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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9화

육시준은 입술을 깨물었다.

“미안. 이런 건 내가 준비해야 하는 건데.”

강유리는 눈썹을 치켜세우면서 의아해했다.

내가 준비하겠다고 했는데 뭔 소리를 하는 거야?

하지만 이런 것도 다 중요하지 않아. 이 반지로 남편을 달랬다면 그걸로 충분해.

그녀는 큰 반지를 그의 손에 끼워주고는 한참을 만지작거렸다. 금으로 된 벨벳 반지는 그의 하얗고 큰 손의 매력을 돋보여주었다.

“네 소원 하나 들어줄게.”

그의 맑은 목소리에 강유리는 의아한 듯 고개를 쳐들었다.

“뭐?”

육시준은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

“네가 말했던 유강그룹에 관한 일. 내가 도와줄 수 있어.”

반지의 차가운 촉감이 손에서부터 퍼지면서 그의 심장을 가격했는지 그는 난데없이 그녀의 소원을 들어주고 싶어 했다. 아주 충동적이었다.

어안이 벙벙했던 강유리는 웃어 보였다.

“뭘 도와준다고 그래? 하하하. 유강그룹에는 유강엔터뿐만 아니라 다른 산업도 함께 하고 있어. 내 남편 노릇이나 잘 해! 날 속이지 말고 배신하지만 않으면 돼!”

육시준은 머뭇대다가 대답했다.

“만약 내가 너한테 거짓말한 게 있다면 어쩔 거야?”

강유리는 자신의 손에 반지를 끼다가 인상을 찌푸렸다.

“언제?”

육시준은 그녀의 진지한 모습에 원래 하려던 말을 도로 삼켜버렸다.

“만약에 말이야.”

“내가 이 세상에서 제일 싫어하고 용서할 수 없는 두 가지가 뭔지 알아? 거짓말 그리고 배신이야. 과거는 과거대로 흘러가게 내버려 두었어. 신경 쓸만한 가치도 없고 그러고 싶지도 않아. 하지만 난 내가 제일 사랑하는 사람이 날 배신하지는 말았으면 좋겠어.”

그녀의 떨리는 목소리에는 숨길 수 없는 연약함이 묻어있었다.

육시준은 마음이 움찔했다.

20여 년 동안 자신의 마음이 가는 대로 행동하고 공제했던 그에게 있어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느낌은 처음이었다.

임강준의 말이 맞았어. 진작에 내 신분을 알려줬어야 했는데…

성씨 별장.

식탁에 마주 앉은 그들의 분위기는 사뭇 엄숙했다.

임천강은 고개만 푹 숙이고서 어두운 표정으로 앉아있었다. 성홍주도 침묵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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