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남극 빙원의 일이 이미 관건적인 시기에 들어섰고 청목 존주도 아직 제거되지 않았기에 지금 당장 떠날 수가 없었다.염구준은 한참을 생각한 후 일단 실행 가능한 대책을 생각해냈다."일단 용필 형님을 불러와. 장모님이 나가시면 둘이 같이 뒤를 따르고. 나중에 가서 얼굴을 가리고 행사장을 부숴버려."‘행사장을 파괴하면 삼선 클럽도 더 이상 사람을 속이지 못하겠지.'"응, 용필 대장은 이미 돌아왔어. 지금 내 옆에 있는데, 몇 마디 나누지 그래?"초상비가 질문식으로 입을 열었다.그는 사실 용필을 대하는 게 너무 머리 아팠다.전투력은 그보다 위에 있고 반보 천인에 비견될 정도지만 손가을과 염구준의 말만 들으니 전혀 지휘할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여보세요? 남극 빙원으로 여행 갔다면서?"용필은 전화를 받자마자 안부를 물었는데 만리가 떨어져 있어도 여전히 그의 멍청함을 느낄 수 있었다."형님, 제가 없는 동안에는 초상비의 말을 들으세요."염구준은 긴말 하지 말고 바로 본론을 말했다"응, 알겠어." 이에 용필은 시원스럽게 대답했다.이렇게 되면 머리를 쓰는 초상비가 있고, 몸을 쓰는 용필이 있으니 진숙영의 안전을 걱정하지 않아도 되었다.통화가 끝나자마자 주작이 황급히 들어와 보고했다."방금 수색하러 나갔을 때, 대량의 개조 로봇들이 이쪽으로 걸어오고 있는 걸 발견했습니다."이 소식을 들은 염구준은 자리에서 일어나 웃음을 지었다."좋은 소식이네. 오지 않을까 봐 걱정했었는데."그리고 나서 그는 정예 부대의 통신기에 대고 명령을 내렸다."백호, 너는 적들의 발자취를 따라 기지를 찾아."설씨 가문의 주둔지에서는 동맹군들이 현재 청목 조직의 대군을 막기 위해 둥근 참호를 파고 있는 중이었다. 전투 경험이 풍부한 염구준에게 있어서 수만 명의 전투를 지휘하는 건 식은 죽 먹기였지만 다른 사람들은 모두 이번 전투에 자신감이 없었다."분부하신대로 했습니다. 한 시간만 더 있으면 완성할 수 있을 겁니다."이때, 설구가 와서 염구준에게 진도를
"김주야, 우선 삽을 내려놓고 얘기할래?" 설웅이 앞으로 다가가 설득했다.어렸을 때 항상 함께 논 사이이기 때문에 따지고 보면 둘은 소꿉친구였다."저리 가. 네가 외부인을 데려온 것 때문에 청목 조직에서 화가 나 전쟁이 일어난 거잖아.""그냥 얌전히 광산을 캐면 안 됐었어?"지금 김주는 말이 통하지 않는 상태였다. 그는 크게 소리치며 물었다.노예 근성이 마음속에 깊이 뿌리가 박힌 거다."소가주님, 이거 관여하셔야 되지 않으십니까?" 이에 다른 파의 족장이 설웅에게 압력을 가했다.최근 설씨 가문이 주작 등의 예쁨을 받아 적지 않은 사람들이 속으로 원망하던 참이었는데, 이런 좋은 기회가 있으니 다들 불만이 폭발할 수밖에 없었다. "당연하죠."설웅은 이렇게 대답했지만 속으로는 여전히 어떻게 해야 할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안녕하십니까!"이때, 적지 않은 사람들이 공손하게 인사를 하며 양측에 서서 길을 내주었는데, 바로 염구준이 나타나서 그런 거였다.김주는 상대방을 보고 더욱 불안정해져서 큰소리로 떠들었다."그래, 바로 너 같은 악마놈이 청목 조직을 건드려서 전쟁을 일으킨 거야."그러나 염구준은 따지지 않고 담담하게 물었다."다 말했어?"그러면서 기운을 내보내 그를 고정시켜 놓았고, 이에 김주는 겁에 질려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슉.이어서 염구준은 빠르게 김주의 뒤로 이동해 손으로 뒷목을 때려 기절시켰다. 상대방의 모습을 보아서는 그가 무슨 말을 해도 듣지 않을 게 뻔했기 때문이었다. 그럴 거면 차라리 폭력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게 나았다."들고가. 싸움이 시작되기 전에 이 녀석을 또 보고 싶지 않으니까."만약 그의 부하가 감히 전쟁 전에 사람들의 마음을 흔들어 놓았다면, 이미 처형했을 것이다.염구준은 사람들을 둘러보면서 그들의 눈빛에서 끝까지 싸울 의지가 없다는 걸 보아냈다.‘온김에 겸사겸사 사기 좀 살려볼까?'"다들 무서워요?""아닙니다!""솔직히 말하세요. 저는 거짓말을 듣는 걸 좋아하지 않거든요.""무섭습니다.
청목 조직의 부대가 온 것이다. "적들이 왔으니 모두 정신 차려! 저 놈들 다 고철상에 팔아넘겨야지!""이따가 싸울 때 창피하게 굴지 마."설씨 가문의 주둔지에서는 여기저기서 사람들에게 주의를 주는 목소리가 울렸다.이에 적지 않은 사람들이 참호 안에서 머리를 내밀어 바깥의 상황을 살폈고, 곧바로 쳐들어온 개조 로봇들이 매우 많다는 걸 발견했다.슉.이때, 검은 그림자가 뛰쳐나갔는데, 바로 염구준이 적들과 대치하기 위해 정예 부대를 데리고 참호에서 뛰쳐나온 거였다.염구준이 한바퀴를 둘러보았지만 그곳에는 청목 존주도, 흑풍 존주도 없었고 우두머리는 여전히 개조 로봇이었다.한편, 10킬로미터 떨어진 산봉우리에서 한 사람이 고배율 망원경으로 설씨 가문 주둔지의 모든 것을 지켜보고 있었다.바로 흑풍 존주였다.염구준이 설씨 가문의 주둔지에 있을 수도 있다는 걸 알았기 때문에 그는 차마 나서지 못하고 그저 구석에 숨어있었다.흑풍 존주는 자신의 기계팔을 보며 조금 슬퍼했다."염구준, 너는 지옥에 가야 해!"독설을 내뱉은 뒤 그는 계속 상황을 지켜보다.같은 시각에 설씨 가문의 주둔지에서는 이미 대치가 시작되었다. 0번이 한 걸음 앞으로 걸어가 물었다."왜 청목 조직을 공격한 거지?""눈에 거슬려서!"염구준은 시원시원하게 대답했지만 이건 정말 사실이었다.청목 조직이 용하국에서 일을 벌인 건 일단 뒤로 하고, 대놓고 시비를 거는데 용하국의 수호신인 그가 어떻게 참을 수 있겠나?"공격해라!"0번은 염구준의 태도를 보고 더 이상 이야기하고 싶지 않아 바로 명령을 내렸다.쿵쿵.대량의 개조 로봇들이 무거운 발걸음을 내디디며 설씨 가문의 주둔지를 향해 돌진했는데, 도대체 얼마나 있는 건지 수를 셀 수가 없었다. 그저 수없이 많아서 새까맣게 보인다는 것만 알 수 있었다."현무, 앞으로의 일은 너희들에게 맡긴다."염구준은 한 마디를 남기고는 바로 앞으로 돌진했다. 백호는 이 개조 로봇들의 발자취를 따라 청목 조직의 기지를 찾으러 가서 아직 돌아오지
참호 안의 사람들은 이 공격에도 별로 큰 반응이 없었고, 대부분이 무사했다.이에 대처하기 위해 이미 전부터 절연된 비닐옷을 준비하여 밖에 입고 있었기 때문이었다.전자 작살을 전부 투척한 후 개조 로봇들은 상대방과의 거리가 30미터도 안 될 정도로 가까이 다가갔다."일으켜라!"현무가 또 고함을 지르자 뒤에 있던 사람들은 쇠사슬을 당겼고, 이와 동시에 두터운 눈밭에 뾰족한 철근이 갑자기 튀어나왔다.철근은 5~6미터 길이로 지면과 30도를 이루었으며 날카로운 한쪽 끝이 개조 로봇들을 향해 있었다. 뚜둑.개조 로봇들은 여전히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고 줄곧 앞으로 돌진했는데 앞줄에서 오던 실력이 약한 것들은 완전히 몸이 뚫려버렸지만 그와 반면에 실력이 강한 것들은 직접 일부 방어를 뚫고 참호를 향해 돌진했다.철근에는 곧 개조 로봇들이 꼬치처럼 가득 꽂혔고, 뒤쪽에 있던 개조 로봇들은 그들의 몸을 밟고 계속 앞으로 나아갔다.쿵.그들이 계속 돌격하는 와중에 평평한 지면이 갑자기 쑥 꺼지며 적지 않은 개조 로봇들이 20여 미터 깊이의 구덩이에 빠져버렸다.뒤쪽에서 계속 비집고 오는 터라 앞에서 이동하던 것들은 멈추지 못하고 계속 구덩이 안으로 떨어졌고, 그 뒤에는 올라오지 못했다.그렇게 얼마 지나지 않아 구덩이는 금세 꽉 차버렸다.두 차례의 함정 덕분에 개조 로봇들의 수량은 3분의 1이 줄어들 정도로 사상자가 많았다.이렇게 되면 수량만 놓고 보면 쌍방의 인원수는 이제 차이가 크지 않았다.이래서 사람은 머리를 써야 한다는 말이 있는 거다."죽여라!"현무는 크게 소리를 지르며 싸우려고 칼날을 겨누었다.만들어둔 함정을 다 썼으니 이젠 육박전을 할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었다.챙챙!얼마 지나지 않아 쌍방은 제대로 맞붙었고, 금속이 충돌하는 소리가 여기저기에서 나며 불꽃이 사방으로 튀었다.한편, 정예 부대의 사람들은 실력이 너무 눈에 띄어 전부 포위를 당한 상태라 상황이 좋지 않았다.청목 조직의 부대가 손실이 적지 않긴 하지만 정예들이 남아 있기 때문
"아, 청목 존주가 확실히 기계 천재이긴 한데, 길을 잘못 들어선 게 아쉽네." 염구준은 안타까움을 금치 못했다.쿵!합체가 끝나자 0번은 갑자기 두 발을 구르며 왼손에 방패, 오른손에는 칼을 든 채로 염구준을 향해 돌진했다.합체 후의 속도는 전보다 많이 빨랐다.세 반보천인이 합체하자 염구준도 더 이상 여유를 부리지 않고 진지하게 싸움에 임했다. 그가 주먹을 쥐자 팔에서 진기가 끓어오르더니 곧 불꽃이 타올랐다.원소의 능력을 쓴 거였다.쾅쾅!그들은 서로를 향해 돌진한 뒤 모두 정확하게 주먹을 상대방에게 꽂았고, 이로 인해 큰 소리가 부단히 울렸다.그들이 매번 주먹을 휘두를 때마다 주위에는 적지 않은 기류들이 생겼다.근접 육박전은 기술이 많지 않지만 승부를 가르는 가장 빠른 방법이기도 했다. 누가 먼저 견딜 수 없느냐에 달려 있으니까 말이다.0번의 몸을 이룬 금속은 매우 단단했지만, 염구준이 전력을 다한 주먹이 더욱 단단했는데, 그가 주먹을 꽂을 때마다 상대방의 몸은 움푹 들어가 버렸다.반면에 염구준도 주먹을 몇 번 먹었긴 했지만 대부분 외상으로, 내장을 다치지 않아 문제가 크지 않았다.이 공격 리듬만 유지한다면 가장 먼저 쓰러지는 것은 0번일 수밖에 없었다.쾅!염구준의 주먹이 상대방의 가슴에 꽂혔고 0번은 이 기세를 따라 후퇴하며 거리를 벌렸다.갑자기 이런 행동을 하는 상대방에 염구준은 무언가 이상함을 감지하고는 공격 방식을 바꾸려고 했다."자폭 모드를 시작한다!"0번이 말을 마치자마자 그의 몸에는 스파크가 막 튀었다.‘누전이라도 됐나?’비록 상대방이 뭘 하려는 건지는 알 수 없어도 모양을 보아 큰 걸 참고 있는 게 확실했다.‘오래 싸웠으니 이제 끝내야지.’"칠상권의 궁극의 오의, 칠권합일."염구준의 온몸의 기운은 그의 말과 함께 모두 오른팔에 주입되었고 곧 팔 전체가 화염에 싸였다.승부는 이 한방에 달린 셈이었다.슉.쌍방은 거의 같은 시간에 공포스러울 정도의 기운을 내뿜으며 서로를 향해 돌진했다.0번은 세 사람의
지금은 0번이 언제라도 폭발할 수 있는 위급한 상황이라 그는 냉정하게 행동할 수밖에 없었다. 팍.상대방의 팔을 잘라내고 속박이 없어진 염구준은 고삐 풀린 말처럼 미친듯이 달렸다.‘빨리, 더 빨리!’발걸음이 바뀌면서 그의 속도 또한 극에 달했다.쿠쿠쿵.염구준이 얼마 달리지 못했을 때, 뒤에서 폭발소리가 들리더니 지진이라도 난 것처럼 땅이 흔들렸다.폭발로 인한 에너지는 매우 컸는데, 폭발 중심부의 불빛이 하늘을 찔렀고, 폭발이 일어난 자리에는 큰 구덩이가 생겼으며 주변의 먼지도 폭발해서 온통 뿌옇게 되었다.설씨 가문의 주둔지에서 한참 교전하던 중 실력이 비교적 약한 사람들은 이 폭발로 인해 똑바로 서있지도 못하고 바닥에 넘어졌다.다행히 멀리 떨어져 있으니 망정이지, 그렇지 않았다면 목숨을 잃을 게 뻔했다."주상!"이를 본 정예 부대의 사람들은 고함을 지르며 눈이 붉어진 채로 밖으로 돌진했다.그러나 모두가 여럿에게 둘러싸여있는 터라 짧은 시간 내에 전혀 벗어날 수가 없었다.가능한 한 빨리 가서 염구준의 상황을 확인하고 싶었기 때문에 정예 부대의 사람들은 부상을 입고서라도 죽이겠다는 의지로 목숨을 걸고 싸웠다.전투의 리듬은 끊임없이 빨라졌고, 이상할 정도로 참혹했다."흥, 이기지 못하겠으니까 이렇게 비겁한 수나 쓰고. 짜증나!"이때, 안개 속에서 점차 검은 그림자가 걸어나오는 모습이 보였는데, 바로 염구준이었다.지금의 그는 얼굴이 까매서 약간 낭패한 모습이었지만 중상을 입지는 않았다.다행히 폭발할 때 이미 10여 미터를 뛰쳐나갔고, 뿐만 아니라 호체강기를 전력을 다해 만든 덕분에 아주 좋게 폭발의 위력을 막을 수가 있었다. "살아계셨군요!" 이에 주작이 무의식중에 놀라워하며 소리 질렀다."아주 순조롭게 잘 살아있으니 걱정마!"염구준은 미소를 지으며 상대방의 불길한 말을 개의치 않았다.한 바퀴 둘러본 뒤 정예 부대의 사람들 중 누구도 전사하지 않은 것을 보고 그는 속으로 매우 기뻐했다.슉.염구준은 곧바로 잔영을 남기며 전장에
다행히 누구도 이 일을 알지 못했다.“선생님, 싸움이 끝났습니다. 저희가 지금 현자을 정리하고 있어요.”설구가 싱글벙글 웃으면서 상황을 보고하러 왔다.이번 싸움에서 청목을 죽이지 못했지만 그의 부하들을 전부 멸망시켰으니 졸지에 조력자를 잃은 사령관 신세가 되었다.남극 빙원의 형세는 완전히 뒤바뀌었다.“잘하셨어요. 고철들은 다 가져가세요.”염구준은 확실하게 입장을 밝혔다.비록 값나가는 물건이지만 용하까지 옮기는 것은 물론 비용이 만만치 않게 들었다.“감사합니다.”활짝 핀 설구의 얼굴에 주름들이 자글자글 일렀다.염구준이 다 가져가겠다고 해도 동맹 사람들은 찍소리도 하지 못할 것이다.그가 없었다면 이번 싸움에서 이길 수 없었다.이로서 염구준의 임무도 절반은 완성한 셈이다.이제 청목의 목을 따는 일만 남았다.청목 조직에 막대한 손실을 초래하여 재건해도 10년, 20년이 지나도 완성할 수 없다.하지만 살려 둔다면 언제든 용하에 위협이 될 것이다.따르릉!그때 염구준의 이어폰에서 소리가 났다.“주… 주상님, 절대 오지 마세요. 청목 영감탱이 엄청 강해요.”백호의 약한 말소리를 들으니 왠지 중상을 입은 것 같았다.“백호, 끝까지 버텨. 지금 바로 찾아갈게.”염구준이 다급하게 말했다.정영팀 모든 사람에게 위치 추적기가 있어 남극이 아무리 커도 사람을 찾는 건 어렵지 않았다.이번 임무에 그가 부하들을 이끌고 왔으니 전부 무사하게 데리고 가야 했다.그때 이어폰에서 기괴한 웃음소리가 들렸다.바로 흑풍이었다.“제법인데. 혼자서 내 기지를 망치다니 위세가 대단하다. 30분 줄게. 도망치면 네 부하들 죽이고 개 같은 동맹도 전부 죽여버릴 줄 알아.”그 말은 도전장과 같았다.염구준의 안색이 어두워지며 나지막하게 말했다.“네 목을 깨끗이 닦고 기다려.”그는 거처에 돌아가 검을 들고 스노우모빌을 타고 떠났다.정영팀도 뒤를 따랐다.그 외에 동맹에서 떠들썩한 것을 좋아하는 사람들도 따라 나섰다.한편, 본거지 밖에서 청목은 왕좌에 앉아 모
“용하와 주상님을 지켜주세요!”백호는 치명적인 공격 앞에서 활짝 웃으며 기도했다.염구준이 어떤 결정을 하든 원망하지 않을 것이고, 끝까지 의심하지 않을 것이다.쿵!공격이 다가오자 백호는 눈을 찔끔 감았다.그런데 한참이 지나도 통증이 느껴지지 않았다.“밤도 아닌데 눈을 감고 뭐 하냐?”귓가에 염구준의 목소리가 들렸다.“주상님!”백호는 익숙한 목소리에 눈을 번쩍 떴다.염구준이 대신 공격을 막은 모습을 보고 감격했다.“주상님, 제가 무능해서 주상님을 다치게 했습니다.”염구준은 그를 구하면서 피식 웃었다.“임무를 잘 완성했어. 다 큰 사내가 왜 울고 난리야?”그는 백호의 상세를 확인했다.심각한 부상을 입어 지체하면 안 되었다.값비싼 특수 약제가 백호의 체내로 들어가 겨우 상세를 안정시켰다.“이거 이제마 선생님이 주상님께 주신 유일한 약이잖아요.”백호는 감격에 목이 메어 통곡할 뻔했다.“약일 뿐이야. 형제 목숨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지.”염구준은 백호를 부축해 주작에게 맡겼다.아직 그가 할 일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당신이 청목이야?”염구준은 이미 구자검을 잡고 싸울 준비를 했다.두 사람이 만난 이상, 전쟁을 피할 수 없게 되었다.“그래 내가 청목이다. 너는 누구냐?”청목이 오만한 말투로 물었다.가까운 거리에서 상대방을 본 순간 변장했다는 것을 알아챘다.촤아악!염구준은 대답하는 대신 가짜 얼굴을 벗기고 진짜 얼굴을 드러냈다.‘염구준!’청목이 벽에 붙인 사진을 수없이도 봤으니 그를 알아보지 못할 리가 없었다.진짜 본인일 줄은 예상하지 못했던 것이다.“하하하. 잘 됐구나. 굳이 널 찾아가지 않아도 되겠어. 너만 죽이면 용하는 지키는 개가 없으니 걸림돌이 사라지게 되겠구나.”청목은 미친듯이 웃었다.흑풍은 염구준을 무서워하지만 그는 아니었다.심지어 자신만만했다.살수를 가동하기만 기다리면 염구준을 바로 죽일 수 있다고 생각했다.“쓸데없는 말이 많네. 빨리 싸우자고.”염구준은 구자검을 들고 바로 돌진했다.펑!
염구준은 오랫동안 전쟁터를 누벼서 특히 살기에 제일 민감했다.촤아악!정체가 드러난 승무원은 더는 연기하지 않고 빠른 속도로 비수를 그의 목에 찌르려고 했다.그 동작은 너무 깔끔해서 감탄이 나올 지경이었다.이토록 매섭게 공격하는 수법은 연습이 아니라 실전에서 단련한 것이었다.그러나 염구준는 진작에 눈치채고 두 손가락으로 가볍게 비수를 잡았다.“고작 전신경 실력으로 내 목숨을 노리다니 자신감이 넘치네.”승무원은 대꾸하지 않고 다른 손을 등 뒤로 가져가더니 다른 무기를 꺼내려 했다.하지만 그 전에 염구준이 기운을 뿜어 상대방을 압박했다.승무원은 꼼작도 못하게 되자 손 동작이 느려졌다.펑!이어서 염구준이 한 줄기 기운을 발사했다.강력한 기운을 감당하지 못한 승무원은 혈기가 솟구쳐 입에서 피를 토하고 말았다.그녀의 두 손은 무력하게 양쪽으로 축 처졌다.“누가 너를 보냈는지 말해.”“하하하, 네 몸값이 40억인데 누구 지시가 필요할까?”승무원은 죽음 앞에서도 당황하지 않았다.왜냐면 킬러가 되려고 마음을 먹을 때 언제든지 죽을 각오가 되어 있었다.“돈을 위해서 목숨도 아깝지 않나 봐.”“푸합!”염구준은 말하는 동시에 검끝을 그녀의 이마를 향해 찔러버렸다.거액의 현상금이 걸린 이후로 적지 않은 사람들이 그를 주목했다.40억을 손에 넣으면 죽을 때까지 먹고 살 수 있으니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나가서 보자. 나를 노린다면 여자 혼자서 움직일 리가 없어.”염구준은 일어서서 검갑을 메고는 일반석으로 향했다.잡것들이 그를 노리고 있으니 여기서 깨끗하게 제거하지 않으면 나중에 귀찮질 것이다.일반석에 들어서자 승객들은 벌써 제압되었고 킬러 네 명이 복도에 서 있었다.“염구준이야. 핑크 스컬이 실패했어!”“인질을 잡아!”당황한 네 사람은 염구준의 실력을 알고 함부로 덤비지 못했다.윙!그 사이 염구준은 빠르게 검을 앞으로 던지면서 킬러 한 명을 죽였다.그리고 오른손에 검을 잡고는 다시 나머지 세 명에게 돌진했다.킬러들은 인질을 잡
그 뒤로 며칠 동안, 염구준은 아내를 도와 신에너지 프로젝트 계약을 처리하고 여유 시간에 부상을 회복하는 데 집중했다.귀찮은 일들이 발생하지 않아서 꽤 평온한 나날을 보냈다.그런데 오늘 수상한 메시지를 받으면서 또다시 변고가 생겼다.[넌 누구야?]초상비의 휴대폰으로 온 메시지는 이게 전부였다.마침 아내를 도와 업무를 보고 있던 그는 바로 답장을 했는데도 상대방이 휴대폰을 꺼놓았는지 답장이 없었다.수상함을 느낀 염구준은 아내에게 말했다.“가을, 여기 계약서는 거의 끝나가고 있어. 나 지금 오스크국에 가서 제이든 부모를 찾아야겠어.”원래 계획대로라면 한동안 휴식을 취한 다음 가려고 했다.그런데 지금 초상비의 생사를 알 수 없으니 더는 지체할 수 없었다.비록 초상비는 부하라고 말할 수 없지만 그를 위해 임무를 수행하러 갔으니 당연히 책임져야 했다.“알았어. 걱정하지 말고 가. 이틀 뒤면 나도 따라갈게. 신에너지 프로젝트 때문에 내일 제경에서 미팅하고 팀을 조직해서 그쪽으로 갈 거야.”손가을은 하던 일을 멈추고 염구준에게 말했다.남편의 일에 도움이 되지 못하니 반대하지 않고 묵묵히 마음속으로 지지했다.“먼저 갈게. 오스크국에서 보자.”제이든 부모의 일은 단시간에 처리할 수 없을 것 같아 먼저 가려는 것이었다.가기 전에 염구준은 아내에게 다가가 따뜻하게 포옹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집에 도착한 그는 검갑을 메고 제이든과 함께 청해 공항으로 향했다.오스크국은 유럽에 위치했지만 비행기로 이동한다면 몇 시간이면 도착했다.비행기 안에서 제이든은 걱정되는지 손가락을 후벼서 껍질이 일어났다.만약 돌아가서 나쁜 소식을 듣는다면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했다.염구준이 녀석의 속내를 알아차리고 위로했다.“생각해도 소용없어. 기운을 차려야 뭐든 대응할 수 있어.”이미 발생한 일인만큼 걱정해도 소용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알고 있어요. 그래도 걱정돼요.”제이든이 고개를 숙이고 대답했다.꿈에서도 집에 돌아가고 싶었는데 정작 비행기에 올라
“염 선생님 말씀 못 들었어? 당장 꺼져!”강준휘가 앞장서서 나가자 일행도 뒤를 따라서 나갔다.강씨 가주가 노발대발하는 상황에서 체면을 잃어도 괜찮으니 더는 염구준에게 밉보이고 싶지 않았다.“다들 고생하셨습니다. 퇴근하고 집으로 돌아가세요.”염구준은 고위 간부들에게 말했다.그제야 정신을 차린 간부들은 테이블 위에 놓인 서류를 정리하면서 활짝 웃었다.“손 대표님, 염 선생님, 그럼 먼저 가 보겠습니다.”급한 일이 아닌 이상 누구도 야근을 하고 싶지 않았다.모두가 회의실 밖으로 나갈 때, 염구준은 아내를 다정한 눈빛으로 보았다.“가을, 우리도 가자. 부모님들이 같이 밥 먹길 기다리고 있어.”“알았어. 방금 진짜 속이 다 후련했어.”손가을은 남편의 손을 잡았다.기분이 좋으니 속상했던 일들은 모두 잊기로 했다.든든한 지원군이 곁에 있는 느낌이 정말 좋았다.그렇게 세 식구는 회사를 나와 집으로 향했다.제이든은 염구준의 말을 명심하고 식구들에게 양마을에 관한 일은 입 밖에 내지 않았다.이튿날 아침, 염구준과 손가을은 함께 회사로 향했다.손씨 그룹에서 신에너지 프로젝트를 맡았으니 할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일단 계약서부터 다시 작성해야 하고 인수인계 절차도 밟아야 했다.염구준은 의도치 않게 아내에게 큰일을 맡기게 되어서 이것이 좋은 일인지 알 수 없었다.부부가 로비에 들어서자 한 노인이 소파에서 일어서더니 이쪽으로 다가왔다.“염 선생님, 어제 저희 집 녀석이 무식하게 굴었습니다. 제발 용서해 주세요.”이 노인은 염구준에게 사과하려고 밤새 달려온 강천길이었다.염구준은 아내의 등을 토닥이며 말했다.“여보, 먼저 올라가 있어. 금방 따라갈게.”이런 일에 관해서 강천길과 사석에서 얘기하고 싶었다.같은 반보천인끼리 혹시나 싸우게 된다면 옆사람이 다치게 될 것이다.“그래. 사무실에서 기다릴게.”손가을은 부드럽게 웃으면서 엘리베이터로 향했다.염구준은 아내에게서 시선을 떼고 거리낌 없이 소파를 가리켰다.“앉아서 얘기하죠. 큰일도
시간은 일분일초 흘렀다.강준휘는 마치 처형을 기다리는 것과 같았다.끼익!얼마나 지났을까, 회의실 문이 다시 열리며 염구준이 들어왔다.“지금부터 신에너지 프로젝트는 손씨 그룹에서 진행합니다. 너희들은 꺼져도 돼!”방금 나가서 국주와 얘기를 나누었는데 구체적인 상황은 이랬다.신에너지 프로젝트는 본래 국주가 강씨 가문의 기술 실력을 믿고 맡긴 것이었다.그런데 이놈들이 돌아서자마자 팔아 넘길 줄은 생각도 못했다.모종의 의미에서 말하자면 강씨 가문의 행위는 규정을 위반한 것이었다.그 외에 프로젝트 계약금에 대해 알아보았더니 강씨 가문에서 손씨 그룹에 100조나 덧붙여 제시한 게 아닌가.그들은 앉아서 돈 벌려는 것도 모자라 파렴치하게 용하의 발전까지 들먹이며 협박한 것이었다.“그럴 리가 없어요. 거짓말하지 마세요!”강준휘는 거짓말이라 우기면서 현실을 부정했다.그때 그의 휴대폰이 울렸다.강씨 가주 강천길에게서 걸려온 전화였다.“준휘야, 너 대체 무슨 짓을 하고 다니는 거야? 우리 가문이 법을 어겼다면서 국주님이 갑자기 프로젝트를 회수하셨어.”염구준의 말이 진짜라니 강준휘는 머리가 터질 것만 같았다.“가… 가주님, 방금 사소한 일이 있었습니다. 저…”그는 버벅거리며 방금 발생한 일들을 숨기지 않고 전부 보고했다.강씨 가문은 용하 제경에 있는 세력가지만 이렇게 큰 프로젝트를 소홀히 대하지 못했다.“썩을 놈, 돌아오면 책임을 물을 줄 알아. 지금 당장 휴대폰을 염 선생에게 넘겨!”휴대폰 너머로 욕설이 들리는 것을 보아 얼마나 분노하는지 알 수 있었다.‘염 선생?’강준휘는 어리둥절했다.제경의 세력가들을 통틀어 가주가 공손하게 대하는 사람은 손에 꼽을 정도로 적었다.그런데 가주가 염 선생님이라 부르면서 전화를 바꿔달라고 했다.지금 강준휘는 본인의 신분으로 염구준이 얼마나 대단한지 무엇을 대표하는지 알 수 없었다.“염 선생님, 가주님이 하실 말씀이 있답니다.”그는 손을 벌벌 떨며 휴대폰을 건넸다.“기분이 잡쳐서 말하고 싶지 않아.
“알았어. 내가 처리할게.”염구준은 아내의 속내를 꿰뚫고 있으니 두말없이 뒷일을 맡았다.그가 곁에 있는 한, 아내가 평생 아무런 걱정없이 살길 바랐다.하지만 눈치 없는 사람들은 그 평화를 깨고 말았다.“둘이 시시덕덕거리지 말고 빨리 사인하세요!”불청객의 말에 염구준은 고개를 홱 돌려 매섭게 노려보았다.“내가 화내기 전에 당장 나가.”그도 상대방처럼 직설적으로 반격했다.방금 여비서가 기세로 손가을을 제압하려고 할 때 몹시 눈에 거슬렸었다.마음 같으면 참교육을 시키고 싶었지만 여기는 손씨 그룹이니 본인 회사에서 싸우는 것은 보기 좋지 않아서 나서지 않았다.그런데 상대방은 자기가 더 센 줄 알고 오히려 기세등등하게 나왔다.솔직히 여비서는 염구준과 호찬이 말로만 겁주고 실제로 싸울 실력이 없다고 생각했다.“오늘 누가 나가는지 두고 봅시다!”여비서는 말하면서 앞으로 나서더니 손가락을 매의 발톱처럼 날카롭게 세우고 염구준의 목을 향해 공격했다.단번에 급소를 치려는 수작이었다.스스슥!그런데 검은 그림자가 빠르게 스치더니 여비서의 목을 졸랐다.갑작스러운 공격에 여비서의 기운은 막강한 기운에 밀려 흩어지고 말았다.염구준은 부상을 입었지만 전신지상을 상대하기에 여유가 넘쳤다.“구준 씨, 싸우지 마!”손가을은 남편이 상대방을 죽일까 봐 재빨리 나서서 제지했다.“걱정 마. 나도 선은 지켜.”염구준이 고개를 돌려 미소를 지었다.그때 본인의 여비서가 단번에 제압당하자 강준휘가 가만히 앉아 있지 못하고 일어섰다.기운을 끌어올리는 것을 보니 그도 전신지상에 도달한 무술인이었다.“내 비서를 풀어주고 말로 해결합시다.”“왜, 너도 무력을 쓸 거야?”염구준이 말하기 전에 호찬이 기운을 펼치면서 강준휘에게 달려들었다.‘반보천인 두 명이야!’그제야 강준휘는 큰 사고를 쳤다는 것을 알아챘다.“손 대표님, 신에너지 프로젝트는 용하의 발전에 없어서는 안 되는 중요한 사항입니다. 게다가 국주님께서 특별히 승인하신 프로젝트인데 당신들은 용하를 적으로 삼
탁!갑자기 강준휘의 여비서가 테이블을 탁 치며 벌떡 일어섰다.“손가을 씨, 주제를 파악하세요. 강씨 가문에서 손씨 그룹을 좋게 봐서 사업을 제안하는 겁니다. 당장 계약서에 사인하세요.”상대 측에서 드디어 노골적으로 협박하기 시작했다.강준휘가 비서를 제지하지 않는 것으로 보아 그도 이런 행동을 묵인한 셈이다.“사인하지 않으면 어쩌시려고요?”손가을은 정색하며 여비서를 노려보았다.“핍박하지 마세요!”여비서는 싸늘하게 말하면서 기운을 끌어올렸다.전신지상의 실력을 갖춘 무술인이었다.입구를 지키던 호찬은 회의 분위기가 심각해지자 나서서 말렸다.“이봐요, 지금 뭐 하는 겁니까?”“싸우자는 거야? 어떤 놈을 때리면 되냐?”방금까지도 졸던 용필은 갑자기 정신이 번쩍 들었다.그는 근육을 팽팽하게 부풀리며 주변을 둘러보았다.무술인들은 싸움으로 끝낼 일에 대해 절대 쓸데없이 말을 늘어놓지 않았다.그것은 시간을 낭비하는 것과 다름없으니까.회의실 분위기가 점점 미묘하게 변하더니 공기에 긴장감이 감돌았다.그때 회사 로비에 들어선 염구준은 프런트에서 숙제를 하고 있는 염희주를 발견했다.지금 프런트 직원들이 모여서 그녀의 숙제를 도와주고 있었다.“염 선생님, 오셨어요?”한 직원이 염구준을 보고 공손하게 인사를 건넸다.그가 미소를 지으며 손을 휘저었다.“우리 딸을 가르쳐줘서 고마워요. 인사는 됐고 편하게 말하세요.”“아빠, 이 수학 문제 어떻게 풀어요? 여기 언니들이 설명한 게 다 달라요.”염희주가 도움을 청했다.그 말에 직원들 안색이 살짝 굳어졌다.그녀들도 대학교 출신이지만 오랫동안 수학을 손에 놓아서 대부분 까먹었다.“여기 정삼각형은…”염구준이 나서니 일분도 안 되는 사이에 문제를 해결했다.그것도 문제를 풀이하면서 차근차근 설명하는 것이었다.“아빠, 최고예요!”그제야 염희주의 얼굴에 미소가 번졌다.“여기서 숙제하고 있어. 아빠는 엄마 찾으러 갈게.”염구준은 딸의 머리를 가볍게 톡 쳤다.그가 익숙하게 회의실에 찾아왔을 때 밖에서
“제가 아니었다면 삼촌이 다치지 않았을 텐데… 죄송해요.”제이든은 미안해서 고개를 푹 숙였다.“하하하.”그 말에 염구준은 생뚱맞은 녀석의 뇌회로에 웃음이 터졌다.“내가 다친 건 너랑 상관없어. 내가 그놈들을 찾아간 거야. 자책하지 마.”양마을에 만능 전당포가 있다는 것을 알고 진상을 알아보러 갔을 뿐이다.그런데 상대방이 미리 함정을 파고 기다릴 줄은 몰랐다.만옥루는 이기기 위해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는 놈들이니 단번에 처리한 것이 참 다행이었다.아니면 흑풍 같은 놈이 또 생겼을 것이다.“네.”제이든이 고개를 끄덕였다그제야 죄책감이 조금은 줄어든 것 같았다.청해 외곽에 도착하자 염구준이 옆을 바라보며 엄숙하게 당부했다.“집에 도착하면 양마을 사건과 내가 부상을 입은 거 절대 말하지 마. 알겠지?”“알겠어요.”제이든은 사태의 심각성을 알고 바로 대답했다.염구준은 가족들이 걱정하지 않도록 청해에 들어가기 전에 깨끗한 옷으로 갈아입었다.이런 일들은 그가 혼자 감당하면 충분했다.“구준이 왔어? 밥은 먹었어?”마침 식사 중이던 두 노인이 염구준과 제이든을 보더니 다정한 미소를 지으며 일어섰다.이런 따뜻한 미소는 가족들에게서만 볼 수 있었다.두 사람을 본 순간 손태석은 제이든의 부모를 찾지 못했다는 것을 눈치챘지만 입 밖에 내지 않았다.“먹었어요. 가을이는 어디 있어요? 올 때가 되었는데 보이지 않네요.”아내와 딸이 보이지 않자 염구준이 물었다.지금은 오후 6시, 두 노인이 회사에서 돌아왔으니 손가을도 집으로 돌아올 때가 되었다.“요새 처리할 게 많아서 아직도 회사에 있어. 우린 저녁 준비하러 먼저 온 거야.”손태석이 말할 때 표정이 어색한 것이 뭔가 숨기는 것 같았다.“그럼 제가 가을이 데리러 갈게요.”입구로 가던 염구준이 다시 돌아서서 제이든에게 당부했다.“제이든, 이제 함부로 나가지 마. 네 부모님 일은 내게 맡겨.”저녁 무렵, 손씨 그룹 빌딩의 전등이 대부분 꺼지고 유독 회의실만 밝게 켜져 있었다.지금 백 명
“주상께 보고합니다. 한 명도 빠짐없이 전부 체포했습니다.”백호는 상황을 보고하다 잠시 사색하더니 계속 말을 이었다.“근데 여자 한 명이 너무 시끄럽게 굽니다. 공을 세워 죄를 갚겠다면서 주상께 중요한 일로 보고할 것이 있답니다.”나무가 무너지면 원숭이들도 흩어진다고, 만옥루가 멸망하니 아랫사람들은 자기 살길을 도모하기 시작했다.염구준은 이미 누군지 짐작하고 있었다.“데리고 와. 일단 들어보고 다시 처리해도 늦지 않아.”한참 뒤, 진희는 두 손이 묶인 채 부하들에게 끌려왔다.헝클어진 머리와 얼굴에 먼지가 묻은 것을 보아 체포할 때 어지간히 반항한 것 같았다.도도하고 기품이 흐르던 화장이 지워지니 평범한 여자의 얼굴로 돌아왔다.“시간이 없으니까 쓸데없는 말은 말고 본론만 말해.”염구준은 먼저 경고했다.그런데 진희는 말 뜻을 이해하지 못했는지 오자마자 조건부터 내세웠다.“내가 아는 걸 전부 말할게요. 날 보내줘요.”“끌고 가!”염구준은 쓸데없는 소리를 늘어놓기도 귀찮아 바로 손을 휘저었다.이미 죄인 신세가 되었는데도 아직도 사태가 파악되지 않은 모양이었다.“말할게요. 만능 전당포의 세력은 막강하다는 것만 알고 있어요. 만옥루는 용하에 시장을 개척하러 왔을 뿐이에요. 그리고 제이든을 납치하라고 지시한 사람은 해외에서 왔어요. 그들 세력도 만만치 않아요.”진희는 끌려갈 때 두 가지 조건을 제기했지만 염구준은 듣는 척도 하지 않았다.이런 말들은 너무 포괄적이라 들을 가치가 없었다.염구준이 원하는 것은 구체적인 세력이나 개인의 이름이었다.그래야 상대방을 찾을 수 있으니까.나중에 진희는 심문을 받으면서 죽지는 않았지만 평생 전신전에 갇혀 화장실을 청소하는 것으로 속죄했다고 전해졌다.그때 사타가 히죽거리며 면상을 들이댔다.“염 선생님, 일이 끝났는데 저희 가도 됩니까?”그 말에 염구준이 되물었다.“어디로 가는데?”“집에 가죠. 보내준다고 약속했잖아요.”음양쌍살 중 남자가 다급하게 입을 열었다.“그래. 너희들 죽이지 않는다고
백호는 몸을 약간 떨더니 곧 이를 악물고 약물이 체내에서 천천히 흐르도록 유도했다.일단 약효가 폭주하면, 그는 죽을 수밖에 없었다. 염구준도 가만히 있지 않고 두 손으로 백호의 등을 누르며 온몸의 기운을 일사불란하게 불어넣어 날뛰는 약효를 제지했다.만약 컨디션이 최고조였다면 이런 것쯤은 염구준에게 큰 문제가 되지 않았겠지만 지금은 부상을 입고 있어 기운이 많이 소모되었기 때문에 약효를 억누르는게 매우 힘들었다.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포기하지 않고 억지로 버텼다. 주위의 전신전 성원들은 모두 두 사람에게 시선을 집중하고는 마음속으로 끊임없이 두 사람 모두 무사하기를 기도했다. 시간이 조금씩 지남에 따라 백호는 얼굴색이 많이 붉어졌으나 염구준은 되려 창백해져만 갔다.“쿨럭!”결국 그는 피가 올라오는 걸 참지 못하고 피를 토했으나 기운을 주입하는 건 멈추지 않았다.생사를 함께한 전우를 위해서라면 죽는 것도 괜찮기 때문이었다.직위에는 높고 낮음이 있다지만 생명에는 귀천이 없었다.“주상, 그만하세요. 저는 이제 괜찮습니다.” 백호는 이상함을 감지하고 바로 제지했다.“조용히 하고 마음을 가다듬어. 이건 명령이야!”중요한 상황이기 때문에 그는 강경한 태도로 말했다. ‘오늘 백호는 살리고야 만다. 염라대왕이 와도 못 데려 가.’“네!”백호가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건 명령이었다. 명령이라고만 하면 무작정 따른다고 할 수도 있을 만큼 말이다. 그는 다시 염구준의 지시대로 마음을 가다듬기 시작했다. 한편, 옆에서 이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전신전 성원들은 전부 가슴을 졸였다. 그러나 그들의 실력으로는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기 때문에 그저 조급해하는 수박에 없었다. “후.”또 30분이 지난 후, 백호의 상태가 어느정도 안정되자 염구준은 손을 떼고 숨을 길게 내쉰 뒤, 자아조절을 하기 시작했다. 이번에 원기가 크게 상한 탓에 그는 최소 몇 달은 걸려야 다시 컨디션이 최고조로 될 수 있었다. “죄송합니다, 주상!”백호는 무릎을 꿇고 울부짖