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집에 소비하러 온 손님들은 불똥이 튕길까 두려워 출구로 향했다.“우리도 가자.”드디어 타협한 남자는 귀중품을 챙기고 철수하기 시작했다.실력 차이가 엄청나니 피할 수밖에 없었다.그러는 사이 일분이 다 되었다.쾅! 쾅!염구준은 휴대폰을 주머니에 넣고 주먹을 휘두르며 술집을 파괴했다.그가 지하에서 나갔을 때 손님들은 대부분 철수하고 술집 직원들만 남아 있었다.“술집은 이제 폐허가 됐어.”그는 아주 당당하게 한마디 남기고 떠났다.“이름을 알려줄 수 있어?”방금 남자가 질문했다.그가 담당한 술집이 망가졌으니 상대방의 정보를 알아야 위에 설명하기 쉬웠다.“설씨 동맹군이다.”멀리 간 염구준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대답했다.그는 천천히 걸어 눈언덕에서 사라지더니 재빨리 다른 산봉우리로 이동해 술집 직원들을 관찰했다.만약 전신 경지 고수가 청목 조직의 본거지를 모른다면 진작에 죽였을 것이다.염구준이 떠난 뒤, 술집 직원들은 지하로 돌아가 몇 가지 물품을 꺼냈다.지하는 이미 폐허가 되어서 떠날 수밖에 없었다.구체적으로 어디로 가는지는 염구준도 추측할 수 없었다.한 단계 높은 주둔지 아니면 본거지로 갈 수도 있었다.염구준은 그들의 뒤를 밟을 생각이었다.미행은 오래된 방법이지만 매우 실용적이었다.게다가 높은 곳에서 따라가기 때문에 상대방이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20킬로미터를 걷던 일행이 발걸음을 멈추자 전방에 건물이 나타났다.그것도 옥상만 지면에 드러나고 건물은 땅속에 숨어 있었다.덜컹!대문이 열리자 일행은 안으로 들어갔다.천천히 닫혀지는 대문을 보며 염구준은 생각에 잠겼다.청목 조직의 본거지인지 알 수 없지만 틀림없이 중요한 기지일 것 같았다.‘쳐들어갈까 말까?’혼자서 움직이면 상대방이 눈치를 채고 도망칠 수 있다.하지만 어떤 상황에 처할지는 상대방의 성격을 지켜봐야 했다.한참을 고민하던 그는 이어폰을 켜고 정영 팀을 불렀다.“내가 위치 추적기를 켰어. 이쪽으로 와.”“주작, 넌 동맹 세력들을 전부 데리고 와. 큰 판
염구준은 대문 앞에 걸어가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주먹을 날렸다.쾅!이 거대한 힘에 대문은 끝없이 흔들렸고, 그에 따라 대량의 얼음조각들이 따다닥 소리를 내며 바닥에 떨어졌다. "품질은 괜찮네. 거의 핵폭발 방어문 급인걸?"염구준은 혼잣말을 하며 계속 주먹을 휘둘렀다.쾅쾅!그가 계속 주먹을 내리치자 문 뿐만 아니라 기지 내부까지 흔들렸다."경고, 경고, 누군가 기지를 공격하고 있으니 제때에 대응하길 바랍니다."현재, 기지 내부는 붉은 빛과 함께 인공지능의 경고음이 계속 울리는 상태였다.기지의 홀에서 주좌석에 앉아있던 사람은 상황을 보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네가 적을 달고 왔구나.""그럴리가 없습니다. 이곳까지 얼마나 조심히 왔는데요."여기까지 온 호언은 고개를 저으며 기어코 인정하지 않았다.쾅!그러나 상대방은 갑자기 그에게 주먹을 휘둘러 뒤로 날려보낸 다음 한손으로 그의 목덜미를 잡고 들어올렸다.전신경지의 호언은 상대방에게 반항할 능력조차 없었다. "3번님, 살려만 주세요." 호언은 공포에 휩싸여 계속 발버둥쳤다."저 사람은 무슨 경지지?" 3번이 무표정하게 물었다."최소 전신 경지 위의 강자입니다. 어쩌면 더 강할 수도 있어요."호언은 이 개조 로봇들이 얼마나 가차없는지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자신을 죽일까 봐 두려워 숨김없이 전부 털어놓았다. "죽어."그러나 원하는 정보를 얻은 3번은 망설임 없이 상대방의 목을 바로 비틀었다.사고를 쳤으면 그에 따른 책임을 져야 하니까 말이다."반격할까요?" 이때, 누군가가 물어 보았다."필요없어, 저건 핵폭발 방어문이니까 말이야. 어디 한 번 마음껏 때려보라고 그래. 그럼 난 위에 보고 하러 가지."3번이 마지막으로 받은 명령은 이곳을 지키라는 것이었기 때문에 그는 먼저 공격할 생각이 없었다. 개조 로봇은 오직 명령에만 따를 뿐, 융통성이 없기 때문이었다. 쾅!"경고, 적이 이미 기지를 파괴했습니다."큰 소리와 함께 인공지능의 경고음이 다시 울렸다.3번은 제자리에
쾅!두 사람의 주먹이 부딪힌 순간, 거대한 폭풍이 일더니 주위의 개조 로봇들을 날려버렸다.3번 역시 반보 천인의 실력을 가지고 있는 게 분명했다."꽤 하네. 하앗!"큰 외침소리와 함께 염구준의 팔이 흔들리더니 다시 강한 힘이 폭발하며 3번을 후퇴시켰다. 경지는 같았지만 둘의 전투력은 같은 급이 아니었다.염구준은 멈추지 않고 계속 공격했다. 진기에 싸인 두 주먹은 적들에게 공포스러울 정도의 위압감을 주었다.적의 실력이 그다지 강하지 않기 때문에 그는 딱히 불 원소의 능력을 쓰지 않았다.비록 도중에 눈치없는 개조 로봇들이 그의 앞을 막긴 했으나 다가가지도 못하고 염구준의 기운에 의해 뒤로 날아갔다. 후훅.염구준의 주먹은 잔영이 보일 뿐만 아니라 공기를 가르는 소리도 함께 들려왔는데, 바른주먹이 이상할 정도로 단단했다.눈동자를 돌려 상대방의 공격 궤적을 분석한 3번은 손을 들어 막으려고 했으나 똑똑히 볼 수도, 시스템으로 분석할 수 있어도 속도가 따라가지 못해 얻어맞을 수밖에 없었다. 염구준의 눈에 3번은 지금 허점 덩어리와 다를게 없었다. 그는 열몇 번을 연속으로 때렸고 그에 따라 기계유도 여기저기 쏟아졌다.우웅.얼마 지난 후에 3번의 찌그러진 몸에서 검은 연기가 나왔다. 내부의 핵심 부품이 심하게 손상된 것이다.한편, 다른 개조 로봇들은 아직 대량으로 남아있었지만 너무 약해서 감히 끼어들지도 못하고 그저 한쪽켠에 우두커니 서 있을 수밖에 없었다. 몇 분 후, 염구준에 의해 두 팔이 전부 제거된 3번은 전투력이 80%가 감소되었다.즉, 이제 평범한 고철덩어리와 다를 게 없다는 거다.우우웅.이때, 3번의 눈이 몇 번 반짝이더니 바로 붉게 변했다. 자폭하려는 거였다.이 익숙한 수단에 염구준은 자연스럽게 상대방의 가슴을 뚫고 에너지 원천을 파괴했지만 3번은 두 팔을 잃은 터라 막지 못했다. 이를 본 나머지 개조 로봇들은 죽는 걸 두려워하지 않고 그를 향해 달려들었다."허, 너희들이랑 놀아줄 사람은 따로 있어."염구준은 말하면서
적지 않은 사람들이 이미 도처에 널려있는 물재들을 눈독 들인 상태였지만 염구준이 입을 열지 않아 차마 함부로 움직이지 못했었다."감사합니다!"이 말에 현장의 모든 사람들이 들끓었다.사실 염구준은 그저 큰 싸움이 일어나는 걸 피하기 위해 약간의 이익을 준 것 뿐이었다. 아무것도 얻지 못하면 속으로 자신을 원망할 게 분명하니까 말이다.‘아직은 쓸모 있으니까 민심이 흩어지게 두어서는 안 돼.'이곳의 일을 전부 처리한 후 염구준은 남궁혁을 찾아가 청목 조직의 정보를 더 물었다.하지만 그는 제로 술집을 제외하고는 다른 건 하나도 알지 못했다.다음날과, 그 다음날에도 정예 부대는 청목 조직의 기지를 몇곳 찾아냈는데 규모가 크지 않아 모두 설씨 가문의 동맹군에 의해 제거되었다.이 일이 빠르게 널리 퍼지면서 남극 빙원 또한 들끓어 올랐고, 점점 더 많은 세력들이 설씨 가문의 동맹군에 가입했다.이 형세에 청목 조직은 안절부절하지 못했다. 새로 나타난 세력이 그들의 남극 빙원에서의 패자 자리를 위협하고 있었다.현재 본영 내부에서 많은 고위층들이 실험실 입구에 서 있었다.끼익."출관하신 걸 축하드립니다, 존주님!"문이 막 열리자마자 고위층들이 전부 허리 숙여 인사했다."하하, 모든 연구를 이미 마쳤다. 이제 식물을 체내에 이식하기만 하면 돼."청목 존주는 크게 기뻐하며 호탕하게 웃었다.이렇게 오랜 시간을 거쳐 드디어 마지막 단계에 이르렀기 때문이었다.‘이제 곧 용하국에 돌아가 복수를 할 수 있겠군.'"존주님, 보고드리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이때, 누군가가 상대방이 기뻐하는 틈을 타서 최근의 일을 말하려고 했다."다 같은 편이니 마음껏 말해봐."청목 존주는 손에 든 상자를 보고 웃으며 대답했다."최근, 저희 기지들이..."고위층은 최근 발생한 일들을 아예 전부 말했고, 그의 말을 들은 청목 존주는 표정이 굳어지더니 마지막엔 얼굴을 찌푸렸다.남극 빙원의 기지는 모두 그가 심혈을 기울여 만든 것이기 때문이었다. 그는 자신이 고생해서 만든 것
"그래, 밀실로 가자." 그렇게 두 사람이 떠난 뒤에도 다른 사람들은 감히 일어날 용기가 없어 그대로 제자리에서 무릎을 꿇고 있었다.밀실 안에서 두 사람은 모두 자리에 앉았다."말해봐, 하지만 아무 이유나 찾아서 얼버무릴 생각은 하지 않는 게 좋을 거야."청목 존주가 먼저 입을 열었다.상대방이 자신을 속여 괜히 시간만 낭비할까 봐 미리 당부하기 위해서였다."저는 배후에 있는 사람이 염구준이라고 생각합니다. 먼저 이 비디오를 보세요."흑풍 존주는 홀로그램 투영을 켜서 두 개의 싸움 영상을 전부 띄웠다.그 중 한 장면에는 염구준이 3번과 싸움을 하는 것이 있었는데, 그의 공격 하나하나가 전부 선명하게 찍혀있었다.영상을 다 보고 나서 청목 존주는 하찮아하며 물었다."원소의 능력도 쓰지 않은 반보 천인이 염구준이라니, 말이 돼?""게다가, 아무리 염구준라도 내 연구가 성공하기만 하면 절대 살아남을 수 없어."청목이 닦는 무공은 좀 이상하긴 했지만, 흑풍 존주를 깔아뭉갤 정도로 실력이 매우 강했다."증거는 좀 적지만 그래도 만일이라는 게 있으니 막는 게 좋습니다. 염구준은 전에 거의 천인 경지의 인물을 참살한 적이 있으니까요."상대방의 대답을 들은 흑풍 존주가 다시 권했다."흥, 그럼 뭐 어때서? 연구만 완성하면 제일 먼저 죽여버릴 건데."자극을 받은 청목 존주는 화가 나서 상대방의 말을 전혀 듣지 않았다.이정도면 흑풍이 말리려고 하는 건지 아니면 상대방을 자극하려고 하는 건지 알 수가 없었다."그럼 저희는 먼저 숨어서 당신이 돌파할 때까지 기다렸다가 다시 싸우러 갈까요?" 흑풍 존주가 슬쩍 물었다."아니, 겨우 반보 천인일 뿐이니 사람을 보내면 돼.""그리고 네가 그 자식한테 충분히 겁을 먹은 건 알겠는데 말이야, 앞으로 더 이상 염구준을 언급하지 마."청목 존주는 이 일을 안중에도 두지 않고 바로 결정을 내렸다.이 작은 땅에서 무려 남극 빙원의 패자인 자신과 붙을 사람이 없을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휴, 이미 마음을
하지만 남극 빙원의 일이 이미 관건적인 시기에 들어섰고 청목 존주도 아직 제거되지 않았기에 지금 당장 떠날 수가 없었다.염구준은 한참을 생각한 후 일단 실행 가능한 대책을 생각해냈다."일단 용필 형님을 불러와. 장모님이 나가시면 둘이 같이 뒤를 따르고. 나중에 가서 얼굴을 가리고 행사장을 부숴버려."‘행사장을 파괴하면 삼선 클럽도 더 이상 사람을 속이지 못하겠지.'"응, 용필 대장은 이미 돌아왔어. 지금 내 옆에 있는데, 몇 마디 나누지 그래?"초상비가 질문식으로 입을 열었다.그는 사실 용필을 대하는 게 너무 머리 아팠다.전투력은 그보다 위에 있고 반보 천인에 비견될 정도지만 손가을과 염구준의 말만 들으니 전혀 지휘할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여보세요? 남극 빙원으로 여행 갔다면서?"용필은 전화를 받자마자 안부를 물었는데 만리가 떨어져 있어도 여전히 그의 멍청함을 느낄 수 있었다."형님, 제가 없는 동안에는 초상비의 말을 들으세요."염구준은 긴말 하지 말고 바로 본론을 말했다"응, 알겠어." 이에 용필은 시원스럽게 대답했다.이렇게 되면 머리를 쓰는 초상비가 있고, 몸을 쓰는 용필이 있으니 진숙영의 안전을 걱정하지 않아도 되었다.통화가 끝나자마자 주작이 황급히 들어와 보고했다."방금 수색하러 나갔을 때, 대량의 개조 로봇들이 이쪽으로 걸어오고 있는 걸 발견했습니다."이 소식을 들은 염구준은 자리에서 일어나 웃음을 지었다."좋은 소식이네. 오지 않을까 봐 걱정했었는데."그리고 나서 그는 정예 부대의 통신기에 대고 명령을 내렸다."백호, 너는 적들의 발자취를 따라 기지를 찾아."설씨 가문의 주둔지에서는 동맹군들이 현재 청목 조직의 대군을 막기 위해 둥근 참호를 파고 있는 중이었다. 전투 경험이 풍부한 염구준에게 있어서 수만 명의 전투를 지휘하는 건 식은 죽 먹기였지만 다른 사람들은 모두 이번 전투에 자신감이 없었다."분부하신대로 했습니다. 한 시간만 더 있으면 완성할 수 있을 겁니다."이때, 설구가 와서 염구준에게 진도를
"김주야, 우선 삽을 내려놓고 얘기할래?" 설웅이 앞으로 다가가 설득했다.어렸을 때 항상 함께 논 사이이기 때문에 따지고 보면 둘은 소꿉친구였다."저리 가. 네가 외부인을 데려온 것 때문에 청목 조직에서 화가 나 전쟁이 일어난 거잖아.""그냥 얌전히 광산을 캐면 안 됐었어?"지금 김주는 말이 통하지 않는 상태였다. 그는 크게 소리치며 물었다.노예 근성이 마음속에 깊이 뿌리가 박힌 거다."소가주님, 이거 관여하셔야 되지 않으십니까?" 이에 다른 파의 족장이 설웅에게 압력을 가했다.최근 설씨 가문이 주작 등의 예쁨을 받아 적지 않은 사람들이 속으로 원망하던 참이었는데, 이런 좋은 기회가 있으니 다들 불만이 폭발할 수밖에 없었다. "당연하죠."설웅은 이렇게 대답했지만 속으로는 여전히 어떻게 해야 할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안녕하십니까!"이때, 적지 않은 사람들이 공손하게 인사를 하며 양측에 서서 길을 내주었는데, 바로 염구준이 나타나서 그런 거였다.김주는 상대방을 보고 더욱 불안정해져서 큰소리로 떠들었다."그래, 바로 너 같은 악마놈이 청목 조직을 건드려서 전쟁을 일으킨 거야."그러나 염구준은 따지지 않고 담담하게 물었다."다 말했어?"그러면서 기운을 내보내 그를 고정시켜 놓았고, 이에 김주는 겁에 질려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슉.이어서 염구준은 빠르게 김주의 뒤로 이동해 손으로 뒷목을 때려 기절시켰다. 상대방의 모습을 보아서는 그가 무슨 말을 해도 듣지 않을 게 뻔했기 때문이었다. 그럴 거면 차라리 폭력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게 나았다."들고가. 싸움이 시작되기 전에 이 녀석을 또 보고 싶지 않으니까."만약 그의 부하가 감히 전쟁 전에 사람들의 마음을 흔들어 놓았다면, 이미 처형했을 것이다.염구준은 사람들을 둘러보면서 그들의 눈빛에서 끝까지 싸울 의지가 없다는 걸 보아냈다.‘온김에 겸사겸사 사기 좀 살려볼까?'"다들 무서워요?""아닙니다!""솔직히 말하세요. 저는 거짓말을 듣는 걸 좋아하지 않거든요.""무섭습니다.
청목 조직의 부대가 온 것이다. "적들이 왔으니 모두 정신 차려! 저 놈들 다 고철상에 팔아넘겨야지!""이따가 싸울 때 창피하게 굴지 마."설씨 가문의 주둔지에서는 여기저기서 사람들에게 주의를 주는 목소리가 울렸다.이에 적지 않은 사람들이 참호 안에서 머리를 내밀어 바깥의 상황을 살폈고, 곧바로 쳐들어온 개조 로봇들이 매우 많다는 걸 발견했다.슉.이때, 검은 그림자가 뛰쳐나갔는데, 바로 염구준이 적들과 대치하기 위해 정예 부대를 데리고 참호에서 뛰쳐나온 거였다.염구준이 한바퀴를 둘러보았지만 그곳에는 청목 존주도, 흑풍 존주도 없었고 우두머리는 여전히 개조 로봇이었다.한편, 10킬로미터 떨어진 산봉우리에서 한 사람이 고배율 망원경으로 설씨 가문 주둔지의 모든 것을 지켜보고 있었다.바로 흑풍 존주였다.염구준이 설씨 가문의 주둔지에 있을 수도 있다는 걸 알았기 때문에 그는 차마 나서지 못하고 그저 구석에 숨어있었다.흑풍 존주는 자신의 기계팔을 보며 조금 슬퍼했다."염구준, 너는 지옥에 가야 해!"독설을 내뱉은 뒤 그는 계속 상황을 지켜보다.같은 시각에 설씨 가문의 주둔지에서는 이미 대치가 시작되었다. 0번이 한 걸음 앞으로 걸어가 물었다."왜 청목 조직을 공격한 거지?""눈에 거슬려서!"염구준은 시원시원하게 대답했지만 이건 정말 사실이었다.청목 조직이 용하국에서 일을 벌인 건 일단 뒤로 하고, 대놓고 시비를 거는데 용하국의 수호신인 그가 어떻게 참을 수 있겠나?"공격해라!"0번은 염구준의 태도를 보고 더 이상 이야기하고 싶지 않아 바로 명령을 내렸다.쿵쿵.대량의 개조 로봇들이 무거운 발걸음을 내디디며 설씨 가문의 주둔지를 향해 돌진했는데, 도대체 얼마나 있는 건지 수를 셀 수가 없었다. 그저 수없이 많아서 새까맣게 보인다는 것만 알 수 있었다."현무, 앞으로의 일은 너희들에게 맡긴다."염구준은 한 마디를 남기고는 바로 앞으로 돌진했다. 백호는 이 개조 로봇들의 발자취를 따라 청목 조직의 기지를 찾으러 가서 아직 돌아오지
얼마 전까지만 해도 각 세력들은 세라와 관계가 좋았지만 지금은 그녀가 스텔라성과 엮여서 믿을 수가 없었다.베르가 말한 동맹도 결국은 이익을 기초로 하기 때문에 큰 의미가 없었다.“염병할 놈!”베르는 염구준이 사라진 곳을 향해 소리를 질렀다.“에취!”한편, 바다의 동굴을 지나던 염구준이 재치기를 하더니 귓구멍을 파며 중얼거렸다.“또 어떤 놈이 뒤에서 나를 욕하는 거야?”그는 이미 수백 미터 안으로 들어가면서 동굴을 살펴보았다.오래전에 인공으로 만들어진 동굴로서 지하수도로 사용했거나 육지에서 지각이 변화하여 이곳에 가라앉을 가능성도 있었다.이제 동굴 내부에 완전히 적응되어서 속도를 낼 때가 되었다슝!위험도 없고 갈림길도 없으니 팔다리를 빨리 저으며 앞으로 전진했다.동굴 끝에 무엇이 있는지 참 기대가 되었다.그것이 고대 옥패라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말이다.푸!가는 도중에 갑자기 장어 같은 바다 동물의 습격을 받았지만 아무런 위협이 되지 않았다.‘누가 있어.’얼마나 헤엄쳤는지 모르겠지만 눈앞에서 어두운 그림자가 앉아 있는 것이 보였다.염구준은 그 사람의 생사를 알 수 없어 한 줄기 검기를 발사했다.아무런 움직임이 없는 것을 보고 죽은 사람이라 생각했다.가까이 다가가 보니 잠수복을 입은 시체는 부패되지도 않고 마치 자는 것처럼 보였다.그 옆에 커다란 가방이 있었는데, 열어보니 황금, 비취. 진주 등 값나가는 보물들이 잔뜩 들어 있었다.“진짜 보물이 있었네. 고대 옥패도 있을까?”그는 작은 소리로 중얼거리며 보물이 가득한 가방은 뒤로 한 채 계속 안으로 깊숙이 들어갔다. 안으로 들어갈수록 시체들이 점점 더 많이 나타났다.염구준은 궁금했다.왜 시체들이 하나 같이 상처도 입지 않고 평온한 표정으로 죽었는지 말이다.이상한 상황으로 하여금 점점 주변을 경계하게 만들었다.앞으로 더 나아갔을 때, 동굴은 사라지고 넓은 공간이 나타났다.이곳이 바로 목적지인 것 같았다.그리고 내부를 살펴보려고 수십 발의 불꽃을 발사하던 염구준
찾겠다고 약속했던 보물이며 고대 옥패는 코빼기도 보이지 않았다.그때 누군가 가슴이 벅차오르는 소식을 전했다.“절벽 위에 동굴이 있어요!”“여기에도 있어요. 불덩어리를 던졌는데 끝이 보이지 않아요!”“동굴에서 100그람되는 금덩어리를 발견했어요!”드디어 보물이 나타났다는 말에 다들 동료를 잃은 슬픔에서 금세 벗어났다.“일단 경거망동하지 말고 우리 대책부터 세웁시다.”중요한 순간에 베르가 나서서 대국을 주재하려 했다.염구준을 고립시키고는 각 세력들을 이용해 더 많은 것을 차지하려는 수작이었다.“부성주님, 어떻게 하면 좋겠습니까? 합리적인 대안이라면 지시를 따를게요.”메노스가 환심을 사려고 스텔라성의 편에서 말했다.염구준의 실력이 너무 강해서 맞설 자신이 없었기 때문에 저들의 도움이 필요했다.나머지 가주들은 드디어 줄을 서야 하는 때가 온 것을 알고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줄을 서는 것은 언제나 어려운 선택 문제였다.만약 잘못 선택하면 아무런 이득은 보지 않고 끝없는 재앙만 맞이할 것이다.…그 외에 무술인들은 가주들이 중요한 일을 논의하는 것을 알고 조용히 대기하고 있었다.몇몇 사람들이 토론한 결과로 대다수 사람들의 생사를 결정할 것이다.“염 선생은 대책이 있습니까?”노신기가 긴장이 흐르는 분위기를 깨고 떠보듯 물었다.지금 염구준은 혼자서도 스텔라성를 상대하기 충분했다.다들 대답을 기다리고 있을 때 염구준이 한 동굴 입구에 서서 말했다.“상의할 게 뭐가 있어요? 보물이 보이면 능력에 따라서 챙기면 되죠. 실력이 있으면 많이 챙기고 없으면 바닷물이나 마시다 가면 되죠.”그 말 뜻은 물질적이지만 현실적이기도 했다.지금 각 세력들이 꿍꿍이를 세우고 있으니 아무리 상의를 해도 진심이 아닐 것이다.어차피 나중에 사이가 틀어질 텐데, 지금 이 자리에서 분명하게 말하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염구준의 말을 들은 베르는 각 세력들의 마음이 돌아설까 봐 바로 안색이 어두워졌다.“염구준, 지금 분열을 일으키는 거야? 절대 용납할 수 없어.
어떤 무술인들은 적대 관계이고 위에서 아무런 태도도 드러내지 않았지만 감사의 눈길을 보냈다.베르 일행은 아무 일도 발생하지 않은 것처럼 침묵하고 있으니 염구준을 칭찬하는 것은 더 불가능했다.“이곳은 위험해서 항상 조심하세요. 그렇다고 매번 도와줄 수 없어요.”염구준은 무덤덤하게 말했다.어차피 이번만 도와줄 거라 뻔뻔하게 구는 사람이 있어도 마음에 두지 않았다.그때 통신기에서 당황한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렸다.“저기 모래벌레 무리가 오고 있어요!”그 말에 다들 다시 안절부절했다.염구준이 재빨리 통신기에 대고 모두를 진정시켰다.“당황하지 마세요. 대부분 바닥으로 들어가고 몇 마리만 뒤를 따라왔을 겁니다.”땅으로 돌아가지 않은 모래벌레들은 전부 그의 검에 잘렸기 때문이었다.다들 안심하고 싸울 준비를 할 때, 꽃무늬 셔츠를 입은 젊은이가 공을 들고 앞에 나섰다.이곳까지 오면서 나약한 실력 때문에 항상 타인의 보호를 받았는데, 왜 이제야 나서는지 다들 알지 못했다.“썩을 놈의 벌레야! 첨단 과학기술의 위력을 보여 줄게!”젊은이가 건방지게 말하며 손에 든 공을 힘껏 던져버렸다.“안 돼!”메노스가 나서서 말렸지만 공을 이미 던져서 늦어버렸다.갑작스러운 행동에 다들 무슨 영문인지 몰랐다.“방어!”염구준이 고함을 지르며 기운으로 호체 기운을 끌어냈다.반보천인인 염구준마저 긴장하게 만들다니, 모두 젊은이가 던진 공은 틀림없이 대단한 물건이라고 생각했다.펑!공이 수십 미터 떨어진 곳으로 흘러서 올라간 순간, 엄청난 에너지를 발산하면서 마침 달려오는 모래벌레들을 순식간에 폭발시켰다.물속에서도 이 정도로 강력한 위력을 발휘하다니, 보기만 해도 감탄이 흘렀다.“악!”그런데 에너지가 빠른 속도로 물속에서 퍼지더니 사람들의 몸에 부딪치며 오장육부에 침투되었다.순식간에 거대한 생물체를 몇 마리나 제거했으니 사람에 미치는 영향도 치명적이었다.실력이 약한 무술인들은 얼마 버티지 못하고 바로 죽었다.퍽!가장 먼저 공격받은 젊은이는 충격에 한참이나
“알겠습니다.”“네.”두 사람은 대답하자마자 각자 맡은 20명이 넘는 부하들을 이끌고 심해 모래벌레가 드문 변두리 지역으로 향했다.실력이 뛰어난 무술인 두 명이 앞장서서 길을 터주고 있으니 모든 것이 순조로웠다.가장 중요한 것은 이로서 부하들의 사기가 다시 돌아왔다는 것이다.그 장면을 본 남은 세력들도 벗어날 방법을 생각했는지 부하들에게 고함을 지르기 시작했다.“살고 싶으면 빨리 천기문의 뒤를 따라가!”지금 염구준이 뒤를 맡고 있었기에 그들도 벗어나기 훨씬 수월했다.베르가 떠날 때는 표독스러운 눈빛으로 염구준의 뒤를 노려보면서 저렇게 싸우다 콱 죽으라고 저주까지 했다.결국은 살려고 바삐 피신하느라 누구도 염구준을 도와주지 않았다.혼자 남은 그는 결국 심해의 모래벌레에게 포위되었다.“에휴, 저럴 줄 알았어. 그동안 도와준 걸 봐서라도 우리도 도와줍시다.”염구준은 자신이 한 결정에 후회하지 않고 계속 검을 휘둘러 벌레를 살해했다.각 세력의 무술인들이 이미 멀리 떨어졌으니 지금은 이 무리를 뚫고 나가야 했다.촤아악!순식간에 수많은 검기가 주변에 발사하며 바다 밑을 들쑤시는 바람에 모래와 진흙이 시야를 가렸다.어렴풋이 보이는 것은 덩치가 큰 물체들이 하나둘씩 쓰러지는 것이었다.아무리 바다가 모래벌레의 구역이라 해도 염구준의 검을 막지 못했다.검망이 닿는 곳은 그들 시체로 널렸다.염구준이 뛰쳐나오려고 필사적으로 싸우고 있을 때 도망친 각 세력들은 균열 변두리에서 편하게 쉬고 있었다.“염 선생이 우리를 위해 혼자 희생하는데 우리도 소수 정예병을 조직해서 도와줍시다!”그레이가 통신기에 대호 한마디 제안했다.흔쾌히 나설 사람은 없겠지만 일단 말은 해봐야 알 수 있으니까.“하, 대단한 것처럼 건방지게 굴더니, 저런 놈은 죽어도 싸.”“그러게요. 저 악마의 생사는 우리랑 상관없어요.”베르와 세라가 시큰둥하게 자신들의 태도를 표명했다.“당신들…”그레이가 나서서 비판하려고 할 때 그들과 싸워도 소용없다는 것을 알고 더는 말을 잇지 않
염구준이 수압의 영향을 받지 않고 빠르게 움직이는 것을 보고 베르는 당황했다.이제 손에 무기도 없어서 어떻게 막아야 할지 막막했다.“멈춰!”“당장 공격을 멈춰!”“부성주님, 조심하세요!”그 장면을 보던 반보천인 세 명은 막을 겨를도 없이 소리를 질렀다.바로 그때, 이상한 기운을 감지한 염구준은 공격을 멈추고 지하를 내려다보았다.푸!두 사람 사이에 있는 두터운 진흙 속에서 갑자기 무엇인가 모래를 사방에 뿌리면서 올라오는 것이었다.염구준이 재빨리 진흙의 가운데를 잘라버리자 생물체가 죽었는지 바닥에 툭 하고 떨어졌다.마침 검기도 기운을 소진하여 공격을 멈추고 돌아서서 살펴보았다.“젠장, 그냥 지하에 처박혀 있을 것이지, 뭐 하러 죽으러 나왔어?”염구준이 불청객에게 짜증을 부렸다.만약 생물체가 나타나지 않았다면 이 검에 죽을 사람은 베르였다.진흙과 모래가 가라앉자 다들 생물의 정체를 주시했다.굵기가 2미터나 되고 꼭대기에 날카로운 이빨이 수두룩하게 생긴 심해의 모래벌레였다.이 벌레는 성체가 되면 길이가 30미터에 달하고 풍부한 광물을 함유한 화산암을 먹고 살기에 이 구역에서 텃세가 특히 강했다.그리고 공격성은 형태만 보아도 알 수 있었다.“방어해! 이것들이 떼로 공격할 거야!”염구준은 통신기에 주의를 주고 잠시 베르를 살해하는 것을 뒤로 미루기로 했다.위험한 상황에 닥쳤으니 자기들끼리 싸운다면 사기를 떨어트리기 때문이었다.푸푸!말이 채 끝나기 전에 수많은 모래벌레들이 땅속에서 나와 무차별한 공격을 퍼부었다.일반 무술인이 한 입에 먹힌다면 바로 두 동강이 났다.반보천인 무술인들은 잠수 장비가 망가지면 심해의 수압을 견뎌야 하기에 역시 방심할 수 없었다.그러니 아무도 죽음을 무릅쓰고 공격하지 않았다.심해 모래벌레들이 신출귀몰하며 공격하자, 다들 혼란에 빠져 허둥지둥했다.그들에 비해 염구준은 다가오는 놈들을 가볍게 잘라냈다.이 벌레들은 사납지 않은데 갑자기 땅속에서 튀어나올 때 당황하게 만드는 재주가 있었다.염구준은 감지
싸움은 잠시 한 단락 끝났다.베르가 씩씩거리며 통신기에 대고 고막이 터질 듯 소리를 질렀다. “염구준, 왜 우릴 도와주지 않아?!”“당신들도 날 도와주지 않았잖아요.”염구준은 어처구니없는 가스라이팅을 무시하고 반문했다.베르는 이런 말로서 염구준을 각 세력의 반대편에 세워 고립시키려는 수작이었다.이제 막 대군을 지휘할 수 있는 임시 사령관을 담당하게 되었으니 위세를 떨칠 기회를 놓칠 리가 없었다.“웃기지 마. 우리는 반보천인 무술인이라 다른 무술인들을 보호할 의무가 있어. 그런데 넌 한심하게 지켜만 보고 있었지.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않아?”베르는 정의로운 척 그의 영혼까지 고문하며 계속 나무랐다.눈치가 없는 무술인들은 정말 베르의 말이 일리가 있다고 생각했다.“하하하. 방금 수십 명이 넘게 살려달라고 비명을 질렀는데도 당신은 구하러 가지 않고 도망가느라 바쁘던데요? 그 말을 하고도 양심에 찔리지 않습니까?”염구준은 그만 웃음을 터트리고 말았다.이기적인 사람이 무슨 자격으로 이래라저래라 간섭하는지, 심지어 어떤 사람들은 또 염구준의 말이 일리가 있다고 생각했다.이렇게 분석 능력이 떨어지는 사람들은 다른 사람의 말에 휘둘리기 십상이었다.“흥, 따박따박 말대꾸는. 누가 너 같은 놈을 낳았는지 그 어미가 궁금하다.”베르는 솔선수범하지 않으면서 말로도 밀리게 되자 인신공격을 하기 시작했다.“죽고 싶어?”그러자 염구준이 버럭 화를 내며 베르에게 검을 겨주었다.상대방이 시비를 건다면 원하는 대로 한바탕 싸워줄 기세였다.“내가 무서워할 줄 알아?”베르는 조금도 두려워하지 않고 커다란 방패를 들고 맞섰다.이번 행차에 스텔라성에서 실력이 있는 반보천인 네 명을 파견했기에 어느 정도 자신감이 있었다.쿵!염구준의 검이 방패에 닿은 순간 둔탁한 소리가 나며 베르가 뒤로 몇 발치 물러갔다.“물에서 방패를 쓰다니, 죽으려고 작정했군.”물속에서 방패의 부력이 커서 오히려 싸움에 방해가 되었다.그는 계속 검으로 공격하며 가볍게 제압했고, 뒤로
그 생물의 정체는 대왕 오징어였다.이 생물은 빛을 두려워해서 항상 심연에 숨어 있기에 과학자들은 파도에 밀려온 시체들만 주워서 연구했었다.대왕 오징어는 가장 긴 것은 40미터 이상에 달했다.염구준은 지금 상황을 보고 속으로 탄성이 흘러나왔다.“젠장, 오징어 소굴을 건드렸나?”심지어 그중에서 덩치가 큰 오징어는 전신 경지에 도달했다.마침 수천 명이나 되는 사람들이 와서 다행이지, 염구준이 혼자 싸운다면 생각만 해도 아찔했다.“염 선생님, 이제 어떡해요?”통신기에서 초조한 노신기의 목소리가 들렸다.그 말 뜻은 그가 나서서 천기문의 부하들을 지켜달라는 의미였다.솔직히 그들 실력으로 이렇게 많은 대왕 오징어를 상대하기 버거웠다.“살아남아서 바다 밑 끝까지 오세요.”염구준은 한마디만 남기고 검을 휘두르며 계속 아래로 내려갔다.지금은 사방이 어두워서 대체 누가 누구인지 구분하는 것조차 어려웠고, 모두 자원해서 온 거라 그들을 책임질 의무가 없었다.“다들 최선을 다해 바다 밑으로 내려가자!”노신기는 목숨을 걸 각오로 모두에게 용기를 북돋아주었다.순식간에 각 세력은 대왕 오징어와 무차별적인 싸움을 벌였다.하지만 캄캄한 물속은 대왕 오징어들에게 유리한 곳이라 인간들은 1대1 싸움에서 얼마 버티지 못하고 참담한 희생을 치러야 했다.위기가 닥치자 베르가 긴급 공공 통신 채널을 열고 이런 제안을 했다.“이러다 다 죽습니다. 우리 모두 협력하여 살길을 열어야 합니다. 바다 밑에 도착하면 지금처럼 힘들지 않을 겁니다.”솔직히 베르도 염구준처럼 대놓고 아래로 내려가고 싶었지만 그런 실력이 되지 못했다.“찬성합니다.”“협공합시다!”각자 싸우다가 자칫하면 전멸할 수 있으니 다른 세력들도 이 제안에 동의했다.“반보천인이 앞장서고 전신 경지, 전신지상 무술인이 그 다음, 나머지는 뒤를 따라갑니다!”베르는 정예병을 살리고 나머지는 죽든 살든 상관하지 않을 생각으로 배치하기 시작했다.“공격합시다!”그의 명령이 떨어지자 다른 사람은 생각할 겨를도 없이
모두가 슬픔과 공포에 빠져 있을 때 염구준이 두터운 잠수복을 입고 바닷속으로 들어갔다.간밤에 가볍게 생물을 절단하면서 그의 단전은 이미 기운으로 꽉 찼다.“염 선생이 바다에 들어갔어요.”모든 사람이 그의 일거수일투족을 주시하고 있으니 작은 동작이라도 이내 알아챘다.그가 갑작스럽게 뛰어드는 바람에 노신기 일행은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대체 왜 저러는 거야?”“내가 앞장 설게요. 촉각이 있는 생물일 뿐, 두렵지 않습니다.”일부 반보천인은 더는 기다리지 못하고 서둘러 잠수복을 입고 바다에 뛰어들었다.염구준의 손에 완벽한 해도가 있으니 그가 정보를 어느 정도 장악하고 있는지 아무도 알지 못했다.그래서 먼저 보물을 찾아낼까 봐 조바심이 났던 것이다.어떤 사람들은 말로는 보물을 찾으러 왔다고 하지만 솔직히 고대 옥패를 노리고 왔다.일단 옥패에 있는 무공을 연마하면 자신의 실력을 제고할 수 있으니 나중에 재물을 손에 넣어도 늦지 않거니와 그때는 더 쉬울 거라 생각했다.염구준은 바다 밑에 있는 균열을 향해 가다가 가끔씩 방향을 조절했다.아직 사방에 위험이 도사리고 있으니 가장 힘이 덜 드는 방법을 사용했다.깊은 곳으로 들어갈수록 물고기는 한 마리도 보이지 않고 점점 어두워져 앞이 보이지 않았다.염구준은 길이가 석 자가 되는 청봉을 잡고는 언제든 적을 무찌를 준비를 했다.방금 잘린 촉각의 길이를 볼 때, 본체에 비해 너무 짧아서 치명상을 입히지 못했다.만약 덩치가 어마어마한 팔조괴물이라면 아직도 어두운 곳에 숨어 있는 게 틀림없다.촤아아! 촤아아!그때 물살이 바뀌는 소리를 듣고 고개를 들었더니 수백 개의 검은 그림자가 다가오고 있었다.각 세력의 정예병이 움직인 것이다.어떤 무술인은 일정한 거리에 도착한 후 빠르지도 늦지도 않는 속도로 염구준의 뒤를 따랐다.그가 앞장서서 길을 터달라는 뜻이었다.염구준은 그들을 신경 쓰지 않고 아래 균열이 빨아들이는 대로 끌려갔다.‘얼마든지 따라와 봐.’지금 상황으로 말하자면 누가 누구의 총받이가 될지
선박 위의 사람들이 절박하게 울부짖었지만 아무도 응답하지 않자 각 세력들이 주변을 경계하기 시작했다.분위기를 보아 곧 위험이 닥칠 것 같았다.촤아아악!“엄청난 것이 몰려오고 있어! 빨리 위로 올라가!”나중에 물에 들어간 무술인들이 제일 먼저 해수면으로 올라와 보고했다.이어서 대다수 무술인들은 통신기에 비명소리만 남기고 사라졌다.각 세력이 어쩔 바를 몰라 혼란에 빠졌을 때, 노신기는 염구준의 옆얼굴을 보며 속으로 감탄했다.그의 말이 옳았다.“다들 맞서서 싸웁시다!”염구준은 어마어마한 기운이 몰려오는 것을 감지하고 우렁차게 소리쳤다.그게 무엇이든 이미 상대방을 건드린 이상 맞서서 싸워야 했다.정신을 차린 각 세력들은 갑자기 조상들에게서 들은 이야기가 떠올라, 부들부들 떨리는 손으로 무기를 집어 들었다.촤아아!다시 몇몇 사람이 수면위로 올라오더니 놀라운 속도로 선박을 행해 헤엄쳤다.“저게 다 뭐야?”누군가 겁에 질려 비명소리를 질렀다.“나도 몰… 악!”같이 헤엄치던 일행이 말하다 바다 밑에 있는 물건에 잡혀 끌려가고 말았다.그리고 밧줄처럼 생긴 것들이 수면 위로 올라와 선박에 있는 사람들을 공격하기 시작했다.“악!”“살려줘!”순식간에 비명소리와 경악 소리가 섞여서 현장이 아수라장이 되었다.정체를 알 수 없는 생물체에 다들 지레 겁을 먹었다.윙!그때 누군가 열 줄기 검기를 발사해 밧줄처럼 생긴 생물을 잘라버렸다.“저건 또 뭐야? 엄청 단단하네.”제일 처음으로 공격한 사람은 역시 염구준이었다.“끼익!”바다 밑에서 공격을 당한 생물은 날카로운 이명소리를 내며 위로 올라왔다.생각보다 쉽게 잘리자 각 세력들은 용기를 내서 공격을 퍼부었다.“별거 아니네. 단번에 잘려지잖아.”자신감이 생긴 그들은 필사적으로 대응하기 시작했다.본래 각 세력의 실력으로 쉽게 생물을 잘라낼 수 있는데, 이 생물이 모두가 혼란에 빠진 틈을 이용해 습격할까 봐 진짜 실력을 발휘하지 못했다.물론 염구준도 모든 사람을 책임질 의무가 없으니 주변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