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눈 높거든요?”육경서는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고는 그녀의 뒤를 쫓아가 캐물었다.“우리 형 달래줄 거죠?”강유리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제꺽 대답했다.“아니요.”너무 오냐오냐해줬어. 이 남자를 너무 이뻐해 줘서 탈이 난 거야. 감히 자신의 주제도 모르고 말이야! 내가 그한테 잘못한 게 없는데 왜 달래줘야 돼?반 시간 후.강유리는 다시 아래층으로 내려왔다.그녀는 석류 특유의 붉은색 원피스를 입었는데 그녀의 몸매를 돋보여주었다. 또한 연한 화장을 하고는 긴 머리를 풀었는데 너무나도 아름다웠다.육경서는 타일에 앉아서 놀란 눈빛으로 그녀를 지그시 바라보았다.강유리는 그를 무시하고는 주방에 있는 아주머니한테 말했다.“오씨 아주머니, 저도 집에서 저녁 안 먹을 거니까 기다리지 마요.”육경서는 황급히 일어나서 물었다.“형수, 어디 가요?”강유리는 허리를 굽혀 예쁜 구두를 신고는 담담하게 대답했다.“친구 만나러 가는데요.”육경서는 눈을 팽글팽글 돌리더니 이내 말을 이었다.“아! 친구 만나러 가시는구나! 집에 돌아오시기 전에 로열 엔터에 들리시면 안 돼요? 형 데리고 와주세요.”“술자리 있다면서요.”“밥만 먹고 야근하러 갔을 거예요. 시간도 늦었는데 분명 회사에 있을 거예요.”“음…”강유리는 육경서한테 속내를 들킨 줄도 모르고 인상을 찌푸렸다. 그녀는 기분이 묘했다.야근이라고? 야근하면 집에 안 와도 되는 거야, 뭐야?차의 엔진 소리가 멀어지자 육경서는 싱글벙글해서 어딘가로 전화를 걸었다.룸 안.육시준은 친구들의 대화에 별 감흥이 없었기에 멍을 때렸다.그는 괜히 와인잔만 만지면서 책상 위의 휴대폰만 힐끗 쳐다보았다.“야, 몇 년 만에 보는 건데도 쟤는 한결처럼 등신 같다? 오늘 이 자리는 나를 위한 환영회 아니야? 말 좀 하면 죽어?”송이혁은 곁에 있는 남자와 말하면서 그를 쳐다보았다.신하균은 고개를 끄덕였다.“얘 연애 세포 다 죽었잖아. 하하하. 누가 보면 연애하는 줄 알겠네. 휴대폰만 보는 거 봤지?”“천하의 육시준
육시준은 몸이 굳어버렸다.“내가 있는 곳으로 온다고?”“아니! 형이 불편해할까 봐 로열 엔터로 가라고 했어. 형이 회사에서 야근한다고 했거든.”육경서는 칭찬받고 싶은 듯 계속 말을 이어갔다.“나 잘했지? 그리고 형수 엄청 똑똑해! 형 친구들 만나면 형의 신분을 의심하지 않을 거야. 하지만 지금 형이 신분을 숨기고 있다는 것을 알면 형이 되려 형수를 달래야 할걸.”육시준은 입을 삐죽거렸다.“그래서 잘했다고 칭찬해달라는 뜻이야?”그가 있는 곳은 JL빌라와 가까웠지만 로열 엔터와는 거리가 좀 있었다. 육경서 이놈 때문에 나랑 유리는 먼 길 돌아서 만나야 하잖아…또한 나는 로열엔터에 자주 있는 편이 아니고 고층 간부들 중 몇 명 빼고는 나를 다 모르는데. 유리가 거기를 들어가는 것도 말이 안 돼.“아이고, 형의 사랑을 위해서라면 이 동생 한 몸 바칠게!”육경서는 신이 나서 말했다.“형수 진짜 형을 많이 사랑하나 봐. 형 만나려고 화장하고 원피스까지 입으셨어.”그는 강유리가 회사에서 직장인 룩을 입는 모습은 많이 보았으나 오늘 밤에는 야릇한 분위기를 풍기면서 머리도 좀 만졌다라… 분명 누군가와 데이트하러 가는 것이다.친구는 무슨…거짓말!육경서는 아직도 기쁨에서 헤어 못 나왔고 자신의 관찰 능력에 어깨가 으쓱해지는 기분이었다. 그러나 그의 기대와 달리 육시준의 차가운 목소리가 들려왔다.“네 형수가 날 사랑한다고 하면 내가 가줘야 돼?”“아?”무슨 뜻이지?형이 지금 나보고 혼자 북 치고 장구 쳤다고 뭐라 하는 거야?임강준 비서님께서 형이 하루 종일 기분이 안 좋았다고 했는데.그리고 안 가기로 했던 경매에도 갑자기 가겠다 하고…더 큰 자금으로 스타인 엔터를 누른 것도 형수한테 관심받으려고 그런 거 아니야?육경서는 잠시 사색에 잠겨 자신을 의심했다. 뭐가 문제인지 계속 생각했다. 그는 형수를 어떻게 다시 불러올지 생각하고 있었다. 육시준이 머뭇거리다가 그에게 물었다.“네 형수 저녁은 먹고 나간 거야? 나간 지 얼마나 되었는데?”
어느 한 카페.창가 쪽 자리에는 머리가 길고 예쁘장하게 생긴 사람이 앉아있었다. 익숙한 사람이 들어오는 것을 보자 자연스럽게 일어나 두 팔을 벌리면서 다가왔다.“유리 누나, 오랜만이에요.”강유리는 그를 지나치고는 바로 맞은켠 자리에 앉았다.“유부녀니까 선 지켜.”남자는 입을 삐죽거리더니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그녀를 쳐다보았다.그녀가 아무 반응도 없자 하는 수없이 호주머니에서 검은색 벨벳 주머니를 꺼냈다.“제 아내가 직접 누나한테 갖다주라고 했어요.”흥, 혼자 결혼한 것처럼 생색내기는. 도도한 건 여전하다니까?강유리는 벨벳 주머니에서 결혼반지가 담긴 작은 상자를 꺼냈다.반지의 세밀한 부분까지 모두 그녀가 원하던 것이었다.“괜찮네. 스튜디오 시공은 잘 되어가고 있어? 나 요즘 회사 일 때문에 바빠서 가보지도 못했네.”“네. 순리롭게 되고 있어요. 월말에 귀국할 것 같아요.”“네가 수고가 많다. 마무리까지 부탁할게. 난 일이 있어서 먼저 간다. 시간 될 때 너랑 kaylen한테 밥 살게.”“네?”그 남자는 그녀가 이렇게 빨리 갈 줄 생각도 못 했는지 입을 다물지 못했다.이렇게 간다고?내가 무슨 심부름꾼인 줄 알아?아내가 반지 주인 누구냐고 물어봐달라고 했단 말이야!강유리는 정말 친구를 만나러 온 것이다. 물론 예약한 결혼반지를 가지러 온 것이지만 말이다. 카페를 가는 차 안에서 그녀는 계속 요즘 육시준과 있었던 일을 되새김질했다.어젯밤에 어색한 그 장면을 제외하고는 다 좋았다.육시준은 늘 그녀에게 있어서 완벽한 남편이었다. 그녀가 원하는 백 점짜리 남편이었고 그녀에게 서프라이즈도 간간이 해주었다.어젯밤에 그녀가 다른 방에서 자겠다고 한 것, 오늘 터진 스캔들… 그가 화날 만도 했다.이 결혼반지를 설계할 때, 그녀는 육시준이 좋아하는 표정을 수만 번 상상했었다. 드디어 반지를 손에 넣었으니 얼른 그에게 보여주고 싶었다.뭐…내가 달래보지 뭐.로열 엔터 로비.강유리는 주차 후 들어갔고 일찍 로비에서 기다리고 있던 장경호를 만
그는 제꺽 화제를 돌렸다.“아마 주얼리를 제작하려는 생각일 수도 있어요. 지난주, 임강준 씨가 주얼리라 하면 제일가는 브랜드 여러 군데에 다 연락해 보았으나 딱 마음에 드는 곳은 없었답니다.”강유리는 눈썹을 치켜세웠다.“보는 눈이 제법이네요.”그녀는 말하면서도 가져온 검은색 벨벳 주머니를 쳐다보았다.내가 준비한 선물을 아주 좋아해 줄 거야.장경호가 사무실에서 나가자 강유리는 혼자서 조용히 앉아있었다.그녀는 10여 분이나 기다리면서 잡지도 보고 창문 쪽으로 다가가 도시의 야경을 내려다보기도 했다.육시준이 문을 열고 들어오면서 그녀가 창문 쪽에 서있는 것을 발견했다.붉은색 원피스 아래로 보이는 길고 여린 다리, 끈 디자인으로 된 하이힐과 끈 아래로 보이는 가는 발목 그리고 그녀가 주는 야릇한 분위기.그녀는 서있는 것만으로도 사무실의 분위기를 바꿔놓았다.강유리는 문이 열리는 소리에 뒤돌아보니 정장 바지, 팔에 걸친 외투 그리고 뿜어져 나오는 우아한 분위기를 띤 남자였다.그는 늘 거리감 있게 행동하는 사람이었지만 그녀에게 있어서는 한없이 따뜻했기에 그녀를 웃게 만들었다.“왔어?”기다리는 시간 동안 그녀는 그를 맞이하는 표정, 말투, 음조까지 여러 번 연습해 보았다. 너무 친절하지는 말고 오만하게, 달래는 것보다는 그저 부드럽게.육시준은 그녀의 아름다운 미소에 마음이 움찔했지만 이내 침착하게 걸어갔다.“여기는 왜 온 거야?”강유리는 그에게 달라붙으면서 대답 대신 물음을 던졌다.“내 문자에는 왜 답장 안 해줘?”육시준은 그녀를 피해 소파에 앉아서 담담하게 그녀를 바라보았다.“왜일 것 같아?”그는 가만히 앉아있는데도 풍기는 분위기가 강압적이었다. 특히 그의 차가운 눈빛은 사람의 영혼을 깊숙이 꿰뚫는 것 같은 느낌을 주었다.강유리는 그의 앞에만 서면 작아졌다.“인터넷에 올라온 스캔들에 대해서는 다 해명했어! 너도 알다시피 난 그와 사귄 것도 맞아. 하지만 그는 그때 사진들을 이용해서 여론의 방향을…”“그 사진 속 여자 너 아니야?”
두 입술이 맞닿자 강유리는 참지 못하고 신음 소리를 냈다.그녀는 큰 눈을 깜빡이면서 심연처럼 깊은 그의 두 눈을 보면서 막연한 느낌이 들었다.하지만 그녀도 이내 그의 목을 끌어안고 서투르지만 뜨겁게 입을 맞췄다.그녀의 작은 행동에 육시준은 그동안 참았던 욕구가 터진 듯이 곧바로 그녀의 허리를 감싸 안고 더 깊게 키스했다.천천히 입술을 뗀 강유리는 그의 품에서 숨을 고르면서 살포시 안겨있었다. 그러고는 머리를 들어 그를 보면서 조심스럽게 물었다.“키스도 했는데 이제는 화 좀 풀어 줘.”육시준은 그녀의 이마에 기대어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누가 이렇게 가르쳤어? 날 뇌물로 매수하겠다? 응?”“어젯밤에 네가 날 가르쳐 준 거잖아.”애교를 쓰고 달래고 나긋나긋하게 말하는 거. 다 네가 좋아하는 거잖아.이제는 슈가 대디한테 이래라저래라 하겠다 그거지?강유리는 갑자기 생각난 듯 씩 웃었다.“너한테 줄 선물 있어.”그녀는 똑바로 앉더니 가져온 검은색 벨벳 주머니에서 예쁜 디자인으로 된 상자를 꺼내 그에게 주었다.“열어봐!”육시준은 의심스러운 눈빛으로 그녀를 보다가 상자를 열었다.순간, 그는 제자리에 굳었다.상자 안에는 디자인이 독특한 결혼반지가 두 개 들어있었는데 로고도 없고 브랜드도 알 수 없었다. 하지만 LK그룹에서 여러 주얼리 브랜드를 관리하고 있었기에 육시준은 이 반지의 품질을 한눈에 보아낼 수 있었다.“어때? 마음에 들어?”그녀의 달콤한 목소리에는 기대가 깃들어 있었다.육시준은 반지를 꺼내서 눈여겨보더니 딱딱한 말투로 물었다.“너 임천강과 사귈 때에도 자주 반지를 선물해 줬었나 봐?”강유리는 말문이 막혔다.이게 아닌데… 왜 내가 생각하던 반응이 아니지?두 사람이 알고 지낸 시간은 길지 않지만 강유리는 그의 감정 변화를 예리하게 포착할 수 있었다.그는 지금 기분이 좋지 않았다.아까보다도 더 좋지 않았다.그녀가 임천강과 사귈 때 기념일마다 비싼 선물을 주었다. 또한 상품 내역서 캡처 사진이 공개되었으니 그녀는 입이 열
육시준은 입술을 깨물었다.“미안. 이런 건 내가 준비해야 하는 건데.”강유리는 눈썹을 치켜세우면서 의아해했다.내가 준비하겠다고 했는데 뭔 소리를 하는 거야?하지만 이런 것도 다 중요하지 않아. 이 반지로 남편을 달랬다면 그걸로 충분해.그녀는 큰 반지를 그의 손에 끼워주고는 한참을 만지작거렸다. 금으로 된 벨벳 반지는 그의 하얗고 큰 손의 매력을 돋보여주었다.“네 소원 하나 들어줄게.”그의 맑은 목소리에 강유리는 의아한 듯 고개를 쳐들었다.“뭐?”육시준은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네가 말했던 유강그룹에 관한 일. 내가 도와줄 수 있어.”반지의 차가운 촉감이 손에서부터 퍼지면서 그의 심장을 가격했는지 그는 난데없이 그녀의 소원을 들어주고 싶어 했다. 아주 충동적이었다.어안이 벙벙했던 강유리는 웃어 보였다.“뭘 도와준다고 그래? 하하하. 유강그룹에는 유강엔터뿐만 아니라 다른 산업도 함께 하고 있어. 내 남편 노릇이나 잘 해! 날 속이지 말고 배신하지만 않으면 돼!”육시준은 머뭇대다가 대답했다.“만약 내가 너한테 거짓말한 게 있다면 어쩔 거야?”강유리는 자신의 손에 반지를 끼다가 인상을 찌푸렸다.“언제?”육시준은 그녀의 진지한 모습에 원래 하려던 말을 도로 삼켜버렸다.“만약에 말이야.”“내가 이 세상에서 제일 싫어하고 용서할 수 없는 두 가지가 뭔지 알아? 거짓말 그리고 배신이야. 과거는 과거대로 흘러가게 내버려 두었어. 신경 쓸만한 가치도 없고 그러고 싶지도 않아. 하지만 난 내가 제일 사랑하는 사람이 날 배신하지는 말았으면 좋겠어.”그녀의 떨리는 목소리에는 숨길 수 없는 연약함이 묻어있었다.육시준은 마음이 움찔했다.20여 년 동안 자신의 마음이 가는 대로 행동하고 공제했던 그에게 있어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느낌은 처음이었다.임강준의 말이 맞았어. 진작에 내 신분을 알려줬어야 했는데…성씨 별장.식탁에 마주 앉은 그들의 분위기는 사뭇 엄숙했다.임천강은 고개만 푹 숙이고서 어두운 표정으로 앉아있었다. 성홍주도 침묵했지
임천강이 임씨 가문보다 성씨 가문에 있은 시간이 더 길었다. 그는 성홍주의 태도를 보고는 무슨 생각을 하는지 대략 알 것 같았다.그는 마음이 무겁고 죄책감에 시달리는 사람처럼 고개를 숙였다.이 늙은이는 날 항상 멸시했었지. 나에게 무슨 일이 있을 것 같으면 나와 연을 끊으려고 애썼고…“그 캡처 사진들은 다 사실입니다. 부인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그는 담담하게 말했다.성홍주는 화가 난 나머지 책상 위의 재떨이를 들어 그의 머리를 내리쳤다.“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여자의 돈으로 생활했다는 오명을 쓰고서 우리 신영과 결혼하겠다고?”임천강은 피하지 않고 재떨이에 그대로 맞았다.“아닙니다, 아버님! 저는 신영이한테 목숨 다 바쳐 잘해줄 겁니다!”성홍주는 그를 비웃었다.“뭘 어떻게 잘해줄 건데? 입만 살아가지고. 아니면 그 평범한 얼굴로?”재떨이보다 더 아프게 다가오는 건 그의 비하가 담긴 말이었다.임천강은 주먹을 꽉 주었고 이마의 피는 얼굴을 타고 흘러내려왔다.그는 한참을 진정하다가 굴욕을 견뎌내고서 준비했던 멘트를 말했다.“이 일은 강유리가 먼저 시작한 겁니다. 우리 신영이를 망가뜨리고 저희의 신혼집을 유포했고 곧 기부금에 관한 일을 말하려 할 것입니다!”“강유리! 이 썩을 년이 진정 돌았나 보군. 병원에 있는 그 늙은이의 생사는 신경 쓰지도 않겠다는 건가?”성홍주는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올랐다.“이런 캡처 사진까지 올리는 걸 보면 이제는 대놓고…”“누가 자네더러 먼저 그년을 건드리라 했는가!”성홍주의 목소리에 분노가 가득 차 있었다.사실 성홍주도 이 일에 대해 알고 있었다. 임천강이 먼저 사진을 유포해서 강유리가 그를 짝사랑하는 것처럼 보이도록 했다. 이 스캔들로 호화주택의 일을 덮자 했던 것이다.그가 이 일에 개입하지 않은 건 성신영의 명예와 행복을 위해서였지만 절대 임천강이 그의 이름에 먹칠해도 된다는 뜻이 아니었다.인터넷에서 소문이 점점 이상하게 돌고 있다. 성씨 가문의 자매가 바보라서 다른 가문의 사생아한테 놀아나고
“사실 아버님까지 귀찮게 할 일은 아니었어요. 하지만 스타인 엔터가 방금 거금을 들여 경매에서 작품을 낙찰 받았다고 하더라고요. 이건 제가 신영이를 위해 맞춤 제작한 대본이에요. 스타인 엔터가 신영이에게 주는 첫 선물이기도 하고요. 아마 후반으로 접어들게 되면 이곳저곳 돈 들어갈 곳이 더 많아지게 될 건데… 저도 이제 더 이상 돈 나올 곳이 없어서요…”“…”임천강이 마지막에 했던 말이 성홍주의 의심을 샀다.하지만 아무리 임천강이 이쪽에 재능이 없다고 해도 스타인 엔터의 영향력은 엄청났다. 임천강이 신영이를 이렇게나 생각해 주고 있다니, 성홍주는 마음이 뿌듯했다.그래서인지 성홍주의 얼굴은 조금 부드러워졌다. 그는 손을 휘적거리며 말했다. “상처 처리하고 그만 나가 봐. 돈은 내가 최대한 빨리 부쳐줄 테니까. 나머지 일은 자네가 알아서 해.”…강유리는 한 가지 사실을 발견했다. 자신의 선물 공세와 칭찬 공세가 육시준의 기분을 풀어준 듯, 풀어주지 못한 듯 애매했다.육시준은 집에 들어오자마자 서재로 홀랑 들어가 버렸다.그는 그녀와 같이 저녁을 먹지도 않았고, 저녁에 안방으로 돌아온다는 말도 하지 않았다.강유리는 식탁에 앉아 손에 젓가락을 쥔 채로 아무 표정 없이 그릇 안에 담긴 쌀밥을 멍하니 쳐다보았다.“형수님? 이게 무슨 상황이에요? 아직도 기분이 안 풀린 거예요?” 육경서는 어느새 집에 들어와 있었다.“누가 그래요? 제가 저 사람 기분 풀어줬다고?” 강유리의 목소리는 조금 부자연스러웠다.“당연한 거 아니에요? 형수님이 알랑거리면 방으로 들어가던 모습, 기억 안 나요? 난 형수님이 어디 잘못된 줄 알았어요! 이제 와서 말하지만, 형수님이 그렇게 애교부리는 모습 정말 처음 봐요! 너무 대단한거 아니에요?”평소 카리스마 넘치는 모습만 보여주던 강유리였다. 그런 사람이 애교를 부리다니. 이상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반전매력이 돋보였다. 어떤 부탁을 하든 다 들어줄수 있을 것 같았다.하지만 형은 냉정했다. 육시준은 시종일관 차가운 얼굴이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