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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8화 배신과 충격

송재이는 그녀의 얼굴을 보며 물었다.

“왜 그래? 무슨 일 있었어?”

문예슬은 땅만 바라보며 다가오다가 그녀의 걱정 섞인 말에 하마터면 눈물이 날 뻔했다.

“그게... 사모님이... 나는 그냥...”

그녀는 화를 내려는 듯 씩씩거리다 바로 옆에서 주머니에 손을 찔러 넣고 있는 설영준을 발견하고는 금세 하려던 말을 다시 목구멍으로 삼켰다.

“어머, 대표님, 입술 왜 그러세요? 피 나요!”

방금 설도영을 데려다준 다음 아부하려고 오서희에게 말을 걸었다가 듣기 안 좋은 소리만 잔뜩 듣고 나왔다는 걸 절대 설영준 앞에서는 얘기할 수 없었다.

갑자기 입술 화제로 돌린 것은 그 창피함을 감추려고 아무거나 보이는 것을 얘기한 것뿐이다.

설영준은 엄지로 입술을 쓸어내더니 송재이를 보며 답했다.

“왜 이런 건지 친구한테 물어봐요.”

그녀를 원망하는 듯한 그의 말투에는 애정이 깃들어 있었다.

그는 송재이에게 물렸다는 것을 대놓고 알려주고는 아무 일 없다는 듯이 운전석으로 향했다. 그러고는 아직 서 있는 두 사람을 향해 소리쳤다.

“타시죠. 나도 이제는 피곤한데.”

송재이는 지금 쥐구멍이라도 있으면 들어가고 싶은 심정이었다.

처음에는 어리둥절한 듯 보였던 문예슬은 그의 말을 알아들음과 동시에 서서히 미간을 찌푸리며 분노를 가득 담아 송재이를 노려보았다.

두 사람은 친한 친구라 문예슬은 송재이 앞에서 단 한 번도 설영준에 대한 사랑을 숨기지 않았다. 심지어 속으로만 생각하던 은밀한 욕망까지 전부 다 드러내곤 했었다.

그런데 그렇게 믿었던 친구가 뒤에서 설영준과 그렇고 그런 사이가 됐으니 화가 나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오늘 문예슬의 행동은 눈치 없는 광대나 다름없었다.

‘사람 하나 바보 만드는 것도 아니고 어떻게 나한테 이럴 수가 있어?!’

배신과 충격, 그녀의 머릿속은 온통 이 두 단어로 지배되었다.

송재이는 문예슬이 지금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훤히 보였다.

그녀는 차마 시선을 마주칠 수가 없어 애꿎은 입술만 깨물었다.

‘설영준 이 미친놈, 대체 그딴 소리는 왜 한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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