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황을 보니 남궁 장로가 지겠군.”“젊은 나이에 어떻게 저리 강할 수가 있지? 엄마 뱃속에서부터 무공을 수련했나?”“방금 나서지 않아서 다행이군.”다들 각자 생각을 털어놓았다.15분 후, 남궁혁은 가쁜 숨을 내쉬며 땀을 뻘뻘 흘렸다.주작은 기회만 생기면 강력하게 공격해서 꼼짝 못하고 당하기만 했다.“웩!”내상을 입은 남궁혁은 목구멍으로 올라오는 뜨거운 피를 토했다.그래도 주작은 멈추지 않고 계속 공격했다.“잠깐만!”남궁혁이 손을 들어 그녀를 제지했다.더 싸우다가 저 세상으로 갈까 봐 두려웠다.“패배를 인정합니까?”주작이 당당하게 물었다.“하하하. 비긴 셈이지. 엊저녁에 제대로 못 자서 나중에 다시 대결하자.”그는 입가에 묻은 피를 닦으며 얼토당토않는 핑계를 댔다.뻔뻔스러운 낯짝은 성벽보다 더 두꺼워 보였다.“파렴치한 영감.”주작은 한마디 하고 염구준을 바라보며 결정해 주길 기다렸다.“나중에 다시 대결해도 좋지만 손가락 하나는 남기고 가세요.”염구준이 담담하게 말했다.서로 원해서 약속을 정한 것이니 상의할 여지가 없었다.맹주 자리를 놓고 싸우는 자리에서 이상한 조건을 제기한 남궁혁은 돌을 들어 자기 발을 찍은 격이 되었다.“흥, 지금 가겠다면 어쩔 건데?”남궁혁은 억지를 부리며 홱 돌아서 나갔지만, 염구준의 앞에서 먹히지 않았다.“그럼 내가 직접 잘라야겠군요.”말이 떨어지기 바쁘게 염구준은 벌떡 일어서 그에게 다가갔다.오늘 손가락 하나를 무조건 자를 거라 마음먹었다.“보자보자 하니까 내가 우스워?”남궁혁은 버럭 화를 내며 전신 영역을 펼쳤다.이렇게 목숨을 아끼는 사람인데 가만히 당할 리가 없었다.퍽!염구준은 오른손은 검결, 왼손으로 검기를 휘둘러 상대방의 전신 영역을 단번에 부숴버렸다.그 장면을 본 구경꾼들은 경악했다.‘괴물의 소굴을 건드렸나? 하나 같이 대단한 놈들이잖아.’“아아악!”겁에 질린 남궁혁은 이성을 잃었는지 단검을 마구 휘둘렀다.이런 정신 상태라면 절반 실력도 발휘할 수 없을 것이다
“당신들 가문에서 실력이 있는 자들을 여기에 보내세요. 청목 조직의 은신처를 발견하는 즉시 치러 가겠습니다.”주작이 첫 번째 명령을 내렸다.“네, 알겠습니다.”다들 짧게 대답하고 지원군을 뽑으러 각자 가문으로 돌아갔다.청목 조직을 멸망하면 다시 주인이 될 수 있으니 짐승 같은 놈들의 제약에서 벗어날 수 있다.“주상님, 이젠 어떻게 할까요?”주작이 다음 계획을 물었다.“저 사람들 잘 응대하고 내 지시를 기다려.”염구준은 거처로 돌아가 장비를 챙기고 외곽으로 수색하러 떠났다.그 사이 멀리 가지 않은 백호에게 남궁혁을 미행하라고 지시했다.“주상님, 남궁혁이 술집에 들어갔다가 황급히 떠났어요.”백호는 제로 술집을 가리키며 말했다.“알았어. 계속 미행해. 난 들어가 볼게.”염구준이 고개를 끄덕이더니 단서를 찾으려고 술집으로 들어갔다.‘제로 술집’이라는 네 글자가 조금 이상하게 느껴졌다.남극처럼 극한 지역에 술집을 차리다니 얼어버린 술들을 누가 사가는지 궁금했다.그는 술집 문을 열고 들어갔다.“제로 술집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테이블 앞에 방한복을 입을 여자가 맞이해 주었다.그런데 술집에 손님도 없고 술병도 보이지 않았다.염구준이 아무 말도 하지 않자 여직원이 물었다.“여기 처음 오세요?”“네, 한잔하고 싶어서 왔어요.”상대방이 눈치챈 이상 그도 숨기지 않고 솔직하게 말했다.직원은 당황해하지 않고 차분하게 말했다.“남극 빙원은 기후가 워낙 특별해서 술집을 지하에 만들었어요. 들어가려면 입장료 2000만 원을 지불해야 합니다. 물론 술값은 따로 내셔야 하고요. 여기서 돈만 있다면 모든 서비스를 이용하실 수 있어요.”만약 직원의 말이 사실이라면 이런 곳에서 호화로운 술집을 차린 배후는 보통 사람이 아닐 것이다.염구준은 바로 청목을 떠올렸다.“안내하시죠.”그는 현금을 테이블 위에 올려놓았다.여직원은 돈을 센 후, 테이블 위에 있는 버튼을 눌렀다.그러자 바닥이 움직이면서 지하 통로가 나타났다.“고객님, 안으로 드세요.”
“아빠야? 나 너무 배고파. 우리한테 밥도 안 주고... 무서운 개랑 같은 데 가둬두고... 개한테 여러 군데 물리기까지 했어. 나 너무 아프고 무서워. 흑...”극북빙양, 거대한 전장에서 수많은 함선들이 전투를 벌이고 있다.그중 붉은색 드래곤이 코팅된 함선의 지휘실 수화기에서 이 상황과 전혀 어울리지 않는 아이의 목소리가 흘러나온 것이다.하지만 아이의 애절한 목소리에도 염구준의 표정은 여전히 차갑기만 하다.“잘못 거셨습니다.”“아니야! 우리 엄마가 날 속였을 리가 없어. 내 이름은 염희주야. 염구준의 딸 염희주라고! 엄마가 그렇게 말해 줬단 말이야.”쿠궁!행여라도 전화를 끊을가 싶어 다급하게 내뱉는 여자아이의 목소리에 염구준의 눈동자가 드디어 흔들리기 시작한다.염희주?“정... 정말 내 딸이라고?”하지만 그의 질문에 대답 대신 들려오는 건 찢어질 듯한 따귀 소리와 여자아이의 처참한 비명소리였다.“이 계집애가, 발칙하게 몰래 전화를 걸어?”“아, 잘못했어요. 다시는 안 그럴게요. 그러니까 때리지만 말아주세요!”여자아이의 애원을 마지막으로 전화는 끊겨버리고 다시 걸어봐도 묵묵부답.딸이 위기에 처했음을 인지한 염구준은 다급한 마음에 붉은 피를 왈칵 쏟아냈다.“주군!”깔끔한 군복차림의 여자가 다급하게 그를 부축했다.하지만 거칠게 그 손을 뿌리친 염구준이 포효했다.“어서 전세기 준비해. 지금 당장 청해로 돌아간다!”“알겠습니다!”잠시 후, 거대한 전세기가 하늘을 뚫고 사라지고... 수많은 병사들이 수십 척의 함선갑판을 가득 메운 채 무릎을 꿇었다.“안녕히 가십시오, 주군!”다음 날, 청해 교외, 손씨 가문 저택.저택 밖에 선 염구준이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5년 전, 가문에서 쫓겨나고 킬러들에게 쫓기다 교통사고까지 당했던 순간, 우연히 길을 지나던 소녀 한 명이 활활 타오르는 불길을 헤치고 중상을 입은 그를 구해냈었다.그녀의 정체는 바로 손씨 가문의 딸, 목숨을 구해 준 은혜를 갚기 위해 염구준은 기꺼이 데릴사위가 되는 조건
이에 다시 딸을 꼭 끌어안은 염구준이 아이의 뒤통수를 어루만졌다.“아니야. 엄마가 착각한 거야. 아빠 살아있어. 지금 바로 네 앞에 있잖아.”눈물의 부녀상봉을 마친 염구준이 물었다.“그런데 여기 말이야... 혹시 엄마가 보낸 거야?”염구준의 품에 얼굴을 파묻었던 염희주가 고개를 번쩍 들었다.“아니야! 엄마가 날 이딴 곳에 보낼 리가 없잖아! 우리 엄마가 얼마나 착한데! 이모, 나쁜 이모가 날 여기 보낸 거야. 이모가 엄마랑 날 집에서 내쫓은 거라고...”‘이모?!’생각지 못한 단어에 염구준의 머릿속은 혼란 그 자체였다.‘손혜린 그 여자를 이모라고 부른다고? 그럼... 이 아이 엄마는 도대체 누구지? 나랑... 손혜린이 낳은 딸... 아니었나?’이 상황이 당황스러웠지만 염구준은 최대한 친절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아빠가 묻는 말에 솔직하게 대답해야 해. 이모 이름이 뭐야?”“이모 이름은 손혜린. 우리 엄마 사촌언니랬어. 그런데... 나쁜 이모가... 엄마를 엄마라고 부르지도 말래. 이모가 내 엄마래! 어른들은 다 거짓말쟁이야. 그러니까 아저씨도 우리 아빠 아니지?”눈물이 그렁그렁 맺혀있던 염희주는 무언가를 떠올린 듯 눈을 반짝였다.“엄마가 그랬어. 아빠를 구하려다 성대를 다친 거라고. 그래서 말을 못 하는 거라고. 그래도 이건 가르쳐줬다?”염희주은 작은 손가락으로 염구준의 큰 손바닥에 삐뚤삐뚤하게 “염구준” 세 글 자를 적어보였다.“엄마가 가르쳐 준 거야. 아빠 이름은 제대로 알아야 한다고. 나 제대로 쓴 거 맞지?”한편, 염희주의 말을 들으면 들을 수록 염구준은 경악스러울 따름이었다.‘날 구하려다 성대를 다쳤다고? 그날 날 구한 게 손혜린 그 여자가 아니었단 말이야? 손혜린 그 여자는 분명 말을 할 줄 알았었지... 그럼 그날 밤, 나랑 첫날밤을 보냈던 그 여잔 도대체 누구야?’“희주야.”전장에서 온갖 못 볼 꼴을 다 보며 살아남은 염구준이었지만 이 순간, 떨리는 목소리만큼은 차마 숨길 수 없었다.“엄마 이름이 뭐야?”그러
혼인신고를 하고 맹세의 키스를 하고 서로의 부모님께 큰절로 인사를 올렸다.5년 동안 전장을 구르면서도 매일 밤 그리워했던 여자가 이 여자였다!하지만 그녀는 그가 그리던 그 사람이 아니었다. 손혜린은 그녀의 사촌언니이자 희대의 사기꾼이었다!결혼식마저 모두를 속이기 위한 사기극에 불과했다!그는 이제 모두를 두려움에 떨게 하는 전신전 군주 염구준이다!그런 그가 이 하찮은 여자에게 5년을 속았다니!“지금… 뭐 하자는 거야?”잠시 당황한 손혜린은 옆에 있는 서재원의 팔을 꽉 잡고는 의기양양한 말투로 말했다.“네 신분을 망각하지 마. 넌 우리 가문 데릴사위야! 어디 감히 내 앞에서 큰소리를 내?”염구준은 낮게 으르렁거렸다.“말해! 왜 나를 속였어?”“5년 전 나와 결혼한 사람이 너 맞아? 손가을은 누구야? 빨리 해명해!”손혜린은 흠칫 어깨를 떨더니 떨떠름한 얼굴로 그에게 물었다.“설마… 다 알고 왔어?”알고 왔다니?염구준은 뿌드득 소리 나게 이를 갈았다.역시 그런 거였어!희주는 거짓말을 하지 않았다. 그가 예상했던 대로 그 결혼식은 가짜였다.손가을, 손씨 가문… 저들은 도대체 무슨 음모를 꾸미고 있는 걸까?“혜린아.”여태 말이 없던 서재원이 냉랭한 미소를 지으며 거만하게 입을 열었다.“두려워할 것 없어. 저 자식이 진실을 알게 된들 뭘 할 수 있는데? 너 이제 곧 나랑 결혼할 거라고 솔직하게 말해! 저놈은 그냥 벌레야. 남한테 놀아난 줄도 모르는 가련한 버러지일 뿐이라고!”손혜린은 깔깔 웃더니 가면을 완전히 벗어 던졌다. 그녀는 서재원의 품에 안기더니 염구준을 향해 비릿한 미소를 지었다.“어차피 너랑은 이혼할 생각이었으니까 거짓말할 필요도 없지! 넌 내가 널 살려준 은인인 줄 알았어? 내가 왜? 난 손가을처럼 멍청하지 않아!”과거, 손씨 가문은 데릴사위를 공개적으로 모집했다!4대째 내려온 가문은 이번 대에서 대가 끊길 위기에 직면했다. 손가을은 이 가문의 유일한 손녀였다. 결국 어르신은 친척인 손혜린을 호적에 입적시켰다. 손혜
“예전에 잘나갈 때 나도 잘해준다고 선물도 종종 가져다 주고 그랬는데 저 여자 나한테 시선 한번 안 주더라?”서석호는 두툼한 손으로 턱을 만지며 의기양양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예전에는 도도하게 굴어도 어쩔 방법이 없었지만 지금은 다르지.”말을 마친 그는 손가을에게 손짓하며 자신의 허벅지를 툭툭 쳤다.“거기, 여기 와서 앉아! 오늘은 오빠가 예뻐해 줄게!”피아노 박자가 다소 빨라지더니 손가을은 두 손을 앞으로 공손히 모으고 휴게실에 있는 손님들을 향해 허리를 꾸벅 숙였다. 다시 고개를 든 그녀는 서석호를 향해 억지 미소를 짓고는 손가락으로 의사를 표현했다.5년 전 사고현장을 목격한 그녀는 목숨을 걸고 사람을 구하다가 뜨거운 일산화탄소에 성대가 손상되면서 다시는 목소리를 낼 수 없게 되었다.그 뒤로 그녀는 수화를 몸에 익혔다. [죄송합니다. 저는 이제 퇴근해야 해서요. 재밌게 놀다 가세요.]수화로 의사를 전달한 그녀는 다급히 자리를 뜨려 했다.그녀가 서석호의 옆을 스쳐 지나갈 때, 그가 그녀의 옷자락을 우악스럽게 잡았다.“어딜 그렇게 급하게 가? 애 보러 가는 거야?”그는 야비한 미소를 짓더니 계속해서 말했다.“아, 넌 아직 모르겠구나? 네 딸 희주 있잖아? 손혜린이 걔를 우리 조카한테 보내주기로 했어!”“우리 조카 알지? 우리 누나가 애지중지하는 왕자님이잖아. 애가 좀 멍청하기는 해도 예쁜 여자애들이랑 노는 걸 좋아하더라고! 지난번에 걔랑 같이 놀라고 데려온 여자애가 베란다에서 떨어져 즉사했다지?”손가을은 움찔하며 충격 어린 표정으로 서석호를 바라보았다. 그녀의 눈가에 눈물이 맺히더니 소리 없이 흐느꼈다.서석호가 거짓말한 것 같지는 않았다. 손혜린은 이런 짓을 저지르고도 남을 애였다.그녀는 온몸을 부들부들 떨며 눈물을 뚝뚝 떨구었다.딸 희주는 그녀에게 목숨과도 같은 존재였다.“왜? 마음 아파?”서석호가 입술을 감빨더니 냉소를 지으며 말했다.“딸 살리고 싶어? 간단해! 내가 평소에 너한테 어떻게 했는지 알 거야! 여기 사람
“내가 잘못했어.”염구준은 죄책감 가득한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내가 손혜린한테 속아서 5년이란 시간을 허비했어. 내가 속지만 않았어도….”“이것들이 지금 무슨 소리를 지껄이는 거야!”옆에서 듣고 있던 서석호가 큰 소리로 고함을 지르며 염구준의 말을 잘랐다. 그는 염구준의 얼굴에 삿대질하며 욕설을 퍼부었다.“개 같은 자식, 누군가 했더니 너였구나? 손가네 데릴사위, 염구준?”“감히 내 일을 방해하려 하다니! 죽고 싶어? 내 이놈을 당장!”고래고래 떠들던 소리가 순식간에 사라졌다.염구준은 무표정한 얼굴로 손아귀를 뻗어 서석호의 턱을 잡고 비틀었다.우드득!뼈마디가 부딪치는 소리와 함께 상하 치아가 순식간에 맞물리며 서석호의 혀를 잘랐다!그 뒤에 이어진 발차기에 육중한 몸집을 자랑하던 서석호가 끈 떨어진 연처럼 공중을 날아 우당탕 소리를 내며 바닥으로 추락했다. 뒤에 있던 호화 안마의자가 요란한 소리를 내며 바닥을 나뒹굴었다. 서석호는 고통스러운 비명을 지르며 바닥을 나뒹굴었다.손가을을 포함해 현장에 있던 모두가 경악했다.염구준의 품에 안긴 염희주마저 놀라서 울음을 터뜨렸다.190cm를 자랑하는 장신 서석호가 가볍게 나가 떨어져서 피를 토하는 모습은 모두를 경악하게 만들었다!“으… 윽….”놀란 손가을도 다급한 마음에 외마디 비명을 지르며 염구준의 팔을 밀쳤다.‘도망가. 빨리 도망가. 여긴 서가네 아지트야. 온통 서가네 사람들 뿐이라고!’“두려워하지 마.”염구준은 시선을 돌려 담담한 표정으로 손가을을 바라보며 말했다.“당신만 원한다면 저놈들을 싹 다 죽여 버릴 수 있어. 내 딸과 처를 괴롭힌 놈들은 죽어도 싸!”그냥 겁주기 위한 멘트가 아닌, 전신전 전주의 선전포고였다.어차피 사회의 암 같은 존재들뿐인데 좀 죽이면 어때서?"………" 손가을은 필사적으로 고개를 가로저으며 눈물을 흘렸다.죽이면 안 돼, 죽이면 안 돼!당신이 군인이었다 하더라도, 무공이 뛰어나고, 서석호를 죽일 수 있고, 이곳의 많은 사람들을 죽일 수 있다 하
"가을아." 염구준은 다른 사람들을 아랑곳하지도 않고 손가을만 가만히 지켜보며 속삭였다. "두려워하지 마, 내가 있어!”그리고 손혜린을 돌아보며 무뚝뚝한 표정으로 말했습니다. "손혜린, 이런 쓸데없는 말을 하려고 이 많은 사람을 데리고 온건 아니겠지?”"서재원의 경호원들 덤비라고 한 명령을 좋은 의도로 말렸을 이유는 없고……”"말해봐, 도대체 뭘 하자는 거니?!”서재원도 화를 억누르며 주먹을 불끈 쥐었다. “손혜린, 나도 묻고 싶다. 왜 경호원들을 말렸니?!”"재원 오빠, 화내지 마. 이 쓰레기 같은 놈과 이혼하려고 그랬어!" 손혜린은 서재원의 품에 안기어 염구준을 째려보았다. "구청에 가서 여러 번 조사했는데 이 쓰레기 같은 놈의 정보가 없었어. 만약 그가 탄 해선에서 연락이 오지 않았더라면 벌써 죽은 줄만 알았지!”"이제야 알았네. 전쟁터에 갔으니 혼인 정보가 군 시스템에 들어사서 내가 일방적으로 이혼 신청을 할 수 없었던 거야.”"염구준 본인이 동의가 있어야 해!”서재원은 인상을 찌푸리며 “흥” 하는 소리를 냈다."염구준, 당신이 전장에서 돌아온 것을 봐서 나랑 재원 오빠는 오늘 네 목숨을 살려 둘 거야!”"과거의 일도 묻어두지!”"대신 나랑 이혼해!”염구준은 웃었다.군인과의 혼인은 신성하다. 손혜린의 능력으로 쉽게 이혼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그리고….전신전 전주는 용제국 국주와 대등한 존귀한 신분이다. 청해 구청은 말할 것도 없고, 세계 강대국의 정보 부서에서도 그의 정보를 찾아낼 수 없을 것이다.손혜린 이 우습고 어리석은 여자."이혼, 요구가 이렇게 간단하다고?" 염구준의 염희주를 안고 그의 양 갈 머리를 잡고 놀면서 손혜린에게 가볍게 웃었다. "나랑 이혼하고 싶다고? 나도 같은 생각이야. 공교롭게도 생각이 일치하네!”"그리고."“네가 비록 나를 5년 동안 기만했지만 그래도 양쪽 어르신들의 축복을 받으며 결혼했으니 이렇게 서면상의 혼인관계를 유지할 수 있었지.”"그래서 한 번 더 묻는다. 정말 잘 생각하고 나랑
“당신들 가문에서 실력이 있는 자들을 여기에 보내세요. 청목 조직의 은신처를 발견하는 즉시 치러 가겠습니다.”주작이 첫 번째 명령을 내렸다.“네, 알겠습니다.”다들 짧게 대답하고 지원군을 뽑으러 각자 가문으로 돌아갔다.청목 조직을 멸망하면 다시 주인이 될 수 있으니 짐승 같은 놈들의 제약에서 벗어날 수 있다.“주상님, 이젠 어떻게 할까요?”주작이 다음 계획을 물었다.“저 사람들 잘 응대하고 내 지시를 기다려.”염구준은 거처로 돌아가 장비를 챙기고 외곽으로 수색하러 떠났다.그 사이 멀리 가지 않은 백호에게 남궁혁을 미행하라고 지시했다.“주상님, 남궁혁이 술집에 들어갔다가 황급히 떠났어요.”백호는 제로 술집을 가리키며 말했다.“알았어. 계속 미행해. 난 들어가 볼게.”염구준이 고개를 끄덕이더니 단서를 찾으려고 술집으로 들어갔다.‘제로 술집’이라는 네 글자가 조금 이상하게 느껴졌다.남극처럼 극한 지역에 술집을 차리다니 얼어버린 술들을 누가 사가는지 궁금했다.그는 술집 문을 열고 들어갔다.“제로 술집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테이블 앞에 방한복을 입을 여자가 맞이해 주었다.그런데 술집에 손님도 없고 술병도 보이지 않았다.염구준이 아무 말도 하지 않자 여직원이 물었다.“여기 처음 오세요?”“네, 한잔하고 싶어서 왔어요.”상대방이 눈치챈 이상 그도 숨기지 않고 솔직하게 말했다.직원은 당황해하지 않고 차분하게 말했다.“남극 빙원은 기후가 워낙 특별해서 술집을 지하에 만들었어요. 들어가려면 입장료 2000만 원을 지불해야 합니다. 물론 술값은 따로 내셔야 하고요. 여기서 돈만 있다면 모든 서비스를 이용하실 수 있어요.”만약 직원의 말이 사실이라면 이런 곳에서 호화로운 술집을 차린 배후는 보통 사람이 아닐 것이다.염구준은 바로 청목을 떠올렸다.“안내하시죠.”그는 현금을 테이블 위에 올려놓았다.여직원은 돈을 센 후, 테이블 위에 있는 버튼을 눌렀다.그러자 바닥이 움직이면서 지하 통로가 나타났다.“고객님, 안으로 드세요.”
“상황을 보니 남궁 장로가 지겠군.”“젊은 나이에 어떻게 저리 강할 수가 있지? 엄마 뱃속에서부터 무공을 수련했나?”“방금 나서지 않아서 다행이군.”다들 각자 생각을 털어놓았다.15분 후, 남궁혁은 가쁜 숨을 내쉬며 땀을 뻘뻘 흘렸다.주작은 기회만 생기면 강력하게 공격해서 꼼짝 못하고 당하기만 했다.“웩!”내상을 입은 남궁혁은 목구멍으로 올라오는 뜨거운 피를 토했다.그래도 주작은 멈추지 않고 계속 공격했다.“잠깐만!”남궁혁이 손을 들어 그녀를 제지했다.더 싸우다가 저 세상으로 갈까 봐 두려웠다.“패배를 인정합니까?”주작이 당당하게 물었다.“하하하. 비긴 셈이지. 엊저녁에 제대로 못 자서 나중에 다시 대결하자.”그는 입가에 묻은 피를 닦으며 얼토당토않는 핑계를 댔다.뻔뻔스러운 낯짝은 성벽보다 더 두꺼워 보였다.“파렴치한 영감.”주작은 한마디 하고 염구준을 바라보며 결정해 주길 기다렸다.“나중에 다시 대결해도 좋지만 손가락 하나는 남기고 가세요.”염구준이 담담하게 말했다.서로 원해서 약속을 정한 것이니 상의할 여지가 없었다.맹주 자리를 놓고 싸우는 자리에서 이상한 조건을 제기한 남궁혁은 돌을 들어 자기 발을 찍은 격이 되었다.“흥, 지금 가겠다면 어쩔 건데?”남궁혁은 억지를 부리며 홱 돌아서 나갔지만, 염구준의 앞에서 먹히지 않았다.“그럼 내가 직접 잘라야겠군요.”말이 떨어지기 바쁘게 염구준은 벌떡 일어서 그에게 다가갔다.오늘 손가락 하나를 무조건 자를 거라 마음먹었다.“보자보자 하니까 내가 우스워?”남궁혁은 버럭 화를 내며 전신 영역을 펼쳤다.이렇게 목숨을 아끼는 사람인데 가만히 당할 리가 없었다.퍽!염구준은 오른손은 검결, 왼손으로 검기를 휘둘러 상대방의 전신 영역을 단번에 부숴버렸다.그 장면을 본 구경꾼들은 경악했다.‘괴물의 소굴을 건드렸나? 하나 같이 대단한 놈들이잖아.’“아아악!”겁에 질린 남궁혁은 이성을 잃었는지 단검을 마구 휘둘렀다.이런 정신 상태라면 절반 실력도 발휘할 수 없을 것이다
주작은 곧바로 가운데 주좌석으로 향했다.어쩌면 속으로 임시 연맹 맹주가 되고 싶었는지도 모른다.“여자가 어디에 앉아?”누가 못마땅한 말투로 말했다.“당신들 이끌어주려고요. 동맹에 맹주가 없으면 안 되잖아요. 날 막을 능력이 있으면 얼마든지 덤비세요.”주작은 고개도 돌리지 않고 계속 주좌석으로 걸어갔다.매사에 실력을 따지는 이치는 틀리지 않았다.“네가 뭐라고 우리를 이끌어?”그중에서 실력이 가장 뛰어난 남궁혁이 일어서서 따졌다.“난 전신지상의 개조 로봇을 쓰러트릴 수 있어요. 이런 이유라면 됩니까?”주작은 옆얼굴만 보이며 옅은 미소를 지었다.‘예쁘다.’그녀의 미소에 다들 딴 속셈을 품었다.“흥, 설씨 가문에서 판치는 걸 내가 모를 줄 알아? 나도 전신지상이야. 내가 이기면 나랑 잠자리를 하는 게 어때?”어처구니없는 요구를 제시한 사람은 바로 남궁혁이었다.턱에 하얀 수염이 난 늙은이가 이런 말을 하다니 겉보기와 달리 정력이 왕성한 것 같았다.“좋습니다. 그쪽이 지면 어떻게 할까요?”주작이 담담하게 받아들였다.같은 전신지상 고수끼리 싸워서 상대방을 쓰러트리지 못한다면 강자라고 불릴 자격이 없었다.“내가 네 침대로 갈게.”남궁혁은 색마의 본색을 드러냈다.“그쪽이 지면 손가락 하나를 내놓으세요.”주작이 미간을 찌푸리는 것을 보니 전혀 장난 소리 같지 않았다.두 사람이 내세운 조건은 천국과 지옥이 따로 없었다.“좋다. 오늘 저녁 넌 내 여자가 될 것이다.”남궁혁은 이해득실을 따지며 다른 꿍꿍이를 계획하더니 이내 대답했다.절대 손해보는 짓은 하지 않았다.두 사람은 대결하기 위해 밖으로 나왔다.옆 사람들은 좋은 구경을 놓치지 않으려고 우르르 쓸어 나왔다.“선생님은 걱정되지 않습니까?”설구가 염구준을 쳐다보며 물었다.지금 그는 가슴이 쿵쿵 뛰어서 심장이 목구멍으로 튀어나올 것만 같았다.남궁혁은 호색하고 파렴치하지만 남극 빙원에서 베테랑 고수라서 그를 제압할 수 있는 사람은 극히 드물었다.“이길 싸움인데 뭘 걱정해요?”
염구준의 방에서 각자 시간을 계산하고 그림을 그리기에 바빴다.백어를 풀어준 시각부터 상대방이 출발한 시간과 설씨 거주지에 도착한 시간을 추측해 일정한 범위를 정했다.“데이터를 줘. 최소 범위를 확정해야겠어?”“네. 제가 지도에 의심스러운 구역을 표시했습니다.”“첫 번째 구역은 확정. 두 번째 구역을 계산해.”모두 밤 늦게까지 상의한 결과 세 개 구역을 확정했다.반경 50, 80. 100킬로미터 되는 곳에 있었다.이보다 더 큰 범위는 의미가 없어 계산에 포함시키지 않았다.이번 작전을 위해 가져온 소형 드론은 수색할 때 큰 도움이 되었다.“다들 돌아가 쉬어.”염구준은 데이터 서류를 들고 부하들에게 지시했다.다음으로 두 가지 판을 짤 계획이다. 하나는 백어가 찾아오길 기다리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먼저 공격하여 상대방의 기지를 찾아내는 것이다.어떤 방법을 선택해도 손해보지 않을 것이다.이튿날 아침, 잠든 지 얼마되지 않았는데 밖에서 시끄러운 말소리가 들렸다.상대방은 점점 목소리를 높여 신나게 말을 늘어놓았다.남의 꿀 잠을 깨우는 것은 정말 용서할 수 없었다.“뭐가 이렇게 시끄러워? 다른 데 가서 떠들어!”주작이 버럭 소리를 질렀다.첫날부터 싸우고 작전 계획도 세우느라 2시간도 못 자서 지금 예민한 상태였다.“장로님, 집안 사람들 수양이 참 형편없네요.”누가 못마땅하게 말했다.“남궁 족장님, 저쪽에 가서 얘기하시죠.”설구는 주작에게 밉보이기 싫어 다른 곳으로 옮겼다.그런데 한 시간 뒤, 갑자기 누군가 빽 큰소리를 질러서 눈을 번쩍 떴다.“젠장. 장로는 어떤 인간들을 들였기에 아침부터 이렇게 시끄러워?”염구준이 욕설을 퍼부으며 잠자리에서 일어났다.거실에 나오자 정영 팀원들은 이미 일어나서 대기하고 있었다.“주작은 나랑 가자. 나머지는 계획대로 각자 수색해.”어차피 잠을 깬 마당에 다시 잘 수 없으니 임무를 안배했다.“네.”다들 힘차게 대답하고 각자 물건을 준비하러 갔다.“주상님, 우리는 뭐 하러 갑니까?”주작이
부품으로 산산조각 나서 폐기 상태가 되었다.윙윙!스스로 데이터를 분석한 4번 로봇은 생존할 수 없게 되자 두 눈에서 빨간 빛을 발산했다.자폭하려는 것이다.퍽!그때 한 그림자가 빠른 속도로 로봇의 가슴에서 에너지를 꺼냈다.4번 로봇의 눈동자는 빛을 잃고 완전히 고철 덩어리가 되었다.그림자 정체는 염구준이었다.“세상에 고수들이 많아. 너희들 실력이 빠르게 상승하지만 태만해서는 안 돼.”“알겠습니다.”그의 충고에 부하들은 일심동체로 대답했다.여섯 명의 포위 작전만 봐도 평범한 반천인 고수와 싸울 자격을 이미 갖추었다.드디어 싸움이 끝나고 설씨 가족들도 전부 구출되었다.설구는 두 손을 모아 염구준에게 감사 인사를 전했다.“선생님, 전에 제가 보는 안목이 없었습니다. 혹시라로 무례하게 대했다면 부디 양해해 주세요.”“할 말이 있으면 하세요. 그런 인사치레는 안 해도 됩니다.”염구준은 속 좁은 인간이 아니라서 이 정도 일은 따지지 않았다.설구는 웃음을 머금고 실행 가능한 방법을 제시했다.“소주님한테서 선생님도 청목 존주와 원한이 있다고 들었습니다. 저한테 좋은 방법이 있습니다. 주변에 분포된 우리 가문들도 청목 존주의 압박을 받은 적이 있어요. 그 사람들까지 부르면 도움이 될 것 입니다.”일리가 있는 말 같지만 자세이 생각하면 머릿수가 많다고 해서 도움이 되는 것은 아니었다.결국은 실력이 강한 고수들에게 의지해야 했다.“장로님, 싸울 실력이 없는 사람들을 불러도 도움이 안 됩니다.”백호는 속으로 웃었다.만약 그런 실력이 있었다면 설씨 가문도 청목 조직의 압박을 받지 않았을 것이다.“원하는 대로 하세요. 그렇다고 굳이 나한테 말할 필요 없어요.”그런데 한참 생각하던 염구준은 그 방법에 동의했다.어떤 물건이든, 어떤 사람이든 모두 쓸모가 있기 때문이다.“지금 연락하러 갈게요.”설구는 싱글벙글 웃으면서 휴대폰을 꺼냈다.백호는 이해되지 않아 작은 소리로 물었다.“주상님, 왜 저 사람들을 불렀어요?”궁금한 건 참지 못하는 성
염구준이 명령을 내리자 전원 전신 영역을 펼쳐 공격을 막았다.설씨 가족들도 영역 아래서 보호받았다.작살이 영역에 부딪쳐서 탁탁하는 소리가 날 때마다 전기가 튀었다.이번 공격은 기세가 대단해도 한계가 있어 방어막을 뚫지 못했다.“경고, 상대방 실력이 강하여 신중하게 맞선다.”4번 로봇은 머리속에 대량의 데이터를 분석하고 명령을 내렸다.모든 일은 데이터를 통해 분석하는 것이 개조 로봇의 최대 약점이다.만약 데이터가 완벽하지 않으면 오류도 발생했다.“저놈들을 쓰레기통에 처넣자!”정영 팀은 스노우모빌에서 내려 앞으로 돌진했다.“원격으로 공격해!”아직 적들과 맞붙지 않았는데도 기운을 발사했다.한바탕 공격을 퍼붓자 실력이 평범한 개조 로봇들이 순식간에 수십 대가 폐기되었다.거주지에 거의 도달했을 때 염구준이 임무를 안배했다.“너희 여섯 명이 제일 강한 놈을 상대하고 나머지는 나한테 맡겨!”실전으로 그들의 싸움 실력을 단련시켜 더 높은 경지로 이끌어주고 싶었다.개조 로봇은 반천인 실력을 갖고 있지만 실력이 약하고 원소의 힘도 사용하지 못했다.“네.”여섯 명은 각자의 무기를 꺼내 들고 4번 로봇을 향해 돌진했다.염구준이 생각해 주는 마음을 모를 리가 없었다.애송이들과 백 번을 넘게 싸워도 한낱 애송이 취급만 받을 것이다.설씨네 거주지에서 치열한 싸움이 벌여졌다.염구준 일행은 수백 대 개조 로봇과 감독관들을 포위하여 뒤를 쫓아다녔다.그런데 상대방의 실력이 너무 보잘것없어 싸울 의욕이 나지 않았다.4번 로봇은 지원하려고 싸움에 끼어들었지만 여섯 명에게 잡혀 빠져나오지 못했다.일방적인 공격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싸울 준비를 마친 설구 일행도 끼어들 틈이 없어 가족들을 구하러 나섰다.“에휴. 저 사람들이 이렇게 강할 줄 알았다면 얼음 인간을 찾아가지도 않았어.”설구는 고개를 저으며 후회했다.힘들게 지하 궁전에 들어가서 얻은 것은 없고 하마터면 목숨을 잃을 뻔했다.드디어 싸움이 끝났다.염구준 일행은 기운을 거두고 주변을 둘
이번에 강력한 4번 로봇이 적지 않은 개조 로봇을 데리고 와서 자신감이 넘쳤다.“백어. 사람은 다 체크했어?”4번 로봇의 기계 소리가 울렸다.“체크했는데 설씨 가문의 장로와 소주 그리고 열 명 넘는 가족들이 사라졌습니다. 그 외에 고수 2명도 보이지 않네요.”백어는 명단을 건네며 공손하게 대답했다.4번 로봇은 개조한 로봇이지만 조직에서 신분이 높아 함부로 대하지 못했다.탁!로봇은 서류를 그의 면상에 던지며 무뚝뚝한 기계 소리로 말했다.“여기서 담화를 나누지 말고 당장 가서 찾아와.”“네, 지금 바로 찾아오겠습니다.”백어는 쩔쩔매며 자리에서 일어섰다.솔직히 그는 청목 조직에서 개보다 못한 취급을 받았다.로봇도 자신을 무시하자 씩씩거리면서 우리 앞에 다가가 한 사람을 노려봤다.“저 자식을 끌어내!”담이 작은 설씨 가족은 아직 고문도 하지 않았는데 전부 자백했다.“장로님과 소주는 외부인들 데리고 조력자를 찾으러 갔어요.”생각한 것과 정반대였다.만약 설씨 가족들이 반항하고 누구도 자백하지 않으면 한바탕 화풀이하려고 했는데 물거품이 되어버렸다.“어디 갔어?”설씨 가족은 상대방의 눈빛이 싸늘한 것을 보고 유용한 정보를 말했다.“상세하게는 몰라요. 근데 소주의 여동생 설무가 뭔가 알고 있을 겁니다.”물귀신이 따로 없었다.“아주 좋아.”백어는 칼을 들고 그 사람의 목을 베며 사악하게 웃었다.“자백해서 고맙다만 너한테 화풀이는 해야겠어.”그리고 설무의 앞에 다가와 싸늘하게 물었다.“네 오빠가 어디 있는지 말해!”“흥.”설무는 콧방귀를 끼며 고개를 홱 돌렸다.꽤 고집이 있게 생긴 설무를 보고 백어는 칼날을 혀로 핥았다.“말하지 않으면 10초마다 네 얼굴을 긁어서 못난이로 만들겠다.”이번 협박은 통했는지 설무가 원한이 서린 눈빛으로 쏘아보았다.“우리 오빠가 널 죽여버릴 거야!”“하하하. 얼마든지 와서 죽이라고 해.”백어는 소인배처럼 큰소리로 웃었다.부아앙!바로 그때 멀리서 엔진 소리가 들렸다.스노우모빌을 탄 일행이
온몸에 감도는 검기가 구자검에 스며들 때 검이 가볍게 소리를 내며 떨었다.‘좋은 검이구나.’위험한 기운을 감지한 봉유곡은 도끼에 두꺼운 얼음층을 형성해 자신을 보호했다.공격을 포기하고 방어를 선택한 것이다.생사를 결정하는 중요한 순간에 최후의 공격을 사용하지 않자 염구준은 이해할 수 없었다.우르릉!그는 천둥번개가 치는 검기를 휘두르며 공격했다.그때 도끼의 그림자가 보일 듯 말 듯해서 뭔가 이상했다.봉유곡에게 가까워질 때 상대방의 호흡에 변화가 발생한 것을 느꼈다.쾅!검이 얼음을 찌른 순간, 얼음은 사방으로 튕기고 봉유곡은 피를 발산하며 폭발했다.염구준의 검에 저항하지 못하고 죽어버린 것이다.“아니야. 이렇게 약하지 않아.”그는 믿지 않았다.아무리 순조롭게 검의로 공격해도 쉽게 당할 사람이 아니었다.주변을 자세히 관찰했더니 피를 흘린 흔적이 좁은 동굴 입구로 연결되었다.도망친 것이다.덤빌 용기도 없으면서 온갖 허풍을 널어놓고 도망을 치다니 정말 어처구니가 없었다.고물들의 수법은 진짜 기가 막혔다.어렵게 물어볼 기회가 생겼는데 이젠 누굴 찾아야 할지 막막했다.우르릉 쾅!그때 땅이 흔들면서 방이 휘청거리고 천장의 고드름이 바닥에 우드득 떨어졌다.곧 무너질 것 같았다.염구준은 뒤쫓을 겨를도 없이 정영 팀과 함께 동굴 밖으로 뛰쳐나왔다.설씨 가족들이 발목을 잡지 않으니 빠른 속도로 왔던 길을 되돌아 빠져나갔다.동굴 입구에 아직도 펭귄들이 서성거렸지만 몸에 있던 이상한 무늬가 사라진 탓인지 전보다 온순했다.밖으로 나온 지 얼마되지 않아 위에서 눈덩어리가 굴러 떨어지며 궁전을 묻어버렸다.“염 선생님, 드디어 나오셨네요.”설구가 황급히 다가와 물었다.“갑시다. 다들 돌아가세요.”염구준은 무너진 동굴 입구를 바라보며 스노우모빌에 올라탔다.이번 행차에서 많은 정보를 얻었지만 아쉽게도 자세히 알지 못했다.“얼음 인간은 어떻게 되었어요?”그때 설구가 다가오더니 작은 소리로 물었다.얼음 인간을 구하면 자신들을 도와줄 줄 알
대결하는 두 사람을 제외하고 정영 팀만 방에 남았다.그들은 혹시나 다칠까 봐 전신 영역을 펼치고 지켜보았다.봉유곡과 염구준은 짧은 시간 내에 벌써 수백 번의 초식을 주고받았다.‘녀석 왜 이렇게 강해?’출관하자마자 강력한 고수를 만난 것이 너무 놀라웠다.방금 전에 오만했던 자신이 조금은 창피했다.“집중하세요!”염구준은 상대방이 멈칫하는 틈을 타 검에 모든 기운을 담아 상대방의 가슴을 공격했다.‘방심했다.’봉유곡은 재빨리 도끼로 가슴을 막고 두 손으로 가까스로 버텼다.오랫동안 싸우지 않았더니 실력이 떨어진 것이다.쿵!검광이 아래로 떨어진 순간 봉유곡의 몸이 뒤로 날아가며 한쪽 얼음 벽에 부딪쳤다.방심한 탓에 염구준의 공격을 미처 막아내지 못했다.“이겼어!”옆에서 지켜보던 주작이 기쁜 나머지 주먹을 불끈 쥐며 펄쩍 뛰었다.정영 팀도 도와주고 싶었지만 이런 규모의 싸움에 끼어들 틈이 없었다.“죽은 척하지 마세요.”염구준은 얼음 덩어리에 묻힌 봉유곡을 향해 소리 질렀다.비록 일격에 상대방을 쓰러트렸지만 우세를 차지한 것은 아니었다.상대방이 방심해서 운이 좋았을 뿐이었다.와르륵!봉유곡은 얼음 덩어리를 헤치고 당당하게 일어났다.찢어진 옷을 보니 전보다 더 미치광이 같았다.“하하하. 좋다. 날 열받게 하는데 성공했어.”한때 세상에 이름을 떨친 강자였는데 지금은 반천인 경지 애송이에게 당해서 수치스러웠다.“허풍은 그만하고 제대로 싸우죠.”염구준이 비아냥거렸다.“현체연혈!”갑자기 봉유곡이 기합을 넣더니 몸뚱이가 커지며 너덜너덜하던 옷을 완전히 찢어버렸다.기운은 변하지 않았는데 체력이 눈에 띄게 강해졌다.염구준은 육체를 강화하는 비술에 관한 기록을 본 적이 있었지만 구체적인 수련 방법은 몰랐다.그의 눈에 봉유곡은 실전된 무술을 많이 알고 있는 보물 같았다.산 채로 체포할 수 있다면 적지 않은 무술들을 알아낼 수 있을 것 같았다.휙!갑자기 봉유곡이 도끼를 들고 염구준을 향해 공격했다.속도가 너무 빨라 잔영이 스쳐지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