.”임유진은 솔직하게 얘기했다.“그리고 지금은 강현수를 볼 때마다 죄책감만 들어...”“죄책감?”강지혁이 눈썹을 치켜 올리며 물었다.“강현수는 그렇게 오랜 시간 동안 날 찾아 헤맸는데 정작 난 기억이 돌아왔으면서도 진실을 얘기해주지 못했으니까.”그녀는 다 알면서도 강현수가 사람을 착각한 채로 그렇게 내버려 두었다.“어제 날 갑자기 끌어안은 것도 어릴 때의 그 아이와 내가 겹쳐 보여서 그랬을 거야.”보라색 드레스를 입고 나온 뒤 강현수가 어떤 표정이었는지 그녀는 아직도 기억하고 있다. 그 시선은 임유진을 향한 것이 아닌 어릴 때의 그 여자아이를 향한 시선이었다.그러니 어제의 그 포옹은 단지 어릴 적 그녀와 ‘현수’ 사이의 포옹일 뿐이다.“그래. 네가 강현수를 좋아하지 않는다는 거 믿을게. 그럼 나는? 날 다시 사랑하는 게 그렇게 어려운 일이야?”강지혁은 몸을 일으켜 두 손을 침대 위에 두어 그녀를 품속에 가둔 채 시선을 마주쳤다.가까워진 거리에 임유진은 흔들리는 동공으로 그를 빤히 바라보았다.눈앞에 있는 남자는 지독하게도 그녀의 취향이었다. 훤한 이마에 오뚝한 콧날, 그리고 섹시한 입술에 예쁜 눈동자까지. 그 어느 하나 취향이 아닌 곳이 없었다.그는 눈길 하나로 사람을 쉽게 제압하고 또 쉽게 매혹한다. 이대로 계속 그의 눈을 보고 있으면 저도 모르는 사이 그에게 홀리고야 만다.이런 남자를 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