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화는 빠르게 연결되었다. 수화기 너머로 여유만만한 여자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여보세요?”“강유리! 도대체 뭐 하자는 거야! 이렇게 성신영을 모욕하고 심지어 성씨 가문까지 욕되게 해서 네가 얻는 게 뭔데? 너에게 조금 남아있었던 호감마저도 사라졌어!”화가 난 그의 목소리는 엄숙하고 낮았다. 얼굴도 험상궂게 일그러져 있었다.하지만 강유리는 한치의 동요도 없었다.“내가 뭘 하려고 하는지 분명하지 않아? 빼앗은 건데 온전히 잡을 능력이 있는지 없는지 봐야지 않겠어? 그리고 네가 나를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대해선...흠...”그녀는 가볍게 웃어 보일 뿐 더 이상 말을 잇지 않았다. 그러나 그 말투에는 냉소와 멸시가 가득했다.임천강은 강유리의 속내를 들추지 않았다. 그저 씩씩거리며 겨우겨우 분노를 삼키고 있었다.“그 역할이 그렇게 중요해? 그 앤 너의 동생인데 양보할 수 없는 거야?”“새 사람을 고용할지언정 그 애는 안 돼.”강유리는 냉담한 목소리로 말했다.성씨 가문의 사람들은 성신영에게 기울어져 있었으며 그들은 모두 이런 뻔뻔한 태도였다. 항상 그녀의 편이 되어주던 임천강에게 처음 이런 말을 들었다. 심지어 조금의 어색함도 없이 술술 잘도 뱉어내고 있었다.“네가 이렇게 매정할 줄 몰랐어. 목적을 위해서 나한테까지 계획을 세워? 정말 실망이야!”“그래? 그거참 미안하게 됐네. 앞으로 더 실망하게 될 거니까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해둬.”가볍게 말하고 있는 그녀지만 충분히 위협적이었다.화가 단단히 난 임천강은 이를 갈며 말했다.“그래! 이렇게 나온다, 이거지? 나도 가만히 있지 않을 거야. 두고 봐!”통화가 끝나지 않았지만, 강유리는 전화를 끊어버렸다.이럴 시간이면 일찍 돌아가 남편이랑 저녁을 함께 하는 게 낫겠다.강유리가 JL빌라에 도착했을 때 육시준은 보이지 않았다. 거기에는 소파에 앉아 궁시렁거리고 있는 육경서만 있었다.고개를 들어 귀가하는 강유리를 흘끗 보고는 이내 뾰로통하니 시선을 거뒀다.“왜 그래요?”신발을 갈아신고 안으로
강유리는 더 이상 잘잘못을 따지지 않았다. 단지 병원에 안 가봐도 되는지 물을 뿐이었다.상처받은 마음이 달래지니 가볍게 손을 흔들며 괜찮다고 하는 육경서다.침실도 돌아온 강유리는 씻으러 욕실로 향했다.칼퇴는 드문 일이었다. 오늘같이 약속이 없는 날에 그녀는 따뜻한 물에 시원한 반신욕을 했다.그러고 보니 갈아입을 옷을 챙기는 것을 깜빡했다.욕실로 들어오기 전 내내 내일에 있을 극본 경매를 생각하고 있었다. 좀 더 많이 낙찰받고 싶었지만, 이 작은 회사가 감당할 수 있을지 걱정되었고 내부에 자질구레한 일들이 있기도 했다.이런저런 생각을 하다 보니 제일 중요한 것을 잊어버렸다.귀를 쫑긋 세우고 문밖의 상황을 살폈다. 조용한 것으로 보아 육시준이 아직 돌아오지 않은 모양이다.맨발로 바닥을 딛고 천천히 문을 열었다. 그리고 밖으로 걸음을 옮겼다. 그때 방문이 열리고 익숙한 실루엣이 보였다.육시준이 방문에 기대어 그녀를 응시하고 있었다.강유리는 자리에 그대로 얼어붙었다. 발가벗은 몸에 찬 공기가 닿았다. 회피할 생각이 없는 그의 시선이 그대로 날아와 그녀에게 꽂혔다.그는 차분하게 안으로 들어와 방문을 닫았다.“이런 취미가 있었어?”“아니야. 이건 오해야.”강유리는 침착한 척하려 했다. 그녀는 뒤로 두발짝 물러나 문 뒤로 몸을 숨겼다. 그리고 머리만 빼꼼 내민 상태로 말했다.“옷을 깜빡했어. 좀 가져다줄 수 있어?”그녀의 행동을 쭉 지켜보던 육시준의 눈빛이 점점 예사롭지 않게 변했다.그녀가 잡고 있는 문은 매트한 텍스쳐의 유리로 된 것이어서 아무것도 가리지 못했다. 굴곡진 곡선을 더 돋보이게 할 뿐이어서 그를 더욱 유혹할 뿐이었다.“그러고 서 있지만 말고 언른!”발그스름한 그녀의 얼굴엔 조급함이 어려있었다.하지만 육시준은 도리어 담담하게 대꾸했다.“난 아직 동의 안 했어.”강유리가 고개를 갸우뚱거렸다.“뭘?”육시준이 긴 다리를 옮겨 그녀에게로 천천히 다가갔다.강유리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애써 유지하고 있던 평정심을 하마터면
간드러진 그녀의 목소리는 그의 심장을 더욱 요동치게 했다.육시준의 눈빛이 한껏 깊어졌다. “쭉 이어서 완전한 한 문장으로 다시.”똑똑한 강유리는 단번에 이해했다. 그가 만족했단 걸 확인하니 자신감이 생겼다. 더 유창하고 자연스럽게 술술 나왔다.“옷 좀 가져다 줭? 부탁 좀 할껭. 남편.”그녀는 자신이 무리한 투정을 어쩔 수 없이 받아주고 있다고 생각했다. 조금 달래는 의미도 없지 않아 있었다.하지만 말을 뱉는 순간 그녀 자신도 흠칫 놀라고 말았다.이건 달래는 말투가 아니야.되려 애교에 가까운 뉘앙스잖아?성신영이 임천강에 하는 행동이랑 똑같잖아......윽!속이 울렁거려!거기에 상대방의 꿀 떨어지는 시선이 더 해지니 그녀의 얼굴이 화르륵 달아올랐다. 쑥스러워진 그녀는 되려 버럭 화를 냈다.“웃지 말고 빨리 가져와.”하지만 그녀의 부드러운 목소리는 말랑말랑하니 위엄이 없었다. 오히려 칭얼거림에 더 가까웠다.육시준의 입꼬리가 더 높이 올라갔다. 그는 그녀의 두 볼을 장난스럽게 꼬집으며 말했다.“착하게 기다려.”“......”강유리는 짜증스럽게 얼굴을 문지를 뿐이었다.착하긴.뭐라도 걸치니 잃어버렸던 안정을 되찾은 것 같았다.저녁 시간 식탁에 앉은, 이미 차분해진 남자를 바라보는 그녀는 불쾌함을 느꼈다.그녀는 이 모든 것이 자신의 친근함 때문에 발생한 것이라고 결론 내렸다. 그 결과 이 남자가 자신의 위치를 잊고 지나치게 행동하게 했고 그러다 그녀의 영역까지 침해한 것으로 생각했다.어떻게 침실에 노크도 없이 들어올 수 있는가?그녀의 사생활이 침해당했다. 심지어 그는 그녀를 가르치기까지 했다.심사숙고 끝에 그녀는 결심한 듯 입을 열었다.“오늘 밤부터 넌 손님방에서 자.”정신을 딴 데 팔고 있는 그녀를 위해 새우를 짚어주려던 육시준의 손이 허공에 잠시 머물렀다.“뭐라고?”“생각해 보니 지금 우리 이 관계는 같이 잠을 자기엔 무리인 것 같아.”한 이불을 덮고 잠만 자는 사이라니, 그러다 감정과 별개로 육체가 달아오를 위험
잠시 눈을 감았다 다시 뜬 강유리는 휴대폰을 확인했다. 수십 통의 부재중 전화가 와 있었다. 마지막으로 얼마 남지 않은 졸음 충도 자취를 감췄다.연 며칠 시끄러운 소리에 깨서 불쾌하던 차에 이제는 자기 전에 꼭 무음 모드로 전환했다.잔뜩 인상을 찌푸린 그녀가 잠금화면을 열었다. 확인해 보니 모두 하석훈이었다.그녀는 이내 콜백했다.“무슨 일이에요?”같은 시각, 스타인 엔터는 사장이 검색어에 오른 것으로 아수라장이 되었다. 이런 상황에 장본인이 연락 안 되니 하석훈의 발이 땅에 닿을 새가 없을 지경이었다.전화를 받은 하석훈이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검색창을 확인했어요?”어리둥절해진 그녀가 대답했다.“이제 막 깼는데요.”“지금 봐요.”“......”검색창을 확인하니 자신의 이름이 검색어 일위에 올라 있었다.#임천강 강유리#그녀의 눈썹이 희한한 곡선을 그렸다. 어제 그 망할 연놈이 으리으리한 저택을 공개해 사람들의 부러움을 샀었다.오늘은 임천강이 그녀의 머리채를 잡았다. 뭔가 안 좋은 예감이 들기 시작했다.검색어를 클릭해 신속하게 자초지종을 살폈다.사건의 발단은 한 명의 마케팅 전문 블로거가 올린 포스팅으로 비롯 되었다.거기에 자극적인 헤드라인이 이목을 끌었다.[특종! 강씨 자매의 불화는 알고 보니 그 사람 때문이었다!]아래에 첨가된 사진에는 강유리가 케익을 안고 카메라를 향해 미소를 짓고 있었다.케익에는 큰 하트가 새겨져 있었고 [천강 씨, 생일 축하해!] 란 글이 새겨져 있었다.애매한 사진에 유도성이 다분한 문구는 강유리를 단번에 임천강을 유혹한 몰상식한 제삼자로 만들었다.댓글들은 모두 그녀를 비난하는 글들이었다.“어제 회의 막바지 부분에서 어떤 분이 기부에 관한 얘기를 명확하게 꺼냈어요. 그런데 오늘, 이 사진이 모든 흐름을 깨뜨렸어요.”잠시 말이 없던 하석훈이 말을 이었다.“회사의 노 임원들은 제가 이미 해결했어요. 하지만 그래도 이 일은 될수록 빨리 진실을 밝혀야 해요. 제일 좋은 방향은 정상적으로 교제를 했었다
그녀가 스타인 엔터을 책임지면서부터 대대적으로 정리 정돈하였다. 거의 새로 시작했다고 생각하면 될 것 같다.지금에야 정상궤도를 걷고 있는 듯 해 보이지만 사실상 내부 인원이 너무 부족한 상황이라 로열 엔터와 함께 [마음의 문]을 제작하는 것만으로도 버거운 상황이었다.“유PD를 진짜 데리고 가겠다는 거예요?”유PD는 성신영을 여자 2호로 강력하게 추천했었다. 그의 태도와 주장은 명확했다.그에게 주의를 줘도 모자랄 판인데 한배에 태우겠다고?강유리가 대답했다.“당연하죠. 그보다 더 적합한 사람은 없어요.”하석훈은 더 따져 묻지 않았다. 다만 걱정되는 것이 있어서 다시 입을 열었다.“이번 일은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요?”“모를 수 있는데 스타인 엔터의 지난 시간 동안의 일들을 모두 내가 해결했어요. 임천강이 나랑 여론 놀이를 하겠다고? 어디 한번 그만한 능력이 있는지 볼거에요.”“......”그제야 하석훈은 안심했고 가벼운 마음으로 극본 경매에 대하여 의논하러 유PD를 만나러 갔다. 유PD는 당연히 흔쾌히 동의했다.스타인 엔터의 숨은 파트너가 강유리라는 것을 그도 들었을 것이다.비록 강유리가 탐탁치 않았지만, 그녀의 통찰력 하나만은 인정하는 눈치였다. 스타인 엔터의 대박 난 작품 몇 개는 그녀가 만들었다. 그러니 그녀와 전문적인 방면을 교류해 보면 어느 정도 수확이 있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차에 오르자마자 그가 먼저 그녀에게 말을 걸었다.“이번에 눈여겨보는 작품이 있어?”뒷자리에 앉아 자료를 보던 강유리가 고개를 들었다. 그녀의 찡그린 표정에는 불쾌함이 어려있었다.“사전에 요해하지 않고 온 거에요?”거만하게 되묻는 그녀의 태도가 유PD의 신경을 건드렸다. 다행히 그가 선배여서 너무 예의 없이 군게 아니라 그나마 다행이었다.“[심쿵해]는 너무 평범하다고 생각하는데 어떻게 생각해?”강렬한 호기심이 가까스로 불쾌함을 억누르고 대화를 이어 나갈 수 있게 했다.고개를 떨구고 자료를 보고 있던 그녀가 가볍게 입을 열었다.“이렇
바로 이때, 문 앞에 익숙한 그림자가 났다. 양복과 구두를 신고 매혹적인 느낌을 풍기는 남자가 검은색 옷을 입은 사람들을 거느리고 걸어왔다.그 옆에서 걷고 있는 사람은 바로 장경호이다.그는 서류 가방을 손에 들고 매너 있게 남자와 반 발짝 떨어져 걸었다.이들의 등장으로 회관은 잠시 조용해졌고 사람들은 그의 정체를 추측하기 시작했다.도대체 어떤 인물이기에 장 대표님을 공손하게 만드는 걸까?강유리도 이런 기이한 광경에 한참을 멍해 있다가 이내 확신했다.육씨 가문의 육시준, 보통 고위층일 리가 없다. 사실 장경호의 공손한 연기에는 어느 정도의 진지함이 묻어 있었다.그런데 육시준이 어떻게 직접 경매에 참여한 걸까?그녀는 육시준에게서 들은 말이 없다.그녀는 휴대폰을 꺼내 육시준에게 메시지를 보냈다.[어떻게 왔어?]육시준은 답장을 보내지 않았다. 이내 경매는 시작되었고 강유리는 휴대폰을 도로 넣었다.IP는 하나하나 지나갔고 이내 “심쿵해”의 경매 순서가 다가왔다. 경매 시작가는 1억 5천만 원으로부터 3억으로 훌쩍 뛰었다.이때 강유리가 외쳤다. “3억 5천만.”맑은 목소리에 사람들의 시선은 그녀를 향했고 이내 수군거리기 시작했다.“누구지? 처음 보는 얼굴인데?”“유강 엔터 성홍주의 큰딸, 회사 승계 받은지 얼마 안 됐어.”“아, 그 인터넷에서 매제랑 그렇고 그런 사이라고 떠도는 찌라시의 주인공인 강유리?”“아마추어야? 3억 5천 만으로 인지도도 별로 없는 캠퍼스 소재를 경매해? 하도 성씨 가문의 재력이 든든하니까 저렇게 생각 없이 질러도 살아남지!”“……”회관은 조용했다. 특히 앞줄은 더 조용하기에 이런 작은 목소리도 선명하게 들렸다.임천강은 저도 몰래 멀지 않은 곳에 있는 육시준을 바라보았다. 육시준의 침착하고 차분한 모습에 임천강은 그제야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어느 남자라도 자기의 아내가 전 남자친구와 얽히는 모습은 참을 수 없다.육시준도 마찬가지다.그날 육시준이 강유리를 위해 나선 것은 아마 그저 우연일 것이다.오늘 이
“생각을 바꿨어.”경매에 오는 길에 그는 이번에 유강엔터에서 “심쿵해”를 타깃으로 삼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처음에는 의심했지만 강유리의 태도를 보아하니…임천강의 생각에 호응하듯 강유리는 잠시 머뭇거리더니 어금니를 꽉 깨물고 말했다.“25억.”강유리가 마음먹은 작품이라면 보통 밑지는 장사는 아니다. 임천강은 계속 따랐다.“26억.”멀지 않은 거리에서, 임천강은 강유리의 분노를 느낄 수 있었다. 예전 같으면 임천강이 일을 제대로 못 하거나 그녀의 뜻을 거스르면 한바탕 욕을 먹었을 것이다.하지만 지금 그녀에게는 그럴 자격이 없다.임천강은 생각만 해도 마음이 후련했다. 이 순간, 전에 쌓였던 불만들이 연기처럼 사라지는 것 같았다.그는 등을 곧게 펴고 낙찰을 기다렸다.“50억.”갑자기 곧고 강한 목소리가 앞줄에서 들려왔다.장경호이다.현장에는 사람들의 숨소리만 들려왔다.평범한 극본 하나가 10억도 터무니없는 가격인데 이제는 50억까지 올라갔다. 게다가 엔터 계의 거물이 직접 나섰다.“설마? 로열에서 이 극본을?”“그냥 도와주려고 그러는 것 같은데요?”“신인을 괴롭히다니, 스타인에서 매너가 없었어요.” “게다가 한 집사람들끼리… 싫으면 거절하면 되죠. 왜 굳이 밖에서 사람들의 웃음거리가 되려고 하죠?”“……”누군가 말을 꺼냈고, 비난은 화살은 한쪽으로 몰렸다.아무래도 임천강이 가격을 조금씩 올리다 보니 사람들의 눈에는 그저 모욕을 주려는 행위로만 보였다.대부분 사람은 약자를 동정하는 심리가 존재했다. 게다가 지금은 대단한 인물이 선두로 그녀를 “동정”하고 있다.일부분은 그저 우스갯소리를 보는 마음이다.“스타인의 체면이 아주 제대로 구겨지겠네! 역시나 그릇이 작아. 빨리 꼬리를 내리고 도망가야지!”사람들의 수군거림을 듣고, 특히 마지막 말을 들은 임천강은 안색이 점점 어두워졌다.임천강도 알고 있다. 스타인은 로열과 아직 비교도 할 수 없다. 그리고 본인도 육시준보다 훨씬 부족하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다. 하지만 다른 사람의
얼마 지나지 않아 강유리는 회사에 돌아와 회의를 열어 화풀이했다.직원들은 불만족스러웠다. 그들은 강유리가 사이버 폭행을 당하고 그들에게 화풀이한다고 생각했지만, 감히 생각을 입 밖으로 꺼내지 못했다.“유리 씨, 우리 회사 실력이 스타인보다 떨어지다 보니 빼앗길 수도 있어요. 그러니까 너무 신경 쓰지 마세요.”유 PD는 위로 아닌 위로를 건넸다.강유리는 차가운 시선으로 상대를 노리며 입을 열었다.“그래요? 단지 실력이 스타인보다 부족해서 그런 거 맞아요?”유 PD는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그게 아니라면요?”“제가 알기론 “심쿵해”는 스타인의 계획에 없었어요. 그런데 임천강이 갑자기 목표를 바꿨어요. 그 이유가 대체 뭘까요?”“……”유 PD는 눈빛이 번쩍이더니 이내 시치미를 떼고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제가 진실을 밝히길 바라는 건가요?”강유리는 피식 웃었다.“임천강이 일부러 절 겨냥한다고 말하고 싶은 거죠?”유 PD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사람들은 침묵했지만 다들 같은 생각을 하고 있다.“그렇다면 로열은요? 설마 절 돕기 위해 나섰을까요?”강유리가 계속 질문했다.로열은 엔터 계의 거물로 다른 회사와 얽히는 것을 꺼린다.협력 관계에 있다고 해도 예외는 없다.오늘의 움직임은 정말 이해할 수 없다…유 PD는 그녀의 거만한 눈빛에 왠지 모르게 자신이 없어졌다.“로열의 움직임을 누가 짐작할 수 있겠어요? 그저 단순히 경매에 참여했을 수도 있죠.”강유리는 이 말을 기다렸다.“만약 그렇다면 가격이 배로 뛰었는데도 스타인의 임천강은 포기하지 않았죠. 그런데도 이 극본에 가치가 없다고 생각해요? 다들 푼돈도 따지는 장사꾼인데, 임천강이 그렇게 멍청할 것 같아요?”“가치가 없다고 한 적 없어요! 하지만 결과는 이미 정해졌는데, 지금 따져봤자 달라지는 게 뭐가 있겠어요?”“달라지는 게 있죠. 누군가 회사 상업 기밀을 유출했으니까요.”유 PD는 잠시 멈칫하더니 경멸의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이 정도의 정보는 사람들이 다 알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