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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7화 헛된 망상에 빠지지 않게 하다

정신이 몽롱한 송재이에게 설영준이 다가왔다. 그러더니 빨갛게 달아오른 송재이의 얼굴에 뽀뽀하고는 이렇게 말했다.

“앞으로 한 번만 더 얕은 수작 부리면 이렇게 응징할 거야. 알았지?”

설영준은 ‘도정원’이라는 이름을 더는 꺼내지 않았다. 자꾸 꺼내면 그가 뭔가 질투하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설영준은 질투가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는 송재이가 헛된 망상에 빠지는 게 싫었다. 송재이를 응징하고 마음이 편해진 설영준은 다시 이성을 되찾았다.

송재이는 멍한 표정으로 설영준을 돌아봤다. 침착한 설영준의 얼굴이 달빛 아래 온화하면서도 평온해 보였다. 이에 송재이의 마음에 실망이 엄습했다. 그녀는 입술을 깨문 채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다시 눈을 감았다.

...

오늘 밤 송재이는 장하 별장에서 잤다.

원래 여기에 뒀던 일상용품과 옷은 이미 다 가져간 상태였다. 이튿날 잠에서 깬 송재이는 그제야 갈아입을 옷이 없다는 걸 발견했다.

욕실 거울 앞에서 골머리를 앓고 있는데 설영준이 안으로 들어왔다. 손에는 쇼핑백 하나가 들려 있었다.

송재이가 멈칫하더니 쇼핑백을 열었다. 안에는 세면도구와 그녀 사이즈의 옷과 바지가 들어 있었다. 하지만 그녀가 평소 입는 그런 브랜드는 아니었다.

설영준은 원래도 송재이에 대한 관심이 적었기에 그녀가 한 브랜드 옷만 입는다는 것도 몰랐을 것이다.

송재이가 입술을 앙다물더니 시선을 아래로 축 늘어트렸다.

설영준이 그런 송재이를 보며 물었다.

“안 바꿔?”

송재이가 아무 말 없이 묵묵히 쇼핑백을 받아 갔다. 임시로 입는 거니 그냥 대충 입기로 했다.

“고마워.”

송재이는 이렇게 말하며 자연스럽게 욕실 문을 닫았다.

설영준도 송재이의 기분이 별로라는 걸 눈치채고 문 앞에 1분 정도 서 있다가 몸을 돌렸다.

송재이가 다시 거실로 나왔을 때 거실에서는 향긋한 냄새가 풍겨왔다. 설영준이 아침을 준비한 것이다. 설에 며칠 같이 지내면서 사랑을 나눈 뒤로 매번 잠자리를 가질 때마다 설영준은 그녀에게 밥을 해주곤 했다.

송재이는 설영준의 요리를 꽤 좋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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