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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4화 간땡이가 부었네

설영준이 소파에서 외투를 집어 들더니 현관으로 나와 신발을 갈아신으며 송재이의 귓가에 속삭였다.

“밖에서 기다릴게.”

이에 송재이의 심장이 벌렁거렸다. 코끝에는 설영준 특유의 향수 냄새로 가득했다. 참 좋아했던 향기였고 너무 좋아서 푹 빠졌던 적도 있었지만 지금 이 순간은 마치 그녀를 잠식하는 독약처럼 느껴졌다.

뒤에서 설영준이 문을 열고 나가는 소리가 들렸다. 송재이는 설영준이 완전히 떠난 게 아니라 밖에 세워둔 차에서 기다린다는 걸 알고 있었다.

설영준이 어떻게 응징할까? 송재이는 아무런 생각도 들지 않았다.

너무 갑작스러운 상황이라 민효연도 처음엔 어리둥절했지만 지금은 어느 정도 감을 잡았다.

“도 전무는 그냥 송 선생님이 오면 이 반찬통을 건네주라고만 했어요. 그때 내 신경은 온통 연우한테 쏠려 있었고요. 깊이 생각할 겨를이 없어서...”

민효연이 말끝을 흐린 건 송재이의 체면을 생각해서 그녀가 도정원에게 만두를 준 사실을 까밝히지 않은 것이었다.

애초에 설씨 가문과 주씨 가문이 파혼할 때 설영준은 여론의 초점을 다른 곳으로 돌리기 위해 연지수라는 희생양을 찾았다. 덕분에 송재이는 진흙탕과도 같은 상황에서 발을 빼고 아무런 영향도 받지 않을 수 있었다. 하지만 송재이는 설영준이 그녀를 위해 한 일에 관해 전혀 모르고 있었다.

민효연은 설영준의 입장에 대입해 봤다. 어떤 목적이든 설영준은 송재이를 보호하려 애썼지만 송재이의 행동을 보면 결국 설영준은 죽을 쒀서 개를 준 셈이 된 것이다.

자존심이 세고 오만한 설영준이 과연 이를 견뎌낼 수 있을까?

민효연의 눈에 예쁘장한 송재이는 남자를 잘 홀리는 여우와도 같은 이미지였다. 그리고 남자가 잘 꼬이는 여자는 다른 여자의 경멸을 살 것이다.

하지만 지금 민효연의 생각은 달라졌다. 송재이가 일부러 남자의 환심을 사기 위해 이런 행동을 벌인 거라면 정말 너무 상스럽지만 자기도 모르게 그런 거라면, 딱히 골머리를 굴리지 않아도 그녀의 행동 하나에 남자가 걸려드는 거라면 송재이는 타고났을 수도 있다. 타고난 건 어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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