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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01화

Author: 잔영
슉슉!

홀 안에 있던 사람들은 소리를 듣자마자 일제히 밖으로 뛰쳐나갔다.

그들은 모두 경계심 가득한 눈으로 염구준을 노려보며 언제든지 싸우기 위해 기운을 내뿜으며 무기를 꺼냈다.

“머리를 잘 굴렸네. 실력자들이 전부 여기 있었군.”

염구준은 앞에 선 사람들의 기운을 감지하곤, 진지한 표정으로 연한 금빛의 기운을 몸 밖으로 끌어냈다.

여기 있는 사람들 중 가장 약한 자조차 전신의 경지라 싸움에 진지하게 임하지 않다간 큰 일이 날 수도 있기 때문이었다.

돈의 힘은 너무나도 강해서 위험하다는 걸 알면서도 결국 유혹에 못 이겨 위험에 빠지게 만들었다.

바로 이때, 황계웅이 한 발 앞으로 나서서 억지로 웃으며 자신은 싸울 의사가 없다고 밝혔다.

“장사판에서 맞붙으면서 우리 모두 지기도 하고 이기기도 했잖아.”

“여기서 물러서면 앞으로는 간섭하지 않고 살게. 어때?”

방금 전까진 팔 하나 내놓아서라도 싸우겠단 각오를 다졌던 황계웅이지만, 막상 적이 눈앞에 있으니 굳이 위험을 무릅쓰고 싸우기를 원하지 않았다.

“그래, 그럼 흑풍을 넘겨.”

염구준은 망설임 없이 대답했다.

이번에 두 명의 골칫거리를 한꺼번에 제거할 수 있다면, 그보다 좋은 일도 없었다.

“그건...”

“지난번 용하국에서의 계획이 실패한 뒤로, 흑풍은 이쪽으로 돌아오지 않았고 나랑도 연락이 끊겼어.”

황계웅은 염구준이 정말 이대로 물러나길 바라며 난처한 표정을 지으면서 사실대로 털어놓았다.

그 뿐만 아니라 이곳에 있는 사람들 전부 이기적이라 만약 흑풍을 넘기는 걸로 일이 해결된다면,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내주었을 테지만 지금은 정말로 흑풍이 어디있는지 몰랐기 때문에 그럴 수가 없었다.

“그 자식이 없다면 널 먼저 죽여야겠네.”

염구준은 검을 휘두르며 황계웅을 향해 겨눴다.

“이 자식! 날 가지고 논 거냐!”

황계웅은 사태를 파악하고 나서 버럭 소리질렀다. 너무 화가 난 나머지 흰 수염마저 계속 떨렸다.

‘내가 흑풍을 넘겼어도 염구준은 날 놔주지 않았겠군.’

그는 생각했다.

“흥, 이미 결말은 정해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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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신기는 인사를 건넨 후 딸에게 엄숙하게 말했다.“이따가 조용히 있어. 특히 윗사람들에게 무례하게 굴면 안 돼.”이번만큼은 농담이 아니었다.그는 사랑하는 딸이 염구준에게 찍힐까 봐 걱정되었다.방금 밖에서 발생한 일들을 장로들 통해서 들었는데, 지금도 충격에서 가시지 못했다.한 줄기 검기로 반보천인을 죽인 것도 모자라 캐틀린 가문의 후계자를 폐인으로 만들다니, 두 사건 모두 상상도 못할 전적이었다.“알겠어요. 아타 할아버지, 염 아저씨.”노희연의 태도는 전보다 친절했지만 염구준을 부르는 호칭이 조금은 늙어 보였다.“가자.”염구준은 그녀와 말다툼하는 것보다 유동심연에 대해 알고 싶었다.옥패에 관련된 일이라 더는 지체할 수 없었다.그렇게 네 사람은 서재에 들어왔다.책상 앞으로 다가가던 노신기가 황금 개구리의 머리를 잡더니 안으로 쑥 밀었다.끼익!그러자 바닥에서 수많은 금속이 튀어나오면서 공기도 통하지 못하게 주변을 차단하는 것이었다.다행히 방안의 전등이 켜져서 그다지 어둡지는 않았다.일분도 안 되는 사이에 서재가 밀실로 변했다.이것만 봐도 천기문은 기관술에 일가견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대단하죠? 이런 거 처음 보죠?”노희연은 집안 대대로 물려받은 기관술이 자랑스러워 뽐내고 싶었다.천기술은 노씨 가문의 자부심이었다.그때 노신기가 불쾌해하며 또 훈계했다.“한마디 더 하면 밖으로 내보낼 거야.”아버지가 화내자 노희연은 아까 맞은 뺨이 아직도 얼얼했는지 바로 고개를 끄덕였다. 염구준은 부녀의 대화가 끝난 후, 책상 위에 책을 펼치고 말하기 시작했다.“여기 정보를 보면 유동심연 밑에 옥패 하나가 있다고 해요. 가짜는 아닌 것 같은데 좌표가 어디에 있는지 모르겠어요. 두 분이 여기를 알고 있다면 길을 안내해 주세요. 그럼 도의에 어긋나지 않는 일을 제외하고 무엇이든 들어 줄게요.”조건을 내세웠으니 두 사람의 답변을 기다리면 되었다.옥패에 관한 정보는 그만한 가치가 있으니까.“그…”아타는 흥분을 참지 못하고 자기 요구

  • 군신의 귀환   제2429화

    염구준은 앞으로 다가가 상자 뚜껑을 열고는 안에 물건을 뒤졌다.나머지 사람들은 고개를 한쪽으로 돌렸다.어떤 물건들은 그들이 봐서는 안 되기에 괜히 일을 만들고 싶지 않았다.왜냐면 중요한 물건일수록 아는 것이 적은 게 안전했다.염구준이 연 상자에 금은보화나 현금은 없고 누렇게 변색된 책들만 들어있었다.‘옥패는 없어.’세 번이나 뒤졌는데도 상자에는 책 외에 아무것도 없었다.왠지 황계웅 능구렁이가 옥패는 없으면서 스텔라성을 속여 저들의 옥패를 빼앗으려는 속셈인 것 같았다.그렇게 되면 옥패 4개를 갖게 되니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된다.수법은 대단했지만 실현하지 못해서 안타까울 지경이었다.이번에 책을 펼쳐보았다.‘꽁꽁 숨긴 것을 보면 폐지는 아니겠지.’염구준은 희망을 버리지 않고 이 책에서 옥패에 관한 기록이라도 기록되어 있길 바랐다.그러다 새것으로 보이는 책에 시선이 멈추었다.아타 일행은 염구준의 표정이 불쾌한 것을 보고 말없이 옆에서 기다렸다.그때 책을 뒤적거리던 염구준이 동작을 멈추고 입꼬리를 올리며 웃는 것이었다.“아타 장로, 노 문주님. 여기 와서 보세요.”아타와 노신기는 서로 눈을 마주친 후, 빠른 걸음으로 다가갔다.하지만 감히 책의 내용을 보지 못했다.염구준의 앞에서 못 볼 것을 봤다가 죽을까 봐 겁이 났다.“이 해역을 알고 있어요?”두 사람의 생각을 읽은 염구준은 책을 돌려서 보여주었다.“여기를 말씀하는 겁니까?”아타와 노신기는 거의 동시에 눈알이 튀어나올 것처럼 눈을 휘둥그레 떴다.종이에 쓰인 굵은 글씨체가 유난히 눈에 띄었기 때문이었다.‘유동심연.’이름만 봐도 평범하지 않은 곳이었다.게다가 상자에 넣은 종이에 지역 이름만 있고 항해 지도에 아무런 표시도 없었다.“알고 계신다면 말씀해 주세요.”염구준은 강요하지 않고 다정하게 물었다.필경 그들은 협력 관계지 상사와 부하는 아니니까.그가 이렇게 신경을 쓰는 이유는 책에 옥패에 관해 언급했고 그 장소는 유동심연의 바닥이기 때문이었다.[석양이 비추고 밀

  • 군신의 귀환   제2428화

    다만 천기문의 영역에서 일을 크게 벌이지 않았을 뿐, 상대방이 불복하고 한 무리가 쓸어온다면 함께 처리할 것이다.“전부 병원으로 이동해!”집사는 안간힘을 써서 일어서고는 부하들에게 분부했다.캐틀린 가문은 결국 꼬리를 내리고 떠났다.싸움이 드디어 끝났다.천기문 사람들은 마음이 후련했지만 마냥 기쁘지는 않았다.캐틀린 가문에서 자꾸 정약결혼을 구실로 천기문을 삼키는 것은 언젠가 벌어질 일이었다.그동안 온갖 핑계를 대면서 미루었는데 이제 모든 게 끝났다.코니가 천기문에서 폐인이 되었으니 상대방에게 복수할 핑계를 준 것이나 다름없었다.가장 먼저 나서서 질타한 사람은 노희연이었다.“당신, 천기문을 멸망시킬 셈이야?”코니가 가고 그녀를 압박하는 사람도 없으니 또다시 거만해지기 시작했다.“내가 하는 일에 네가 이래라저래라할 자격 없어. 만약 오늘 일로 그 가문에서 복수하러 온다면 내가 멸망시켜줄게.”염구준은 고개를 홱 돌려 그녀를 노려보며 우렁차게 말했다.그는 지금까지 충동적으로 일을 저지른 적이 없었다.매사마다 나중에 발생할 일까지 생각해서 만단의 준비를 했었다.그러니 이번도 마찬가지였다.날카로운 눈빛에 노희연은 마치 맹수가 노려보는 것 같아 등골이 오싹했다.한 바탕 화풀이하려고 했는데 전부 삼켜버리고 말았다.그녀는 제멋대로 굴어도 생각이 있고 목숨을 아낄 줄도 알았다.천기문의 사람들은 말은 하지 않았지만 얼굴에 불만이 가득했다.구두 약속은 아무도 믿지 않았기 때문이었다.염구준은 이 사람들에게 설명할 필요가 없어서 믿든 말든 상관하지 않았다.바로 그때 치료를 마친 그레이가 시큰둥하게 말했다.“흥. 염 선생이 당신들 도와 벨을 죽이고 천기문을 살렸는데, 그게 무슨 태도입니까?”염구준은 천기문의 도움이 필요했기에 진작에 사례금을 치른 셈이었다.다만 천기문의 사람들의 무공이 약해서 그것을 알아보지 못했을 뿐이었다.“그레이, 그게 정말입니까?”한 장로가 엄숙하게 물었다.전에 싸울 때 염구준이 나서는 걸 보지 못했으니 어떻게 벨을

  • 군신의 귀환   제2427화

    퍽! 퍽! 퍽!하지만 염구준은 여기서 멈추지 않고 간격을 좁히며 일련의 공격을 퍼부었다.강력한 주먹 앞에서 허둥지둥하던 집사는 결국 허점만 드러내고 일방적으로 얻어맞았다.그 장면을 본 천기문의 일행은 얼떨떨한 표정을 지었다.지금까지 무적이라 생각했던 반보천인이 맥없이 당할 줄은 꿈에도 생각 못했다.“반보천인을 구타할 정도면 어떤 실력일까?”“세상에, 내가 지금 꿈을 꾸는 건가?”“저, 저 사람 그레이보다 더 강해. 너무 강해서 소름이 돋아.”두 눈으로 보고도 믿을 수가 없었다.그중에서 노희연은 충격을 먹었는지 안색이 창백해졌다.아무리 교만해도 자신이 어떤 인물을 건드렸는지 깨달은 모양이었다.염구준은 그녀에게 따지지 않았을 뿐, 이제야 후회가 밀려왔다.두 사람의 싸움은 이제 막바지에 이르렀다.집사는 여전히 무방어 상태로 염구준에게 얻어맞았다.“푸악!”결국 집사는 피를 토하며 피바다에 쓰러졌다.몇 번이나 몸부림을 치며 일어나려고 했지만 꼼짝할 수가 없었다.이번 싸움에서 한 번도 반격하지 못했지만 이미 최선을 다했다.싸움이 시작해서부터 10분도 걸리지 않고 패배했다.아무리 반보천인이라도 실력이 강한 무술인 앞에서 학대를 받는 것 외에 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염구준은 정말 상식을 벗어날 정도로 강했다.관전하던 사람들은 충격에 말을 잇지 못하고 멍하니 쳐다만 보았다.“당, 당신은 절정 반보천인입니까?”집사는 입에 피를 머금고 의심스럽게 물었다.이렇게 될 줄 알았다면 처음부터 공격하지 않았을 것이다.캐틀린 가문은 공포스러운 무술인을 건드렸으니 어쩌면 큰 화를 초래할지도 모른다.염구준은 대답하지 않고 코니에게 다가갔다.“원래 따지지 않으려고 했는데 일을 이 지경으로 만들어서 곱게 넘어갈 수가 없네. 내가 널 못 죽일 것 같아?”퍽!그가 한 줄기 기운으로 코니를 날려버리자 벽에 부딪치고 말았다.“아니, 안 돼. 날 죽이지 마. 난 캐틀린 가문의 도련님이란 말이야!”코니는 겨우 일어서서 마치 악마를 본 것처럼 뒷걸음을

  • 군신의 귀환   제2426화

    염구준이 손에 힘을 주자 코니는 숨이 막혀 두 눈이 충혈되었다.이런 것들과 괜히 쓸데없이 말을 하고 싶지 않았다.옆에서 염구준의 매서운 눈빛과 보이지 않는 살기를 느낀 노신기는 설득해야 할지 망설였다.“다들 뭐해? 빨리 상자를 들고 와!”그때 집사가 옆에 있는 부하들에게 버럭 소리를 질렀다.이러다 큰일이 날까 봐 감히 맞서지 못했다.곧 부하 몇 명이 철제 상자를 들고 염구준의 앞에 가져다 놓았다.“당신이 말한 상자예요. 이제 도련님을 풀어주시죠?”집사는 곧 질식할 것 같은 코니를 보고 울먹거리며 말했다.오늘 코니가 여기서 죽으면 돌아가서 설명할 방법이 없었다.쿵!염구준은 상자가 멀쩡한 것을 확인하고서야 팔을 휘둘러 코니를 옆으로 던져버렸다.“노 문주님, 이제 상자를 열어주시죠.”그가 이곳에 온 것은 오로지 상자를 열기 위해서였다.그런데 귀찮은 일들이 연달아 생겨서 지금 기분이 몹시 언짢았다.“네. 한 시간만 주세요.”노신기는 지체하지 않고 상자를 들고 들어갔다.왠지 염구준이 그레이보다 실력이 강한 무술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콜록, 저… 저 자식 죽여줘.”죽을 뻔한 코니는 분노를 참을 수 없어 집사에게 명령했다.특히 사랑하는 여자 앞에서 창피를 당했으니 더욱 화가 나서 눈이 돌아갈 지경이었다.‘저 사람을 죽이라고?’집사는 속으로 철컥 겁이 났다.상대방의 실력도 모르는 상황에서 섣불리 나서기 어려웠다.“시간 낭비하지 마. 싸우고 싶으면 전부 덤벼.”염구준은 캐틀린 가문의 사람들을 둘러보았다.그의 적수가 될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현장에 다시 긴장감이 돌았다.염구준을 비난하기 좋아하던 노희연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조용히 지켜보았다.솔직히 방금 코니가 멱살을 잡힐 때 속으로 통쾌하기 그지없었다.“저놈을 죽여! 명령이야!”산발이 된 코니는 바닥에 엎드려 미치광이처럼 포효했다.어려서부터 캐틀린 가문의 후계자로 모두의 총애를 받고 자란 그는 이런 치욕을 한 번도 받은 적이 없었다.“공격해!”주인의 명령에 집사

  • 군신의 귀환   제2425화

    염구준은 노신기에게 더 급한 일이 생긴 것을 보고 재촉하기가 어려워 노희연에게 넌지시 한마디 물었다.“저 사람을 무서워하나 보지?”“그, 그럴 리가. 내가 누굴 무서워한다고 그래!”노희연은 무서워하면서도 아닌 척 태연하게 말했다.염구준이 얄밉지만 지금은 입씨름을 할 마음이 전혀 없었다.노신기가 앞으로 다가가며 예의 바르게 감사를 표했다.“코니 도련님,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제가 천기문을 대신해 감사 인사를 하겠습니다.”하지만 코니는 노신기를 무시하고 노희연에게 다가가 아부했다.“희연아, 네 소식을 받자마자 바로 달려왔어. 어디 다치지 않았어?”노희연은 어쩐 일인지 교만한 태도를 버리고 얌전하게 대답했다.“아니요. 고마워요.”지금 그녀의 모습은 온순한 고양이 같았다.코니가 손을 내저으며 함박웃음을 지었다.“우리 언젠가 부부가 될 텐데, 고맙다는 말은 안 해도 돼. 근데 누가 천기문을 습격했어? 내가 대신 복수해 줄게.”“스텔라성이요.”노희연이 고개를 숙이며 입안에서 웅얼거렸다.그러자 코니는 바로 독설을 멈추고 화제를 돌렸다.“참, 내가 입구에서 어슬렁거리는 놈들을 잡았는데, 천기문에 무슨 짓을 하려는 게 틀림없어.”“어서 데려와!”코니의 말에 천기문의 부하들은 이를 갈았다.방금 도망친 스텔라성의 부하인 줄 알고 무기까지 챙겼다.인질이 마당으로 들어온 순간, 천기문의 일행은 얼빠진 표정을 지으며 그레이를 쳐다보았다.코니가 잡은 사람은 바로 아타였다.생각해 봐도 정말 스텔라성의 부하였다면 코니가 잡아올 리가 없었다.노신기가 먼저 앞으로 다가가 아타를 풀어주면서 해명했다.“오해입니다. 이분은 천기문의 귀한 손님이에요.”그는 어렵게 모순을 해결했는데 다시 적이 될까 봐 걱정되었다.“하하하, 죄송해요. 워낙 도둑놈처럼 생겨서 내가 오해했군요.”코니는 어색하게 웃으면서 이 일을 넘어갈 생각이었다.솔직히 스텔라성의 세력 범위에 속해 있으면서 아타를 모를 리가 없었다.그는 쌍방이 적대 관계라 일부러 그런 것이었다.만약 그

  • 군신의 귀환   제2424화

    그레이가 필사적으로 싸운 것은 그에게 바라는 것이 있었기 때문이었다.하지만 염구준은 고개를 가로저으며 단호하게 거절했다.“나와 스텔라성은 작은 마찰이 있었지만 전면전을 벌일 정도는 아니야. 너희들이 압박에서 벗어나려면 자신의 능력으로 해결해야 해.”그는 상대방이 귀찮게 굴까 봐 확실하게 선을 그었다.솔직히 그동안 보고 듣고 한 결과, 스텔라성은 죽어 마땅한 놈들이라 횡포하는 꼴이 거슬리긴 했었다.“알겠습니다.”그레이는 실망하는 표정을 애써 감추며 계속 눈을 감고 치료에 집중했다.결국은 그의 실력이 약해서 다른 사람의 힘을 간절히 바라게 되었다.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천기문에서 드디어 결정을 내렸다.“염 선생님, 제가 질문 몇 가지 할 텐데, 솔직하게 대답해 주세요.”“얼마든지요.”염구준은 중요한 순간이라 명쾌하게 대답했다.그렇다고 천기문에서 열어주지 않아도 괜찮았다.시간이 많이 소모되어서 귀찮긴 해도 용하에 있는 노반백련문으로 가져가면 무조건 열 수 있을 것이다.오는 길에 벌써 천기문이 노반백련문에서 분리된 가문이라는 것을 조사했었는데 백 년 전에 무슨 실수로 쫓겨났다고 기록되어 있었다.노신기도 꾸물거리지 않고 바로 첫 번째 질문을 던졌다.“천기폭의 주인이 아직 살아 있습니까?”“죽었어요. 이제 상자는 제 것입니다.”염구준은 뒤에 선 장로들을 보며 솔직하게 대답했다.“도둑놈이네.”마침 기회를 잡은 노희연이 또 염구준을 비난했다.방금 아버지에게서 뺨을 맞은 것은 그가 나타나서 생긴 일이기 때문에 장본인에게 화풀이하고 있었다.“응?”노신기는 더 이상 문제를 일으키지 않으려고 딸을 노려보았다.이제야 딸을 어릴 때부터 지나치게 감싼 것이 후회되었다.다행히 눈빛 하나로 노희연은 또 맞을까 봐 얼굴을 감싸며 뒤로 물러섰다.“염 선생님, 딸의 말에 신경 쓰지 마세요. 다 제가 잘못 키워서 그래요. 주인이 있는 자물쇠라면 저희가 열어드리겠습니다. 하지만 반드시 비밀로 하셔야 합니다.”노신기는 미안한 마음에 유일한 조건을 제시

  • 군신의 귀환   제2423화

    “관둬.”염구준이 그레이에게 곁눈질하며 말했다.천기문에 부탁할 일이 있어서 왔는데 괜히 적이 되고 싶지 않았다.“알겠습니다.”그레이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원래 자리로 돌아가 다시 운기조식을 했다.반보천인이 염구준에게 깍듯하게 대하는 모습을 보고서야 다들 큰 인물이라는 것을 알아챘다.갑자기 염구준의 신분에 궁금증이 생겼다.“아빠한테 맞은 적이 한 번도 없는데, 어떻게 다른 사람 때문에…”억울한 노희연은 눈물을 흘리더니 얼굴을 감싸고 도망갔다.심각한 공주병을 앓고 있는 천기문의 아가씨였다.“다 내가 응석받이로 키워서 그래요.”노신기는 뛰어가는 딸의 뒷모습을 보고 한숨을 내쉬었다.지금 천기문은 참담한 손해를 보았는데 신비한 고수까지 찾아와서 딸을 챙길 여유가 없었다.그는 아버지이자 문주이기도 했다.염구준은 남의 가정사에 끼어들 기분이 아니었다.“노 문주님, 잠시 얘기를 나눠도 될까요?”“그럼요. 말씀하세요.”노신기는 그레이가 부르는 것처럼 그를 염 선생이라 불렀다.그 순간 왠지 귀에 익숙했지만 갑자기 생각나지 않았다.“제게 상자 하나가 있는데 천기폭이라는 자물쇠가 잠겨 있어요. 문주님이 열어줄 수 있다면 수고비는 섭섭치 않게 챙겨드릴게요.”염구준은 바로 용건과 후한 사례금을 말했다.방금 전에 자신이 벨을 죽인 것을 천기문에서 눈치채지 못했지만 설명하지도 않았다.어차피 죽여야 할 놈이라 나섰을 뿐이었다.“천기폭을 열어달라고요?”깜짝 놀란 노신기는 저도 모르게 목소리를 높이더니 이내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천기폭은 말처럼 쉽게 열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여는 게 어렵습니까?”염구준은 이해할 수 없었다.천기문에서 만든 자물쇠를 여는 것은 아주 쉬운 일일 텐데, 상대방의 반응이 너무 이상했다.노신기는 오해를 피하기 위해 급히 설명했다.“조상들이 세운 규정 때문이에요. 우리는 천기폭을 만들 수는 있지만 사적으로 열어주면 안 되거든요. 만약 열쇠를 잃어버렸다면 고객을 위해 열어줄 수 있지만 염 선생은…”염구준은 천기문의 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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