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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06화

Author: 잔영
“나한텐 뭐라 해도 좋지만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주지 마.”

아타의 말은 사람들의 이목을 끌기에 충분했다.

비록 그는 늙어서 성과를 이룰 희망도 없었고, 가문도 밋밋해서 높은 신분이 있는 사람도 아니었지만 이 바라해에서의 명망만큼은 누구도 무시할 수 없었다.

하지만 텍서는 이미 인내심이 바닥이 나 아타를 협박하기 시작했다.

“닥쳐, 늙은이. 더 떠들면 당신도 같이 죽여버릴 거니까!”

“텍서, 태도가 그게 뭐야?”

이때, 보다 못한 또 다른 반보천인이 나서서 그를 강하게 꾸짖으며 기운을 풀기 시작했다.

언뜻 보기엔, 정말 싸움이라도 벌일 기세였다.

“흥, 너희 마음대로 해. 하지만 내 앞길은 막지 마.”

상대방의 제지에 텍서는 더 이상 싸우지 않고 대신 높은 목소리로 주변 사람들을 향해 외쳤다.

“부자 되고 싶은 놈들만 따라와!”

그 말에 약 열 명 가량이 텍서의 편에 섰고, 나머지는 아타의 말을 듣고 얌전히 대기했다.

그들 눈엔 염구준이 이미 중상을 입었기에 대충 아무렇게나 공격을 해도 죽을 것 같아 보였다.

텍서는 단검을 들고 염구준의 앞으로 걸어가 방금 전에 깎인 체면을 되찾기 위해 상대방을 비웃기 시작했다.

“아까는 잘난 척했잖아? 일어나 보시지?”

말을 함과 동시에 텍서는 날카로운 단검을 염구준의 머리 위에 내리꽂으려고 했다.

강한 반보천인을 직접 죽였다는 이야기는 그가 남은 인생동안 허세를 부리기에 충분했다.

우웅.

그러나 갑자기, 검명이 울리더니, 염구준이 눈을 번쩍 뜨고는 순식간에 검을 움켜쥐고 위로 휘둘렀다.

이 일격은 번개처럼 빠르고, 갑작스러웠다.

곧 텍서의 팔은 어깨에서부터 잘려서 허공에서 높은 포물선을 그리며 바닥에 떨어졌다.

“끄아아악!!!”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파악한 텍서는 급히 혈자리를 눌러 출혈을 막으며 고통에 찬 비명을 질렀다.

그는 겉으로 보기엔 무력해 보이는 사람이 이런 검술을 펼칠 줄은 상상도 못 했다.

자만한 것이다.

염구준은 천천히 일어서며 검을 텍서에게 겨누었다.

“금이 탐났다면 그냥 가져가면 되지, 왜 굳이 죽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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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ugnay na kabanata

  • 군신의 귀환   제2407화

    “염 선생님, 오해 마십시오. 저희는 악의가 없습니다!”“텍서는 독단적으로 행동하다 죽은 것이니, 선생님 탓이 아닙니다.”아타는 다급히 휠체어를 밀며 앞으로 나와 더 깊은 오해를 만들지 않기 위해 서둘러 설명했다.이렇게 강한 반보천인을 건드리고 싶어하는 사람은 없었다.“그 말 진짜인 게 좋을 겁니다. 괜히 또 오늘 일을 마음에 담아두고 있지 마시고요.”염구준은 검을 거두고 검집을 등에 매고는 아무 미련도 없이 비휴산장 밖을 향해 걸어 나갔다.산처럼 쌓인 황금에는 눈길도 주지 않고 말이다.그 앞에 서 있던 10대 세력 대표자들은 염구준이 나오는 걸 보고 재빨리 양옆으로 길을 비켰다. 그들의 눈에는 모두 공포감이 어려있었다. 염구준이 시야에서 완전히 사라지자, 그제야 그들의 탐욕스러운 본성이 드러났다.“아타 장로, 저 금산은 어떻게 나눌 겁니까?”‘나눈다고?’이 말을 듣자마자 아타의 흐려있던 눈이 순식간에 날카롭게 바뀌었다. 그는 위엄 있게 말했다. “저 금산은 염 선생님의 전리품이야. 죽기 싫으면 아무도 손 대지 마.”“나는 저 금산을 현금으로 환전한 뒤, 전부 염 선생님께 전달할 거야.”바로 눈앞에 놓여있는 금산을 가지지 못한다니 적지 않은 사람들이 마음에 들지 않아 얼굴이 굳어졌다.바로 이때, 유일하게 남은 반보천인이 아타를 지지하며 나섰다.“저도 아타 장로님의 의견에 찬성합니다. 사람이 너무 탐욕스러우면 화를 부르는 법이죠.”...그의 지지에 분위기는 단번에 가라앉았다. 텍서가 죽은 지금, 그를 감당할 수 있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염구준은 손씨 그룹의 지사로 돌아가 모든 직원들에게 잠시 나오지 말라고 한 뒤, 손가을에게 후속 인력을 보내도록 했다.제임스의 배신 때문에 이곳의 직원들을 더 이상 믿을 수가 없어서 전면적으로 조사할 생각이었다. 마음에 걸리는 게 있는 이상 가만히 내버려 둘 수는 없었다.통화를 하며 그는 아내와 긴 대화를 나누었고, 다음 날이면 집에 돌아갈 예정이라고 알렸다.남편이 무사하다는 말에 손가을

  • 군신의 귀환   제2408화

    “하지만 실제로는 다른 사람들의 돈벌이 수단일 뿐입니다. 저도 이름만 장로지, 그들이 기르는 개에 불과하고요.”아타의 고백을 듣다 못한 그레이가 눈을 질끈 감고 외쳤다.“아버지!”염구준은 음식을 먹으며 그들의 이야기가 자신과 상관이 없다고 생각해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됐고, 요점만 말하세요.”이에 아타는 굳건한 눈빛으로 간절히 부탁했다.“염 선생님, 저희가 자유를 되찾을 수 있도록 제발 스텔라성을 없애 주세요.”“만일 그들이 사람답지 않게 굴고 당신들을 억압했다면 소탕 당해도 쌉니다.”염구준은 상황을 정확히 알지 못했기 때문에 모호하게 말했지만 아타의 부탁이 무리하다고는 느끼지 않았다.염구준의 대답에 아타와 그레이는 기뻐하며 고개를 숙였다.“정의를 위해 힘써 주셔서 감사합니다, 염 선생님.”그러나 염구준은 손을 저으며 덤덤하게 말했다.“하지만 그건 당신들의 일입니다. 저와는 상관없죠.”이곳은 국외이기 때문에 이 땅의 정의가 어떻든, 그가 나설 이유는 없었다.“당신...”그레이는 조롱당한 것만 같아 화가 치밀어서 반박하려 했으나 아타는 그를 제지하며 허탈하게 말했다.“그만 가자. 도와주든 안 도와주든 그건 부탁을 받은 이의 자유니까.”“폐를 끼쳤습니다.”“어젯밤 당신과 싸우던 중 도망친 루카와 슈카 형제도 스텔라성에서 온 사람들입니다.”아타는 마지막 정보를 남긴 뒤, 조용히 인사하고 휠체어를 밀며 나갔다.염구준의 힘을 빌리고 싶긴 했지만, 죽어라 매달리는 건 그의 방식이 아니었다.염구준은 식탁 위의 은행카드를 흘끗 보고는 빚지는 게 싫어 약속을 건넸다.“만약 박해를 받게 되면, 청해시로 오세요. 지켜드릴 테니까요.”작은 도움으로 이런 약속을 얻었으니 이건 나쁘지 않은 장사였다.“감사합니다.”그러나 아타의 표정엔 큰 변화가 없었다. 그는 어차피 죽어가는 몸이라 지키고 싶은 게 자신이 아니었기 때문이다.황계웅이 죽었으니 이제 모든 일이 끝난 셈이었다.염구준이 짐을 챙기고 지사 업무를 마무리하자 어느덧 오후가 되어버렸

  • 군신의 귀환   제2409화

    “기회를 줬는데도 굳이 죽으려고 드는 이유가 뭐야?”염구준은 짜증이 나기 시작했다. 본래는 싸우고 싶지 않았지만 멍청한 놈들이 덤비고 드니 안 싸우고 끝낼 수가 없었다.휙.그는 빠르게 몸을 돌려 자신을 향해 돌진해오는 반보천인을 무시하고 그레이를 공격하려는 전신위 사람들에게 달려갔다.이렇게 허접한 계략으로 그를 상대하겠다는 건 말도 되지 않았다. ‘이렇게 빠르다니!’염구준의 모습을 본 우두머리는 경악했다. 조금 전까지 막고 있겠다고 했지만, 상대방의 속도조차 따라잡지 못하는 데 막을 수 있을 리가 없었다.“계획 취소한다! 빨리 피해!”그가 지금 유일하게 할 수 있는 건 경고하는 것 뿐이었다.“합심 방어해!”전신위 경지의 사람들은 피할 수 없다는 걸 깨닫고 정면으로 맞붙기 위해 힘을 합쳤으나 속으로는 이미 절망에 빠졌다.“칠상권종극오의, 칠권합일!”쾅!염구준은 처음부터 최강의 권법으로 그들의 합동 방어를 뚫고, 전부 죽였다.이곳에서 더 이상 시간을 낭비하고 싶지 않아서였다.“당신, 제 뒤에 어떤 세력이 있는지 알고는 있습니까?”우두머리는 더 이상 무력으로 붙을 담력이 없어 말싸움을 하기를 선택했다.“흥, 내가 알 필요가 있나? 누구 뒤에는 세력이 없는 것처럼 구네.”염구준은 이런 협박성 발언에 이미 면역이 된 상태였다. 약한 놈일수록 늘 뒤에 누가 있다는 말을 꺼냈으니까 말이다.하지만 우두머리는 포기하지 않고 말을 이어갔다.“저는 스텔라성에서 왔습니다. 이 작은 바라해는 물론, 근방의 열 개가 넘는 해역에서도 막강한 영향력을 가지죠.”그러나 아무리 자신이 얼마나 대단한지 말해도, 염구준은 계속 짜증을 내며 그의 말을 끊었다.“꺼질 거야 말 거야?”“당신, 이건...”우웅.그가 말을 마치기도 전에, 염구준이 오른손으로 검결을 만들어 짙은 살기가 담긴 검기를 날렸다.‘떠드는 시간이면 이미 싸움 한판을 끝냈겠다.’염구준이 속으로 생각했다.쿵!우두머리는 전력을 다해 방어하며 반동력을 이용해 밖으로 나간 뒤, 허겁지겁

  • 군신의 귀환   제2410화

    그가 제일 싫어하는 게 바로 자신을 속이는 행위였다.한편, 바라해, 아타의 고성.평소 가족들이 휴식하며 웃음이 넘치던 고성의 정원이 오늘은 지옥이었다.아타의 가족 전원이 결박당한 채 정원 한가운데 내던져졌다.“영감, 황계웅의 물건 내놔. 우리도 영감한테 이러고 싶지 않으니까.”루카는 벽에 기대앉아, 칼끝으로 손톱을 다듬으며 태연하게 요구했다.그러나 아타는 고개를 저으며, 난처한 얼굴로 되물었다.“무슨 물건 말입니까? 전 모르는데요.”그는 상대가 무엇을 원하는지 짐작했으나 괜한 오해를 살까봐 언급하지 않았다.물건이 그의 손에 없다는 걸 설명할 길이 없었다.“옥패지. 더 설명이 필요해?”루카는 침착하면서도 느긋하게 말했다.이에 아타는 알겠다는 표정을 지으며 안도의 한숨을 쉬고는 연기하며 말했다.“옥패라면, 여기 제 목에 걸려 있지요.”루카는 피식 웃으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이번 임무가 생각외로 너무 순조롭게 풀렸기 때문이다.“하하, 그래, 이럼 좋잖아. 시간도 아끼고, 응?”하지만 옥패를 확인하는 순간, 그의 웃음은 얼어붙었고, 곧 분노가 대신했다.아타는 따라 웃으며 공손하게 말했다.“대대로 내려온 얼음빛 자수정 옥입니다. 루카 님께서 마음에 드신다면, 그냥 가져가셔도 됩니다.”옥의 품질은 뛰어났다. 이 정도 크기라면 값도 꽤 나갈 게 분명했다.하지만 그들이 찾는 것은 이것이 아니었다.“하하...”루카는 상대방을 보며 웃었지만, 그 웃음은 너무 싸늘하고, 음산했으며 보는 이들로 하여금 등골이 오싹해지게 만들었다. 푸욱!그는 웃음을 그치고 손에 든 단검을 아무렇게나 던져 옆에 있던 사람의 심장을 꿰뚫었다. “빗나가지 않아서 다행이네. 아니면 지금 죽은 게 하인이 아니라 영감 가족이었을 테니까 말이야.”이 갑작스러운 살인에 사람들은 그가 이때까지 헛소리를 한 게 아니란 걸 깨달았다. 정원의 분위기는 금세 얼어붙었다.목숨이 위협을 받자 사람들은 루카 대신 말하기 시작했다. “아버지, 그냥 가지고 계신 거 주세요! 저희는

  • 군신의 귀환   제2411화

    “그래 나야. 이만 꺼져도 돼.”염구준은 패배자에게 신경 쓰지 않고 무심하게 대했다.지금 그는 옥패에 대한 정보만 알고 싶을 뿐, 아타와 스텔라성 사이에 끼여서 괜한 참여하기 싫었다.… 루카는 난처했다.염구준은 이기지 못하겠고 임무도 포기할 수 없었다.그레이가 도망갈 줄 알았다면 미리 아타를 데리고 가라 했을 것이다.스스슥!루카는 먼저 선공격을 하려고 비밀 무기를 연거푸 던진 후 아타를 안고 담장으로 뛰었다.윙!“그런 뜻이라면 곱게 못 보내겠네.”염구준은 뒤쫓으며 한 줄기 검기로 루카의 앞길을 막고는 아타를 놓아주도록 그의 등에 검을 휘둘렀다.도망칠 길이 없고 근거리 싸움에서 사람을 안고 있는 것은 부담이 되었다.“염 선생, 멈춰. 바로 갈게.”루카는 계획이 수포로 돌아가자 말을 바꾸었다.“늦었어.”그렇다고 사정을 봐줄 염구준이 아니었다.방금보다 더 매섭게 검을 휘둘러 상대방의 방어를 뚫었다.상대방이 겁도 없이 자신의 실력을 떠보았으니 그만한 대가를 치러야 할 것이다.루카는 최강 반보천인 무술인이지만 결과를 짐작할 수 있었다.수십 번의 초식으로 부상을 입고 백 번의 초식 내에 생포되는 것은 시간 문제라는 것을.탁!그때 염구준은 손가락으로 루카의 단전을 막아 잠시 폐인으로 만들었다.“내게 무슨 짓을 했어?”이런 수법을 처음 보는 루카는 기운을 감지할 수 없게 되자 당황했다.탁!염구준은 시끄러워서 인상을 쓰며 손으로 그의 뒷목을 쳐서 기절시켰다.구조된 아타의 일가는 기쁜 나머지 서로 부둥켜 안으며 보듬어주었다.그들은 마치 구사일생을 겪은 것 같았다.“염 선생님, 고맙습니다.”아타는 가족들을 데리고 염구준의 앞에 오더니 깍듯하게 감사를 표했다.“별말씀을요. 그럼 옥패에 대해 말씀해 보세요.”염구준은 바로 용건을 말했다.그는 좋은 마음으로 아타를 구해준 것은 절대 아니었다.그레이를 슬쩍 보던 아타는 그가 폭로한 것을 알아챘다.이제 숨길 수도 없으니 옆 사람들을 물리치고 모든 것을 토로하려 했다.“고대 옥

  • 군신의 귀환   제2412화

    “시끄러워.”루카는 악마 같은 염구준을 건드리지 않으려고 목소리를 잔뜩 낮추었다.하루아침에 잘못된 선택으로 인해 이렇게 비참한 결과를 초래했으니 자업자득이나 마찬가지였다.염구준은 그의 태도가 마음에 드는지 첫 번째 질문을 던졌다.“너희들은 왜 아타가 옥패를 가졌다고 우기는 거지?”루카가 그를 힐끗 쳐다보니 어쩔 수 없이 입을 열었다.“황계웅의 손에 옥패 하나가 있었어. 마지막에 아타 장로가 장례를 치러줬으니 당연히 갖고 있다고 생각한 거야.”그 말에 아타는 당황하기 그지없었다.지금까지 큰 소동을 일으킨 것이 오직 의심 때문이라니, 옥패가 이토록 중요한 물건인 줄은 생각도 못했다.“황계웅이 정말 이런 옥패를 갖고 있단 말이야?”염구준은 호주머니에서 옥패 하나를 꺼내 보여줬다.상대방이 아무런 근거도 없이 괜히 일을 크게 벌인 것이 아닌가 싶었다.‘옥패야!’모든 사람들의 눈이 염구준의 손에 쏠렸다.그들도 옥패를 직접 보는 것은 처음이었다.스텔라성에서도 염구준의 손에 옥패가 있다는 사실을 진작에 알고 있었지만 감히 빼앗지 못했다.전신전의 실력이 그들보다 훨씬 강했기 때문이었다.염구준이 옥패를 거두며 말했다.“잘 봤으면 내 질문에 대답해.”옥패를 보여줘도 감히 빼앗을 사람은 없을 거라 자신했다.황계웅이 그의 옥패를 탐한 대가로 지금 한 줌의 유골이 된 것을 모두가 알기 때문이었다.루카는 망설이지 않고 전부 말했다.“우리는 옥패를 본 적이 없어. 황계웅이 자기한테 옥패 하나가 있다고만 말했지. 며칠 전에 스텔라성에 와서 사람을 빌려주면 나중에 자기 옥패를 주겠다고 했거든. 근데 지금 죽고 없어서 우린 옥패를 찾으러 왔을 뿐이야. 그러니까 염 선생과 적이 될 생각이 없어.”그의 말투는 점점 누그러 들면서 호의적인 태도를 보였다.염구준이 엄숙한 표정을 지었다.지금까지 상대방의 입에서 믿을 만한 정보를 하나도 얻지 못했다.그냥 황계웅의 손에 옥패가 있다는 말만 했을 뿐, 아무도 직접 확인하지 않았다.“이 사람 가두고 비휴산장으로

  • 군신의 귀환   제2413화

    끼익!차가 산장 입구에 멈추고 염구준과 아타는 다시 대전으로 들어가 옥패의 단서를 찾았다.황계웅의 재력으로 밀실이 하나도 없다는 것은 말이 안 되었다.산장 입구는 생각보다 시끌벅적했다.공터에 대형 트럭 몇 대가 세워져 있고 내부에서 사람들이 무거워 보이는 상자들을 나르면서 흥얼거리고 있었다.바라해에서 황계웅의 재산이 어마어마하다는 사실을 다 알고 있어서 지금 그들의 표정은 큰 수확을 거둔 것으로 마냥 기뻤다.비휴산장에 있는 귀중한 꽃과 화분마저도 가격이 엄청났다.“염 선생님!”그때 누군가 염구준을 발견하더니 뭐가 찔리는지 그 자리에 얼어버렸다.순식간에 모든 사람들의 시선이 그에게 쏠리더니 하나같이 겁을 먹은 표정을 지었다.그들이 나르는 물건은 엄격하게 말해서 염구준의 전리품이었다.“들어가서 보시죠.”염구준은 얌체처럼 공짜 이득을 챙기려는 일행을 무시하고 곧장 산장 내부로 들어갔다.솔직히 그 물건들은 눈에 차지도 않았다.하지만 상자를 나르던 일행은 염구준이 사라져도 움직이지 못하고 그 자리에서 기다렸다.그들은 10대 가문의 소속으로 그날 현장에 없었지만 수소문으로 다 들었었다.방금 봤던 사람이 황계웅을 죽였다는 것을 생각하면 저도 모르게 오금이 저렸다.별장 안에는 치고박는 소리와 욕하는 소리가 섞여서 현장이 난장판이 따로없었다.“이거 내가 먼저 발견했어. 그 손 놔.”“잘 들어. 먼저 손찌검하는 사람은 바로 죽여버려! 의리고 나발이고 생각할 것도 없어.”“뭐라고? 얼마든지 덤벼. 누가 무서워할 줄 알아?”원래 의리가 굳건하던 10대 가문은 지금 이익을 위해 서로 싸우는 지경까지 이르렀다.현장은 어제 염구준이 싸웠던 것만큼 참담했다.“여기 시끌벅적한데.”염구준은 이미 예상했는지 서로 물건을 빼앗는 그들을 보며 코웃음을 쳤다.엊저녁에 10대 가문에서 황계웅을 설득하러 왔었다.그런데 24시간도 안 되어서 남의 재산을 차지하려 들다니, 정말 아이러니했다.“염구준! 황금 산을 너한테 줬는데, 그걸로 부족해?”한 가문의 수

  • 군신의 귀환   제2414화

    일정이 변경되어서 아내에게 알려야 했다.“구준 씨, 무슨 일이 생겼어?”전화를 받자마자 손가을이 본능적으로 물었다.오랫동안 부부로 살았으니 말하지 않아도 서로가 어떤 말을 하려는지 무슨 마음인지 바로 알 수 있었다.손가을의 질문에 염구준은 대답하기 곤란했다.“여보, 여기… 돌발 상황이 생겨서 이틀을 더 머물러야 할 거 같아.”아침까지만 해도 오늘 돌아간다고 말했는데 갑자기 옥패에 관한 단서가 나타나는 바람에 도저히 돌아갈 수가 없었다.“알았어. 집은 걱정 말고 안전에 주의해.”손가을은 사려 깊게 염구준을 이해하고 지지했다.어떤 일들은 그녀가 도와줄 수 없으니 묵묵히 격려하는 수밖에 없었다.“알았어. 최대한 빨리 돌아갈게.”염구준은 마음 한구석이 따뜻해졌다.이렇게 훌륭한 아내가 있으니 더 바랄 것이 없었다.그리고 손씨 그룹에서 신에너지 프로젝트가 정식으로 시작되어서 안정되었고 가족들은 모두 무사하다는 등 얘기도 나누었다.이런저런 얘기를 나누었더니 한 시간이 훌쩍 지났다.결국 손가을이 회의에 참석해야 해서 아쉬운 마음으로 통화를 마쳤다.옆에서 그 모습을 지켜보던 사람들은 저마다 수근거렸다.“염구준이 악마라고 하지 않았어? 악마가 웃을 줄도 아네.”“그냥 소문이겠지. 나는 염구준이 좋은 사람인 거 같아.”“떠들지 말고 물건이나 찾아. 수 틀리기 전에 입 다물어.”하지만 염구준은 예리한 통찰력으로 그들의 대화를 전부 듣고 있었다.“뭐가 나왔어? 옥패와 관련 있는 거라도 상을 줄게.”그 말에 다들 얼굴이 굳어졌다.한 시간이나 넘게 찾았는데도 옥기조차 보이지 않았다.그보다 심각한 것은 옥패가 어떻게 생겼는지 한 번도 본 적이 없다는 것이다.10억 현상금을 얻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염 선생님, 여기 뭐가 있는 거 같습니다.”“망했어. 무슨 짐승이 저렇게 강해. 얼른 철수해!”스스슥!갑자기 무전기에서 다급한 아타의 목소리가 들리더니 멀리서 빨간 신호탄이 하늘로 치솟았다.무슨 변고가 생긴 것이었다.부하들은 저마다

Pinakabagong kabanata

  • 군신의 귀환   제2431화

    “총 몇 장입니까?”염구준은 너덜너덜한 항해 지도를 살펴보며 결정적인 질문을 던졌다.말투로 보아, 완전한 지도가 없이는 유동심연에 도달할 수 없을 것이고 그럼 정보를 알아도 헛수고란 걸 알 수 있었다.“전부 여섯 장입니다. 저도 한 장 가지고 있으니까요.”노신기는 말하면서 품에서 한 장을 꺼내 염구준에게 내밀었다.이 낡은 항해 지도는 조상 대대로 내려온 것으로, 쓸모없다는 걸 알면서도 다들 가보처럼 소중히 간직해왔었다.염구준은 노신기의 손에서 지도를 건네받은 후, 두 장의 지도를 맞춰보았지만, 도무지 맞춰지지가 않았다. 즉, 지금 당장은 이 두 장 모두 쓸모없다는 거다.“하아... 나머지 네 장은요? 단서 있습니까?”염구준은 할 수 없이 두 사람을 바라보며 혹시나 쓸만한 정보가 있을까하는 바람으로 물어보았다.유동심연에 관해서는 그도 오늘 처음 들은 것이라 아무것도 짐작할 수 있는 게 없었다.노신기는 작게 고개를 끄덕이며 옛 일을 회상하면서 입을 열었다. “있습니다. 누가 가지고 있는지 알고 있거든요. 캐틀린 가문, 레온 가문, 대어당, 그리고 안설홍이 각각 한 장씩 가지고 있습니다.”“여섯 장의 항해 지도의 출처는 같았습니다. 몇 세대 전까지만 해도 저희 여섯 세력은 동맹이었거든요. 하지만 나중엔... 후.”예전의 말을 하다가 노신기는 가슴 아픈 일이 생각나 한숨을 내쉬었다.만약 그 동맹이 유지되었더라면, 지금처럼 스텔라성의 성장도 없었을 테고, 오늘 같은 초라한 꼴도 보지 않았을 것이다.염구준은 점점 더 의문이 커졌다.“그럼 지도가 어디 있는지 다 알면서 왜 아무도 옥패를 찾으러 가지 않은 겁니까?”옥패의 큰 유혹력이라면 그들같이 작은 세력으로는 지키지 못했을 것이 뻔했다.“갔습니다. 기록에 따르면 백 년 동안 수십 번이나 갔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아무것도 찾지 못했고, 살아 돌아온 사람도 적었다고 해요.”“그리고 저희는 가라앉은 배에 있는 보물을 찾으러 간다고 들었습니다. 유동심연의 밑에 옥패가 있다는 걸 몰랐어요.”그들

  • 군신의 귀환   제2430화

    노신기는 인사를 건넨 후 딸에게 엄숙하게 말했다.“이따가 조용히 있어. 특히 윗사람들에게 무례하게 굴면 안 돼.”이번만큼은 농담이 아니었다.그는 사랑하는 딸이 염구준에게 찍힐까 봐 걱정되었다.방금 밖에서 발생한 일들을 장로들 통해서 들었는데, 지금도 충격에서 가시지 못했다.한 줄기 검기로 반보천인을 죽인 것도 모자라 캐틀린 가문의 후계자를 폐인으로 만들다니, 두 사건 모두 상상도 못할 전적이었다.“알겠어요. 아타 할아버지, 염 아저씨.”노희연의 태도는 전보다 친절했지만 염구준을 부르는 호칭이 조금은 늙어 보였다.“가자.”염구준은 그녀와 말다툼하는 것보다 유동심연에 대해 알고 싶었다.옥패에 관련된 일이라 더는 지체할 수 없었다.그렇게 네 사람은 서재에 들어왔다.책상 앞으로 다가가던 노신기가 황금 개구리의 머리를 잡더니 안으로 쑥 밀었다.끼익!그러자 바닥에서 수많은 금속이 튀어나오면서 공기도 통하지 못하게 주변을 차단하는 것이었다.다행히 방안의 전등이 켜져서 그다지 어둡지는 않았다.일분도 안 되는 사이에 서재가 밀실로 변했다.이것만 봐도 천기문은 기관술에 일가견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대단하죠? 이런 거 처음 보죠?”노희연은 집안 대대로 물려받은 기관술이 자랑스러워 뽐내고 싶었다.천기술은 노씨 가문의 자부심이었다.그때 노신기가 불쾌해하며 또 훈계했다.“한마디 더 하면 밖으로 내보낼 거야.”아버지가 화내자 노희연은 아까 맞은 뺨이 아직도 얼얼했는지 바로 고개를 끄덕였다. 염구준은 부녀의 대화가 끝난 후, 책상 위에 책을 펼치고 말하기 시작했다.“여기 정보를 보면 유동심연 밑에 옥패 하나가 있다고 해요. 가짜는 아닌 것 같은데 좌표가 어디에 있는지 모르겠어요. 두 분이 여기를 알고 있다면 길을 안내해 주세요. 그럼 도의에 어긋나지 않는 일을 제외하고 무엇이든 들어 줄게요.”조건을 내세웠으니 두 사람의 답변을 기다리면 되었다.옥패에 관한 정보는 그만한 가치가 있으니까.“그…”아타는 흥분을 참지 못하고 자기 요구

  • 군신의 귀환   제2429화

    염구준은 앞으로 다가가 상자 뚜껑을 열고는 안에 물건을 뒤졌다.나머지 사람들은 고개를 한쪽으로 돌렸다.어떤 물건들은 그들이 봐서는 안 되기에 괜히 일을 만들고 싶지 않았다.왜냐면 중요한 물건일수록 아는 것이 적은 게 안전했다.염구준이 연 상자에 금은보화나 현금은 없고 누렇게 변색된 책들만 들어있었다.‘옥패는 없어.’세 번이나 뒤졌는데도 상자에는 책 외에 아무것도 없었다.왠지 황계웅 능구렁이가 옥패는 없으면서 스텔라성을 속여 저들의 옥패를 빼앗으려는 속셈인 것 같았다.그렇게 되면 옥패 4개를 갖게 되니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된다.수법은 대단했지만 실현하지 못해서 안타까울 지경이었다.이번에 책을 펼쳐보았다.‘꽁꽁 숨긴 것을 보면 폐지는 아니겠지.’염구준은 희망을 버리지 않고 이 책에서 옥패에 관한 기록이라도 기록되어 있길 바랐다.그러다 새것으로 보이는 책에 시선이 멈추었다.아타 일행은 염구준의 표정이 불쾌한 것을 보고 말없이 옆에서 기다렸다.그때 책을 뒤적거리던 염구준이 동작을 멈추고 입꼬리를 올리며 웃는 것이었다.“아타 장로, 노 문주님. 여기 와서 보세요.”아타와 노신기는 서로 눈을 마주친 후, 빠른 걸음으로 다가갔다.하지만 감히 책의 내용을 보지 못했다.염구준의 앞에서 못 볼 것을 봤다가 죽을까 봐 겁이 났다.“이 해역을 알고 있어요?”두 사람의 생각을 읽은 염구준은 책을 돌려서 보여주었다.“여기를 말씀하는 겁니까?”아타와 노신기는 거의 동시에 눈알이 튀어나올 것처럼 눈을 휘둥그레 떴다.종이에 쓰인 굵은 글씨체가 유난히 눈에 띄었기 때문이었다.‘유동심연.’이름만 봐도 평범하지 않은 곳이었다.게다가 상자에 넣은 종이에 지역 이름만 있고 항해 지도에 아무런 표시도 없었다.“알고 계신다면 말씀해 주세요.”염구준은 강요하지 않고 다정하게 물었다.필경 그들은 협력 관계지 상사와 부하는 아니니까.그가 이렇게 신경을 쓰는 이유는 책에 옥패에 관해 언급했고 그 장소는 유동심연의 바닥이기 때문이었다.[석양이 비추고 밀

  • 군신의 귀환   제2428화

    다만 천기문의 영역에서 일을 크게 벌이지 않았을 뿐, 상대방이 불복하고 한 무리가 쓸어온다면 함께 처리할 것이다.“전부 병원으로 이동해!”집사는 안간힘을 써서 일어서고는 부하들에게 분부했다.캐틀린 가문은 결국 꼬리를 내리고 떠났다.싸움이 드디어 끝났다.천기문 사람들은 마음이 후련했지만 마냥 기쁘지는 않았다.캐틀린 가문에서 자꾸 정약결혼을 구실로 천기문을 삼키는 것은 언젠가 벌어질 일이었다.그동안 온갖 핑계를 대면서 미루었는데 이제 모든 게 끝났다.코니가 천기문에서 폐인이 되었으니 상대방에게 복수할 핑계를 준 것이나 다름없었다.가장 먼저 나서서 질타한 사람은 노희연이었다.“당신, 천기문을 멸망시킬 셈이야?”코니가 가고 그녀를 압박하는 사람도 없으니 또다시 거만해지기 시작했다.“내가 하는 일에 네가 이래라저래라할 자격 없어. 만약 오늘 일로 그 가문에서 복수하러 온다면 내가 멸망시켜줄게.”염구준은 고개를 홱 돌려 그녀를 노려보며 우렁차게 말했다.그는 지금까지 충동적으로 일을 저지른 적이 없었다.매사마다 나중에 발생할 일까지 생각해서 만단의 준비를 했었다.그러니 이번도 마찬가지였다.날카로운 눈빛에 노희연은 마치 맹수가 노려보는 것 같아 등골이 오싹했다.한 바탕 화풀이하려고 했는데 전부 삼켜버리고 말았다.그녀는 제멋대로 굴어도 생각이 있고 목숨을 아낄 줄도 알았다.천기문의 사람들은 말은 하지 않았지만 얼굴에 불만이 가득했다.구두 약속은 아무도 믿지 않았기 때문이었다.염구준은 이 사람들에게 설명할 필요가 없어서 믿든 말든 상관하지 않았다.바로 그때 치료를 마친 그레이가 시큰둥하게 말했다.“흥. 염 선생이 당신들 도와 벨을 죽이고 천기문을 살렸는데, 그게 무슨 태도입니까?”염구준은 천기문의 도움이 필요했기에 진작에 사례금을 치른 셈이었다.다만 천기문의 사람들의 무공이 약해서 그것을 알아보지 못했을 뿐이었다.“그레이, 그게 정말입니까?”한 장로가 엄숙하게 물었다.전에 싸울 때 염구준이 나서는 걸 보지 못했으니 어떻게 벨을

  • 군신의 귀환   제2427화

    퍽! 퍽! 퍽!하지만 염구준은 여기서 멈추지 않고 간격을 좁히며 일련의 공격을 퍼부었다.강력한 주먹 앞에서 허둥지둥하던 집사는 결국 허점만 드러내고 일방적으로 얻어맞았다.그 장면을 본 천기문의 일행은 얼떨떨한 표정을 지었다.지금까지 무적이라 생각했던 반보천인이 맥없이 당할 줄은 꿈에도 생각 못했다.“반보천인을 구타할 정도면 어떤 실력일까?”“세상에, 내가 지금 꿈을 꾸는 건가?”“저, 저 사람 그레이보다 더 강해. 너무 강해서 소름이 돋아.”두 눈으로 보고도 믿을 수가 없었다.그중에서 노희연은 충격을 먹었는지 안색이 창백해졌다.아무리 교만해도 자신이 어떤 인물을 건드렸는지 깨달은 모양이었다.염구준은 그녀에게 따지지 않았을 뿐, 이제야 후회가 밀려왔다.두 사람의 싸움은 이제 막바지에 이르렀다.집사는 여전히 무방어 상태로 염구준에게 얻어맞았다.“푸악!”결국 집사는 피를 토하며 피바다에 쓰러졌다.몇 번이나 몸부림을 치며 일어나려고 했지만 꼼짝할 수가 없었다.이번 싸움에서 한 번도 반격하지 못했지만 이미 최선을 다했다.싸움이 시작해서부터 10분도 걸리지 않고 패배했다.아무리 반보천인이라도 실력이 강한 무술인 앞에서 학대를 받는 것 외에 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염구준은 정말 상식을 벗어날 정도로 강했다.관전하던 사람들은 충격에 말을 잇지 못하고 멍하니 쳐다만 보았다.“당, 당신은 절정 반보천인입니까?”집사는 입에 피를 머금고 의심스럽게 물었다.이렇게 될 줄 알았다면 처음부터 공격하지 않았을 것이다.캐틀린 가문은 공포스러운 무술인을 건드렸으니 어쩌면 큰 화를 초래할지도 모른다.염구준은 대답하지 않고 코니에게 다가갔다.“원래 따지지 않으려고 했는데 일을 이 지경으로 만들어서 곱게 넘어갈 수가 없네. 내가 널 못 죽일 것 같아?”퍽!그가 한 줄기 기운으로 코니를 날려버리자 벽에 부딪치고 말았다.“아니, 안 돼. 날 죽이지 마. 난 캐틀린 가문의 도련님이란 말이야!”코니는 겨우 일어서서 마치 악마를 본 것처럼 뒷걸음을

  • 군신의 귀환   제2426화

    염구준이 손에 힘을 주자 코니는 숨이 막혀 두 눈이 충혈되었다.이런 것들과 괜히 쓸데없이 말을 하고 싶지 않았다.옆에서 염구준의 매서운 눈빛과 보이지 않는 살기를 느낀 노신기는 설득해야 할지 망설였다.“다들 뭐해? 빨리 상자를 들고 와!”그때 집사가 옆에 있는 부하들에게 버럭 소리를 질렀다.이러다 큰일이 날까 봐 감히 맞서지 못했다.곧 부하 몇 명이 철제 상자를 들고 염구준의 앞에 가져다 놓았다.“당신이 말한 상자예요. 이제 도련님을 풀어주시죠?”집사는 곧 질식할 것 같은 코니를 보고 울먹거리며 말했다.오늘 코니가 여기서 죽으면 돌아가서 설명할 방법이 없었다.쿵!염구준은 상자가 멀쩡한 것을 확인하고서야 팔을 휘둘러 코니를 옆으로 던져버렸다.“노 문주님, 이제 상자를 열어주시죠.”그가 이곳에 온 것은 오로지 상자를 열기 위해서였다.그런데 귀찮은 일들이 연달아 생겨서 지금 기분이 몹시 언짢았다.“네. 한 시간만 주세요.”노신기는 지체하지 않고 상자를 들고 들어갔다.왠지 염구준이 그레이보다 실력이 강한 무술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콜록, 저… 저 자식 죽여줘.”죽을 뻔한 코니는 분노를 참을 수 없어 집사에게 명령했다.특히 사랑하는 여자 앞에서 창피를 당했으니 더욱 화가 나서 눈이 돌아갈 지경이었다.‘저 사람을 죽이라고?’집사는 속으로 철컥 겁이 났다.상대방의 실력도 모르는 상황에서 섣불리 나서기 어려웠다.“시간 낭비하지 마. 싸우고 싶으면 전부 덤벼.”염구준은 캐틀린 가문의 사람들을 둘러보았다.그의 적수가 될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현장에 다시 긴장감이 돌았다.염구준을 비난하기 좋아하던 노희연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조용히 지켜보았다.솔직히 방금 코니가 멱살을 잡힐 때 속으로 통쾌하기 그지없었다.“저놈을 죽여! 명령이야!”산발이 된 코니는 바닥에 엎드려 미치광이처럼 포효했다.어려서부터 캐틀린 가문의 후계자로 모두의 총애를 받고 자란 그는 이런 치욕을 한 번도 받은 적이 없었다.“공격해!”주인의 명령에 집사

  • 군신의 귀환   제2425화

    염구준은 노신기에게 더 급한 일이 생긴 것을 보고 재촉하기가 어려워 노희연에게 넌지시 한마디 물었다.“저 사람을 무서워하나 보지?”“그, 그럴 리가. 내가 누굴 무서워한다고 그래!”노희연은 무서워하면서도 아닌 척 태연하게 말했다.염구준이 얄밉지만 지금은 입씨름을 할 마음이 전혀 없었다.노신기가 앞으로 다가가며 예의 바르게 감사를 표했다.“코니 도련님,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제가 천기문을 대신해 감사 인사를 하겠습니다.”하지만 코니는 노신기를 무시하고 노희연에게 다가가 아부했다.“희연아, 네 소식을 받자마자 바로 달려왔어. 어디 다치지 않았어?”노희연은 어쩐 일인지 교만한 태도를 버리고 얌전하게 대답했다.“아니요. 고마워요.”지금 그녀의 모습은 온순한 고양이 같았다.코니가 손을 내저으며 함박웃음을 지었다.“우리 언젠가 부부가 될 텐데, 고맙다는 말은 안 해도 돼. 근데 누가 천기문을 습격했어? 내가 대신 복수해 줄게.”“스텔라성이요.”노희연이 고개를 숙이며 입안에서 웅얼거렸다.그러자 코니는 바로 독설을 멈추고 화제를 돌렸다.“참, 내가 입구에서 어슬렁거리는 놈들을 잡았는데, 천기문에 무슨 짓을 하려는 게 틀림없어.”“어서 데려와!”코니의 말에 천기문의 부하들은 이를 갈았다.방금 도망친 스텔라성의 부하인 줄 알고 무기까지 챙겼다.인질이 마당으로 들어온 순간, 천기문의 일행은 얼빠진 표정을 지으며 그레이를 쳐다보았다.코니가 잡은 사람은 바로 아타였다.생각해 봐도 정말 스텔라성의 부하였다면 코니가 잡아올 리가 없었다.노신기가 먼저 앞으로 다가가 아타를 풀어주면서 해명했다.“오해입니다. 이분은 천기문의 귀한 손님이에요.”그는 어렵게 모순을 해결했는데 다시 적이 될까 봐 걱정되었다.“하하하, 죄송해요. 워낙 도둑놈처럼 생겨서 내가 오해했군요.”코니는 어색하게 웃으면서 이 일을 넘어갈 생각이었다.솔직히 스텔라성의 세력 범위에 속해 있으면서 아타를 모를 리가 없었다.그는 쌍방이 적대 관계라 일부러 그런 것이었다.만약 그

  • 군신의 귀환   제2424화

    그레이가 필사적으로 싸운 것은 그에게 바라는 것이 있었기 때문이었다.하지만 염구준은 고개를 가로저으며 단호하게 거절했다.“나와 스텔라성은 작은 마찰이 있었지만 전면전을 벌일 정도는 아니야. 너희들이 압박에서 벗어나려면 자신의 능력으로 해결해야 해.”그는 상대방이 귀찮게 굴까 봐 확실하게 선을 그었다.솔직히 그동안 보고 듣고 한 결과, 스텔라성은 죽어 마땅한 놈들이라 횡포하는 꼴이 거슬리긴 했었다.“알겠습니다.”그레이는 실망하는 표정을 애써 감추며 계속 눈을 감고 치료에 집중했다.결국은 그의 실력이 약해서 다른 사람의 힘을 간절히 바라게 되었다.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천기문에서 드디어 결정을 내렸다.“염 선생님, 제가 질문 몇 가지 할 텐데, 솔직하게 대답해 주세요.”“얼마든지요.”염구준은 중요한 순간이라 명쾌하게 대답했다.그렇다고 천기문에서 열어주지 않아도 괜찮았다.시간이 많이 소모되어서 귀찮긴 해도 용하에 있는 노반백련문으로 가져가면 무조건 열 수 있을 것이다.오는 길에 벌써 천기문이 노반백련문에서 분리된 가문이라는 것을 조사했었는데 백 년 전에 무슨 실수로 쫓겨났다고 기록되어 있었다.노신기도 꾸물거리지 않고 바로 첫 번째 질문을 던졌다.“천기폭의 주인이 아직 살아 있습니까?”“죽었어요. 이제 상자는 제 것입니다.”염구준은 뒤에 선 장로들을 보며 솔직하게 대답했다.“도둑놈이네.”마침 기회를 잡은 노희연이 또 염구준을 비난했다.방금 아버지에게서 뺨을 맞은 것은 그가 나타나서 생긴 일이기 때문에 장본인에게 화풀이하고 있었다.“응?”노신기는 더 이상 문제를 일으키지 않으려고 딸을 노려보았다.이제야 딸을 어릴 때부터 지나치게 감싼 것이 후회되었다.다행히 눈빛 하나로 노희연은 또 맞을까 봐 얼굴을 감싸며 뒤로 물러섰다.“염 선생님, 딸의 말에 신경 쓰지 마세요. 다 제가 잘못 키워서 그래요. 주인이 있는 자물쇠라면 저희가 열어드리겠습니다. 하지만 반드시 비밀로 하셔야 합니다.”노신기는 미안한 마음에 유일한 조건을 제시

  • 군신의 귀환   제2423화

    “관둬.”염구준이 그레이에게 곁눈질하며 말했다.천기문에 부탁할 일이 있어서 왔는데 괜히 적이 되고 싶지 않았다.“알겠습니다.”그레이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원래 자리로 돌아가 다시 운기조식을 했다.반보천인이 염구준에게 깍듯하게 대하는 모습을 보고서야 다들 큰 인물이라는 것을 알아챘다.갑자기 염구준의 신분에 궁금증이 생겼다.“아빠한테 맞은 적이 한 번도 없는데, 어떻게 다른 사람 때문에…”억울한 노희연은 눈물을 흘리더니 얼굴을 감싸고 도망갔다.심각한 공주병을 앓고 있는 천기문의 아가씨였다.“다 내가 응석받이로 키워서 그래요.”노신기는 뛰어가는 딸의 뒷모습을 보고 한숨을 내쉬었다.지금 천기문은 참담한 손해를 보았는데 신비한 고수까지 찾아와서 딸을 챙길 여유가 없었다.그는 아버지이자 문주이기도 했다.염구준은 남의 가정사에 끼어들 기분이 아니었다.“노 문주님, 잠시 얘기를 나눠도 될까요?”“그럼요. 말씀하세요.”노신기는 그레이가 부르는 것처럼 그를 염 선생이라 불렀다.그 순간 왠지 귀에 익숙했지만 갑자기 생각나지 않았다.“제게 상자 하나가 있는데 천기폭이라는 자물쇠가 잠겨 있어요. 문주님이 열어줄 수 있다면 수고비는 섭섭치 않게 챙겨드릴게요.”염구준은 바로 용건과 후한 사례금을 말했다.방금 전에 자신이 벨을 죽인 것을 천기문에서 눈치채지 못했지만 설명하지도 않았다.어차피 죽여야 할 놈이라 나섰을 뿐이었다.“천기폭을 열어달라고요?”깜짝 놀란 노신기는 저도 모르게 목소리를 높이더니 이내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천기폭은 말처럼 쉽게 열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여는 게 어렵습니까?”염구준은 이해할 수 없었다.천기문에서 만든 자물쇠를 여는 것은 아주 쉬운 일일 텐데, 상대방의 반응이 너무 이상했다.노신기는 오해를 피하기 위해 급히 설명했다.“조상들이 세운 규정 때문이에요. 우리는 천기폭을 만들 수는 있지만 사적으로 열어주면 안 되거든요. 만약 열쇠를 잃어버렸다면 고객을 위해 열어줄 수 있지만 염 선생은…”염구준은 천기문의 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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