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재이는 그녀의 얼굴을 보며 물었다.“왜 그래? 무슨 일 있었어?”문예슬은 땅만 바라보며 다가오다가 그녀의 걱정 섞인 말에 하마터면 눈물이 날 뻔했다.“그게... 사모님이... 나는 그냥...”그녀는 화를 내려는 듯 씩씩거리다 바로 옆에서 주머니에 손을 찔러 넣고 있는 설영준을 발견하고는 금세 하려던 말을 다시 목구멍으로 삼켰다.“어머, 대표님, 입술 왜 그러세요? 피 나요!”방금 설도영을 데려다준 다음 아부하려고 오서희에게 말을 걸었다가 듣기 안 좋은 소리만 잔뜩 듣고 나왔다는 걸 절대 설영준 앞에서는 얘기할 수 없었다.갑자기 입술 화제로 돌린 것은 그 창피함을 감추려고 아무거나 보이는 것을 얘기한 것뿐이다.설영준은 엄지로 입술을 쓸어내더니 송재이를 보며 답했다.“왜 이런 건지 친구한테 물어봐요.”그녀를 원망하는 듯한 그의 말투에는 애정이 깃들어 있었다.그는 송재이에게 물렸다는 것을 대놓고 알려주고는 아무 일 없다는 듯이 운전석으로 향했다. 그러고는 아직 서 있는 두 사람을 향해 소리쳤다.“타시죠. 나도 이제는 피곤한데.”송재이는 지금 쥐구멍이라도 있으면 들어가고 싶은 심정이었다.처음에는 어리둥절한 듯 보였던 문예슬은 그의 말을 알아들음과 동시에 서서히 미간을 찌푸리며 분노를 가득 담아 송재이를 노려보았다.두 사람은 친한 친구라 문예슬은 송재이 앞에서 단 한 번도 설영준에 대한 사랑을 숨기지 않았다. 심지어 속으로만 생각하던 은밀한 욕망까지 전부 다 드러내곤 했었다.그런데 그렇게 믿었던 친구가 뒤에서 설영준과 그렇고 그런 사이가 됐으니 화가 나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오늘 문예슬의 행동은 눈치 없는 광대나 다름없었다.‘사람 하나 바보 만드는 것도 아니고 어떻게 나한테 이럴 수가 있어?!’배신과 충격, 그녀의 머릿속은 온통 이 두 단어로 지배되었다.송재이는 문예슬이 지금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훤히 보였다.그녀는 차마 시선을 마주칠 수가 없어 애꿎은 입술만 깨물었다.‘설영준 이 미친놈, 대체 그딴 소리는 왜 한 거야!’
꽉 닫힌 유리창으로 비가 사정없이 쏟아졌다.송재이는 눈을 질끈 감고 있다가 좀처럼 시동을 걸지 않는 남자를 보며 짜증 섞인 말투로 물었다.“출발 안 하고 뭐 해?”설영준은 그녀의 목소리에 고개를 돌리더니 검지를 들어 그녀 앞에서 흔들었다.“...뭐 하는 거야?”“마지막이야.”설영준은 그녀를 바라보며 말했다.“오늘 밤 넌 이미 나한테 짜증 많이 냈어. 이게 마지막이야. 또 나한테 짜증 내면 이 자리에서 후회하게 만들어 줄 거야.”그 방식이 어떤 것인지 굳이 말을 하지 않아도 그녀는 알아들을 수 있었다.게다가 그 말을 할 때 뒷좌석을 힐끔 바라보기까지 했으니 더 말할 필요 없이 바로 그녀가 이해한 뜻이 맞았다.뒷좌석은 두 사람이 몸을 겹치기에는 충분한 공간이었다.두 사람은 이미 차에 한 적이 있었고 지금은 비까지 와 한껏 더 분위기가 있었다.송재이는 그의 시선을 받으며 저도 모르게 겉옷을 꽉 쥐었다. 그를 바라보는 눈빛에는 경계심이 어려있었다.설영준은 그런 그녀를 보며 피식 웃었다.“내 탓이라고 생각해?”송재이는 그에게 쏘아붙이려다가 방금 그가 했던 말을 떠올리고는 최대한 화를 가라앉히고 얘기했다.“예슬이가 널 좋아해.”“날 좋아하는 여자는 차고 넘쳐. 그런데 그게 뭐?”“내가 무슨 말 하는 건지 알고 있잖아.”송재이는 그의 태도가 기가 막혔다.“나는 예슬이한테 상처 주고 싶지 않단 말이야. 아마 지금쯤 너랑 내가 짜고 걔를 속인 거라고 생각할 거야...”“아니었어?”“당연히 아니지!”송재이는 화가 나 눈물이 날 지경이었다.“남자 하나 때문에 친구와 멀어지고 싶지 않아. 너랑은 안 보면 그만이지만 친구는 평생 봐야 한단 말이야.”“유치하긴.”설영준은 전혀 개의치 않는 얼굴로 서서히 차에 시동을 걸었다.집으로 향하는 길, 송재이는 말이 통하지 않는 그를 한참이나 노려보다가 결국 고개를 홱 돌려버렸다.비는 점점 더 거세졌고 송재이 집 앞에 도착했을 때는 천둥 번개도 치며 날씨가 꽤 험악해졌다.설영준은 차를 세우고 컴
송재이는 지금 그와 자고 싶은 기분이 아니었다.그녀는 설영준을 밀어내고 싶었지만 집요하게 따라오는 그의 손길 때문에 몸을 움직일 수가 없었다.게다가 그는 그녀가 더 이상 발버둥 치지 못하도록 아예 벽에 몰아세워 버렸다.송재이는 고개를 돌려 그를 힘껏 노려보았다.하지만 그 눈빛을 받고도 그는 가소롭다는 듯이 웃었다.“새삼스럽게 왜 이래?”“오늘은 하기 싫다고!”송재이는 그의 손등을 할퀴며 벗어나려고 애썼다. 하지만 그는 아무렇지도 않은 듯 피식 웃으며 그녀를 더 꽉 끌어안았다.곧이어 그녀의 벨트가 풀리고 설영준의 손은 그녀의 배를 따라 천천히 아래로 미끄러졌다.폭풍우가 내리치는 밖과 달리 집 안은 농밀한 분위기가 한껏 감돌고 있었다.그의 손길에 그녀는 온몸을 파르르 떨었다.“이딴 짓 하려고 널 집으로 데려온 거 아니야.”송재이는 간신히 숨을 고르고 단호하게 말을 내뱉었다.‘이딴 짓’이라는 말에 설영준은 흥이 다 깨진 듯 미간을 찌푸렸다.“이딴 짓 한두 번 한 것도 아닐 텐데?”그는 그녀의 얼굴을 홱 돌려 눈을 마주쳤다.그의 눈에는 소유욕이 물씬 묻어나 있었다.설영준은 한참을 그녀를 바라보다가 천천히 입술을 겹쳐왔다.조용한 공간 속에 두 사람의 입술 부딪히는 소리밖에 들리지 않았다.문예슬과 그런 일이 있어 마음이 무척이나 불편했지만 자꾸 파고 들어오는 그의 열기에 송재이는 그대로 끌려갈 수밖에 없었다.그녀의 얼굴은 어느새 빨갛게 달아올랐고 온몸은 불타는 것처럼 뜨거웠다.송재이는 지금 두 손으로 벽을 짚고 고개를 뒤로 돌린 채 허리가 잔뜩 꺾여있었다.설영준은 그녀의 입술이 통통하게 부어오르고 나서야 천천히 놓아주었다.“나... 나 오늘은 정말 힘들어.”“그럼 빨리 자.”그는 예상외로 쉽게 그녀를 놓아주었다. 그러고는 발걸음을 옮기기 전 그녀의 엉덩이를 두어 번 두드렸다.아까 그녀가 말한 ‘이딴 짓’이라는 단어 때문에 욕구가 갑자기 사그라진 것일지도 모르겠다.설영준은 욕실로 들어가기 전 마치 허물을 벗듯 옷을 하나하나
이날 밤, 두 사람은 한방에서 자지 않았다.사상 초유의 사태라 할 수 있었다.설영준은 바로 이런 사람이다. 만약 그가 정말 원한다면 설령 그녀가 원하지 않더라도 그녀를 굴복시킬 방법을 찾을 것이다.그녀가 지금은 말로는 아니라고 하지만 그한테는 그녀를 유혹할 방법이 충분히 있을 것이다.그는 완전 능구렁이로 그녀와는 전혀 다른 레벨이라고 할 수 있었다.하지만 송재이의 '성추행'이라는 말이 그에게 만약 계속하면 군자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게 하였다.그는 마음이 울적해서 차라리 베란다에 서서 시원한 바람을 쐬고 담배를 피우려 했다.휴대전화가 울렸을 때 그는 마침 손에 들고 있던 담배를 껐다.전화가 온 것을 보니 또 하나의 낯선 번호였다.그는 지난번에 주현아가 다른 사람의 휴대폰 번호로 문자 보냈던 일이 생각났다.설영준은 2초간 눈을 내리깔고 생각하다가 수화기를 눌렀다.전화 저쪽에서 들려오는 것은 부슬부슬 내리는 빗소리였다.뒤이어 주현아의 울먹이는 목소리가 들려왔다.“영준 씨, 우리 아버지가 적어도 20년 형을 선고받아야 한다고 하는데... 나는 단지 이 일이 네가 한 일인지 알고 싶어서...”“그럼 경찰이 왜 날 안 잡아가는 건데?”돌아오는 건 그의 차분한 말투였다.그의 또 다른 뜻은 주정명이 벌을 받아 마땅하다는 것이다.그 말에 주현아는 처절하게 울기 시작했다.“너 왜 이러는 거야? 왜? 우리 엄마가 나보고 국내에 더 머물지 말라고 출국 준비를 하라고 했는데, 나는 널 떠나고 싶지 않아...”설영준의 얼굴에는 아무런 표정이 없었고 그녀가 그곳에서 불쌍하게 울고 있는 것에 대해 그는 아무렇지도 않았다.“송 선생님 때문이야? 네가 한 이 모든 것이 다 그 여자를 위한 것이야? 너에게 있어서 그 여자가 정말 그렇게 중요한 거야?”“얘기 다 했어? 다 했으면 끊어.”설영준은 주현아의 말에 대답할 뜻이 없었다.전화를 끊으려고 할 때 주현아가 급히 그를 불렀다.“영준아, 나 지금 장하 별장 입구에 있어. 널 만나고 싶어.”“나 오늘
사진이 희미하게 노랗게 변하기 시작한 걸 보니 몇 년은 된 것 같았다.하지만 사진 속 두 사람은 설영준의 눈길을 끌었다.송재이의 엄마와 그녀의 어릴 적 모습이었다.그는 당연히 송재이의 어릴 때 모습을 본 적이 없지만 웃을 때 오른쪽 뺨의 보조개는 한눈에 알아볼 수 있었다.게다가 이목구비도 크게 변하지 않았다.얼굴은 그대로였다. 턱은 작고 눈은 크고 아주 맑고 깨끗했다.그녀의 눈을 계속 쳐다보면 마치 마녀의 것처럼 사람을 빨아들이는 재주가 있는 것 같았다.송재이의 어머니가 돌아가시기 전에 설영준은 병문안을 하러 간 적이 있다.다만 송재이는 이 일을 모르고 있었다.그때 아주머니는 설영준의 손을 잡고 수다를 떨었다.그를 송재이의 남자친구로 알고 있는 것 같았는데 임종을 앞두고 외톨이가 될 송재이를 잘 부탁한다고 하는 것 같았다.설영준이 아무리 감정이 없다 하더라도 그때 아주머니에게 자신은 송재이의 남자친구가 아니라고 분명하게 말하지는 않았다.곧 죽을 사람에게 감화됐는지 설영준도 꽤 몰입했다.나중에 아주머니와 앞으로 송재이를 잘 보살피겠다고 약속했다.하지만 그는 분명히 그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설영준은 입꼬리는 내렸고 핸드폰을 꺼내서 그 사진을 찍었다.그리고는 노란빛이 도는 사진을 다시 제자리에 놓았다.…이튿날 송재이가 일어났을 때 설영준은 이미 일어나 있었고 주방에서는 맛있는 냄새가 났는데 그가 아침을 만들고 있었다.어젯밤에 별로 배불리 먹지 못했으니 오늘 일어나보니 배가 고팠다.지금 그녀는 너무 배고파 음식을 보고 군침이 막 돌았다.그녀는 어느 날 두 사람의 관계가 정말 끊어지면 그녀는 틀림없이 그를 그리워할 것이고 그가 만든 요리를 그리워하리라 생각했다.전에는 먹어본 적이 없어 몰랐는데 그가 요리를 시작한 이후로 그녀의 입맛은 점점 더 비싸졌다.아주 간단한 가정식 반찬으로도 이렇게 맛있게 만들 수 있다니.설영준는 어젯밤에 얻지 못해 오늘 아침은 흥이 나지 않았는데 아침밥도 예전처럼 풍성하지 않았다.멀건 국물에 만 국수
송재이는 그의 말에 넋을 잃었다.설영준의 말투는 화가 난 것이 분명했다.그런데 그가 방금 뭐라고 했지?“여자친구?”송재이는 조금 말이 안 된다고 느꼈다.내가 잘못 들은 거 아니야?설영준도 말을 하고 나서 조금 후회했으나 얼굴에는 티 내지 않았다.그는 다시 젓가락을 들고 남은 반 그릇을 천천히 비우고 나서야 다시 입을 열었다.“개인 과외 학생은 내가 다시 구해줄게. 너한테서 수업 듣고 싶어 하는 사람 많으니까 앞으로 민 사장님한테는 가지 마.”그의 말투는 매우 침착했는데 마치 감정 없는 기계 같았다.만약 그가 '여자친구'라는 말을 하지 않았다면 그녀는 그의 이런 행위를 전혀 개의치 않았을 것이다.두 사람이 지금 무슨 관계라고 도대체 무슨 자격으로 그녀에게 명령한단 말인가?하지만 방금 그가 무심코 내뱉은 말은 그녀가 실수로 그의 마음에 닿은 것 같다는 느낌이 들게 했다.비록 짧은 시간이었지만 말이다.그녀가 감히 다시 한번 확인하지도 못할 정도로 짧은 시간이었다.마음에 달콤하고 쓰라린 기분이 스멀스멀 끓어올랐다.그녀는 이제는 묻지 않았고 고개를 숙이고 남은 것을 다 먹었다.그리고 설영준은 일어나서 설거지하러 갔는데 콸콸거리는 물소리가 그와 송재이를 갈라놓았다.하지만 설영준은 설거지를 할 때도 제대로 집중을 하지 못했는데 ‘여자친구’라는 신분으로 그녀를 제약할 거라는 말을 왜 했나 하고 속으로 후회하고 있었다.송재이잖아, 그냥 갖고 놀려고 했던 여자니까.…송재이는 오케스트라로 출근하던 길에 엘리베이터 입구에서 연지수를 만났다.연지수는 그녀를 보고 가식적인 웃음을 지었다.주가에서 일어난 일 때문에 지금의 경주는 이미 떠들썩하기 때문이다.얼마 전에 설씨 집안과 약혼을 했고 그리고는 얼마 지나지도 못해 파혼을 당했고 그 후에는 고발당했다. 몇 년 전 사람의 목숨을 앗아간 다리 붕괴 사건에 주정명이 연루되었기 때문이다.불과 1년 만에 주가는 천상과 지옥을 한 번에 맛보았다.빛나던 어제에서 모두가 피하는 오늘에 이르기까지, 환상적
저녁 퇴근할 시간이 되었는데 뜻밖에도 송재이는 문예슬으로부터 걸려온 전화를 받았다.그녀는 순간 마음이 따뜻해져서 수신 버튼을 눌렀다.문예슬이 저녁식사를 같이 하자고 하는 걸 보니 설영준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은 모양이었다.송재이도 남자 하나 때문에 친한 친구와 사이가 틀어지는 것을 원하지 않아서 단번에 승낙했다.문예슬의 차는 빌딩 문 앞에 멈추었다.송재이가 밖으로 나가니 문예슬이 차창을 내리고 웃으며 송재이를 향해 손짓하는 모습을 보았다.송재이가 차에 오른 후 문예슬은 고개를 돌려 송재이에게 말했다.“가자, 내가 너를 데리고 갈 곳이 있어.”문예슬에게 하고 싶은 말이 가득했는데 지금은 목이 막힌 것 같아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문예슬은 가볍게 웃으며 액셀을 밟았고 도중에 두 사람은 말이 없었다.송재이는 몇 번이고 입을 열려고 고개를 돌려 문예슬의 얼굴을 바라보았지만 문예슬은 송재이와 대화할 의사가 없는 듯했다.차는 한 호텔 입구에 세워졌고 문예슬은 시동을 껐다.송재이는 얼굴을 찡그리며 말했다.“나 여기 왜 데려왔어?”문예슬은 안전벨트를 풀고 차에서 내렸다.송재이는 그녀가 무슨 뜻인지 몰랐지만 그녀의 걸음을 따라 안으로 들어갔다.호텔 1층 로비에서 문예슬은 모퉁이를 찾아 송재이를 끌고 가 앉았다.송재이는 오리무중에 빠졌다.그러다 그때 문예슬이 두 눈을 반짝이며 턱을 앞으로 치켜들었다.송재이가 그녀의 시선을 따라 고개를 돌리자 주현아가 설영준의 손을 잡고 함께 엘리베이터 안으로 들어가는 것이 보였다.그 순간 송재이는 무슨 마음에서인지 재빨리 손에 든 잡지로 얼굴을 가렸다.엘리베이터 문이 닫히자 문예슬이 그 앞으로 달려갔다.28층에서 멈춘 숫자를 보고 그녀는 다시 몸을 돌려 송재이를 끌었다.“가자! 우리도 올라가!”“싫어.”송재이는 손에 들고 있던 잡지를 놓으며 거절하려고 했다.문예슬은 물었다.“무엇이 두려운 거야?”“두렵다고? 나는...”그녀가 우물쭈물하는 사이 이미 문예슬에 의해 엘리베이터로 끌려갔다.설영준은
송재이는 오늘 문예슬이 어디서 소식을 들었는지, 설영준과 주현아가 이곳에 와서 방을 잡을지 어떻게 알았는지 몰랐다.한 가지, 설영준이 주현아와 방을 잡은 건 확실하다는 거다.선남선녀가 혼약까지 있었으니, 그리고 주정명이 사고가 났을 때 그는 밤에 그의 딸을 만났다.문예슬은 묵묵히 음식을 먹고 있을 뿐 한마디도 하지 않았지만 그녀는 방금 그들이 본 그 장면이 송재이에게 작용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목적을 달성했으니 문예슬도 마음이 한결 편해졌다.밥을 다 먹은 후 문예슬은 차를 몰고 송재이를 데려다주었다.…호텔 방안.설영준은 방으로 들어가 넥타이를 잡아당겼다.주현아는 거의 멍하니 옆에 서 있었다.바로 한 시간 전, 그녀는 설영준의 사무실에 찾아갔고 이것은 그녀가 출국하기 전의 마지막 기회였다.원래 그녀는 죽어도 출국하고 싶지 않았는데 설영준을 여러 해 동안 사랑했기 때문이다.주가의 처지가 위태로운 지금이지만 끝장을 보지 않는 한 설영준과 함께 할 기회를 놓치려 하지 않았다.하지만 민효연은 동의하지 않았고 두 모녀가 다투는 사이 민효연은 손찌검까지 했다.이렇게 오랜 세월 동안 민효연이 딸을 때린 건 처음이었다.주현아는 민효연에게 다소 경외심을 갖고 있었다.그녀가 자신의 어머니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녀가 잡은 꼬투리 때문에 민효연의 한계에 도전할 엄두를 내지 못했다.그녀는 출국에 동의했지만 출국 전에 마지막으로 한번 싸워볼 작정이었다.그녀는 설영준과 자고 싶었다, 단 한 번만이라도 좋으니 말이다.사무실에 있을 때 그녀는 설영준에게 물을 부어주며 그 속에 약을 넣어 설영준의 성욕을 확대하려 했다.그런데 뜻밖에도 설영준은 그 물을 마시지 않고 그 자리에서 그녀를 꿰뚫었다.“사무실은 좀 그러니 나랑 자고 싶으면 다른 곳으로 가자.”그는 그 물컵을 힐끗 보고는 부어버리고는 다시 탁자 위에 놓았다.주현아는 설영준이 그녀를 꿰뚫어 볼 줄 생각지도 못했다.그녀는 난감하고 의아하여 그 앞에 서서 고개를 들지 못하였다.그런데 그가 그녀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