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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2화 내가 뭘 훔쳤는데?

송재이는 문예슬의 초롱초롱한 눈동자를 바라보며 입을 뻐끔거렸지만 목구멍에 뭐가 걸린 듯 말이 나오지 않았다.

다행히 이때 송재이의 전화가 울렸다. 그제야 송재이는 위기를 모면할 수 있었다. 하지만 화면에 뜬 이름을 보자마자 다시 긴장이 엄습하기 시작했다.

[설영준]

송재이가 문예슬을 힐끔 쳐다보더니 웃음을 지어 보이며 말했다.

“전화 좀 받고 올게.”

이 말을 뒤로 송재이는 룸에서 나왔다.

“섣달그믐날 밤에 우리 집에서 빚은 만두 있잖아. 그때 일부 덜어서 가져가지 않았어?”

설영준은 매번 송재이에게 전화할 때마다 거두절미하고 용건부터 말했다. 마치 두 사람 사이에 안부를 묻는 것 따위는 필요하지 않은 것처럼 말이다.

어안이 벙벙한 송재이가 이렇게 말했다.

“만두? 맞아. 내... 내가 아침으로 먹으려고 일부 덜어왔는데.”

송재이는 박윤찬에게도 이렇게 말했다. 그러니 그대로 똑같게 대답할 수밖에 없었다.

근데 왜 갑자기 이걸 묻는 거지?

설영준이 웃음을 터트리더니 차갑게 물었다.

“송 선생님이 도벽이 있는지 지금 알았네.”

송재이가 미간을 찌푸리더니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물었다.

“도벽이라니, 도대체 내가 뭘 훔쳤는데.”

설영준이 코웃음 치며 말했다.

“못 알아들은 척하긴. 우리 집 반찬통 훔쳐 갔잖아.”

송재이는 그제야 설영준이 무슨 말을 하는지 깨닫고는 주눅이 든 목소리로 버벅거렸다.

“그... 잠시만 빌린 거예요. 안 돌려준다고 한 적은 없는데?”

“오늘 밤 장하로 갈 테니 와서 돌려줘.”

“잉? 오늘 바로 달라고?”

“무슨 문제 있어?”

“아니...”

송재이가 신속하게 머리를 굴렸다. 반찬통은 아직 도정원 손에 있었다. 시간 나면 민효연의 별장으로 가져다주겠다고 했지만 가져다줬는지는 알 수 없었다.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불안해하는데 설영준이 이렇게 말했다.

“저녁에 봐.”

수화기에서 이내 신호 연결음이 들렸다.

송재이가 한참 동안 멍해 있다가 정신을 차렸다. 그러고는 바로 도정원에게 전화를 걸었다. 도정원은 빨리 받았다.

“송 선생님, 무슨 일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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