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좋아요. 짐을 챙기고 내일 출발합시다.”염구준은 말을 마치고 돌아서 밖으로 나갔다.그녀가 도망칠 걱정은 1도 하지 않았다.반천인 실력을 보여줬으니 오히려 그에게 빌붙을 것이다.실력이 강한 사람이 여기서 탈출할 기회가 더 많으니까.“전주님, 저녁에 내 처소에 쉬러 오시겠어요?”붉은 장미는 그의 뒷모습을 보며 애처롭게 물었다.“쓸데없는 생각은 집어치우고 할 일이나 하세요.”그의 마음속에 이미 손가을이 있어서 미인계는 아예 통하지 않았다.“휴.”그가 시야에서 사라지자 붉은 장미는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그제야 옷이 식은 땀에 흠뻑 젖은 걸 발견했다.염구준을 봤을 때 복수하고 정복하고 싶었다.하지만 지금은 오히려 그녀가 정복당한 것 같았다.세상 일은 정말 알 수 없었다.“언젠가 내 손아귀에 넣을 거야.”붉은 장미는 한참을 불평을 늘어놓다가 짐을 챙기기 시작했다.지금 그녀의 심정은 매우 복잡했다.염구준을 죽이고 싶으면서도 그가 이곳에서 데리고 나가주길 바랬다.홍분 마을은 원시 사회 같아서 한 시도 있고 싶지 않았다.염구준은 케빈을 앞장세워 필요한 물건을 보충하러 갔다.이번 행차는 갑자기 오는 바람에 구자검 외에 아무도 챙기지 않았다.두 장의 늑대 가죽으로 생각보다 많은 물건을 바꿀 수 있었다.“이걸 당신한테 줄게요. 내일 여기서 떠납니다.”염구준은 일부분을 케빈에게 주었다.“부디 성공하길 바라요.”케빈은 물건을 받고 떠났다.그는 이곳에 40년을 살면서 이미 환경에 적응되었기에 떠나고 싶지 않았다.아침에 두 사람이 마을을 떠날 때 마을은 떠들썩했다.강자의 도움 없이 이 숲에서 생존하는 것은 불가능했기 때문이다.하지만 다른 사람이 결정한 일에 그들은 간섭할 수 없었다.“빨리 오세요. 밥을 안 먹었어요?”앞장선 염구준이 재촉했다.“갑니다.”붉은 장미는 빠른 걸음으로 뒤를 따르면서 속으로 그를 욕했다.그녀는 작고 큰 가방들을 잔뜩 챙겼다.그중에는 보름 정도 먹을 식량도 있었다.전신지상의 실력이 아니라면 이
이미 들켰는데도 공격을 하다니 염구준은 헛웃음이 나왔다.윙!두 사람은 기운을 밖으로 발사하며 화살을 막아냈다.“숨어 있지 말고 나와.”염구준은 숲에 대고 고함을 지르며 어마어마한 기운으로 상대방의 고막을 자극했다.곧 열 명 넘는 그림자가 석궁을 들고 나타났다.“장미 아가씨, 짐을 바리바리 싸 들고 여기서 도망치려는 거야?”덩치가 건장한 사내가 비아냥거렸다.“똥개, 냄새 나는 주둥아리 닥쳐!”붉은 장미가 버럭 화를 냈다.두 사람의 말투를 보니 서로 아는 사이인 것 같았다.똥개는 다른 마을의 족장으로 서로 왕래하는 사이였다.염구준이 고개를 돌려 그녀를 쏘아보았다.“그쪽이 정보를 흘렸어요? 감히 매복해서 나를 습격했어요?”덜컥 겁을 먹은 붉은 장미는 풀썩 주저 앉으며 다급히 설명했다.“전주님, 아니에요. 저놈이 왜 여기 있는지조차 몰라요.”그 모습을 보니 거짓말은 아닌 것 같았다.“말로 해서 누가 믿어요. 행동으로 증명하세요.”염구준은 주변 나무에서 과일을 따더니 옆에 있는 돌 위에 털썩 자리 잡고 앉았다.증명하는 방법은 상대방과 싸우거나 죽이는 것이다.그녀는 정말 욕을 퍼붓고 싶었다.“장미, 저 녀석 네 남자야? 그렇게 무서워? 성격이 영 별로인 거 같은데 이 오빠를 따라와. 하하하.”그 장면을 보던 똥개가 조소를 날렸다.그동안 화풀이를 못해서 답답했는데 똥개의 말을 듣는 순간 붉은 장미는 분노를 억누르지 못하고 폭발해버렸다.“이 자식, 그냥 죽어!”그녀는 뼈다귀를 쳐들고 똥개를 향해 공격했다.관련 없는 사람들은 끼어들 수 없다는 것을 눈치채고 멀리 피해 있었다.두 사람은 처음으로 대결하는 것이 아니어서 서로 어떤 무공을 깨달았는지 잘 알고 있었다.실력은 엇비슷했다.염구준은 어설픈 대결을 보고 충고했다.“상대방 하체가 불안정하니까 하체를 공격하세요. 그리고 저놈이 공격하기 전에 잠시 멈추는 습관이 있어요.”몇 가지 초식만 봐도 염구준은 상대방의 약점을 발견했다.붉은 장미는 깜짝 놀랐다.그녀는 몇 번이나 싸
“일단 믿을게요. 하지만 개수작을 부리면 바로 죽일 겁니다.”염구준은 충분히 경고를 줬으니 더는 따지지 않았다.두 사람이 아무 사이가 아니라는 것을 진작에 알고 있었고 일부러 그렇게 말한 것이다.“저놈을 죽이고 바로 출발하시죠.”붉은 장미는 수중에 뼈다귀를 휘두르며 똥개에게 천천히 다가가 마지막 필살기를 날렸다.다른 사람의 목숨으로 염구준의 신임을 산다면 기꺼이 할 것이다.“아직도 구경하고 있어? 나와서 저놈 죽여!”바닥에 쓰러진 똥개는 뒤로 물러서며 고함을 질렀다.“아직도 누가 있어?”붉은 장미는 발걸음을 멈추고 주변을 경계했다.주변에 아직 사람이 있다는 것을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스스슥!숲에서 스무 명이 넘는 그림자가 나타났다.그런데 차림새를 보아 다른 패거리 같았다.두 명의 전신지상 고수가 앞장을 선 것을 보니 다른 마을의 족장 같았다.“끝까지 숨어 있을 줄 알았어.”염구준이 일행을 훑어봤지만 그런 실력으로 전혀 위협이 되지 않았다.“이제 막 여기에 들어온 것 같은데 나갈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내면 알려줄 수 있어? 사람 많으면 도움이 되잖아.”일행 중에서 한 전신지상 고수가 나서서 말했다.붉은 장미가 가방을 들고 마을을 떠나는 것을 봤을 때, 염구준이 나갈 수 있는 방법을 찾았을 거라 생각하고 여기서 기다린 것이다.“나랑 손을 잡고 싶어?”염구준은 말을 빙빙 돌리지 않고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그렇다. 서로 도우면 나갈 수 있는 기회가 많아질 거야.”남자는 염구준이 동의한 줄 알았다.그런데 이어서 하는 말에 찬물을 맞은 듯 안색이 싸늘해졌다.“손을 잡아도 실력이 비슷해야 가능해. 너희들은 너무 약해서 안 돼.”사방에 위험이 도사리는 숲에서 염구준은 발목을 잡는 팀원 따위 필요 없고 오직 한 사람만 길을 안내해도 충분했다.만약 그도 해결할 수 없는 위험이라면 아무리 사람이 많아도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대놓고 약하다는 소리를 들은 일행은 마음이 불쾌했다.그때 전신지상의 고수 한 명이 앞으로 나오며 나지막하게
이토록 강한 기운과 공포스러운 압박감은 절대 틀리지 않았다.“철수한다!”누가 고함을 지르며 중간에 있던 똥개를 방패로 삼아 염구준에게 확 밀어 던졌다.이렇게 능숙한 수법은 사전에 미리 상의했기 때문이다.“비열한 놈!”“컥!”똥개는 대노하며 소리쳤지만 꼼짝도 못하고 염구준의 검에 찔려 죽었다.염구준은 여기서 끝내지 않고 앞으로 돌진하며 일행을 쫓았다.“죽어라 도망치자!”두 사람은 고개를 세차게 흔들며 결심을 내렸다.그들은 공포스러운 기운을 폭발한 후, 동시에 뒤로 돌아 도망쳤다.살아남겠다고 저군을 함정에 빠트리려 한 것이다.하지만 여기서 그만둘 염구준이 아니었다.살의를 느낀 이상 무슨 일이 있어도 상대방을 물리치려 했다.염구준은 검을 두 번 휘둘러 한 사람을 죽이고 이내 뒤를 쫓아서 나머지 한 사람까지 살해했다.세 명의 전신지상 고수가 전부 죽었다.“저희가 그런 게 아니에요. 제발 용서해 주세요.”남은 부하들은 석궁을 던져버리고 무릎을 꿇으면서 애원했다.“꺼져!”염구준은 검에 묻은 피를 털어버리고 계속 길을 떠났다.천지와 본연의 일을 함에 있어 만물에 대가를 바라지 않는다는 속담이 있다.이곳에 살아남은 사람들은 고된 환경에, 먼저 다가가 건드리지 않는다면 그도 상대방을 죽이지 않았다.“전주님, 방금 그자들이 우리를 따라오고 있어요.”붉은 장미는 여광으로 뒤의 상황을 보고했다.“내버려두세요. 죽음을 자초하는 놈들은 약이 없어요.”염구준은 진작부터 알았지만 그들이 공격하지 않아서 살려둔 것이다.“전주님, 동굴에 도착하면 정말 밖으로 나갈 수 있어요?”“누가 밖에 간다고 했어요? 내가 가려는 곳은 바깥세상보다 더 유혹적이에요.”염구준은 숨기지 않고 애매모호하게 말했다.붉은 장미는 조금 의심스러웠지만 더는 묻지 않았다.“바로 여기예요.”그녀는 발걸음을 멈추고 전방에 있는 동굴을 가리켰다.그곳에 종아리만 한 덩굴이 빼곡하게 뻗어올라 동굴 입구를 절반이나 가렸다.식물은 무성하지만 살아 있는 생물은 아니었다.“더
스스슥!생물이 접근하자 덩굴은 반응하며 염구준과 붉은 장미에게 마찰소리를 내며 다가갔다.윙!염구준은 이내 주변에 기운을 발사하며 두 사람을 보호하자 덩굴이 튕겨 나갔다.덩굴의 힘으로 그의 방어를 뚫을 수 없었다.“전주님, 이제 시작이에요. 안으로 깊이 들어갈수록 공격이 세질 거예요.”붉은 장미는 자신이 알고 있는 정보를 전부 말했다.지금 그들은 한 배를 타고 있어서 아무리 미워도 죽일 수 없었다.“고작 덩굴 때문에 두려워할 거 없어요.”염구준은 이미 어떤 식물인지 알아챘다.전에 이런 식물과 열대우림에서 싸워본 적이 있었다.다른 점을 말하자면 여기 있는 덩굴처럼 굵지 않았다.덩굴은 이름처럼 피를 먹고 살고 또 토양에서 영양분을 흡수할 수 있어서 참 특이한 식물이다.피를 먹는 식물이라니 생각만 해도 소름이 돋았다.펑! 펑!앞으로 다가가자 덩굴이 미친듯이 방어 기운을 공격했다.지금 덩굴은 식물이 아니라 굶주린 늑대처럼 공격을 퍼부었다.붉은 장미는 방패가 버티지 못하여 잡혀 먹힐까 봐 두려워 덜덜 떨었다.이 구역의 덩굴은 그녀 힘으로 제어하지 못했다.안으로 들어갈수록 덩굴은 더 많아지고 이내 염구준이 만든 기운 방패를 전부 감쌌다.이곳의 덩굴은 오랫동안 존재한 덕에 이 구역의 지배자나 마찬가지여서 어떤 생물도 감히 맞서지 못했다.뒤를 따라온 사람들은 멀리서 보기만 할 뿐, 계속 한숨만 쉬었다.“에휴, 이렇게 강한 사람도 건너가지 못하나?”“저렇게 실력이 강해도 여기서 죽음을 맞이해야 하네. 그렇다면 우리는 더욱 들어가지 못하겠어.”“가자. 이제 다 끝났어.”무엇이 금지 구역인가?바로 들어갈 수 있어도 살아나오지 못하는 곳을 가리킨다.일행이 떠나려고 할 때 변고가 발생했다.다들 무술인이니 주변에 일어나는 기운을 똑똑히 느낄 수 있었다.어딘가 전해지는 강력한 기운에 그들은 저도 모르게 몸을 부르르 떨었다.쿵!그때 방패가 폭발하자 덩굴들이 잘려서 사방에 떨어졌다.순간 검기가 기승을 부리며 계속 뻗어오는 덩굴을 잘라버
염구준은 고개를 돌려 한 번 보고는, 다시 동굴로 걸어갔다.전에 바로 죽이지 않은 것만으로도 이미 최대한의 자비를 베푼 것이었기에 그가 그들을 구할 이유는 없었다.무엇보다 어떤 길을 가느냐는 각자의 선택이 아니겠나?“형님, 살려만 주시면 시키시는 것 뭐든 다 하겠습니다!”“싫어, 난 죽기 싫다고!”제일 앞에서 달려가던 사람이 잔뜩 겁에 질려 비명을 질렀지만 불과 몇 분 만에 피를 다 빼앗겨 미라가 되어버렸다.이 모습을 본 뒤따라오던 사람들은 발걸음을 멈추고 몸을 돌려 도망치기 시작했다.동굴의 유혹이 아무리 크다 해도, 목숨이 붙어있어야 들어갈 수 있는 법이니까 말이다.실력이 부족하면 케빈처럼 헛된 환상을 품지 않고 마을에 그저 얌전히 있는 게 정확한 행동이었다.한편, 이미 동굴 안으로 들어간 염구준은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계속 앞으로 걸어가고 있었다.“전주님, 지금 도대체 얼마나 강하신 거예요?” 붉은 장미가 호기심 가득한 목소리로 물었다.“말하기는 어렵지만, 이 몇 년간 저를 이긴 사람은 한 명도 없었습니다.”염구준은 앞장서며 담담하게 말했다. 그의 말투엔 그 어떤 자만도 섞여 있지 않았다.그에게 있어서 이런 전적은 그저 평범하고 대단할 것 없는 것이었기 때문이다.꿀꺽.이 말을 듣고 놀란 붉은 장미는 등골이 오싹해져 저도 모르게 침을 삼켰다.그녀는 이미 염구준의 전투력을 높이 평가하고 있었다. ‘하지만 실제 실력이 내 예상보다 훨씬 더 압도적일 줄이야.’“여기에 뭐가 있는지는 이 방에 달려있는 것 같네요.”염구준이 몇 가닥의 불꽃을 튕겨내어 공간을 밝힌 덕분에 두 사람은 주위를 볼 수 있었는데, 내부는 30평 정도 밖에 안 되는 크지도, 작지도 않은 곳이었다.“꺄아악, 누가 있어요!”이때, 붉은 장미가 갑자기 비명을 지르며 뒷걸음질쳤다. 그녀의 다리는 조금 떨리고 있었다.이런 위험한 금지구역에 나타난 사람이 평범할 리가 없기 때문이었다.“이미 죽었습니다.”염구준은 깔보는 말투로 대답하고는 앞으로 걸어갔다.그 사
비록 동양 문자이긴 했지만 염구준은 알아볼 수 있었다.[난세 속에서, 나는 아내와 자식, 가족들을 데리고 재난을 피하고자 이곳에 은거했다.][그러나 예상하지 못한 일이 벌어졌다. 이곳에 이미 고수가 머물고 있었던 거다. 한바탕 격전을 벌인 끝에 그를 죽이는 것에 성공했지만 나 또한 목숨이 얼마 남지 않게 되었다.][한 가지 세상에 경고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 혼란의 뿌리는 옥패에 있으며, 흥망성쇠 또한 옥패에 달려 있다는 것이다.][여덟 개의 옥패를 전부 모으면...]마지막 문장은 중간에서 끊겨 있었는데, 아마 글을 새기던 이가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눈을 감은 것 같았다. ‘말하다 말고 끝내다니, 사람 속 한 번 참 잘 태우네.’문제는 이 철학적이고도 애매모호한 문장을 보고서 여덟 개의 옥패가 어떤 역할을 하는지 전혀 알 수가 없다는 것이었다.다만, 옥패를 모으는 것이 재앙과 축복이 얽힌 운명을 가져올 거라는 점은 알 수 있었다.펑.그는 손에 들고 있던 종이에 불을 붙여 깔끔하게 태워버렸다.“여기 적힌 일은...”염구준이 말을 채 맺기도 전에 붉은 장미가 얼른 입을 열고 맹세했다. “오늘 이 일을 절대 입 밖에 내지 않을 겁니다. 하늘을 걸고 맹세할게요. 만약 제가 맹세를 어긴다면, 벼락 맞고 죽어도 할 말이 없습니다.”늦게 입을 열기라도 했다가는 염구준이 자신을 죽일까 봐 두려워서였다.그녀는 문장의 뜻은 잘 이해하지 못했지만, 글에서 전해지는 심오한 분위기만으로도 이 일이 평범하지 않다는 것을 느꼈다.“그 맹세 지키는 게 좋을 겁니다. 아니면 지구끝까지 도망치더라도 제가 쫓아갈 테니까요.”염구준은 일상처럼 그녀를 위협했다.“알겠습니다!”붉은 장미는 고개를 끄덕였는데, 이미 그녀의 등 뒤에는 식은땀이 흐르고 있었다.염구준과 함께한 지 이틀도 되지 않았지만, 협박을 수차례 받은 탓에 그녀는 심장이 조금 많이 아파왔다.그 후, 둘은 동굴 안을 계속 수색했지만, 특이한 돌 몇 개 외에는 아무것도 발견하지 못했다.돌이 특이한
백호는 속으로 생각했다. ‘이미 할 만큼 했어. 이제부터는 하나라도 더 죽이면 남는 장사야.’ 라고 말이다.펑! 펑!양측은 몇 번 더 격렬하게 부딪혔고, 백호는 밀리는 상황에서도 두 명을 더 쓰러뜨린 후 덩굴 숲 속으로 나가떨어졌다.피를 흡수한 덩굴은 활기를 띠더니, 백호의 몸을 휘감기 시작했다.“꺼져!”백호는 남은 힘을 다해 덩굴을 잡아 찢었으나 하나를 찢으면 새로운 덩굴이 달려들어 지쳐만 갔다.멀리서 이를 지켜보는 황지열의 부하들은 비웃음을 터뜨리며 잔혹한 표정을 지었다.상대방이 곧 어떻게 될지 너무나도 뻔했기 때문이다. 그들은 얼른 그가 덩굴에게 피를 전부 빨려 말라죽는 모습을 보고 싶었다. 스윽, 스윽.하지만 상황은 그들의 예상대로 흘러가지 않았다.덩굴이 갑자기 겁을 먹은 듯 땅 속으로 빠르게 도망치더니, 흔적도 없이 사라진 것이다.마치 무언가에 겁을 먹기라도 한 것 같았다.“백호, 젠장!”이때, 동굴 입구에서 염구준의 모습이 보였는데, 눈 앞의 상황을 보자마자 그의 얼굴은 순식간에 일그러졌다. 그는 지금 매우 화가 나 있었다.“주상... 다시는 뵙지 못하는 줄 알았습니다.”백호는 쓰러질 듯한 몸을 겨우 일으키며 쓴웃음을 지어보였다. “말하지 마. 원래는 너희들이 모두 수련을 마친 후에 만나러 가려고 했었는데, 이 꼴이 될 줄은 몰랐어.”염구준은 백호 곁으로 다가가 주머니에서 약물을 꺼내 백호의 가슴에 꽂았다.그 약물은 전신전에서만 사용할 수 있는 특수 약물로, 효과가 매우 좋았기에 주입과 동시에 백호는 상태가 조금 안정되었다.“거기 서. 누가 너희들더러 그냥 가라고 했지?”염구준은 차갑게 외치며 황지열의 부하들을 노려보았다.자신의 부하를 이렇게 만든 주제에 그냥 떠나겠다니, 세상에 그렇게 좋은 일이 어디 있겠나?“염... 염구준! 우리가 너 무서워하는 것 같아? 조심해, 이러다 같이 죽는 수가 있으니까!”상대방의 우두머리는 억지로 침착한 척하면서 자폭을 하려고 미친듯이 진기를 모았다.자신들의 실력으로는 반
얼마 전까지만 해도 각 세력들은 세라와 관계가 좋았지만 지금은 그녀가 스텔라성과 엮여서 믿을 수가 없었다.베르가 말한 동맹도 결국은 이익을 기초로 하기 때문에 큰 의미가 없었다.“염병할 놈!”베르는 염구준이 사라진 곳을 향해 소리를 질렀다.“에취!”한편, 바다의 동굴을 지나던 염구준이 재치기를 하더니 귓구멍을 파며 중얼거렸다.“또 어떤 놈이 뒤에서 나를 욕하는 거야?”그는 이미 수백 미터 안으로 들어가면서 동굴을 살펴보았다.오래전에 인공으로 만들어진 동굴로서 지하수도로 사용했거나 육지에서 지각이 변화하여 이곳에 가라앉을 가능성도 있었다.이제 동굴 내부에 완전히 적응되어서 속도를 낼 때가 되었다슝!위험도 없고 갈림길도 없으니 팔다리를 빨리 저으며 앞으로 전진했다.동굴 끝에 무엇이 있는지 참 기대가 되었다.그것이 고대 옥패라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말이다.푸!가는 도중에 갑자기 장어 같은 바다 동물의 습격을 받았지만 아무런 위협이 되지 않았다.‘누가 있어.’얼마나 헤엄쳤는지 모르겠지만 눈앞에서 어두운 그림자가 앉아 있는 것이 보였다.염구준은 그 사람의 생사를 알 수 없어 한 줄기 검기를 발사했다.아무런 움직임이 없는 것을 보고 죽은 사람이라 생각했다.가까이 다가가 보니 잠수복을 입은 시체는 부패되지도 않고 마치 자는 것처럼 보였다.그 옆에 커다란 가방이 있었는데, 열어보니 황금, 비취. 진주 등 값나가는 보물들이 잔뜩 들어 있었다.“진짜 보물이 있었네. 고대 옥패도 있을까?”그는 작은 소리로 중얼거리며 보물이 가득한 가방은 뒤로 한 채 계속 안으로 깊숙이 들어갔다. 안으로 들어갈수록 시체들이 점점 더 많이 나타났다.염구준은 궁금했다.왜 시체들이 하나 같이 상처도 입지 않고 평온한 표정으로 죽었는지 말이다.이상한 상황으로 하여금 점점 주변을 경계하게 만들었다.앞으로 더 나아갔을 때, 동굴은 사라지고 넓은 공간이 나타났다.이곳이 바로 목적지인 것 같았다.그리고 내부를 살펴보려고 수십 발의 불꽃을 발사하던 염구준
찾겠다고 약속했던 보물이며 고대 옥패는 코빼기도 보이지 않았다.그때 누군가 가슴이 벅차오르는 소식을 전했다.“절벽 위에 동굴이 있어요!”“여기에도 있어요. 불덩어리를 던졌는데 끝이 보이지 않아요!”“동굴에서 100그람되는 금덩어리를 발견했어요!”드디어 보물이 나타났다는 말에 다들 동료를 잃은 슬픔에서 금세 벗어났다.“일단 경거망동하지 말고 우리 대책부터 세웁시다.”중요한 순간에 베르가 나서서 대국을 주재하려 했다.염구준을 고립시키고는 각 세력들을 이용해 더 많은 것을 차지하려는 수작이었다.“부성주님, 어떻게 하면 좋겠습니까? 합리적인 대안이라면 지시를 따를게요.”메노스가 환심을 사려고 스텔라성의 편에서 말했다.염구준의 실력이 너무 강해서 맞설 자신이 없었기 때문에 저들의 도움이 필요했다.나머지 가주들은 드디어 줄을 서야 하는 때가 온 것을 알고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줄을 서는 것은 언제나 어려운 선택 문제였다.만약 잘못 선택하면 아무런 이득은 보지 않고 끝없는 재앙만 맞이할 것이다.…그 외에 무술인들은 가주들이 중요한 일을 논의하는 것을 알고 조용히 대기하고 있었다.몇몇 사람들이 토론한 결과로 대다수 사람들의 생사를 결정할 것이다.“염 선생은 대책이 있습니까?”노신기가 긴장이 흐르는 분위기를 깨고 떠보듯 물었다.지금 염구준은 혼자서도 스텔라성를 상대하기 충분했다.다들 대답을 기다리고 있을 때 염구준이 한 동굴 입구에 서서 말했다.“상의할 게 뭐가 있어요? 보물이 보이면 능력에 따라서 챙기면 되죠. 실력이 있으면 많이 챙기고 없으면 바닷물이나 마시다 가면 되죠.”그 말 뜻은 물질적이지만 현실적이기도 했다.지금 각 세력들이 꿍꿍이를 세우고 있으니 아무리 상의를 해도 진심이 아닐 것이다.어차피 나중에 사이가 틀어질 텐데, 지금 이 자리에서 분명하게 말하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염구준의 말을 들은 베르는 각 세력들의 마음이 돌아설까 봐 바로 안색이 어두워졌다.“염구준, 지금 분열을 일으키는 거야? 절대 용납할 수 없어.
어떤 무술인들은 적대 관계이고 위에서 아무런 태도도 드러내지 않았지만 감사의 눈길을 보냈다.베르 일행은 아무 일도 발생하지 않은 것처럼 침묵하고 있으니 염구준을 칭찬하는 것은 더 불가능했다.“이곳은 위험해서 항상 조심하세요. 그렇다고 매번 도와줄 수 없어요.”염구준은 무덤덤하게 말했다.어차피 이번만 도와줄 거라 뻔뻔하게 구는 사람이 있어도 마음에 두지 않았다.그때 통신기에서 당황한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렸다.“저기 모래벌레 무리가 오고 있어요!”그 말에 다들 다시 안절부절했다.염구준이 재빨리 통신기에 대고 모두를 진정시켰다.“당황하지 마세요. 대부분 바닥으로 들어가고 몇 마리만 뒤를 따라왔을 겁니다.”땅으로 돌아가지 않은 모래벌레들은 전부 그의 검에 잘렸기 때문이었다.다들 안심하고 싸울 준비를 할 때, 꽃무늬 셔츠를 입은 젊은이가 공을 들고 앞에 나섰다.이곳까지 오면서 나약한 실력 때문에 항상 타인의 보호를 받았는데, 왜 이제야 나서는지 다들 알지 못했다.“썩을 놈의 벌레야! 첨단 과학기술의 위력을 보여 줄게!”젊은이가 건방지게 말하며 손에 든 공을 힘껏 던져버렸다.“안 돼!”메노스가 나서서 말렸지만 공을 이미 던져서 늦어버렸다.갑작스러운 행동에 다들 무슨 영문인지 몰랐다.“방어!”염구준이 고함을 지르며 기운으로 호체 기운을 끌어냈다.반보천인인 염구준마저 긴장하게 만들다니, 모두 젊은이가 던진 공은 틀림없이 대단한 물건이라고 생각했다.펑!공이 수십 미터 떨어진 곳으로 흘러서 올라간 순간, 엄청난 에너지를 발산하면서 마침 달려오는 모래벌레들을 순식간에 폭발시켰다.물속에서도 이 정도로 강력한 위력을 발휘하다니, 보기만 해도 감탄이 흘렀다.“악!”그런데 에너지가 빠른 속도로 물속에서 퍼지더니 사람들의 몸에 부딪치며 오장육부에 침투되었다.순식간에 거대한 생물체를 몇 마리나 제거했으니 사람에 미치는 영향도 치명적이었다.실력이 약한 무술인들은 얼마 버티지 못하고 바로 죽었다.퍽!가장 먼저 공격받은 젊은이는 충격에 한참이나
“알겠습니다.”“네.”두 사람은 대답하자마자 각자 맡은 20명이 넘는 부하들을 이끌고 심해 모래벌레가 드문 변두리 지역으로 향했다.실력이 뛰어난 무술인 두 명이 앞장서서 길을 터주고 있으니 모든 것이 순조로웠다.가장 중요한 것은 이로서 부하들의 사기가 다시 돌아왔다는 것이다.그 장면을 본 남은 세력들도 벗어날 방법을 생각했는지 부하들에게 고함을 지르기 시작했다.“살고 싶으면 빨리 천기문의 뒤를 따라가!”지금 염구준이 뒤를 맡고 있었기에 그들도 벗어나기 훨씬 수월했다.베르가 떠날 때는 표독스러운 눈빛으로 염구준의 뒤를 노려보면서 저렇게 싸우다 콱 죽으라고 저주까지 했다.결국은 살려고 바삐 피신하느라 누구도 염구준을 도와주지 않았다.혼자 남은 그는 결국 심해의 모래벌레에게 포위되었다.“에휴, 저럴 줄 알았어. 그동안 도와준 걸 봐서라도 우리도 도와줍시다.”염구준은 자신이 한 결정에 후회하지 않고 계속 검을 휘둘러 벌레를 살해했다.각 세력의 무술인들이 이미 멀리 떨어졌으니 지금은 이 무리를 뚫고 나가야 했다.촤아악!순식간에 수많은 검기가 주변에 발사하며 바다 밑을 들쑤시는 바람에 모래와 진흙이 시야를 가렸다.어렴풋이 보이는 것은 덩치가 큰 물체들이 하나둘씩 쓰러지는 것이었다.아무리 바다가 모래벌레의 구역이라 해도 염구준의 검을 막지 못했다.검망이 닿는 곳은 그들 시체로 널렸다.염구준이 뛰쳐나오려고 필사적으로 싸우고 있을 때 도망친 각 세력들은 균열 변두리에서 편하게 쉬고 있었다.“염 선생이 우리를 위해 혼자 희생하는데 우리도 소수 정예병을 조직해서 도와줍시다!”그레이가 통신기에 대호 한마디 제안했다.흔쾌히 나설 사람은 없겠지만 일단 말은 해봐야 알 수 있으니까.“하, 대단한 것처럼 건방지게 굴더니, 저런 놈은 죽어도 싸.”“그러게요. 저 악마의 생사는 우리랑 상관없어요.”베르와 세라가 시큰둥하게 자신들의 태도를 표명했다.“당신들…”그레이가 나서서 비판하려고 할 때 그들과 싸워도 소용없다는 것을 알고 더는 말을 잇지 않
염구준이 수압의 영향을 받지 않고 빠르게 움직이는 것을 보고 베르는 당황했다.이제 손에 무기도 없어서 어떻게 막아야 할지 막막했다.“멈춰!”“당장 공격을 멈춰!”“부성주님, 조심하세요!”그 장면을 보던 반보천인 세 명은 막을 겨를도 없이 소리를 질렀다.바로 그때, 이상한 기운을 감지한 염구준은 공격을 멈추고 지하를 내려다보았다.푸!두 사람 사이에 있는 두터운 진흙 속에서 갑자기 무엇인가 모래를 사방에 뿌리면서 올라오는 것이었다.염구준이 재빨리 진흙의 가운데를 잘라버리자 생물체가 죽었는지 바닥에 툭 하고 떨어졌다.마침 검기도 기운을 소진하여 공격을 멈추고 돌아서서 살펴보았다.“젠장, 그냥 지하에 처박혀 있을 것이지, 뭐 하러 죽으러 나왔어?”염구준이 불청객에게 짜증을 부렸다.만약 생물체가 나타나지 않았다면 이 검에 죽을 사람은 베르였다.진흙과 모래가 가라앉자 다들 생물의 정체를 주시했다.굵기가 2미터나 되고 꼭대기에 날카로운 이빨이 수두룩하게 생긴 심해의 모래벌레였다.이 벌레는 성체가 되면 길이가 30미터에 달하고 풍부한 광물을 함유한 화산암을 먹고 살기에 이 구역에서 텃세가 특히 강했다.그리고 공격성은 형태만 보아도 알 수 있었다.“방어해! 이것들이 떼로 공격할 거야!”염구준은 통신기에 주의를 주고 잠시 베르를 살해하는 것을 뒤로 미루기로 했다.위험한 상황에 닥쳤으니 자기들끼리 싸운다면 사기를 떨어트리기 때문이었다.푸푸!말이 채 끝나기 전에 수많은 모래벌레들이 땅속에서 나와 무차별한 공격을 퍼부었다.일반 무술인이 한 입에 먹힌다면 바로 두 동강이 났다.반보천인 무술인들은 잠수 장비가 망가지면 심해의 수압을 견뎌야 하기에 역시 방심할 수 없었다.그러니 아무도 죽음을 무릅쓰고 공격하지 않았다.심해 모래벌레들이 신출귀몰하며 공격하자, 다들 혼란에 빠져 허둥지둥했다.그들에 비해 염구준은 다가오는 놈들을 가볍게 잘라냈다.이 벌레들은 사납지 않은데 갑자기 땅속에서 튀어나올 때 당황하게 만드는 재주가 있었다.염구준은 감지
싸움은 잠시 한 단락 끝났다.베르가 씩씩거리며 통신기에 대고 고막이 터질 듯 소리를 질렀다. “염구준, 왜 우릴 도와주지 않아?!”“당신들도 날 도와주지 않았잖아요.”염구준은 어처구니없는 가스라이팅을 무시하고 반문했다.베르는 이런 말로서 염구준을 각 세력의 반대편에 세워 고립시키려는 수작이었다.이제 막 대군을 지휘할 수 있는 임시 사령관을 담당하게 되었으니 위세를 떨칠 기회를 놓칠 리가 없었다.“웃기지 마. 우리는 반보천인 무술인이라 다른 무술인들을 보호할 의무가 있어. 그런데 넌 한심하게 지켜만 보고 있었지.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않아?”베르는 정의로운 척 그의 영혼까지 고문하며 계속 나무랐다.눈치가 없는 무술인들은 정말 베르의 말이 일리가 있다고 생각했다.“하하하. 방금 수십 명이 넘게 살려달라고 비명을 질렀는데도 당신은 구하러 가지 않고 도망가느라 바쁘던데요? 그 말을 하고도 양심에 찔리지 않습니까?”염구준은 그만 웃음을 터트리고 말았다.이기적인 사람이 무슨 자격으로 이래라저래라 간섭하는지, 심지어 어떤 사람들은 또 염구준의 말이 일리가 있다고 생각했다.이렇게 분석 능력이 떨어지는 사람들은 다른 사람의 말에 휘둘리기 십상이었다.“흥, 따박따박 말대꾸는. 누가 너 같은 놈을 낳았는지 그 어미가 궁금하다.”베르는 솔선수범하지 않으면서 말로도 밀리게 되자 인신공격을 하기 시작했다.“죽고 싶어?”그러자 염구준이 버럭 화를 내며 베르에게 검을 겨주었다.상대방이 시비를 건다면 원하는 대로 한바탕 싸워줄 기세였다.“내가 무서워할 줄 알아?”베르는 조금도 두려워하지 않고 커다란 방패를 들고 맞섰다.이번 행차에 스텔라성에서 실력이 있는 반보천인 네 명을 파견했기에 어느 정도 자신감이 있었다.쿵!염구준의 검이 방패에 닿은 순간 둔탁한 소리가 나며 베르가 뒤로 몇 발치 물러갔다.“물에서 방패를 쓰다니, 죽으려고 작정했군.”물속에서 방패의 부력이 커서 오히려 싸움에 방해가 되었다.그는 계속 검으로 공격하며 가볍게 제압했고, 뒤로
그 생물의 정체는 대왕 오징어였다.이 생물은 빛을 두려워해서 항상 심연에 숨어 있기에 과학자들은 파도에 밀려온 시체들만 주워서 연구했었다.대왕 오징어는 가장 긴 것은 40미터 이상에 달했다.염구준은 지금 상황을 보고 속으로 탄성이 흘러나왔다.“젠장, 오징어 소굴을 건드렸나?”심지어 그중에서 덩치가 큰 오징어는 전신 경지에 도달했다.마침 수천 명이나 되는 사람들이 와서 다행이지, 염구준이 혼자 싸운다면 생각만 해도 아찔했다.“염 선생님, 이제 어떡해요?”통신기에서 초조한 노신기의 목소리가 들렸다.그 말 뜻은 그가 나서서 천기문의 부하들을 지켜달라는 의미였다.솔직히 그들 실력으로 이렇게 많은 대왕 오징어를 상대하기 버거웠다.“살아남아서 바다 밑 끝까지 오세요.”염구준은 한마디만 남기고 검을 휘두르며 계속 아래로 내려갔다.지금은 사방이 어두워서 대체 누가 누구인지 구분하는 것조차 어려웠고, 모두 자원해서 온 거라 그들을 책임질 의무가 없었다.“다들 최선을 다해 바다 밑으로 내려가자!”노신기는 목숨을 걸 각오로 모두에게 용기를 북돋아주었다.순식간에 각 세력은 대왕 오징어와 무차별적인 싸움을 벌였다.하지만 캄캄한 물속은 대왕 오징어들에게 유리한 곳이라 인간들은 1대1 싸움에서 얼마 버티지 못하고 참담한 희생을 치러야 했다.위기가 닥치자 베르가 긴급 공공 통신 채널을 열고 이런 제안을 했다.“이러다 다 죽습니다. 우리 모두 협력하여 살길을 열어야 합니다. 바다 밑에 도착하면 지금처럼 힘들지 않을 겁니다.”솔직히 베르도 염구준처럼 대놓고 아래로 내려가고 싶었지만 그런 실력이 되지 못했다.“찬성합니다.”“협공합시다!”각자 싸우다가 자칫하면 전멸할 수 있으니 다른 세력들도 이 제안에 동의했다.“반보천인이 앞장서고 전신 경지, 전신지상 무술인이 그 다음, 나머지는 뒤를 따라갑니다!”베르는 정예병을 살리고 나머지는 죽든 살든 상관하지 않을 생각으로 배치하기 시작했다.“공격합시다!”그의 명령이 떨어지자 다른 사람은 생각할 겨를도 없이
모두가 슬픔과 공포에 빠져 있을 때 염구준이 두터운 잠수복을 입고 바닷속으로 들어갔다.간밤에 가볍게 생물을 절단하면서 그의 단전은 이미 기운으로 꽉 찼다.“염 선생이 바다에 들어갔어요.”모든 사람이 그의 일거수일투족을 주시하고 있으니 작은 동작이라도 이내 알아챘다.그가 갑작스럽게 뛰어드는 바람에 노신기 일행은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대체 왜 저러는 거야?”“내가 앞장 설게요. 촉각이 있는 생물일 뿐, 두렵지 않습니다.”일부 반보천인은 더는 기다리지 못하고 서둘러 잠수복을 입고 바다에 뛰어들었다.염구준의 손에 완벽한 해도가 있으니 그가 정보를 어느 정도 장악하고 있는지 아무도 알지 못했다.그래서 먼저 보물을 찾아낼까 봐 조바심이 났던 것이다.어떤 사람들은 말로는 보물을 찾으러 왔다고 하지만 솔직히 고대 옥패를 노리고 왔다.일단 옥패에 있는 무공을 연마하면 자신의 실력을 제고할 수 있으니 나중에 재물을 손에 넣어도 늦지 않거니와 그때는 더 쉬울 거라 생각했다.염구준은 바다 밑에 있는 균열을 향해 가다가 가끔씩 방향을 조절했다.아직 사방에 위험이 도사리고 있으니 가장 힘이 덜 드는 방법을 사용했다.깊은 곳으로 들어갈수록 물고기는 한 마리도 보이지 않고 점점 어두워져 앞이 보이지 않았다.염구준은 길이가 석 자가 되는 청봉을 잡고는 언제든 적을 무찌를 준비를 했다.방금 잘린 촉각의 길이를 볼 때, 본체에 비해 너무 짧아서 치명상을 입히지 못했다.만약 덩치가 어마어마한 팔조괴물이라면 아직도 어두운 곳에 숨어 있는 게 틀림없다.촤아아! 촤아아!그때 물살이 바뀌는 소리를 듣고 고개를 들었더니 수백 개의 검은 그림자가 다가오고 있었다.각 세력의 정예병이 움직인 것이다.어떤 무술인은 일정한 거리에 도착한 후 빠르지도 늦지도 않는 속도로 염구준의 뒤를 따랐다.그가 앞장서서 길을 터달라는 뜻이었다.염구준은 그들을 신경 쓰지 않고 아래 균열이 빨아들이는 대로 끌려갔다.‘얼마든지 따라와 봐.’지금 상황으로 말하자면 누가 누구의 총받이가 될지
선박 위의 사람들이 절박하게 울부짖었지만 아무도 응답하지 않자 각 세력들이 주변을 경계하기 시작했다.분위기를 보아 곧 위험이 닥칠 것 같았다.촤아아악!“엄청난 것이 몰려오고 있어! 빨리 위로 올라가!”나중에 물에 들어간 무술인들이 제일 먼저 해수면으로 올라와 보고했다.이어서 대다수 무술인들은 통신기에 비명소리만 남기고 사라졌다.각 세력이 어쩔 바를 몰라 혼란에 빠졌을 때, 노신기는 염구준의 옆얼굴을 보며 속으로 감탄했다.그의 말이 옳았다.“다들 맞서서 싸웁시다!”염구준은 어마어마한 기운이 몰려오는 것을 감지하고 우렁차게 소리쳤다.그게 무엇이든 이미 상대방을 건드린 이상 맞서서 싸워야 했다.정신을 차린 각 세력들은 갑자기 조상들에게서 들은 이야기가 떠올라, 부들부들 떨리는 손으로 무기를 집어 들었다.촤아아!다시 몇몇 사람이 수면위로 올라오더니 놀라운 속도로 선박을 행해 헤엄쳤다.“저게 다 뭐야?”누군가 겁에 질려 비명소리를 질렀다.“나도 몰… 악!”같이 헤엄치던 일행이 말하다 바다 밑에 있는 물건에 잡혀 끌려가고 말았다.그리고 밧줄처럼 생긴 것들이 수면 위로 올라와 선박에 있는 사람들을 공격하기 시작했다.“악!”“살려줘!”순식간에 비명소리와 경악 소리가 섞여서 현장이 아수라장이 되었다.정체를 알 수 없는 생물체에 다들 지레 겁을 먹었다.윙!그때 누군가 열 줄기 검기를 발사해 밧줄처럼 생긴 생물을 잘라버렸다.“저건 또 뭐야? 엄청 단단하네.”제일 처음으로 공격한 사람은 역시 염구준이었다.“끼익!”바다 밑에서 공격을 당한 생물은 날카로운 이명소리를 내며 위로 올라왔다.생각보다 쉽게 잘리자 각 세력들은 용기를 내서 공격을 퍼부었다.“별거 아니네. 단번에 잘려지잖아.”자신감이 생긴 그들은 필사적으로 대응하기 시작했다.본래 각 세력의 실력으로 쉽게 생물을 잘라낼 수 있는데, 이 생물이 모두가 혼란에 빠진 틈을 이용해 습격할까 봐 진짜 실력을 발휘하지 못했다.물론 염구준도 모든 사람을 책임질 의무가 없으니 주변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