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모든 것을 마무리하고 염구준은 가볍게 두손으로 박수를 치더니 마치 아주 보잘것없는 작은 일을 한듯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 “한씨가문의 위기는 이미 해결되었으니, 염모는 이만 물러갈게요!”말하고 나서 한정천 등에 대해서는 아랑곳하지 않고 뒤돌아 성큼성큼 떠나갔다. “끝, 끝났어? 우리는 살아남은 건가?”얼마 지난 후에야 재난에서 살아남은 한정천과 3대 종사공양자, 그리고 그 뒤의 40여 명의 정예경호원들은 전방에 멀지 않은 곳의 비어있는 땅바닥을 보자 얼굴에는 경악을 감출 수 없었다. 꿈인가? 기적인가?눈앞의 땅바닥에는 팔팔노한의 남긴 뼛조각은 이미 생화독소에 부식되어 사라졌다. 그전의 공기 중에 연소 폭발한 불빛, 폭발기랑, 생화독소… 이 모든 것들은 이젠 아무것도 남지 않았고 마치 믿을 수 없는 꿈을 경험한 듯하였다. “아니, 이건 꿈이 아니라 진짜야!”한정천의 눈길은 흐리멍덩하였으며 땅에 있는 팔팔노한의 유골을 보자 떨리는 입술을 억제할 수가 없었다. “염, 염구준, 그는 전신이야! 합일 경계의 무도전신이야! 이미 인간의 극한에 도달하였어!”“전신을 제외하고는 그 누구도 뢰화자모탄의 위력을 막을 수 없어! 절대로 없어!”염구준이 전신이라고? 3대 공양자와 40여 명의 정예 경호원들도 철저하게 굳어졌다. 마치 세상의 가장 신비롭고, 흥분되고 긴장되는 놀라운 사실을 알게 된 듯하였다. 그 어떤 단어도 그들의 지금 이 시각의 표정을 묘사할 수 없었는데 그것은 영혼으로부터 우러나오는 경위이고 내심으로부터 나오는 탄복이며 추호의 가식 없는 존경이었다. “가, 가주님!”얼마 지난 후, 드디어 연세 드신 공양자가 먼저 입을 열더니 여전히 격렬한 떨림을 공제하지 못한 채 “방금 팔팔노한이 말하지 않았나요? 염구준은 주작 전존의 친구라고?”“제가 추측하건데 주작전존이 전신전주에게 부탁하여 손을 쓰게 하여 염구준을 구하는 동시에 저희들도 겸사겸사 구한 거 아닌가 싶습니다.”“필경, 전신전의 근거지는 바로 북방에 있고 전신전주 나으리는 눈 뜨고
팍!정자 바깥에 전봉의 얼굴은 갑자기 새하얗게 질리더니 즉시 무릎 꿇고 머리를 숙이며 아무 말도 감히 하지 못했다. “팔팔노한은 조직의 가장 깊숙히 숨겨져 있던 암자였어! 네가 아래위로 속이고 감추는 바람에 팔팔노한을 잃었을 뿐만 아니라 우리 전씨 가문의 비밀까지 철저히 폭로하고 말았어!”전일준은 깊이 한숨을 쉬더니 천천히 정자에서 걸어나 와 손을 내밀어 전봉의 어깨를 툭툭 쳤다. “봉아, 네가 이번에 일으킨 말썽이 너무나 커서 아버지인 나도 뭐라 할 수 없고 반드시 형님한테 보고드려야 해.”“가자, 나랑 함께 종사에 가서 큰 아버님께 친히 사과드려라!”말하고 나서 갑자기 몇년은 더 늙어보였으며 더는 바닥에 무릎꿇고 있는 전봉을 보지 않고 몸을 돌려 뒷마당 사당으로 천천히 걸어갔다. 큰 아버님…전봉은 바닥에 무릎 꿇고 있었는데 얼굴에는 혈색이 아예 없었고 몸은 휘청거렸다. 얼마 후 더는 아버지의 발걸음 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그제야 넋이 나간 사람처럼 무릎을 꿇은 채로 휘청거리며 뒷마당으로 기어갔다. 그는 뒷마당에 무엇이 있는지를 알고 있었다. 그것은 전씨가문의 최대 금기이며 전씨가문의 직계 계승자라 하더라도 함부로 진입하여서는 안 되었다. 사당에서 폐관하고 있는 그 남자는 그의 큰 아버지일 뿐만 아니라 전씨가문의 정해신침이고 사람을 죽여도 눈 깜짝하지 않는 마귀이고 그가 어려서부터 지금까지의 악몽이며 두 손에 피를 수없이 묻힌 도살자이자 죽음의 대명사였다. 북방 명문의 최강자, 무성지상 전장웅이었다. 전씨가문 뒷마당, 종사사당음침하고 조용하였다. 검은색 복면의 남자 그림자가 조용히 사당 중심위치의 대나무 자리에 앉아있었는데 몸 앞에는 정교하게 만들어진 봉미고금이 놓여 있었고 묵암산 정자의 그 ‘존주’ 어르신과 똑같은 비주얼이었다. “형님!”전일준은 사당 입구에까지 걸어가 조심스레 어려서부터 경이롭게 모셨던 형님을 보더니 낮은 목소리로 “봉이가 어리고 무지하여 큰 잘못을 범하였습니다. 팔팔노한…”소리는 갑자기 멈추었다. 그의 형
오늘날, 북방의 각 명문은 분분히 보고만 있었는데 2류 세가 중에 정소룡을 대표로 하는 정씨가문이 암암리에 3류의 작은 가문들을 끌어모아 염구준에게 충성을 맹세하여 이미 얕잡아 볼 수 없는 연맹집단을 형성하였다. 지금에 와서도 3대 세가는 또다시 한 전선을 형성하여 염구준과의 특별한 관계와 강대한 실력을 추가하면 다른 그 어떤 실력도 그들과 겨룰 수 없게 되었다. 아무 과장 없이 말해서 오늘의 북방은 이미 기존 제후들의 할 거가 아니라 염구준 한측만 독보적으로 강대해지고 손씨그룹이 북방에 진출하는 계획은 이제 거의 마무리되었다.“3대 가문이 진정으로 연합하면 아마도 내가 직접 나서도 아무 도움이 안 될 거야.”전장웅은 아무 표정 없이 막연한 표정으로 무릎 꿇은 전봉을 보더니 쉰 목소리로 “내가 전씨가문의 절세 무공을 수련하여 대성까지 아직도 적어도 반달이라는 시간이 필요하지만, 반달이라는 시간은 너무 길어! 지금 더 이상 기다릴 수는 없어!”“기다릴 수 없으면 지름길로 걸어 폐관을 미리 결속짓는 방법밖에는 없어. 먼저 손 쓰는 사람이 이길 듯이 3대 가문에 대하여 동시에 결전을 발동하여 단번에 뿌리를 뽑아버려야 해!”“봉아, 넌 지금 자신이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알고 있냐?”전봉은 마치 얼음구덩이에 빠진 듯 냉기가 머리부터 발끝까지 휩쓸었으며 마치 온몸의 뼈를 뽑힌 것처럼 나른하게 바닥에 쓰러져 말도 할 수도 없었다. 그는 당연히 전장웅의 말이 무슨 뜻인지를 알고 있었다. 전씨가문의 대대로 내려오던 무도비법은 기혈의 힘으로 온몸의 칠경팔맥을 관통하여 단전기해에 두번째 기류를 구성하여 한 사람의 힘으로 두배의 위력을 발산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수련이 성공하기만 하면 전장웅의 실력은 반보 전신의 경지로 상승할 수 있으며 진정한 전신과는 한발짝 차이밖에 나지 않을 것이다. 만약 성공하지 못한다면 전씨가문의 자제의 정혈을 필요하여 강행으로 관을 돌파하는 것이었다. “보름만 더 있으면 나는 그 누구의 정혈도 필요하지 않고도 혼자서 폐관수련하여
전일준 뒤에는 두 명의 중년 남자가 흑백 두루마기를 입고 있었고 얼굴에는 각기 검은 색과 흰색 탈을 쓰고 있었는데 손에는 똑같은 참대모양의 철채찍을 잡고 전장웅을 향하여 허리를 숙여 바닥까지 붙였다. “저희들은 이미 모든 준비를 끝냈습니다. 언제든지 출발 가능합니다!”흑백무상, 두명의 왕자, 그리고 둘째 동생 전일준도 왕자의 실력이었는데 이러한 진영으로 충분할 것이다.“흑무상!”전장웅은 고금을 품에 안고 손을 내밀어 관씨가문 방향을 가리키더니 잠긴 목소리로 “네가 70명을 데리고 관씨가문에 직접 쳐들어가! 한마디 말도 하지 말고 관씨가문을 멸망시켜 닭 한마리나 개 한마리라도 남기지 마!”흑부상은 두말하지 않고 전장웅을 향하여 주먹을 감싸고 인사하고 나서 채찍을 휘두르더니 “가자!”라고 외쳤다. 쓱쓱쓱전장웅뒤에는 족히 70명의 내진무자가 서있었다. 그중에는 7명의 종사지상이 포함되어 있었고 흑무상뒤로 뛰어가 전장웅을 향하여 굽씬거리더니 성큼성큼 넓은 발 폭으로 짙은 야밤의 빛을 빌어 관씨가문을 향하여 신속히 출발하였다. “백무상!”전장웅의 팔은 또다시 휘두르며 한씨가문의 방향을 보더니 목소리에는 살기가 넘쳐났다. “너도 70명의 부하를 거느리고 한씨정원으로 가서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모두 없애버려!”백무상은 굽신거리며 명을 받들더니 흑무상과 마찬가지로 7명의 종사지상과 60 명의 내진강자들을 거느리고 한씨가문을 향하여 돌진하였다.“둘째 아우야!”이때 전장웅의 안색은 점차 완화되었다. 어려서부터 함께 자란 동생을 보더니 눈에는 보기드문 온화함이 묻어있었다. “너는 30명을 거느리고 비행기를 전세내여 청해시로 이동해! 거기는 손씨가문의 근거지이고 손가을과 염구준의 딸 염희주가 모두 있을거야!”“기억해 둬! 손가을, 염희주 그리고 손태석과 진숙영은 모두 염구준이 제일로 아끼는 사람들이야! 너는 반드시 그들의 목을 베고 살아서 나한테 돌아와야 해!”“청해시측에는 고수가 없어. 최강자는 정경림과 용준영뿐이어서 너한테는 식은 죽 먹기일 거야! 조심히
“싸우자! 싸우자! 싸우자!”시간의 흐름에 따라 최종 결전의 시각은 점점 더 가까워졌다. 먼 곳의 어둠 속에 비할 데 없이 밀집되고 또 일치한 발걸음 소리가 마치 우렛소리처럼 관씨가문정원 쪽으로 접근하기 시작하였다. 우두머리는 바로 칠흑탈을 쓰고 손에는 참대모양의 철채찍을 들고 있던 정진왕자였는데 흑풍조직의 핵심성원인 흑무상이었다. 공기는 마치 응고된 듯하였으며 실질적인 놀라운 살의는 이 야밤에 발광하듯 발효되어 대전은 일촉직발의 순간이었다. “죽여!”뭇사람의 최전방에 있던 관박은 큰 소리로 외치더니 흑무상을 향하여 몸을 던지며 덮쳐갔다. 죽어도 후회하지 않게 혈전! 사전을 펼쳤다!관씨가문과 거의 똑같은 광경은 한씨가문에서도 펼쳐졌다. 정원의 가로등 아래 한정천은 3대 공양자를 거느리고 뒤에는 70여 명의 정예 경호원들의 뒷받침하에 전체 한씨가문은 총동원하여 정원 입구에 피와 살로 만들어진 방어선을 구축하였다. “허허!”흑풍 조직의 백무상의 손에는 2미터에 달하는 참대 모양의 철채찍을 들고 전의가 들끓어 오른 한정천을 보면서 입으로는 껄껄 웃어댔다. “왕자 한 명, 3명의 종사지상… 어? 팔팔노한한테 당하여 아직도 회복하지 못했지?”“너희들은 이따위 실력으로 우리 존주어르신과 상대하려고? 정말 죽음이 무서운줄도 모르는구나!”눈앞의 이런 국면에 무슨 말이 더 필요하겠는가? “한씨가문의 자제들은 명을 받들라!”옅은 황금색의 기류가 한정천의 두 손을 감싸 정진이 온몸에 넘실대더니 힘껏 큰 소리로 “조상님들께서 우리 한씨가문의 대가 끊기지 않게 지켜주십시오! 저희의 몸은 죽되 한씨가문은 영원히 패배를 언급하지 않을 것입니다!”“머리는 끊어지고 피는 흐르되 목숨과 목숨을 바꾸는 건 두렵지 않아! 목숨을 걸고 원수들을 물리치자!”“한씨가문의 열혈남아들아 싸워라!”쿵쿵쿵!이는 진정한 사전이었다. 선혈은 대지에 쏟아져 전체 한씨가문을 물들게 하였다. ……관씨가문과 한씨가문에 비하면 수천리밖에 있는 청해도 정진왕장와 종사지상으로밖에 상대할
직계의 일맥에는 남정이 염구준밖에 없었는데 15년전에 이미 가문에서 내쫓아버렸다. 방계자제들도 마찬가지로 후손이 왕성하지 않았고 오직 4,5명의 조카와 2명의 조카딸밖에 없었다. 진정으로 이번 싸움에 참여가능한 사람은 염진과 염옥정, 그리고 이 두 명의 충성스럽지만 나이 든 두 공양자뿐이었고 기타 공양자들은 이미 염진의 지시대로 돌려보내졌다. 이게 바로 염씨 가주의 기풍이다. 자신이 희생하더라도 절대로 무고한 사람을 끌어들이지는 않았다. “가주님, 저를 외부인으로 취급하시는 건가요?”서문 공양자는 연세가 일흔 살을 넘겼는데 마찬가지로 백발인 북궁 공양자와 두 눈을 마주치고 염진을 향하여 두 손을 마주 쥐고 경의를 표시하더니 생사에는 신경 쓰지 않는 듯 웃음을 지었다. “15년 전의 일들은 모두 잊으셨나요?”염진의 마음은 갑자기 뜨겁기 시작하였다. 당연히 잊지 않았다. 15년 전, 마찬가지로 흑풍 조직의 암암리에 결탁했고 북방의 10여 개의 세력들은 연합하여 염씨가문에 쳐들어왔고 노가주인 염창과 소주모인 고유란은 피를 흘리며 싸워 염씨가문의 기반을 지켜냈다. 그 해의 싸움에서 서문과 북궁 두 공양자들은 다친 채로 9살밖에 안 되는 염구준을 목숨을 걸고 보호하여 오늘날의 전진전주가 있게 된 것이다. 아무 과장도 보태지 않고 말한다면 그들은 염씨가문의 공양자일 뿐만 아니라 염구준의 생명의 은인이기도 하다. 그들은 마음속 깊이로부터 자신을 염씨가문의 사람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흑풍 존주가 친히 염씨가문에 쳐들어와 원하는 것은 유란이 남긴 이 옥패일 것입니다.”오랫동안의 침묵 후에 염진은 가슴을 펴고 머리를 들고 철저하게 분발하더니 “하지만 그는 죽어도 생각지 못할 거예요. 유란이 남긴 유물중에 가장 귀중한 것은 내 손에 있는 이 옥패가 아니라 구준이 수련한 절세 무학이란 사실을.”“두 분께서 남아있을 의향이 있다면 저랑 함께 싸우죠! 재가 날리고 연기가 사라져도 구준은 염씨가문의 혈통을 지속시킬 수 있을 겁니다!”말하고 나서 갑자기 정원 입
당옥안의 염옥정, 서문공양자, 북궁공양자 등 세 명의 종사지상은 동시에 뛰쳐나가 일제히 외치며 3가닥의 음파는 순간 뭉치더니 맨눈으로도 확인할 수 있는 소리파도를 형성하여 전장웅을 미친 듯이 공격하였다. 음파 대 음파!그들은 비록 음율에 대해 알지 못했고 음파수법에 대해서도 능하지 않았지만, 종사 지상으로서 체내의 내진을 불러일으켜 인후를 진동시키면 마찬가지로 놀라운 음파공세를 펼칠 수 있었다. 그렇지만…“쌀알 같은 공세로 내 앞에서 빛을 뿌리려고?”정원 문밖의 나무줄기 끝에 전장웅은 일대 서로 싸우고 있었지만, 추호도 힘들어하지 않았고 되레 광적인 웃음을 짓더니 “종사왕자, 무성전신! 경계마다 새로운 세상이야!”“나의 반 발짝은 이미 전신의 문턱에 진입하여 너희 네 잡놈의 실력으로 어찌 내 진옥천음을 흔들 수 있겠느냐? 생사를 모르고 함부로 덤비는 이것들아! 무엇이 진정한 절망인지를 한번 제대로 느껴보도록 하마!”말이 떨어지는 동시에 손가락은 봉미고금에 가볍게 얹더니 손가락의 혈색은 미세하게 반짝이었다.웡!고금 소리는 울려퍼졌다. 형체가 있고 유형 유질의 음파는 공기를 가르며 곶은 흔적을 그리면서 고금 연주와 함께 염진의 가슴팍까지 돌진해 갔다. 음으로 칼을 형성하여 없던 것으로부터 있게 만들었다. 이미 전신의 최강수단에 속해있었고 전신 영역 버금으로 가는 수법이며 일반적인 무성을 제거할 수 있어 무성지상이라 하여도 중상을 입을 수 있었다. 웡!염진의 가슴팍에는 무형의 기진이 점차 확산하더니 그중에는 한 여자의 숨결이 포함되어 있었는데 비할 데 없이 부드러운 귓속말같았고 전장웅의 필사기를 한 번에 해결하였다. “고유란?”200미터 밖의 큰 나뭇가지 끝에 전장웅의 귀는 미세하게 움직이더니 염진의 가슴팍을 뚫어지게 쳐다보더니 눈길에는 갑자기 빛나기 시작했다. “고유란이 남긴 물건이 바로 너의 가슴팍에 숨겨져 있었구나!”그는 제대로 알아맞혔다. 염진은 서서히 고개를 떨구고 옷자락 밑으로부터 연두색 옥패를 꺼내었다. 위에는 날개 펼치
“한설아!”같은 이 시각, 염진은 무언가를 의식하더니 당옥에서 뛰어내려 한설의 손목을 잡고 낮은 목소리로 “이러지 마! 나를 위해…이럴 가치가 없어!”가치가 있든 없든 내가 상관할 바가 아니야!정원 문밖의 나무에 있던 전장웅은 남녀 사이의 사랑 이야기에 대해 아무 흥취를 가지지 못하고 다시 한번 고금에 손을 얹더니 연거푸 차갑게 웃었다. “옥패를 보게 되었으니 더 이상 살려두지 않아도 되겠구나. 너희 염씨가문을 멸망시키고 내가 손수 가져오면 되니까!”“염진, 염옥정, 서문당, 북궁야 그리고 한설! 너희 5명의 페물들아, 나에게 목숨을 바쳐!”쩡!손가락은 움직였고 고금소리는 울려퍼졌다. 연거푸 5가닥의 음파칼날은 마치 사신 수중의 목숨 거두는 낫처럼 공중에 5가닥의 곧은 통로를 그리면서 염진 등의 목을 잠금 조준하더니 그들의 머리를 향하여 날아갔다. 천분의 1초도 안 되는 사이에 ‘팍’하는 손가락 튕기는 소리와 함께 염진 등 사람들의 앞의 5가닥의 음파칼날은 동시에 흩어져 5개의 파도물결로 터지더니 모두의 머리카락을 훨훨 날려 아무 상처도 남기지 못하고 사라졌다. 따라온 것은 아무 감정정서도 없는 담담한 남자의 목소리였다. “내가 있는 한 누구도 염씨가문을 건드릴 수 없어!”“전씨네는 어림도 없고 흑풍 존주도 안돼. 하물며…”“넌 심지어 진정한 흑풍 존주도 아니고 그냥 사람들의 이목을 가리는 대역일 뿐이잖아.”이 목소리의 주인을 염진은 알고 있었고 한설도 알고 있었으며 이 자리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알고 있었다. 전장웅이 뼛속까지 미워하는 그 이름!청해의 무관제왕, 15년전의 염씨가문의 버려진 아들, 고유란과 염진의 친혈육, 손씨그룹의 데릴사위, 염구준이었다. “대역… 방금 저자가 대역이라 하였냐?”염구준이 나타난 기쁨, 재난 뒤에 살아남은 희열… 이 모든 것이 방금 말한 정보에 비하면 놀랍지도 않았다. 염진 등이 멍해져 멀지 않은 곳에 있는 전장웅을 보더니 떨리는 목소리로 “구준… 아니, 염 선생!”“염 선생이 방금 말한 것이
얼마 전까지만 해도 각 세력들은 세라와 관계가 좋았지만 지금은 그녀가 스텔라성과 엮여서 믿을 수가 없었다.베르가 말한 동맹도 결국은 이익을 기초로 하기 때문에 큰 의미가 없었다.“염병할 놈!”베르는 염구준이 사라진 곳을 향해 소리를 질렀다.“에취!”한편, 바다의 동굴을 지나던 염구준이 재치기를 하더니 귓구멍을 파며 중얼거렸다.“또 어떤 놈이 뒤에서 나를 욕하는 거야?”그는 이미 수백 미터 안으로 들어가면서 동굴을 살펴보았다.오래전에 인공으로 만들어진 동굴로서 지하수도로 사용했거나 육지에서 지각이 변화하여 이곳에 가라앉을 가능성도 있었다.이제 동굴 내부에 완전히 적응되어서 속도를 낼 때가 되었다슝!위험도 없고 갈림길도 없으니 팔다리를 빨리 저으며 앞으로 전진했다.동굴 끝에 무엇이 있는지 참 기대가 되었다.그것이 고대 옥패라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말이다.푸!가는 도중에 갑자기 장어 같은 바다 동물의 습격을 받았지만 아무런 위협이 되지 않았다.‘누가 있어.’얼마나 헤엄쳤는지 모르겠지만 눈앞에서 어두운 그림자가 앉아 있는 것이 보였다.염구준은 그 사람의 생사를 알 수 없어 한 줄기 검기를 발사했다.아무런 움직임이 없는 것을 보고 죽은 사람이라 생각했다.가까이 다가가 보니 잠수복을 입은 시체는 부패되지도 않고 마치 자는 것처럼 보였다.그 옆에 커다란 가방이 있었는데, 열어보니 황금, 비취. 진주 등 값나가는 보물들이 잔뜩 들어 있었다.“진짜 보물이 있었네. 고대 옥패도 있을까?”그는 작은 소리로 중얼거리며 보물이 가득한 가방은 뒤로 한 채 계속 안으로 깊숙이 들어갔다. 안으로 들어갈수록 시체들이 점점 더 많이 나타났다.염구준은 궁금했다.왜 시체들이 하나 같이 상처도 입지 않고 평온한 표정으로 죽었는지 말이다.이상한 상황으로 하여금 점점 주변을 경계하게 만들었다.앞으로 더 나아갔을 때, 동굴은 사라지고 넓은 공간이 나타났다.이곳이 바로 목적지인 것 같았다.그리고 내부를 살펴보려고 수십 발의 불꽃을 발사하던 염구준
찾겠다고 약속했던 보물이며 고대 옥패는 코빼기도 보이지 않았다.그때 누군가 가슴이 벅차오르는 소식을 전했다.“절벽 위에 동굴이 있어요!”“여기에도 있어요. 불덩어리를 던졌는데 끝이 보이지 않아요!”“동굴에서 100그람되는 금덩어리를 발견했어요!”드디어 보물이 나타났다는 말에 다들 동료를 잃은 슬픔에서 금세 벗어났다.“일단 경거망동하지 말고 우리 대책부터 세웁시다.”중요한 순간에 베르가 나서서 대국을 주재하려 했다.염구준을 고립시키고는 각 세력들을 이용해 더 많은 것을 차지하려는 수작이었다.“부성주님, 어떻게 하면 좋겠습니까? 합리적인 대안이라면 지시를 따를게요.”메노스가 환심을 사려고 스텔라성의 편에서 말했다.염구준의 실력이 너무 강해서 맞설 자신이 없었기 때문에 저들의 도움이 필요했다.나머지 가주들은 드디어 줄을 서야 하는 때가 온 것을 알고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줄을 서는 것은 언제나 어려운 선택 문제였다.만약 잘못 선택하면 아무런 이득은 보지 않고 끝없는 재앙만 맞이할 것이다.…그 외에 무술인들은 가주들이 중요한 일을 논의하는 것을 알고 조용히 대기하고 있었다.몇몇 사람들이 토론한 결과로 대다수 사람들의 생사를 결정할 것이다.“염 선생은 대책이 있습니까?”노신기가 긴장이 흐르는 분위기를 깨고 떠보듯 물었다.지금 염구준은 혼자서도 스텔라성를 상대하기 충분했다.다들 대답을 기다리고 있을 때 염구준이 한 동굴 입구에 서서 말했다.“상의할 게 뭐가 있어요? 보물이 보이면 능력에 따라서 챙기면 되죠. 실력이 있으면 많이 챙기고 없으면 바닷물이나 마시다 가면 되죠.”그 말 뜻은 물질적이지만 현실적이기도 했다.지금 각 세력들이 꿍꿍이를 세우고 있으니 아무리 상의를 해도 진심이 아닐 것이다.어차피 나중에 사이가 틀어질 텐데, 지금 이 자리에서 분명하게 말하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염구준의 말을 들은 베르는 각 세력들의 마음이 돌아설까 봐 바로 안색이 어두워졌다.“염구준, 지금 분열을 일으키는 거야? 절대 용납할 수 없어.
어떤 무술인들은 적대 관계이고 위에서 아무런 태도도 드러내지 않았지만 감사의 눈길을 보냈다.베르 일행은 아무 일도 발생하지 않은 것처럼 침묵하고 있으니 염구준을 칭찬하는 것은 더 불가능했다.“이곳은 위험해서 항상 조심하세요. 그렇다고 매번 도와줄 수 없어요.”염구준은 무덤덤하게 말했다.어차피 이번만 도와줄 거라 뻔뻔하게 구는 사람이 있어도 마음에 두지 않았다.그때 통신기에서 당황한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렸다.“저기 모래벌레 무리가 오고 있어요!”그 말에 다들 다시 안절부절했다.염구준이 재빨리 통신기에 대고 모두를 진정시켰다.“당황하지 마세요. 대부분 바닥으로 들어가고 몇 마리만 뒤를 따라왔을 겁니다.”땅으로 돌아가지 않은 모래벌레들은 전부 그의 검에 잘렸기 때문이었다.다들 안심하고 싸울 준비를 할 때, 꽃무늬 셔츠를 입은 젊은이가 공을 들고 앞에 나섰다.이곳까지 오면서 나약한 실력 때문에 항상 타인의 보호를 받았는데, 왜 이제야 나서는지 다들 알지 못했다.“썩을 놈의 벌레야! 첨단 과학기술의 위력을 보여 줄게!”젊은이가 건방지게 말하며 손에 든 공을 힘껏 던져버렸다.“안 돼!”메노스가 나서서 말렸지만 공을 이미 던져서 늦어버렸다.갑작스러운 행동에 다들 무슨 영문인지 몰랐다.“방어!”염구준이 고함을 지르며 기운으로 호체 기운을 끌어냈다.반보천인인 염구준마저 긴장하게 만들다니, 모두 젊은이가 던진 공은 틀림없이 대단한 물건이라고 생각했다.펑!공이 수십 미터 떨어진 곳으로 흘러서 올라간 순간, 엄청난 에너지를 발산하면서 마침 달려오는 모래벌레들을 순식간에 폭발시켰다.물속에서도 이 정도로 강력한 위력을 발휘하다니, 보기만 해도 감탄이 흘렀다.“악!”그런데 에너지가 빠른 속도로 물속에서 퍼지더니 사람들의 몸에 부딪치며 오장육부에 침투되었다.순식간에 거대한 생물체를 몇 마리나 제거했으니 사람에 미치는 영향도 치명적이었다.실력이 약한 무술인들은 얼마 버티지 못하고 바로 죽었다.퍽!가장 먼저 공격받은 젊은이는 충격에 한참이나
“알겠습니다.”“네.”두 사람은 대답하자마자 각자 맡은 20명이 넘는 부하들을 이끌고 심해 모래벌레가 드문 변두리 지역으로 향했다.실력이 뛰어난 무술인 두 명이 앞장서서 길을 터주고 있으니 모든 것이 순조로웠다.가장 중요한 것은 이로서 부하들의 사기가 다시 돌아왔다는 것이다.그 장면을 본 남은 세력들도 벗어날 방법을 생각했는지 부하들에게 고함을 지르기 시작했다.“살고 싶으면 빨리 천기문의 뒤를 따라가!”지금 염구준이 뒤를 맡고 있었기에 그들도 벗어나기 훨씬 수월했다.베르가 떠날 때는 표독스러운 눈빛으로 염구준의 뒤를 노려보면서 저렇게 싸우다 콱 죽으라고 저주까지 했다.결국은 살려고 바삐 피신하느라 누구도 염구준을 도와주지 않았다.혼자 남은 그는 결국 심해의 모래벌레에게 포위되었다.“에휴, 저럴 줄 알았어. 그동안 도와준 걸 봐서라도 우리도 도와줍시다.”염구준은 자신이 한 결정에 후회하지 않고 계속 검을 휘둘러 벌레를 살해했다.각 세력의 무술인들이 이미 멀리 떨어졌으니 지금은 이 무리를 뚫고 나가야 했다.촤아악!순식간에 수많은 검기가 주변에 발사하며 바다 밑을 들쑤시는 바람에 모래와 진흙이 시야를 가렸다.어렴풋이 보이는 것은 덩치가 큰 물체들이 하나둘씩 쓰러지는 것이었다.아무리 바다가 모래벌레의 구역이라 해도 염구준의 검을 막지 못했다.검망이 닿는 곳은 그들 시체로 널렸다.염구준이 뛰쳐나오려고 필사적으로 싸우고 있을 때 도망친 각 세력들은 균열 변두리에서 편하게 쉬고 있었다.“염 선생이 우리를 위해 혼자 희생하는데 우리도 소수 정예병을 조직해서 도와줍시다!”그레이가 통신기에 대호 한마디 제안했다.흔쾌히 나설 사람은 없겠지만 일단 말은 해봐야 알 수 있으니까.“하, 대단한 것처럼 건방지게 굴더니, 저런 놈은 죽어도 싸.”“그러게요. 저 악마의 생사는 우리랑 상관없어요.”베르와 세라가 시큰둥하게 자신들의 태도를 표명했다.“당신들…”그레이가 나서서 비판하려고 할 때 그들과 싸워도 소용없다는 것을 알고 더는 말을 잇지 않
염구준이 수압의 영향을 받지 않고 빠르게 움직이는 것을 보고 베르는 당황했다.이제 손에 무기도 없어서 어떻게 막아야 할지 막막했다.“멈춰!”“당장 공격을 멈춰!”“부성주님, 조심하세요!”그 장면을 보던 반보천인 세 명은 막을 겨를도 없이 소리를 질렀다.바로 그때, 이상한 기운을 감지한 염구준은 공격을 멈추고 지하를 내려다보았다.푸!두 사람 사이에 있는 두터운 진흙 속에서 갑자기 무엇인가 모래를 사방에 뿌리면서 올라오는 것이었다.염구준이 재빨리 진흙의 가운데를 잘라버리자 생물체가 죽었는지 바닥에 툭 하고 떨어졌다.마침 검기도 기운을 소진하여 공격을 멈추고 돌아서서 살펴보았다.“젠장, 그냥 지하에 처박혀 있을 것이지, 뭐 하러 죽으러 나왔어?”염구준이 불청객에게 짜증을 부렸다.만약 생물체가 나타나지 않았다면 이 검에 죽을 사람은 베르였다.진흙과 모래가 가라앉자 다들 생물의 정체를 주시했다.굵기가 2미터나 되고 꼭대기에 날카로운 이빨이 수두룩하게 생긴 심해의 모래벌레였다.이 벌레는 성체가 되면 길이가 30미터에 달하고 풍부한 광물을 함유한 화산암을 먹고 살기에 이 구역에서 텃세가 특히 강했다.그리고 공격성은 형태만 보아도 알 수 있었다.“방어해! 이것들이 떼로 공격할 거야!”염구준은 통신기에 주의를 주고 잠시 베르를 살해하는 것을 뒤로 미루기로 했다.위험한 상황에 닥쳤으니 자기들끼리 싸운다면 사기를 떨어트리기 때문이었다.푸푸!말이 채 끝나기 전에 수많은 모래벌레들이 땅속에서 나와 무차별한 공격을 퍼부었다.일반 무술인이 한 입에 먹힌다면 바로 두 동강이 났다.반보천인 무술인들은 잠수 장비가 망가지면 심해의 수압을 견뎌야 하기에 역시 방심할 수 없었다.그러니 아무도 죽음을 무릅쓰고 공격하지 않았다.심해 모래벌레들이 신출귀몰하며 공격하자, 다들 혼란에 빠져 허둥지둥했다.그들에 비해 염구준은 다가오는 놈들을 가볍게 잘라냈다.이 벌레들은 사납지 않은데 갑자기 땅속에서 튀어나올 때 당황하게 만드는 재주가 있었다.염구준은 감지
싸움은 잠시 한 단락 끝났다.베르가 씩씩거리며 통신기에 대고 고막이 터질 듯 소리를 질렀다. “염구준, 왜 우릴 도와주지 않아?!”“당신들도 날 도와주지 않았잖아요.”염구준은 어처구니없는 가스라이팅을 무시하고 반문했다.베르는 이런 말로서 염구준을 각 세력의 반대편에 세워 고립시키려는 수작이었다.이제 막 대군을 지휘할 수 있는 임시 사령관을 담당하게 되었으니 위세를 떨칠 기회를 놓칠 리가 없었다.“웃기지 마. 우리는 반보천인 무술인이라 다른 무술인들을 보호할 의무가 있어. 그런데 넌 한심하게 지켜만 보고 있었지.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않아?”베르는 정의로운 척 그의 영혼까지 고문하며 계속 나무랐다.눈치가 없는 무술인들은 정말 베르의 말이 일리가 있다고 생각했다.“하하하. 방금 수십 명이 넘게 살려달라고 비명을 질렀는데도 당신은 구하러 가지 않고 도망가느라 바쁘던데요? 그 말을 하고도 양심에 찔리지 않습니까?”염구준은 그만 웃음을 터트리고 말았다.이기적인 사람이 무슨 자격으로 이래라저래라 간섭하는지, 심지어 어떤 사람들은 또 염구준의 말이 일리가 있다고 생각했다.이렇게 분석 능력이 떨어지는 사람들은 다른 사람의 말에 휘둘리기 십상이었다.“흥, 따박따박 말대꾸는. 누가 너 같은 놈을 낳았는지 그 어미가 궁금하다.”베르는 솔선수범하지 않으면서 말로도 밀리게 되자 인신공격을 하기 시작했다.“죽고 싶어?”그러자 염구준이 버럭 화를 내며 베르에게 검을 겨주었다.상대방이 시비를 건다면 원하는 대로 한바탕 싸워줄 기세였다.“내가 무서워할 줄 알아?”베르는 조금도 두려워하지 않고 커다란 방패를 들고 맞섰다.이번 행차에 스텔라성에서 실력이 있는 반보천인 네 명을 파견했기에 어느 정도 자신감이 있었다.쿵!염구준의 검이 방패에 닿은 순간 둔탁한 소리가 나며 베르가 뒤로 몇 발치 물러갔다.“물에서 방패를 쓰다니, 죽으려고 작정했군.”물속에서 방패의 부력이 커서 오히려 싸움에 방해가 되었다.그는 계속 검으로 공격하며 가볍게 제압했고, 뒤로
그 생물의 정체는 대왕 오징어였다.이 생물은 빛을 두려워해서 항상 심연에 숨어 있기에 과학자들은 파도에 밀려온 시체들만 주워서 연구했었다.대왕 오징어는 가장 긴 것은 40미터 이상에 달했다.염구준은 지금 상황을 보고 속으로 탄성이 흘러나왔다.“젠장, 오징어 소굴을 건드렸나?”심지어 그중에서 덩치가 큰 오징어는 전신 경지에 도달했다.마침 수천 명이나 되는 사람들이 와서 다행이지, 염구준이 혼자 싸운다면 생각만 해도 아찔했다.“염 선생님, 이제 어떡해요?”통신기에서 초조한 노신기의 목소리가 들렸다.그 말 뜻은 그가 나서서 천기문의 부하들을 지켜달라는 의미였다.솔직히 그들 실력으로 이렇게 많은 대왕 오징어를 상대하기 버거웠다.“살아남아서 바다 밑 끝까지 오세요.”염구준은 한마디만 남기고 검을 휘두르며 계속 아래로 내려갔다.지금은 사방이 어두워서 대체 누가 누구인지 구분하는 것조차 어려웠고, 모두 자원해서 온 거라 그들을 책임질 의무가 없었다.“다들 최선을 다해 바다 밑으로 내려가자!”노신기는 목숨을 걸 각오로 모두에게 용기를 북돋아주었다.순식간에 각 세력은 대왕 오징어와 무차별적인 싸움을 벌였다.하지만 캄캄한 물속은 대왕 오징어들에게 유리한 곳이라 인간들은 1대1 싸움에서 얼마 버티지 못하고 참담한 희생을 치러야 했다.위기가 닥치자 베르가 긴급 공공 통신 채널을 열고 이런 제안을 했다.“이러다 다 죽습니다. 우리 모두 협력하여 살길을 열어야 합니다. 바다 밑에 도착하면 지금처럼 힘들지 않을 겁니다.”솔직히 베르도 염구준처럼 대놓고 아래로 내려가고 싶었지만 그런 실력이 되지 못했다.“찬성합니다.”“협공합시다!”각자 싸우다가 자칫하면 전멸할 수 있으니 다른 세력들도 이 제안에 동의했다.“반보천인이 앞장서고 전신 경지, 전신지상 무술인이 그 다음, 나머지는 뒤를 따라갑니다!”베르는 정예병을 살리고 나머지는 죽든 살든 상관하지 않을 생각으로 배치하기 시작했다.“공격합시다!”그의 명령이 떨어지자 다른 사람은 생각할 겨를도 없이
모두가 슬픔과 공포에 빠져 있을 때 염구준이 두터운 잠수복을 입고 바닷속으로 들어갔다.간밤에 가볍게 생물을 절단하면서 그의 단전은 이미 기운으로 꽉 찼다.“염 선생이 바다에 들어갔어요.”모든 사람이 그의 일거수일투족을 주시하고 있으니 작은 동작이라도 이내 알아챘다.그가 갑작스럽게 뛰어드는 바람에 노신기 일행은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대체 왜 저러는 거야?”“내가 앞장 설게요. 촉각이 있는 생물일 뿐, 두렵지 않습니다.”일부 반보천인은 더는 기다리지 못하고 서둘러 잠수복을 입고 바다에 뛰어들었다.염구준의 손에 완벽한 해도가 있으니 그가 정보를 어느 정도 장악하고 있는지 아무도 알지 못했다.그래서 먼저 보물을 찾아낼까 봐 조바심이 났던 것이다.어떤 사람들은 말로는 보물을 찾으러 왔다고 하지만 솔직히 고대 옥패를 노리고 왔다.일단 옥패에 있는 무공을 연마하면 자신의 실력을 제고할 수 있으니 나중에 재물을 손에 넣어도 늦지 않거니와 그때는 더 쉬울 거라 생각했다.염구준은 바다 밑에 있는 균열을 향해 가다가 가끔씩 방향을 조절했다.아직 사방에 위험이 도사리고 있으니 가장 힘이 덜 드는 방법을 사용했다.깊은 곳으로 들어갈수록 물고기는 한 마리도 보이지 않고 점점 어두워져 앞이 보이지 않았다.염구준은 길이가 석 자가 되는 청봉을 잡고는 언제든 적을 무찌를 준비를 했다.방금 잘린 촉각의 길이를 볼 때, 본체에 비해 너무 짧아서 치명상을 입히지 못했다.만약 덩치가 어마어마한 팔조괴물이라면 아직도 어두운 곳에 숨어 있는 게 틀림없다.촤아아! 촤아아!그때 물살이 바뀌는 소리를 듣고 고개를 들었더니 수백 개의 검은 그림자가 다가오고 있었다.각 세력의 정예병이 움직인 것이다.어떤 무술인은 일정한 거리에 도착한 후 빠르지도 늦지도 않는 속도로 염구준의 뒤를 따랐다.그가 앞장서서 길을 터달라는 뜻이었다.염구준은 그들을 신경 쓰지 않고 아래 균열이 빨아들이는 대로 끌려갔다.‘얼마든지 따라와 봐.’지금 상황으로 말하자면 누가 누구의 총받이가 될지
선박 위의 사람들이 절박하게 울부짖었지만 아무도 응답하지 않자 각 세력들이 주변을 경계하기 시작했다.분위기를 보아 곧 위험이 닥칠 것 같았다.촤아아악!“엄청난 것이 몰려오고 있어! 빨리 위로 올라가!”나중에 물에 들어간 무술인들이 제일 먼저 해수면으로 올라와 보고했다.이어서 대다수 무술인들은 통신기에 비명소리만 남기고 사라졌다.각 세력이 어쩔 바를 몰라 혼란에 빠졌을 때, 노신기는 염구준의 옆얼굴을 보며 속으로 감탄했다.그의 말이 옳았다.“다들 맞서서 싸웁시다!”염구준은 어마어마한 기운이 몰려오는 것을 감지하고 우렁차게 소리쳤다.그게 무엇이든 이미 상대방을 건드린 이상 맞서서 싸워야 했다.정신을 차린 각 세력들은 갑자기 조상들에게서 들은 이야기가 떠올라, 부들부들 떨리는 손으로 무기를 집어 들었다.촤아아!다시 몇몇 사람이 수면위로 올라오더니 놀라운 속도로 선박을 행해 헤엄쳤다.“저게 다 뭐야?”누군가 겁에 질려 비명소리를 질렀다.“나도 몰… 악!”같이 헤엄치던 일행이 말하다 바다 밑에 있는 물건에 잡혀 끌려가고 말았다.그리고 밧줄처럼 생긴 것들이 수면 위로 올라와 선박에 있는 사람들을 공격하기 시작했다.“악!”“살려줘!”순식간에 비명소리와 경악 소리가 섞여서 현장이 아수라장이 되었다.정체를 알 수 없는 생물체에 다들 지레 겁을 먹었다.윙!그때 누군가 열 줄기 검기를 발사해 밧줄처럼 생긴 생물을 잘라버렸다.“저건 또 뭐야? 엄청 단단하네.”제일 처음으로 공격한 사람은 역시 염구준이었다.“끼익!”바다 밑에서 공격을 당한 생물은 날카로운 이명소리를 내며 위로 올라왔다.생각보다 쉽게 잘리자 각 세력들은 용기를 내서 공격을 퍼부었다.“별거 아니네. 단번에 잘려지잖아.”자신감이 생긴 그들은 필사적으로 대응하기 시작했다.본래 각 세력의 실력으로 쉽게 생물을 잘라낼 수 있는데, 이 생물이 모두가 혼란에 빠진 틈을 이용해 습격할까 봐 진짜 실력을 발휘하지 못했다.물론 염구준도 모든 사람을 책임질 의무가 없으니 주변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