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사람이 얘기할 때 황지열은 금비녀를 석벽에 있는 구멍에 꽂은 뒤 천천히 돌렸다.촤아악!그러자 반 리밖에 있던 바다위에 거대한 물보라가 일어나더니 이내 소용돌이를 일으키며 바닷물을 강력하게 흡수했다.그것이 입구였다.“나랑 같이 가자. 저기에 천인 경지를 돌파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황지열은 말하면서 먼저 뛰어들었다.그 말을 들은 도명현 일행은 뒤처지는 게 싫어서 연이어 소용돌이에 뛰어들었다.앞으로 그들에게 위험이 닥칠 수도 있지만 천인이라는 유혹을 이겨낼 수 없었다.염구준은 조급해하지 않고 석벽에서 금비녀를 뽑아버렸다.그래도 소용돌이는 사라지지 않았다.그는 황지영에게 다가가 금비녀를 돌려주었다.“이번에 황지열이 능력 있는 부하들을 데리고 갔으니 네가 삼선도를 통제할 수 있는 유일한 기회야. 내가 안에 들어가면 최대한 너를 도와 저들을 처리할게.”입구가 사라지지 않는다면 염구준은 걱정하지 않고 마음껏 싸울 수 있었다.“네, 알겠어요.”황지영이 고개를 세게 끄덕였다.지금 상황에서 그들도 삼선도를 떠날 수 없으니 스스로 목숨을 지키려면 본인에게 의지하고 강해져야 했다.한편, 황지광은 황지영만이 진정한 도주라 생각하며 속으로 기뻐했다.비록 입이 문제지만 황지영에 대한 충성은 거짓이 아니었다.“우리도 가자.”염구준은 백호 일행에게 말했다.“구준 삼촌, 꼭 살아서 돌아오세요. 희주가 집에서 기다리고 있어요.”황지영은 염구준의 뒷모습을 보며 걱정스럽게 말했다.부모가 없는 나날이 얼마나 고통스럽고 괴로운지 잘 알고 있었다.“걱정 마. 저들은 날 어쩌지 못해.”염구준은 손을 흔들며 소용돌이에 뛰어들었다.“공격!”바다속에 들어가자마자 염구준이 명을 내렸다.여기서 제대로 싸울 작정이었다.비록 부력 때문에 물속에서 전력으로 싸울 수 없지만 단진무성을 죽이는 것은 식은 죽 먹기였다.스스슥!그는 몇 갈래 기운으로 수영을 느리게 하는 적군을 쓰러트렸다.벌써 시체들이 바다위에 둥둥 떠올랐다.황지열은 이 시기에 염구준이 공격할 줄
염구준은 착지하자마자 몸을 숙여 주변을 경계하면서 살펴보았다.내다보면 이곳은 나무가 무성하게 자란 숲이고 하늘에 빛이 있지만 태양은 보이지 않았다.‘지심인가? 이공간이야?’이곳은 추룡대삼각 지대로서 지구에서 비교적 신비한 곳들 중 하나였다.여기서 발생하는 일들은 과학자들도 증명하지 못했다.‘가 보면 알겠지.’그는 검을 들고 일어서서 일단 한 방향으로 걸어갔다.아무 생각 없이 들어왔는데 이곳이 이렇게 클 줄은 생각도 못했다.천인의 비밀이 어디에 있는지 전혀 갈피를 잡을 수 없었다.그래서 일단 사방을 둘러보다 황지열의 부하를 찾으면 잡아서 물어볼 생각이었다.이 공간이 제발 작기를 바라면서 말이다.염구준은 걷다가 이곳의 식물들이 엄청 오래되었고 심지어 커다란 양치 식물도 존재한다는 것을 발견했다.공룡이 있을지는 아직 장담할 수 없었다.스스슥!갑자기 어떤 물체와 식물이 마찰하는 소리가 들렸다.염구준은 자신에게 다가오는 것을 알고 발소리에 귀를 기울였다.왠지 사람 발자국 소리 같았다.‘왔다.’인기척이 가까이 들릴 때 갑자기 달려들어 상대방을 제압했다.그러자 상대방이 벌벌 떨며 사정했다.“염구준 씨, 제발 죽이지 마세요. 저는 수도파에서 파견한 첩자예요.”반응은 늦지 않지만 그 말을 믿어야 할지 몰랐다.“몇 가지 질문에 대답하면 죽이지 않을게.”염구준은 그가 어느 파든 상관없었다.“네. 바로 대답할게요.”상대방은 살려고 고개를 세차게 흔들었다.삼선도 사람들은 모두가 능력이 있는 게 아니라 능력이 있는 자에게만 임무를 지시한다는 것을 발견했다.“천인 지역은 어디에 있어?”염구준이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아주 위험한 금지 구역입니다. 그곳은… 컥!”남자는 말을 끝까지 못하고 갑작스러운 공격을 당했다.구멍 난 가슴에서 피가 줄줄 흘러 그 자리에서 죽어버렸다.퍽!그의 가슴을 뚫던 물체가 여력을 발산하면서 염구준의 방어 기운까지 깨트리려고 했다.폭발한 힘이 약하지 않지만 방어 기운을 뚫지 못했다.자세히 관찰해 보니 물
스스슥!뱀은 거대한 몸뚱이를 비틀며 빠르게 기어갔지만 염구준의 공격 속도보다 늦었다.사람이 도착하기 전에 수십 개 검기가 뱀을 공격했다.매 검기가 공격할 때마다 뱀의 딱딱한 비늘과 살이 잘려 나가며 피를 흘렸다.부상을 입은 뱀은 이동하는 속도가 느려져서 바로 따라잡을 수 있었다.스스슥!더 이상 도망갈 수 없게 되자 뱀은 돌아서서 마지막 공격을 시도했다.궁지에 몰린 짐승은 제일 무서운 법이다.뱀은 제일 잘하는 꼬리 흔들기를 선보였지만 염구준이 가볍게 피했다.“이제 끝났어. 마지막 기회를 줬는데 실패했구나.”염구준은 점프하며 일검으로 뱀의 치명상을 찔러 죽였다.화는 풀렸지만 천인 지역은 어디에 있는지 여전히 알지 못했다.어쩔 수 없이 계속 찾아야 했다.그는 지체하지 않고 계속 숲 속을 돌아다니며 가끔 공격해 오는 생물들을 죽였다.이 생물들은 고대에 살았던 동물들이라 몸집들이 어마어마하게 컸다.가는 도중에 폐물이 된 비행기와 선함 잔해도 보았다.거기에 이끼와 풀들이 잔뜩 자란 것을 보아 아주 오래전부터 있었던 것 같았다.“끼니를 해결했다.”그가 숲을 지날 때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렸다.하지만 그것은 용하의 고대어로서 현대 사투리보다 더 생소했다.전방에 여섯 명 되는 사람이 다양한 무기를 들고 사냥감을 어깨에 메고 있었다.보아하니 방금 사냥을 한 것 같았다.염구준은 기척을 내지 않고 조용히 뒤를 따랐다.이곳에 거주하는 원주민이라면 거주지나 마을이 있을 것이다.반나절이나 헤맸더니 드디어 쉴 곳을 찾았다. 만약 마을에 간다면 무엇이라도 알아낼 수 있을 것 같았다.한 시간 후, 음식 냄새를 맡은 염구준은 그제야 미소를 지었다.눈앞에 작은 마을이 나타났고 주변에 나무로 지은 담장 위에서 한 사람이 보초를 서고 있었다.담장 위에 오래된 대포가 유난히 눈에 띄었다. 왠지 배에서 뜯어온 것 같았다.여섯 명은 입구에 도착해서 나무 문을 열고 들어갔다.염구준은 다가가서 그들과 교류하려고 시도했다.여기서 잠시 머물면서 단서를 찾을
“알겠어.”염구준은 혼자서 늑대들을 상대했다.앞으로 저벅저벅 걸어가자 늑대들은 그가 도전장을 내민 것으로 간주했다.“오우~!”늑대 한 마리가 다시 울부짖자 나머지 늑대들이 염구준을 향해 공격했다.스스슥!염구준은 절대 봐주지 않고 검을 휘두르며 무자비하게 한 마리씩 죽였다.원시적이고 잔혹한 세계에서 누가 먼저 잘못했다는 것을 따져도 소용이 없었다.오로지 살기 위해서 목숨을 걸고 싸웠다.늑대들이 저마다 울부짖으며 염구준을 포위하며 공격했지만 가까이 가면 참살을 당해 더는 다가가지 못했다.나무 담장 위에서 그 장면을 보던 원주민들은 입을 떡 벌이고 말을 잊지 못했다.전에도 늑대들이 마을을 포위한 적이 있었지만 번마다 참담한 대가를 치렀다.맹렬한 호랑이가 나타나도 늑대 무리를 감당하지 못했다.“오우~!”다시 울음소리가 들리자 흥분한 늑대들이 미친듯이 공격을 퍼부었다.‘드디어 널 찾았다.’염구준은 앞을 가로 막는 늑대들을 물리치고 숲으로 돌진했다.늑대왕이 무리를 통제하면서 교활하게 빠른 속도로 이동하고 있었다.그는 소리를 추적하면서 늑대왕을 찾아냈다. 늑대왕 옆에 두 마리 측근도 있었다.“안 꺼질 거면 여기서 죽어!”염구준은 늑대를 물리치고 마을에 들어가고 싶지, 여기서 전부 죽이고 싶지 않았다.그의 뜻을 알아챈 것처럼 늑대왕이 머리를 숙이고 뒤로 물러섰다.“뭐야, 쫄았어?”염구준은 더는 공격하지 않고 마을로 가려고 몸을 돌렸다.스스슥!바로 그때 두 그림자가 염구준을 습격했다.늑대왕의 측근이었다.“죽고 싶어?”염구준은 싸늘하게 내뱉으며 뒤로 검을 휘둘러 한 마리를 죽였다.동시에 왼쪽 주먹으로 나머지 한 마리도 무찔러 죽였다.순식간에 두 마리 늑대가 참살되었다.습격하는 계략은 좋았지만 실력 차이가 있기 때문에 소용이 없었다.그는 여기서 멈추지 않고 바로 돌아서 늑대왕을 향해 돌진했다.살길을 주었는데 뒤통수를 친다면 가차 없이 죽여버려야 했다.“오우~~~~~!”두 측근을 잃은 늑대왕은 화났는지 울음소리가 달라
“영웅을 환영합니다. 방금 엄청 용감했어요.”“앞으로 안심하고 여기서 지내세요. 우리 마을은 강하답니다.”“여기는 어떻게 오셨어요?”염구준이 마을에 들어서자 다들 반갑게 맞이하며 꽃다발과 박수를 보냈다.아까 전에 염구준에게 대포를 겨냥했던 일은 말끔히 잊은 뒤였다.이곳에서 실력이 모든 것을 결정했다.염구준이 주변을 둘러보았다.별의별 인종 사람들이 다 모인 것이 새삼스러웠다.용하 고대어를 하는 사람들은 오래전부터 여기서 생존했던 원주민이고 다른 나라 언어를 하는 사람들은 이곳의 생존자일 것이다.여기서 위험한 환경을 대처하기 위해 모든 사람들이 모였다.“당신들 족장을 뵙고 싶어요.”염구준은 큰소리로 외치며 분위기를 제압했다.원래 아무 사람이나 붙잡고 물어보고 싶었지만 지금 위세를 보아 족장을 찾아 담화해야 할 것 같았다.여기서 주먹이 제일이니까.“제가 길을 안내하겠습니다.”한 남자가 건들거리면서 다가왔다.방금 염구준이 혼자서 늑대 무리를 물리치는 것을 보고 실력이 족장을 초월했다는 것을 알아채고 미리 아부할 계획을 세우고 있었다.“길을 안내하세요.”그가 어떤 목적을 갖고 접근하든 염구준은 사양하지 않았다.낯선 곳에서 아는 사람도 없으니 누가 길을 안내하는 것만으로도 만족했다.남자는 나이가 있어 보이고 너덜너덜해진 옷으로 보아 파일럿 같았다.“이름이 뭐예요?”가는 길에 염구준이 물었다.그가 먼저 이름을 묻자 남자는 기뻐하며 대답했다.“케빈이에요. 40년 전에 비행기를 타고 이곳을 경유하다가 이유도 모른 채 이곳에 들어왔어요.”그때 상황은 정말 갑작스러웠다.“용하에 가려고 정보를 알아보는 중이죠?”염구준이 흥미로운 질문을 던졌다.추룡대삼각 지대는 용하의 해역이라 해외 비행기는 함부로 들어올 수 없었다.“역시 똑똑하시네요. 그런데 여기에 갇혀서 정보 따위 소용없게 되었어요.”케빈이 갑자기 눈물을 흘렸다.“여기 상황을 말해 보세요.”염구준은 그가 누군지 따지지 않았다.필경 40년 전은 그가 태어나지도 않았으니까.
“짐승들에게 전력을 사용할 필요가 있을까요?”사람이 착하면 오히려 당하기 마련이니 염구준은 거만하게 대답했다.“하지만 당신은 틀렸어요. 늑대를 남겨야 여기 사람들이 위험에 처했을 때 우리가 나설 수 있어요. 그래야 우리 가치를 보여줄 수 있거든요.”족장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목소리만 들렸다.그래도 염구준은 신경 쓰지 않고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여기서 위험한 금지 구역이 어딘지 아십니까?”“전주님, 여전히 성급하시네요.”족장은 말하는 동시에 요염한 자태를 드러냈다.“붉은 장미?”염구준은 바로 그녀를 알아봤다.몇 년 전에 동양국 해전에서 적들의 함대를 거의 전멸시켰을 때 붉은 장미는 상대방의 사령관이었다.그때 패배한 적들이 작은 배를 타고 도망쳤는데 이곳에 왔을 줄은 생각도 못했다.“맞아요. 전주님이 저를 기억하실 줄이야.”붉은 장미의 말에 가시가 섞여 있었다.“실력이 형편없어서 조금 인상이 깊었어요.”그때 붉은 장미의 싸움 실력은 마치 소꿉놀이하는 것 같았다.그녀는 자신의 상처가 드러나자 웃음을 거두고 싸늘하게 말했다.“잘난 척하지 마세요. 그동안 무술에 몰두했고 이곳의 약재를 복용하여 이미 전신지상에 도달했어요. 한때 적이었지만 일면식이 있는 사이니 내 남총이 되어준다면 평생 지켜줄게요.”마음이 여린 것 같지만 평생 그에게 복수하려고 노예를 하라는 말이었다.함선이 파괴되고 이런 곳에 갇혀서 살았으니 분노하지 않을 리가 없었다.“일단 내 질문에 대답하세요.”염구준은 담담하게 말했다.남총이고 뭐고 변태 같은 짓거리는 절대 사양이었다.“흥, 좋게 말을 해도 듣지를 않다니 무력을 써야 말을 듣겠네.”화난 붉은 장미는 바로 손을 들어 공격했다.스스슥!예고도 없이 두 암기를 발사했지만 염구준은 들어올 때부터 미리 경계하고 있었다.그는 가볍게 옆으로 물러서며 공격을 피했다.이어서 붉은 장미가 한 손에 뼈다귀를 들고 힘껏 아래로 내리쳤다.환경 때문에 이곳 사람들은 생존하기 위해서 처음부터 전력으로 싸웠다.윙!염구준은
“아주 좋아요. 짐을 챙기고 내일 출발합시다.”염구준은 말을 마치고 돌아서 밖으로 나갔다.그녀가 도망칠 걱정은 1도 하지 않았다.반천인 실력을 보여줬으니 오히려 그에게 빌붙을 것이다.실력이 강한 사람이 여기서 탈출할 기회가 더 많으니까.“전주님, 저녁에 내 처소에 쉬러 오시겠어요?”붉은 장미는 그의 뒷모습을 보며 애처롭게 물었다.“쓸데없는 생각은 집어치우고 할 일이나 하세요.”그의 마음속에 이미 손가을이 있어서 미인계는 아예 통하지 않았다.“휴.”그가 시야에서 사라지자 붉은 장미는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그제야 옷이 식은 땀에 흠뻑 젖은 걸 발견했다.염구준을 봤을 때 복수하고 정복하고 싶었다.하지만 지금은 오히려 그녀가 정복당한 것 같았다.세상 일은 정말 알 수 없었다.“언젠가 내 손아귀에 넣을 거야.”붉은 장미는 한참을 불평을 늘어놓다가 짐을 챙기기 시작했다.지금 그녀의 심정은 매우 복잡했다.염구준을 죽이고 싶으면서도 그가 이곳에서 데리고 나가주길 바랬다.홍분 마을은 원시 사회 같아서 한 시도 있고 싶지 않았다.염구준은 케빈을 앞장세워 필요한 물건을 보충하러 갔다.이번 행차는 갑자기 오는 바람에 구자검 외에 아무도 챙기지 않았다.두 장의 늑대 가죽으로 생각보다 많은 물건을 바꿀 수 있었다.“이걸 당신한테 줄게요. 내일 여기서 떠납니다.”염구준은 일부분을 케빈에게 주었다.“부디 성공하길 바라요.”케빈은 물건을 받고 떠났다.그는 이곳에 40년을 살면서 이미 환경에 적응되었기에 떠나고 싶지 않았다.아침에 두 사람이 마을을 떠날 때 마을은 떠들썩했다.강자의 도움 없이 이 숲에서 생존하는 것은 불가능했기 때문이다.하지만 다른 사람이 결정한 일에 그들은 간섭할 수 없었다.“빨리 오세요. 밥을 안 먹었어요?”앞장선 염구준이 재촉했다.“갑니다.”붉은 장미는 빠른 걸음으로 뒤를 따르면서 속으로 그를 욕했다.그녀는 작고 큰 가방들을 잔뜩 챙겼다.그중에는 보름 정도 먹을 식량도 있었다.전신지상의 실력이 아니라면 이
이미 들켰는데도 공격을 하다니 염구준은 헛웃음이 나왔다.윙!두 사람은 기운을 밖으로 발사하며 화살을 막아냈다.“숨어 있지 말고 나와.”염구준은 숲에 대고 고함을 지르며 어마어마한 기운으로 상대방의 고막을 자극했다.곧 열 명 넘는 그림자가 석궁을 들고 나타났다.“장미 아가씨, 짐을 바리바리 싸 들고 여기서 도망치려는 거야?”덩치가 건장한 사내가 비아냥거렸다.“똥개, 냄새 나는 주둥아리 닥쳐!”붉은 장미가 버럭 화를 냈다.두 사람의 말투를 보니 서로 아는 사이인 것 같았다.똥개는 다른 마을의 족장으로 서로 왕래하는 사이였다.염구준이 고개를 돌려 그녀를 쏘아보았다.“그쪽이 정보를 흘렸어요? 감히 매복해서 나를 습격했어요?”덜컥 겁을 먹은 붉은 장미는 풀썩 주저 앉으며 다급히 설명했다.“전주님, 아니에요. 저놈이 왜 여기 있는지조차 몰라요.”그 모습을 보니 거짓말은 아닌 것 같았다.“말로 해서 누가 믿어요. 행동으로 증명하세요.”염구준은 주변 나무에서 과일을 따더니 옆에 있는 돌 위에 털썩 자리 잡고 앉았다.증명하는 방법은 상대방과 싸우거나 죽이는 것이다.그녀는 정말 욕을 퍼붓고 싶었다.“장미, 저 녀석 네 남자야? 그렇게 무서워? 성격이 영 별로인 거 같은데 이 오빠를 따라와. 하하하.”그 장면을 보던 똥개가 조소를 날렸다.그동안 화풀이를 못해서 답답했는데 똥개의 말을 듣는 순간 붉은 장미는 분노를 억누르지 못하고 폭발해버렸다.“이 자식, 그냥 죽어!”그녀는 뼈다귀를 쳐들고 똥개를 향해 공격했다.관련 없는 사람들은 끼어들 수 없다는 것을 눈치채고 멀리 피해 있었다.두 사람은 처음으로 대결하는 것이 아니어서 서로 어떤 무공을 깨달았는지 잘 알고 있었다.실력은 엇비슷했다.염구준은 어설픈 대결을 보고 충고했다.“상대방 하체가 불안정하니까 하체를 공격하세요. 그리고 저놈이 공격하기 전에 잠시 멈추는 습관이 있어요.”몇 가지 초식만 봐도 염구준은 상대방의 약점을 발견했다.붉은 장미는 깜짝 놀랐다.그녀는 몇 번이나 싸
얼마 전까지만 해도 각 세력들은 세라와 관계가 좋았지만 지금은 그녀가 스텔라성과 엮여서 믿을 수가 없었다.베르가 말한 동맹도 결국은 이익을 기초로 하기 때문에 큰 의미가 없었다.“염병할 놈!”베르는 염구준이 사라진 곳을 향해 소리를 질렀다.“에취!”한편, 바다의 동굴을 지나던 염구준이 재치기를 하더니 귓구멍을 파며 중얼거렸다.“또 어떤 놈이 뒤에서 나를 욕하는 거야?”그는 이미 수백 미터 안으로 들어가면서 동굴을 살펴보았다.오래전에 인공으로 만들어진 동굴로서 지하수도로 사용했거나 육지에서 지각이 변화하여 이곳에 가라앉을 가능성도 있었다.이제 동굴 내부에 완전히 적응되어서 속도를 낼 때가 되었다슝!위험도 없고 갈림길도 없으니 팔다리를 빨리 저으며 앞으로 전진했다.동굴 끝에 무엇이 있는지 참 기대가 되었다.그것이 고대 옥패라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말이다.푸!가는 도중에 갑자기 장어 같은 바다 동물의 습격을 받았지만 아무런 위협이 되지 않았다.‘누가 있어.’얼마나 헤엄쳤는지 모르겠지만 눈앞에서 어두운 그림자가 앉아 있는 것이 보였다.염구준은 그 사람의 생사를 알 수 없어 한 줄기 검기를 발사했다.아무런 움직임이 없는 것을 보고 죽은 사람이라 생각했다.가까이 다가가 보니 잠수복을 입은 시체는 부패되지도 않고 마치 자는 것처럼 보였다.그 옆에 커다란 가방이 있었는데, 열어보니 황금, 비취. 진주 등 값나가는 보물들이 잔뜩 들어 있었다.“진짜 보물이 있었네. 고대 옥패도 있을까?”그는 작은 소리로 중얼거리며 보물이 가득한 가방은 뒤로 한 채 계속 안으로 깊숙이 들어갔다. 안으로 들어갈수록 시체들이 점점 더 많이 나타났다.염구준은 궁금했다.왜 시체들이 하나 같이 상처도 입지 않고 평온한 표정으로 죽었는지 말이다.이상한 상황으로 하여금 점점 주변을 경계하게 만들었다.앞으로 더 나아갔을 때, 동굴은 사라지고 넓은 공간이 나타났다.이곳이 바로 목적지인 것 같았다.그리고 내부를 살펴보려고 수십 발의 불꽃을 발사하던 염구준
찾겠다고 약속했던 보물이며 고대 옥패는 코빼기도 보이지 않았다.그때 누군가 가슴이 벅차오르는 소식을 전했다.“절벽 위에 동굴이 있어요!”“여기에도 있어요. 불덩어리를 던졌는데 끝이 보이지 않아요!”“동굴에서 100그람되는 금덩어리를 발견했어요!”드디어 보물이 나타났다는 말에 다들 동료를 잃은 슬픔에서 금세 벗어났다.“일단 경거망동하지 말고 우리 대책부터 세웁시다.”중요한 순간에 베르가 나서서 대국을 주재하려 했다.염구준을 고립시키고는 각 세력들을 이용해 더 많은 것을 차지하려는 수작이었다.“부성주님, 어떻게 하면 좋겠습니까? 합리적인 대안이라면 지시를 따를게요.”메노스가 환심을 사려고 스텔라성의 편에서 말했다.염구준의 실력이 너무 강해서 맞설 자신이 없었기 때문에 저들의 도움이 필요했다.나머지 가주들은 드디어 줄을 서야 하는 때가 온 것을 알고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줄을 서는 것은 언제나 어려운 선택 문제였다.만약 잘못 선택하면 아무런 이득은 보지 않고 끝없는 재앙만 맞이할 것이다.…그 외에 무술인들은 가주들이 중요한 일을 논의하는 것을 알고 조용히 대기하고 있었다.몇몇 사람들이 토론한 결과로 대다수 사람들의 생사를 결정할 것이다.“염 선생은 대책이 있습니까?”노신기가 긴장이 흐르는 분위기를 깨고 떠보듯 물었다.지금 염구준은 혼자서도 스텔라성를 상대하기 충분했다.다들 대답을 기다리고 있을 때 염구준이 한 동굴 입구에 서서 말했다.“상의할 게 뭐가 있어요? 보물이 보이면 능력에 따라서 챙기면 되죠. 실력이 있으면 많이 챙기고 없으면 바닷물이나 마시다 가면 되죠.”그 말 뜻은 물질적이지만 현실적이기도 했다.지금 각 세력들이 꿍꿍이를 세우고 있으니 아무리 상의를 해도 진심이 아닐 것이다.어차피 나중에 사이가 틀어질 텐데, 지금 이 자리에서 분명하게 말하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염구준의 말을 들은 베르는 각 세력들의 마음이 돌아설까 봐 바로 안색이 어두워졌다.“염구준, 지금 분열을 일으키는 거야? 절대 용납할 수 없어.
어떤 무술인들은 적대 관계이고 위에서 아무런 태도도 드러내지 않았지만 감사의 눈길을 보냈다.베르 일행은 아무 일도 발생하지 않은 것처럼 침묵하고 있으니 염구준을 칭찬하는 것은 더 불가능했다.“이곳은 위험해서 항상 조심하세요. 그렇다고 매번 도와줄 수 없어요.”염구준은 무덤덤하게 말했다.어차피 이번만 도와줄 거라 뻔뻔하게 구는 사람이 있어도 마음에 두지 않았다.그때 통신기에서 당황한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렸다.“저기 모래벌레 무리가 오고 있어요!”그 말에 다들 다시 안절부절했다.염구준이 재빨리 통신기에 대고 모두를 진정시켰다.“당황하지 마세요. 대부분 바닥으로 들어가고 몇 마리만 뒤를 따라왔을 겁니다.”땅으로 돌아가지 않은 모래벌레들은 전부 그의 검에 잘렸기 때문이었다.다들 안심하고 싸울 준비를 할 때, 꽃무늬 셔츠를 입은 젊은이가 공을 들고 앞에 나섰다.이곳까지 오면서 나약한 실력 때문에 항상 타인의 보호를 받았는데, 왜 이제야 나서는지 다들 알지 못했다.“썩을 놈의 벌레야! 첨단 과학기술의 위력을 보여 줄게!”젊은이가 건방지게 말하며 손에 든 공을 힘껏 던져버렸다.“안 돼!”메노스가 나서서 말렸지만 공을 이미 던져서 늦어버렸다.갑작스러운 행동에 다들 무슨 영문인지 몰랐다.“방어!”염구준이 고함을 지르며 기운으로 호체 기운을 끌어냈다.반보천인인 염구준마저 긴장하게 만들다니, 모두 젊은이가 던진 공은 틀림없이 대단한 물건이라고 생각했다.펑!공이 수십 미터 떨어진 곳으로 흘러서 올라간 순간, 엄청난 에너지를 발산하면서 마침 달려오는 모래벌레들을 순식간에 폭발시켰다.물속에서도 이 정도로 강력한 위력을 발휘하다니, 보기만 해도 감탄이 흘렀다.“악!”그런데 에너지가 빠른 속도로 물속에서 퍼지더니 사람들의 몸에 부딪치며 오장육부에 침투되었다.순식간에 거대한 생물체를 몇 마리나 제거했으니 사람에 미치는 영향도 치명적이었다.실력이 약한 무술인들은 얼마 버티지 못하고 바로 죽었다.퍽!가장 먼저 공격받은 젊은이는 충격에 한참이나
“알겠습니다.”“네.”두 사람은 대답하자마자 각자 맡은 20명이 넘는 부하들을 이끌고 심해 모래벌레가 드문 변두리 지역으로 향했다.실력이 뛰어난 무술인 두 명이 앞장서서 길을 터주고 있으니 모든 것이 순조로웠다.가장 중요한 것은 이로서 부하들의 사기가 다시 돌아왔다는 것이다.그 장면을 본 남은 세력들도 벗어날 방법을 생각했는지 부하들에게 고함을 지르기 시작했다.“살고 싶으면 빨리 천기문의 뒤를 따라가!”지금 염구준이 뒤를 맡고 있었기에 그들도 벗어나기 훨씬 수월했다.베르가 떠날 때는 표독스러운 눈빛으로 염구준의 뒤를 노려보면서 저렇게 싸우다 콱 죽으라고 저주까지 했다.결국은 살려고 바삐 피신하느라 누구도 염구준을 도와주지 않았다.혼자 남은 그는 결국 심해의 모래벌레에게 포위되었다.“에휴, 저럴 줄 알았어. 그동안 도와준 걸 봐서라도 우리도 도와줍시다.”염구준은 자신이 한 결정에 후회하지 않고 계속 검을 휘둘러 벌레를 살해했다.각 세력의 무술인들이 이미 멀리 떨어졌으니 지금은 이 무리를 뚫고 나가야 했다.촤아악!순식간에 수많은 검기가 주변에 발사하며 바다 밑을 들쑤시는 바람에 모래와 진흙이 시야를 가렸다.어렴풋이 보이는 것은 덩치가 큰 물체들이 하나둘씩 쓰러지는 것이었다.아무리 바다가 모래벌레의 구역이라 해도 염구준의 검을 막지 못했다.검망이 닿는 곳은 그들 시체로 널렸다.염구준이 뛰쳐나오려고 필사적으로 싸우고 있을 때 도망친 각 세력들은 균열 변두리에서 편하게 쉬고 있었다.“염 선생이 우리를 위해 혼자 희생하는데 우리도 소수 정예병을 조직해서 도와줍시다!”그레이가 통신기에 대호 한마디 제안했다.흔쾌히 나설 사람은 없겠지만 일단 말은 해봐야 알 수 있으니까.“하, 대단한 것처럼 건방지게 굴더니, 저런 놈은 죽어도 싸.”“그러게요. 저 악마의 생사는 우리랑 상관없어요.”베르와 세라가 시큰둥하게 자신들의 태도를 표명했다.“당신들…”그레이가 나서서 비판하려고 할 때 그들과 싸워도 소용없다는 것을 알고 더는 말을 잇지 않
염구준이 수압의 영향을 받지 않고 빠르게 움직이는 것을 보고 베르는 당황했다.이제 손에 무기도 없어서 어떻게 막아야 할지 막막했다.“멈춰!”“당장 공격을 멈춰!”“부성주님, 조심하세요!”그 장면을 보던 반보천인 세 명은 막을 겨를도 없이 소리를 질렀다.바로 그때, 이상한 기운을 감지한 염구준은 공격을 멈추고 지하를 내려다보았다.푸!두 사람 사이에 있는 두터운 진흙 속에서 갑자기 무엇인가 모래를 사방에 뿌리면서 올라오는 것이었다.염구준이 재빨리 진흙의 가운데를 잘라버리자 생물체가 죽었는지 바닥에 툭 하고 떨어졌다.마침 검기도 기운을 소진하여 공격을 멈추고 돌아서서 살펴보았다.“젠장, 그냥 지하에 처박혀 있을 것이지, 뭐 하러 죽으러 나왔어?”염구준이 불청객에게 짜증을 부렸다.만약 생물체가 나타나지 않았다면 이 검에 죽을 사람은 베르였다.진흙과 모래가 가라앉자 다들 생물의 정체를 주시했다.굵기가 2미터나 되고 꼭대기에 날카로운 이빨이 수두룩하게 생긴 심해의 모래벌레였다.이 벌레는 성체가 되면 길이가 30미터에 달하고 풍부한 광물을 함유한 화산암을 먹고 살기에 이 구역에서 텃세가 특히 강했다.그리고 공격성은 형태만 보아도 알 수 있었다.“방어해! 이것들이 떼로 공격할 거야!”염구준은 통신기에 주의를 주고 잠시 베르를 살해하는 것을 뒤로 미루기로 했다.위험한 상황에 닥쳤으니 자기들끼리 싸운다면 사기를 떨어트리기 때문이었다.푸푸!말이 채 끝나기 전에 수많은 모래벌레들이 땅속에서 나와 무차별한 공격을 퍼부었다.일반 무술인이 한 입에 먹힌다면 바로 두 동강이 났다.반보천인 무술인들은 잠수 장비가 망가지면 심해의 수압을 견뎌야 하기에 역시 방심할 수 없었다.그러니 아무도 죽음을 무릅쓰고 공격하지 않았다.심해 모래벌레들이 신출귀몰하며 공격하자, 다들 혼란에 빠져 허둥지둥했다.그들에 비해 염구준은 다가오는 놈들을 가볍게 잘라냈다.이 벌레들은 사납지 않은데 갑자기 땅속에서 튀어나올 때 당황하게 만드는 재주가 있었다.염구준은 감지
싸움은 잠시 한 단락 끝났다.베르가 씩씩거리며 통신기에 대고 고막이 터질 듯 소리를 질렀다. “염구준, 왜 우릴 도와주지 않아?!”“당신들도 날 도와주지 않았잖아요.”염구준은 어처구니없는 가스라이팅을 무시하고 반문했다.베르는 이런 말로서 염구준을 각 세력의 반대편에 세워 고립시키려는 수작이었다.이제 막 대군을 지휘할 수 있는 임시 사령관을 담당하게 되었으니 위세를 떨칠 기회를 놓칠 리가 없었다.“웃기지 마. 우리는 반보천인 무술인이라 다른 무술인들을 보호할 의무가 있어. 그런데 넌 한심하게 지켜만 보고 있었지.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않아?”베르는 정의로운 척 그의 영혼까지 고문하며 계속 나무랐다.눈치가 없는 무술인들은 정말 베르의 말이 일리가 있다고 생각했다.“하하하. 방금 수십 명이 넘게 살려달라고 비명을 질렀는데도 당신은 구하러 가지 않고 도망가느라 바쁘던데요? 그 말을 하고도 양심에 찔리지 않습니까?”염구준은 그만 웃음을 터트리고 말았다.이기적인 사람이 무슨 자격으로 이래라저래라 간섭하는지, 심지어 어떤 사람들은 또 염구준의 말이 일리가 있다고 생각했다.이렇게 분석 능력이 떨어지는 사람들은 다른 사람의 말에 휘둘리기 십상이었다.“흥, 따박따박 말대꾸는. 누가 너 같은 놈을 낳았는지 그 어미가 궁금하다.”베르는 솔선수범하지 않으면서 말로도 밀리게 되자 인신공격을 하기 시작했다.“죽고 싶어?”그러자 염구준이 버럭 화를 내며 베르에게 검을 겨주었다.상대방이 시비를 건다면 원하는 대로 한바탕 싸워줄 기세였다.“내가 무서워할 줄 알아?”베르는 조금도 두려워하지 않고 커다란 방패를 들고 맞섰다.이번 행차에 스텔라성에서 실력이 있는 반보천인 네 명을 파견했기에 어느 정도 자신감이 있었다.쿵!염구준의 검이 방패에 닿은 순간 둔탁한 소리가 나며 베르가 뒤로 몇 발치 물러갔다.“물에서 방패를 쓰다니, 죽으려고 작정했군.”물속에서 방패의 부력이 커서 오히려 싸움에 방해가 되었다.그는 계속 검으로 공격하며 가볍게 제압했고, 뒤로
그 생물의 정체는 대왕 오징어였다.이 생물은 빛을 두려워해서 항상 심연에 숨어 있기에 과학자들은 파도에 밀려온 시체들만 주워서 연구했었다.대왕 오징어는 가장 긴 것은 40미터 이상에 달했다.염구준은 지금 상황을 보고 속으로 탄성이 흘러나왔다.“젠장, 오징어 소굴을 건드렸나?”심지어 그중에서 덩치가 큰 오징어는 전신 경지에 도달했다.마침 수천 명이나 되는 사람들이 와서 다행이지, 염구준이 혼자 싸운다면 생각만 해도 아찔했다.“염 선생님, 이제 어떡해요?”통신기에서 초조한 노신기의 목소리가 들렸다.그 말 뜻은 그가 나서서 천기문의 부하들을 지켜달라는 의미였다.솔직히 그들 실력으로 이렇게 많은 대왕 오징어를 상대하기 버거웠다.“살아남아서 바다 밑 끝까지 오세요.”염구준은 한마디만 남기고 검을 휘두르며 계속 아래로 내려갔다.지금은 사방이 어두워서 대체 누가 누구인지 구분하는 것조차 어려웠고, 모두 자원해서 온 거라 그들을 책임질 의무가 없었다.“다들 최선을 다해 바다 밑으로 내려가자!”노신기는 목숨을 걸 각오로 모두에게 용기를 북돋아주었다.순식간에 각 세력은 대왕 오징어와 무차별적인 싸움을 벌였다.하지만 캄캄한 물속은 대왕 오징어들에게 유리한 곳이라 인간들은 1대1 싸움에서 얼마 버티지 못하고 참담한 희생을 치러야 했다.위기가 닥치자 베르가 긴급 공공 통신 채널을 열고 이런 제안을 했다.“이러다 다 죽습니다. 우리 모두 협력하여 살길을 열어야 합니다. 바다 밑에 도착하면 지금처럼 힘들지 않을 겁니다.”솔직히 베르도 염구준처럼 대놓고 아래로 내려가고 싶었지만 그런 실력이 되지 못했다.“찬성합니다.”“협공합시다!”각자 싸우다가 자칫하면 전멸할 수 있으니 다른 세력들도 이 제안에 동의했다.“반보천인이 앞장서고 전신 경지, 전신지상 무술인이 그 다음, 나머지는 뒤를 따라갑니다!”베르는 정예병을 살리고 나머지는 죽든 살든 상관하지 않을 생각으로 배치하기 시작했다.“공격합시다!”그의 명령이 떨어지자 다른 사람은 생각할 겨를도 없이
모두가 슬픔과 공포에 빠져 있을 때 염구준이 두터운 잠수복을 입고 바닷속으로 들어갔다.간밤에 가볍게 생물을 절단하면서 그의 단전은 이미 기운으로 꽉 찼다.“염 선생이 바다에 들어갔어요.”모든 사람이 그의 일거수일투족을 주시하고 있으니 작은 동작이라도 이내 알아챘다.그가 갑작스럽게 뛰어드는 바람에 노신기 일행은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대체 왜 저러는 거야?”“내가 앞장 설게요. 촉각이 있는 생물일 뿐, 두렵지 않습니다.”일부 반보천인은 더는 기다리지 못하고 서둘러 잠수복을 입고 바다에 뛰어들었다.염구준의 손에 완벽한 해도가 있으니 그가 정보를 어느 정도 장악하고 있는지 아무도 알지 못했다.그래서 먼저 보물을 찾아낼까 봐 조바심이 났던 것이다.어떤 사람들은 말로는 보물을 찾으러 왔다고 하지만 솔직히 고대 옥패를 노리고 왔다.일단 옥패에 있는 무공을 연마하면 자신의 실력을 제고할 수 있으니 나중에 재물을 손에 넣어도 늦지 않거니와 그때는 더 쉬울 거라 생각했다.염구준은 바다 밑에 있는 균열을 향해 가다가 가끔씩 방향을 조절했다.아직 사방에 위험이 도사리고 있으니 가장 힘이 덜 드는 방법을 사용했다.깊은 곳으로 들어갈수록 물고기는 한 마리도 보이지 않고 점점 어두워져 앞이 보이지 않았다.염구준은 길이가 석 자가 되는 청봉을 잡고는 언제든 적을 무찌를 준비를 했다.방금 잘린 촉각의 길이를 볼 때, 본체에 비해 너무 짧아서 치명상을 입히지 못했다.만약 덩치가 어마어마한 팔조괴물이라면 아직도 어두운 곳에 숨어 있는 게 틀림없다.촤아아! 촤아아!그때 물살이 바뀌는 소리를 듣고 고개를 들었더니 수백 개의 검은 그림자가 다가오고 있었다.각 세력의 정예병이 움직인 것이다.어떤 무술인은 일정한 거리에 도착한 후 빠르지도 늦지도 않는 속도로 염구준의 뒤를 따랐다.그가 앞장서서 길을 터달라는 뜻이었다.염구준은 그들을 신경 쓰지 않고 아래 균열이 빨아들이는 대로 끌려갔다.‘얼마든지 따라와 봐.’지금 상황으로 말하자면 누가 누구의 총받이가 될지
선박 위의 사람들이 절박하게 울부짖었지만 아무도 응답하지 않자 각 세력들이 주변을 경계하기 시작했다.분위기를 보아 곧 위험이 닥칠 것 같았다.촤아아악!“엄청난 것이 몰려오고 있어! 빨리 위로 올라가!”나중에 물에 들어간 무술인들이 제일 먼저 해수면으로 올라와 보고했다.이어서 대다수 무술인들은 통신기에 비명소리만 남기고 사라졌다.각 세력이 어쩔 바를 몰라 혼란에 빠졌을 때, 노신기는 염구준의 옆얼굴을 보며 속으로 감탄했다.그의 말이 옳았다.“다들 맞서서 싸웁시다!”염구준은 어마어마한 기운이 몰려오는 것을 감지하고 우렁차게 소리쳤다.그게 무엇이든 이미 상대방을 건드린 이상 맞서서 싸워야 했다.정신을 차린 각 세력들은 갑자기 조상들에게서 들은 이야기가 떠올라, 부들부들 떨리는 손으로 무기를 집어 들었다.촤아아!다시 몇몇 사람이 수면위로 올라오더니 놀라운 속도로 선박을 행해 헤엄쳤다.“저게 다 뭐야?”누군가 겁에 질려 비명소리를 질렀다.“나도 몰… 악!”같이 헤엄치던 일행이 말하다 바다 밑에 있는 물건에 잡혀 끌려가고 말았다.그리고 밧줄처럼 생긴 것들이 수면 위로 올라와 선박에 있는 사람들을 공격하기 시작했다.“악!”“살려줘!”순식간에 비명소리와 경악 소리가 섞여서 현장이 아수라장이 되었다.정체를 알 수 없는 생물체에 다들 지레 겁을 먹었다.윙!그때 누군가 열 줄기 검기를 발사해 밧줄처럼 생긴 생물을 잘라버렸다.“저건 또 뭐야? 엄청 단단하네.”제일 처음으로 공격한 사람은 역시 염구준이었다.“끼익!”바다 밑에서 공격을 당한 생물은 날카로운 이명소리를 내며 위로 올라왔다.생각보다 쉽게 잘리자 각 세력들은 용기를 내서 공격을 퍼부었다.“별거 아니네. 단번에 잘려지잖아.”자신감이 생긴 그들은 필사적으로 대응하기 시작했다.본래 각 세력의 실력으로 쉽게 생물을 잘라낼 수 있는데, 이 생물이 모두가 혼란에 빠진 틈을 이용해 습격할까 봐 진짜 실력을 발휘하지 못했다.물론 염구준도 모든 사람을 책임질 의무가 없으니 주변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