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유리는 자신도 모르게 몸을 뒤로 젖혀 육시준의 거친 숨결에서 벗어났다.강유리는 순간 그가 왜 화가 났는지 알아차렸다.손에 닿아있는 피부가 데일 것처럼 뜨겁다. 강유리는 살며시 손을 거두고 세면대에 기대었다. "내가 언제 당신이 늙었다고 했어. 혼자 오해하지 마.""신하균은 나이가 많아서 릴리가 아깝고, 송이혁도 나이가 많아서 조보희랑 어울리지 않는다며."육시준은 축 처져서 서운한 목소리로 말했다. "이제는 다 알았어.""그거랑은 다르지!"강유리가 눈을 부릅뜨고 반박했다. "전 세계 어느 남자도 내 자매들한테는 다 부족해. 이건 그냥 규칙이야! 하지만 내 남편은 전 세계에서 최고의 남자야. 그 누구도 비교할 수 없을 만큼!"육시준은 눈썹을 찡긋했다. 강유리의 말이 완전히 비논리적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질문이 입 밖으로 나오려다 가정의 평화를 위해 다시 들어갔다. 육시준이 냉담하고 섭섭한 말투로 말했다."정말? 안 믿어.""..."강유리는 머리가 아파왔다.서울의 여름은 원래도 덥다.게다가 욕실 안은 막 샤워를 마쳐서 김이 모락모락 나는 바람에 옷이 몸에 축축하게 달라붙었다.공기 중의 수증기인지 몸에서 난 땀인지 구별이 안 갔다.하지만 늘 여유와 자신감이 넘치던 육시준이 풀이 죽고 서운해하는 모습에 강유리는 마음이 약해졌다. 강유리가 달래는 말투로 말했다."내가 언제 당신 속인 적 있어? 당신도 알다시피 젊은 배우들보다 당신이 부족할 게 뭐야! 그리고 내 남편은 성숙한 매력까지 가져서 더 치명적이지!""그건 다 내 생각...""나도 그렇게 생각해! 당신은 내 마음속에서 영원히 최고야! 나 자주 내가 전생에 나라를 구해서 이렇게 좋은 남편을 만날 수 있었나 생각한다니까! 내 남편 너무 좋고 너무 멋있는걸! 봐봐, 화내는 것 마저도 이렇게 매력적이잖아!"잠시 멈춘 후 강유리가 덧붙였다. "물론, 당신이 대단하지 않고 못생겨지더라도 나는 당신을 떠나지 않을 거야. 그러니까 절대 열등감 가지지 마!"육시준의 벌려진 입이 살짝
이튿날 아침.고성 그룹 소속의 여러 병원들이 기자들에게 둘러싸였다.하지만 11시가 되었는데도 아무런 인기척이 없자 기자들은 그가 안 오는 건 아닌지 추측했다. '고우신이 정말 약속을 어긴 건가?''강유리의 말을 고정남이 믿지 않아서 유전자 확인 재검사에 동의하지 않은 건가?'"괜히 시간만 버렸네요. 안 올 가능성이 더 클 것 같아요.""에휴, 고우신은 안 와도 고정남은 올 줄 알았는데. 강유리가 고정남은 제시간에 올 거라고 했으니까요!""그러게 말이에요. 하긴 고정남이 강유리를 딸이라고 인정했으면 강유리 스스로 폭로하지도 않았겠죠.""그 말에도 일리가 있네요.""..."기자들은 설레고 벅찬 감정에서 지금의 실망한 감정에 이르렀다.바로 그때 누가 소리 질렀다. "고 회장님의 차다. 고 회장님이 정말 오셨어!"기자들은 모두 고개를 돌려 입구 쪽을 바라보았다.모두 고성 그룹의 뉴스를 취재하기 위해서 온 기자들이라 고성 그룹의 정보를 충분히 파악하고 있었다.예를 들어, 이 수수한 검은색 카이엔은 고정남의 전용 차량이다.굉장히 대표적이다.기자들은 모두 눈을 번쩍이며 자신이 떠나지 않은 것을 다행이라고 생각하며 카메라를 메고 앞다투어 돌진했다. "고 회장님! 릴리 캐번디시가 친딸이라고 믿습니까?""고 회장님! 릴리 씨의 말에 따르면 릴리 씨는 일찍이 친자 확인을 제공했다고 합니다. 그때는 믿지 않으셨으면서 왜 이제 와서 인정하시는 겁니까?""고 회장님! 만약 릴리 양이 정말 친딸이라면 지금의 둘째 아가씨는 어떻게 하실 생각이죠?""고 회장님, 릴리 씨로 인해 LK그룹과의 혼인이 깨졌기 때문에 친딸이라고 인정하지 않으시는 겁니까?""..."마지막 문제는 너무 날카롭고 직설적이었다. 고정남은 경호원의 호위를 받으며 안으로 들어가던 발걸음을 멈췄다. 그리고 그 기자를 향해 고개를 돌리고 선글라스를 벗었다. "저는 제 딸을 매우 사랑합니다. 저는 그 누구보다도 지금과 같은 상황이 일어나기를 원하지 않았습니다!""그럼 아가씨가 유전자
즉 자신이 아무리 혈연적 우세가 있지만 저도 자존심이 있어 무작정 뒤쫓아가지 않겠다는 뜻이다.역시 Y국에서 20년동안 곱게 자란 공주님답다.송인병원, VIP 병실안.강미영은 병실 침대에 기대 티비를 보더니 참을 수 없는 웃음을 터뜨렸다.이렇게 오랜 세월이 지났는데도 이 남자는 변한게 하나도 없다.입으로는 사랑한다고, 소중한 사람이라고 했지만 사실 자기 체면이 가장 중요했다.거기에 권력까지.하지만 재수없게도 릴리 자매한테 잘못 걸린것이다. ...은하타운.릴리는 인터넷으로 보고 있었다. 고정남은 도착했지만 한 시간이나 늦었다.그녀가 아직 도착하지 않은 것을 감안하여 한 경제 블로거는 오늘 이 일에 대해 진지하게 분석했는데 아마도 현장 기자인 것 같았다.릴리는 어두운 얼굴로 마우스 스크롤을 계속 내렸다.인터넷에서 떠드는 것처럼 그녀는 그렇게 예지력이 높은 사람도 아니고 잔꾀가 많은 것도 아니었다.그저 집에서 늦잠 잤을 뿐이다. 더구나 강유리는 그녀보다도 더 늦게 깨났다.“들어와서 이것 좀 봐줘. 이 치마 어때? 오늘 좀 더운데 이걸 입으면 이상할까?”방안에서 중얼거리는 목소리가 들려왔다.릴리는 문어구에 서서 눈길은 여전히 핸드폰에 고정된 채 덤덤하게 답했다.“전 안 들어갈래요. 저도 이제 어른인데 함부로 언니네 방을 드나들면 안 되죠.”강유리는 순간 말문이 막혔다.‘그럼 어제는 왜 들어왔는데?’“어제 저를 막지 않았더라면 그런 깨달음은 얻지 못했을 거예요. 언니가 조언해 주신 덕분에 저희 두 사람의 관계가 더욱 돈독해진 것 같아요!”“...”그녀의 괴상한 말투를 눈치 빠른 강유리가 단번에 알아들었다.‘그럼 어젯밤 그 상황에서 내가 말리지 않았다면 저 계집애가 진짜로 보려 했단 말인가?’‘어림도 없지!’방안에서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자 릴리는 이상해서 고개를 빼꼼 내밀고 안쪽을 살폈다.이때 누군가의 기다란 그림자가 그녀를 향해 다가오고 있었다.릴리는 재빨리 고개를 다시 숙이고 덤덤하게 핸드폰을 보는 척했다.그러
강유리는 돌아서서 그녀를 한번 째려보며 말했다.방금 두 사람이 문밖에서 나눈 대화를 그녀도 어렴풋이 들었기 때문이다.그리고 그녀의 생각도 육시준과 일치해서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자꾸 소안영 따라 하지 마. 여자한테는 괜찮아도 남자한테 그런 저질 농담하면 안 돼.”릴리는 입을 삐쭉거리면서 이리저리 마음에 드는 치마를 고르기 시작했다.“이미 습관이 된 걸 어떡해요?”“너랑 사귀었던 남자들이 왜 하나같이 너한테 나쁜 마음만 품었는지는 알고 있어?”강유리가 갑자기 물었다.하지만 릴리는 그녀에게 다가오면서 딴소리했다.“지금 입고 있는 게 제일 이뻐요. 이걸로 하죠!”강유리는 이 상황이 너무 웃겼다. 그녀도 릴리의 말뜻이 뭔지 알고 있지만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 말을 이었다.“소안영이 너한테 가르쳐준 남자 꼬시는 방법은 오직 친한 사람들한테만 먹히는 거지 너처럼 아무것도 모르는 어린애한테는 안 어울려...”“하지만 전 이미 열 명도 넘는 남자랑 사귀어 봤는데요!”릴리가 정색하며 말했다.사실 말하고 싶었던 말은 자신이 그리 순진한 아이가 아니란 소리다.강유리도 그녀의 말에 대충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맞아. 열 명의 남자애들이 그저 손만 잡고 뽀뽀도 못 하고 헤어졌지.”이런 연애 방식은 국내에서도 쇼킹한 수준인데 하물며 남녀 사이가 매우 개방적인 Y 국이면 더욱 놀랄 것이다.릴리가 발끈하며 외쳤다.“제가 뽀뽀했는지 안 했는지 어떻게 알아요?”순간 강유리는 입술에 틴트를 바르다가 멈칫하더니 고개를 돌려 그녀에게 되물었다.“해봤어?”감정 면에서 보면 릴리는 확실히 백지장과도 같았다.특히 자신의 개인적인 일을 언급하는 것도 매우 어색했다.“그, 그럼요! 제가 제일 좋아했던 남자 친구가 제 이마에 뽀뽀하면서 잘 자라고 했어요!”말하면서 부끄러운지 강유리를 솜방망이로 톡톡 때렸다.강유리는 자꾸 자기도 모르게 올라가는 입꼬리를 애써 내리고 열심히 고개를 끄덕이면서 그녀의 말에 맞장구쳤다.“음, 그것도 했다고 할 수 있지.”릴리는 소
고급져 보이는 롤스로이스 한대가 천천히 들어오더니 고성 개인 병원 앞에 세워졌다.입구에는 이미 기자들로 가득했고 그들은 차를 발견하자마자 달려가고 찍고 싶었지만 차에서 사람이 내릴 때가지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강릴리 씨, 왜 이렇게 늦으셨어요?”“혹시 고 대표님께서 오신 걸 보고 출발하셨나요?”“강릴리 씨, 고 대표님의 지각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요?”“오늘 유전자 결과가 사실일 거라고 확신하나요? 과연 인정받을 수 있을까요?”“...”이미 집에서 충분히 시간을 지체한 탓에 릴리는 기자들과의 인터뷰에 더 이상 시간을 낭비하고 싶지 않았다.중요한 건 지금 그녀는 매우 배고프다는 사실이다...아침도 못 먹었는데 샘플을 채취한 뒤 빨리 밥 먹으로 가야 했다.그녀는 고개를 숙이고 경호원과같이 빠른 걸음으로 들어갔다.강유리와 육시준은 그저 그녀의 동행자일 뿐이라 더욱 기자들을 상대할 마음이 없어 그들도 곧장 병원 안으로 들어갔다.기자들은 한 무리의 사람들이 방금 고정남이 들어갈 때보다 더욱 다급하게 들어가는 모습을 보고 순간 어리둥절했다.강릴리도 그들이 생각했던 것만큼 그리 거만하지 않았다.‘그러면 그날 레이싱 클럽에서의 이미지는 연기한 게 아니란 말인가?’‘그럼 저 사람이 진짜 피해자라고?’강유리는 당연히 언론사에서의 추측들을 눈치채지 못하고 있었다.병원에 도착했을 때만 해도 고씨 두 부자는 이미 오래 기다렸다.그중 고우신은 그들이 이제야 도착한 모습을 보고 비아냥거리기 시작했다.“강릴리 씨는 정말 대단해요. 저희를 이렇게 오래 기다리게 하고! 애초에 그쪽에서 먼저 검사하겠다고 했는지 아니면 우리가 간곡히 해달라고 부탁한 건지 헷갈릴 정도네요?”릴리는 의아한 표정으로 그들을 바라보다가 어딘가 심기가 불편해 보이는 고우신에게 물었다.“고 대표님께서 방방곡곡 돌아다니면서 저를 찾았던 게 아닌가요? 엄청 간절하게 제 신분을 확인하고 싶어 했잖아요?”고우신이 차가운 얼굴로 답했다.“제가 진짜 찾는 사람이 당신인지 두고 봐야죠!”“
릴리는 제자리에 서서 두 사람이 떠나가는 뒷모습을 바라보다가 다시 고개를 돌려 어이없고 황당한 얼굴로 강유리를 바라보았다.‘저 사람들을 따라가도 괜찮겠지?’‘검사 결과가 아직 나오지도 않았는데 벌써 꼰대처럼 훈수 두려 하는 건 너무 이르지 않나?’“고 대표님, 혹시 저희도 같이 가면 안 됩니까?”강유리가 예의 있게 물었다.고정남이 발걸음을 멈춘 뒤 고개를 돌려 그녀를 한번 바라보았다. 육시준 때문인지는 몰라도 지금의 그녀가 매우 눈에 거슬렸다.“죄송합니다. 저희 고씨 가문 사람들의 음식만 준비해서요.”강유리는 알았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고 몸을 돌렸다.육시준은 아무런 말도 없다가 낮은 목소리로 릴리를 유혹했다.“점심에 네가 좋아하는 일레븐 중식당으로 예약했어.”“좋아요!”릴리는 방금까지 계속 망설이고 있었다. 이번에 이렇게 오게 된 원인도 오직 고성그룹 때문이었다. 해서 왠지 고정남에게 너무 밉보이면 앞으로 그녀의 사업에 걸림돌이 될까 걱정도 되었다.하지만 방금 그들이 강유리를 배척하는 걸 보자마자 그녀는 결심을 굳히게 되었다.특히 육시준의 말이 그녀에게 가장 큰 자신감을 불러일으켜서 빠른 걸음으로 두 사람의 뒤를 따르며 말했다.“생선요리! 저 오늘 엄청 많이 먹을 거예요!”그렇게 세 사람은 하하 호호 한치의 미련도 없이 자리를 빠져나갔다. 고정남은 발걸음을 멈추고 그들이 떠나가는 모습을 얼굴이 새파래진 채 노려보았다.고우신이 미처 발견하기도 전에 그들의 모습은 아예 보이지 않았다.그는 미간을 찌푸린 채 노여움이 가득 차 물었다.“아버지, 이게 대체 무슨 뜻이에요? 우리랑 같이 고씨 가문으로 가겠다는 거에요 말겠다는 거예요?”고정남이 어두운 얼굴로 말했다.“저게 어디 가고 싶어 하는 얼굴이니?”아마 저번까지는 가고 싶어 했을 것이다.하지만 이번에 그녀는 고성 그룹만 원했고 고씨 가문에는 아무런 감흥도 없다...“어제 클럽에서 난동을 부린 건 분명 오래전부터 계획했을 거예요. 만약 모든 사람이 다 알게 되면 더 이상 저
그녀는 의식하고 일부로 대화의 주제를 돌렸다.“혹시 제가 자리에 없다고 저 사람들이 친자 확인 결과를 조작하는 건 아니겠죠? 만약 그들이 여전히 성신영 씨를 고집하면 어떡하죠?”“아니.”강유리가 단호하게 말했다.“성신영은 이제 그들한테 사용 가치가 없어졌어.”그리고 고정남이 언론 앞에서 한 답변은 진실을 받아들일 각오가 되어있는 것 같았다.한마디로 성신영의 뒤통수를 때린 것이다.그때 가서 성신영의 개인행동은 고씨 가문과는 무관하다고 할 것이다.릴리는 눈을 깜빡거렸다. 강유리의 말이 일리가 있지만 그래도 안심할 수 없어서 다시 형부 쪽을 쳐다보았다.육시준도 그녀의 뜨거운 시선을 느꼈지만 고개를 들지도 않은 채 답했다.“육경원은 지금 운청으로 파견되어서 고성그룹의 모든 결정은 그와 무관할 거야. 해서 고정남과 육씨 가문의 정략결혼이 더 이상 의미가 없게 되었지.”정략결혼이 의미가 없게 되었으면 성신영은 확실히 이용 가치를 잃게 되었다.또한 이 틈에 강미영에게 어필할 수 있다.릴리는 어리둥절했지만 여전히 걱정스레 물었다.“만약 그들이 갑자기 반항심이 생기면요? 꼭 우리 일을 막으려고 하면요?”강유리는 육시준의 말에 놀랐으나 릴리의 말에는 어이가 없어 그녀를 보고 말했다.“그 사람이 너인 줄 알아? 나이도 많은데 사춘기 소년처럼 반항하게?”고정남은 여전히 이모랑 자기 친딸이 신경 쓰일 것이다.물론 아무런 금전 문제도 없는 조건에서 말이다.육시준이 육경원의 모든 권력을 철회한 것은 이번 정략결혼에 대한 모든 가치를 떨어뜨린 거나 마찬가지였다. 그가 이익을 극대화하려는 것은 바로 잘못을 바로잡으려는 것이다.“근데 육경원 쪽 일이 그렇게 잘됐어? 어르신도 손 쓸 수 없을 정도로?” 강유리가 이해할 수 없다는 얼굴로 육시준에게 물었다.음식이 하나둘씩 나왔다.육시준은 강유리에게 음식을 덜어주며 덤덤하게 말했다.“고성 그룹에서 최근에 매우 중요한 프로젝트가 있는데 내가 직접 나서야 해. 그가 만약 육경원을 계속 고집해도 상관없어. 내가
네티즌들은 물론이고 릴리마저 이 이야기가 너무 환상적이라고 생각했다.이 소식을 들었을 때 그들은 막 은하 타운에 도착했다. 육시준은 서재에 있고 강유리는 거실 소파에 앉아 태블릿 PC로 무언가를 보고 있었다.“언니.”강유리는 시큰둥하게 대답했다.“왜?”릴리가 물었다.“고정남이 혹시 죽을 날이 얼마 안 남은 걸까요, 아니면 정신에 문제가 있는 걸까요? 어떻게 이런 결정을 내릴 수 있죠?”강유리는 그제야 손가락을 멈추고 고개를 들어 그녀에게 말했다.“결과가 나왔어? 모두 공개한 거야?”릴리는 고개를 끄덕이다가 다시 절레절레 저었다.“공개만 한 게 아니에요.”“그럼 자상한 아버지인 척 너한테 보상이라도 줬어?”언제나 그래왔듯이 고씨 가문에서는 이익보다 체면을 더 중히 여겼다.“보상해 줬지만 그것만이 아니라서요.”“...”강유리는 그녀의 말에 구미가 당겨 냉큼 손에 들고 있던 물건을 내려놓고 다가와 물었다.“뭘 더 줬어?”릴리는 보고 있던 핸드폰을 그녀에게 넘겨줬다.“고성 그룹의 대표 자리를 저한테 넘겨줬어요.”강유리는 핸드폰을 건네받고 순간 멈칫했다.“대표 자리요?”“네, 상속자가 아니라 현 대표 자리요.”“...”강유리는 멍한 얼굴로 핸드폰을 들여다봤다.화면은 병원 입구였고 인터뷰하는 고정남의 빨간 눈이 매체 카메라에 담겼다. 한순간에 십 년은 늙은 것 같았다.그리고 불쌍한 척 호소했다.“이 아이도 어머니를 닮아 아주 영특한 아이입니다. 제가 진작에 알아봤어야 하는데 이렇게 오랜 시간 동안 소홀했던 것만 생각하면 가슴이 찢어질 것 같습니다!”여기까지 말하다가 그는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기자의 릴리는 왜 이 자리에 지금 없는지, 어디로 갔는지에 대한 물음에 그는 더욱 슬퍼하며 답했다.“그 애는 DNA 채취가 끝나고 바로 돌아갔습니다. 두 모녀가 아직 저와의 만남이 불편한 것 같은데 저는 다 이해합니다...”애틋한 감정으로 호소하면서 눈물 쇼를 마친 뒤 그는 곧바로 회사 일에 대해 발표했다.영상 속의 기자들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