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작은 곧바로 가운데 주좌석으로 향했다.어쩌면 속으로 임시 연맹 맹주가 되고 싶었는지도 모른다.“여자가 어디에 앉아?”누가 못마땅한 말투로 말했다.“당신들 이끌어주려고요. 동맹에 맹주가 없으면 안 되잖아요. 날 막을 능력이 있으면 얼마든지 덤비세요.”주작은 고개도 돌리지 않고 계속 주좌석으로 걸어갔다.매사에 실력을 따지는 이치는 틀리지 않았다.“네가 뭐라고 우리를 이끌어?”그중에서 실력이 가장 뛰어난 남궁혁이 일어서서 따졌다.“난 전신지상의 개조 로봇을 쓰러트릴 수 있어요. 이런 이유라면 됩니까?”주작은 옆얼굴만 보이며 옅은 미소를 지었다.‘예쁘다.’그녀의 미소에 다들 딴 속셈을 품었다.“흥, 설씨 가문에서 판치는 걸 내가 모를 줄 알아? 나도 전신지상이야. 내가 이기면 나랑 잠자리를 하는 게 어때?”어처구니없는 요구를 제시한 사람은 바로 남궁혁이었다.턱에 하얀 수염이 난 늙은이가 이런 말을 하다니 겉보기와 달리 정력이 왕성한 것 같았다.“좋습니다. 그쪽이 지면 어떻게 할까요?”주작이 담담하게 받아들였다.같은 전신지상 고수끼리 싸워서 상대방을 쓰러트리지 못한다면 강자라고 불릴 자격이 없었다.“내가 네 침대로 갈게.”남궁혁은 색마의 본색을 드러냈다.“그쪽이 지면 손가락 하나를 내놓으세요.”주작이 미간을 찌푸리는 것을 보니 전혀 장난 소리 같지 않았다.두 사람이 내세운 조건은 천국과 지옥이 따로 없었다.“좋다. 오늘 저녁 넌 내 여자가 될 것이다.”남궁혁은 이해득실을 따지며 다른 꿍꿍이를 계획하더니 이내 대답했다.절대 손해보는 짓은 하지 않았다.두 사람은 대결하기 위해 밖으로 나왔다.옆 사람들은 좋은 구경을 놓치지 않으려고 우르르 쓸어 나왔다.“선생님은 걱정되지 않습니까?”설구가 염구준을 쳐다보며 물었다.지금 그는 가슴이 쿵쿵 뛰어서 심장이 목구멍으로 튀어나올 것만 같았다.남궁혁은 호색하고 파렴치하지만 남극 빙원에서 베테랑 고수라서 그를 제압할 수 있는 사람은 극히 드물었다.“이길 싸움인데 뭘 걱정해요?”
“상황을 보니 남궁 장로가 지겠군.”“젊은 나이에 어떻게 저리 강할 수가 있지? 엄마 뱃속에서부터 무공을 수련했나?”“방금 나서지 않아서 다행이군.”다들 각자 생각을 털어놓았다.15분 후, 남궁혁은 가쁜 숨을 내쉬며 땀을 뻘뻘 흘렸다.주작은 기회만 생기면 강력하게 공격해서 꼼짝 못하고 당하기만 했다.“웩!”내상을 입은 남궁혁은 목구멍으로 올라오는 뜨거운 피를 토했다.그래도 주작은 멈추지 않고 계속 공격했다.“잠깐만!”남궁혁이 손을 들어 그녀를 제지했다.더 싸우다가 저 세상으로 갈까 봐 두려웠다.“패배를 인정합니까?”주작이 당당하게 물었다.“하하하. 비긴 셈이지. 엊저녁에 제대로 못 자서 나중에 다시 대결하자.”그는 입가에 묻은 피를 닦으며 얼토당토않는 핑계를 댔다.뻔뻔스러운 낯짝은 성벽보다 더 두꺼워 보였다.“파렴치한 영감.”주작은 한마디 하고 염구준을 바라보며 결정해 주길 기다렸다.“나중에 다시 대결해도 좋지만 손가락 하나는 남기고 가세요.”염구준이 담담하게 말했다.서로 원해서 약속을 정한 것이니 상의할 여지가 없었다.맹주 자리를 놓고 싸우는 자리에서 이상한 조건을 제기한 남궁혁은 돌을 들어 자기 발을 찍은 격이 되었다.“흥, 지금 가겠다면 어쩔 건데?”남궁혁은 억지를 부리며 홱 돌아서 나갔지만, 염구준의 앞에서 먹히지 않았다.“그럼 내가 직접 잘라야겠군요.”말이 떨어지기 바쁘게 염구준은 벌떡 일어서 그에게 다가갔다.오늘 손가락 하나를 무조건 자를 거라 마음먹었다.“보자보자 하니까 내가 우스워?”남궁혁은 버럭 화를 내며 전신 영역을 펼쳤다.이렇게 목숨을 아끼는 사람인데 가만히 당할 리가 없었다.퍽!염구준은 오른손은 검결, 왼손으로 검기를 휘둘러 상대방의 전신 영역을 단번에 부숴버렸다.그 장면을 본 구경꾼들은 경악했다.‘괴물의 소굴을 건드렸나? 하나 같이 대단한 놈들이잖아.’“아아악!”겁에 질린 남궁혁은 이성을 잃었는지 단검을 마구 휘둘렀다.이런 정신 상태라면 절반 실력도 발휘할 수 없을 것이다
“당신들 가문에서 실력이 있는 자들을 여기에 보내세요. 청목 조직의 은신처를 발견하는 즉시 치러 가겠습니다.”주작이 첫 번째 명령을 내렸다.“네, 알겠습니다.”다들 짧게 대답하고 지원군을 뽑으러 각자 가문으로 돌아갔다.청목 조직을 멸망하면 다시 주인이 될 수 있으니 짐승 같은 놈들의 제약에서 벗어날 수 있다.“주상님, 이젠 어떻게 할까요?”주작이 다음 계획을 물었다.“저 사람들 잘 응대하고 내 지시를 기다려.”염구준은 거처로 돌아가 장비를 챙기고 외곽으로 수색하러 떠났다.그 사이 멀리 가지 않은 백호에게 남궁혁을 미행하라고 지시했다.“주상님, 남궁혁이 술집에 들어갔다가 황급히 떠났어요.”백호는 제로 술집을 가리키며 말했다.“알았어. 계속 미행해. 난 들어가 볼게.”염구준이 고개를 끄덕이더니 단서를 찾으려고 술집으로 들어갔다.‘제로 술집’이라는 네 글자가 조금 이상하게 느껴졌다.남극처럼 극한 지역에 술집을 차리다니 얼어버린 술들을 누가 사가는지 궁금했다.그는 술집 문을 열고 들어갔다.“제로 술집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테이블 앞에 방한복을 입을 여자가 맞이해 주었다.그런데 술집에 손님도 없고 술병도 보이지 않았다.염구준이 아무 말도 하지 않자 여직원이 물었다.“여기 처음 오세요?”“네, 한잔하고 싶어서 왔어요.”상대방이 눈치챈 이상 그도 숨기지 않고 솔직하게 말했다.직원은 당황해하지 않고 차분하게 말했다.“남극 빙원은 기후가 워낙 특별해서 술집을 지하에 만들었어요. 들어가려면 입장료 2000만 원을 지불해야 합니다. 물론 술값은 따로 내셔야 하고요. 여기서 돈만 있다면 모든 서비스를 이용하실 수 있어요.”만약 직원의 말이 사실이라면 이런 곳에서 호화로운 술집을 차린 배후는 보통 사람이 아닐 것이다.염구준은 바로 청목을 떠올렸다.“안내하시죠.”그는 현금을 테이블 위에 올려놓았다.여직원은 돈을 센 후, 테이블 위에 있는 버튼을 눌렀다.그러자 바닥이 움직이면서 지하 통로가 나타났다.“고객님, 안으로 드세요.”
금발 남자는 과일을 씹으면서 행복한 표정을 지었다.“1000만 원.”염구준은 남자의 행동이 눈에 거슬려 손을 내밀며 돈을 요구했다.초면인 사람에게 얻어먹으려고 접근하다니 정말 어이가 없었다.“우웩!”그 말에 금발 남자는 하마터면 목구멍에 걸린 과일을 토할 뻔했다.수박 두 조각을 먹었을 뿐인데 1000만 원을 내놓으라고 해서 경악했다.“브라더, 내가 누군지 알아?”금발 남자가 신분을 내세웠다.돈을 주지 않겠다는 뜻이었다.“내가 알아야 하나?”상대방이 거칠게 나오면 염구준은 더 거칠게 대했다.아무리 대단한 인물이라도 상관없었다.초면에 말을 걸러 온다는 것은 분명 좋은 의도는 아니니까.“내 이름은 데비드야. 잘 기억하고 남극 빙원에서 조심해.”금발 남자는 이름을 남기면서 노려보았다.옆 테이블에 앉은 손님들은 곤경에 빠진 염구준이 안쓰러웠다.데비드는 돈을 주지 않고 자리에서 일어섰다.“브라더, 과일을 먹었고 경고도 했으면 돈은 주고 가야지.”염구준이 싸늘하게 말했다.허세만 부리고 사라지는 꼴을 도저히 용납할 수 없었다.“흥, 멍청한 놈.”데비드가 가운데 손가락을 치켜들며 세계적으로 우호적인 손짓을 했다.으드득!그 순간, 염구준이 갑자기 손을 뻗어 손가락을 부러트렸다.공짜로 먹고도 이렇게 건방진 사람은 살다 살다 처음 보았다.“새끼야! 이거 안 놔?”데비드가 인상을 찌푸리며 소리를 지르자 주변에 앉아 있던 일행이 우르르 자리에서 일어섰다.뒷배가 있어서 방금 무례하게 군 것이다.“선을 넘었어. 배상금 200억을 주고 내 형제한테 사과해. 아니면 죽는다.”남자들 무리에서 우두머리가 본심을 드러냈다.그들은 초면인 염구준이 남극 빙원에 밥벌이하러 온 사람이라 생각했다.“시간 낭비하지 말고 다 덤벼.”염구준은 술만 마실 뿐 쳐다보지도 않았다.심지어 과일 접시에 손도 대지 않았다.“죽여!”우두머리가 명령하자 열 명 정도 되는 부하들이 다가왔다.남극 빙원에서 밥벌이를 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깡패들이다.쿵!염구준은
그런데 염구준은 돈을 받지 않고 발로 걷어찼다.촤아악 쿵!데비드는 바닥에 마찰하며 튕기다 테이블에 부딪쳤다.여기서 곱게 보내줄 염구준이 아니었다.“쿨럭!”데비드가 입가에 피를 흐리며 겨우 일어서더니 쓴 웃음을 지었다.“브라더가 하고 싶은 대로 해.”염구준이 손가락 두 개를 치켜들며 사악하게 웃었다.“난 억지를 부리지 않아. 나한테서 200억을 원했으면 너도 200억을 주고 100번 사과해.”순간 데비드는 도움이 안 되는 일행 때문에 울고 싶었다.전에 사기를 쳤을 때도 제일 많아서 20억 정도 받아먹었다.“어려워?”그가 대답하지 않자 염구준이 다시 질문했다.“당장 모아서 줄게.”살기를 느낀 데비드는 급하게 일행과 상의했다.이번에야말로 본전까지 탈탈 털리게 생겼다.“브라더, 원하는 금액만큼 줬으니까 우린 가도 되지?”데비드가 기어들어가는 소리로 물었다.“아직 사과 안 했잖아. 덜도 더도 말고 한 사람 100번씩 무릎 꿇고 사과해.”염구준은 손가락으로 바닥을 가리키며 엄숙하게 말했다. 다른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사과하면 창피하지만 거절할 수 없었다.“미안해.”데비드가 이를 꽉 물고 사과하자 다른 일행도 무릎을 꿇고 머리를 바닥에 받았다.술집 안에 쿵쿵 머리를 박는 소리가 들렸다.그들은 마치 신에게 절을 올리는 것 같았다.“저기 있어요.”직원 휴식실 입구에서 바니걸의 안내를 따라 스무 명이 넘는 무리가 나왔다.염구준도 그쪽을 힐끗 쳐다봤다.전신 경지에 이른 고수가 있을 줄은 생각도 못했다.“네가 소란을 피웠어?”담당자가 목소리를 높이며 물었다.“아니, 이 사람들이 소란을 피웠지. 내가 처리했으니까 고마워할 필요 없어.”염구준은 무릎 꿇고 있는 놈들을 가리키며 말했다.어수선한 현장을 발견한 담당자가 인상을 굳혔다.“누가 소란을 피우든 깨뜨린 물건은 배상해야 한다.”“저기, 얼마나 배상하면 될까요?”데비드는 술집 담당자의 미움을 사고 싶지 않았다.“많지 않아. 2000억쯤 주면 돼.”이 술집은 직원부터
담당자는 두려워하지 않았다.필경 그의 배후는 보통 사람이 아니었다.그 말에 염구준은 남궁혁이 여기 들른 것을 떠올리며 속으로 기뻐했다.남궁혁이 그를 상대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청목 조직을 찾는 것이다.“그리 대단하다니 한번 보고 싶네.”염구준은 몸을 번쩍 들어 담당자를 공격했다.상대가 그를 죽이려 한다면 절대 용서할 수 없었다.“막…”담당자가 명령을 내리기 전에 뒤에 있던 부하들은 이미 사방으로 튕겨 나갔다.‘틀렸어. 적어도 전신지상이야.’그는 속으로 젠장을 외치며 어쩔 수 없이 나서서 막았다.“컥!”그런데 전신 영역을 펼치기 전에 염구준의 손이 목을 조여왔다.“어디 한번 공격해 봐.”염구준 앞에서 전신 경지 무술인은 애송이나 다름없었다.전신 경지에 도달한 담당자가 꼼짝도 못하고 상대방에게 제압당하자 다른 사람들은 지켜만 볼 뿐 감히 나서서 막지 못했다.이미 쓰러진 데비드는 혼절한 것을 다행이라 여겨야 할 것이다.아니면 이 장면을 본 순간 또 놀라 기절할지도 모른다.“너… 나를 죽이면 안 된다.”담당자는 안간힘을 쓰며 겨우 한마디 했다.“그래? 죽이면 안 되는 이유라도 있나?”염구준은 노려보며 무슨 말을 할지 기다렸다.지금 그는 청목에 관한 정보를 원하고 많으면 많을수록 더 좋았다.어떤 일은 침묵해야 하지만 목숨이 더 중요한 담장자는 어쩔 수 없이 털어놓았다.“난 청목 조직의 일원이다. 네가 날 죽이면 남극 빙원에서 발도 못 붙여.”목소리가 아주 작았지만 염구준은 가까이서 똑똑히 들었다.“협박하는 거야?”남극 빙원에서 청목 조직을 내세우면 누구도 건드리지 못했다.그런데 염구준은 손을 놓지 않고 의미심장한 웃음을 지었다.“알았어. 그럼 넌 죽어야겠다.”말이 끝나는 즉시 손에 힘을 넣어 담장자의 목을 비틀었다.청목 조직의 일원이라면 반드시 죽여야 했다.염구준이 손에서 힘을 빼자 시체는 두 눈을 부릅뜬 채로 바닥에 쓰러졌다.죽는 순간까지도 그가 청목 조직을 무시할 줄은 생각도 못했던 것이다.“둘째야
술집에 소비하러 온 손님들은 불똥이 튕길까 두려워 출구로 향했다.“우리도 가자.”드디어 타협한 남자는 귀중품을 챙기고 철수하기 시작했다.실력 차이가 엄청나니 피할 수밖에 없었다.그러는 사이 일분이 다 되었다.쾅! 쾅!염구준은 휴대폰을 주머니에 넣고 주먹을 휘두르며 술집을 파괴했다.그가 지하에서 나갔을 때 손님들은 대부분 철수하고 술집 직원들만 남아 있었다.“술집은 이제 폐허가 됐어.”그는 아주 당당하게 한마디 남기고 떠났다.“이름을 알려줄 수 있어?”방금 남자가 질문했다.그가 담당한 술집이 망가졌으니 상대방의 정보를 알아야 위에 설명하기 쉬웠다.“설씨 동맹군이다.”멀리 간 염구준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대답했다.그는 천천히 걸어 눈언덕에서 사라지더니 재빨리 다른 산봉우리로 이동해 술집 직원들을 관찰했다.만약 전신 경지 고수가 청목 조직의 본거지를 모른다면 진작에 죽였을 것이다.염구준이 떠난 뒤, 술집 직원들은 지하로 돌아가 몇 가지 물품을 꺼냈다.지하는 이미 폐허가 되어서 떠날 수밖에 없었다.구체적으로 어디로 가는지는 염구준도 추측할 수 없었다.한 단계 높은 주둔지 아니면 본거지로 갈 수도 있었다.염구준은 그들의 뒤를 밟을 생각이었다.미행은 오래된 방법이지만 매우 실용적이었다.게다가 높은 곳에서 따라가기 때문에 상대방이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20킬로미터를 걷던 일행이 발걸음을 멈추자 전방에 건물이 나타났다.그것도 옥상만 지면에 드러나고 건물은 땅속에 숨어 있었다.덜컹!대문이 열리자 일행은 안으로 들어갔다.천천히 닫혀지는 대문을 보며 염구준은 생각에 잠겼다.청목 조직의 본거지인지 알 수 없지만 틀림없이 중요한 기지일 것 같았다.‘쳐들어갈까 말까?’혼자서 움직이면 상대방이 눈치를 채고 도망칠 수 있다.하지만 어떤 상황에 처할지는 상대방의 성격을 지켜봐야 했다.한참을 고민하던 그는 이어폰을 켜고 정영 팀을 불렀다.“내가 위치 추적기를 켰어. 이쪽으로 와.”“주작, 넌 동맹 세력들을 전부 데리고 와. 큰 판
염구준은 대문 앞에 걸어가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주먹을 날렸다.쾅!이 거대한 힘에 대문은 끝없이 흔들렸고, 그에 따라 대량의 얼음조각들이 따다닥 소리를 내며 바닥에 떨어졌다. "품질은 괜찮네. 거의 핵폭발 방어문 급인걸?"염구준은 혼잣말을 하며 계속 주먹을 휘둘렀다.쾅쾅!그가 계속 주먹을 내리치자 문 뿐만 아니라 기지 내부까지 흔들렸다."경고, 경고, 누군가 기지를 공격하고 있으니 제때에 대응하길 바랍니다."현재, 기지 내부는 붉은 빛과 함께 인공지능의 경고음이 계속 울리는 상태였다.기지의 홀에서 주좌석에 앉아있던 사람은 상황을 보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네가 적을 달고 왔구나.""그럴리가 없습니다. 이곳까지 얼마나 조심히 왔는데요."여기까지 온 호언은 고개를 저으며 기어코 인정하지 않았다.쾅!그러나 상대방은 갑자기 그에게 주먹을 휘둘러 뒤로 날려보낸 다음 한손으로 그의 목덜미를 잡고 들어올렸다.전신경지의 호언은 상대방에게 반항할 능력조차 없었다. "3번님, 살려만 주세요." 호언은 공포에 휩싸여 계속 발버둥쳤다."저 사람은 무슨 경지지?" 3번이 무표정하게 물었다."최소 전신 경지 위의 강자입니다. 어쩌면 더 강할 수도 있어요."호언은 이 개조 로봇들이 얼마나 가차없는지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자신을 죽일까 봐 두려워 숨김없이 전부 털어놓았다. "죽어."그러나 원하는 정보를 얻은 3번은 망설임 없이 상대방의 목을 바로 비틀었다.사고를 쳤으면 그에 따른 책임을 져야 하니까 말이다."반격할까요?" 이때, 누군가가 물어 보았다."필요없어, 저건 핵폭발 방어문이니까 말이야. 어디 한 번 마음껏 때려보라고 그래. 그럼 난 위에 보고 하러 가지."3번이 마지막으로 받은 명령은 이곳을 지키라는 것이었기 때문에 그는 먼저 공격할 생각이 없었다. 개조 로봇은 오직 명령에만 따를 뿐, 융통성이 없기 때문이었다. 쾅!"경고, 적이 이미 기지를 파괴했습니다."큰 소리와 함께 인공지능의 경고음이 다시 울렸다.3번은 제자리에
‘아버지를 찾는다고?’이 말을 들은 순간 우길은 바로 멍해졌다.‘눈빛이 예사롭지 않은 걸 보면 좋은 목적으로 찾아온 건 아닌 것 같은데. 데리고 갔다가 괜히 귀찮은 일만 생기는 거 아니야?’“왜, 싫어?”염구준은 상대방이 망설이는 걸 보자 한 발자국 걸어가 다시 때리려고 했다.우길 같은 쫄보들은 몇 대 맞기만 하면 고분고분하게 말을 잘 들으니까 말이다. “아닙니다! 저희 아버지는 지금 거래소에 있어요. 이쪽으로 따라오시죠.”우길은 자리에서 일어나 앞장섰다.자신의 목숨을 위해 아버지를 팔아넘기는 그는 정말 ‘효자’ 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염구준은 일행에게 눈짓을 하며 앞으로의 상황에 임기응변으로 잘 대처하라고 신호를 주었다.이제는 그 신비한 만능 전당포와 정식으로 붙게될 테니까 말이다.한편, 양마을의 가축 거래소에는 정수리에 탈모가 온 기름진 얼굴의 뚱뚱한 남자가 커다란 의자에 느긋하게 몸을 기대고 앉아 있었는데, 두꺼운 목에 걸려있는 황금 목걸이가 특히 눈에 띄었다.어울려서가 아니라 개목걸이를 한 것처럼 보여서였다. 이때, 늙은 집사가 우호의 앞에 다가가 입을 열었다. “어르신, 도련님께서 또 사고를 치셨습니다.”그러나 우호는 상대방의 말을 마음에 담아두지 않고 태연하게 손을 휘저으며 자애로운 표정으로 말했다. “우길이가 장난꾸러기인 걸 어쩌겠어. 그냥 놔둬.”사실, 우길의 망나니 같은 성격은 전적으로 그가 우쭈쭈하면서 길러낸 결과물이었다.그러나 이렇게 오냐오냐하면서 기른 아이일 수록 제 아버지를 벼랑 끝으로 내몬다는 걸 그는 몰랐다. 그러니 제 아들에게 당한다면 그것도 일종의 인과응보가 아닐 수 없었다.집사는 물러나지 않고 한참을 망설이다가 다시 입을 열었다.“하지만 이번에 도련님이 건드린 외부인들은 보통이 아닌 것 같습니다. 직접 가보시는 게 좋을 듯합니다.”“흥, 됐어. 양마을에 내 체면을 세워주지 않을 놈이 어디있겠어?”그러나 우호는 코웃음을 치며 담배를 피우면서 여유롭게 와인도 홀짝였다.그는 겉으로는 가축
“괜찮아.”염구준은 무심하게 대답하며 다시 앞으로 발걸음을 옮겼다.“아, 잠시만요! 아직 얘기 다 안 끝났어요.”이에 청년이 한 발 앞으로 나서며 길을 막아섰다.“하하, 다치지 않았으니까 보상금은 필요 없어.”사타는 일을 더 키우고 싶지 않아 아량 넓게 말했다. 혹여나 이 일 때문에 염구준의 계획에 차질이라도 생길까 봐서였다.그러나 그들의 생각과는 달리 청년은 오히려 비열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헤헤, 안 다친 건 다행이에요. 하지만 제 소를 죽인 건 배상해줘야죠?”이런 인간이야말로 진짜 뻔뻔한 족속이었다. 소가 날뛸 때는 가만히 있다가, 정작 죽으니까 보상을 요구하는 게 어디있나?더 황당한 건, 방금 전에 미친 소 때문에 다친 사람들 모두 지금 감히 불평 한마디 못하고 있다는 점이었다.젊은 청년이 이렇게 안하무인으로 행동하는 걸 보아 그의 신분이 단순하지 않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얼마면 되는데? 금액을 말해.”염구준은 더 이상 시간을 낭비하고 싶지 않았다.“2천만원이요! 그렇게 비싸진 않죠?”청년은 교활한 눈빛으로 염구준을 보면서 금액을 불렀다. 모양을 보아하니 자신의 간계가 먹힌 것을 기뻐하는 것처럼 보였다.그의 악행에 이미 불만이 쌓인 시장 사람들은 작은 소리로 수군거리기 시작했다. “저 양반 또 돈 뜯어내려고 하네. 돈 다 썼나 봐.”“그러니까. 그냥 돈 뜯어내는 거면 모르겠는데, 일부러 미친 소를 풀어놓고 돈 뜯는 건 너무하잖아.”“목소리 낮춰. 우길이 저 녀석, 순하게만 생겼지, 하나도 안 착하니까.”사람들의 대화를 들으면서 염구준은 상대방이 좋은 사람이 아니라는 걸 확신했지만 아직 중요한 일이 남아있기 때문에 더 이상 일을 벌이고 싶지 않아 바로 옆 사람에게 분부했다.“돈 주고 가자.”이에 사타가 돈을 건넸으나 청년은 돈을 받지 않고 되려 태연하게 값을 올렸다.“아, 제가 잘못 말했어요. 1억 주셔야 할 것 같은데.”염구준이 돈을 쉽게 주는 걸 보고는 그가 돈이 많은 호구에 불과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
“저 둘은 뭐야?”검문하러 온 사람들은 빠르게 확인을 마치고는, 염구준과 기절해 있는 제이든을 가리키며 날카롭게 물었다.“이들은 사냥감입니다. 저희가 압송해서 넘기려던 중이었어요.”이 말에 사타가 웃으며 다가가서 담배를 건넸다.팍.하지만 평범한 무력을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상대방은 그의 담배를 단숨에 쳐내며 얼굴을 험악하게 찌푸렸다.“이런 짓 하지마. 규칙은 규칙이니까. 안으로 들어가는 사냥감은 반드시 기절 상태여야 해.”그들이 이토록 거만할 수 있는 이유는 그들의 뒤에 있는 게 만능 전당포기 때문이었다. 쉽게 말해, 그들은 강한 세력을 믿고 설치는 자들이었다.만약 여기가 바깥세상이었다면, 사타는 벌써 그를 없애버렸을 것이다.“이거...”사타는 어쩔 줄 몰라 하며 염구준을 바라보면서 그의 의견을 구했다.“좀 편의를 봐주시죠. 기절시키나 안 시키나 같으니까요. 전 도망칠 생각이 없습니다.”염구준은 그렇게 말하며 넉넉한 돈뭉치를 건넸다.상대방은 받은 돈을 주머니에 집어넣고는 갑자기 표정이 변해버렸다.“대단한데? 넌 내가 본 사냥감들 중에서 제일 건방진 놈이야. 숨만 붙여놔.”그는 인정은 없고 돈만 보는 자였다. 태도가 바로 바뀌는 것만 봐도 알 수 있었다.그들이 정말 손을 대려고 하자, 사타 일행은 염구준이 마음껏 움직일 수 있도록 가만히 옆으로 물러났다. 그들은 물러나면서 속으로 이 무례한 자들의 명복을 빌었다.쾅!아니나 다를까, 염구준의 한 방에 상대방은 전부 뒤로 날아간 다음 그대로 기절했다.“좋게 말하면 들을 것이지, 꼭 움직이게 만든다니까. 바보 아니야?”이럴 땐 역시 무력만이 가장 확실한 답이었다.그 후, 그는 사타 등에게 사람들을 전부 묶어놓은 후, 입을 막아놓으라고 명령한 다음 아무런 방해도 받지 않고 순리롭게 양마을 안으로 진입했다.가축 시장을 지나갈 때, 주위에서 썩은 냄새가 풍겼는데, 그 이유는 시장에서 정말로 소와 양 같은 가축들이 거래되고 있어서였다. 거래를 하러 온 사람들은 대다수가 목민으로, 전부 일
이미 상대방을 속이기로 결심한 이상, 끝까지 완벽하게 연기해야 했기에 제이든은 여전히 포획된 만능 전당포의 타겟 역할을 맡아야 했다.한편, 다른 이들은 조용히 서서 염구준의 지시를 기다렸다.지금 현재 자신의 목숨이 염구준의 손에 달려 있기 때문에 그들은 전부 멋대로 행동할 담이 없었다.“멍하니 서 있지 말고, 안내해.”염구준은 음양쌍살을 바라보며 말했다.“아, 예! 그곳은 길이 험해서 걸어가는 수밖에 없습니다.”남자는 즉시 길을 안내하며 말을 덧붙였다.결국, 음양쌍살, 사타, 사타의 부하들과 함께 염구준은 양마을의 가축 시장으로 향했다.‘그 신비한 만능 전당포가 가축 시장에 숨어있을 거라고 누가 생각이나 하겠어? 조심스럽긴.’염구준은 길을 걸으며 생각했다.가축 시장으로 가는 동안, 분위기는 무겁고 조용했다.염구준은 굳이 말할 필요가 없어서 침묵했고, 다른 이들은 괜히 입을 놀렸다가 목숨을 잃을까 봐 감히 말을 하지 못했다.비록 그들도 남들 앞에서는 큰 소리 칠 수 있는 존재들이었지만 염구준 앞에서는 용이든 호랑이든 모두 굽히고 들어가야 했기 때문에 그들 따위는 아무것도 아니었다.몇 시간 동안 산을 넘고 물을 건넌 끝에 그들은 마침내 산 위에서 아래쪽에 있는 시장을 볼 수 있었다.드디어 양마을에 도착한 것이다.멀리서 보기엔 평범한 장터처럼 보였는데, 이건 그만큼 완벽하게 존재를 잘 숨겼다는 걸 설명했다.이때, 음양쌍살이 갑자기 걸음을 멈추더니 남자가 조용히 말했다.“염 선생님, 저희는 여기까지만 모시겠습니다. 더 이상 가긴 어려울 것 같아요.”그들의 실력으로는 염구준이든, 만능 전당포든 건드릴 수가 없기 때문에 그들은 도저히 이 싸움에 끼고 싶지 않았다.반면 눈치가 빠른 사타는 말을 하지 않고 염구준이 어떻게 행동할지 관찰했다.남자의 말을 들은 염구준은 눈이 가늘어지더니 입꼬리를 올렸다.“그래, 그럼 걸어서 양마을까지 갈지, 아니면 뒹굴어서 이 산을 내려갈지 선택해.”그의 말뜻은 명확했다. 양마을까지 함께 하지 않으면 죽음
반면, 사타는 침을 꿀꺽 삼켰다.이곳은 청해시에서 멀지 않기 때문에 그는 염구준을 잘 알고있었다. 더군다나 강호인으로서 소봉산 전투를 직접 목격했기에 그는 상대방을 더욱 두려워할 수밖에 없었다. “대낮에 납치나 하는 주제에 당당하네? 그러기도 쉽지 않은데.”염구준은 화를 내는 남자를 힐끗 쳐다보며 비꼬았다.“흥! 내 돈줄을 빼앗으려 하다니, 네놈부터 죽여주마!”남자는 포효하며 염구준에게 달려들었다.이 모습에 사타는 속으로 혀를 찼다. 전신경 따위가 감히 염구준에게 덤벼드니까 말이다.쾅!아니나 다를까, 남자는 달려들자마자 다시 뒤로 튕겨져 바닥에 처박힌 채 피를 토했다.단 한 방도 버티지 못한 거다.“반보천인이었어?”이 광경을 본 여자는 얼굴이 새파래진채로 제자리에 얼어붙었다.“염 선생님, 전 사타라고 합니다.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그러나 그녀와는 달리 사타는 눈치 빠르게 허리 굽혀 인사했다.“너희 모두 만능 전당포 소속이야?”염구준은 그의 아부를 신경도 쓰지 않고 단도직입적으로 질문했다.“저희는 고급 사냥꾼에 불과하기 때문에 전당포의 정식 멤버는 아닙니다. 그저 돈을 받고 일하는 처지일 뿐이죠.”뭔가 잘못됐음을 감지한 사타는 재빨리 만능 전당포와 선을 그었으나 그의 말을 들은 염구준은 그의 말이 사실인지 아닌지 판단할 수가 없어 표정이 심각해졌다.“그렇다면, 네놈들이 잡은 이 타겟은 어디로 넘길 참이었지?”사타는 빙긋 웃으며, 시선을 음양쌍살에게 돌렸다.“그건 제 임무가 아니라서 저도 모릅니다. 돈이 된다기에 저도 방금 전에 물어보고 있었어요.”음양쌍살은 자신들을 바라보는 반보천인의 눈빛에 식은땀을 흘렸다. “말해. 반항은 쓸모 없으니 할 생각 하지 말고.”염구준은 손을 뻗어 땅에 깊은 구멍을 내며 말했다. “양마을의 가축 거래 시장입니다!”이를 본 음양쌍살의 남성은 망설임없이 거래 장소를 얘기했다.염구준의 실력이 너무 강해 실력 차이가 너무 커서 반항해도 쓸모없다는 걸 알기 때문이었다. “그래.”염구준은
만능 전당포의 두 사자는 삼도 일행이 떠나는 것을 확인하고 주위를 한번 더 신중하게 살핀 후에야 제이든의 밧줄을 풀기 시작했다.“이 옷들을 입혀.”남자가 몇 벌의 옷을 꺼내 바닥에 던지면서 말했다. “또 나야? 맨날 나만 이런 허드렛일 한다니까.”여자가 불만스러운 얼굴로 투덜댔다.오랜 시간 함께하다 보면, 보이는 것과는 달리 사소한 갈등들이 많기 쉽상이었다.하지만 남자는 그녀를 달래지 않고 오히려 싸늘하게 말했다.“이건 복덩이야. 상부에 넘기기만 하면 최소 천억은 챙길 수 있다고.”이번 거래로 그들은 순수하게 600억을 벌 수 있었다.“알겠어, 바로 갈아입힐게!”이 말을 들은 여자는 눈을 반짝이며 신이 난 듯 움직였다.돈의 힘이란 싫어하는 일도 기꺼이 하게 만들 정도로 강력했다.여자는 얼마 걸리지 않아 의식이 없는 제이든의 옷을 다 갈아입혔고, 두 사람은 그렇게 제이든을 데리고 멀리 떠났다.“조심스럽긴한데 방법이 틀렸어.”염구준이 동굴 밖에 나와 밖이 어두운 점을 이용해 교묘하게 따라가기 시작했다.그들이 방금 전에 옷을 갈아입힌 이유는 제이든이 원래 입고있던 옷에 추적 장치나 도청기가 있을까 봐여서였다.그들이 괜한 걱정을 한 건 아니었다. 염구준이 확실히 제이든에게 추적 장치를 숨겨놨으니까 말이다. 하지만 그는 옷에 숨겨놓지 않고 캡슐에 넣은 다음 제이든이 섭취하도록 했다.추적 장치 덕분에 위치를 파악할 수 있었기에 염구준은 더이상 그들을 놓칠까 봐 걱정하지 않았다.두 사람은 한시도 멈추지 않고 이동했고, 염구준 역시 멈추지 않고 그들의 뒤를 따라 30분 남짓을 거쳐 청해시의 지계를 벗어났다.두 사람은 이동중에 어느 정도 가다가 멈춰서서 주위를 둘러보며 추격자가 있는지 확인하곤 했으나 염구준이 몇 킬로미터 떨어져 따라가기도 했고, 거의 진기를 쓰지 않았기도 해서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해가 뜨기 직전에 두 사람은 걸음을 늦추고 한 모래 벌판에 들어섰다.‘혹시 여기가 만능 전당포 본거지인가?’염구준은 확신이 서지 않아 장애물
염구준은 그를 번쩍 들어 올리고는 웃으면서 물었다.그의 새계획에 눈앞의 사람들이 필요했기 때문이었다.“강호에선 저를 삼도라고 부릅니다. 그러니 저를 삼이거나 도라고 부르시면 돼요.”삼도는 불길한 예감이 들었지만, 아무 불만도 드러내지 않았다.“삼도야, 내가 지금 네 도움이 좀 필요해.”“일이 끝나면 돈을 넉넉히 챙겨 줄 테니까 이 일은 없던 걸로 하자.”염구준은 의미심장하게 말했는데, 말투에서 진심이 느껴져 진짜로 부탁하는 것처럼 느껴졌다.이 말을 들은 삼도는 마치 폭풍이 지난 후 무지개를 보는 듯한, 이제는 희망이 보이는듯한 착각이 들었지만, 곧 그것이 환상임을 깨달았다.“염 선생님... 반보천인들의 싸움에 제가 감히 어떻게 끼어들겠습니까?”삼도가 난감한 얼굴로 말했다.“그럼 내 체면을 세워주지 않겠다는 거야?”그의 대답에 염구준은 차가운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면서 싸늘하게 되물으며 기운을 다시 내뿜었다.이에 삼도는 즉시 태도를 바꾸었다.“염 선생님께서 하시라는 대로 하겠습니다. 저희 남산사괴가 의리 하나는 알아주거든요.”“그래. 그럼 지금 타겟을 이미 포획했으니 와서 데리고 가라고 연락해.”염구준은 이미 마음속으로 대충 전략을 세운 상태였다.‘지금 당장 못 찾는다면 직접 오게하면 되지.’삼도는 염구준의 지시에 따라 즉시 연락을 취했고, 곧 답장이 왔다.[오늘 밤 자정, 소봉산에서 거래. 늦지 않길 바람.]염구준은 답장을 확인하고는 미소를 지으며 지시를 내렸다.“좋아, 가서 기다리자.”“네!”삼도는 대답을 하며 그의 뒤를 따랐으나 속으로는 재수 없다며 한바탕 욕을 했다.사실 제이든과 염구준이 아는 사이라는 걸 알았을 때부터 그는 멀리하려고 했었다. ‘망설이지 말았어야 했어. 그 잠깐 망설인 게 화근이 돼서 지금 도망도 못 치잖아.’소봉산은 여전히 음산하고 황량해 모험을 즐기는 이들도 기피했다.다른 사람들에게는 흉지일지 몰라도, 염구준에게 있어서 이곳은 길지였다.이곳에서는 그가 해내지 못한 일이 없었으니까 말이다.
“저희가 잘못했습니다! 사실 전 어제 장필립을 말렸었습니다. 그 놈이 제 말을 듣지 않고 간 거예요. 그러니 이 일은 저희랑 아무 상관 없습니다.”무리의 우두머리가 연신 빌면서 엮이지 않기 위해 억울함을 호소했다. 염구준이 정말로 화가 나면 목숨이 열개라도 모자랄 게 뻔하니까 말이다.“장필립은 이미 죽었어. 그리고 일어나서 말해.”그의 말을 듣고난 뒤, 염구준이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지금 이곳에 있는 사람들과 장필립이 같은 목표를 가진 다른 조직이라는 걸 눈치채서였다.‘이쪽이 그나마 이성적인 건 다행이지만.’“저... 그냥 무릎 꿇고 있겠습니다. 다리가 너무 떨려서 못 일어나겠어요.”우두머리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그럼 딱 한 가지만 물을게. 누가 너희를 보냈지?”염구준은 주위를 둘러보며 물어보는 동시에 강렬한 기운을 풀어 사람들에게 압박을 가했다. “그건...”이 말을 듣고난 후 사람들은 서로를 쳐다보며 말할지 말지를 망설였다.쾅!그러나 염구준은 기다릴 생각이 없었다. 그는 기운을 더욱 강하게 풀어 뼈가 삐걱거리는 소리가 들릴 정도로 사람들을 짓눌렀다.“염 선생님, 말할 테니 제발 멈춰주세요!”이에 우두머리가 겁에 질려 외쳤다. 그는 지금 뭘 더 숨길 마음이 없었다. 더 이상 말을 안 하면 죽을 게 뻔했다.“잘 생각해 보고 말해. 난 인내심이 많지 않으니까. 아, 그리고 도망칠 생각은 하지 않는 게 좋을 거야. 장필립도 도망가려다 죽었거든.”염구준은 사람들에게 경고하며 그들에게서 쓸모있는 정보를 들을 수 있길 기대했다. “하아...”우두머리는 한숨을 쉰 뒤, 업계의 도덕성 문제를 뒤로 하고 아는 걸 전부 털어놓았다. “저희는 만능 전당포에서 임무를 받았습니다.”“임무 내용은 제이든을 반드시 생포해서 데리고 오라는 거였습니다. 현상금으로는 600억을 내걸었고요.”‘만능 전당포?’염구준은 생소한 이름에 흥미를 느꼈다.‘한 번도 들어본 적 없는 조직인데, 어디서 굴러온 놈들이지?’그는 고개를 돌려 제이든을 쳐다보았
“그걸 어떻게 알아요?”제이든이 궁금해서 물었다.“거기 도착하면 알게 될 거야.”염구준은 설명하지 않았다.대답하면 또 새로운 질문이 끊임없이 나올 것이 뻔했다.차는 질주하여 바로 부두에 도착했다.거기서 일군들은 예전과 다름없이 물건을 내리고 있었다.염구준은 차에서 내리더니 제이든을 데리고 이동 만두 포차에 갔다.아침에 밥을 먹고 왔는데 여기는 왜 왔는지 제이든은 이해되지 않았다.“사장님, 장사 잘 되네요.”염구준은 만두는 사지 않고 먼저 말을 건넸다.“작은 장사라 많이 벌지 못해요. 대표님 덕에 먹고 살 수 있어요.”사장님은 염구준을 보고 싱글벙글 웃으면서 마중 나왔다.딱 봐도 손이 큰 손님이 온 것을 눈치챘다.염구준이 봉투를 건네며 나지막하게 물었다.“하룻밤을 지켜봤는데 뭐라도 나왔어요?”사장님은 웃으면서 봉투를 받고는 안에 얼마 들어있는지 보지도 않았다.“이것이 저놈들의 활동 기록입니다. 30분 전에 목표 인물 한 명이 저한테서 만두 한 박스를 사갔어요.”염구준은 그의 어깨를 툭툭 쳤다.“고생하셨어요. 일찍 돌아가서 쉬세요.”이제부터 다른 사람들이 나서도 도움이 되지 않으니 그가 직접 나서야 했다.그 모습을 본 제이든은 입을 떡 벌였다.“삼촌의 정보통이 만두 가게 사장이었네요.”염구준은 피식 웃으면서 녀석의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었다.“네가 정보통이라는 걸 알아차리지 못했다는 건 사장님이 신분을 잘 감췄다는 걸 설명해.”청해에서 그의 정보통은 수없이도 많았다.대부분 각 업계에 종사하는 사람들로서 파트타임으로 정보를 제공했다.“하긴 그렇네요.”제이든은 머리를 긁적거렸다.두 사람은 일군들의 거처로 향해 갔다.거처는 이동식 마루방이었다.염구준은 정보에 따라 곧바로 목표를 찾았다.상대방 숙소 앞에 도착한 그는 제이든에게 말했다.“넌 멀리 떨어져 있어. 아니면 다쳐.”문 뒤에 무엇이 있을지, 상대방의 실력이 어느 정도인지 아직 파악되지 않았기 때문이다.끼익!제이든이 멀리 가자 염구준이 문을 슬며시 밀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