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겠어.”염구준은 혼자서 늑대들을 상대했다.앞으로 저벅저벅 걸어가자 늑대들은 그가 도전장을 내민 것으로 간주했다.“오우~!”늑대 한 마리가 다시 울부짖자 나머지 늑대들이 염구준을 향해 공격했다.스스슥!염구준은 절대 봐주지 않고 검을 휘두르며 무자비하게 한 마리씩 죽였다.원시적이고 잔혹한 세계에서 누가 먼저 잘못했다는 것을 따져도 소용이 없었다.오로지 살기 위해서 목숨을 걸고 싸웠다.늑대들이 저마다 울부짖으며 염구준을 포위하며 공격했지만 가까이 가면 참살을 당해 더는 다가가지 못했다.나무 담장 위에서 그 장면을 보던 원주민들은 입을 떡 벌이고 말을 잊지 못했다.전에도 늑대들이 마을을 포위한 적이 있었지만 번마다 참담한 대가를 치렀다.맹렬한 호랑이가 나타나도 늑대 무리를 감당하지 못했다.“오우~!”다시 울음소리가 들리자 흥분한 늑대들이 미친듯이 공격을 퍼부었다.‘드디어 널 찾았다.’염구준은 앞을 가로 막는 늑대들을 물리치고 숲으로 돌진했다.늑대왕이 무리를 통제하면서 교활하게 빠른 속도로 이동하고 있었다.그는 소리를 추적하면서 늑대왕을 찾아냈다. 늑대왕 옆에 두 마리 측근도 있었다.“안 꺼질 거면 여기서 죽어!”염구준은 늑대를 물리치고 마을에 들어가고 싶지, 여기서 전부 죽이고 싶지 않았다.그의 뜻을 알아챈 것처럼 늑대왕이 머리를 숙이고 뒤로 물러섰다.“뭐야, 쫄았어?”염구준은 더는 공격하지 않고 마을로 가려고 몸을 돌렸다.스스슥!바로 그때 두 그림자가 염구준을 습격했다.늑대왕의 측근이었다.“죽고 싶어?”염구준은 싸늘하게 내뱉으며 뒤로 검을 휘둘러 한 마리를 죽였다.동시에 왼쪽 주먹으로 나머지 한 마리도 무찔러 죽였다.순식간에 두 마리 늑대가 참살되었다.습격하는 계략은 좋았지만 실력 차이가 있기 때문에 소용이 없었다.그는 여기서 멈추지 않고 바로 돌아서 늑대왕을 향해 돌진했다.살길을 주었는데 뒤통수를 친다면 가차 없이 죽여버려야 했다.“오우~~~~~!”두 측근을 잃은 늑대왕은 화났는지 울음소리가 달라
“영웅을 환영합니다. 방금 엄청 용감했어요.”“앞으로 안심하고 여기서 지내세요. 우리 마을은 강하답니다.”“여기는 어떻게 오셨어요?”염구준이 마을에 들어서자 다들 반갑게 맞이하며 꽃다발과 박수를 보냈다.아까 전에 염구준에게 대포를 겨냥했던 일은 말끔히 잊은 뒤였다.이곳에서 실력이 모든 것을 결정했다.염구준이 주변을 둘러보았다.별의별 인종 사람들이 다 모인 것이 새삼스러웠다.용하 고대어를 하는 사람들은 오래전부터 여기서 생존했던 원주민이고 다른 나라 언어를 하는 사람들은 이곳의 생존자일 것이다.여기서 위험한 환경을 대처하기 위해 모든 사람들이 모였다.“당신들 족장을 뵙고 싶어요.”염구준은 큰소리로 외치며 분위기를 제압했다.원래 아무 사람이나 붙잡고 물어보고 싶었지만 지금 위세를 보아 족장을 찾아 담화해야 할 것 같았다.여기서 주먹이 제일이니까.“제가 길을 안내하겠습니다.”한 남자가 건들거리면서 다가왔다.방금 염구준이 혼자서 늑대 무리를 물리치는 것을 보고 실력이 족장을 초월했다는 것을 알아채고 미리 아부할 계획을 세우고 있었다.“길을 안내하세요.”그가 어떤 목적을 갖고 접근하든 염구준은 사양하지 않았다.낯선 곳에서 아는 사람도 없으니 누가 길을 안내하는 것만으로도 만족했다.남자는 나이가 있어 보이고 너덜너덜해진 옷으로 보아 파일럿 같았다.“이름이 뭐예요?”가는 길에 염구준이 물었다.그가 먼저 이름을 묻자 남자는 기뻐하며 대답했다.“케빈이에요. 40년 전에 비행기를 타고 이곳을 경유하다가 이유도 모른 채 이곳에 들어왔어요.”그때 상황은 정말 갑작스러웠다.“용하에 가려고 정보를 알아보는 중이죠?”염구준이 흥미로운 질문을 던졌다.추룡대삼각 지대는 용하의 해역이라 해외 비행기는 함부로 들어올 수 없었다.“역시 똑똑하시네요. 그런데 여기에 갇혀서 정보 따위 소용없게 되었어요.”케빈이 갑자기 눈물을 흘렸다.“여기 상황을 말해 보세요.”염구준은 그가 누군지 따지지 않았다.필경 40년 전은 그가 태어나지도 않았으니까.
“짐승들에게 전력을 사용할 필요가 있을까요?”사람이 착하면 오히려 당하기 마련이니 염구준은 거만하게 대답했다.“하지만 당신은 틀렸어요. 늑대를 남겨야 여기 사람들이 위험에 처했을 때 우리가 나설 수 있어요. 그래야 우리 가치를 보여줄 수 있거든요.”족장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목소리만 들렸다.그래도 염구준은 신경 쓰지 않고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여기서 위험한 금지 구역이 어딘지 아십니까?”“전주님, 여전히 성급하시네요.”족장은 말하는 동시에 요염한 자태를 드러냈다.“붉은 장미?”염구준은 바로 그녀를 알아봤다.몇 년 전에 동양국 해전에서 적들의 함대를 거의 전멸시켰을 때 붉은 장미는 상대방의 사령관이었다.그때 패배한 적들이 작은 배를 타고 도망쳤는데 이곳에 왔을 줄은 생각도 못했다.“맞아요. 전주님이 저를 기억하실 줄이야.”붉은 장미의 말에 가시가 섞여 있었다.“실력이 형편없어서 조금 인상이 깊었어요.”그때 붉은 장미의 싸움 실력은 마치 소꿉놀이하는 것 같았다.그녀는 자신의 상처가 드러나자 웃음을 거두고 싸늘하게 말했다.“잘난 척하지 마세요. 그동안 무술에 몰두했고 이곳의 약재를 복용하여 이미 전신지상에 도달했어요. 한때 적이었지만 일면식이 있는 사이니 내 남총이 되어준다면 평생 지켜줄게요.”마음이 여린 것 같지만 평생 그에게 복수하려고 노예를 하라는 말이었다.함선이 파괴되고 이런 곳에 갇혀서 살았으니 분노하지 않을 리가 없었다.“일단 내 질문에 대답하세요.”염구준은 담담하게 말했다.남총이고 뭐고 변태 같은 짓거리는 절대 사양이었다.“흥, 좋게 말을 해도 듣지를 않다니 무력을 써야 말을 듣겠네.”화난 붉은 장미는 바로 손을 들어 공격했다.스스슥!예고도 없이 두 암기를 발사했지만 염구준은 들어올 때부터 미리 경계하고 있었다.그는 가볍게 옆으로 물러서며 공격을 피했다.이어서 붉은 장미가 한 손에 뼈다귀를 들고 힘껏 아래로 내리쳤다.환경 때문에 이곳 사람들은 생존하기 위해서 처음부터 전력으로 싸웠다.윙!염구준은
“아주 좋아요. 짐을 챙기고 내일 출발합시다.”염구준은 말을 마치고 돌아서 밖으로 나갔다.그녀가 도망칠 걱정은 1도 하지 않았다.반천인 실력을 보여줬으니 오히려 그에게 빌붙을 것이다.실력이 강한 사람이 여기서 탈출할 기회가 더 많으니까.“전주님, 저녁에 내 처소에 쉬러 오시겠어요?”붉은 장미는 그의 뒷모습을 보며 애처롭게 물었다.“쓸데없는 생각은 집어치우고 할 일이나 하세요.”그의 마음속에 이미 손가을이 있어서 미인계는 아예 통하지 않았다.“휴.”그가 시야에서 사라지자 붉은 장미는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그제야 옷이 식은 땀에 흠뻑 젖은 걸 발견했다.염구준을 봤을 때 복수하고 정복하고 싶었다.하지만 지금은 오히려 그녀가 정복당한 것 같았다.세상 일은 정말 알 수 없었다.“언젠가 내 손아귀에 넣을 거야.”붉은 장미는 한참을 불평을 늘어놓다가 짐을 챙기기 시작했다.지금 그녀의 심정은 매우 복잡했다.염구준을 죽이고 싶으면서도 그가 이곳에서 데리고 나가주길 바랬다.홍분 마을은 원시 사회 같아서 한 시도 있고 싶지 않았다.염구준은 케빈을 앞장세워 필요한 물건을 보충하러 갔다.이번 행차는 갑자기 오는 바람에 구자검 외에 아무도 챙기지 않았다.두 장의 늑대 가죽으로 생각보다 많은 물건을 바꿀 수 있었다.“이걸 당신한테 줄게요. 내일 여기서 떠납니다.”염구준은 일부분을 케빈에게 주었다.“부디 성공하길 바라요.”케빈은 물건을 받고 떠났다.그는 이곳에 40년을 살면서 이미 환경에 적응되었기에 떠나고 싶지 않았다.아침에 두 사람이 마을을 떠날 때 마을은 떠들썩했다.강자의 도움 없이 이 숲에서 생존하는 것은 불가능했기 때문이다.하지만 다른 사람이 결정한 일에 그들은 간섭할 수 없었다.“빨리 오세요. 밥을 안 먹었어요?”앞장선 염구준이 재촉했다.“갑니다.”붉은 장미는 빠른 걸음으로 뒤를 따르면서 속으로 그를 욕했다.그녀는 작고 큰 가방들을 잔뜩 챙겼다.그중에는 보름 정도 먹을 식량도 있었다.전신지상의 실력이 아니라면 이
이미 들켰는데도 공격을 하다니 염구준은 헛웃음이 나왔다.윙!두 사람은 기운을 밖으로 발사하며 화살을 막아냈다.“숨어 있지 말고 나와.”염구준은 숲에 대고 고함을 지르며 어마어마한 기운으로 상대방의 고막을 자극했다.곧 열 명 넘는 그림자가 석궁을 들고 나타났다.“장미 아가씨, 짐을 바리바리 싸 들고 여기서 도망치려는 거야?”덩치가 건장한 사내가 비아냥거렸다.“똥개, 냄새 나는 주둥아리 닥쳐!”붉은 장미가 버럭 화를 냈다.두 사람의 말투를 보니 서로 아는 사이인 것 같았다.똥개는 다른 마을의 족장으로 서로 왕래하는 사이였다.염구준이 고개를 돌려 그녀를 쏘아보았다.“그쪽이 정보를 흘렸어요? 감히 매복해서 나를 습격했어요?”덜컥 겁을 먹은 붉은 장미는 풀썩 주저 앉으며 다급히 설명했다.“전주님, 아니에요. 저놈이 왜 여기 있는지조차 몰라요.”그 모습을 보니 거짓말은 아닌 것 같았다.“말로 해서 누가 믿어요. 행동으로 증명하세요.”염구준은 주변 나무에서 과일을 따더니 옆에 있는 돌 위에 털썩 자리 잡고 앉았다.증명하는 방법은 상대방과 싸우거나 죽이는 것이다.그녀는 정말 욕을 퍼붓고 싶었다.“장미, 저 녀석 네 남자야? 그렇게 무서워? 성격이 영 별로인 거 같은데 이 오빠를 따라와. 하하하.”그 장면을 보던 똥개가 조소를 날렸다.그동안 화풀이를 못해서 답답했는데 똥개의 말을 듣는 순간 붉은 장미는 분노를 억누르지 못하고 폭발해버렸다.“이 자식, 그냥 죽어!”그녀는 뼈다귀를 쳐들고 똥개를 향해 공격했다.관련 없는 사람들은 끼어들 수 없다는 것을 눈치채고 멀리 피해 있었다.두 사람은 처음으로 대결하는 것이 아니어서 서로 어떤 무공을 깨달았는지 잘 알고 있었다.실력은 엇비슷했다.염구준은 어설픈 대결을 보고 충고했다.“상대방 하체가 불안정하니까 하체를 공격하세요. 그리고 저놈이 공격하기 전에 잠시 멈추는 습관이 있어요.”몇 가지 초식만 봐도 염구준은 상대방의 약점을 발견했다.붉은 장미는 깜짝 놀랐다.그녀는 몇 번이나 싸
“일단 믿을게요. 하지만 개수작을 부리면 바로 죽일 겁니다.”염구준은 충분히 경고를 줬으니 더는 따지지 않았다.두 사람이 아무 사이가 아니라는 것을 진작에 알고 있었고 일부러 그렇게 말한 것이다.“저놈을 죽이고 바로 출발하시죠.”붉은 장미는 수중에 뼈다귀를 휘두르며 똥개에게 천천히 다가가 마지막 필살기를 날렸다.다른 사람의 목숨으로 염구준의 신임을 산다면 기꺼이 할 것이다.“아직도 구경하고 있어? 나와서 저놈 죽여!”바닥에 쓰러진 똥개는 뒤로 물러서며 고함을 질렀다.“아직도 누가 있어?”붉은 장미는 발걸음을 멈추고 주변을 경계했다.주변에 아직 사람이 있다는 것을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스스슥!숲에서 스무 명이 넘는 그림자가 나타났다.그런데 차림새를 보아 다른 패거리 같았다.두 명의 전신지상 고수가 앞장을 선 것을 보니 다른 마을의 족장 같았다.“끝까지 숨어 있을 줄 알았어.”염구준이 일행을 훑어봤지만 그런 실력으로 전혀 위협이 되지 않았다.“이제 막 여기에 들어온 것 같은데 나갈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내면 알려줄 수 있어? 사람 많으면 도움이 되잖아.”일행 중에서 한 전신지상 고수가 나서서 말했다.붉은 장미가 가방을 들고 마을을 떠나는 것을 봤을 때, 염구준이 나갈 수 있는 방법을 찾았을 거라 생각하고 여기서 기다린 것이다.“나랑 손을 잡고 싶어?”염구준은 말을 빙빙 돌리지 않고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그렇다. 서로 도우면 나갈 수 있는 기회가 많아질 거야.”남자는 염구준이 동의한 줄 알았다.그런데 이어서 하는 말에 찬물을 맞은 듯 안색이 싸늘해졌다.“손을 잡아도 실력이 비슷해야 가능해. 너희들은 너무 약해서 안 돼.”사방에 위험이 도사리는 숲에서 염구준은 발목을 잡는 팀원 따위 필요 없고 오직 한 사람만 길을 안내해도 충분했다.만약 그도 해결할 수 없는 위험이라면 아무리 사람이 많아도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대놓고 약하다는 소리를 들은 일행은 마음이 불쾌했다.그때 전신지상의 고수 한 명이 앞으로 나오며 나지막하게
이토록 강한 기운과 공포스러운 압박감은 절대 틀리지 않았다.“철수한다!”누가 고함을 지르며 중간에 있던 똥개를 방패로 삼아 염구준에게 확 밀어 던졌다.이렇게 능숙한 수법은 사전에 미리 상의했기 때문이다.“비열한 놈!”“컥!”똥개는 대노하며 소리쳤지만 꼼짝도 못하고 염구준의 검에 찔려 죽었다.염구준은 여기서 끝내지 않고 앞으로 돌진하며 일행을 쫓았다.“죽어라 도망치자!”두 사람은 고개를 세차게 흔들며 결심을 내렸다.그들은 공포스러운 기운을 폭발한 후, 동시에 뒤로 돌아 도망쳤다.살아남겠다고 저군을 함정에 빠트리려 한 것이다.하지만 여기서 그만둘 염구준이 아니었다.살의를 느낀 이상 무슨 일이 있어도 상대방을 물리치려 했다.염구준은 검을 두 번 휘둘러 한 사람을 죽이고 이내 뒤를 쫓아서 나머지 한 사람까지 살해했다.세 명의 전신지상 고수가 전부 죽었다.“저희가 그런 게 아니에요. 제발 용서해 주세요.”남은 부하들은 석궁을 던져버리고 무릎을 꿇으면서 애원했다.“꺼져!”염구준은 검에 묻은 피를 털어버리고 계속 길을 떠났다.천지와 본연의 일을 함에 있어 만물에 대가를 바라지 않는다는 속담이 있다.이곳에 살아남은 사람들은 고된 환경에, 먼저 다가가 건드리지 않는다면 그도 상대방을 죽이지 않았다.“전주님, 방금 그자들이 우리를 따라오고 있어요.”붉은 장미는 여광으로 뒤의 상황을 보고했다.“내버려두세요. 죽음을 자초하는 놈들은 약이 없어요.”염구준은 진작부터 알았지만 그들이 공격하지 않아서 살려둔 것이다.“전주님, 동굴에 도착하면 정말 밖으로 나갈 수 있어요?”“누가 밖에 간다고 했어요? 내가 가려는 곳은 바깥세상보다 더 유혹적이에요.”염구준은 숨기지 않고 애매모호하게 말했다.붉은 장미는 조금 의심스러웠지만 더는 묻지 않았다.“바로 여기예요.”그녀는 발걸음을 멈추고 전방에 있는 동굴을 가리켰다.그곳에 종아리만 한 덩굴이 빼곡하게 뻗어올라 동굴 입구를 절반이나 가렸다.식물은 무성하지만 살아 있는 생물은 아니었다.“더
스스슥!생물이 접근하자 덩굴은 반응하며 염구준과 붉은 장미에게 마찰소리를 내며 다가갔다.윙!염구준은 이내 주변에 기운을 발사하며 두 사람을 보호하자 덩굴이 튕겨 나갔다.덩굴의 힘으로 그의 방어를 뚫을 수 없었다.“전주님, 이제 시작이에요. 안으로 깊이 들어갈수록 공격이 세질 거예요.”붉은 장미는 자신이 알고 있는 정보를 전부 말했다.지금 그들은 한 배를 타고 있어서 아무리 미워도 죽일 수 없었다.“고작 덩굴 때문에 두려워할 거 없어요.”염구준은 이미 어떤 식물인지 알아챘다.전에 이런 식물과 열대우림에서 싸워본 적이 있었다.다른 점을 말하자면 여기 있는 덩굴처럼 굵지 않았다.덩굴은 이름처럼 피를 먹고 살고 또 토양에서 영양분을 흡수할 수 있어서 참 특이한 식물이다.피를 먹는 식물이라니 생각만 해도 소름이 돋았다.펑! 펑!앞으로 다가가자 덩굴이 미친듯이 방어 기운을 공격했다.지금 덩굴은 식물이 아니라 굶주린 늑대처럼 공격을 퍼부었다.붉은 장미는 방패가 버티지 못하여 잡혀 먹힐까 봐 두려워 덜덜 떨었다.이 구역의 덩굴은 그녀 힘으로 제어하지 못했다.안으로 들어갈수록 덩굴은 더 많아지고 이내 염구준이 만든 기운 방패를 전부 감쌌다.이곳의 덩굴은 오랫동안 존재한 덕에 이 구역의 지배자나 마찬가지여서 어떤 생물도 감히 맞서지 못했다.뒤를 따라온 사람들은 멀리서 보기만 할 뿐, 계속 한숨만 쉬었다.“에휴, 이렇게 강한 사람도 건너가지 못하나?”“저렇게 실력이 강해도 여기서 죽음을 맞이해야 하네. 그렇다면 우리는 더욱 들어가지 못하겠어.”“가자. 이제 다 끝났어.”무엇이 금지 구역인가?바로 들어갈 수 있어도 살아나오지 못하는 곳을 가리킨다.일행이 떠나려고 할 때 변고가 발생했다.다들 무술인이니 주변에 일어나는 기운을 똑똑히 느낄 수 있었다.어딘가 전해지는 강력한 기운에 그들은 저도 모르게 몸을 부르르 떨었다.쿵!그때 방패가 폭발하자 덩굴들이 잘려서 사방에 떨어졌다.순간 검기가 기승을 부리며 계속 뻗어오는 덩굴을 잘라버
곧이어 온몸이 피투성이가 된 노인이 나무 틀에 묶인 채 천천히 끌려 나왔다.얼마 지나지도 않았는데도 그는 이미 모습을 알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고문 당한 상태였다.“자네는... 어서 가게. 이 소는 내 아들에게 맡기고, 앞으로 농사 잘 지으라 전해주게...”노인은 힘겹게 유언을 남겼다.이렇게 많은 산적이 있는 상황에서 혼자 도망치는 것도 문제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노인은 염구준이 자신을 구해줄 거란 기대조차 하지 않았다.“하하, 너희 전부 오늘 여기서 끝장이다!”산적 두목이 큰소리로 웃으며 말했다. 그들은 여전히 귀울진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모르고 있었다.염구준은 한숨을 내쉬며 중얼거렸다.“하, 어쩔 수 없군. 여기가 비록 용하국의 영토는 아니지만, 이미 만났으니 지방의 악세력을 제거한다고 생각해도 좋겠지.”염구준은 고개를 저으며 이 산적들을 모조리 없애기로 마음 먹었다.그들을 처리하지 않으면 노인을 구해낼 수 없기 때문이었다.“흥, 영웅인 척 나서는 놈들은 많았지. 하지만 결국 다 내 칼 밑에서 죽었어.”산적 두목은 염구준의 말을 농담으로 치부하며 손을 휘저어 부하들에게 공격 명령을 내렸다.“죽은 형제의 복수를 위해서 죽어라!”“저 소는 내 거다. 누구도 손대지 마!”“저놈 입고 있는 옷도 괜찮은데, 찢지 말고 벗겨서 가져가자.”대화에서부터 알 수 있듯, 이들은 싸우기도 전에 전리품 나눌 생각부터 하는 오합지졸들이었다.쾅쾅!이를 본 염구준은 허공에 주먹을 내질렀고, 강력한 기운이 곧바로 그의 주먹 끝에서 뿜어져 나와 산적들 쪽으로 빠르게 뻗어나갔다.그는 이런 쓰레기들에게 자비를 베풀 생각이 없었다.공격을 받은 산적들은 순식간에 뒤로 나가떨어지며 쓰러졌다.염구준은 공격을 멈추고는 발을 굴리더니 곧장 자취를 감췄다.‘반보천인이었어!’산적 두목은 전신 위 경지였기 때문에 이 모든 걸 똑똑히 볼 수 있었다.자신이 상대가 되지 못한다는 걸 깨달은 그는 서둘러 노인에게 달려가 그를 인질로 삼으려 했으나 그의 속도는 염구준보다 한
만약 거짓말을 하다 들킨다면, 그땐 정말로 끝장날 게 뻔했기 때문이었다.“참 멍청하단 말이야. 굳이 맞아야 정신을 차려?” 염구준은 비웃으며 말했다.그는 곧바로 휴대폰 화면을 켜서 달력을 확인했다. 삼일 후면 바로 음력 보름날이었다.‘무슨 의미가 있는지는 가보면 알겠지.’이면인의 태도로 보아 거짓말을 하는 것 같지는 않았지만, 혹시 몰라 그는 상대방을 한 번 더 시험해 보았고, 염구준이 기운을 운용하는 걸 본 이면인은 놀라서 얼굴이 하얗게 질린 채로 급히 무릎을 꿇으며 애원했다.“제가 잘못했습니다! 한순간에 탐욕에 눈이 멀어서 그만... 다시는 그러지 않겠습니다!”염구준은 그의 옷깃을 움켜쥐고 매섭게 말했다.“내가 진씨 가문의 옛 저택에 가서 가보를 찾지 못한다면, 넌 차라리 죽는 게 나을 정도의 고통을 겪게 될 거다.”“알겠습니다... 방금 전 얘기는 전부 사실입니다!”이면인은 겁에 질려 거의 본능적으로 대답했다.염구준은 그를 한쪽켠에 던져놓고는 곧장 귀울진의 밖으로 걸어 나갔다.마을 입구 호텔에선 소달구지를 몰던 노인이 여전히 그를 기다리고 있을 테니까 말이다.“몸 조심히 가세요!”이면인은 한 말은 모두 진심에서 우러러 나온 것이었다. 그는 전부터 염구준이 얼른 마을에서 떠나기를 바랐다.이번에 반은 실패했지만, 개방의 영역을 얻었으니 그리 큰 손해를 본 건 아니었다.염구준이 그를 살려둔 것은 자비로워서가 아니라 어차피 언젠간 죽게 되어있어서였다. 귀울진의 진씨 가문 또한 그의 꼼수 때문에 망할 게 뻔했다.염구준과 이면인이 다툰 일은 자연스레 다른 두 세력에게도 전해졌다.두 세력은 몇 달 동안 계속 간을 보다가 염구준이 진씨 가문 돕지 않는 걸 발견한 뒤, 하룻밤만에 진씨 가문을 삼켜버렸다.그들에게는 전신 위 경지의 존재가 둘이나 있었기에 진씨 가문을 처리하는 건 매우 식은 죽 먹기였다.어떻게 보면 이면인의 ‘현명한’ 판단이 진씨 가문을 멸망의 길로 몰아넣은 거라고 할수도 있었다.좋은 패를 가지고 다 망쳤으니까 말이다.
“당연히 아닙니다. 다만, 진씨 가문의 가보는 너무나 귀중하니 귀울진 전체와 교환해야 공평하다고 생각했을 뿐입니다.”이면인은 진심인 척 말했다.그러나 이는 명백히 가격을 부풀리는 협상 전술이었다. 만일 이 요구를 들어준다면 염구준이 귀울진 전체를 준다고 해도 후에 또 용하국에 가겠다면서 다른 요구를 이어갈 게 뻔했다.덥썩.염구준은 그의 말을 듣지 않고 단숨에 그의 목을 움켜쥐었다.“내 약점을 잡았다고 멋대로 날 조종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 거야?”이런 사람을 봐줘서는 안 됐다.과거에 어떤 사람이었든, 귀울진 같은 혼란스러운 곳에서 오래 살다 보면 누구나 그 환경에 물들기 마련이었다.“제, 제가...”이면인은 염구준이 진심인 것을 보아내고 겁에 질려 변명이라도 해 보려 했으나 목이 조여와 말을 잇지 못했다.“쓸데없는 소리는 듣고 싶지 않아. 단 한 번의 기회만 줄 테니, 잘 생각하고 말하는 게 좋을 거야.”염구준은 그의 목을 약간 느슨하게 풀어주며 차갑게 말했다.이면인이 답하기도 전에, 진씨 가문의 사람들은 또다시 일제히 염구준을 향해 달려들었다.비록 무슨 일이 난 건지는 몰랐지만 가주가 공격을 당했으니 가만히 있을 수가 없어서였다.“꺼져!”염구준은 짧게 소리치며 기운을 내뿜어 몰려오던 사람들을 휩쓸었고, 사람들은 기운의 여파조차 버티지 못하고 쓰러졌다.“다음번에도 이딴 짓을 한다면, 한 명도 살려두지 않겠어.”염구준은 땅에 쓰러진 이들을 싸늘하게 노려보며 경고했다.“말하겠습니다! 당신이 찾는 물건은 쇄룡산맥에 있는 진씨 가문의 옛 저택에 있습니다.”이면인은 목숨을 부지하기 위해 전신의 힘을 다해 한꺼번에 말했다. 이번에 약간의 속임수를 쓰려고 한 거였으나 지금 이 상황을 보고난 뒤, 그는 자신이 지나쳤다는 걸 깨달았다.“넌 이미 날 여러 번 속였어. 내가 너를 어떻게 믿지?”염구준은 손을 풀지 않은 채 물었다.“정말입니다! 쇄룡산맥은 진씨 가문의 옛 거주지였는데, 그 가보가 특별한 물건이라 철수할 당시 가져올 수 없었
염구준은 이미 그들에게 기회를 줬었다. 기회를 잡지 않은 건 상대방의 잘못이지 그의 잘못이 아니라는 거다.백가와 목숨파의 당주는 염구준이 자신들의 권유를 무시하는 것을 보고 서로 눈빛을 교환한 뒤 공격을 감행했다.대방주는 죽어선 안 되었다. 아니, 죽더라도 반드시 그들의 손에 죽어야 했다. 그래야 그들이 개방의 재산을 차지할 수 있으니까 말이다.귀울진에 외부인이 들어와 한몫 차지하는 걸 그들은 지켜볼 수가 없었다.쿠쿵.염구준은 폭발적인 기운을 내뿜으며 각각 두 당주를 향해 강력한 주먹을 날려 후퇴시킨 뒤, 싸늘하게 물었다. “왜? 너희도 죽고 싶어?”꿀꺽.염구준의 경지를 짐작한 두 당주는 겁에 질려 침을 삼켰다.‘반보천인이라니.’이건 이미 그들이 상대할 수 있는 차원을 넘어선 강자였다. 그들은 지금 그저 상대방이 자신들과 따지지 않고 보내주기를 바랄 뿐이었다.“아, 아닙니다. 저희 뜻은 이자를 처리하는 일은 저희가 알아서 할 테니 굳이 당신의 손을 더럽히실 필요는 없다는 뜻이었습니다.”백가의 당주는 잽싸게 말을 돌리며 뻔뻔하게 변명했다.“난 결과만 본다. 쓸데없는 말 하지마.”염구준은 차갑게 말했다.이익에 따라 태도를 바꾸는 소인배들의 말을 믿어서는 안 된다는 것을 그는 잘 알고 있었다. “네, 네!”두 당주는 염구준의 말에 대답을 한 뒤 대방주가 쓰러져 있는 쪽으로 향했다.남이 죽는 것이 자신이 죽는 것보다 낫기 때문이었다. “너희들, 지금 뭐 하는 짓이야? 우리끼리 무슨 일이 있어도 함께 협력하기로 약속했었잖아!”대방주는 두 사람의 살기를 감지하고는 두려움에 떨며 외쳤다.“그건 다음생에 다시 보자.”푹.백가와 목숨파의 당주들은 말을 별로 하지 않는 행동파들이었다. 둘은 바로 망설임 없이 대방주의 목숨을 끊어버렸다.이제 귀울진에서 개방은 완전히 사라졌다.“더 지시하실 것이 있으십니까?”두 당주는 다 처리한 후 염구준을 향해 공손히 물었다.“지금부터 개방의 모든 재산은 진씨 가문의 소유다. 이의 없지?”염구준은
“제일 앞에서 걸어오는 사람이 개방의 대방주입니다. 전신 위 경지의 강자이고, 도가 매우 빠릅니다.”이면인은 대방주가 등장하자 황급히 염구준에게 알고 있는 전부의 정보를 제공해주었다.지금 그들은 같은 배에 탄 상황이었기에, 조금이라도 잘못된다면 양쪽 모두에게 좋지 않았다.“네.”염구준은 대방주를 힐끗 쳐다보고는 별다른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전신 위의 실력 따위로는 그의 눈에 들지 못했다. 손 한 번 들면 얼마든지 죽일 수 있으니까 말이다.“내 동생을 다치게 한 게 바로 너냐?”대방주가 오만하게 물었다.염구준의 힘이 깊이 숨겨져 있던 터라 한참 동안 관찰했어도 그는 상대방이 강한지, 약한지 보아내지 못했다. 그러나 위협적인 기운도 감지되지 않았기에 그는 상대방이 단지 전신 정도에 불과하다고 단정 지었다.“그렇다면 어쩔래? 네 동생이 먼저 덤벼든 거야.”염구준은 담담하게 대답했다.“하, 그렇게 나오겠다 이거지? 네 스스로 두 팔을 자르면 목숨만은 살려주마.”대방주는 날 선 눈빛으로 말하며 단호한 태도를 보였다.지금 현재 수많은 사람들이 지켜보고 있기 때문에 그는 자신의 권위를 입증하고, 본보기를 보여줄 필요가 있었다.“네가 개방의 모든 산업을 넘기고 이 귀울진에서 사라진다면, 나도 너를 살려줄 수 있어.”염구준은 같은 말투로 대답했지만 농담하는 기색은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이미 진씨 가문을 개방 대신 3대 세력 중 하나로 만들어주겠다고 약속했기 때문이었다.만약 개방이 순순히 물러난다면 굳이 손에 피를 묻힐 필요도 없었다.염구준의 말에 이면인은 안절부절 못했다.그가 행동에 나서지 않으면 진씨 가문의 복수는 물거품이 될 것이 분명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지금 이 상황에서 차마 말을 꺼낼 수도 없었다.“하하하!”“죽어라!”대방주는 고개를 젖히고 크게 웃다가 표정을 굳히더니 도를 들고 염구준을 향해 돌진했다.전신 위의 기운을 전부 내뿜으면서 말이다.이 싸움은 반드시 이겨야 할 뿐만 아니라 개방의 위상을 위해서라도 화려하게
너무 갑작스러운 결정이었기에 이면인은 전혀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다.그는 이렇게 큰 일을 하는데는 어느 정도의 준비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네, 아니면 내일까지 기다리자는 건가요? 전 그렇게 시간이 많지 않습니다.”염구준은 이미 확실하게 말했다. 별 일도 아니고, 빨리 해결해야 진씨 가문의 가보에 대한 정보를 얻어 빨리 움직일 수 있기 때문에 그는 질질 끌고 싶지 않았다. 이면인은 난처한 표정을 지으며 조심스럽게 물었다.“당신이 동급 무수자들을 압도할 수 있을 정도로 강하다는 건 알고 있습니다만, 개방의 대방주는 전신 위 경지의 실력자입니다.”“갈 겁니까, 말 겁니까?”이미 문 앞까지 도착한 염구준은 짧게 물었다. “가겠습니다. 바로 사람들을 모으겠습니다.”이에 이면인은 망설임 없이 움직였다.이런 기회가 흔치 않을 뿐더러, 진씨 가문은 이미 개방에게 심하게 몰려 있는 상태라 더는 물러설 곳이 없었기 때문에 이 기회에 한 번 붙어보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얼마 지나지 않아, 이면인은 진씨 가문의 사람들을 이끌고 개방의 본거지인 ‘개소굴’ 로 향했다.이들의 움직임은 귀울진의 여러 세력들의 주목을 받았고, 길거리에 있던 이들도 수군거리며 그들을 쳐다보았다.“저거 이면인 아니야? 평소에는 그렇게도 비굴하던 놈이 지금 뭐하는 거야?”“뭔지는 몰라도 지금 저 기세를 보아선 무슨 큰일을 꾸미려는 게 틀림없어.”진씨 가문은 자신들의 실력을 철저히 숨겨왔기에, 3대 세력을 제외한 나머지 사람들은 그들의 진정한 힘을 전혀 알지 못했다.행진하는 진씨 가문의 사람들의 뒤에는 구경을 하기 위해 수많은 사람들이 몰려들었다.하지만 지금 이 상황은 개방한테까지 전달되지 않았다. 그들은 여전히 분노에 휩싸여 있었다.“형님, 제 팔을 끊어버린 놈을 반드시 처단해 주세요.”부상 치료를 받던 이방주가 힘겹게 말했다.과다출혈로 인해 그의 얼굴은 매우 창백했는데, 이마에는 식은땀이 송골송골 맺혀있었고, 말하는 목소리는 매우 허약했다.강력한 전신의 경지라 하더라도
이면인은 공손히 고개를 숙인 후, 사람들에게 주변을 정리하게 하고 염구준을 데리고 집 안으로 들어갔다.그는 두 잔의 차를 내오며 거록 존주에 대해 이야기하기 시작했다.“거록 존주의 본명은 진통신이라고 합니다. 저보다 몇 살 어리죠.”“진통신은 그 배에서 꽤나 뛰어난 몇 사람 중 하나로 손꼽혔습니다. 특히 망기술에 대한 이해와 수련은 그를 능가할 자가 없었죠.”“하지만, 그는 진씨 가문의 가보에 탐욕을 품고 비열한 수단을 사용했습니다. 결국엔 발각되어 가문에서 추방되었지만요.”“몇 년 후, 그는 다른 은세집안들과 힘을 합쳐 진씨 가문을 공격했고, 그로 인해 저희 가문은 큰 손실을 입고 사분오열되고 말았습니다.”...이면인은 거록 존주의 생애를 거의 다 이야기할 정도로 상세하게 설명했지만 염구준이 얻은 유용한 정보는 단 하나 뿐이었다. 거록 존주가 진씨 가문의 배신자이고, 가문의 가보에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는 사실 말이다.그 외의 이야기는 대부분 쓸모없는 것이었다.“진씨 가문의 가보라는 것이 대체 무엇입니까? 거록 존주가 그것을 손에 넣었나요?”염구준이 담담하게 물었다.당연히 그 가보가 탐나서 이렇게 물어본 것이 아니었다. 단지 그것을 미끼로 사용해 거록 존주를 유인하려는 목적일 뿐이었다.“가지지 못했습니다.”이면인은 고개를 저으며 더 이상의 정보는 말하지 않았다.염구준은 말을 하다가 만 그의 속셈을 알고 있었다.“뭘 원하시는 겁니까? 돈을 더 주면 되나요?”염구준은 한 가문의 수령이 정보를 팔아 생계를 유지해야 할 정도로 몰락한 그들의 모습을 보며 그 가보라는 것이 현재 그들의 상황을 바꿀 수 없거나 애초에 그들의 손에 없을 거라고 짐작했다. “거래를 하나 합시다. 당신이 저희를 위해 한 가지 일을 해 주신다면, 가문의 가보가 있는 장소를 알려드리겠습니다.”이때, 이면인이 제안을 했다.늘 괴롭힘을 당하는 그들에게 돈은 크게 의미가 없었다. 가져도 어차피 빼앗길 것이 뻔했기에 그는 돈을 요구하지 않았다. “말해보세요. 하지만 너
곧이어 그가 팔을 살짝 떨며 힘을 모으자 거대한 기운이 주먹 끝에서 폭발적으로 터져 나왔다.“으윽!”이에 이방주는 버티지 못하고 신음소리를 내며 몇 걸음 물러났다. 저릿한 팔을 보면서 그는 상대방이 전신의 경지에 불과하지만 자신보다 훨씬 강하다는 것을 느꼈다. 다만 그가 한가지 모르는 것이 있다면, 그건 염구준이 같은 경지의 적수를 만났을 때 한 번도 진적이 없다는 것이다.염구준이 반보천인의 힘을 사용하지 않은 건 눈앞의 적을 상대하는데 그렇게까지 할 필요가 없어서였다.“내가 대충 날린 한 방도 못 막는 걸 보면 넌 겨우 그정도밖에 안 되는 것 같네.”염구준은 조소 섞인 말투로 말했다.그가 만약 칠권합일까지 사용했다면, 이방주는 이미 중상을 입고 쓰러졌을 것이다.“오만하게 굴지마라.”염구준의 비웃음에 화가 치밀어 오른 이방주는 허리춤에서 연검 한 자루를 꺼내 들었다.사실 그는 방금 전의 전투에서 전력을 다하지 않고 비장의 카드를 남겨두고 있었다.“검을 쓰려고?”이 모습을 지켜보던 염구준은 흥미롭다는 듯이 감탄하며 더욱 비웃는 표정을 지었다.그의 앞에서 검을 휘든다는 건 마치 관우 앞에서 대도를 휘두르는 격이었다.쉭!그의 연검은 매우 유연했다. 이방주는 검을 몇 번 흔들고는 염구준을 향해 돌진했다.그러나 염구준의 눈에 비친 상대방의 검술은 초보자가 선보이는 것처럼 서투르기 짝이 없는, 아니 심지어는 검술에 대한 모욕이다 싶을 정도로 가관이었다.염구준은 곧바로 오른손으로 검결을 만들며 검의를 불러일으켜 검기를 먼들었다. 검 없이 기운만으로 만들어진 검기라 크게 힘을 내진 못했지만, 이방주를 상대하기에는 이 정도로도 충분했다.푹!검기는 곧 이방주의 검과 팔을 관통했고, 구멍이 뚫린 팔에서는 피가 뚝뚝 떨어졌다.더 볼 것도 없이 이건 이방주의 패배였다.이를 목격한 사람들은 싸움을 멈추고 각자의 진영으로 물러났다.승패가 이미 결정된 이상 더 이상 싸움을 지속할 필요가 없어서였다.“말도 안 돼! 어떻게 전신의 경지가 이렇게까지 강
상황을 정리한 염구준은 계속 지켜봤다.개방의 이방주가 이면인을 보더니 사악하게 웃었다.“가주가 왔으니 우리 시비를 따져보자고. 오늘 아침에 그쪽 사람이 우리 애들을 때렸어. 그래서 치료비라도 챙기려고 왔는데 이게 과분한 처사 아니지?”수백 명이 되는 개방 무리가 돈을 갈취하기 위해 온 것이다.“누가 누굴 때렸어?”이면인이 나지막하게 물었다.“몰라. 때렸으니 치료비를 줘.”이방주가 어깨를 으쓱하며 억지스러운 표정을 지었다.돈을 뜯어내겠다는 뜻이다.이런 일은 너무 익숙하니 처음 있는 일도 아니었다.퍽!이면인은 말을 하지 않고 손에 들었던 가방을 던져주면서 물러났다.“이 돈이면 충분해?”“부족해. 여기 땅을 줘.”이방주는 쳐다보지 않고 낡은 별장 구역을 가리켰다.가방에 고작 몇 백만원밖에 들어있지 않지만 땅은 가치가 어마어마했다.“그건 안 된다. 여기는 우리 집이란 말이다.”이면인은 궁지에 몰리자 더는 양보하지 않았다.뒤에 있던 가족들이 분노로 가득차서 씩씩거렸다.용하에서 쫓겨나 이곳까지 왔는데 땅을 내준다면 또 어디로 가야 할지 막막했다.“그렇다면 상의할 필요도 없겠네.”이방주가 손을 흔들자 부하들이 우르르 쓸어서 진씨 가문을 공격했다.이 부지를 무조건 손에 넣어야겠다는 의지를 보여줬다.“죽기 살기로 싸우자!”이면인도 악을 쓰면서 기운을 발사했다.전신 경지였다.“진씨 가문이 정말 몰락했네.”멀리서 지켜보던 염구준이 혀를 찼다.은세가문에서 아무리 약해도 반보천인 가주가 있어야 가문을 유지할 수 있었다.가문이란 그랬다.일어서면 몰락하는 흥망성쇠를 반복해서 겪었다.천 년을 이어온 가문들은 대부분 기반이 든든하기 때문이다.싸움이 시작되자마자 벌써 한쪽 실력이 기울어졌다.진씨 가문은 개방의 상대가 아니었다.가장 실력이 있는 이면인이 같은 경지인 개방의 이방주에게 눌려서 얻어맞고 있었다.망기술은 독특한 술법이지만 싸움에 큰 도움이 되지 않았다.이렇게 내버려두다가 이면인이 곧 죽을 것 같았다.하지만 염구준은 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